허먼 멜빌의 <모비 딕>
다음의 유명한 구절로 시작하는 허먼 멜빌의 <모비 딕>. <그리스인 조르바>와 <전날의 섬>을 읽은 지금, 다음에 읽고 싶은 책으로 여기에 기록해 둔다. 언젠간 읽으리라...


국내에 여러 국역본이 있고 최근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판본이 나오고 있다. '미리보기'로 살펴볼 수 있는 책들 중에서 난 다음 번역이 제일 마음에 든다.


내 이름은 이슈마엘. 몇 해 전,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따질 것 없이, 수중에 돈도 거의 떨어지고 뭍에서는 이렇다 할 흥미로운 일도 없어서, 당분간 배나 타고 나가 바다 쪽 세상이나 구경하자고 생각했다. 그건 울화를 떨치고 피를 제대로 돌게 만드는 나만의 방법이다. 입꼬리가 처지며 11월 가랑비에 젖은 것처럼 영혼이 축 늘어질 때, 얼결에 장의사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지나는 장례 행렬의 꽁무니마다 따라붙을 때, 무엇보다 우울한 기운에 사로잡혀 작심하고 거리로 나가 사람들의 모자를 족족 쳐내지 않으려면 엄청난 자제심이 필요할 때, 그럴 때면 서둘러 바다에 나갈 시기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게는 이것이 권총과 탄환 대신이다. 카토는 철학적인 미사여구를 들먹이며 제 칼에 몸을 던졌지만, 나는 조용히 배에 오른다. 조금도 놀랄 일이 아니다. 몰라서 그렇지 알기만 하면 사람들 대부분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순간에는 바다에 대해 나와 거의 똑같은 감정을 느낄 것이다.


deckle edge가 멋있어서 사 놓은 영문판도 있다. 이것도 함께 읽어야지.

Call me Ishmael. Some years ago--never mind how long precisely--having little or no money in my purse, and nothing particular to interest me on shore, I thought I would sail about a little and see the waterly part of the world. It is a way I have of driving off the spleen, and regulating the circulation. Whenever I find myself growing grim about the mouth; whenever it is a damp, drizzly November in my soul; whenever I find myself involuntarily pausing before coffin warehouses, and bringing up the rear of every funeral I meet; and especially whenever my hypos get such an upper hand of me, that it requires a strong moral principle to prevent me from deliberately stepping into the street, and methodically knocking people's hats off--then, I account it high time to get to sea as soon as I can. This is my substitute for pistol and ball. With a philosophical flourish Cato throws himself upon his sword; I quietly take to the ship. There is nothing surprising in this. If they but knew it, almost all men in their degree, some time or other, cherish very nearly the same feelings towards the ocean with me.


무언가 해야만 하는 일을 하기 싫을 때, 난 알라딘 서재에 페이퍼를 적는다. 아마 알라딘 서재의 많은 분들이 동의할 듯 싶다.


  • 북깨비
  • 그마저도 귀찮아 저는 그냥 알라딘 웹사이트랑 북플앱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닙니다. 어디 살 만한 책이 또 없나, 다들 요즘 뭐 읽고 계시나, 그리고 새로나온책과 새로나올책까지 쭉 훓어보고 나서야 한숨을 쉬고 할 일을 하러 갑니다. ㅠㅠ 모비딕은 읽어야 할 책 같아서 사두었는데 책을 사두기만 하는 것도 가끔 도움이 되는군요. 이렇게 블루얀더님 글을 읽고 나서 읽고 싶어졌는데 책장에서 바로 꺼내들 수가 있네요. ㅎㅎ 마침 저도 열린책들 번역본입니다. 😁
  • 2024-04-22 04:04 좋아요  l  좋아요 1
  • blueyonder
  • 저도 사두고 읽지 않은 책이 꽤 있어서 읽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신간이 끼어 드네요. ^^ 마침 열린책들 <모비 딕>을 가지고 계시다니 틈틈히 읽으시면 좋겠네요. 즐거운 독서 하시기 바랍니다~
  • 2024-04-22 10:07 좋아요  l  좋아요 1
  • cyrus
  • 최근에 김석희 번역가의 <모비 딕>이 새로 나와서 가지고 있던 구판을 팔지 말지 고민 중입니다. 구판을 한 번도 펼치지 못하고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 줄이야... ^^;;
  • 2024-04-22 06:04 좋아요  l  좋아요 2
  • blueyonder
  • 어느 번역가의 번역인지는 모르겠지만 구판도 좋은 책이 많으니 팔기 전에 읽으셔도 좋을 듯 싶네요. ^^
  • 2024-04-22 10:09 좋아요  l  좋아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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