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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의 51번째는 제가 첫번째 마니아로 등록되어 있는 김솔작가님(「암스테르담 가라지 세일 두번째」는 출간 당시에 읽었는 데 리뷰를 남기지 않았고 「너도밤나무 바이러스」, 「망상, 어 語」, 「보편적 정신」, 「마카로니 프로젝트」를 읽어 리뷰를 남겼고 「모든 곳에 존재하는 로마니의 황제 퀴에크」, 「부다페스트 이야기」,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유럽식 독서법」은 알라딘에서 구매했으나 읽어보지 못(안)했고 작년에 출간된 「말하지 않는 책」과 「사랑은 위대한 승리일 뿐」은 알라딘이 아닌 교보문고 매장에서 구매했지만 역시 읽어보지 않았으며 「당장 사랑을 멈춰주세요, 제발」은 아예 구매조차 하지 않았는 데도 작가님의 첫번째 마니아로 등록되어 있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이 2023년 「현대문학」 7월호에 발표하셨고 퇴고를 5번이나 하신 「행간을 걷다」이며 늘 그렇듯 알라딘에서 구매하여 발 빠르게 읽어보았습니다.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를 지닌 환갑의 금고 기술자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뇌졸중으로 인해 죽음과 서서히 가까워지고 둘로 나뉘어지게 되며 자신과의 이혼을 원하는 아내에게 남길 유산과 이혼신고서, 유언장이 담긴 두 개의 금고를 과연 아내가 열 수 있을지 읽으면서 저도 궁금해졌고 도나우강이 등장하는 걸로 보아 기술자가 사는 곳은 우리나라가 아니지만 군인 출신의 대통령이 통치하고 하천과 나라를 경제적으로 발전시키 위해 갖가지 일들을 실행하는 부분에서 잠시 우리나라가 아닐까하는 착각이 들었고 또 신체적으로 둘로 나뉘기 전부터 자신과 한 몸이었던 쉥거라는 파렴치한 범죄들을 저지른 존재와 그에게 반해버렸고 뇌졸중에 걸린 자신이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아내, 곧 죽음과 가까워지는 자신의 기술과 업을 물려받을 죽은 자의 명예를 위해 산 자들이 끝까지 싸워주는 전통이 없는 이 나라에 불법 체류 중인 아마드(191쪽), 그리고 이제는 걸을 수 조차 없게 된 하천변을 걷고 있는 사람들과 새, 노숙자와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 사이를 미로 처럼 지나가는 기분을 느꼈고 죽음에 서서히 다가가는 인물을 보면서 제가 맞이할 죽음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전청림 문학평론가님의 작품해설(210쪽 ‘하천의 시간은 부풀어 오르는 분자처럼 비일상과 일상을 오가며 걷잡을 수 허무맹랑해지다가도 한없이 핍진해지며 끝없이 늘어난다.‘라는 문장에서 생략된 글자의 행간을 생각해보았습니다.)을 읽으며 나와 너로 쪼개진 남자의 모순에 깃든 행간, 하천을 사이에 둔 시간의 행간, 서사의 행간이 분리되지 않고 함께 요동치며 분절내며 이끌어가는 이 소설(211쪽, 일부변형함.)을 세상에 내놓으신 작가님의 행운에 기꺼이 수긍하며 이 글을 마칠까합니다.
김솔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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