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나다움을 주기로 했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없어지는 이유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없어지는 이유는 각자 생활이 바빠서이기도 하지만 함께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하려면 이를 악물고 나부터 바른길을 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친구와 함께 강남 가는 길이다." (42쪽)
학창 시절에는 친구가 없어서 고민한 적이 없는데, 성인이 된 후로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일도 드물고 예전 친구들과도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 성격이 모나서, 내 생활이 워낙 불안정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 책에 따르면 대부분의 성인들이 나와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가 친구 사귀기의 어려움을 여실히 깨달은 일화가 책에 나온다. 저자의 대학 동창 중 하나가 졸업 후 이것저것 사업을 하다 모두 실패하고 백수가 되었다. 보증금 낼 돈도 없다는 말을 듣고 친구들과 십시일반 돈을 모아 송금해 주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친구가 그 돈을 보증금 내는 데 쓰지 않고 다른 데 쓴 것이다. 속이 상한 저자가 다른 친구에게 하소연하자 그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친구라는 게 원래 어렸을 때나 친구지 같이 성장하지 않는 한 친구되기 힘들어."
친구 따라 강남은 갈 수 있지만, 강남에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지는 성장환경이나 교육 배경, 가치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 집에서 오랫동안 함께 산 형제자매와도 생각이 다른데, 하물며 고작 몇 년 같은 학교(또는 회사, 기타 단체 등)에 다녔을 뿐인 친구와 사고방식이나 생활 양식이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다. 서로의 단점 또는 차이점까지 보듬을 수 있고, 서로의 성장과 발전을 격려할 수 있어야 오랫동안 친구로 남을 수 있다.
친구란 이렇게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을 수 있는 것인데, 요즘 아이들은 친구 관계에 대해 너무 많이 걱정하고 노심초사하는 것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이 없으면 관심이 없는 줄 알고, 단체 채팅방에 웃긴 글이나 사진을 올렸는데 반응이 좋지 않으면 왕따시키는 줄 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에게 관심이 없고, 그 관심 못 받는다고 죽는 거 아니라고 타일러도 듣지 않는다. 스스로 만든 상상의 지옥에 빠져 마음의 문을 닫고 관계 맺기를 피한다.
책에는 관계 외에도 저자가 살면서 터득한 인생의 기술이 다수 나온다. 작가로 처음 데뷔했을 때, 저자는 오래도록 세상에 남을 명작 외에는 쓸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장사가 잘 되는 가게를 눈여겨보니 그런 가게들은 많이 팔리는 물건뿐 외에도 다양한 물건들을 갖추고 있었다. 손님이 언제 어떤 물건을 찾을지 모르니 두루두루 물건을 들인 것이다. 이를 깨닫고부터 저자는 청탁을 받든 영감이 떠오르든 무식하게 글을 썼다. 많이 쓰다 보면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신념을 가지게 된 것이다.
어린 시절에 겪은 감동적인 일화도 나온다. 1급 장애인인 저자는 초등학교 시절 목발을 짚고 다녔다. 또래 남자아이들처럼 신나게 뛰어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을 때가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를 지나가던 월부책 장수 아저씨가 저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컸을 때는 분명 머리만 가지고 먹고 살 수 있는 시절이 온다. 책 많이 읽고 공부만 잘하면 돼." 저자는 이 말에 힘을 얻어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안정된 직장도 얻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격려의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