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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생활] 청춘이 막막해 바다로 떠났다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를 통해 알게 된 책이다. 저자인 송지현 작가님과 친분이 있는 박상영 작가님이 함께 출연해 신나게 수다를 떤 전설의 회차. 너무 재미있어서 몇 번을 반복해 듣다가 책은 이제야 읽었는데, 책도 재미있어서 역시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말도 잘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꼭 그런 건 아니다).


책은 제목 그대로 저자의 '동해 생활'을 그린다. 저자가 동해 생활을 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어느 날 저자의 아버지가 친구에게 빌려준 돈 대신 아파트를 받아왔다. 말이 좋아 아파트지, 엘리베이터도 없고 수리도 안 되어 있는 매매가 1100만 원의 아파트였다. 팔아도 팔리지 않는 '애물단지' 아파트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중, 저자는 그냥 들어가 살아보기로 했다. 서울에 있으나 동해에 있으나, 어차피 글 안 써져서 고민하다 술 마시고 뻗어서 자는 건 똑같지 않나 하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저자가 동해로 간다 하니 친구와 동생이 따라왔다. 동해에 있다 하니 친한 친구도, 친하지 않았던 친구도 놀러 왔다. 일 년 중 몇 개월은 아침에 눈 뜨면 집 앞 바다로 나가 하루 종일 해수욕하고 노는 '남프랑스 문학 같은 삶'을 즐겼다. 그 밖의 몇 개월은 동해의 '진정한 명소' 이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카페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했다. 그러다 어느 날은 산불을 겪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동해 시장이 되는 꿈을 꾸기도 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동해이기도 하고 사람이기도 하다. 특히 저자와 아홉 살 차이 나는 동생의 이야기가 사랑스러웠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느리게 나이를 먹고, 동생은 생각보다 더 빨리 나이를 먹은 것 같다. (중략) 어쩌면 동생이 나 때문에 더 빨리 나이를 먹은 것은 아닌지 미안해진다." (199쪽) 동생과 일 년 가까이 한 침대를 쓰다가 집으로 돌아와 다시 각자의 침대를 쓰게 되자 괜히 어색해 하는 대목도 귀여웠다. 이런 형제자매가 있다는 것. 큰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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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5 09:55 좋아요  l  좋아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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