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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허삼관 매혈기‘ 작가의 신작 장편 소설

<허삼관 매혈기>, <인생>, <형제>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중국 작가 위화의 신작 장편 소설이다. 위화의 소설은 대학 시절 <허삼관 매혈기>를 읽은 게 전부인데, 이번에 읽은 <원청>이 <허삼관 매혈기>보다 훨씬 좋았다. (작품의 문제가 아니라)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지식이나 독서 경험이나 인생 경험 등등이 현저히 달라서 그렇게 느낀 것 같고, 지금의 내가 <허삼관 매혈기>를 다시 읽으면 어떻게 느낄지 궁금해서 조만간 읽어볼 생각이다.


린샹푸는 황하 이북에 있는 어느 마을의 제법 잘 사는 집안의 외아들이다. 자애롭고 성실한 부모님 슬하에서 공부도 하고 농사도 짓고 목공도 배우며 성장기를 보낸 린샹푸. 시간이 흘러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혼자 남은 린샹푸는 신부가 될 여자를 구한다. 그러던 차에 마을을 지나가던 낯선 두 남녀를 자신의 집에 묵게 하는데, 이튿날 일어나 보니 남자는 떠나고 여자만 남아 있었다. 그 여자, 샤오메이와 사랑에 빠져 약식으로 혼인을 치르고, 그렇게 둘이 알콩달콩 재미있게 살 줄 알았으나...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샤오메이는 떠났고, 린샹푸는 열심히 샤오메이를 찾지만 실패한다. 얼마 후 린샹푸의 집으로 돌아온 샤오메이. 그런데 이번에는 배가 부른 상태였고, 몇 달 후 딸을 낳은 샤오메이는 또 다시 린샹푸의 곁을 떠난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딸을 보며 샤오메이를 찾아야겠다고 결심한 린샹푸는 자기 가문의 집과 땅을 하인에게 맡기고, 자신은 약간의 돈만 가진 채 젖먹이 딸을 데리고 먼 길을 떠난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린샹푸가 샤오메이를 만나지 않았다면 더 행복했을까 불행했을까. 린샹푸가 샤오메이를 만나서 자신의 가문과 부모가 마련해 준 안온하고 풍족한 삶으로부터 멀어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자신을 버린 샤오메이를 받아주고, 또 다시 자신을 버린 샤오메이를 찾으러 떠난 건 린샹푸의 선택이고, 그로 인해 삶이 크게 흔들리고 때로는 극심한 가난과 불안, 위험에 노출된 것도 맞지만,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안주했다면 영영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만나고 인생에 둘도 없는 따뜻한 추억들을 만든 것도 사실이다.


샤오메이는 린샹푸를 만나지 않았다면 더 행복했을까 불행했을까. 샤오메이는 린샹푸와 다르게 출신 배경이나 성장 환경이 좋지 않아서, 린샹푸와 함께 지냈을 때가 삶에서 몇 안 되는 편안하고 행복한 시절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끝내 누구의 아내도 되지 못하고, 어머니로서도 죽기 전까지 죄의식에 시달렸다는 점에서 린샹푸와의 만남이 행운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샤오메이가 악의로 가득 찬 사람이 아니고,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순하고 성실하고 계산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는 점이 안타까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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