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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한 삶
이 책은 인지심리학자 김경일이 말하는 『적정한 삶』이다. 방송을 인상적으로 보아서 책이 나왔다고 하니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언제든 인간이 살아가기에 불안하지 않은 시대는 없겠지만, 특히 지금은 코로나팬데믹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니 이런 때에 인지심리학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어떻게 마음에 와닿을지 기대되었다. 특히 이 책의 제목에서 들려주는 '적정한 삶'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고자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경일.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지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아트 마크먼 교수의 지도하에 인간의 판단, 의사결정, 문제해결 그리고 창의성에 관해 연구했다. 대학과 각종 교육기관, 기업에서 왕성하게 강연하고 있으며 <어쩌다 어른>, <세바시>, <책 읽어드립니다>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심리학을 비롯한 세계의 다양한 학자들의 난이도 높은 연구 내용을 평범한 대중들의 삶과 연결시키며 지성을 전달하는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인지심리학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생각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연구해 왔다. 이제 변화의 소용돌이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지식을 꺼내어 풀어내려 한다. 이 책을 위해 그동안 '적정한 삶'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기고한 글과 강연들을 모아 정리하였다. (11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감정에 집중하다', 2장 '비대면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들', 3장 '팬데믹 이후의 공동체', 4장 '불안의 시대에서 행복을 말하다'로 나뉜다. 우울에서 헤엄쳐 나오는 법, 불편함과 상실감을 구별하라, 불안이라는 바이러스는 어떻게 전염되는가, 제어할 수 없는 분노에서 헤어 나오는 법, 자아고갈과 나쁜 습관, 불안의 역이용, 나는 편의점에 간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대박 말고 완판, 마스크를 써야 할 때와 벗어야 할 때, 비대면의 온도감, 이타성의 전파, 역사의 변곡점에서 행복을 생각하다, 행복과 돈의 상관관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 낙관도 습관이다, 지혜로운 만족감의 시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인간의 삶이 어떻게 바뀌어 갈지, 인지심리학의 관점에서 예측해 달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아 왔다. 그러나 아무리 고민을 해 보고 동료 학자들과 대화를 나누어도 결론은 한결같았다. 팬데믹이 전에 없던 변화를 가져온 것이 아니다. 변화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다. 팬데믹 사태는 그저 시점을 앞당기고 극대화했을 뿐이다. (10쪽)
생각해 보니 그렇다. 이 시기에 코로나가 나타나든 아니든 우리는 이미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기는 했다. 이 시점에 코로나가 변화에 속도를 붙이게 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인지심리학은 심리적, 사회적 고통 또한 신체적 고통 못지않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내 눈앞에서 피를 철철 흘리는 사람을 모른 척 하지 않듯 타인이 겪고 있는 내면의 상처 또한 심각하고 아프게 바라봐야 한다. 이것은 자기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지금 혹시라도 마음이 아프다면 나 자신을 환자처럼 대해 주면 좋겠다. 편안한 자리를 깔아 주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이자. 괜찮은지 물어보며 괜찮아질 때까지 좀 쉬라고 다독여 주자. 마음을 다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진통제는 사랑과 배려다. 내가 해주는 만큼 마음도 금세 회복될 테니 말이다. (33~34쪽)
이 책을 읽는 지금, 이 말이 나에게 무척 위로가 된다. 그래, 내가 나를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기겠는가. 오늘은 나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이고 잘 하고 있다고 토닥여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간다.

팬데믹은 분명히 변화를 촉진한다. 그러나 인류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보내지는 않는다. 단, 그전까지 억눌려왔던 욕구를 제대로 분출시키는 확실한 도화선이 된다. 나는 여러 차례 이런 상황을 두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기 좋은 시기'라고 말해 왔다. 기존의 욕구는 지니고 있으나 분출구를 못 찾고 있을 때, 전과 다른 규칙이 만들어진다. 회식이 싫어도 끊지 못하던 직장인들은 이번 기회에 회식을 없애는 규칙을 만들었다. 원격수업이나 원격근무도 마찬가지. 기술 기반이 갖춰졌음에도 못하고 미뤄 둔 것들이 이번 기회에 이루어졌다. 회사 가기 싫었고 학교 가기 싫었는데 덜 가는 규칙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아마도 우리 일상생활에서 벼르고 있었던 일들이 속도감 있게 펼쳐질 것이다. (282쪽)
생각해 보니 나에게도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의무적으로 하던 일이나 억지로 참여하는 모임 등에서 한발 물러날 수 있는 핑계가 되어주었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지낼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또다시 어떤 삶을 이어나갈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낀 부분이 「나의 수면 적정 시간」이다.
미국 유학 시절, 지도교수님을 처음 뵙는 자리에서 나는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질문을 받게 된다.
"자네는 몇 시간 자는 사람인가?"
늘 잠을 줄이고, 시간을 아끼라는 말만 들어왔기에 이런 질문은 황당하기까지 했다. 내가 무척 의아해하자 교수님은 한 번 더 차근차근 물으셨다.
"몇 시간을 잤을 때, 다음날 가장 지혜롭고 행복해지는가를 묻는 걸세."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왜 그 숫자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해 보지 않았을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많은 숫자 중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숫자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330쪽)
늘 잠에 대해서는 내가 무언가 큰 잘못을 하고 있는 듯 생각하고 있었다. 일어날 때에는 '5분만, 10분만, 조금만 더' 하면서 게으름을 부리고, 잠에 들어야 할 시간을 지나고 나면 그때도 마찬가지로 '5분만, 10분만 조금만 더'라고 생각하며 또렷한 정신을 애써 재우려고만 했다. 늘 남의 기준에 나를 맞춰가며 지금 내가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 생각부터 바꿔봐야겠다. 일단은 내가 행복해지는 숫자를 찾는 일부터 해야겠다.

적정 수면에 대한 것과 마찬가지로 적정한 삶도 같은 의미에서 찾아보아야겠다.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하나씩 짚어보며 생각에 잠긴다. '최대로 부유한 삶이 아니라 '적정한 삶'이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다(354쪽)'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적정한 만족감과 적정한 멈춤이 없으면 길 잃은 인생을 살게 된다(354쪽)는 말을 명심하며 '적정한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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