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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27일 오후 6:10 공개
...하지만 그는 윌럼에게 이렇게도 말하고 싶었다. ‘이러지 않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난 모르겠어.’ 하지만 그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윌럼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게 어떻게 처벌이자 정화의 방법인지, 어떻게 그게 그 안의 모든 독과 망가진 것들을 빠져나오게 하는지, 어떻게 그게 다른 사람들, 모든 사람들에게 비이성적으로 화내지 않게 해주는지, 어떻게 그게 고함지르는 걸, 폭력적이 되는 걸 막아주는지, 어떻게 그게 자기의 몸, 자기 인생을 진정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자기 것으로 느끼게 해주는지 설명할 수가 없었다. 때로 그는 궁금했다. 루크 수사가 해결책으로 그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그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세스 : 하지만 이해 못 하겠어, 에이미? 당신은 틀렸어. 모든 걸 다 주는 관계는 없어. ‘어떤’ 것들만 주는 거라고. 누군가에게서 바라는 것들을 다 생각해보고 그중 세 개만 택해야 하는 거야. ‘세 개’, 바로 그거야. 아주 운이 좋으면 어쩌면 네 개를 가질 수도 있겠지. 나머지는 딴 데서 찾을 수밖에 없어. 원하는 걸 다 주는 사람을 찾는 건 영화 속에서나 있는 일이야. 하지만 이건 영화가 아니잖아. 현실세계에서는 남은 인생에서 그중 어떤 세 가지를 가지고 살고 싶은지 파악하고, 그걸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하는 거야. 그게 진짜 인생이라고. 그게 함정인 걸 모르겠어? 계속 모든 걸 다 찾으려 하다가는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게 될 거야.



...우정은 그 자체로 기적 아닌가? 이 외로운 세상을 그래도 덜 외롭게 느껴지게 만드는 사람을 찾는다는 게? 이 집, 이 아름다움, 이 안락함, 이 삶이 기적 아닌가? 그러니 하나 더 바란다고 누가 그를 나무랄 수 있겠는가? 그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생물학과 시간과 역사에도 불구하고, 자기들은 예외가 될 거라고, 주드 같은 부상을 입은 다른 사람들에게 벌어진 일이 그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주드가 극복해온 수많은 것들에 더해 한 가지 더 극복할 수도 있을 거라고 희망한다고 누가 그를 나무랄 수 있겠는가?



...거의 매해 여름마다 그는 생각한다. 올해 여름이 최고라고. 하지만 이번 여름은 정말로 최고다. 여름뿐만이 아니다. 봄도, 겨울도, 가을도 최고다. 나이가 들면서 그는 인생을 점점 더 일련의 회상들로 바라보게 된다. 계절들이 포도주 제조연도인 것처럼 한 계절이 지나갈 때마다 평가하고, 살아온 세월을 역사적 시대로 나눈다. 야심찬 시절. 불안한 시절. 영광의 시절. 미혹의 시절. 희망찬 시절. 이 이야기를 해주자 주드는 빙긋 웃었다. “지금 우리는 어느 시절을 살고 있는데?” 그가 묻자, 윌럼도 그를 보며 빙긋 웃었다. “모르겠어. 아직 이름을 못 붙였거든.”



....인생이 의미 있나 없나를 따지는 건 늘 굉장히 호사스러운 문제, 사실 특권 같았다. 그는 자기 인생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다.
인생이 가치 있는지 없는지를 놓고 안달복달하지 않았지만, 왜 자기가, 왜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계속 살아가는지는 늘 궁금했다. 때로는 납득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수많은 사람들, 수백만, 수십억의 사람들이 가늠할 수 없는 비참 속에서, 터무니없이 극단적인 궁핍과 질병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다들 그래도 꾸역꾸역 살아간다. 그러니 삶을 계속 살아나가는 결의는 선택이 아니라 진화적 완성이 아닐까? 마음 그 자체에 힘줄처럼 질기고 상처투성이인 뉴런 무리가 있어서 논리가 그렇게 자주 주장하는 바를 실행하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닐까? 



...“그러면 좋겠구나. 너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으니까.”
그러자 그가 미소 지었어. “그거 이상하네요, 안 그래요? ‘더 많이’라. 우린 이렇게 오랫동안 알았는데 말이죠.”
그런 이야기를 나눌 때면 늘 그런 느낌이 들었어. 단 하나의 정답은 없지만, 사실 단 하나의 오답은 있다고. 그걸 택하면 주드는 다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라고. 그래서 난 늘 그 오답을 말하지 않으려고 늘 그 대답이 무엇일지 가늠해보려고 했어.
“맞아.” 난 말했지. “하지만 네 이야기라면 늘 더 알고 싶다.”



....행복을 보장받는 사람은 없지, 모두 다 그래. 하지만 주드는 행복할 자격이 있었어. 하지만 넌 내게가 아니라 내 뒤의 누군가에게 미소를 지을 뿐이고 아무 대답도 들려주지 않아. 그럴 때면 내세 같은 걸 믿고 싶어져. 우리한테 다리가 아니라 꼬리가 있어서 바다표범처럼 대기 속을 헤엄쳐 다니는, 공기 자체가 무수한 단백질과 설탕 분자로 이루어진 자양물이어서 그저 입만 벌리고 흡입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조그만 빨간 행성 같은 곳, 다른 우주. 너희 둘은 거기서 함께 대기 속을 떠다니고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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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이저휙휙님도 <리틀 라이프 2>를 좋아합니다. 레이저휙휙님이 읽은 다른 책이 궁금하신가요?
  • 2024-04-27 18:10 좋아요  l  좋아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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