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왜곡의 시작과 일본인의 역사관 형성: 일본 육군 참모본부의 일청전사 (日淸戰史)와 일청전사 결정초안 (日淸戰史 決定草案)의 비교
일본의 역사전문 언론인인 와타나베 노부유키가 저술한 책을 역사학자이신 이규수교수께서 번역하신 책입니다.

청일전쟁사를 일본 육군참모본부에서 공식적인 정사 (正史)로서 1904년 <일청전사>라는 이름으로 간행되는데, 이 책은 이 정사 역사서를 쓰기위한 초고(草稿) 에 해당되는 <일청전사 결정초안>을 발굴해 대조함으로서 청일전쟁 이후 매이지 정부와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県有朋)로 대표되는 일본 육군의 군벌세력들이 청일전쟁의 역사적 사실을 어떤 방침을 가지고 취사선택해 국민에게 보이려고 했는지를 밝힙니다.

그리고 최초로 공식편찬된 이 청일전쟁의 정사가 이후 일어난 러일전쟁의 공식역사서인 <일러전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일본이 제2차세계대전에서 패전을 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핍니다.

한마디로 일본은 최초 청일전쟁사를 편찬하면서 자신들에게 불리하거나 일본군이 어려움에 처했던 역사적 사실은 모두 정사에서 뺐습니다. 여기엔 일본군이 청나라 군대에 행한 무모한 작전과 인명을 경시한 사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청전사 결정초안>에서 보여준 청일전쟁 당시 평양성 전투는 사실 두 군대간의 싸움이 백중세였고, 청국 군대가 평양성을 버리고 나오다가 죽게된 건 당시 도입된 만국공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에도 공식 <일청전사>애는 일본이 압도적으로 청나라를 이겼다고 서술된 것이 한 예입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서 미래에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으려면 역사적 사실을 모두 제대로 기록하고 평가를 해야할텐데 매이지 육군 군벌둘은 자신들의 군대가 저지른 실수와 만행은 모두 삭제하고 전과(戰果)를 부풀린 겁니다.

1894년 일본이 조선땅에 들어와 경복궁을 무력으로 점령하고 국왕을 위협한 사건은 일본군이 치밀하게 작전을 세운후 실행한 ‘군사작전’으로 학자들 사이에서는 발생한 날을 따서‘7월 23일 전쟁’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만한 사건인데도 공식 <일청전사>에는 내용이 누락되었습니다.

일본의 나카츠카 아키라 (中塚明)교수가 1997년 <역사의 위조를 묻다-전사에서 지워진 일본군의 ‘조선왕궁점령’>이라는 책을 펴냈고, 한국에는 2002년 원광대 박맹수 교수 번역으로 출판되었습니다.

나카츠카 아키라 지음, 박맹수 옮김, 1894년 경복궁을 점령하라! ( 푸른역사,2002)

작은 책인데 아직도 발행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러일전쟁과 관련해서는 시바 료타료의 <언덕위의 구름坂の上の雲)>과 일본에서 군신으로 추앙받는 노기 마레스케(乃木希典)가 뤼순공방전애서 승리한 이면에 어떤 진실이 있는지 파헤칩니다. 러일전쟁에서 가장 많은 일본군 전사자가 나온 이 전투를 지휘한 사령관이 군신 노기 마레스케가 아니라 당시 만주군 총참모장 고다마 겐타로(児玉源太郎)일수도 있다는 정황을 설명합니다 (pp168-182).

총평으로 이책을 보면서 편견일수 있겠지만 좀 발칙한 개인적 의견을 말해보고 싶습니다.

청일전쟁사를 일본 육군에서 편찬하려고 준비한게 청일전쟁 직후이고 최초 공식역사서가 나온게 1904년이니 이미 120여년전 일입니다.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조상뻘인 조슈(長州)의 육군군벌 야마가타 아리토모 (山県有朋)와 그 추종자들은 애초부터 역사를 사실(史實)대로 기록할 의지가 없었습니다.

그들에게 위대한 대일본제국은 전쟁에서 이겨야 하며 어떠한 실수나 반문명적인 행동, 집단학살이나 강간 등 전쟁범죄 그리고 전술과 전략의 부재, 그리고 병참문제로 전쟁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든 일본군의 약점은 일본의 국민들이 알아서는 안되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항상 이기는 줄 알았던 일본은 제2차세계대전에서 미국에 대항해서 싸우다 그 결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을 맞고 패배했습니다.

20세기초부터 1945년까지 일본은 ‘집단최면’ 상태였고 그 원인은 물론 일본이 처음 행한 국제전인 청일전쟁과 그 이후러일전쟁 등 초기 전쟁에 대해 공과를 왜곡하고 역사를 위조하도록 지시한 일본의 육군군벌에게 있는 것이죠.

과문하지만 이들의 영향력이 아직도 일본의 군국주의와 맥이 닿아있는 일본의 극우 정치인과 역사수정주의자들에까지 마치고 있다고 추정합니다.

일본의 국민소설이라고 불린 <언덕위의 구름(坂の上の雲 )>이 3대에 걸쳐 읽힌 문제작이고 이책을 통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안 일본인들도 많다하니 그 내용을 봐야할 것 같습니다. 더구나 2009-2011년 일본 NHK에서 드라마로 만들어 방영한 작품입니다.

특히 시바 료타로의 우익적 역사관은 ‘일본과 중국은 근대화에 실패한 나라이고 일본은 성공한 나라‘라는 것으로 이 글을 쓰는 저를 비롯한 한국인들에게 특히 문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밀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