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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
몇 해 전일까, 어쨌든 예전에 한번 박경리 소설 《토지》를 보려고 했다. 여러 권 사고 읽기도 했는데, 그때 책을 다 사지도 못하고 읽지도 못했다. 솔직히 난 《토지》를 꼭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한국소설이든 외국소설이든 꼭 읽어야 하는 건 없을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가면 만나는 거고, 마음이 안 가면 만나지 못하는 거다. 토지는 드라마로도 만들었는데, 제대로 본 적 없다. 언젠가 또 이 책을 드라마로 만들 날 오지 않을까. 지금 한류를 세계 사람이 좋아하니 말이다. 예전엔 긴 소설 읽기도 했다. 그렇게 많이 본 건 아니고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레 미제라블》(빅토르 위고) 다 읽었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알렉상드르 뒤마)도 읽었다. 《삼국지》는 여러 사람이 편역한 걸 읽었다. 한국소설로는 《태백산맥》(조정래)과 《삼한지》(김정산). 《삼한지》는 통일신라로 가는 이야기로 고구려 신라 백제가 나오지만 신라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토지》는 쓰였다. 박경리는 처음부터 그런 생각으로 이 소설을 시작했을까. 일본소설 그것도 일본말로 여러 권 본 책이 생각났다. 오노 후유미가 쓴 <십이국기> 시리즈와 《고스트 헌트》, 이건 책이 새로 나와서 읽었구나. 내가 토지가 나왔을 때부터 읽었다면 따라서 읽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토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세상에 나왔구나. 박경리는 토지를 1969년부터 1994년까지 스물여섯해 동안 썼다. 박경리는 소설을 쓰는 동안 암에 걸리기도 했다. 수술을 하고 바로 글을 쓰고, 이걸 쓰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런 시간을 지나고 소설을 끝까지 쓰다니 대단하구나. 마지막을 썼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드디어 자기 손에서 소설을 떠나 보내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고 시원했을지 섭섭했을지. 둘 다였겠다. 그동안 《토지》는 여러 곳에서 나왔나 보다. 이번에 본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걸 정본으로 여기는가 보다. 이것도 열해 걸려서 여러 사람이 만들었다고 한다.


소설이지만 이걸 끝까지 볼지 모르겠다. 한두권이 아니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예전에는 조금밖에 못 봤고, 그때 본 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이번에 본다고 이걸 기억할지. 사람이 많이 나온다. 여기에서 중심이 되는 건 양반인 최참판집이겠지. 평사리라는 말 생각난다. 서희 길상. 첫번째 책에서 서희와 길상은 어린이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고 혼란스런 시대를 살아가겠다. 드라마는 중심인물이 있다 해도 소설은 누구나 비슷한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 아니고 그저 사람 이야기 같다. 조선에 살던 백성, 민초라 해야 할까. 조선이 망해가는 때구나. 양반은 더 이상 힘이 없는. 1권은 1897년 한가위 모습부터 보여준다. 한가위니 먹을거리가 많을 것 같지만 그건 잘사는 사람이나 그랬겠다.


역사를 자세하게는 알지 못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몇년에 무슨 일이 있었다가 아닌가. 그런 것도 다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1897년 조선은 그리 좋지 않았을 것 같다. 이때는 공사노비가 사라졌지만 아직 그걸 다 지키지는 않았다. 최참판집에는 일하는 사람이 많았다. 여길 나가도 갈 곳이나 살 방법이 없었을 것 같다. 최참판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누가 벼슬을 하지 않는다. 이 집 독자인 최치수는 글공부는 한 것 같은데 그리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 비뚤어진 사람. 최치수 두번째 부인이고 서희 엄마인 별당아씨는 머슴이었던 구천과 함께 집에서 달아난다. 구천은 최치수 어머니인 윤씨부인이 낳은 아들이었다. 본래 이름은 김환이다. 출생의 비밀이구나. 오래전에는 겁탈을 당해도 아무 말 못하고 자신이 죄를 지었다 여기다니. 윤씨부인은 그 일 때문에 최치수한테 마음을 제대로 주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최치수가 비뚤어진 건가.


조선시대에는 백정이나 무당을 아주 업신여겼다. 용이와 월선은 서로 좋아했지만, 월선이 무당 딸이어서 헤어졌다. 용이 어머니가 반대를 했다. 용이는 다른 사람 강청댁과 결혼하지만 여전히 마음을 잡지 못하고 월선이 평사리로 돌아오자 마음을 썼다. 용이 아내 강청댁은 아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한다. 정말 아이가 있으면 괜찮을까. 아이가 있어도 그리 좋을 것 같지 않은데. 최치수 아이를 낳으려 하는 귀녀. 귀녀는 신분상승을 꿈꾸는 거겠지. 그런 귀녀를 이용해 최치수를 덫에 빠뜨리려는 김평산. 최참판집 재산을 노리는 최치수 먼 친척 조준구. 여러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나라도 어지러워지려 하고 최참판집도 어지러워지려 하는구나.


역사와 함께 흘러가는 많은 사람 이야기 쓰기 쉽지 않았겠다. 벌써 역사가 된 사람 이야기구나. 이때 여성은 이름이 없다. 무슨 댁이나 아이 이름을 넣어 누구네 한다. 이름이 있는 건 월선이 서희 봉순이구나. 양반집 마님인 윤씨부인도 그냥 윤씨부인이다. 지금 생각하니 귀녀도 있다. 귀녀는 귀하다는 걸지, 귀신일지. 귀녀가 하려는 걸 생각하니 귀신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더하는 말


내가 이 책을 읽기로 하니 책이 새로 나왔다. 이런, 좀 더 나중에 볼걸 그랬나. 그래도 그냥 새로운 책에 쓴다. 앞부분 미리보기로 보니 다른 거 보이지 않았다. 뒤에는 다른 거 있을지. 앞에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거 봤다고 썼구나. 그걸 여러 사람이 오랜 시간 들여 만들어서 그런지 이번 거 크게 바꾸지 않은 듯하다. 여러 권 읽은 책에는 《빨강 머리 앤》도 있다. 다 읽었지만 잊어버린 게 더 많구나.






희선








☆―


어느 해, 마을에는 가뭄이 들었다고 했다. 들판은 누우렇게 타버리고 강물은 말라서 고기들이 말라 죽는 무서운 가뭄이었다고 한다. 나라에서는 기민 쌀을 내었으니 그것도 한도가 있는 일, 길거리에는 굶어 죽는 시체가 나동그라지고 그것을 파먹는 짐승조차 얼씬거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때 최씨네 고방에 쌓인 곡식은 그네들, 굶주린 농부들의 전답문서하고 바꾸어졌으며, 석 섬 나는 논 한 마지기는 몇 말 곡식으로 둔갑을 해도 조상 전래의 땅이 없어지는 설움보다 당장 목숨 부지하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이때 자식 일곱을 거느린 과부는 가물가물 정신을 잃어가는 자식들을 보다 못해 죽물이나마 목을 축여주려고 바가지를 안고 기다시피 최씨네 문전에 가서 애절하게 구걸을 했다는 것이다. 전답문서와 바꾸어야 하는 금싸라기 같은 곡식이 나올 리 없었고 과부는,


“오냐! 믹일 기이 없어서 자식새끼 거나리고 나는 저승길을 갈 기다마는 최가 놈 집구석에 재물이 쌯이고 쌯여도 묵어줄 사램이 없을 낀께, 두고 보아라!”


저주를 남기고 굶주려 죽은 과부와 그 자식들 원귀 때문에 최참판댁에는 자손이 내리 귀하다는 것이다. (286쪽)






  • 반유행열반인
  • 저는 2000년에 개포동 헌책방가서 전집 사가지고 시외버스 타고 지고 내려온 토지를 7년 전 2016년에야 큰 맘 먹고 읽기 시작했어요. 그해 읽은 65권 중 16권(저는 전 16권짜리 솔 출판사 판을 가지고 있어요)이 토지였으니 나름 독서 생활의 분기점(?) 같은 한 해였습니다. 시도 열심히 쓰시고 글과 말 늘 곰곰 굴려가시는 희선님께 토지 독서 다양한 단어와 사람들 이야기 만나는 시간 될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중간 지루한 기간 길기도 한데 끝권에서 탁 해방되는 느낌과 함께 아 이제 안녕…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습니다 ㅎㅎㅎ)
  • 2023-06-25 13:27 좋아요  l  좋아요 2
  • 희선
  • 헌책방 지금은 없어졌을 것 같아요 헌책방이 많이 사라졌네요 알라딘에서 헌책을 팔기는 하지만, 제가 사는 곳엔 없어서 한번도 못 가 봤습니다 헌책방도 이제는 없어요 몇해 전에는 있던 책방도 문을 닫았습니다 헌책방에서 한꺼번에 《토지》를 사 오시다니, 헌책이라 해도 그 책 한번에 샀을 때 기분 좋으셨겠네요 저는 예전에 태백산맥 헌책으로 한번에 샀어요 그런 일은 별로 없는데, 그냥 사고 싶었다고 할까 겨우 한번밖에 못 읽었습니다 글을 잘 쓰면 좋을 텐데, 그렇지는 못하네요 책을 사시고 시간이 흐른 뒤지만 다 보셨군요 그렇게 읽었을 때도 뿌듯했겠습니다 어떤 책을 보고 좀 달라지면 좋을 텐데, 저는 그러지도 않는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책을 읽고 잘 못 써도 쓰니 예전보다는 낫겠지요 오래 본 책이 끝나면 많이 아쉽겠습니다 거기에서 만난 사람과도 헤어지겠군요


    희선
  • 2023-06-27 02:22 좋아요  l  좋아요 2
  • 반유행열반인
  • 놀랍게도 개포서적백화점 검색해보니 아직 있다고 하네요 ㅋㅋㅋ헌책방
    아니고 백화점(?)으로 이름 붙여 살았을까요? ㅋㅋㅋㅋ
  • 2023-06-27 09:51 좋아요  l  좋아요 2
  • 희선
  • 주소 보니 서울 강남이네요 강남에서 살아 남다니... 대단한 곳이네요 잘 모르지만 강남은 비싸잖아요 사람들이 거기를 잊지 않고 가기도 하는가 봅니다


    희선
  • 2023-06-29 03:03 좋아요  l  좋아요 1
  • 세실
  • 토지 시작하셨군요. 저도 일단 1권부터 다시 읽으려구요. 얼마전 원주에 있는 문학의집, 공원 다녀왔는데 참 좋았거든요^^
  • 2023-06-25 11:10 좋아요  l  좋아요 1
  • 희선
  • 예전에 책을 한권씩 사서 봐야지 하다가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끝까지 볼까 합니다 잘 볼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박경리 문학의 집에 갔다 오셨군요 좋은 경험이 됐겠습니다


    희선
  • 2023-06-27 02:24 좋아요  l  좋아요 1
  • 서니데이
  • 이번에 새로 나온 토지인 모양이네요.
    이전에 크게 제목이 쓰여진 책의 전자책을 사긴 했는데, 몇년째 읽지 않고 있다는 것이 생각났어요.
    새로 나온 책도 달라진 것이 많은지 찾아봐야겠어요.
    희선님,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 2023-06-26 18:00 좋아요  l  좋아요 1
  • 희선
  • 제가 본 건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거기는 한데, 앞부분 보니 달라진 게 없더군요 그래서 그냥 여기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새로 나온 책 읽은 기분 들기도 하네요 2023년에 새로 나오다니... 이제 시작이지만 반갑습니다 이번주부터 장마예요 비가 와도 많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데... 서니데이 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 2023-06-27 02:26 좋아요  l  좋아요 2
  • 감은빛
  • 저도 오래 전에 [토지] 완독 시도했다가 중간에 포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대학시절 [태백산맥]도 절반 이상은 읽었었는데, 결국 끝까지 읽지는 못 했네요.
    그보다 더 어렸을 때에는 [대망]과 [후대망] 시리즈도 시도했다가 포기했었어요.
    긴 시간 진득하게 읽는 것이 쉽지 않네요.

    [반지의 제왕]을 비롯해 몇몇 판타지 소설들은 긴 시리즈였어도 다 읽었었는데요.
    재작년이었던가? [듄] 시리즈도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역시나 중간에 그만두었어요.
    올해 여름에는 휴가를 따로 가지 말고 집에서 [듄]이나 읽을까 하고 생각중입니다.
  • 2023-06-26 18:13 좋아요  l  좋아요 1
  • 희선
  • 저와 비슷하시군요 저도 그랬는데 이번에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거리의화가 님이 보셔서 그런 마음이 들었어요 거리의화가 님은 이 책뿐 아니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보시는군요 예전에는 긴 책 잘 봤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책을 쓰기도 했네요 좀 유치하죠

    저는 판타지 소설은 거의 못 봤군요 반지의 제왕이나 듄은 새로 나오기도 했군요 두꺼운 걸로... 그런 걸로 보면 더 좋을 듯합니다 열권 넘는 것보다... 두꺼워도 한두권이면 볼 수 있다 생각해도 권수가 많으면 그걸 언제 다 보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잖아요

    이번 여름에 《듄》을 보실 거군요 언젠가 그 책 사셨다고 하셨지요 그 책 읽을 생각을 하면 즐겁겠습니다


    희선
  • 2023-06-27 02:34 좋아요  l  좋아요 1
  • 페넬로페
  • 저도 토지 읽고 싶은데 20권이나 되어 아직 엄두를 못내고 있어요.
    희선님, 토지 완독하시길 바라요.
    저도 언젠가는 시작해야겠어요^^
  • 2023-06-26 21:22 좋아요  l  좋아요 1
  • 희선
  • 페넬로페 님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보셨으니 토지도 보시면 끝까지 보실 거예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보다 읽기 편할지도 모르죠 한국에서 일어난 이야기기도 하니... 토지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나오겠지요 그런 사람 어떻게 생각했을까 싶기도 합니다


    희선
  • 2023-06-27 02:36 좋아요  l  좋아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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