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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선
  • 4월 29일 오후 11:17 공개
여성, 어머니가 되고 싶었던 나기사
미드나잇 스완
우치다 에이지




차이콥스키 발레 음악 <백조의 호수>는 조금 알고 무슨 내용인지는 잘 모른다. 오데트가 마법에 걸려 낮엔 백조가 되고 밤엔 사람이 되는 거던가. 사람이 되면 누군가를 만나겠다. 동생이 가시가 달린 덩굴로 스웨터를 짜서 오빠들 백조한테 입히고 마법을 푸는 건 <백조왕자>겠지. <백조의 호수> 줄거리 찾아보려고 했는데 잊어버렸다. 그런 걸 잊어버리다니. 오데트 이름은 아는구나. 이름만 안다. 익숙해서 안다고 생각하는 거 많을 것 같다. 차이콥스키 하면 발레가 떠오른다. 음악은 조금 들어봤지만 발레는 본 적 없다(요즘은 동영상 찾아보면 나오려나). 어릴 때 <백조의 호수> 만화 같은 거 봤을지도. 이건 영화로도 만들었던가. 원작과 조금 다르게.


이 책 《미드나잇 스완》은 영화로 만든 <미드나잇 스완>을 감독 우치다 에이지가 소설로도 썼단다. 일본에는 자신이 만든 영화를 소설로도 쓰는 감독도 있다. 감독이 시나리오를 써서 소설도 쓴 거겠다. 시나리오가 먼저일지 소설이 먼저일지. 이 소설 《미드나잇 스완》은 한국에 책이 나왔을 때 알았다. 소설은 한국말로 나왔다. 난 그냥 일본말로 보고 싶어서. 영화 예고편 본 다음에 그런 생각했을지도. 영화 <미드나잇 스완>은 여러 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니 영화 상은 남자 여자 이렇게 주는구나. 그렇게 안 하고 주연, 조연 그렇게 주면 안 되나. 세상엔 남자 여자 두 가지 성만 있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나기사는 남자로 태어났다. 본래 이름은 다케다 겐지다. 나기사는 어릴 때 자신이 왜 남자 수영복을 입어야 하나 했다. 나기사가 산 시간 쉽지 않았겠다. 나기사가 여성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서른이 넘어서다. 나기사는 도쿄 신주쿠에 있는 뉴하프 클럽 <스위트피>에서 춤을 췄다. 트랜스젠더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일반 회사에서는 사람 쓸까. 지금은 세상이 조금 달라졌다지만 여전히 차별 심하겠다. 나기사는 아직 성전환수술을 못했다. 그거 보면서 수술 안 하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난 나기사 같은 사람 마음을 모르는 거겠지. 수술하는 데 돈도 많이 들고 위험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나기사 같은 사람은 몸도 여성이 되어야 진짜 여성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어느 날 시골 히로시마에 사는 어머니 가즈코가 나기사한테 전화를 한다. 어머니는 나기사가 어떤지 모른다. 전화를 받은 나기사는 어머니가 아는 겐지 목소리로 말한다. 전화 받기 싫은 걸 억지로 받은 느낌이다. 어머니는 나기사한테 잠시 동안 이모 딸이 낳은 아이 이치카를 돌봐달라고 한다. 이모는 아프고 딸인 사오리는 아이를 제대로 기르지 않았다. 나기사는 싫었지만 돈을 준다는 말에 이치카를 맡기로 한다. 그 돈이 성전환수술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였다. 사오리는 어릴 때 히로시마에서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리고 십대에 아이를 갖고 결혼했다. 사오리가 이치카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은 사라졌다. 사오리는 혼자서라도 이치카를 기르려 했는데 엄마가 아프고 사는 게 힘들어지자 예전에 알았던 아이들을 다시 만났다. 딸인 이치카는 내버려두고.


책을 보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조금 슬펐다. 나기사는 나기사대로 힘들고 이치카는 이치카대로 힘들어서. 이치카는 엄마가 자신을 제대로 안 봐서 말도 안 하고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이치카가 관심을 가지는 게 있었다. 그건 발레다. 이치카는 발레 하기에 좋은 몸을 가졌다. 어떤 건 재능이 있어야 하지 않나. 발레가 그럴지도. 그저 즐기는 발레도 나쁘지는 않다. 이치카는 나기사 집에서 발레 할 때 입는 옷을 보고 호기심을 가졌다. 나기사는 뉴하프 클럽 ‘스위트피’에서 다른 세 사람과 <네 마리 백조>라는 춤을 추었다. 이건 <백조의 호수>에 나온단다. 나기사는 그걸 할 때가 좋았다. 진짜 발레는 아니어도, 춤을 추려고 화장하고 옷을 입으면 마법에 걸린 듯했다.


이치카는 나기사와 살게 되고 아무 말도 안 했다. 우연히 발레 교실을 알게 되고 하루 견학만 했다. 이치카는 나기사한테 발레를 말하고 싶었지만 못한다. 이치카는 발레 교실에서 만난 린을 학교에서 만난다. 린은 같은 학교 한 학년 위로 집은 잘살았다. 이치카는 린과 아키하바라에서 사진 모델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돈을 번다. 그 돈으로 발레 교실에 다니는데 사고가 나고 나기사가 이치카 일을 알게 된다. 이치카는 자기 팔을 물고 아픔을 참았다. 나기사는 그런 이치카를 보고 이치카가 자신과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된다. 아무한테도 이해받지 못한 쓸쓸한 자신. 나기사는 이치카가 발레 교실에 다니게 하고 낮에 할 만한 일을 찾으려 했는데 잘 안 됐다. 나기사 모습으로는 구하지 못한 일을 겐지 모습으로는 구했다. 그 일은 힘을 쓰는 거였다.


왜 이렇게 슬프게 흘러가는지. 나기사와 이치카 사이는 좋아졌지만, 세상은 두 사람이 함께 살게 해주지 않았다. 이치카한테는 엄마가 있으니까. 나기사는 이치카와 살면서 어머니가 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됐다. 세상에는 실제 나기사 같은 사람 있겠지. 이거 보다 보니 예전에 본 일본 드라마 <마더>가 생각났다. 그건 어쩌다 학대받는 아이를 구한 게 유괴한 게 됐지만. 거기에서도 두 사람은 헤어진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만난다. 그 두 사람은 아주 남이었구나. 나기사와 이치카는 친척이다. 이치카가 발레를 해선지 영화 <빌리 엘리어트>도 생각났다. 빌리는 남자아이고 아버지와 형이 빌리를 위해 일을 했구나. 그건 괜찮게 끝나는구나. 나기사는…….


이 이야기 끝은 진작에 정해졌을지도. 앞부분 볼 때 어쩐지 슬펐던 건, 내 무의식이 그걸 알아버렸을지도. 그렇다고 슬프기만 한 건 아니다. 이치카는 발레를 하게 됐으니 말이다. 나기사를 만나고 발레 교실 선생님을 만나고 린을 만나서. 그전에 만난 기엠 선생님도 있구나. 공원에서 발레 교실을 열었던. 나기사가 희망을 가지고 살았다면 좋았을걸. 한번 잘 안 됐다고 절망하다니. 그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아나. 엄마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도 모르는데. 잠시였다 해도 나기사는 이치카 엄마였다. 아마 이치카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아니 이치카는 나기사도 엄마로 생각할 거다. 그렇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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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9 23:17 좋아요  l  좋아요 0
  • 2024-05-0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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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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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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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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