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미술관, 김환기전
지난 금요일, 가족 넷이 모였다. 큰 아이가 하루 휴가를 낸 덕분에 한달만에 완전체가 되었다. 직장인에게 평일 하루는 소중하다. 비 오는 날이지만 아침 일찍 서둘러 새단장한 용인에 있는 호암미술관으로 향했다. 에버랜드, 캐러비안베이는 오른쪽, 호암미술관은 왼쪽! 인터넷으로 예매하니 미술관까지 논스톱이다. 매표소를 지나 조금 올라가면 웅장하고 단아한 한옥 건물이 보인다.
건물 가운데 통로 2층으로 올라가면 넓은 벽에 쓰여진 '한 점 하늘 김환기'


김환기 작가는 화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안락한 지주의 삶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다. 또한 아버지에게 떠밀려 혼인한 아내와 이혼한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동림(김향안)과 결혼하며 아름다운 부부로 평생을 함께한다. 동림은 작가 이상의 아내로 사별하였다. 두 사람은 결혼 후 일본, 파리, 뉴욕에 거주하며 세계적인 화가로 거듭난다. 김환기 화가의 작품 특징은 추상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조선의 미를 추구한다. 그는 백자의 아름다움에 반해 작품에 달과 항아리가 많다. 고향인 안좌도를 떠났지만 섬을 그리워한 마음이 작품‘ 섬 이야기’ 에 담겨 있다.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있는 여인들, 알록달록한 빛의 해와 달, 자연을 닮은 초록 부채들은 포근함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온다.

그림을 보며 감동으로 울컥하기는 처음이다. 개인 소장품이 많이 전시되어서 그런지 환기미술관보다 알찬 구성으로 보고 싶던 작품을 마음껏 보았다. 김환기 작가의 훌륭함은 파리에서 작품 활동을 했지만 가장 한국적인 미를 추구하는 점이다.
단아함과 적당한 추상, 환한 색채가 좋다. 많은 작품 중에 <섬 이야기>, <달과 나무>, <달밤의 화실>, <꽃가게>, <산>이 특히 좋다.


Whanki in New York: 김환기의 뉴욕일기


1965. 1. 2. 점화가 성공할 것 같다. 미술은 하나의 질서다.
1. 10. 종일 강설. 종일 제작, 점화를 전부 뭉개고 다시 시작.
1. 11. 간신히 점화 <겨울의 새벽별>을 완성, 완성의 쾌감.
예술은 절박한 상태에서 만들어 진다.
1. 12. 제작 부진. 또 마음이 폈다 가라앉았다.
눈길 강가에 나가 강을 바라보다. 돌아오는 길 허공에 반달을 보다.
1. 13. 아, 좋은 그림 그릴 자신이 있고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세상은 왜 이리 적막할까.
1. 19. 종일 제작. 명랑한 기분으로 나간다.
미술은 질서와 균형이다
<김환기 뉴욕일기> 환기미술관, 2019.




1. 섬 이야기
김환기 작가가 태어나고 자란 전남 신안의 섬 풍경을 그렸다.
백자를 사랑한 김환기의 작품에는 백자가 자주 보인다.


2. 론도


3. 꽃가게


4. 달과 나무
이보다 더 정갈하고 단아할 수 있을까?


5. 판자집


6. 달과 매화


7. 달밤의 화실


8. 산


9. 우주


그리고 아담한 정원 '희원'


작은 연못엔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 <황금 연꽃>, <황금 목걸이>도 있다.


김환기와 부인 김향안의 책.


누군가 나에게 우리나라에서 가본 미술관중 한 곳을 추천하라면 <호암미술관>이다. 물론 김환기의 작품이 있어서 더 빛났겠지만. 하루종일 머물고 싶은 미술관이다. 아쉬움을 뒤로 한채 밖으로 나오면 소박하고 아름다운 정원 '희원'이 보인다. 정갈한 소나무, 연못에 피어난 분홍빛 연꽃, 이름모를 꽃들, 후두둑 떨어진 매실이 그려낸 풍경 모든 것이 참 좋았다.

  • 페크pek0501
  • 그림도 풍경도 멋집니다. 세실 님의 글은 맛있는 양념...ㅋ
    울컥할 만합니다.^^
  • 2023-07-09 14:29 좋아요  l  좋아요 1
  • 세실
  • 페크님께도 호암미술관 추천드립니다~~
    어느 날 가벼운 여행으로 훌쩍?ㅎㅎ
    늘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 2023-07-11 14:06 좋아요  l  좋아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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