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백지 白紙 (10 +)
숲노래 우리말


알량한 말 바로잡기
백지 白紙


백지에 낙서를 하다 → 흰종이에 끄적이다
백지 답안지 → 하얀 길눈종이 / 텅 빈 종이
음악은 백지다 → 노래는 하나도 모른다 / 노래는 깜깜하다 / 노래는 어둡다
백지로 돌아가서 → 처음으로 돌아가서
백지로 돌리고 싶다 → 처음으로 돌리고 싶다


‘백지(白紙)’는 “1. 닥나무 껍질로 만든 흰빛의 우리나라 종이. ‘흰 종이’로 순화 2. 아무것도 적지 않은 비어 있는 종이. ‘빈 종이’로 순화 3. = 백지상태 4. 어떤 대상이나 일에 대하여 이미 있었던 사실을 없는 것으로 하거나 무효화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백지상태(白紙狀態)’는 따로 사전에 올림말로 나오는데, “1. 종이에 아무것도 쓰지 않은 상태 2. 어떠한 대상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 3. 어떠한 일을 하기 이전의 상태 4. 잡념이나 선입관 따위가 없는 상태 ≒ 백지(白紙)”를 가리킨다고 해요. 곰곰이 따진다면 ‘흰종이·빈종이’나 ‘종이·종이쪽’이라 하면 됩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 낱말책에 ‘흰종이·빈종이’가 올림말로 없어요. 얄궂습니다. 때로는 ‘처음’으로 손보면 되고, ‘깜깜하다·어둡다·캄캄하다’나 ‘거품·물거품’으로 손볼 만합니다. ‘맨끝·맨뒤·맨밑’이나 ‘밑바닥·밑자리·바닥·바닥나다’로 손보고, ‘비다·비우다·없다·없애다’로 손봐요. ‘모르다·낯설다·설다’나 ‘하얗다·파리하다·해쓱하다’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이밖에 낱말책에 한자말 ‘백지’가 네 가지 더 나오는데 모두 털어냅니다. ㅅㄴㄹ




백지(白子) : 바둑돌의 흰 알 ≒ 백(白)
백지(白地) : 1. 농사가 안되어 거두어들일 것이 없는 땅 2. 정해진 근거가 없는 상태
백지(白地) : 아무 턱도 없이
백지(白芷) : [한의학] 구릿대의 뿌리 ≒ 구릿대뿌리·단귀·지(芷)




하얀 백지에다 수없이 직선을 긋는다
→ 하얀종이에다 숱하게 금을 긋는다
→ 빈종이에다 반듯하게 자꾸 긋는다
《이슬처럼》(황선하, 이슬처럼, 창작과비평사, 1988) 73쪽


그것이 백지에 번지며 피어오르는 형상의 기운생동(氣韻生動)
→ 이는 흰종이에 번지며 피어오르는 힘찬 모습
→ 이는 흰종이에 번지며 피어오르는 눈부신 모습
《사람을 그리다》(최정호, 시그마북스, 2009) 591쪽


어설프게 캐서린으로서의 예비지식을 갖고 있는 것보다는, 백지 상태가 차라리 나은 것 아닐까
→ 어설프게 캐서린으로서 미리 알기보다는, 아무것도 없기가 차라리 낫지 않을까
→ 어설프게 캐서린으로서 미리 꾸미기보다는, 아무것도 몰라야 차라리 낫지 않을까
《유리가면 7》(미우치 스즈에/해외단행본팀 옮김, 대원씨아이, 2010) 105쪽


머릿속이 텅 빈 백지 상태라면
→ 머릿속에 텅 비었다면
→ 머릿속에 하얀 종이 같다면
→ 머릿속에 하얗다면
《인도, 사진으로 말하다》(현경미, 도래, 2014) 17쪽


백지 위에 손 그림자 계속해서 춤을 추고 있었다
→ 흰종이에 손 그림자 자꾸 춤을 추었다
→ 하얀 종이에 손 그림자 자꾸 춤을 추었다
《시》(조인선, 삼인, 2016) 78쪽


의도적으로 내 모국어인 한국어를 백지 상태에서부터 쌓아올렸다
→ 일부러 내 겨레말인 우리말을 하얗게 해 둔 채 쌓아올렸다
→ 부러 내 겨레말인 한말을 텅 비워 놓고서 쌓아올렸다
→ 내가 어릴 적부터 쓰던 한말을 일부러 밑바닥부터 쌓아올렸다
《0 이하의 날들》(김사과, 창비, 2016) 148쪽


예의 일이 백지로 돌아갔어요
→ 그때 일이 물거품이에요
→ 그때 일이 없어졌어요
→ 그때 일이 사라졌어요
《러브 인 하우스 1》(타카스카 유에/윤현 옮김, 학산문화사, 2018) 165쪽


아무것도 없는 백지 위에서
→ 아무것도 없는 종이로
→ 빈종이를 펴고
→ 흰종이를 놓고
《변명과 취향》(김영건, 최측의농간, 2019) 92쪽


커리큘럼을 백지 상태에서부터 새롭게 짜야 한다는 점이었고
→ 배움틀을 새롭게 짜야 하고
→ 배움그림을 처음부터 짜야 하고
→ 배움길을 새로 짜야 하고
《중급 한국어》(문지혁, 민음사, 2023) 50쪽


백지와 마주할 때 나는 역광을, 광배(光背)를 얻는다
→ 나는 흰종이와 마주할 때 뒷빛을 얻는다
→ 나는 빈종이와 마주할 때 빛살을 얻는다
《편지의 시대》(장이지, 창비, 2023) 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