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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나는 지독한 열병을 앓았습니다. 용하다는 영신 할매는 어머니가 신 내림을 받아야 한다고 하고 결국 어머니는 내림굿을 받고 신당을 차려 무당이 되었습니다. 그런 집이 싫어서 도망칠 방법을 찾다보니 돈이 필요했습니다. 청나라와의 난리통에 도성도 버리고 임금조차 피난을 가는 상황에서 가난한 무당 딸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다싶이 했습니다. 주머니에 솔방울과 마른 나무가지 하나 꺾어 들고 시구문 주변을 서성이다 억울하게 죽은 이, 가난해서 죽은 이들의 마지막 길을 축원하며 진심일 때도 사기 일때도 좋은 곳으로 가라는 소원을 빌어주고 푼돈을 모아 아버지의 유품인 주머니에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싫어하는 무당의 딸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시구문을 서성이는 열다섯 살 송기련이 나 입니다. 아픈 아버지와 어린 여동생을 보살피는 백주는 친구이면서 나를 위해 주는 유일한 벗입니다.

어느날 개울가 듬성듬성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다 반대쪽에서 걸어오는 동구와 마주쳤고 서로 밀치다 그만 물속에 빠져버렸습니다. 동구의 이마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그 모습을 본 동구의 엄마는 화를 내는데 저만치 낯익은 주머니가 떠내려가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유일한 흔적, 주머니를 건져내려 개울물에 뛰어들었지만 주머니를 건져내지도 못하고 물속에 빨려 들어갑니다. 그런 나를 물에서 건져주고 주머니까지 건져 준 향이와 향이가 모시는 소애 아씨와의 만남은 빨간 댕기만큼이나 인상 깊었습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동화 같은 소설은 그러나 현실만큼이나 벼린 칼날처럼 마음을 난도질 합니다. 기련이 죽음의 곁에 갈 때마다 들리는 풀피리 소리처럼 육신이 사라졌다해도 남은 누군가 기억하는 한 서로 이어져 있음을 배웁니다. 운명이 불행으로 나를 이끌어도 그불행에 포기 하지 않으면 기회는 생깁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진정한 우정과 시구문 밖 세상으로 내몰렸지만 비로소 삶을 찾는 여정의 끝이 기약없이 끝나 참으로 다행인 소설입니다. 짧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 옛이야기 한번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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