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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권력
[돈의 권력]이라는 제목도 그렇고 ‘화폐의 힘이 만들어낸 승자독식의 세계’라는 부제도 그렇고 많은 부분에서 껄끄럽기도 하고 혹하게도 만드는 책이었다. 다만 경제 관련 책을 읽을 때면 전문적 이야기들에서 주눅이 드는 편이라 다소 망설이기도 했지만 이 책이 이야기하는 바가 직시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되어 어렵더라도 읽어보고 싶었다. 본서를 통해 돈의 힘이 나아가는 방향이 어디로 가닿을지 알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저자인 폴 시어드 씨는 약력부터가 주목되는 데 우선 크게 전 S&P글로벌 부회장과 하버드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인 것을 주지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는 이전부터 S&P, 노무라 증권, 리먼 브라더스에서 수석 경제학자로 활동했었으면 무엇보다 가장 주목되는 약력은 그가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의제 위원회에서 재정 및 통화 정책을 위한 새로운 의제를 다루는 위원을 맡고 있고, 외교관계위원회CFR와 브레튼우즈위원회, 뉴욕경제클럽, 외교정책협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모두 하나 같이 NWO의 산하 조직체들이라 음모론에서 이야기하는 조직들이다. 왠지 어떤 방향성의 주장과 이야기를 펼치려는지 읽기 전부터 감이 왔지만 읽고 보니 확인 사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주장들이니 말이다.

물론 나로서는 경제 전문 지식이나 경제학적 사고를 지배적으로 하는 타입의 사람이 아니다 보니 본서의 내용 중 대다수를 겉핥기식으로 읽게 되었지만, 저자의 견해와 입장이 상당히 사회 주도 계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는 건 명백히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돈을 생산했을 때 개인이 100을 획득하면 정부가 그 100만큼의 채무를 개인에게 지는 것이라는 논리 그리고 개인이 그 100을 은행에 입금하면 정부의 100의 채무가 은행의 100의 채무로 이양해 간다는 논리까지는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한 가정일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소득과 불평등을 이야기하며 ‘파이를 나누려는 시도로 인해 결국 파이가 줄어들 수도 있다’라는 발언이나 ‘주주 우선주의 모델보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모델에서 최고 경영진이 더 많은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고, 더 많은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많은 보수를 받아야 한다’라는 발언까지 그의 입장은 대중이나 다수의 입장이 아니었다. 소수가 이익을 창출할 때 세금은 다수가 감당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는 더더욱 그가 지키고 보호하고자 하는 계층이 어디인지 뚜렷이 와닿았다. 초부자들은 정부에게서도 은행에게서도 갑의 위치이며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당한 분배를 고려한다는 건 그들의 부를 훔치려는 행위라고 대응하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저자는 뼛속 깊이 초엘리트층이고 초특권층인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국가의 부채는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갚을 필요가 없이 장부상에 기입만 하다가 상쇄하면 되는 것으로 주장한다. 국가 채무라는 것은 결국 사회 인프라와 제도로 변해 남게 되는 것이라고 그걸 결국 미래 세대가 향유하게 되기 때문에 미래 세대에게서 무언가를 뺏어오거나 짐을 지우는 게 아니라 되려 가치를 생산해 전달하는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전개한다. 정부 파산이나 채무불이행을 겪으며 망국으로 향한 국가들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유딩, 초딩들이나 혹할 논리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저자의 해당 논리와 주장은 아마도 반드시 민주당이 인용하고 볼 거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저자는 세금은 소수의 부유층이 아니라 절대다수인 중산층에게 부담하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 인물이다. 앞서 예를 든 초부자들이 갑이라는 식의 예찬과 초부자들의 파이를 뺏으려 하지 마라는 경고와 함께 니네 빚 그거 빚 아니니까 걱정 붙들어 매라라는 기만까지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한국어 부제 ‘화폐의 힘이 만들어낸 승자독식의 세계’라는 제목이 승자독식 문화에 대한 조롱이기를 바랬는데 진짜로 독식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일런지는 짐작 못 해서 사뭇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을 포식자와 비포식자로 나누려는 시도를 한다면 대부분은 포식자가 되어 살고 싶어할 시대라는 생각이 드니 어느 부분 이해와 수긍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 원서의 부제인 ‘정부와 은행은 어떻게 화폐를 창출하고 우리 모두를 번영하게 하는가’라는 제목에 걸맞게도 화폐의 탄생부터 정부와 중앙은행의 역할과 기능을 거쳐 암호화폐와 CBDC의 등장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들을 남다른 색으로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기도 하다. 아마도 경제학적 시야를 갖추신 분들께서는 더 나은 시각으로 폭넓은 리뷰를 담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본서 원제의 부제를 먼저 알았다면 다른 감상을 남기는 독서가 되었을 것 같기도 한데 한국어 제목에 권력이란 말에 꽂혀서 알력 관계에 주목하는 독서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각도에서 이 책에 대한 접근을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독서의 이면에서 이런 시야도 가질 수 있구나 하고 재밌어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되어 부끄러운 리뷰이지만 남겨보려 한다.



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남기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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