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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문연화루 그 첫 번째
이층자리 목조 누각으로, 전체가 나무이며, 화려하고 정교한 연꽃과 구름 문양이 사방에 조각되어 있는 길상문연화루. 수레에 얹어 이동할 수 있는 '집'인데, 요즘식으로 말하면 캠핑카 정도가 되겠다. 이런 집에 사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 집의 주인은 바로 죽은 사람 둘을 살렸다고 신의로 이름 난 이연화였으며, 그의 이력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스승이 누구인지, 무공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나이는 몇 인지 아는 사람이 없는 그야말로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그는 6년 전에 나타나 결투에서 중상을 입고 죽은 호수궁경 시문절을 되살렸고, 절벽에서 추락해 전신이 골절되어 죽은 철소대협 하란철을 살려냈다. 이 두 가지 일로 인해 그는 강호의 전설이 되었다.


작은 마을인 병산진에 이 '길상문연화루'가 나타나자, 학행표행의 우두머리인 정운학은 이연화를 찾아왔다. '푸른 창의 살인귀'의 시작이었다. 무공도 모르고 몸도 약한 이연화는 소면객잔에서 있었던 일을 듣게 된다. 학행표행이 운송하던 궤짝 안에서 무림 옥성 성주의 딸인 옥추상의 시체가 나왔고, 그로 인해 화가 난 옥성 성주인 옥목람이 옥추상의 호위 무사들에게 모조리 자결을 명했으며 궤짝을 운송하던 학행표행 사람들을 죄다 죽여버리라고 했다고 한다. 정운학은 영문도 모르고 벌어진 일 때문에 일단 살고자 이연화를 찾아 온 것이다.


이 일은 삐쩍 마른 서생 같은 대공자 방다병과 함께 해결하게 된다. 옥성으로 간 그들은 옥추상을 살리러 왔다고 하면서 함께 조사를 시작하는데... 가족이라는 말이 얼마나 헛되고 헛된 지 참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물론 이 사건으로 이연화는 더더욱 전설적인 인물이 되어버리고 만다. 사람들에게 잊히고 싶은 그의 바람은 달리 말이다.


십 년 전 상이태검 이상이는 사고문을 세웠고, 천하에 이름을 날렸으며, 사교인 금원맹 맹주 적비성과의 결전에서 실종되고 말았는데, 이후 사고문은 해체되었으나 사고문이 설치한 형당인 '불피백석'(백천원)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기한불, 운피구, 백강순(백아), 석수로 이루어진 이 조직은 강호의 경찰 노릇을 하고 있는데, 십 년 전 금원맹을 소탕하면서 적들을 가둔 감옥이 무려 188개나 되었다.


두 번째 사건인 '일품분'은 전대 황제인 희성제의 황릉으로 비밀을 간직한 곳이었다. 무림에서 이름을 떨치던 사람들이 상체는 바짝 마르고 하체는 퉁퉁 부은 시체로 발견되자 관과 백천원이 함께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역시 이연화는 특유의 기민함으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와해되었다 생각했던 금원맹은 끈질겼고, 사건들은 각각인 듯 보이지만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파사보가 나타났다. 파사보는 미종보법 가운데 으뜸으로 사고문 문주 이상이만이 구사하는 무공이었다. 하지만 볼 수 있다면 그것은 파사보가 아닌 것을...


세 번째 사건은 혼례복 살인 사건으로, 이 사건에서 이연화는 곱고 화려한 혼례복을 입어보게 된다. 채련장이라는 장원에는 연꽃들이 만발하여 많은 사람들을 유혹하는 곳이었는데, 삼십 년 동안 세 명의 부인들이 죽어나갔다. 그들은 하나같이 혼례복을 입고 죽었는데, 그 죽음이 참으로 기이하였다. 그리고 우리 이연화는 또 멋지게 이 사건을 해결한다. 연꽃은 아름다우나 그 꽃을 보는 이들은 모두 제각각이라 억울하게 죽은 이만 불쌍하여라...


네 번째 이야기는 보도사와 관련 있는 사건이다. 보도사 주지 스님인 무료 스님은 이연화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연화가 사고문 문주 이상이였다는 사실도, 이상이의 삼경이 상하여 치료하지 않으면 조만간 미치광이가 되어버린다는 사실도 말이다. 하지만 무료 스님은 이연화를 설득하지 못하고, 도리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불이 나고, 백천원과 보도사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하통로에는 기름에 튀겨진 사체가 발견되고, 이연화와 불피백석이라는 인연들이 만나게 된다.


십 년 전 벽차지독은 너무나 참혹했고, 사고문 사형제들은 함정에 빠졌고, 이상이는 홀로 악전고투 끝에 실종되었다. 결국 이 모든 사건들은 인연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끊임없이 비질을 하는 이연화는 공력이 흩어져 더 이상 진력으로 먼지를 떨어내지 못하고, 오는 비를 그저 맞아야만 하는 평범한 사람이 되었고, 금원맹의 배의 잔해로 만든 길상문연화루는 그저 그 날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연인이었던 교완만의 결혼은 이상이의 인연을 하나 더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가 우스개소리처럼 하는 "내 아내는 재가했어"란 말은 사실 허튼소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연화가 하는 수많은 허튼소리들은 정말 허튼소리 같지만 사실 늘 진실한 말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과연 이연화는 미치기 전에 벽차지독을 해독하고 공력을 되찾아 이상이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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