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나, 마들렌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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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인공 자궁 이식수술 실험 참여자 구인 공고를 보고 수진은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 그녀의 바람이었던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니 이 수술이 성공한다면 앞으로 많은 김수진들이 엄마가 될 기회가 생긴다.


좀비 아포칼립스, 모성 이데올로기, 둘로 쪼개진 또 다른 나, 공포와 판타지, 현실을 넘나드는 7편의 단편들은 매력적이기도 조금은 심심하기도 했다. 늘 그렇듯 단편은 호불호가 갈린다. 이 중 인공 자궁 수술을 앞둔 트랜스젠더 이야기인 <김수진의 경우>와 어느 날 갑자기 자기 복제된 <나, 나, 마들렌>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 두 작품이 장편소설로 나온다면 무척 반가울 거 같다. 소재들은 그전에 많이 봐왔지만 같은 소재라도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독자를 몰입하게 만드는지는 작가의 역량인 거 같다. 그러고 보면 작가들의 상상과 창작은 정말 놀랍다.


그동안 박서련 작가의 소설을 읽어온 독자라면 그녀만의 서사에 다시 한번 빠질지도 모른다. 일단 난 2편으로 만족하는 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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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상담소 - 뇌과학과 정신의학을 통해 예민함을 나만의 능력으로
전홍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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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우 예민한' 사람일까?

자신이 매우 예민한 사람인지 스스로 평가하는 질문지를 통해 나의 예민성을 진단해 봤다.

1.   배우자(친구)가 한 사소한 말에도 쉽게 화가 난다.

2.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답답하다.

3.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지 항상 걱정한다.

4.   다른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한다.

5.   먼 미래의 일까지 미리 걱정한다.

6.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된다.

7.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


총 28문항 중에서(나머지는 피드에서 확인) "예"가 13개 이상이면 "매우 예민한 사람'이라고 한다. 나름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예'가 2개 라니 ... 그렇다고 둔한 사람은 아니겠지.


타인의 눈을 못 맞추는 시선 공포증, 남편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발생한 무기력증, 데이트 폭력의 기억으로 손주에게 집착하는 할머니, 20대에 발견한 자폐 스펙트럼, 자면서 소리를 지르고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는 남자, 자신을 비난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 등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불안편, 우울편, 분노편, 트라우마편으로 소개한다. 그렇게 41가지 상담 사례를 살펴보며 뇌과학 정신과학적으로 그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법을 제시한다.


요즘은 대인관계를 충분히 경험해 보지 못하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급기야 외면의 단계를 넘어 자기만의 공간으로 숨어드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코로나 시대를 거친 우리 아이들은 그 정도가 더 심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는데 소개된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 어린 시절의 예민성이 강박증, 결벽증, 분노조절 장애, 불안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가 평생에 걸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하지만 우리 뇌는 현재의 좋은 기억을 통해 과거를 극복하는 새로운 신경망의 형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과거의 아픈 기억에 좌절하지 말고 내가 편안하고 안전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맺고 전문가의 상담과 치료를 통해 일상의 불안도를 낮출 수 있다.


예민한 성격이 다소 불안정해 보일 수 있지만 예민한 사람들은 남들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을 듣기 때문에 '아이디어 뱅크'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섬세하고 꼼꼼한 면 때문에 전문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며 성공하는 사례도 많다. 예민함을 불편함이 아닌 나만의 장점으로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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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밝은 검정으로 - 타투로 새긴 삶의 빛과 그림자
류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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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국내 첫 타투 사진집으로 억압으로 탈출하기 위해,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위해, 간직하고 싶은 기억을 새기기 위해, 규범적 아름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인, 래퍼, 배우, 사진가 등 창작자 10인의 내밀한 목소리를 기록하고 있다. 그들에게 몸은 세상과 부딪힌 경험이자 살아온 역사였다. 때론 그 몸이 자신을 억압하기도 했고 그런 자신의 몸을 해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그 몸은 타투를 통해 자유를 얻었고 좀 더 자신의 몸을 아끼게 됐다.


별다른 의미 없이 시작한 타투도 있었지만 동생의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왕따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안증과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타투들도 있었다. 타투는 일종의 장식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는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부적이었고 삶을 살아내기 위한 수단이었다. 한번 새기면 절대 지워지지 않는 흉터이기에 이젠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지만 그들은 앞으로도 남아있는 몸의 공간을 타투로 채워나가려 한다.


타투를 단순히 패션으로 여겼던 나에게 신선한 책이었다. 여성성을 강조하는 사회에 대한 저항을 좀 더 담아내서인지 여성 창작자들의 이야기만 담겨있어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 사진집은 좀 더 다양한 성과 다양한 세대의 목소리를 담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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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 - 세상에서 가장 불가사의하고 매혹적인 폐허 40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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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경관으로 사람들로 북적였던 관광지와 각종 질병과 범죄로부터 고립됐던 건물들이 현재 그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폐허의 공간으로 변해버린 역사 속으로 안내한다. 열차들의 무덤이 된 소금사막 우유니, 조상의 고향인 될러스하임을 없애려 했던 히틀러, 언덕 꼭대기의 유령마을이 돼버린 이탈리아 크라코, 높은 성벽에 둘러싸여 그 누구도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못했던 볼테라 정신병원, 부러진 팔다리의 모형들이 섬뜩하게 흩어져 있는 카멜롯 테마파크, 광산 폐쇄 이후 모두가 떠나버린 스웨덴의 그렌게스베리, 죄수들의 섬이 돼버린 앨커트래즈 등 한때 번영을 누렸지만 지금은 쓸모 없어진 장소를 찾아간다.


그곳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인간의 어리석음과 오만, 편견과 혐오 등 온갖 흑역사가 새겨져있었다. 특히 원래 빈민을 위한 자선 병원이었던 볼테라 병원이 정신이상자를 감금하는 시설로 바뀌면서 잔인할 정도로 비인간적인 치료법으로 수많은 환자들을 실험하고 희생시켰던 역사는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병원은 1978년 폐쇄됐지만 건물 내부는 여전히 환자들의 공포와 비명으로 가득 찬 듯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다.


이 책의 버려진 장소들을 알아가다 보니 우리나라의 버려진 장소도 찾아가고 싶어진다.


1979년, 환자 42명의 집단 자살과 병원장의 실종 이후, 버려진 곤지암 정신병원. 그곳에 7명의 공포체험단이 카메라를 들고 들어선다. 그리고 소름 끼치게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며 한 명씩 실종되는데... 가지 말라는 곳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3대 흉가 중 하나인 곤지암 정신병원은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과 함께 공포의 건물로 악명을 떨쳤다. 급기야 페이크 다큐영화 <곤지암>이 개봉되면서 더욱 화제가 됐는데, 그 일로 건물주와 주민들의 고통이 상당했다고 한다. 결국 건물은 철거되고 현재 부지는 공터로 남아있다. 그리고 부지 뒷산 일대에는 쿠팡 곤지암 물리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왠지 밤이면 무서울 거 같아 ㅜㅜ)


‘가지 말라는 곳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하니 찾아가지 않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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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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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필수 노동 가운데는 '도덕적으로 문제 있다'라고 여겨져 더욱 은밀한 곳으로 숨어든 노동이 있다. 저자는 그중 폭력으로 얼룩진 정신 병동의 교도관, 표적 살인을 수행하는 암살 드론 조종사, 정육 공장에서 도축하는 미등록 이민자, 죽음의 위협에 서있는 시추선 노동자를 인터뷰하며 미국 사회를 떠받치는 잔인한 산업 구조를 고발한다.


교도소 내 정신과 치료 시설인 '전환치료병동'에는 교도관들로 인한 끔찍한 학대와 폭행이 저질러지고 있었다. 하지만 재소자들이 정신이 온전치 않다는 이유로 사실은 허구가 되고 목격자인 직원들은 해고를 두려워해 침묵해야 했다. "내가 그러면 안 됐는데." 전환치료병동에서 근무했던 한 교도관은 지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후회한다. 하지만 교도소 내 정신질환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거에 비해 훈련•급여•인력 증원•교화 과정에 쓰이는 돈은 그대로였다. 그 시스템에서 재소자를 관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고 교도관들은 점점 강압적으로 통제하다 결국 아무렇지 않게 폭력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리자들은 그것을 묵인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을 바랐는지도 모른다.


국민을 대신해 국가가 위임한 또 다른 '그림자 노동'에는 버튼 하나로 테러를 막을 수 있다는 드론 조종사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다. 그것이 과연 테러를 막기 위한 것인지 대량학살이 목적인지 불분명한 드론 조종사들의 임무는 결국 그들에게 불안증과 불면증, 과도한 회한과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만들며 늘 자살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더럽고 추악하고 비도덕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손가락질 받는 더티 워크. 하지만 '선량한 사람'이라 말하는 그들은 누군가가 그 일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자신들이 테러로부터 안전해지고 좀 더 저렴하고 편안한 식생활을 누릴 수 있으며 값싼 기름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그런 생활을 누리면서도 그들과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있길 원한다. 교도소는 주로 시골에 정육 공장과 시추선은 '저항성이 가장 낮은 사람'이 많이 사는 곳에 들어선다. 그렇게 낙인찍힌 산업과 시설은 빈곤한 지역과 소수인종이 많이 사는 고립된 지역에 집중되고 빈곤한 사람들과 이주 노동자들이 그 일을 대신하고 있었다.


자본주의와 소비자의 과도한 이윤 추구와 대중의 무관심은 비인간적인 더티 워크와 노동의 불평등을 더욱 양상 시키고 있었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회로부터 대중으로부터 격리된 더티 워크를 그림자 노동이 아닌 양지로 끌어와 그 문제점을 파악하고 논의를 통해 적극 개선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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