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이노, <세이노의 가르침>


공부를 많이 한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공통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공부를 많이 하였으므로 돈을 많이 벌고 잘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절대로 갖지 말라. 이 세상에는 당신보다 가방끈이 더 긴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게다가 당신이 갖고 있는 면허증이나 자격증을 똑같이 갖고 있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당신의 경쟁자들은 비자격자들이 아니라 바로 당신과 똑같은 자격증이나 면허증을 가진 사람들이다.(111쪽)


나 역시 그 어떤 자격증도 크게 믿지는 않는다. 직원이 어떤 자격증을 자기고 있다고 하여도 그저 참고만 할 뿐이지, 그 실력을 크게 인정해 주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어차피 대부분의 자격증은 보통 사람들보다 이론을 조금 더 안다는 의미일 뿐 실무를 더 잘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격증에 지나치게 매달린다. 자격증을 소유함으로써 더 많은 대가를 받는 게 가능한 직종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격증 소지자가 많다는 것은 결국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며, 정작 기업에서 필요한 사람은 실무에 밝고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난 사람들임을 잊지 말라. 입사할 때 유리하게 작용하는 자격증이 있기야 하지만 실무 수행 능력이 받쳐 주지 않는 한 곧 잊히고 말 것이다.(107쪽)


자격증은 당신을 봉급생활의 쳇바퀴 속에 던져 넣어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으며 당신이 이 세상에서 운신할 공간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과거에 무엇을 하였고 학교에서 무슨 공부를 하였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한다면 의식적으로 부동산 중개업 방향으로만 기회를 잡으려고 할 것이다. 이것은 다른 방향으로 나갈 기회를 당신 스스로 버리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106쪽)


⇨ 자격증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으로 함부로 자격증을 따 놓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있음을 경고하는 글이다. 예를 들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 놓으면 부동산 중개업 방향으로만 기회를 잡으려고 함으로써 다른 방향으로 나갈 기회를 잃게 된다고 한다. 그러므로 자격증을 따려고 결정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하겠다.  




2.













<2023 제4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우수작 : 서성란, ‘내가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때’(170~192쪽)


연희가 쓴 희곡의 스토리와 주제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일곱 살에 미국으로 입양되고 파양과 재입양 과정을 겪었던 아이는 서른일곱 살이 되던 해 겨울, 주정부의 추방 명령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연희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보내지고 돌아와야 했던 존 터너의 사연에 주목했다. 미국 시민권을 얻지 못한 채 살았던 존은 폭력과 절도 등의 전과 때문에 추방당했다. 한국말을 모르고 돈이 없었던 그는 이태원 거리를 부랑아처럼 떠돌다가 행인과 시비가 붙어 경찰에 체포됐다. 십 대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조현병 약을 먹지 않으면 자신을 제어하기 어려웠던 존은 경찰에 의해 정신병원으로 넘겨졌다.(175쪽)


한국 입양 기관은 그가 해외 입양인이고 추방당해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일 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뒤에야 파악할 수 있었다. 입양 기관에서 마련해 준 시설에 입소해 지내는 동안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인 사람들과 크고 작은 갈등을 겪었다. 존은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지 않았고 한국에서 살아 보겠다는 의지가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이 년이 지난 어느 날 그는 십층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서 바닥으로 뛰어내렸다.(175쪽) 


⇨ 존 터너의 사연에 주목하여 연희가 희곡을 썼다. 연희는 혜순의 딸이다. 독자는 읽어 가는 도중 혜순이 그 사연과 무관하지 않은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혜순이 아이를 버린 적이 있는지 아니면 혜순이 버려진 아이였는지 궁금해 하며 읽을 수 있다는 게 이 소설의 강점이다. 그래서 독자가 읽기를 멈출 수 없도록 만들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지루해서 읽기 어려운 소설이 얼마나 많은가. 


“고아들을 수출해서 돈을 벌어들인 나라”(178쪽)라는 점과 해외입양 문제가 한국 사회의 과제로 남아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는 좋은 소설이다. 




3.












알베르 카뮈, <페스트>


신문들은 외출 금지령을 갱신하고 위반자들을 투옥하겠다는 시행령을 계속해서 보도했다. 시내에 순찰병들이 돌아다녔다. 황량하고 이글대는 거리에서, 포장도로를 밟는 말발굽 소리로 먼저 예고된 기마 경비병들이 줄을 지어 닫힌 창문들 사이로 지나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순찰대가 지나가고 나면 위협받고 있는 도시 위로 육중하고 경계하는 듯한 침묵이 다시 내리눌렀다. 새로운 명령에 의해, 벼룩을 퍼뜨렸을지도 모르는 개와 고양이를 죽이는 임무를 띤 특별 전담조의 발포 소리가 멀리서 이따금씩 들려왔다. 그 둔탁한 폭발음은 우리 시를 경계 태세 분위기로 몰아넣는 데 일조했다.(114쪽)


⇨ 그 당시는 개와 고양이가 반려동물이 아니라서 죽이는 게 가능했던 것 같다. 요즘은 반려동물이자 가족인 개나 고양이를 죽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동물을 죽일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우월 의식에 빠져 있기 때문인데 이는 버려야 마땅하다. 



세계 속의 악은 거의 항상 무지에서 비롯되고, 또 무식한 선의는 악의만큼이나 많은 피해를 입힐 수가 있다. 사람들은 악하다기보다는 선하다. 사실 문제는 이것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무지는 더하기도 덜하기도 하며, 바로 이것이 미덕 또는 악덕이라 불리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가장 절망적인 악덕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고서 누군가를 죽일 권리를 자신에게 인정하는 무지의 악덕이다. 살인자의 영혼은 맹목적이며, 분명 가능한 통찰력 없이는 참된 호의도 아름다운 사랑도 없을 것이다.(133쪽)


⇨ 카뮈의 시각이 잘 드러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가장 절망적인 악덕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고서 누군가를 죽일 권리를 자신에게 인정하는 무지의 악덕이다.’ 이 부분을 읽으니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가 떠오른다. 히틀러는 수많은 유태인들을 살상했다. 옳지 못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최고 권력자가 되어 그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되는 세상이 되면 그 세상이 어떻게 되는지 역사가 증명해 준다.  



다시 한 번 정확히 이런 이유로 영웅다운 면모라곤 전혀 없는 그랑은 이제 보건대에서 일종의 서기 역할을 맡고 있었다. 타루가 편성한 일부 조는 사실 과밀 지역에서 예방 보조 작업에 투입되었다. 그들은 그곳에 필요한 위생을 갖춰 주려고 노력했고, 소독반이 다녀가지 못한 헛간과 지하실의 수를 세었다. 다른 일부의 조는 의사들의 왕진을 보조했고, 페스트 환자의 이송을 맡았으며, 나중에는 기술직원이 없어서 심지어 환자와 사망자용 차량을 운전하기도 했다. 이 모든 일에는 등록이나 통계 작업이 필요했는데, 그랑이 그것을 하겠다며 나섰다.(135~136쪽)

 

서술자는 이런 관점에서 그랑이 리외나 타루 이상으로 보건위생대에 활기를 불어넣은 조용한 미덕의 실재적 대표자였다고 평가한다.(136쪽) 


⇨ 이 책을 쓰는 필자는 자원봉사를 하는 그랑이야말로 영웅적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그랑은 앞에 나서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서 보조 역할을 묵묵히 해 나가는 사람이다. 


코로나19 시대를 살아야 했던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3키로에 달하는 전신 방호복을 입고 온몸이 땀에 젖으며 일하던 간호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영웅이었다는 것을. 그들의 힘든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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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6-12 17: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이노의 가르침 지금은 거의 읽지 않고 있지만 읽고 있으면 속이 후련한데가 있어요. 그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격증을 따려고 하는 거 보면 뭔가 불안하고 공허한 인간의 마음을 공략하는 거겠지 싶기도 하고요.

일상을 회복한 요즘 우리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게 꿈꾸고 깨어난 느낌이 들기도 해요.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고. ㅎ

페크pek0501 2023-06-12 17:40   좋아요 2 | URL
속이 후련질 때가 있는 것 맞습니다. 조심스럽게 글을 쓰는 게 아니라 확 질러 버려서 후련해져요.ㅋㅋ
아무래도 노느니 자격증이라도 따 놓자고 생각하게 될 텐데 세이노 님의 일침은 새겨들을 만한 것 같아요.
자격증으로 인해 평생 일할 직장이 정해지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몇 년에 한 번씩 생길 거라고 하는데 모를 일이죠.
저는 딸이 꼬셔서 찜질방 갈 준비하고 나갑니다. 이 더운 날 웬 찜질방!! 몇 번 거절해서 오늘은 가 줘야 할 듯.ㅋ

stella.K 2023-06-12 19:42   좋아요 2 | URL
아, 벽지 바꾸셨네요.
아까는 스맛폰으로 본지라 몰랐어요.
시원해 보입니다.^^

페크pek0501 2023-06-12 23:07   좋아요 1 | URL
여름이라 벽지를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으로 하고 싶었는데 마침 제주도에 갔을 때 찍은 놓은 수영장 사진이 있더라고요. 활용했슴다. 시원해 보이셨다면 벽지 선택 성공, 이네요. 하하~~

서니데이 2023-06-13 06: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 아직도 일일확진자가 적지 않은데 뉴스에 적게 나오면서 이전만큼 관심있게 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여름이 되니 조금 걱정이네요. 페크님 사진이 예뻐요. 잘 읽었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

페크pek0501 2023-06-13 11:15   좋아요 2 | URL
코로나가 끝난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의료진들과 그 관계자들은 아직도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는 일과 방역에 힘쓰고 있지요. 영웅들입니다.
폭염이 시작되면 사람들이 거의 마스크를 벗게 될 것 같아 전파가 걱정이 되긴 해요.
서니데이 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3-06-13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셰도 보라색처럼 얇게 날씬하게 그려진 보라조명이 너무나 매혹적입니다

페크pek0501 2023-06-13 11:23   좋아요 1 | URL
며칠 전, 용산가족공원에 바람 쐬러 갔다가 찍은 사진이에요.
둘째애가 먼저 가 보고 좋다며 우리가족을 끌고 갔어요. 좋은 풍경이 많았는데 밤이라 푸른 나무들을 찍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얄라 님의 표현이 좋습니다.

프레이야 2023-06-13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멋집니다.
새삼 페스트를 다시 한 번 읽어야지 싶네요.
자격증 따는 것에 대한 저런 관점도 있군요
자격증 없는 저는 위안이 된달까요 ^^

페크pek0501 2023-06-15 17:16   좋아요 0 | URL
사진, 요즘 폰 기능이 좋아져 덕을 봅니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잘 나와요.
페스트는 재독한 것인데 코로라19를 겪어서겠지요, 공감이 가서 읽기가 수월했어요. 좋은 책은 두 번 읽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자격증을 따서 저도 자격증과 관련된 일을 14년이나 했었죠.ㅋㅋ
요즘 저녁엔 덥지 않아 저녁마다 산책합니다. 프레이야 님, 좋은 저녁 보내세요.^^

프레이야 2023-06-15 17:28   좋아요 1 | URL
앗 잊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저도 자격증 따서 10년 관련일을 했었네요. 결국 책과 글과 동떨어지지 않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자격증 안 따고 게으른 자들의 변명에 힘이 되는 글이군요 ㅎㅎ 울제부는 인생 후반전에 쓰일지도 모를 자격증들에 도전 중이고 이미 몇 가지나 땄구요. 부지런하네요 직장도 다니면서 말이죠. 오늘은 날이 조금 시원해요. 저녁이 다가오네요 어느새. 산책 잘 다녀오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3-06-15 17:32   좋아요 0 | URL
자격증.. 그러셨군요.
이 책을 읽고 함부로 자격증을 따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어요.ㅋㅋ
아무래도 취직하기 어려울 때 자격증이 있으면 우대해 준다는 쪽으로 마음이 가게 마련이죠.
요즘 저녁 산책 후 샤워하는 재미로 삽니다.^^

모나리자 2023-06-13 1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스트> 내용을 읽다보니 생각이 많아지네요. 과학 문명이 발달했어도 전염병 바이러스를 퇴치하지 못한다는 것...
코로나는 아직 완결하지 못한채로 정말 이 시기에 배운 교훈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겠어요.^^

페크pek0501 2023-06-15 17:18   좋아요 1 | URL
오히려 과학 문명이 발달할수록 새로운 감염병이 생기는 건 아이러니죠.
예. 아직도 의료진들은 코로나 환자들과 함께 보내죠. 잊지 말아야 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3-06-13 2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간은 모든 걸 파괴한다고
하던데...

말씀해 주신 대로, 지난 천일
동안 수고하신 노고들에 대한
기억만큼은 시간이 부수지 않
았으면 합니다.

페크pek0501 2023-06-15 17:20   좋아요 0 | URL
깊은 사유의 말씀을 새겨 듣겠습니다.
시간은 모든 것을 파괴할지라도 애쓰신 분들의 노고는 시간과 함께 파괴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맛있는 저녁 드십시오.^^

서니데이 2023-06-16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동산중개사는 자격증 소지자가 많지만, 그중 개업자가 많지 않다고 해요.
자격증으로 개업하지 않아도 그 분야에 대해 잘 알면 좋은 점도 많겠지요.
전문자격증 중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건 기회비용이 조금 큽니다.
페크님,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6-19 12:12   좋아요 1 | URL
뭐든 알아 두면 좋지요. 집 살 때 사기 당할 일도 없고,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줄 수도 있고요.
자격증은 나중에 노후대책용으로 놔 둬도 뿌듯할 듯요.

저는 지금 선풍기를 애용하고 있어요. 노트북과 스탠드에서 열이 나는지 글 쓸 때면 더 더운 것 같아요.
그래도 아직은 저녁 산책을 할 만한 날씨예요. 즐거운 한 주 시작하십시오.^^

감은빛 2023-06-19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자격증을 정말 많이 갖고 있는 분이 계세요.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직업을 한 5개 정도 가진 분인데, 재주가 정말 많은 분이지요.
그 분이 가진 자격증 중에서 전혀 활용하지 않는 것들도 있더라구요.
그런데 자세히 대화를 나누다보면 자격증을 가졌다고 해서 그 일에 대해 정말 잘 아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수박 겉핥기 식으로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내용들도 있더라구요.

2. 고아 수출국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것 같아요.
일부러 정보를 조작해가며 아이들을 해외로 보낸 정황들이 뒤늦게 많이 발견되었다고 들었어요.
이런 과거를 제대로 밝히고 처벌할 수 있어야 정상적인 사회일텐데요.

3. 군대에 있을 때 이런 말들을 자주 했었죠.
내가 만날 수 있는 최악의 상관은 멍청한데 부지런하고 선한 사람이다.
내가 만날 수 있는 최상의 상관은 똑똑한데 게으르고 악한 사람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깨달은 것 중에 하나는 보통 자신이 선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악행을 행하더라구요. 반대로 자신이 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런 자신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러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였어요.

페크pek0501 2023-06-20 12:43   좋아요 0 | URL
1번에 동의합니다. 저도 자격증을 두 개 갖고 있는데 그 분야를 잘 아는 건 아닌지라...ㅋ
자격증을 따고도 따로 더 공부를 해야 합니다.
2번.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으나 고아 수출국이란 불명예스러운 별칭이 붙는 건 선진국답지 않은 일이죠.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3번의 댓글을 보니 통찰력이 뛰어나신 것 같군요. 기억해 두겠습니다. 저를 배우게 하는 좋은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2023 제4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대상 수상작 : 최진영, 홈 스위트 홈(13~38쪽)



몇 년 전부터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지 않았다. 내가 소설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인지 몰라도 해마다 나온 작품집이 나의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번에 대상 수상작인 ‘홈 스위트 홈’을 읽고 나서는 흡족했다.(함께 실린 다른 작품도 읽어 봐야 알겠지만 일단 수상작이 수작이라 흡족했다.) 이 정도라면 책을 구매해 읽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매년 구매해 읽는다. 다 읽었다며 이 책을 내게 주었다.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홈 스위트 홈’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어진’이라는 남자와 동거를 하고 있는 40대 여자인 ‘나’는 말기 암 진단을 받는다. 수술과 항암 치료 종료 후 두 번이나 재발된다. 의사는 3차 재발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나’는 시골의 폐가를 고쳐서 살겠다며 집을 수리하기 위해 공사를 한다. 암의 3차 재발 가능성이 있는데도 병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새로운 삶을 계획한 것이다. 공사는 무사히 끝난다. 이삿짐을 옮길 일만 남았다.



‘홈 스위트 홈’에서 기억하고 싶은 글을 뽑아 옮겨 놓는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쓸 거야. 자연스럽게 떠날 수 있도록 두라는 뜻이야. 내 몸에 어떤 튜브도 넣지 말고 나를 살리겠다고 나의 가슴을 짓누르지도 말란 뜻이야. 엄마, 잘 기억해. 나는 꼭 작별 인사를 남길 거야. 마지막으로 내가 한숨을 쉬면 그건 사랑한다는 뜻이야. 비명을 지르면 그건 사랑한다는 뜻이야. 간신히 내뱉는 그 어떤 단어든 사랑한다는 뜻일 거야. 듣지 못해도 괜찮아. 나는 사랑을 여기 두고 떠날 거야. 같은 말을 어진에게도 했다.(34쪽)  


⇨ “마지막으로 내가 한숨을 쉬면 그건 사랑한다는 뜻이야. 비명을 지르면 그건 사랑한다는 뜻이야. 간신히 내뱉는 그 어떤 단어든 사랑한다는 뜻일 거야.” 이런 멋진 말을 생각해 내다니....



사랑을 두고 갈 수 있어서 나는 정말 자유로울 거야. 사랑은 때로 무거웠어. 그건 나를 지치게 했지. 사랑은 나를 치사하게 만들고, 하찮게 만들고, 세상 가장 초라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했어. 하지만 대부분 날들에 나를 살아 있게 했어. 살고 싶게 했지. 어진아, 잘 기억해. 나는 이곳에 그 마음을 두고 가볍게 떠날 거야.(34~35쪽) 


⇨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쓸 것이고, 사랑을 여기 두고 떠날 것이라는 말에서 죽음을 대하는 화자의 자약한 태도를 읽을 수 있다. 멋지다. 



공사를 도우며 집 안 곳곳에서 여러 물건을 주웠다. 플라스틱 헤어핀, 문구사 앞 뽑기 기계에서 뽑았을 듯한 통통 튀는 고무공, 닳은 지우개, 몽당연필, 발목에 앵두 자수가 있는 양말 한 짝, 노란 슬리퍼 한 짝, 스누피가 그려진 볼펜, 빨간색 레고 블록, 유리구슬, 티스푼, 손뜨개 인형, 열쇠고리, 베이지색 단추……. 그런 것을 발견하면 흙을 털어 내고 물로 깨끗이 씻어 작은 바구니에 모아 두었다. 누군가 그것을 찾으러 올지도 모르니까. 실례지만 혹시 이곳에서 손잡이에 꽃 모양 장식이 있는 티스푼을 보지 못했습니까. 하늘색 고무공을 찾지 못했습니까. 오래전 이곳에 살 때 잃어버린 것이 있습니다. 네잎클로버 모양의 열쇠고리인데요, 제가 지금에야 그것을 찾는 이유는 …….(36~37쪽)



과거에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고 그것을 찾기 위해 멀리까지 찾아와 대문을 두드리는 사람을 상상하면 행복했다. 그들이 찾는 것을 기적처럼 꺼내어 건네주는 상상은 천국 같았다.(37쪽)



또한 나의 천국은 다음과 같은 것. 여름날 땀 흘린 뒤 시원한 찬물 샤워. 겨울날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바라보는 밤하늘. 잠에서 깨었을 때 당신과 맞잡은 손. 마주 보는 눈동자. 같은 곳을 향하는 미소. 다정한 침묵. 책 속의 고독. 비 오는 날 빗소리. 눈 오는 날의 적막. 안개 짙은 날의 음악. 햇살. 노을. 바람. 산책. 앞서 걷는 당신의 뒷모습. 물이 참 달다고 말하는 당신. 실없이 웃는 당신. 나의 천국은 이곳에 있고 그 또한 내가 두고 갈 것.(37쪽)


⇨ 한 편의 시 같다. 



엄마는 여전히 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죽음은 이해의 문제가 아니니까. 미래를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나는 이제 미래를 기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눈앞에 내가 기억하는 미래가 나타났으므로.(38쪽)


⇨ 인간은 과거를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미래를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그러나 화자는 자신이 기억한 대로 살게 되었으니 미래를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미래를 기억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기 예상이 적중했던 경험. “그럴 줄 알았지.”라고 말했던 경험.



아름다운 단편을 읽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집에 대한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다. 나는 말기 암 환자의 사색을 전개한 것으로 읽었다. 이 소설이 나의 흥미를 끈 이유는 병과 죽음에 대해 의연한 자세를 갖는 사람을, 어떠한 난관에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을 내가 우러러보기 때문이리라. 마치 죽음을 앞둔 이들이라면 이런 마음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을 제시한 소설 같았다. 이미 일어난 과거 일에 얽매이기보다 현재와 미래에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화자의 모습이 바람직해 보인다. 행복하게 살다 보면 병이 회복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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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6-03 2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상문학상 매니아시군요!
저는 언제 봤는지 모르겠습니다.ㅠ
최윤의 회색 눈사람인가? 잘 기억도 안 나네요.
그거 이후로 읽은 기억이 없네요. ㅎㅎ
올핸 최진영이 탓군요. 보통 가을에 발표하지 않나요? 아닌가...
울나라 작가들 서사가 약한 편인데 근래엔 서사가 좋은 작가들이
좀 나오는 것 같긴하더라구요.
근데 문학은 잘 모르겠더군요.
막 욕하다가도 막상 세월이 흐른 후 다시보면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때 왜 욕 했지? 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그건 그동안 작가가 보여준 성실함이 있으면 달리 생각해 보게되는 것 같아요.
반명 단명하는 작가는 그대로 욕 먹고 장렬히 사라지는 거죠
문학계도 알고 보면 살벌해요. 그죠? ㅋㅋ

페크pek0501 2023-06-04 13:30   좋아요 1 | URL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거의 갖고 있어요. 노년에 심심치 않겠어요.ㅋ 저도 최윤의 회색 눈사람,을 읽었네요.
이 책을 보니 23년 2월에 출간됐어요. 무슨 논란이 휩싸여 한 해 수상이 없었던 걸로 기억해요. 제 기억을 믿을 순 없지만...ㅋ
시간적 거리를 두고 읽고 나면 예전과 다른 느낌이 날 때가 있죠.
문학계가 인간적이진 않지요. 사실은 가장 인간적이어야 하는 영역인데 말이죠.ㅋㅋ^^

페넬로페 2023-06-03 2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에는 이상문학상 수상집 꼭 챙겨봤는데 어느 순간부터 안 보기 시작했어요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페크pek0501 2023-06-04 13:32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요. 예전엔 꼭 챙겨 봐야 하는 책으로 알았죠. 요즘은 젊은작가상 작품집이 괜찮은 것 같아요.
몇 년전 것을 읽었는데 다 괜찮았어요. 꼭 사 보게 되는 좋은 작품집이 나오면 좋겠어요.^^

서니데이 2023-06-04 0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상문학상은 오래전에도 표지 디자인이 비슷했던 것 같아서 오랜만에 보는데도 낯설지 않네요.
처음 보는 작가의 글을 수상작으로 읽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이전에 읽었던 것과 비슷한 책들을 더 많이 사게 되는 것 같아서요.
페크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6-04 13:35   좋아요 1 | URL
중간에 표지가 바뀌어서 영 어색했던 적이 있어요. 몇 년 동안 표지가 얇아진 걸로 보아 비용 절감을 위해 그런 게 아닐까 추측해요. 몇 년전부터 다시 예전 표지를 사용하는데 이게 더 나아요.
수상작으로 작가를 알게 되면 좋지요. 수상작임에도 불구하고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문제...
서니데이 님도 즐거운 휴일, 편안한 휴일 보내시기 바랍니다.^^

모나리자 2023-06-04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자가 말하는 ‘나의 천국‘이나 그밖의 내용들이 정말 단아하고 맑은 느낌이 나는군요. 그런 마음으로 살아왔다면 암이라는 병이 찾아오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요. 이렇게 담담한 마음으로 좋은 걸 떠올리며 살다보면 병이 다 물러갈 것 같아요.
편안한 저녁 시간 보내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3-06-06 15:51   좋아요 1 | URL
‘홈 스위트 홈‘을 읽어 보면 저자가 아름다운 심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쓸 수 없는 글이라고 느껴집니다.
글은 곧 그 사람인 것 같아요.
모나리자 님도 날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3-06-05 0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얼마나 아끼시는지는, 책이 보존상태를 보고 상상할 수 있습니다요, 페크님^^
2017년도 책도 그렇고 어쩌면 이렇게 모서리까지 깨끘하게...
저는 이번주 받은 책도 벌써 모서리가^^;;;

페크pek0501 2023-06-06 15:56   좋아요 0 | URL
하하~~ 남편이 젊었을 때 문학청년이었다고 해요. 지금은 문학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지만 독서광이랍니다.
작품집을 처음엔 제가 모으기 시작했는데 최근 몇 년간은 남편이 사오더라고요.
표지만 깨끗한 것일지 몰라요. 일단 제 손에 책이 들어오면 밑줄과 낙서가 많아져서 중고로 팔 수도 없답니다.
아마 얄라 님은 책을 가지고 다녀서 보존 상태가 그럴 것 같군요.ㅋ 좋은 날 보내세요.^^


희선 2023-06-05 0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암이 두번이나 생기다니... 암을 빨리 찾으면 고치기는 해도 빨리 못 찾는 것도 있고 어떤 건 말기에 알기도 하네요 그럴 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겠습니다 소설에 나온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살려고 하는군요 그렇게 살다 병이 다 나으면 좋겠네요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희선

페크pek0501 2023-06-06 15:59   좋아요 1 | URL
말기에 암을 발견하는 게 가장 불행한 것이겠죠. 병이 생기면 아무래도 생각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이미 병이 생겼다는 사실보다 앞으로의 삶에 주목하는 화자를 우러러보게 됩니다.
저자가 쓴 글을 보니 낮에는 글을 쓰고 저녁엔 산책을 한대요. 이상적인 하루 같습니다. 좋은 날 보내세요.^^

댄스는 맨홀 2023-06-09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는 기대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기대의 끈을 놓고 말았습니다. 도서관이나 책방에서 만나면 반가워요. ㅎㅎ

페크pek0501 2023-06-11 12:45   좋아요 0 | URL
저도요. 그런데 다른 작품을 읽어 봤는데 괜찮은 작품이 많아 앞으로 작품집을 읽으려고 합니다.
좋은 휴일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은빛 2023-06-09 1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 수상작이 최진영 작가의 소설이군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정말 예전에는 이상 문학상 수상 작품집은 매년 사서 읽었는데, 어느 해부터인가 안 읽게 되어버렸네요.
요즘은 올해의 젊은 작가상 수상집을 매년 읽어요.

제가 속한 지역의 의료사협에서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대해 알려주고 작성하는 시간을 만들더라구요.
계속 바빠서 참여는 못 했는데, 언젠가는 꼭 시간을 내서 해야지 생각하고 있어요.

페크pek0501 2023-06-11 12:47   좋아요 0 | URL
예.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어 저는 좋았답니다. 공감도 가고요.
저도 젊은 작가상 수상집을 대신 읽곤 했어요.
저도 사전연명~ 작성에 대해 지인으로부터 듣고 꼭 해 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휴일 보내시기 바랍니다.^^

2023-06-10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11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김남일 작가와 부희령 작가가 북토크를 진행하는 모습.



어제 신간 출판 기념 김남일 북토크에 다녀왔다. 



한국 근대 문학의 영광과 좌절,

그 뒷모습을 숨김없이 찾아가는 우리 문학사의 내비게이션

지금은 가볼 수 없는 공간들이 꿈결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지금도 버젓이 살고 있지만 시간이 흘러 가볼 수 없는 한 세기 전 서울과 도쿄, 혹은 국경 아닌 국경으로 가로막혀 구경조차 할 수 없게 된 휴전선 이북의 산천. 소설가 김남일이 ‘한국 근대 문학 기행’이라는 담대한 기획으로 『서울 이야기』, 『평안도 이야기』, 『함경도 이야기』, 『도쿄 이야기』 4부작을 펴냈다. 『어제 그곳 오늘 여기』(2020)를 통해 아시아의 근대 문학 작품을 지도 삼아 서울과 도쿄, 교토와 오키나와, 사이공과 하노이, 상하이와 타이베이를 가로지른 데 이어, 이번에는 뚝심 있는 발걸음을 우리 땅으로 옮겨 오롯이 한국의 근대 문학에 집중했다. 한국 문학의 근대를 이룬 작가들이 미처 당혹감을 떨치지 못하던 시대, 그 시절 문학의 바탕이 되고 뿌리가 된 분단 이전의 우리 땅이 대장정의 출발지이자 목적지가 되었다. - ‘출판사 서평’에서. 

















(김남일 작가님의 책들 한국 근대 문학 기행 4부작)



1992년 가을로 기억한다. 나는 큰 결심을 했다. 문학 공부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이라 아마 신문이나 광고지를 보고 배움터를 찾았던 것 같다. 그곳은 내가 난생처음으로 ‘문학 강의’를 접했던 배움터인 셈이다. 소설가 두 분이 각자 정해진 요일에 강의를 하는 곳이라 난 6개월 동안 주 2회 강의들 들었다. 그 두 분 중 한 분이 김남일 작가님이었다.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2022년 가을에 김남일 선생님이 진행하는 OO행사에 지인과 참석해 김남일 선생님을 뵈었다. 30년 만이었다.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어제 글 쓰는 지인들과 함께 신간 출판 기념 김남일 북토크에 다녀왔다. 


내가 믿고 읽을 수 있는 책의 저자 중 한 분이 김남일 선생님이다. 이번에 한꺼번에 네 권의 책을 내셔서 깜짝 놀랐다. 한국 근대 문학 기행 4부작’ 네 권의 책을 앞으로 많은 독자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여러분이 네 권의 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올린다. 



나도 부지런히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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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5-18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컨셉이네요! 저도 일단 담아놓고 기회를 봐서 접해보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3-05-18 14:19   좋아요 0 | URL
거리의화가 님, 감사합니다. 아마 실망하지 않으리라 봅니다.

감은빛 2023-05-18 18: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훌륭한 기획이네요. 저도 찜 해두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3-05-19 09:21   좋아요 0 | URL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이야기, 책은 세일즈 포인트가 높더라고요. 좋은 책은 홍보하기 전에 이미 독자들이 알아보는 것 같아요.
이제 여름입니다. 시원한 여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레삭매냐 2023-05-19 1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학 공부를 하셨었군요.

무려 30년의 인연이라 -
대단하십니다.

페크pek0501 2023-05-19 22:54   좋아요 1 | URL
그렇죠? 30년 뒤에 이어진 대단한 인연! 그것도 함께 간 지인들이 그 당시 함께 문학을 배우던 이들이라는 사실.
수강생 시절에 만났는데 다 글을 쓰고 있어서 모임을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스승의 행사에 갔던 거죠.ㅋ
댓글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3-05-19 20: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학고재에서 나온 책이네요.
시간 될 때 이 책 상품 페이지의 소개 읽어볼게요.
페크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5-19 22:57   좋아요 1 | URL
예. 학고재예요. 인터넷을 보니 위의 책들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왔더라고요. 작가의 명성은 있고 볼 일입니다.ㅋ
벌써 주말인거네요. 참 시간 빠르죠? 시간이 휙휙 지나갑니다. 서니데이 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셔야 합니다.꼭!

페넬로페 2023-05-20 0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작가 다 저한테 좀 생소한데
관심 가져야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3-05-20 10:20   좋아요 1 | URL
김남일 작가님은 최근 문학과 관련한 행사의 진행자로도 많이 활동하시고
부희령 작가는 소설, 에세이도 쓰고 번역서가 90권에 달한다고 하네요.
저는 일간지에 실린 칼럼을 읽곤 했죠.

희선 2023-05-20 0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문학 강의를 들으셨군요 오랜 인연이네요 그런 스승이 책을 내고 북토크에도 갔다 오셔서 좋으셨겠습니다 페크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오월 얼마 남지 않았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5-20 10:24   좋아요 1 | URL
문학 공부는 오래전에 시작했으나 아이 출산과 육아, 또 돈벌이로 14년을 보내는 등 딴일로도 바빴지요.
그래도 그때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5월이라 아쉬운 느낌이 듭니다. 장미꽃을 많이 봐 두어야겠어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모나리자 2023-05-20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강의를 들었던 작가님 북토크라서 정말 반가우셨겠네요.
한번에 4권의 책을 내시다니 정말 경이롭네요. 도쿄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한동안 책을 거의 읽지 못해서 분발하려고 합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3-05-21 14:06   좋아요 1 | URL
예. 매우 오랜만의 만남이라 반갑더라고요. 세 명을 만나고 나서, 생각보다 사람 얼굴이 안 변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30년만인데 말이죠. 제 자신의 얼굴은 많이 변한 것 같은데...ㅋ
정말 경이로워요. 책 한 권을 내기도 어려운데 네 권이나... 코로나가 있는 동안 집필에 전념하셨던 것 같습니다.
독서 분발은 제가 늘 결심하는 것 중 하나예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한 시간의 독서를 하고 하루를 시작하기 1일입니다, 오늘이. 우하하~~~ 모나리자 님도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얄라알라 2023-05-23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번에 4권!! 정말 페크님 말씀처럼 경이롭습니다. 집념의 집필!


페크pek0501 2023-05-23 14:44   좋아요 0 | URL
얄라알라 님, 정말 경이롭지요?
서울 이야기, 책에 대한 백자평을 방금 올렸어요. 백자평도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
 



















서머싯 몸, <서머싯 몸 단편선 2>



서머싯 몸의 단편 ‘시인’(243~250쪽)에서 발췌함.


화자는 친구의 권유로 위대한 시인인 ‘돈 칼리스토’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


나는 그의 시를 비평할 입장이 아니다. 스물셋의 나이에 그의 시를 처음 읽고 나는 환희에 휩싸였다. 그 열정과 영웅적 오만, 다채로운 생동감은 나를 철저히 사로잡았고, 심금을 울리는 시구와 사람을 홀리는 어조는 내 청춘의 황홀한 추억과 뒤섞여 오늘날까지도 살아 있기에, 지금도 그 시들을 읽으면 어김없이 가슴이 벅차오른다.(244쪽)



하지만 이는 모두 오래전의 일이었다. 돈 칼리스토는 사반세기 동안 더는 그에게 내어놓을 것이 없는 세상으로부터 미련 없이 물러나 고향인 에시하에 은둔하여 살았다. 내가 그곳을 방문하겠다고 말한 것은 바로 그 무렵인데(당시 나는 세비야에서 한두 주일 머물고 있었다.), 그 시인 때문이 아니라 디에고 토레가 더불어 소개한 안달루시아의 매력적인 소도시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돈 칼리스토는 편지를 보낸 젊은이들을 가끔씩 초대해서 한창때 청중의 심금을 울렸던 불꽃을 다시 불태우며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245쪽)



“지금 그분은 어떤 모습인가?”

내가 물었다.

“멋지다네.”

“그분 사진 있나?”

“그럼 얼마나 좋겠나. 그분은 서른다섯 이후 줄곧 카메라를 피하신다네. 당신의 젊지 않은 모습을 후대에 보여 주고 싶지 않다는군.”(245쪽)



매부리코, 꽉 다물린 입매. 그는 웃음기 없는 눈을 내게 고정하고 다가왔는데, 그의 눈에는 사람을 냉정히 평가하는 눈빛이 어려 있었다. 그는 검은 옷을 입고 한 손에는 챙 넓은 모자를 들고 있었다. 그의 몸가짐에서 확신과 위엄이 풍겼다. 그는 내가 희망한 모습 그대로였다. 그를 바라보니 그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어떻게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뼛속까지 시인이었다.

그는 안마당에서 천천히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의 눈은 진정한 독수리눈이었다. 나는 그것이 일생일대의 순간처럼 느껴졌다. 거기에 그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249~250쪽)



나는 부끄러웠다. 그를 만나러 오기 전 미리 시를 읽고 준비한 것이 다행이었다. 

“외국인인 제가 이렇게 위대한 시인을 만나 뵙다니 대단한 영광입니다, 작가님.”

꿰뚫어 보는 두 눈에 즐거운 빛이 반짝거리고 단호하게 고부라진 입술에 미소가 순간적으로 스쳤다.

“나는 시인이 아닙니다. 세뇨르.(선생.) 모피 상인이에요. 착오가 있으신가 본데 돈 칼리스토는 옆집에 삽니다.”

내가 집을 잘못 찾았던 것이다.(250쪽)



⇨ 화자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그를 ‘자기가 만나려는 시인’으로 착각하고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그는 내가 희망한 모습 그대로였다. 그를 바라보니 그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어떻게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뼛속까지 시인이었다.」 


이 부분을 읽고 화자가 그에게서 뼛속까지 시인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점에 나는 공감하기 어려웠다. 내가 문학 강좌를 들으러 다니던 때를 생각해 보면 강좌를 맡은 소설가는 소설가처럼 생기지 않았고, 강좌를 맡은 시인은 시인처럼 생기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을 만날 때 자신이 예측한 대로의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예측은 대부분 어긋난다. 그래서 이 소설의 결말에서 반전이 일어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작위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나는 부끄러웠다. 그를 만나러 오기 전 미리 시를 읽고 준비한 것이 다행이었다.
"외국인인 제가 이렇게 위대한 시인을 만나 뵙다니 대단한 영광입니다, 작가님."
꿰뚫어 보는 두 눈에 즐거운 빛이 반짝거리고 단호하게 고부라진 입술에 미소가 순간적으로 스쳤다.
"나는 시인이 아닙니다. 세뇨르.(선생.) 모피 상인이에요. 착오가 있으신가 본데 돈 칼리스토는 옆집에 삽니다."
내가 집을 잘못 찾았던 것이다.(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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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5-05 18: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인은 옆집에. 그래도 그 정도면 정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페크님,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3-05-05 22:30   좋아요 2 | URL
제가 뒤에 쓴 글을 수정해서 지금 새로 올렸어요. 제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 이 소설을 읽지 않은 분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
내일도 비가 온다고 합니다. 산불이 나지 않을 것 같아 안심입니다. 내일 좋은 주말 보내세요.^^

stella.K 2023-05-05 19: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다네요. 그림 같기도하고, 약간 황량하기도하고. 흐흑~

페크pek0501 2023-05-05 22:31   좋아요 3 | URL
이번 여행 때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바다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흐흑^^

얄라알라 2023-05-10 23:38   좋아요 1 | URL
저도 페크님 직접 찎으신 사진인가 데려온 아이(사진)인가 했습니다^^


하늘과 바다는 청량하니 아름다운데, 잘 살펴보니 제주 바다의 쓰레기라....아름다운 풍경에서 피할 수 없어진 쓰레기인가 불안한 맘도 생기네요^^;

페크pek0501 2023-05-12 17:28   좋아요 0 | URL
저는 사진을 많이 찍어 놨어요. 저장되어 있는 사진을 다 못 올렸어요. ㅋㅋ
알라 님처럼 제주도 쓰레기로 볼 수도 있군요. 저는 바다를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찍고 싶었어요.^^

희선 2023-05-06 0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을 보고 그 사람이 어떨 거다 상상하지만, 그것과 다를 때가 더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냥 작가를 상상하지 말고 글을 읽는 게 좋겠습니다 겉모습만 보고 어떻다 하면 안 될 텐데...

페크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이 말 여러 번 하는 듯하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3-05-07 10:36   좋아요 1 | URL
좋아하는 작가였는데 그의 외모를 보고 실망하는 독자가 있다더군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멋진 외모를 가진
사람으로 착각하기 쉽지요.
어제 가족과 함께 외출할 일이 있었는데 바람이 많이 불었어요. 오늘은 괜찮은 것 같군요.
희선 님도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 여러 번 해도 좋은 인사말입니다.^^

새파랑 2023-05-06 09: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페크님은 작가처럼 생기셨습니다~!! 겉모습과 실제가 일치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궁금해지네요 ㅋ

페크pek0501 2023-05-07 10:38   좋아요 2 | URL
오! 그런 말 처음 들어요. 젊었을 땐 깍쟁이처럼 생겼다는 말을 들었는데 나이 드니 인상이 바뀌나 봅니다.
요즘은 그런 말 안 들어요. 좋은 휴일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희선 2023-05-08 0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월 5일과 6일은 비가 거의 하루 내내 왔어요 어제는 흐렸던 것 같아요 오늘은 맑을지... 별 일 없지만 날씨 좋으면 좋겠네요 페크 님 이번 한주 평안한 나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3-05-12 17:29   좋아요 0 | URL
아까 일기예보 보니깐 오늘밤에도 비가 온다는 것 같아요. 봄비의 분위기가 나겠어요.
희선 님도 평화로운 나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23-05-08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지난주에 제주에 비가 많이 왔다고 해요.
주말에 비가 평소보다 많이 오긴 했는데, 오늘은 햇볕 좋은 오후입니다.
이번주도 좋은 시간 되세요.^^

페크pek0501 2023-05-12 17:31   좋아요 1 | URL
예, 잘 보냈답니다. 오늘은 아침에 발레, 갔다왔어요. 땀 흘리고 샤워하고 나니 시원하더라고요.
미세먼지만 없으면 요즘 좋은 봄날 같아요. 이번 주도 다 갔네요. 내일 주말이네요.
즐거운 나날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yamoo 2023-05-10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몸의 단편선을 꼭 읽어야 겠습니다. 갖고 있는데 계속 후순위로 밀렸네요..

우와~~ 바다닷!!..ㅜㅜ

페크pek0501 2023-05-12 17:32   좋아요 0 | URL
저도 읽지 못한 책이 너무 많아요. 반 이상 읽은 책도 많고요.
그래도 언제나 목표는 완독, 이지요. 완독할 그날까지~~ 고고~~
 



원고 마감 날짜를 맞추기 위해 어제까지 바빴고, 오늘 알라딘에 글을 올리려고 책을 골라 놓았다. 한꺼번에 하려니 어떤 책에서 어떤 글을 발췌해야 할지 모르겠다. 할 일이 있어 세 권만 골라 생각나는 대로 발췌해 본다. 


1.














빅터 프랭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명쾌한 사례를 하나 들어 보겠다. 한번은 나이 지긋한 개업의 한 사람이 우울증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왔다. 그는 2년 전에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아내를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했다. 내가 그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그에게 어떤 말을 해 주어야 할까?(168쪽)


나는 그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한 것을 제외하고는 말을 될 수 있는 대로 자제했다. 

“만약 선생님이 먼저 죽고 아내가 살아남았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가 말했다.

“오 세상에! 아내에게는 아주 끔찍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걸 어떻게 견디겠어요?”

내가 말했다. 

“그것 보세요. 선생님, 부인께서는 그런 고통을 면하신 겁니다. 부인이 그런 고통을 겪지 않게 한 게 바로 선생님입니다. 그 대가로 지금 선생께서 살아남아 부인을 애도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는 조용히 일어서서 내게 악수를 청한 후 진료실을 나갔다. 어떤 의미에서 시련은 그것의 의미―희생의 의미 같은―를 알게 되는 순간 시련이기를 멈춘다고 할 수 있다.(168~169쪽)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수용소에서 사람의 정신력을 회복시키려면 그에게 먼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 주는 데 성공해야 한다. 니체가 말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123쪽) 


⇨ 왜 독서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열심히 책을 읽을 수 있으리라.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열심히 공부할 수 있으리라.  




2.













나희덕, <저 불빛들을 기억해>


냄새에 대한 반응 역시 가장 즉각적이다. 불쾌한 냄새가 나면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거나 코를 틀어막고 ‘이게 무슨 냄새지?’ 하며 두리번거린다. 냄새는 어떤 소리도 없이 퍼져가는 침묵의 자극이자, 어떤 모습도 드러내지 않는 투명의 자극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체불명의 냄새에 대한 무의식적인 반응이 누군가에게는, 특히 그 냄새의 출처가 된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모욕감을 줄 수 있다.(131쪽)-‘타인의 냄새’에서.


영화 <기생충>에서 냄새는 계층 간의 위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기호로 등장한다. 박 사장 가족은 자신의 집에 드나들기 시작한 외부인들에 대해 독특한 냄새를 감지한다. 결국 기택은 자신의 냄새에 대한 박 사장의 태도에 순간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그 장면을 본 후로 냄새와 계층의 관계를 자주 떠올리게 된다. 타인의 냄새에 반응하는 태도도 신중해졌다.(131~132쪽)-‘타인의 냄새’에서. 


⇨ 인간은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사람을 죽이는 참극을 저지르기도 하는 존재다. 참극을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참극이 벌어진다. 아니 영화보다 현실에서 더 인간의 잔인성이 느껴지는 일들이 발생한다. 실제로 어머니가 아이를 돌보지 않고 방치함으로써 굶어죽게 만든 사건이 있었고, 산모가 신생아를 쓰레기통에 버린 사건도 있었고, 남편이 아내를 또는 아내가 남편을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고, 아동 학대 사건도 있었다. 인간의 밑바닥은 상상을 초월한다.




3.











 


알퐁스 도데, <마지막 수업>


알퐁스 도데는 예전에 ‘별’이란 소설로 처음 만났다. 그것도 좋았지만 이 책에 담긴 마지막 수업, 소년 첩자, 어머니들, 베를린 포위 등은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소설이라서 감탄하며 아껴 가며 읽었다. 


순간, 광장의 깊은 고요를 깨고 무서운 외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무기를 들어라! 무기를! 프러시아 군인들이 나타났다!”

마침 그때 프러시아군의 행렬 선두에 있던 네 명의 창기병 병사들은 저 위 발코니에서 키 큰 노인 하나가 팔을 휘저으며 비틀거리다가 푹 꼬꾸라지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주브 대령이 진짜 죽음을 맞이한 것입니다.(48쪽)-‘베를린 포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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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04-20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좋은 구절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3-04-21 10:53   좋아요 1 | URL
좋은 구절을 자주 올리고 싶은데 이것도 일이더군요. 해 본 사람만이 알 듯요.
물론 고양이라디오 님은 리뷰도 많이 올리시니 잘 아시겠지요.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3-04-27 0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철쭉 사진 또 올려주시니 또 눈 호강입니다^^

페크pek0501 2023-04-27 16:58   좋아요 0 | URL
정말 예쁘죠? 눈 호강하는 날도 사라질 것이니 실컷 봐 두기로 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