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슛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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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러 수용소』, 『노비 종친회』, 『평양골드러시』 등 표제어만으로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드라마로 제작 방영하겠다는 계약도 체결된 작품도 있다. 고호 작가의 소설에는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하는 세상이 자주 등장한다.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한다. 사회적 문제를 상상 이외의 방법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고호가 늘 우리 사회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문학적 상상력을 높이기 때문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미 두터운 고정 팬을 이끌고 있는 고호의 신작 『레디 슛』이 또 한 번 독자들의 마음을 술렁이게 한다. 책의 표지화의 톤이 핑크빛 얼굴로 가득하다. 출판사 델피노 편집진과의 교감이 두터운 탓이리라. 강렬한 핑크빛의 얼굴은 어쩌면 탐욕, 욕망의 색으로 쓰였으리라. 거기에 주요 등장인물은 교도소이지만 참 재밌게 지낸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다. 누구나 죄 지었기에 교도소 생활을 하지만, 모두가 재밌게는 지내지 못할 터 그들의 핑크빛 얼굴(가면)에 감춰진 욕망을 한 꺼풀만 벗겨내면 탐욕의 붉은빛으로 변할 것이다. 작품 속 사건의 발단은 교도소로부터 시작되지만 책의 〈프롤로그〉는 새벽 2시 인천의 한 부둣가가 배경이다. 시간상 이 시간에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이 선량한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면모는 '신토불이'가 아니다. 동남아, 몽골, 러시아도 더러 섞인 데다 옷차림도 그만큼 다양하다. 공장 작업복, 트레이닝복, 고무 앞치마에 장화까지···. 예사롭지 않은 그들 앞에 나타난 검정 슈트 차림의 한 신사. 살인 등 강력 범죄의 냄새가 짙게 드리워진다. 올백으로 넘긴 머리를 한 손으로 살며시 쓸자 손목에 찬 리차드 밀*이 유난히 돋보인 인물이 폭력조직의 보스 포스다.

보스와 하수인들이 나눈 몇 마디 대화 속에 자루 속에는 시체가 들어 있음이 분명하다. 이들이 보스의 명령에 따라 가져온 자루를 물 속으로 가라앉힌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다 깊이 잠식해 버린 한 자루 속엔 누가 들어 있을까. 물결이 잠잠해질 때까지 골똘히 내려다보던 보스가 입을 열었다. 

"인생 별거 없어, 저 봐. 세상에 올 때만 해도 둘인데, 갈 땐 다 혼자잖아. 근처에 어디 문 연 데 있나? 



*리샤르 밀(Richard Mille)은 리차드 밀이란 발음은 영어식이다. 자동차 엔진을 보는 듯한 혁신적 기술의 시계로서 2001년 RM001부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지금은 복제품이 나돌아 흔해졌지만 첫 제품이 나올 때만 하더라도 시계의 트렌드를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프랑스 인으로서 영국에서 공부했다고 알려졌다. 이 시계 이름은 그의 이름을 그대로 딴 것이다.(독자 주)


출판사 측의 책 소개글에는 저자 고호에 대해 고사리 식물론이 등장한다. "고사리를 아는가? 봄철에 고사리를 꺾고 나면 꺾은 그 자리에서 아홉 번 다시 돋아난다. 고호 작가의 샘솟는 상상력은 마치 고사리의 그것과 닮았다. 이전 작품의 실감 나는 북한 사투리가 독자들을 평양으로, 또 노비 문서를 들추며 독자들을 조선시대까지 데리고 갔던 그녀가 이번에는 독자들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급 연기를 펼치는 교도소와 인천으로 무대를 옮겼다." 어쩌면 저자 고호와 자주 교감과 교류로 충분한 이해가 있는 듯하다. 

자칭 '비운의 배우'인 혜수는 교도소에 복역하는 것을 삼재 탓으로 돌린다. 어중간한 똑똑함, 재빠른 눈치로 나름 편안한 감옥 생활을 하던 그녀에게도 눈엣가시가 있다. 바로 왕언니다. ‘5세 여아 살해 및 사체 유기 혐의’로 들어온 왕언니는 모범수로 나가기 전에 혜수에게 이렇게 으스댔다.

“옛날 인천 바닥에서 홍 마담이라고 들어봤냐?”

재벌가의 첩. 그러나 버림받은 뒤로 종적을 감추다가 30년 만에 복수를 위해 나타났다는 여자. 그리고 왕언니는 그녀에게 사주를 받아 재벌의 손녀를 대신 죽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 집안의 유산을 혼자 차지하려고?”

“맞아. 더 대박은 뭔지 알아? 두구 두구 두구 두구···. 그 홍 마담이 근래에 치매에 걸렸댄다. 흐흐흐.”



교도소 감방에서 혜수가 만난 왕언니는 전신에 새겨진 문신만큼이나 비호감인 인물로 5세 여아 살해 및 사체 유기죄로 복역 중이었다. 왕언니는 인천의 유명 기업 신건 그룹의 손녀 살해를 사주받았던 것. 신건 가의 이야기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외아들 내외의 교통사고, 연이은 김 회장의 죽음까지 비극적 사건과 얽혀 있었다. 설상가상 왕언니의 의문사까지. 혜수는 마치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주인 없는 유산에서 풍기는 강렬한 돈 냄새에 곧장 새 시나리오를 구상한다.

요즘 TV나 영화에서 교도소 생활을 다룬 극들이 많이 방영·상영되고 있다. 교도소 수형자라면 으레 들어가 있는 '폭력' 부분은 줄이고, 탐욕과 법 처벌 부분은 살려서 드라마를 만든다. 이 작품도 인간의 탐욕(특히 돈 욕심)이 빚어낸 추악한 현실을 보여준다. '5세 여아 살해 및 사체 유기 혐의'는 왕언니의 죄목이다. 이 정도 되면 보통 표독한 여인이 아닐 듯한데 작품에서는 폭력성을 제외하니 평범한 '이웃집 드센 아줌마' 정도로 순화된다. 어쩌면 폭력을 없앤다면 옛날 삶의 현장에서 악다구니 써가며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아등바등 치열한 모습을 보였던 산업화 시대의 우리 어머니·아버지들의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인천 한 부둣가에서 일을 묘사하던 저자의 손끝이 가르키고 있는 곳은 열흘 후의 청주 OO여자교도소. 이날 석방되는 사람들이 철커덕! 하는 쇳소리와 함께 철문이 열리고 물밀듯이 밀려나온다. 왁자지껄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뜨자 혜수만 남았다. 저자는 재빨리 그의 모습을 스케치한다. 165센티미터의 키에 야구 모자를 대충 눌러쓴 단발머리. 마중 나온 사람은 한 명 없지만 아무래도 괜찮다. 툭! 하고 보스턴 가방을 내려놓더니 크게 기지개를 켰다. 오랜만에 바깥 공기를 마음껏 빨아들이며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이다. 대합실 속으로 스며들자 혜수는 그저 평범한 30대 여성의 모습일 뿐이다. 아무도 그가 교도소에서 이제 막 나온 사람으로 보진 않는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활기찬 인파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편의점 냉장고의 엔진 돌아가는 소리와 시원한 냄새가 전율을 일으킨다. 유제품 진열대와 라면 코너에 눈이 가면서 바깥세상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낀다. 



잔돈이 없다는 이유로 음료수 하나 사먹지 못하고 슬쩍 소매에 감추고 나온 혜수의 행동은 범죄 습관을 버리지 못한, 바깥세상에 융화되지 못한 혜수의 모습으로 독자에게는 읽힌다. 아무렇지 않게 터미널 전광판을 살피던 혜수의 눈에 비친 TV 화면이 혜수의 눈을 반짝이게 한다. [속보] 인천 부두 인근 해상서 40대 여성 시신 발견.

사건 현장이 TV 화면에 비춰지고 있다. 솨아~ 인양되는시신에서 대량의 바닷물이 쏟아졌다. 시신은 마치 이렇게 될 줄 몰랐다는 듯이 하얀 천에 덮인 채 구급 차량에 실렸다. 이때 TV 화면은 모자이크 처리된 사체를 보여주고 있었는데 교도소에서 같이 생활하던 왕언이의 호랑이 문신의 일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함께 목욕하던 혜수에게 문신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돌아서서 인파를 빠져나오는 혜수의 입가에는 어이가 없어서 나오는 헛웃음이 감돈다. 

여기까지 〈프롤로그〉에서 보여지는 사건과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이 등장한 모습이다. 〈프롤로그〉에서 보여진 사건이 이 작품 속 주요 사건이라고 독자들이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는 앞으로 5부에 걸쳐 벌어지는 사건의 하나의 암시일 뿐이다. 소설은 이제부터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간다. 1부의 맨 앞머리에 저자 고호는 에라스무스의 『우신예찬』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인용한다. "한 마디로 인간 세상 모든 일들은 전적으로 어리석음의 독무대라 하겠습니다."

헤수가 다시 사회로 나와 생활하려면 당연히 주거지가 급선무다. 혜수는 인천의 변두리, 전망은 바다가 보여서 그런 대로 괜찮은 그저그런 동네의 집을 임대 계약한다. 우연히 동인천여고(실재하는지는 모르지만) 9회 졸업생이라는 동기 세영을 만나게 된다. 동창이 세를 내어줄 집주인이다. 묘한 기분에 혜수의 온몸이 활활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혜수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저자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다만 다음 표현으로 슬쩍 예측해 보는 즐거움이 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얻는 지혜라는 게 있다. 길에서 마주쳐도 아는 척해선 안 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누군가에게 반가운 조우가 다른 누군가에겐 고통일 수 있으니까. 가령, 과거와 단절하고 결혼생활에 찌든 기혼여성과 수년 만에 마주친 옛 미혼 친구가 딱 그렇다. 반가움의 대상이라기보다 안 그래도 없는 형편에 축의금을 뜯어갈 가능성이 있는 사람, 자신의 처지에 대해 이 살 저 살 보태서 어디에 또 말을 나를지 모르는 사람,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알아 버렸으니 미래를 점치는 것 또한 어려울 게 없는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그런데 김세영, 저 계집애는 아무래도 나이만 허투루 먹었지 싶다."(p.20~21)



이 소설의 소설 외적인 재미 중의 하나가 〈쿠키(cookie)〉의 활용이다. 쿠키란 인터넷 발달과 함께 정립된 용어로 웹사이트에 접속할 때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는 임시 파일을 말한다. 이용자가 본 내용, 상품 구매 내역, 신용카드 번호, 아이디(ID), 비밀번호, IP 주소 등의 정보를 담고 있는 일종의 정보파일이다.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인터넷 브라우저는 사용자가 방문한 웹주소를 지우지 않고 기억했다가 다음에 사용자가 이전에 방문한 주소를 몇 자 입력하면 나머지를 기억하여 모두 나타내어 사용자가 나머지 주소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다. 그렇게 기억된 이전에 방문했던 주소를 쿠키라고 하고, 쿠키를 통해 다시 방문할 때는 주소를 다 입력하지 않아도 되며, 아이디나 비밀번호도 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쿠키라는 명칭은 파일 용량이 작고, 이용자의 방문정보들이 마치 과자를 먹으면 으레 남겨지는 과자부스러기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이 사전은 기술하고 있다. 대부분의 웹브라우저는 쿠키 기능을 갖고 있으며, 네티즌이 쿠키를 받을 것인지 아닌지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 쿠키는 원래 네티즌들의 홈페이지 접속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웹사이트에서 쿠키를 사용할 경우 이용자는 처음 들어갈 때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다른 페이지를 방문할 때마다 ID와 비밀번호를 다시 입력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쿠키를 사용하지 않으면 이용자는 동일 웹사이트에서 다른 서비스 페이지를 방문할 때마다 회원정보를 계속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특히 웹브라우저를 이용해 전자상거래를 할 경우 대부분의 전자상거래용 웹서버에서는 이용자가 쿠키를 반드시 사용토록 하고 있다. 

이런 의미의 쿠키를 저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 에필로그처럼 덧붙였다. 그것도 본문체가 아닌 변형 고딕으로 눈에 훨씬 잘 띈다. 쿠키의 내용은 이렇게 시작된다. "아주 늦은 밤. 분홍색 줄무늬 윗도리, 청색 멜빵ㅈ바지, 강아지가 그려진 파란색 양말, 녹색 찐빵 모자. 그때 나의 옷차림새가 그러했고, OO각 내부 깊이 자리한 작은 방 문을 열었을 때, 안에서는 여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TV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그 드라마는 우리 엄마도 즐겨 보던 것이라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어느 여자가 철조망을 붙들고 울부짖는 모습이었는데,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그 모습이 마치 아까 본 엄마의 마지막 모습 같았다. 엄마도 날 보며 그렇게 울었다. '어서 도망쳐! 빨리!' 나쁜 아저씨들한테 끌려가면서 그렇게 울었다. 나중에 되돌아보니 그 드라마 제목이 〈여명의 눈동자〉였다. 그러니 그때가 아마 1991년 10월 내지 11월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p.326)




쿠키의 마지막 부분은 저자의 이 작품 집필 취지도 살짝 더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무척 센시티브한 작가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부모와 자신 간의 인연은 '천륜'이라 한다. 혜수 언니는 이제 그마저도 '철륜'의 시대가 왔다며 충분히 끊어낼 수 있다고 했지만, 그러지 못한 까닭은 천륜에 버려진 나를 구원한 '인륜'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보잘 것 없는 인륜이 저주받은 천륜ㄴ보다 그 매듭이 더욱 견고할 때가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의 한켠에 혜수 언니도 자리 했었노라고, 또 언제 나와 엮은 그 매듭은 그 자리에 두고 왔을 뿐이라고 언젠간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이 소설에서 쓰인 문장 가운데 얼핏 많이 들어본 문장 같기도 하고, 확실치는 않지만 생각할수록 '맞는 말' 같기도 한 문장들이 자주 발견된다. 저자의 글쓰기 능력에 따른 것이겠지만 적재적소에 사용함으로써 전체 내용을 더욱 강조하는 문장들이다. 몇 개만 여기에 적어본다. 


"명문 같기도 하고, 이래서 신은 공평하다고들 하는 걸까? 옥녀는 스스로 얼마나 예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미모를 이용해 먹을 머리는 없었다."(p.48) 

"혜수는 할 수만 있다면 그 작고 쪼글쪼글한 얼굴에 쓰고 있는 가면을 벗기고 싶었다."(p.172)

"이번 일은 세영 못지않게, 아니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더 극한 인생을 살아온 홍희란 자식의 목숨값을 훔치려는 일이다."(p.245)

행운을 보낸 건 여신이지만, 그 행운을 활용하는 건 오롯이 인간의 몫이다.(p.254)


저자 : 고호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데는 자음과 모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평소 지론이다. 그런 고민이 만들어낸 세계로는 『평양에서 걸려온 전화(드라마 계약 체결)』, 『악플러 수용소』, 『과거여행사 히라이스』, 『기다렸던 먹잇감이 제 발로 왔구나(드라마 계약 체결)』, 『노비 종친회』, 『도쿄 한복판의 유력 용의자』, 『평양골드러시(드라마 계약 체결)』 등이 있으며, 사회적 이슈를 문학적으로 녹이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황토현문학상, 의정부전국문학상, DMZ문학상, 국회의장상 등을 수상하였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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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바꾼 역동의 세계사 - 강대국을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폴 몰런드 지음, 서정아 옮김 / 미래의창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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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인구 문제는 세계적 흐름과 달리 우리나라의 가장 큰 국가 문제로 떠올랐다. 이른바 '인구 절벽'이라는 문구가 크게 부각된 상태다. 이는 불과 10년 전 '100세 시대' 개막이란 소식과 함께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점점 더 큰 문제로 다가왔다. 두 차례 세계대전 직후 인구가 일시적으로 줄어들었지만 전 세계 인구는 꾸준히 증가돼 왔다. 이대로 가면 '100억 인구'의 시대가 곧 닥칠 거라는 인구 증가의 폐해를 말하는 경고성 발언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반대의 문제로 국가적 위기의 시대로 인구 문제가 떠오른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어 취업률이 감소하고, 실업 상태의 청년들은 결혼을 미루는 상태를 지속하다 취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결국은 결혼을 포기한 채 혼자 살겠다고 돌아섰다. 

이 현상을 자조적 유행어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어려운 수학 때문에 대학을 못 가는 사람들을 이르는 신조어가 '수포자'였다. 이와 비슷하게 나타난 신조어가 '3포 시대', '5포 시대'다. 취업이 어렵고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것도 없어 결혼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여기에 결혼을 했다 하더라도 아이들 양육비(사실상 교육비)가 너무 많아 결혼 상태에서도 자녀를 포기하겠다는 사람, 뛰어오르는 집값을 따라잡지 못하는 데 따른 '내집 포기' 등이 줄줄이 이어졌다. 

2023년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8명에서 또다시 감소하여 0.72명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사실 지난 2015년부터 어려운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취업이나 결혼 등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세대를 뜻하는 신조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결혼만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 내집 등 포기하는 항목이 늘어나 지금은 'N포 시대'란 말도 유행하고 있을 정도다. 삼포시대나 오포시대라는 말이 나오기 전부터 결혼을 안 하겠다는 사람들은 늘어나는 추세였다. 그들이 독립하여야 한다는 당위적 압박감으로 '1인 가구'가 늘었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결국 아이들이 없고 아이들이 커서 경제활동을 할 나이가 되면 인구는 급감하게 된다. 이때부터 인구문제를 해결하려면 영원히 해결하지 못한다는 이론적 주장도 있다. 경제 인구의 감소로 인한 연금이나 건강보험 문제 등도 현안으로 떠오른다.



급격한 인구의 감소는 어쩔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일까, 아니면 또 다른 역사적 변곡점의 시작일까? 이 책 『인구가 바꾼 역동의 세계사』는 전 세계 인류의 증감에 따른 사회 문제, 나아가 전 인류의 존속의 문제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의미에서 집필됐다. 유엔은 세계 인구가 2100년까지 멈추지 않고 증가하여 110억 명을 달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인구 성장이 전 세계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나라는 폭발적인 인구 성장을 이루고 있으며, 또 우리나라처럼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인 나라들도 있다. 세계적인 인구학자인 저자 폴 몰랜드는 이 같은 변화들이 모두 정상적인 인구 물결의 흐름 중 하나라고 말한다.

지난 200년 동안 인류는 역동적인 인구 물결의 흐름 속에서 큰 변화를 겪어왔다. 인구 혁명은 국가의 흥망성쇠나 권력과 경제의 대대적인 전환에도 관여했을 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이 책은 역사를 관통하는 역동적인 세계사일 뿐 아니라 자녀 대부분이 성년기 이전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영국 여성들의 이야기이자, 평생 한 번도 아이를 낳아본 적 없이 아파트에서 고독사하는 일본 노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 기회를 찾아 지중해를 건너가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이 논저에 담았다. 저자는 이 같은 인류의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를 다양한 통계자료를 통해 서술하였으며, 역사를 관통하는 인구 물결의 변화와 흐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3개의 파트(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인구와 역사〉, 2부 〈유럽에 밀려드는 인구 물결〉, 3부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 몰아친 인구 물결〉 등이다. 저자는 1부 「서문」에서 역사 속에서 인구 변화가 어떠한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추적했다고 밝힌다. 저자는 그렇지만 출생률과 사망률의 상승과 하락, 인구 규모의 팽창과 위축, 이민의 급증과 감소 같은 중요한 인구 추세가 역사를 결정 짓는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인구가 운명의 일부이지만 전부는 아니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인구 자체가 원인이며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우발적이든 다른 무수하고도 복합적인 요소를 원동력으로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인구의 꾸준한 성장 추세가 역병, 기근, 전쟁으로 역전되는 암담한 이야기는 수천 년에 거쳐 되풀이되었다. 역사를 돌이켜볼 때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삶은 열악하고 야만적이며 짧았다. 식생활에서부터 주거 환경, 출생과 죽음의 모습, 무지, 열악한 위생과 건강에 이르기까지 산업화 이전이나 산업화 초기 사회에 살았던 보통사람의 생활상은 오늘날의 독자를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하다. 이를 테면 스페인 포도주 생산 지역의 농가 같은 경우에는 해마다 농번기가 닥치면 어린아이를 둔 여성을 비롯한 모든 일손이 동원되었다. 그 때문에 아이들은 '악취 나는 기저귀'를 찬 채로 홀로 울고불고 배고파하는' 상태로 방치되곤 했다. 혼자 남은 아이가 집 안팎을 돌아다니던 닭에게 눈을 쪼이거나 돼지에게 손을 물어뜯기거나 '불구덩이에 떨어지고 무심코 문간에 놓아둔 양동이와 물통에 빠져 죽는' 일은 다반사였다. 그러니 18세기 스페인에서 첫돌을 맞이하기 전에 목숨을 잃은 영아가 25~30%에 달한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피레네 산맥 너머 프랑스의 (인구 과반수를 차지하던) 일반 농민 역시 그리 나을 것도 없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대다수 지역의 농촌 생활은 18세기 스페인이나 프랑스의 시골 주민들이 살았던 삶과는 판이하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 선진국의 도시에서조차 비참한 생활이 일상이었지만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이 개선되었다. 변화는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시작되고 있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소설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제1차 세계대전 이전 몇 년 동안의 뚜렷한 발전에 주목했다. 한때 어두침침했던 거리는 전깃불이 밝게 비추었고, 좀 더 산뜻하고 좀 더 다양한 제품을 구비해둔 상점이 "유혹적이고 기발한 신제품"을 진열했으며, 전화라는 문명의 이기가 등장했는가 하면 한때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쾌적한 설비와 사치품이 중산층으로 전파되었다. 더 이상을 물을 우물에서 길어 올리지 않아도 되었고 더 이상 불을 "수고롭게 벽난로에서 지필" 필요가 없어졌다. 위생이 개선되었고 오물이 자취를 감추었으며 기본적인 생활수준이 해를 거듭하며 향상하여 "대중의 빈곤이라는 궁극적인 문제마저 이제는 극복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저자는 이와함께 극적인 변화가 대부분의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19세기는 물질적 환경, 영양, 주거지, 건강, 교육이 크게 개선된 것은 분명 경제적인 현상이었지만 인구학적인 현상이기도 했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성년기까지 생존할 확률, 그때까지 생존한 사람들이 낳을 자녀의 숫자, 사망하는 아이, 다른 지역이나 나라나 대륙으로 이주할 가능성 등과도 관련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생활수준 향상은 인구 데이터와 그 가운데서도 출생률과 사망률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최근 200년 동안 가장 크게 변화한 점은 현저히 낮아진 영아 사망률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영아나 유아가 사망하는 일이 크게 줄어들었고 거의 모든 출생자가 최소한 어른이 될 때까지는 생존하는 데 따른 결과다. 이외에도 기대수명이 대체로 연장된 것도 차이점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기대수명의 연장은 영아 사망률과 아동 사망률뿐만 아니라 중년 사망률까지 크게 하락하고 노년기는 물론 100~200년 전이라면 상상하지도 못했을 나이까지 생존하는 노인들의 숫자가 늘어난 데서 비롯되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렇게 인간 수명의 대폭 늘어남에 따라 자연히 세계 인구수는 18세기 중반 이후 크게 늘어났다. 18세기까지만 해도 세계 인구는 10억 명도 되지 않았지만 오늘날에는 70억 명이 넘는다. 현재의 정치·경제·사회가 과거와 속속들이 다르듯이 인구 역시 그때와 매우 다르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러한 추세는 1800년경에 영국제도와 미국에서 시작되었으며 유럽으로 확산되더니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아프리카의 대다수 국가는 여전히 과도기를 거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순조로이 진행하는 중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현재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을 제외하면 전 세계적으로 여성 한 명당 자녀 수가 비교적 최근인 1970년대의 세계 평균(4명)을 웃도는 나라는 6개국도 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전한다. 또한 아프리카를 제외하면 기대수명이 60년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은 한 군데도 없다. 참고로 기대수명 60년은 1970년대 세계 표준이자 그 얼마 전인 1950년대의 유럽 표준에 가까운 수치라는 것이다.



저자는 역사철학자들이 역사적인 사건을 일으키는 기본 요소에 대해 오랫동안 논의해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어떤 학자는 물질의 어마어마한 힘이 (인류 역사의 세부사항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체적인 윤곽을 결정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어떤 이는 사상의 전개 과정이 역사의 핵심을 이룬다고 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돌발 사고와 우연이 역사를 좌지우지하므로 전개되는 사건의 배후에서 큼직큼직한 원인을 찾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역사학자들이 역사를 '위인들의 창조물'로 보던 때도 있었다. 이 가운데 그 어떠한 접근법도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지 못하며 역사에 대해 타당한 설명을 내놓지 못한다. 오랜 시간과 다양한 공간에서 일어난 인류의 상호 작용은 너무도 방대하고 복잡하여 이론가 한 사람이 요약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게 저자의 중심 이론이다. 과거를 이해하려면 물질의 힘, 사상, 운명은 물론 위인과 위인간의 상호작용까지도 전부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는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저자는 지난 200여 년에 걸쳐 진행된 인구 혁명은 세계를 바꾸어 놓았다고 단언한다. 인구 혁명은 국가의 흥망성쇠나 권력과 경제의 대대적인 전환에도 관여했을 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인국 혁명의 이야기는 한 세대 만에 낳은 자녀 대부분이 성년기 이전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영국 여성들의 이야기이자, 평생 한 번도 아이를 낳아본 적 없이 아파트에서 고독사하는 일본 노인들의 이야기이자, 기회를 찾아 지중해를 건너가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구 문제는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어떤 면에서는 인구는 삶의 시작과 끝이라 할 수 있다. 인구는 기술 혁신, 경제 발전, 신앙과 이념의 변화 같은 원인 요소와 나란히 이해해야 할 사안이지만 인구로 많은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게 저자의 소신이다. 예컨대 페미니즘 운동이 인구 변화의 전조인지, 원인인지, 아니면 그 결과물인지 확실히 말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페미니즘과 인구 변화가 어떠한 상호작용을 나누었는지 도표를 그릴 수는 있다. 오늘날 페미니즘 이념은 (여전히 불균형을 탈피하지 못한) 사회와 경제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고 저자는 판단하고 있다. 혼전 성관계의 용인이나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가 그 단적인 예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성관계와 성별에 대한 일대 혁명이 일어난 것은 경구피임약이 발명되고 그에 따라 출산 선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경구 피임약 역시 여러 남녀의 독창성과 투지가 낳은 산물일 뿐 아니라 성생활, 성적 취향, 성별에 대한 인식 변화의 산물이기도 하다. 성에 대한 연구가 학계에서 용인될 뿐 아니라 기업과 비영리 단체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까닭도 그 때문이다. 페미니즘, 피임 기술, 성관계와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모두가 출산율 저하에 일조했다는 저자의 주장을 독자들은 이 책에서 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인구학을 유사 마르크스주의적인 역사관과 혼동하여 세계 모든 역사의 숨겨진 요소를 '계층'에서 '인구'로 대체하려는 것도 그릇된 시도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인구학만을 분리하여 보는 태도는 지난 200년 동안의 세계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 요소를 놓치는 길이기도 하다. 인구의 꾸준한 성장 추세가 역병, 기근, 전쟁으로 역전되는 암담한 이야기는 수천 년에 걸쳐 되풀이됐다. 그러나 1800년경부터 인류는 자신들의 숫자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기 시작했고 그로써 아주 멋진 결과를 얻었다. 인구학은 가장 느리게 변화하는 학문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학문으로 바뀌었다. 출산률과 사망률의 하락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으며 한때는 몇 세대씩 걸렸던 전환이 이제는 수십 년 만에 이루어진다. 디지털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트렌드로 읽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산업혁명의 시작과 대영제국의 흥망성쇠, 독일과 일본 그리고 러시아의 도발, 세계 최강의 슈퍼파워로 부상한 미국, 중동에 대변혁을 몰고 온 아랍의 봄, 일본에서 시작되어 유럽으로 번지고 있는 저성장 기류, 중국의 폭발적인 경제성장,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과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까지. 이 모든 역사적 현상의 기저에는 바로 ‘인구’가 있다고 저자는 이 책에서 역설하고 있다. 


미국이 유럽의 그 어떠한 강대국보다 몇 배나 많은 인구를 보유하게 됨에 따라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유럽 열강들의 세계 지배는 끝이 났다. 미국은 유럽보다 시장도 더 컸고 규모의 경제를 창출할 잠재력도 더 컸기 때문에 영국의 1인당 국민소득을 앞지를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의 절대적 규모보다 훨씬 더 결정적인 요소는 인구 규모였다. 1870년에 미국 인구는 영국보다 3분의 1가량 많았으며 경제 규모는 동일했다. 두 나라 경제의 상대적인 위치가 1인당 소득 기준으로 반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의 상대적인 규모가 뒤바뀐 데는 인구의 상대적인 규모가 뒤바뀐 것이 훨씬 더 크게 작용했다.(p.200)


저자 : 폴 몰랜드(Paul Morland)


영국 런던대학교 버크벡 칼리지의 연구원으로 인구학 권위자이다. 독일과 영국 두 개 국가의 국적을 갖고 있으며 프랑스어를 구사한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공부했으며 런던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인구 공학 : 인종갈등과 인구전략 Demographic Engineering: Population Strategies in Ethnic Conflict』이 있다.


역자 : 서정아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냇웨스트, 크레딧 스위스 등의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근무했고, 이화여대통역번역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엘리트 세습』, 『인구의 힘』, 『부의 선택』, 『너를 놓아줄게』, 『리스크의 과학』, 『증거의 오류』, 『에지전략』, 『은행이 멈추는 날』, 『치킨쉬트 클럽』, 『정면돌파』, 『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 『스트레스, 과학으로 풀다』,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화성: 마션 지오그래피, 붉은 행성의 모든 것』, 『그림으로 보는 세계의 음악』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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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편하게 살고자 하는가 라이즈 포 라이프 1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요한 옮김 / RISE(떠오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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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대는 스스로 사유하는 것이 아니라, 제시된 대로만 생각하도록 만드는 경향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 이 책 『왜 너는 편하게 살고자 하는가』의 편역자 김요한은 지적한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미 우리가 흔히 지칭하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고 칭할 수도 없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능을 가진 인간이란 뜻인데 '지능'이란 단어와 '생각'이란 말은 동의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비슷한 의미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인공지능(AI)에도 뒤떨어지고 마침내 AI의 로봇의 지배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이는 과학이나 철학의 문제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인간의 미래'에 대한 문제이다. 이 책 표제어에서 문득 떠오르는 철학자가 있다.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와 프리드리히 니체다. 이 두 사람은 거의 19세기를 온전히 살아낸 사람들이다. 독자들도 잘 아시다시피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 철학자로 '삶이 곧 고통'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끝없는 사유로 삶의 지혜를 제시했다. 많은 세계 명사들에게 영향을 미친 니체 역시 삶에 대한 철학적 탐구와 깊은 성찰로 오늘날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또 두 철학자는 19세기 독일 철학자라는공통점도 있다. 세계 어느 대륙이나 전쟁이 잦았지만 유럽은 로마 제국 때부터의 영향인지, 이웃한 각 나라들이 친구처럼, 또는 적처럼 지내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듯하다. 국경이 있지만 오가는 데 큰 어려움도 별로 없다. 개방된 문화 탓이리라.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백인종으로 로마 제국의 정통성을 자신들이 이어받았다는 자부심 때문이 아닌가 싶다. 

두 철학자가 19세기 독일인이지만 쇼펜하우어가 1788년 생이고, 니체는 1844년 생이니만큼 쇼펜하우어가 더 앞선 세대의 사람이긴 하다. 그러나 독일, 독일인의 정체성이 확립된 시기가 1870년 비스마르크 이후라고 보면 두 철학자가 살았던 독일은 서유럽에서 조금은 뒤떨어진 문명임은 틀림없는 시대다. 상대적으로 넓고 비옥한 영토의 프랑스와 섬나라의 한계를 해외 개척으로 세계 최대의 나라를 확장한 영국에 비해 조금은 뒤처진 국토 환경이다. 산악지형인데다 바다에 접한 해안선이 짧고 그마저 대서양으로 가기에는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을 거쳐야 한다. 해외 진출의 조건이 열악한 셈이다.



두 사람의 철학은 신(神)의 개념으로부터 멀리 떨어질 수 있었던 배경도 있다. 독일이 유럽의 강대국으로 올라선 것은 프로이센에서 저먼(게르만)이란 명칭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 비스마르크 재상 이후부터다. 독일의 강대국으로 올라선 가장 밑바탕이 된 학문은 철학도 인문학도 아닌, 과학이다. 20세기 들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렀지만 독일은 두 차례 모두 전쟁을 일으킨 침략국이었다. 억눌렸던 그들의 민족성이 과학의 탁월한 발달로 서구뿐만 아니라 세계 패권을 꿈꾸었으니 서양 문명이 호전성을 갖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할 것 같다. 

이 책의 역자 김요한은 철학은 '생각과 창조'를 무기로 발달한 학문이고, 유효한 수많은 사상과 지혜를 선도해 왔는데 오늘날 현대인은 미디어가 쏟아내는 콘텐츠와 온갖 정보의 홍수 속에서 '스스로 사유하는 법'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역자는 생각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을 위해 이 책을 펴냈다. 쇼펜하우어의 수많은 아포리즘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는 니체는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오늘의 나를 완전히 죽여야 ‘내일의 나’가 태어난다. ‘새로운 나’로 변하려면 기존의 나를 완전히 버려야 한다.” 니체의 말처럼, 지금 내 삶을 고민하고 있다면 먼저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내는 게 최우선이다. 

역자에 따르면 이 책은 니체의 저서 중 핵심적인 내용을 뽑아 우리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를 담았다. 또한,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짧고 간결한 문장과 쉬운 번역을 택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니체의 번역서가 나왔지만, 니체 철학이 지닌 독특함으로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니체의 핵심 사상에 바로 접근할 수 있으며, 무수한 삶의 위기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현실에서 올바른 ‘삶의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오늘날 현대사회는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역자는 책 앞 부분 〈옮긴이의 말〉을 통해 4차 산업의 혁명과 함께 인공지능(AI)의 발달, 무수한 미디어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현대인의 삶은 버겁고 힘들다고 말한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니체의 메시지’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니체의 번역서가 나왔지만, 니체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논쟁은 독자들에게 ‘읽기 어려운 책’으로 각인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 책은 니체의 철학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하며, 독자들에게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적극적으로 자아를 실현하고,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도록 도와준다. 책의 출간 이유다.

이 책은 세 가지 큰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현대사회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엄선했다. 둘째, 니체 원문의 느낌과 의미를 최대한 살리면서 개인적 해석이나 표현을 최소화했다. 셋째, 글보다 영상에 익숙한 현대인들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현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사용했다. 이 책은 니체가 전하는 메시지를 현대적 맥락으로 재해석하여 독자들이 니체의 메시지를 쉽게 이해하고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따라서 삶 속 모든 어려움과 도전 속에서도, 항상 희망의 빛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당신의 여정이 이 책을 통해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모두 4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존재의 의미를 찾아서〉, 2장 〈깊은 질문에 답하다〉, 3장 〈깨달음으로의 고통스러운 여정〉, 4장 〈우리, 이해받지 못하는 자들의 삶〉 등이다. 독자가 이 책을 통해 이해하기로는 쇼펜하우어가 삶의 바탕을 '고통'에 두었다면 니체는 '절망'에 두고 있지 않나 싶다. 물론 독자의 느낌이어서 내세울 바는 못 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세상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절망서 시작하게 된다.



역자는 이 책의 〈옮긴이의 말〉을 책 앞 부분에 두고 '서문'을 대신하고 있다. 그 마지막을 책의 이해를 위해 역자가 제시한 문장 「지금 절망 속에 있다면」도 니체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아무리 깊은 어둠 속에 있다 할지라도, / 작은 틈 사이로 비춰 나오는 태양을 추구하라. // 절망은 결코 영원하지 않으니." 4개의 장에는 모두 166개의 문구가 제목을 이루고 있다. 각 장의 제목을 연결해 읽는다면 이 책의 구성이 역자의 니체 철학에 대한 이해에서 선정된 유기적 구성이란 확신을 얻을 수 있다. 현대인은 존재의 의미(생각을 잃어버려서)를 되찾아야 하는 처지에 있다. 깊은 질문을 하고 성찰과 사색을 거듭함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되찾아내야 한다. 그 길의 여정은 고통스럽고 어렵지만 존재하는 한 감내하고 존재의 의미를 밝혀내야 한다. 우리, '이해받지 못하는 자들의 삶'이다. 이 책의 130번째 소제목 「죽음에 대한 생각」을 인용해 본다.

이 거리의 혼란 속에서, 필요한 목소리들의 한가운데서 살아가는 것은 나에게 우울한 행복을 준다. 얼마나 많은 즐거움, 급함, 욕망이 여기서 매 순간 드러나는가. 얼마나 많은 목마름과 흥분이 나타나는가. 그러나 곧 이 모든 시끄러운, 생기 넘치는,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곧 조용해질 것인가. 모두의 그림자, 그의 우울한 동반자가 그 뒤에 서 있다.

이것은 항상 이민선이 출발하기 직전의 마지막 순간과 같다. 사람들은 서롤에게 할 말이 그 어느 때보다 많고, 시간은 촉박하며, 모든 소음 뒤에는 외로운 침묵으로 기다리는 바다가 있다. 그렇게 탐욕스럽고, 자신의 먹잇감을 확신하며 기다린다. 그리고 모두, 모두가 과거는 아무것도 아니거나 사소한 일이었다고, 가까운 미래가 모든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래서 이러한 서두름, 이 소리 지르기, 이 자신을 귀머거리로 만들고 자신을 넘어서려는 시도가 있다.

모두가 이 미래에서 가장 앞서고자 한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과 죽음의 고요함만이 이 미래에서 모두에게 확실하고 공통적인 유일한 것들이다. 이 확실하고 모두에게 공통적인 유일한 것이 사람들에게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그들이 자신을 죽음의 형제애로 여기는 것에서 가장 멀다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가. 죽음을 전혀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나는 삶에 대한 생각을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고 싶다. 심지어 백 배나 더.(p.179~180)



자본주의가 덜 익숙했던 니체의 시대에서도 당연히 가난에 대해 좋아할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가난'에 대한 니체의 생각은 어떤 것이었을까. "아무리 애를 써봐도 가난을 아름답게 만들 수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가난함을 필연적인 것으로 아름답게 해석함으로써 우리가 더 이상 그것 때문에 고통받거나 운명을 원망하지 않게 만들 수는 있다."고 풀어간다. 그리고 니체는 "이건 마치 현명한 정원사가 자기 정원의 작은 물줄기를 분수로 만들어 자연의 여신의 손에 맡기는 것처럼 가난함도 어떤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자연의 여신 같은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을까?"라고 되묻는다. 다만 "그 누군가가 당신은 아니길 바란다."(p.41)고 덧붙인다.

25번째 「삶이란 무엇인가?」도 눈길을 끈다. "삶이란, 우리 안에서 죽어가고 있는 것을 끊임없이 제거하는 것이다. 삶이란,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약해지고 늙은 모든 것에 대해 잔인하고 무자비한 것이다."라는 가설을 앞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삶이란 무엇일까? "죽어가는 자, 고통받는 이들, 나이 든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느끼지 말라는 것일까? 우리는 계속해서 타인을 해치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럼에도 지혜로운 모세는 '살인하지 말라'고 가르쳤다.(p.43) 

이 책의 2장 〈깊은 질문에 답하다〉 34번째 소제목은 이 책을 펴낸 역자 김요한의 생각과 가깝게 이해된다. 역자는 현대인의 삶이 생각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전제했다. 34번째 소제목은 「고통에 관한 생각조차 견디기 어려워하는 시대」이다. 이에 따르면 사람들과 시대를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고통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다른가다. 이는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영혼의 고통에도 해당된다.

현대인들은 아마도 과거에 사람들이 폭력에 맞서기 위해 스스로 폭력적이 되어야 했던 시대와 비교하면, 신체적 고통에 대해 잘 모르는 허풍쟁이와 환상가일지도 모른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신체적 고문과 박탈을 오랫동안 견뎌냈으며, 고통을 자신의 보존을 위한 필수적 수단으로 봤다. 그들은 고통에 견딜 수 있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켰고, 기꺼이 고통을 가하며 다른 사람들이 겪는 끔찍한 일을 보고도 자신의 안전만을 생각했다.

영혼의 고통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그것을 경험을 통해 알든 설명을 통해 알든 간에, 일부는 그것을 고급문화의 징표로 여긴다. 호긍ㄴ 일부는 영혼의 슬픔을 전혀 믿지 않으며, 그것을 언급할 때 신체적 고통의 경험을 떠올린다. 역자의 주석도 명쾌하다. 비관주의적 철학의 출현은 실제 고통이 부족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삶의 가치에 대한 의문은 이미 사람들이 겪는 작은 불편함을 너무나도 크게 느끼는 시기에 나타난다. (중략) "결국, 고통에 대한 해결책은 고통 그 자체다."(p.61~62)



'신은 죽었다' '망치를 든 철학자'로 깊게 각인된 니체는 서구의 전통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세우고자 했다. 그리스도교 도덕과 합리주의의 기원을 밝히려는 작업에 매진했고, 이성적인 것들은 실제로는 비이성과 광기로부터 기원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는 '안티크리스트'에서 유대인들이 그들의 망상으로 도덕이나 종교, 문화, 역사 등을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왜곡했다고 말했다. 이는 유대인 혐오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독설가로 유명한 니체도 '음악'과 '사랑'에는 매우 부드러웠던 것 같다. 157번째 제목 「음악과 사랑」(p.209)에서 니체는 "음악을 강상하는 경험은, 우리가 먼저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뚜렷한 주제나 멜로디를 정확히 듣고 구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음악은 우리를 사로잡는 연인처럼 느껴질 정도로 매력적으로 다가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고 황홀하게 한다."고 말했다.


저자 :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9세기 독일의 철학자이자 음악가, 문학가이다. 1844년 독일 작센주 뢰켄의 목사 집안에서 출생했고 어릴 적부터 음악과 언어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집안 영향으로 신학을 공부하다가 포이어바흐와 스피노자의 무신론적 사상에 감화되어 신학을 포기했다. 이후 본대학교와 라이프치히대학교에서 언어학과 문예학을 전공했는데 박사 논문을 제출하기 전에 이미 명문대인 스위스 바젤대학교에 초빙될 만큼 뛰어난 학생이었다.

니체는 인간에게 참회, 속죄 등을 요구하는 기독교적 윤리를 거부했다. 본인을 ‘망치를 든 철학자’라고 부르며 규범과 사상을 깨려고 했다. “신은 죽었다. 우리가 신을 죽였다”라고 한 그는 인간을 끊임없이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창조하는 주체와 세계의 지배자인 초인(超人)에 이를 존재로 보았다. 초인은 전통적인 규범과 신앙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인간을 의미한다. 니체의 이런 철학은 바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로 집대성됐고 철학은 철학 분야를 넘어 실존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에까지 영향을 크게 미쳤다.

『비극의 탄생』(1872)에서 생의 환희와 염세, 긍정과 부정 등을 예술적 형이상학으로 고찰했으며, 『반시대적 고찰』(1873~1876)에서는 유럽 문화에 대한 회의를 표명하고, 위대한 창조자인 천재를 문화의 이상으로 하였다. 이 사상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1878~1880)에서 더 한층 명백해져, 새로운 이상에의 가치전환을 시도하기에 이른다. 『여명』(1881) 『즐거운 지혜』(1882)에 이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3~1885)를 펴냈는데 ‘신은 죽었다’라고 함으로써 신의 사망에서 지상의 의의를 말하고, 영원회귀에 의하여 긍정적인 생의 최고 형식을 보임은 물론 초인의 이상을 설파했다. 이 외에 『선악의 피안』(1886) 『도덕의 계보학』(1887)에 이어 『권력에의 의지』를 장기간 준비했으나 정신이상이 일어나 미완으로 끝났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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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찾아라 - 법정 스님 미공개 강연록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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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가 만들어온 삶의 지혜이고, 법칙이다. 이에 충실해 인류는 지구 최고의 생명체로 진화했고, 현인들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라고 조언했다. 그것이 인간의 삶이기에... 인류의 삶에는 매 순간 집중하고 최선을 다한 수많은 선구자들에 의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사는 시대나 장소는 다를지라도 이 삶의 원칙은 인간 삶의 절대불변의 진리이다. 

이 책 『진짜 나를 찾아라』는 법정 스님의 강연록이다. '무소유'의 스님으로 알려진 그가 2003년 광주 남도예술회관 대강당에서 〈맑고 향기롭게〉 10주년 기념 강연을 했다. "도착지와 시간을 먼저 생각하면 거기에 갇혀 가는 길을 즐길 수 없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삶은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바로 이 순간입니다. 이 순간을 살 줄 알아야 합니다." 

법정은 1994년 "마음을, 세상을,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라는 실천 덕목으로 만든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를 설립하고, 올해로 30주년이 됐다. 법정은 14년 전 2010년 입적했지만, 뜻 있는 관계자들과 생전 30년, 사후 14년을 함께해 온 김한수 조선일보 종교전문기자가 법정의 강연을 책으로 펴냈다. 김한수가 쓴 추천사에는 법정이 평소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거나, 아직 오직 않은 미래를 걱정하기 말고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는 전언이다. 

〈추천사〉에는 이 밖에도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라'는 메시지가 담긴 강연 내용이 많다. "주위에 핀 꽃들을 보십시오. 이 꽃들은 생과 사에 연연하지 않고 그때그때의 자기 생에 최선을 다하지 않던가요?"(「자기의 일을 사랑하라」 중에서) "꽃은 묵묵히 피고 집니다. 다시 가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때 그곳에 모든 것을 내맡깁니다. 그것은 한 송이 꽃의 소리요, 한 가지 꽃의 모습. 영원히 시들지 않는 생명의 기쁨이 후회 없이 거기서 빛나고 있습니다."(「없는 것을 어찌 찿으려 하는가」 중에서)

법정의 ‘글맛’은 익히 잘 알려져 있지만 그동안 ‘말맛’은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김종수 전문기자는 말한다. 그러나 법정의 강연은 그대로 녹음해 풀어 놓으면 훌륭한 한 편의 글이 된다는 것. 교훈과 유머, 위로와 격려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고 〈추천사〉를 통해 전한다.



독자들도 느끼겠지만 책을 읽다 보면 나지막이, 때로는 격하게 말씀하시는 법정의 생생한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고. 더구나 강연 내용이 20~30년 전의 말씀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크나큰 가르침과 위안을 준다. 어쩌면 점점 더 진짜 나의 모습을 잃고 획일화되어 가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197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부산, 춘천, 대구, 창원, 광주, 청도 등 전국 각지에서 법정 스님이 펼친 강연을 글로 풀어낸 것이다. 이 책에 실린 모든 강연 내용이 그동안 책으로 출간되지 않아 미공개된 것들이라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책에 따르면 법정은 1994년 3월 26일 서울 구룡사에서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를 발족했다. 맑고 향기롭게는 구체적인 실천행을 도모하여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그 뜻을 함께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순수 시민 모임이다. 현재에도 많은 회원이 동참하며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고 자연을 보호하는 일 등을 하고 있다. 〈맑고 향기롭게〉 30주년을 기념하여, 법정이 전국을 돌며 대중 강연을 했던 내용을 책으로 묶었다.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위해, 우리의 풍요롭고 참다운 삶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길을 일러주시는 스님의 귀한 가르침이 담겨 있다.

“흔히들 마음을 맑히라고, 비우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마음을 밝히는 법이라고 얘기하는 이는 없다. 또 실제 생활이 마음을 비우고 사는 이처럼 여겨지는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다. 마음이란 결코 말로써, 관념으로써 맑혀지는 것이 아니다. 실질적인 선행을 했을 때 마음은 맑아진다. 선행이란 다름 아닌 나누는 행위를 이른다. 내가 많이 가진 것을 그저 퍼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잠시 맡아 있던 것들을 그에게 되돌려주는 행위일 뿐이다. 하찮은 것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소유할 수 있음에 감사하노라면 절로 맑은 기쁨이 샘솟는다. 그것이 행복이다." (중략) 인간들의 이기적 욕심이, 만족할 줄 모르는 마음이 이제는 자신들의 생명마저 위협할 지경이 되었다. 이제 우리들, 인간들은 지혜의 선택을 해야만 한다.(p.10~11)



이 책은 모두 1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5회분의 강연을 책으로 묶었다. 각 장의 제목은 책을 펴낸이들이 정했겠지만 간단하고 명료해 강연 내용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라」 「진정한 고독에 이르는 길」 「자신만의 얼굴을 만들어 가라」 「부처님과 같은 공덕을 이루려면」 「없는 것을 어찌 찾으려 하는가」 「인간을 벗어나 자연으로 살아가라」 「수많은 생을 두고 쌓은 인연」 「내 가족이 내 이웃이 나의 선지식」 「지금 여기, 삶을 채우는 시간」 「텅 빈 공간에 홀로 앉아 있으라」 「마음 밖에서 찾지 말라」 「참다운 구도자가 되는 길」 「인간은 유한한 존재」 「눈을 들어 흐르는 강물을 보라」 「눈이 내리고 꽃이 피는 이유」 등 15개 제목이 독자들의 눈을 잡아 끈다. 제목 자체로도 생각할 게 참 많다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 법정이 내내 자리한 길상사 설법전에서 문화강좌를 하던 「차를 마시면서」의 내용이 마지막에 곁들여 있다. 

앞서 언급한 「실질적인 선행을 했을 때 마음은 맑아진다」 란 제목의 〈맑고 향기롭게〉 취지문에서 "깨달음에 이르려면 두 가지 일을 스스로 실행해야 한다. 하나는 자신을 속속들이 지켜보는 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관리, 감시하여 행여라도 욕심냄이 없도록 삿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또 하나는 실천하는 것이다. 콩 반쪽이라도 나눠 갖는 실천행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어야 한다." 아름다운 사회를 이루고 참된 삶을 살기 위한 핵심 키워드가 ‘성찰’과 ‘사랑’임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은 고된 삶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성찰과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지를 그리운 법정 스님의 목소리로 담고 있다. '수행'이란 출가 승려들이 절에서 공부하고 이른바 '도'를 깨닫기 위해 참선하는 행위만을 일컫는 것으로 일반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수행이란 '지금 여기서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알게 된다. 법정은 삶이 곧 수행이고, 수행이 곧 삶이라고 강조한다.



“사람이 산다는 것은 어떤 추상적인 시간이나 공간에서 살아가는 게 아니고 지금 이 순간, 바로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어야 합니다. 그 일에 열의를 가지고 몰두할 수 있어야 합니다.”(p.16)

「맑고 향기롭게 취지문」에서 법정은 “물질의 노예가 아닌 나눌 줄 알고, 자제할 줄 알며, 만족할 줄 알고, 서로 손잡을 줄 아는 심성을 회복해 가야만 한다. 이것이 참다운 삶을 사는 길이며, 삶을 풍요롭게 가꿔 가는 방법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두 가지 일을 스스로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법정은 한 번뿐인 인생 후회 없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존재에 대한 자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근원적인 물음 앞에 마주 서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자아 성찰을 위한 고독의 필요성과 그 의미에 대해서도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

대중이 싫어하는 '고독'에 대해서도 꼭 가져야 할 하나의 수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흔히 고립과 고독을 혼동하기도 합니다만, 고립이 아니라 고독의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사람은 저마다 특성과 재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걸 깨우려면 자신을 엄격하고 철저하게 응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만의 깊은 고독에 빠져 보아야 합니다.”(p.25~26)

유념해야 할 것은, 법정 스님이 강조한 ‘고독’은 자기로부터 시작하기 위해서이지 거기 머무르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은 수많은 이웃과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기 때문에, 고독의 최종적인 관계는 결국 이웃이라는 것이다. 즉,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고독의 의미라고 법정은 설파한다. 우리가 한 생애 살다가 인생을 마감할 때,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내 가족과 더불어 사는 세상이기 때문에, 많은 이웃과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이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내 마음을 얼마만큼 따뜻하게 기울였는가 물어야 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대할 때 가족이나 친구를 생각하십시오. 좋은 책을 읽었을 때도 그렇게 하세요.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은 기쁨입니다. 인연이고 또 맺음입니다.”(p.71)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부처님과 같은 공덕을 이루는 길임을 강조한다. 이 강연은 1986년 동덕여대 동덕미술관에서 실시되었는데 '불교계가 경전을 잘 읽지 않는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시작한다. 

"우리나라 불교도들은 경전을 잘 읽지 않습니다.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우선, 탐구력이 부족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하시고자 한 말씀의 의미가 무엇인지, 불교가 무엇을 말하는 종교인지, 불자는 무엇을 등불로 삼아야 하는지, 자신을 수련하고 세상을 향해 어떤 보살행을 해야 하는지 탐구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궁금하지 않은 것이지요. 혹은 알아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다음 경전이 한문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불경이 한문으로 전해지다 보니 한자를 읽지 못하고 한문을 알지 못하면 경전 또한 읽을 수 없겠지요. 그러나 요즘은 번역서가 많으니 이것이 변명이 될 수는 없습니다."(p.51)

법정은 부처님의 뜻을 잘 살피려면, 불교의 참된 교리를 깨치기 위해서는 경전을 읽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부처님께서도 "이미 모든 법이 잘 말하여졌고 또한 준비되어 있으니 오직 법에만 기대어 자신을 수련하면 충분하다."라고 가르쳤음을 강조하며, 『화엄경』의 〈입법계품〉에 선재동자라는 젊은 구도자의 이야기를 해준다. 선재동자의 구도 행각이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로부터 출발하여 온갖 덕행을 상징하는 보현보살에 이르러 마치게 되는 것은 불교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가를 명확하게 보여 주는 실증이라는 것. 법정은 "이름만 붙인다고 하여 보살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태어났다고 하여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란 점을 명확히 한다. 보현보살의 말을 빌어 부처님의과 같은 공덕을 이루려면 열 가지 크나큰 행과 원을 쌓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 열 가지 행원이 모두 나와 설명까지 나와 있다. 간략하게 번호를 붙여 살펴본다. 

① 예경제불(禮敬諸佛) - 모든 부처님께 예배하고 공경을 드리는 것.

② 칭찬여래(稱讚如來) - 부처님의 덕행을 찬탄하는 것. 

③ 광수공양(廣修供養) - 여러 가지를 공양하는 일. 

④ 참회업장(懺悔業障) - 자신이 지은 허물을 참회해야 한다는 뜻. 

⑤ 수희공덕(隨喜功德) - 남의 공덕을 함께 기뻐하는 것. 

⑥ 청전법륜(請轉法輪) - 설법하여 주시기를 청하는 것. 

⑦ 청불주세(請佛在世) - 부처님이 세상에 오래 계시기를 청하는 것. 

⑧ 상수불학(常隨佛學) - 부처님을 본받아 배우는 것. 

⑨ 항순중생(恒順衆生) - 이웃의 뜻에 따르라는 가르침. 

⑩ 보개회향(普皆廻向) - 모두 다 돌려보내는 것.


이 책에는 인생을 살아가는 바른길을 알려는 법정의 가르침들로 가득하다. “행복의 척도를 소유에 두지 마십시오”,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등 무소유와 행복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 “칭찬과 격려의 말을 아끼지 마세요” 등 구체적인 대화 방법을 일러주기도 한다. 또한 “우리가 절제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는 거 아닙니까?”라는 일침으로 환경 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법정의 죽비는 영원히 남아 우리의 영혼을 맑고 향기롭게 바꿔줄 것이다.



저자 : 법정(法頂)


1932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경험한 후 인간의 선의지를 고뇌하다가 대학 3학년 1학기 때 중퇴하고 진리의 길을 찾아 나섰다. 1956년 당대 고승인 효봉선사를 은사로 출가했다. 같은 해 7월 사미계를 받은 뒤, 1959년 3월 통도사에서 승려 자운을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이어 1959년 4월 해인사 전문강원에서 승려 명봉을 강주로 대교과를 졸업했다. 그 뒤 지리산 쌍계사, 가야산 해인사, 조계산 송광사 등 여러 선원에서 수선안거했고, [불교신문] 편집국장과 역경국장, 송광사 수련원장 및 보조사상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1975년 10월에는 송광사 뒷산에 직접 작은 암자인 불일암을 짓고 청빈한 삶을 실천하면서 홀로 살았다. 1994년부터는 시민운동 단체인 ‘맑고 향기롭게’를 만들어 이끄는 한편, 1995년에는 서울 도심의 대원각을 시주받아 길상사로 고치고 회주로 있다가, 2003년 12월 회주직에서 물러났다. 강원도 산골의 화전민이 살던 주인 없는 오두막에서 직접 땔감을 구하고 밭을 일구면서 무소유의 삶을 살았으며, 2010년 3월 11일(음력 1월 26일) 입적했다.

수필 창작에도 힘써 수십 권의 수필집을 출간하였는데, 담담하면서도 쉽게 읽히는 정갈하고 맑은 글쓰기로 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꾸준히 읽히는 스테디셀러 작가로도 문명이 높다. 대표적인 수필집으로는 『무소유』, 『오두막 편지』,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버리고 떠나기』, 『물소리 바람 소리』, 『산방한담』, 『텅 빈 충만』, 『스승을 찾아서』, 『서 있는 사람들』, 『인도기행』, 『홀로 사는 즐거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등이 있다. 그 밖에 『깨달음의 거울』, 『숫타니파타』, 『불타 석가모니』, 『진리의 말씀』, 『인연 이야기』, 『신역 화엄경』 등의 역서를 출간했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출가 50년, 법정 스님의 잠언 모음집으로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에 달렸다는 가르침을 전해준다. 『맑고 향기롭게』는 법정 스님이 직접 가려 뽑은 50편의 글이 담겨 있는 대표산문선집이다. 산중 생활에서 길어 올린 명상과 사색이 특유의 계절적인 감성과 어우러져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영혼의 피안처가 되어 준다. 삶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진정한 사유의 기쁨과 포근한 마음의 안식을 제공한 『무소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작품으로 북적이는 도심이 싫어 자연으로 돌아가 새와 바람, 나무와 벗하며 살아가시는 스님은 평범한 모든 이들에게 맑고 깊은 영혼의 세계를 보여준다. 다른 저서로는 『홀로 사는 즐거움』 『말과 침묵』 『법정 스님이 들려주는 참 좋은 이야기』 『화엄경』 『인연 이야기』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영혼의 모음(母音)』 『버리고 떠나기』 『물소리 바람소리』 『진리의 말씀-법구경』 등이 있다. 폐암으로 투병하던 중 2010년 3월 11일 병원에서 퇴원하여 법정스님이 1997년 12월 창건해 2003년까지 회주를 맡아왔던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입적하기 전날 밤 "내 것이라고 할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해 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고 말했다. 평소 많은 사람에게 수고만 끼치는 장례의식을 행하지 말고, 관과 수의를 따로 마련하지도 말며,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 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해주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 말며, 탑도 세우지말라'고 당부했다는 법정 스님은 가는 걸음까지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남은 이들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전해주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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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즘 - 섹시, 맵시, 페티시 속에 담긴 인류의 뒷이야기
헤더 라드케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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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티시의 대상으로 전락한 인류의 엉덩이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답변을 찾아 나선 저자의 끈질긴 추적은 역사학�진화학�심리학�사회학을 넘나든다. 저자가 천착 탐구한 결과 한 곳을 가르킨다. 백인우월주의와 인종 차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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