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욕망에 바른이란 의미가 붙으니 새삼 흥미롭게 다가오는 한편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작가가 무얼 말하고자 함인지 기어코 봐야겠다는 독자의 집념에 불을 지핀 <정욕>은 일본의 연호가 바뀌는 시점을 기준으로 검사인 데라이 히로키와 침구점에서 일하는 기류 나쓰키, 대학생인 간베 야에코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업무에 시달리는 히로키는 검사란 직업과 전업주부인 아내, 외동아들을 둔 평범한 가장처럼 보이지만 아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등교 거부를 하면서 남모를 고민을 안고 있다. 몇 년 주기로 전근을 가야 하지만 대출을 받아 지은 단독주택과 아들의 사립학교 입학으로 전근을 가지 않은 채 업무를 이어가고 있어 아들의 등교 거부 문제를 더욱 말할 수 없는 히로키, 그런 히로키의 눈에 아들인 다이키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아이들 속에 섞이지 못해 겉돌며 결국은 방안으로 숨어든 아들, 그런 아들이 최근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유튜버의 방송을 본 후 자신도 유튜버의 길을 걷겠노란 선언 또한 고운 눈으로 바라볼 수 없다.

안정된 직장의 정직원을 그만두고 그 누구와도 섞이고 싶지 않아 침구점에서 일하는 나쓰키, 최근 자신에게 말을 거는 동료에게 불편함을 느끼지만 싫은 내색 없이 자신은 드러내지 않고 그녀의 말을 들어주는 나쓰키는 연락처가 바뀌어도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등 타인과의 고립된 생활을 고집하고 있다.

대학생인 야에코에게는 터울이 있는 오빠가 있다. 어릴 적부터 자신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외모나 성적 면에서 우수함을 보이던 오빠였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그대로 은행에 취직하여 부모님에게 즐거움을 안겨줬지만 직장에서 성적인 문제로 놀림을 받으며 결국 방 안에서 나오지 않는 신세가 되었고 오빠가 무단결근을 하기 전날 우연찮게 오빠 방에서 동영상을 보았던 야에코는 이성에 대한 거부반응이 몸에 스미게 되었고 연애 감정이나 이성을 특별하게 보는 것을 멀리하게 된다.

<정욕>은 헤이세이로 넘어가는 연호를 앞두고 히로키, 나쓰키, 야에코의 시선과 그들을 둘러 싼 주변인들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그에 앞서 연호가 넘어간 시점 놀이터에서 아동 성착취를 일삼던 세 명의 기사가 등장하면서 이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더욱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바른 욕망이란 얼핏 들어도,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도 금세 이해가 되지 않는 단어 앞에서 소설을 읽다 보면 인간이기에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을 욕망의 종류가 소수자란 입장과 맞물리면 그것을 인간의 이성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모순적인 부분을 적나라하게 꼬집고 있어 다소 고민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과연 그것을 그름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란 도덕적 판단과 보편적인 인간의 관점에서 그것을 판단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편협한 사고방식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해보게 되는 소설이라 아직은 한국에 개봉되지 않은 영화는 이런 감정들을 어떻게 영상에 담아냈을지 더욱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세 좌절의 시대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그렇다고 인상 쓰면서 일할 필요 있나. 몸이 건강함에 감사하고 오늘 하루도 무사함에 감사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무탈함에 감사하고...' 종교가 없는 나는 주기도문처럼 이런 생각을 나 자신에게 세뇌시키며 밝은 척, 괜찮은 척, 안 힘든 척 하루를 보낸다. 괜찮은 척하면 어느 틈엔가 몹쓸 것처럼 힘든 몸도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되고 누군가의 눈엔 실없어 보일지 몰라도 괜찮은 척 기분을 끌어올리면 정말 괜찮아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순간 위기 모면을 위한 방책일 뿐, 정말 괜찮은 건 아닌 것 같다. 알지만 깊이 생각하면 가느다랗게 잡고 있는 끈을 놔버리고 싶을까 봐, 힘듦이 얼굴에 그대로 다 보일까 봐 어쩌면 겁이 나서 늘 괜찮은 척 도망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종종 한다.

<미세 좌절의 시대>란 제목을 마주하며 생각지도 못한 단어라서 쇼킹했지만 단어 그대로 공감이 돼버려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리게 됐다. 당장은 크게 타격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서 '괜찮다'라고 되뇌다 보면 정말 괜찮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회복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켜켜이 쌓이게 되면 어느 순간 나가떨어지게 되는, 무기력함을 맛보게 될까 봐 염려스러웠던 적이 주기적으로 있었고 사는 내내 어쩌면 이런 기분을 벗어날 수 없으리란 공포감마저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르는, 기계적인 쓸모감만을 원하는 일터의 또 다른 면을 마주할 때마다 그런 불안감에 휩싸이고 사람이 죽어나가도 정작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 없는 모습에서 허탈함과 삶의 박탈감을 느끼곤 한다.

이 책은 사회의 파편적인 모습들을 저자의 관점으로 보고 풀어쓴 산문집이다. 작가님의 소설만을 접했던 나로서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내 삶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들이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더 공감이 됐다. 같은 문제 앞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과 같음에, 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면이나 깊이 생각하는 것이 고통스러워 흘려보내며 무관심했던 사안들, 그랬기에 흘려보내지 말고 어떻게든 바꾸려고 노력해야 되는 의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글들이라 숨 막히게 답답하고 분통터지지만 더 이상은 물러서면 안 된다는 결의도 느끼게 되는 글들이라 두께감이 있지만 지루할 틈 없이 읽힌다.

견디기만 하는 미련한 미세 좌절의 시대를 버티기보다는 미미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것에 의구심과 질문을 던지며 고민해야 하는 의무가 우리 세대에 있음을, X세대 이야기를 보며 비슷한 생각을 했던 사람으로서 어깨가 무거워진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세 좌절의 시대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세 좌절의 시대를 견디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고 말하는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
이사구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렇게 재미있으니 출간전부터 드라마화가 확정될 수밖에요! 드라마도 너무 기대되네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
이사구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직장인이라면 제목만 보고도 혹해서 집어 들 수밖에 없는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는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단연 뿌리칠 수 없을 소설일 것이다. 더군다나 처음 접해보는 작가님이었기에 책을 읽기 전부터 설렘 한가득!

서울의 5층짜리 원룸에서 사는 김하용, 그녀는 UX/UI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으며 남자친구는 없다. 바쁜 직장 생활에 지쳐 퇴근 후 집에서 편하게 쉬고 싶지만 얼마 전부터 옆집에서 나는 소음 때문에 잠을 설치기 일쑤였고 그대로 누적된 피로가 일과로 이어지며 옆집과의 전쟁이 시작되었으나 그녀의 다방면의 걸친 노력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않는 옆집 때문에 하루하루 피폐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유명한 무당 유튜버의 조언을 받아 부적을 옆집에 들이기를 성공! 반신반의했지만 부적의 효과인지 얼마간 옆집 소음이 잠잠해졌으나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갑자기 사라진 여자친구를 그리며 남자가 울기 시작했고 전과는 또 다른 소음 때문에 하용의 고통은 다시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 남자에게 들였던 부적의 존재를 들키게 된 하용은 갑자기 나타난 여자친구가 옆집 남자를 죽이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자신의 방으로 도망치는데 옆집의 무시무시한 여자는 하용을 바라만 보고 사라진다. 엄청난 충격을 받은 하용은 조언을 구했던 유튜버 무당 언니를 찾아가게 되고 그렇게 하용과 무당 언니의 인연은 시작된다.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는 평범한 직장인 하용이 사람 몸에 숨은 악령과 얽히며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옆집의 소음으로 시작됐던 부적 그리기는 그녀 주변에서 벌어지는 악령들과 얽히게 만들었고 일하고 있던 직장에서 해고되는 사태에 이르렀으며 디자이너라는 직업으로 유튜버인 무당 언니 밑으로 들어가 일하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사람 몸에 숨어든 악령을 찾아 퇴마를 하는 무당 언니를 따라다니며 유튜버 관리는 물론 퇴마 의식에 필요한 모든 일들을 하며 하용은 악령이라는 무서운 존재를 마주하게 되고 디자이너로서의 경력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하용은 더 이상 자신의 디자이너 경력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어 무당 언니 몰래 구인활동을 시작하고 레베카라는 사람으로부터 입사 제안을 받았으나 시크하면서도 정이 있는 무당 언니 곁을 떠날 수 없어 다시 남기로 하지만 동생에게 악령이 들어오게 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직장 상사의 몸에, 친구의 남자친구 몸에, 운동을 하는 여고생 몸에, 한 가족이었던 자신의 동생에게, 악령은 생각지도 않은 순간 사람 몸에 들어와 변하게 만든다. 정말 무서운 건 죽음에 이를 수도 있기에 하용의 두려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소설을 읽으면서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미 출간 전에 드라마화가 확정되었다니 언젠가 만나게 될 드라마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