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의 행복수업
김지수 지음, 나태주 인터뷰이 / 열림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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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꽃들이 피어나고 살랑살랑 봄바람이 부는 요즘.

마음도 몽글몽글 해집니다.

특히나 가정의 달인 5월엔 '사랑' '행복'이란 단어가 참 와닿는데...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예쁘게 보고, 예쁘게 말하는 시인.

고개를 떨군 풀포기 하나 업신여기지 않는 시인.

'풀꽃시인' 나태주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의 작가인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봄 한철의 여행기이자 행복한 수업을 만날 수 있다기에 저도 선뜻 다가갔습니다.

'행복의 정수'가 무엇일지 저도 한수 가르침을 배우고자 합니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다 지친' 서울 사람 지수가

공주의 키 작은 정원사 태주를 만나 일어서는,

봄 한철 보살핌의 기록

나태주의 행복수업



나태주 시인이라 하면 바로 떠오르는 시.

저도 시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그렇게나 많이 읊으며 위로받았던 시.

바로 「풀꽃」.



어느 비 오는 봄.

나무 냄새 물씬 풍기는 공주의 풀꽃문학관 앞에서 물웅덩이를 피해 폴짝폴짝 걸어오는 나태주 선생을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그때 예감했던 건

아, 내 인생이 좀 더 맑아질 수 있겠구나

그리고 또 한번의 봄을 맞으며 비로소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 부자처럼 돈 쓰는 법, 잘 포기하는 법, 결핍보다 사랑과 선망에 집중하는 법, 헌신이 행복이 되는 비밀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산다는 건... 말이지요. 매우 비참한 가운데 명랑한 거예요."

'안 예뻐도 예쁜 너'라고.

비참한 가운데 명랑한 게 인생이라고.

그냥 살아도 괜찮다고.

그렇게 나태주의 이야기로부터 가만가만 피어나게 되었다는 것을...

저 역시도 책을 읽으며 '나'라는 풀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웬만한 것에서는 해방이 되었지만 해방이 안 된 게 있다는 그.

그게 바로...

"사랑!"

"사랑......?"

"연모의 마음, 호기심의 마음, 여성을 아끼는 마음, 처음 본 마음이지요." - page 24

그에게 사랑은 '처음 본 너'와 같은 말이었다고 합니다.

"처음 본 듯 봐야 예쁘게 보입니다. 처음 본 것처럼 봐야, 사랑의 시를 쓸 수 있어요. 이 봄도 그렇지 않아요? 저기 산봉우리를 보세요! 끄트머리 나무 얼굴이 살짝 부었죠? 얼마나 귀여워요. 내 일생에 처음 보는 봄이에요."

"봄은...... 80년째 보셨잖아요? 그래도 여전히 설렌...... 다고요?"

"그럼요. 작년 봄은 이미 지나간 봄이고 내년 봄은 아직 안 온 봄이니, 나하고 관계없어요. 지금 오는 봄이 내 봄이에요. 그대와 같이 맞이한 첫봄이죠. 산등성이가 저렇게 부풀어 오르는 모양을, 그 봄을 우리가 처음 보고 있잖아요. 여지껏 만나본 봄 중에, 가장 예쁜 봄이 오고 있어요." - page 24

너무 멋지지 않나요!

저는 이 문장을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시선, 이 마음이 '예쁜 씨앗'으로 간질여오는데...

정말이지...

어느 문장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그는 틈날 때마다 강조한 것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예쁘지 않아도 예쁜 사람이 돼야 해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렴. 대신 약속해줘요. 계속 예쁘게 보려고 노력하겠다고. 노력하지 않으면 예쁜 게 생기지 않아요. 마음속에 예쁜 걸 갖고 있어야 세상이 예쁘게 보이는 겁니다." - page 122

예쁨의 본질은 '너의 예쁨'에 있는 게 아닌, '나의 의지'에 있음에.

'예쁘다'고 하면 '예뻐지는 거니까'.

저도 이제부터 예쁘게 보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그들.

"정말 외롭지 않으셨어요?"

"외로울 수가 없죠. 나는 지식을 전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감정을 깨우는 사람이었지. 특히 어린 독자들에게 선택받는다는 건 그 수가 작든 크든 엄청난 겁니다. 나는 그 수가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어요.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들...... 내 앞에서 우는 아이들도 많았어요.

'선생님, 한번 안아봐도 될까요?'

와서 안아주는 아이들도 많았죠. 큰 사랑을 받았어요.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것, 시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그보다 더 큰 행복이 무엇이겠어요."

...

"그럼 불안한 적도 없으세요?"

"불안이라...... 나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사람이 아니에요. 나는 느낌의 사람입니다. 틀려도 된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강연 준비를 꼼꼼히 해도 어차피 무대에 서면 막막한 건 매한가지이기에

막막한 대로 일단 소리를 던지면 반응이 오고, 그렇게 조금씩 액션과 리액션이 어우러지며 감정의 파도가 일어나며...



그가 전한 '행복'은 무엇일까...



"맞아요. 배고프기에 밥을 찾고 목마르기에 물을 찾지요. 인생 그 자체는 고통입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행복을 찾는 거예요. 예수 시대에는 긍휼矜恤이 없었고 석가 시대에는 자비慈悲가 없었고, 공자 시대에는 인仁이 없었어요. 없기에 찾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잊을까, 계속 얘기해요. 억지로라도 행복해지라고. 에리히 프롬이 '사랑이 학습'이라고 한 것처럼 행복도 학습이에요. 노력해서 억지로, 한 번에 안 돼도 또 한 번 억지로, 행복해질 필요가 있어요. 그렇게 작은 기쁨들로 큰 고통을 메우다 보면 조금씩 살 만해지고 평안해지는 것, 그게 우리가 부르는 행복입니다." - page 300 ~ 301

사랑도 행복도 내가 찾아가야 오는 것을.

아끼는 마음이 쌓여서 사랑이 되고 웬만해선 무너지지 않는 행복이 되는 것을.

그런 사소한 것, 낡은 것, 익숙한 것들을 수집하는 고물 장사라는 그의 말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시대 가장 촉촉한 어른이 건넨 안녕.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꽃을 보듯 너를 본다.'

덕분에 이런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참 잘하고 있다고, 예쁘다고 스스로에게 건네줄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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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 동화 여주 잔혹사
조이스 박 지음 / 제이포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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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 동화에서 용은 왜 공주만 잡아가는 걸까?

전래 동화의 여주인공들은 집 떠났다 하면 죄다 숲으로 가는 걸까?

아니, 왜 여주인공들은 모두 곤경에 빠지는 거지?

어릴 적 읽었을 때 그러려니~ 하면서 읽었었는데...

어?

이 질문을 마주하니

'이들은 왜 그런 걸까요?'

궁금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서

지금 전래 동화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를,

아니 전래 동화를 다시 새롭게 해석하며 읽어야 하는 이유를,

그리하여 전래 동화뿐만 아니라 그 속에 숨은 내용을 낱낱이 밝혀서 이 시대에 여전히 유효한 내용과 이제 버리고 새로 써야 할 내용이 어떤 것인지 이야기한다고 하였습니다.

새롭게 조명된 전래 동화.

과연 어떤 이야기를 마주하게 될지 기대되었습니다.

낯선 만큼 매혹적인,

그 이야기의 숲길로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살은 글이며, 글은 결코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글은 끊임없이 읽히고, 탐구되고, 추구되며, 창조된다." (《Coming to Writing》)

1990년 엘렌 식수의 글귀라 하였습니다.

오랫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억눌렸던 여성들.

그렇게 살가죽 아래 쌓인 말과 글의 힘은 응축되어 더욱 강력해졌고,

"살이 글이다"

라는 말도 터져 나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생명은 항상 흘러갈 길을 찾는 법.

남자들이 문자의 세계를 독식하는 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야기는 여성들이 계승했다고 하였습니다.

이야기는 들려줄 때마다 달라집니다.

기억의 한계 탓도 있지만, 이야기를 듣는 이들과 상황에 맞추고 슬그머니 이야기하는 사람의 소망과 갈망을 끼어넣곤 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은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되었다 합니다.

옛날이야기들은 '옛' 것이기에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보편적인 가치를 보여줍니다.

특히나 인간이 오랫동안 공유한 이야기가 중요해지는 지점인데 그 이유는 기존의 이미지를 가져와 새롭게 구성하고 조직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옛날이야기는

줄거리 아래에 층을 이루며 켜켜이 쌓이기에,

이런 상징이 그 콘텐츠를 보는 이들, 그 상징을 공유한 이들에게 강력한 호소력을 지니기에

우리가 옛이야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옛날이야기를 불러와 시대에 맞게 다시 읽고 쓰는 일이 필요한 이유였습니다.

그동안 무심코 옛이야기를 읽었는데...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용에게 잡혀간 공주, 곤경에 처한 아가씨 모티프의 의미를 잘 이해하면 이것은 옛이야기들을 열어주는 귀한 황금 열쇠가 된다. 어머니에게서 어머니로 전해진 옛이야기에 감추어진 비밀을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문을 황금 열쇠로 여는 것도 중요하다. 옛이야기에 담긴 삶의 원형은 내 안에도 고스란히 들어 있다. 황금 열쇠를 찾아 그 문을 열자. 그 여정은 고되지만 돌아올 때는 빛나는 이마로 돌아올 것이다. - page 112 ~ 113

너무나 친숙한 백설공주 이야기는 대상화되는 여성들의 유형이 어떠한지, 여성들이 대상화라는 작용에 어떻게 반응하며 어떤 반작용을 일으키는지 보여주었습니다.

가부장 사회의 요구에 순응하는 전형적인 여성의 삶을 보인 백설공주의 어머니 왕비는 의미 없는 존재라 이야기에서 사망 처리되어 사라지고

남자들이 바라는 욕망을 모두 투사해서 태어나, 그 욕망을 고스란히 구현한 백설공주의 삶이란...

일곱 난쟁이가 사과 조각이 목에 걸려 죽은 백설공주를 유리관에 넣어서 전시하는 장면은 이상하지 않은가? 그 시절에 유리가 얼마나 귀했는지 떠올려보면, 이들의 전시욕은 정말로 대단하다. 유리관에 전시되는 여성의 이미지는 트로피와 연결된다. 트로피는 원래 사냥해서 박제해 걸어둔 짐승을 가리키는 말이다. 욕망해서 소유하고 전시하는 행태의 끝판왕이 바로 트로피로 만드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백설공주를 유리관에 넣어서 전시하고 그것이 사랑이라며 슬퍼하는 일곱 난쟁이의 애정을 과연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까? - page 34 ~ 35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키우지 못하고 남자들의 시선을 가치의 기준점을 삼는 백설공주의 계모 왕비같은 삶...

여성을 오로지 살덩어리로 여기는 남성들의 가치관에 따르면, 언제나 살덩어리는 새로운 살덩어리, 더 어리고 예쁜 살덩어리로 대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page 37

눈처럼 하얀 피부, 피처럼 붉은 입술, 흑단처럼 검은 머리를 갖고 태어난 '예쁜' 백설공주에게 '예쁘다'는 말이 참 잔혹하게 들렸습니다.

유독 소녀나 공주는 숲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왜 그런 걸까...?

《아름다운 바실리사》를 통해 그 의미를 엿볼 수 있었는데...

이 이야기에서 눈여겨볼 점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바실리사의 힘이다. 숲에 들어가기 전과 후의 현실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바실리사가 달라졌을 뿐이다. 해골 속 불꽃을 내면에 품은 존재가 되어 현실을 적극적으로 타파할 힘을 얻었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삶의 무늬를 빚어내는 창조의 능력(옷을 짓는 능력)까지 발휘한다. 실제로 계모와 의붓 언니를 죽였다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 상상계의 죽음이므로, 현실에서는 더 이상 그들을 보지 않거나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더 이상 삶에 부정적인 힘이 간섭하지 못하도록 치워버리자, 바실리사는 (아마도 타고났으나 그 전에는 몰라서 발휘하지 못했을) 창작 능력을 발휘하며 이를 통해 사회에서 값진 지분을 획득한다. 왕의 아내로 상징되는 단단하고 견고한 지위를 얻을 뿐 아니라, 결혼으로 상징되는 단단한 자기 통합을 이루어낸 것이다. - page 68

내면의 숲으로 떠났다가 자신에게 돌아오는 여정을 그린 바실리사 이야기.

현실이 바뀌지 않아도 여성은 내면의 여정을 거쳐 인생 이야기의 주인공 혹은 영웅이 됨을 일러주었습니다.

지금은 여성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말하고 글을 쓰는 시대입니다.

이것이 언어의 싸움, 이름의 싸움이라는 것을 깨달은 여성들은 여성을 표현하는 언어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여성이 주체가 되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끝없이 고군분투합니다.

그렇기에 저자가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한 이 문장.

오랫동안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내 살을 썼다. 당신에게 가서 당신의 살이 되기를 빈다. - page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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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살려라! - 망한 서점 되살리기 프로젝트
고지마 슌이치 지음, 이수은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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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이라는 단어에 이끌려 읽게 된 이 책.

이 책은 망해가는 서점의 경영 재건을 위해 해결책을 찾는 비즈니스 소설이라는데...

저는 비즈니스보다는 '소설'에 더 초점을 두고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온라인 서점과 대형 체인에 밀려 점점 설자리를 잃어 가는 동네 서점들.

이 서점은 되살아날 수 있을까...?!

"편의점은 편리함을 팔고,

드러그스토어는 건강을 팔고...

그럼 서점은 무엇을 팔고 있을까요?"

망한 서점 되살리기 프로젝트!

동네 서점의 지속가능한 경영과

그곳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서점을 살려라!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이 책이 '비즈니스 소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대목.





"가부라키, 잠깐만." - page 11

아침 댓바람부터 상사의 부름.

썩 좋은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엔 무슨 일인 걸까...

가나자와 은행의 '가부라키 켄이치'.

그는 마지막으로 지점장을 맡았던 가나자와 은행 사쿠라마치 지점은 계속되는 실적 부진으로 폐점하게 되었고 행원들은 타 지점으로 이동했지만 지점장을 맡고 있었기에 책임을 지는 형태로 본사 인재개발부로 이동해 파견 발령을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이번 달 말에 결산하게 될 우리 은행의 실적이 알다시피 아주 저조할 거란 전망입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로 과잉 대출의 회수 부진이 있습니다. 은행의 실적 개선 달성을 위해 각 부서의 경험이 풍부한 가부라키 과장을 가나자와시의 주식회사 퀸즈북스로 파견하게 됐습니다. 정식 발령은 오늘 오후에 나게 될 겁니다. 다음 주 월요일자 발령입니다. - page 13

한때 가나자와시에서 사랑받던 '퀸즈북스'.

어쩌다 파산우려거래처로 분류된 걸까...





퀸즈북스로 좌천된 가부라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퀸즈북스가 완전히 파산하기 전에 남아 있는 자산을 정리해서 은행 대출금을 회수하거나,

퀸즈북스를 도와 경영 상황을 안정화하거나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자신에겐 고등학교 2학년인 딸, 중학교 2학년인 아들, 아직도 잔뜩 남은 주택 대출까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그가 선택한 건 바로

'벼랑 끝 퀸즈북스를 되살리는 일'

이었습니다.

퀸즈북스에 가부라키가 가니 서점 직원들과 6명의 점장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입니다.

아무래도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기에...

그런데 이 서점.

5분기 연속 적자인데 사장은 재무제표도 볼 줄 모른다고?

그야말로 전 사장은 남편을 여의고 아무 준비 없이 경영을 맡게 되었다지만...

그리고 가부라키를 경계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리부장 사카이데.

정말이지

"...... 아무래도 서점의 상식은 세상의 상식에 벗어나는 모양이야." - page 42

과연 그는 위기의 서점을 되살려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서점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는데...

조금씩 성장하는 이들.

"'실천 없는 경영이론은 무의미하지만 이론 없는 실천 또한 무력'합니다. 현장 일에 능통한 여러분은 이미 필요한 이론을 익혔습니다. 이깁시다. 꼭 이깁시다. 세렌딥 퀸즈북스 가가점은 그 관점이 정확히 독자를 향하고 있습니다. 서점 구성뿐만 아니라 고객 응대, 제품 포장 등 전국 지방 서점의 새로운 기준이 되길 바랍니다. 배우고 실천하는 우리 서점의 미래는 밝습니다." - page 280

한 편의 드라마였습니다.

따뜻한 감동과 재미 그리고 교훈까지 선사했던 '망한 서점 되살리기 프로젝트'.

저도 구로키 사장과 함께 가부라키씨로부터 비즈니스 기본 지식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재무제표 해석법이라든지 마케팅 및 조직 관리 기법, 세일즈 이론 등 어쩌면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제게도

"음...... 생각보다 너무 간단해서 왠지 속는 기분이에요."

"걱정 마세요. 많이 단순화했지만, 제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판매사 2급 시험이라는 자격시험이 있는데, 이 수준을 이해하면 합격이에요." - page 52

딱! 이 느낌이었습니다.





우리 역시도 클릭 한 번이면 당일 배송이, 다음 날 아침에 원하는 책이 배송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동네 서점'의 역할이 무엇일까...

이 책에서 해답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세렌디피티 점포'

"... 세렌디피티란 '우연한 행운을 발견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누구나 지니고 있는 것이죠.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도, 서점에서 사람과 책이 만나는 것도 이 세렌디피티 덕분입니다. 서점에 가면 관심 가는 책에 자연스럽게 눈이 돌아가지 않으셨나요?"

"응, 그렇지." 진짜 흥미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들어주고는 있다. 나는 계속했다.

"그 책이 어떤 책이냐는 사람마다 다르겠죠. 그런 '사람과 책의 만남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 인터넷 전성시대에 동네 서점에게 남겨진 중요한 역할입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든 세렌디피티가 있고, 그 능력이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고 봅니다. 바쁘시겠지만 꼭 저희 서점도 한번 찾아주세요." - page 205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동네 서점에 가서 저의 세렌디피티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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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너머의 클래식 - 한 소절만 들어도 아는 10대 교향곡의 숨겨진 이야기
나카가와 유스케 지음, 이은정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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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상에서 뜻하지 않게 클래식을 접하고 있었습니다.

S사 세탁기의 세탁종료음으로 '프란츠 슈베르트'의 <송어>가,

학교 하교 시간 종소리로 '봉다르체스카'의 <소녀의 기도>가,

예전 지하철 환승역 안내 방송으로 '비발디'의 <조화의 영감> 등

너무나 익숙하지만 정작 무슨 곡인지 모르는...

그렇기에

"아는 만큼 들리고, 알수록 빠져든다!"

이 말이 참 와닿았습니다.

이 책은 한 소절만 들어도 아는 10곡에 대해 작곡 배경과 작곡가들에 얽힌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보다 음악을 풍성하게 즐기기 위해!

저도 이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불후의 10대 교향곡 속으로 떠나는 클래식 시간 여행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적인 명곡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만나다

악보 너머의 클래식



베토벤의 '영웅'이 전대미문의 긴 연주 시간으로 야유까지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가?

슈베르트의 '미완성'이 무려 40년 동안이나 그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다가 가까스로 세상의 빛을 본 이야기는 어떤가?

차이콥스키가 역착 '비창'을 초연하고 고작 9일 뒤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된 이야기는?

그동안 '클래식'에 보이지 않은 벽이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들으니 솔깃하였습니다.

뭔데?

무슨 일이 있었는데?

진짜?

읽으면서 위대한 명곡들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작곡 배경과 작곡가들의 인생사로 음악이 더 풍성해졌다고 할까...

단순히 책만 읽고 말겠다는 저에게 이야기를 읽고 난 뒤 음악 하나하나를 찾아 들으면서 다시금 곱씹게 만들었습니다.

이래서 클래식을 듣는구나...! 그 묘미를 맛보게 되었습니다.

책에는 불후의 10대 교향곡으로 과감한 형식 또는 예술성으로 당대 음악계를 뒤흔들고, 음악사의 흐름을 바꾸었으며, 지금까지도 대작으로 손꼽히는 명곡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모차르트 교향곡 제41번 <주피터> - 교향곡의 최고신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 - 영웅이 된 교향곡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 - 운명이 문을 두드리면서 시작되는 교향곡

베토벤 교향곡 제6번 <전원> - 전원의 분위기와 정경이 느껴지는 교향곡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미완성> - 미완성임에도 불구하고 명곡이 된 교향곡

베를리오즈 교향곡 <환상> - 사랑의 열병 속에 탄생한 교향곡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6번 <비창> - 조용히 끝나는 교향곡

드보르자크 교향곡 제9번 <신세계> - 대서양을 건넌 교향곡

말러 교향곡 제1번 <거인> - 모습을 바꾸고 이름을 바꾼 교향곡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 <혁명> - 대숙청에서 탄생한 교향곡

관심이 있던 곡을 펼쳐 읽어도 상관없지만 저자는 음악사의 흐름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순서대로 읽는 것을 추천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순서대로 읽으며 시대의 흐름에 따른, 작곡가의 인생에 따른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교향곡은 어떤 음악인가>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했습니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음악 중에서 일정 양식을 지닌 곡을 말하는 '교향곡'.

18세기 활약한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이 '4악장'이라는 양식을 확립했는데

제1악장: 소나타 형식으로 빠르게 연주하며 가장 길다.

제2악장: 여유로운 느낌으로 연주한다(완서악장).

제3악장: 미뉴에트 등의 무곡 또는 익살맞은 분위기로 연주한다.

제4악장: 하이라이트이자 피날레로 빠르게 연주한다.

이런 패턴을 가진다고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교향곡에는 원래 제목이 없었으며 무언가를 묘사하거나 표현하는 곡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하이든의 교향곡에는 <철학자>, <고별>, <교장선생님>, <놀람>, <기적>, <군대>, <시계>, <큰북 연타> 등의 제목이 붙어 있지만, 사실 이는 하이든이 붙인 것도 아니고, 제목처럼 철학자나 교장 선생님 등을 묘사한 곡도 아니라고 합니다.

모두 곡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나중에 붙은 애칭이라는 것.

그리고 시대와 세월이 지나면서 교향곡은 작곡가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작곡하는 작품이 되었고 무언가를 묘사하는 음악이 되어 갔다고 합니다.

양식도 4악장에서 벗어나 5악장이 되거나 단일 악장이 되기도 하고,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과 같이 성악을 더한 곡도 생겨나기도 했다고 합니다.

제목만 들으면 미완성으로 남았기에 <미완성>인 줄 알았지만 슈베르트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에 미완성으로 남겨진 것이 아닌, 제2악장까지밖에 없기 때문인

프란츠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미완성>.

이 곡이 왜 미완성인가는 음악사상 최대의 미스터리라 하였습니다.

그가 미완성의 이유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적어도 슈베르트로부터 그 이유를 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없다) 적다가 만 악보도 발견되지 않았기에 앞으로도 영원히 그 답을 알 수 없을 것이라는데...

그런데 말입니다.

<미완성>은 제3장도 앞부분만 작곡되어 있다고 합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2악장의 뒤까지만 남아 있고 이어지는 부분이 잘린 흔적이 있다는데... 누가 잘랐을까?

슈베르트? 안젤름? 요제프?

잘려 나간 3악장의 두 번째 페이지는 이후 1969년 빈 남성 합창단이 보관하던 자료 속에서 발견되었고 이 또한 20소절까지만 있을 뿐 나머지 몇 페이지는 백지 오선만 그려져 있으니... 제3악장 도중에 작곡을 중단했다는 사실이 명확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미완성>이 작곡된 1822년 당시에 '나의 꿈'이라는 표제로 스토리를 음악으로 묘사하고 2악장으로 구성된 데다가 조용하게 끝나는 교향곡을 초연했다면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묻혀 버렸을지도 모른다. 휘텐브레너 형제가 40년이나 감추고 있었던 덕분에 <미완성>은 냉동 보존되어 적절한 시기에 신선한 형태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그리고 '미완성이지만 완성되어 있다'는 마술적인 논리로 명곡의 반열에 올랐다. - page 173

그리고 연주를 못하는 작곡가 베를리오즈가 그려낸 <환상>.

악기를 연주할 수 없다는 점이 작곡가로서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지만 오히려 연주할 수 없기에 기술적 한계를 몰랐던 그.

그래서 연주가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곤란하게 만들었지만 이로써 혁명적인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그.

원래 제목인 '어느 예술가의 생애에 생긴 일, 5부의 환상적 교향곡'이 부제가 되어 버리고 장르명으로 '환상 교향곡'으로 추가된 이 곡은 이상적인 여인의 마력에 빠진 한 남자의 음악적 초상화나 다름없었습니다.

볼프강 됨링이 쓴 《베를리오즈와 그의 시대》에 수록된 1855년 버전 이후의 해설을 보면

"병적인 감수성과 불타오르는 듯한 상상력을 가진 젊은 음악가가 사랑에 절망하고 발작적으로 아편을 피운다. 마약은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하기에는 너무나 약하고 그는 몽롱한 잠에 빠져 기묘한 환각에 휩싸인다. 잠든 그의 병든 머릿속에 음악적인 상념과 이미지를 통해 다양한 감각, 감정, 기억이 나타난다. 연인조차도 하나의 선율로 변화하고 가는 곳곳마다 보이거나 들리거나 하는 이데 픽스(고정관념)와 같은 존재가 된다."

당대 연극계의 스타였던 해리엇 스미드슨에 대한 지독한 연모.

음악 역시도 광기 속에 연주되는데...

여느 음악보다 저에겐 이 음악이 오랫동안 남았었습니다.

미술작품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피땀 어린 결정체였던 '교향곡'.

수 세기를 뛰어넘었던 '교감'.

이젠 이들이 살아 숨 쉬듯 저에게 다가왔었습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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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제임스 - 문명의 한복판에서 만난 코스모폴리탄 클래식 클라우드 32
김사과 지음 / arte(아르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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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르테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만났습니다.

이번 32번째로 이어 가는데 주인공은 바로 '헨리 제임스'.

솔직히 그에 대해 잘 몰랐는데...

알고 보니 세계 문학계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현대 소설의 아버지'로 인식되기도 한다는데...

이번을 기회로 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상상력이라는 만능무기를 지닌 야심 찬 소설가는

문학 안에서 누구보다 강하고 자유로웠다."

헨리 제임스



미국인이었으나 완벽하게 유럽식으로 교육받았고,

미국 소설가였지만 영국 문학의 전통에 속해 있으며,

파리를 꿈꾸었지만 런던에 정착했고, 하지만 가장 사랑한 땅은 이탈리아였으며,

엄청난 부를 지녔지만 사회적 위치가 결여된 그.

그리고

현실 세계에서 그는 어디에 있든 어색함을 느꼈다. 무신론자로 키워져 뉴잉글랜드의 청교도주의를 이해할 수 없었던 그는 발자크의 파리를 선망했지만 편협한 파리 문학계는 이방인에게 좁은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결국 런던에 정착하는 데 성공했지만, 각광받는 사교계 인사가 된 뒤에도 런던 사람들에게 자신이 그저 미국에서 온 괴짜 소설가로 여겨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따금 의심했다. - page 14

헨리 제임스는 이처럼 두 문명의 충돌 지점에 서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도 종종 예술적이고 부패하며 매혹적인 오래된 세계(유럽)와 종종 거칠고, 개방적이고, 공격적인 새로운 세계(미국)의 캐릭터를 대조시키면서 그 충돌에서 생기는 긴장감을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헨리 제임스의 소설 속에서 멋지고 사랑스러운 여자들이 반복적으로 회귀하는 장소가 '결혼'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여인의 초상』의 이사벨, 그리고 후기 소설 『비둘기의 날개』의 밀리.

두 여인이 원했던 것은 삶 그 자체, 그것을 살고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부자이고, 유럽인들처럼 신분이라는 운명에 휘둘리지 않는, 그들의 욕망을 막을 장애물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변변찮은 남자들에게 얽혀서 파멸에 이른다고 합니다.

도대체 왜...

매번 변변찮은 남자를 선택하고, 실패한 결혼에 절망하며, 하지만 그것을 지키기 위해 온 생을 거는 것일까...?

제임스 소설 세계의 기본 설정은 만인을 향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홉스의 말을 대변하는 것만 같다. 그것이 정말로 부정할 수 없는 보편적 인간 조건인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미국의 여자들은 누구보다도 이 무정한 홉스식 투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카오스의 한가운데 새로운 세계의 매력으로 가득한 전사들. 21세기에도 그 새로움의 샘은 마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언제나 자신만만해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쉽게 혼란에 빠져드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반영과 타인의 눈에 비친 이미지들 사이를 영원히 오가는. 누구보다 독립적이고자 하지만 결국은 타인의 투쟁에 휘말려 짓밟히는 비극적인 운명의, 아름다운 희생자. 하지만 끝끝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살아 남고 마는 그녀들. 광기의 집행자이자 피해자. 탐스러운 포획물이자 동시에 잔혹한 승리자. 아메리칸 뷰티. 완벽한 아메리칸 걸. 세계는 그런 그들을 열렬히 사랑한다. - page 63

발자크에게 파리가 있었고

도스토옙스키에게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있었던 것처럼

헨리 제임스에게는 런던이 있었습니다.

런던이란 도시...

자, 보시오. 여기 당신들이 그렇게나 바라던 과거와 역사와 문학의 먼지가 있소. 그것의 과연 몇 퍼센트가 과거와 역사와 문학에 속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의 도대체 몇 퍼센트가 런던 출신인지조차 나는 확신할 수 없지만, 아무튼 자, 여기에 있소. 당신들이 찾던 바로 그 환상이, 당신들이 그토록 갖고자 하는 그 미친 망상이, 갈망하는, 소망하는, 기원하는, 환상들의, 오직 환상들로 이루어진, 환상의 제국, 이미 아주 오래전 사라져 버린 그 위대한 제국의 재와 먼지가......

착란과 유령으로 가득한 제국의 환상 속으로, 지상 최대의 지옥, 그 찬란했던 기억 속으로 헨리 제임스와 함께 거닌 런던에서의 순례의 끝은 씁쓸함만이 남았었습니다.



한 세기 뒤, 우리는 여전히 위대한 제국과 잔혹한 지배자들의 이야기에 매혹됩니다.

대영제국의 위대함, 19세기 유럽의 화려함, 도금시대 미국의 막대한 부는 상상을 초월하는 살육전을 통해서 가능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혹되는 것은 인간 문명의 위대함인가, 아니면 그 뒤에 감춰진 인간 문명의 끔찍한 야만성인가?

인간이 놓인 이 이율배반의 조건 위에 헨리 제임스의 문학이 놓여 있었습니다.



19세기 후반 가장 국제적이었던 인간의 진짜 모습과, 그것을 가능케 한 인간 문명의 본질적 폭력성을 복잡한 심리 묘사와 섬세한 문체로 그려낸 헨리 제임스.

결국 헨리 제임스에 따르면 소설이란, 작가가 그럴듯한 모습으로 "삶이라는 환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 환영은 독자들에게, 현실이 주는 환영(인상)과 근본적으로 동일한 것이다. 왜냐하면 소설 또한 하나의 경험, 결코 한계도 없고 끝도 없는, 즉 작가가 만들어 낸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 page 184

저 역시도 그를 마주하기 위해선 그의 작품을 읽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가 소설에서 만들어낸 환영 속에 나는 어떤 느낌을 받을까...

우리들의 선택과 상관없이 인간들의 세계는 이어진다. - page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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