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부분 중에선 I wasn‘t born yesterday. 가 직역하면 ‘나는 어제 태어나지 않았어‘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책에서는 이 부분을 의역하여 ‘나도 알 건 다 알아‘ 라고 해석한 부분이 특별히 눈에 띄었다.

또한 You don‘t have to rub it in. 이라는 문장도 나오는데, rub이 문지르다라는 뜻이 있어서 이것도 의역인 줄 알았으나 영어 사전을 검색해보니 rub it in 이라는 한 덩어리의 숙어 혹은 관용어구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을) 자꾸 들먹이다 혹은 상기시키다 라는 뜻이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물론 책에도 나와 있다)

아무래도 회화책이다보니 엄청 어려운 단어가 나오거나 하지는 않지만, 영어회화에서 자주 쓰는 표현들을 익힐 수 있어서 유용한 것 같다.

Knock it off! 그만 좀 해!

화가 나서 상대방에게 말이나 행동을 그만두라고 할 때 쓰는 말입니다. 조금 직설적이고 거친 표현이죠. 비슷한 의미로 Cut it out! 또는 That‘s enough와 같은 표현도 있습니다.

유사표현: Enough is enough! - P138

A The iPad5 is coming out* next month.

B Wow! I have to wait in line from early morning.

A Since when did you get interested in the latest gadgets?

B I keep up with* trends. I wasn‘t born yesterday.

A No offense, but you barely know how to use smartphones.

B Knock it off!* You don‘t have to rub it in.

A 아이패드5가 다음 달에 출시된다.

B 와 아침 일찍부터 줄 서야겠다.

A 언제부터 최신기기에 관심을 가졌니?

B 난 유행을 따라가고 있어. 나도 알 건 다 알아.

A 악의는 없지만, 너 스마트폰 사용법도 잘 모르잖아.

B 그만 좀 해! 아픈 데 좀 건드리지 마.


기타표현체크

• come out (제품 등이) 출시되다

• No offense, but 불쾌하게 하려는 건 아닌데

• keep up with sth ~을 따라가다

• knock it off! 그만 좀 해! - P138

wait in line 줄서서 기다리다

A What am I supposed to do now?

B Please complete this form and wait in line.

A 이제 제가 뭘 해야 하죠?

B 이 양식을 작성하시고 줄을 서세요. - P139

get interested in sth ~에 관심을 갖다

A How did you get interested in yoga?

B My girlfriend highly recommended it.

A 어떻게 요가에 관심을 갖게 되셨죠?

B 제 여자 친구가 적극 추천하더라고요. - P139

I wasn‘t born yesterday 나도 알건 알아/나 바보 아니야

A Be careful when you drive your car.

B Don‘t worry. I wasn‘t born yesterday.

A 자동차 운전 할 때 조심해라.

B 걱정 마세요. 그 정도는 알아요. - P139

rub it in 아픈 데를 건드리다/염장 지르다

A You made the same mistake yesterday.

B I know. Please don‘t rub it in.

A 너 어제 똑같은 실수를 했던데.

B 알아. 아픈 데 좀 건드리지 마.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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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5-21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염장 지르다 ㅎㅎ 언젠가 써먹어야겠습니다 기회가 오면요 ㅋㅋ 오늘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4-05-21 10:18   좋아요 1 | URL
본문에서처럼 누군가 내 상처를 자꾸 건드리거나 자극할 때 방어용으로 쓰면 좋을 듯 합니다.ㅎㅎ 예 서곡님도 좋은 하루되세요. 고맙습니다!

억울한홍합 2024-05-21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외동딸과 일년에 한 두번씩 해외로 여행을 다니는데 그 때마다 항상 미리 영어공부 좀 꾸준히 해둬야지 하면서 적당한 책 하나 사려고 몇권 골라두기만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저도 결정해야겠어요^^

즐라탄이즐라탄탄 2024-05-21 13:15   좋아요 0 | URL
예 영어를 엄청 고난이도 까지는 아니더라도 여행용이나 일상용으로 회화하는데 무리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자유자재로 할 수 있으면 여기저기 다니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결정하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되셨길 바랍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평균, 분산, 표준편차를 비롯해 귀무가설과 대립가설 그리고 가설 오류의 허용기준을 의미하는 유의수준과 유의확률에 대해 살펴보았고 오늘은 이러한 것을 한 집단만이 아닌 서로 다른 두 집단에 적용하여 비교분석하는 t-검정(test)에 대한 내용이 이어진다.

마치 건물이 밑바닥부터 쌓여 올라가는 것처럼, 데이터 분석이라는 것도 통계의 기본 개념부터 시작해 어느 정도 단계까지 차곡차곡 쌓여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뒤이어 t-분포와 관련하여 이것을 개발한 윌리엄 고셋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가 학자가 아닌 맥주회사에 소속된 직장인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맥주 맛을 일정하게 하기 위한 효모의 양을 결정하기 위해 통계 기법을 활용하다가 현대 통계 분석의 핵심인 t-분포를 개발했다는 것을 보면서 문득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생각났다.

과거 통계관련 과목들에서 t-분포라는 게 있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 t-분포의 주인공이 맥주회사의 직원이었다는 사실은 이번 독서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어서 신기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흥미롭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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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나오는 내용은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의 사촌 동생인 프랜시스 골턴이 발견한 회귀분석이라는 개념인데 여기서 파생되는 개념들이 독립변수와 종속변수이고 이 둘의 관계성 유무를 나타내는 지표가 바로 ‘상관계수‘라고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이 골턴이라는 사람이 유전자와 관련된 연구를 하다가 통계적인 분석기법을 적용하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개인적으로 유전학과 통계학이 이렇게 밀접하게 연관이 있을 줄은 이전에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었기에 읽으면서도 조금은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또한 골턴이 자신의 연구결과를 수학적으로 좀 더 다듬기 위해 유전학과 통계학을 두루 섭렵한 칼 피어슨이라는 사람을 찾아가 상관계수에 대한 내용을 현재 통계학에서 많이 쓰고 있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다듬는 과정들을 보며 다시한번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오늘 독서의 마지막 부분에선 피셔라는 사람이 귀무가설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온다. 간단히 대략적인 내용만 언급하자면 이는 영국에 귀부인들이 차tea 맛을 감별할 줄 아는지 여부를 피셔가 검증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는데,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각각의 경우에 대해 통계적 확률도 계산하고 여기서 도출된 수치들을 바탕으로 자신이 세운 가설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검증할 수 있게 실험과정을 디자인하는 것을 보면서 꽤나 과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교하고 진실을 밝혀라, t-검정 - P47

무엇을 분석할지 대상을 정하고 대상에서 증명하려는 부분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참과 거짓을 구분할 기준까지 정했다면 마지막으로 분석 내용이 정해진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할 차례다. - P47

데이터 분석은 기초 통계를 기반으로 출발한다. 분석하려는 대상집단의 최댓값과 최솟값은 얼마인지, 평균은 어떻게 되는지, 표준편차가 얼마인지를 파악하고 분석을 진행하는 것이 순서다. 반드시 과정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균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분명 필요한 과정이다. - P47

두 집단 간 평균에 차이가 있는지를 비교해 검증하는 것을 t-검정(test)이라고 한다. 설정된 기준인 유의수준과 유의확률 내에서 분석한 내용이 포함되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 P47

t-검정은 두 집단에서 선택된 표본의 평균이 증명하고자 하는 수준에서 몇 번이나 차이가 나는지 확률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다(여기서 또 한번 확률과 평균은 늘 함께한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잊지 말길). - P48

t-검정은 표본을 무작위로 선정했을 때 차이가 날 확률이 몇 %인지 검증하는 작업 정도로만 우선 이해 - P48

검정 작업은 확률분포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 P48

세상의 모든 현상은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했다. 정규분포를 따른다는 개념은 앞서 보았듯이 표본의 크기가 클수록 명확해지며,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는다면 데이터가 부족한 것이라고 했다. - P48

정규분포를 따르는 가설을 검정하고자 할 때는 Z-검정을 한다. 이 말은 데이터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데이터 평균값의 차이가 정규분포를 따른다는 의미다. 즉, 대용량의 데이터에서 통계 검정을 진행할 때는 Z-검정을, 데이터 양이 적을 때는 t-검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 P49

Z 검정은 가설을 Z 분포로 검증하는 방법으로, 집단 간 차이가 있는지를 밝히는 통계 기법이다. - P48

모든 분석 대상을 정규분포로 만들려면 데이터의 크기가 커야만 된다는 말인데, 앞서 남녀의 연봉을 검증하고자 할 때 그 대상을 국민 전체로 한다면 데이터가 충분히 크다고 할 수 있지만, 특정 기업 또는 부서의 연봉 수준을 검증한다면 데이터의 크기가 충분히 크다할 수 있을까? 이것은 데이터가 적어서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는 가설을 검증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t-분포를 확인하는 t-검정이 진행된다. - P49

그런데 데이터가 많다 또는 적다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도 의문이 들 수 있다. 1,000건? 또는 10,000건? 아니면 더 많게 100,000건? 또한 매번 정규분포를 고려하며 분석을 진행해야 할까? 데이터가 100건이면 t-검정이고, 10,000건이면 Z-검정을 해야 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두 검정 방법 모두 평균의 차이를 확인하고 확률범위(p-value, 유의수준)를 구하는 점은 같다. 따라서 두 집단 간 평균의 차이는 t-검정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분석하고자 하는 대상의 데이터가 많아서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t-검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P49

t-검정 (t-분포)을 발견한 사람은 아마도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즉 표본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 P49

골프를 즐기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말이 있다. 시간과 비용, 사람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규분포를 따를 만한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조건을 들자면 아마도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조건과 같게 시간과 비용,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P50

원하는 결과를 얻기에 충분한 데이터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 P50

결과를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데이터가 있으면 데이터를 보고 유의미한 결과를 찾는다. - P50

필자에게 근대 통계학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학자 세 명을 뽑으라면 칼 피어슨과 로널드 피셔, 윌리엄 고셋이라 말하겠다. - P50

이 중 윌리엄 고셋 (William Seally Gosset, 1876~1937) 은 대학이나 연구실에서 공부한 것이 아니라 일반회사에 근무하며 통계를 별도로 공부했다. 일반 직장인이다 보니 학자보다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 인력이 충분치 않았을 것이다. - P50

그(윌리엄 고셋)가 취업한 기업은 지금도 흑맥주의 대명사로 유명한 아일랜드의 맥주회사 기네스 Guinness 였다. 고셋은 기네스의 양조장에서 근무하며 맥주 원료를 연구하고 수확물을 관리하고 감독했다. 그의 업무 중 맥주 원료를 연구하는 일이 데이터 분석을 하는 사람이 자주 활용하는 t-분포를 발견한 계기였다. - P51

우리가 흔히 마트에서 보는 대량 생산된 맥주와는 다르게 수제 맥주는 그것을 만드는 사람의 경험이 녹아 저마다의 맛을 낸다. 하지만 경험에 의존한 결과는 항상 일정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고셋이 근무했던 1900년대 초반의 기네스 역시 그들의 장인정신, 즉 양조 기술자가 가진 최고의 경험을 통해 맥주를 생산하는 회사였다. 그런데 고셋은 맥주 맛이 일정하지 않아서 불만이었다. - P52

그(고셋)는 일정한 맛을 내기 위한 연구를 결심했다. 맥주 맛을 결정하는 효모를 분석해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 효모의 양을 결정하는 데 통계 기법을 활용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충분한 시간도 비용도 더 중요한 인력도 없었다. 데이터 수집을 위한 3대 요소가 결핍된 그의 표본은 역시나 작았다. 그는 어떻게든 작은 표본으로 모집단을 추론해야 했다. - P52

그때까지만 해도 표본이 작아 정규분포를 벗어나면 인정할 수 없는 오차가 나온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중략)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셋은 작은 표본도 정규분포를 따를 거라고 가정하고 자유도*라는 개념을 통해 새로운 분포를만드는데 이게 바로 t분포다. 현대 통계 분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t-분포가 맥주 맛을 위해 탄생했다니 매우 놀랍지 않은가? - P52

*자유도 : degrees of freedom, 모집단에서 선택한 표본에 포함된 자료의 수다. - P52

고셋은 논문을 발표하며 저자 이름에 실명 대신 학생 student이라고 적었다. 그 이론이 유명한 스튜던트 t-분포다. - P53

student‘s t-distribution,  학생이 발표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P53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잡학 서적 《상상력 사전(열린책들, 2011)》은 인류의 자존심이 상하는 세 가지 사건을 언급한다. - P56

첫 번째 사건은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1473~1543)가 주장한 지동설이다. 그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며 모든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진리를 보기 좋게 무시했다. - P56

두 번째 사건은 인간의 모든 행위는 자아를 뛰어 넘는 고상한 업적이 아닌 단순히 이성을 유혹하고자 하는 욕망의 그림자일 뿐이라는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1856~1939)의 주장이다. - P56

마지막 세 번째 사건은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의 진화론이다. 인간은 조물주가 만든 유일무이한 피조물이 아닌 다른 동물에서 진화된 하나의 개체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 P57

찰스 다윈에게는 그만큼이나 독특한 사상으로 무장한 사촌 동생 프랜시스 골턴 (Francis Galton, 1822~1911)이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존경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연구 분야를 공고히 했다. - P57

골턴은 훌륭한 사람은 그가 처한 환경보다 유전자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확신했다(우생학). 그래서 이러한 유전적 우월성을 구체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그의 사촌 형 다윈처럼 주변 사람들의 키를 전수 조사하러 다녔다. - P57

골턴은 키가 큰 사람의 자식이 부모보다 더 커지면 키 큰 유전자를 물려받는 자손은 끝도 없이 자랄 것이고, 반대로 키가 작은 집안의 자손들은 계속 작아질 테니 적정 수준까지 큰다고 보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얼마까지 크는가를 고민했다. - P58

조사 결과를 살펴보던 골턴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가 조사한 대상 세대별 평균 키를 구하고 전체 대상의 키를 해당 평균을 기준으로 점을 찍어 분포를 확인했더니 아버지의 키가 아무리 커도 자식의 키는 평균보다는 크지만 해당 세대 평균에 가깝게 분포했다(중심극한정리). - P58

즉, 키가 큰 아버지는 그보다 조금 작은 자식을, 키가 작은 아버지는 그보다 조금 큰 자식을 갖게 된다는 결과였다. 골턴은 이 놀라운 발견을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ward mean라는 이름으로 공표했다. - P58

모든 현상이 평균으로 회귀하려는 사실에 기초한 분석이 바로 회귀분석regession analysis이다. 회귀분석은 두 요인 간의 인과관계를 파악해 미래를 예측하고 설명하는 대표적인 데이터 분석 기법이다. - P58

여기서 두 요인이란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를 의미하는데, 독립변수란 예측하고자 하는 결과의 원인으로 가정한 변수를 의미한다. 따라서 아버지의 키가 큰 것을 보고 아들의 키가 클 거라고 예측했다면 아버지의 키는 아들의 키가 클 거라고 예측한 원인인 독립변수가 된다. 종속변수는 독립변수가 원인이 돼 예측할 수 있는 결과값을 말한다. 즉 아버지의 키에 영향을 받은 아들의 키가 종속변수다. - P58

많은 것을 예측하고 설명하는 강력한 회귀분석에는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독립변수와 종속변수의 관계다. 전혀 관련 없는 두 변수를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로 결정해 예측하면 전혀 의미 없는 분석이 되고 만다. 회귀분석으로 예측하려면 종속변수의 상관관계가 명확해야 예측 결과가 유의미해진다. - P59

데이터 분석과 이에 기본이 되는 통계는 넓은 의미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양의 사주팔자와 주역, 서양의 타로 등 점을 치는 행위 역시 데이터 분석의 하나라 할 수 있다. - P60

수리통계학의 기초를 다진 사람은 영국의 유명한 수학자 칼피어슨(Karl Pearson, 1857~1936)이다. - P60

골턴은 회귀의 개념을 정립하며 영향을 주는 요인과 영향을 받는 요인(독립변수와 종속변수) 사이에 대칭관계가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상관cometation이라고 이름을 붙였다(회귀분석에서 독립변수와 종속변수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 P61

피어슨 상관계수는 -1에서 +1 사이의 값을 취한다. 0을 기준으로 값이 0보다 작은 음수는 음의 상관관계라고 하며 두 변인 간에 관계가 없음을 나타낸다. 값이 양수면 양의 상관관계라고 하며 두 변인 간에 관계가 있다는 의미다. -1에 가까울수록 강한 음의 상관관계를, +1에 가까울수록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 P62

상관분석은 ‘연봉과 소비는 관련이 있을까? 키와 몸무게는 관련이 있을까?‘처럼 두 변수 간의 관계와 연관 정도를 설명한다. ‘연봉이 높으니 소비가 많을 것이다. 키가 커서 몸무게가 무거울 것이다.‘ 라는 말은 상관분석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정리하면 상관분석은 두 변수의 관계만을 설명하지, 두 변수간의 원인과 결과를 나타내는 인과관계는 설명하지 않는다. - P62

그러나 연관성이 있어야 원인과 결과가 도출되기에 인과관계를 찾아 분석할 때는 변인 간의 상관관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담뱃값과 흡연율의 관계, 신제품과 매출의 관계, 혈압과 당뇨의 관계 등 우리 주변에는 관련성을 판단해야 하는 일이 매우 많다. - P63

어느 분야든 경쟁 상대가 있다는 것은 해당 분야의 발전과 함께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발전하는 기회가 된다는 의미가 있다. - P63

칼 피어슨 또한 그가 활동할 당시 경쟁 상대인 로널드 피셔 (Ronald Aylmer Fisher, 1890~1962)가 있었기에 통계학의 학문적 위치가 더욱 견고해졌다. - P64

이 시기에 유전학과 통계학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크게 피어슨을 중심으로 한 생물측정학파biometricians와 윌리엄 베이트슨(William Bateson, 1861~1926)을 중심으로 한 멘델학파 Mendelions가 있었는데, 이 두 학파의 지루한 공방과 논쟁을 일시에 종식시킨 인물이 바로 피셔다. - P64

현대 통계 분석은 분석하려는 대상의 특성을 파악하고자 통계적 가설을 정하고 전체로부터 표본을 추출해 가설 검정으로 추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피셔는 이 부분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분석 대상 전체 (모집단)와 전체에서 추출한 일부(표본)를 명확하게 분리하였고 일부를 통해 전체에 대한 분석과 추리가 가능하다는 방법을 귀무가설로 증명했다. 이후 피셔는 추측 통계학, 즉 추계학stochastic을 창시하고 통계학 발전에 한 획을 그었다. - P65

미각은 음식의 맛을 구별하는 감각을 지칭한다. 이 미각이 귀무가설null hypothesis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 P65

부인들의 차감별 시험 lady tasting tea과정과 이론을 담은 피셔의 책 《실험계획법 The Design of Experimmiile》에서 그는 암묵적으로 설정한 결론인 ‘부인들은 차 맛을 구분하기 어렵다‘라는 가정을 ‘null hypothesis‘라 한데서 귀무가설이 유래했다. 그가 세운 귀무가설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이 가설이 거짓이라는 것은 증명할 수 있었고, 가설은 거짓이 됐다. 따라서 이 가설의 반대인 ‘부인들은 차 맛을 구분할 수 있다‘를 증명했다. - P67

현재의 통계는 가설과 표본으로 설명된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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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다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책을 다시 집어들었다. 완독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특별히 오늘 나온 표현들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들(나잇값 좀 해, 사돈 남 말하네 등)이 영어로 나와 있어서 흥미로웠다.

Act your age! 나잇값 좀 해!

철없이 행동하는 사람에게 충고하는 말이죠. ‘철 좀 들어!‘, ‘나잇값 좀 해!‘라는 뜻의 표현입니다. ‘어린애 같이 굴지 마.‘ 라는 의미로 Don‘t be silly. 또는 Don‘t be a child 와 같이 말해도 됩니다.

*유사표현 : Grow up! - P136

A What‘s up? You look exhausted.

B I‘ve been hooked on* video games for the last few days.

A How old are you? You should act your age.

B Look who‘s talking. Mind your own business.

A Don‘t lecture* me. I‘ll kick your ass*.

B_OK. Let‘s just come to our senses.

A 무슨 일이야? 너 피곤해 보인다.

B 요 며칠 비디오 게임에 빠져 있어서 그래.

A 너 몇 살이냐? 나잇값 좀 해라.

B 사돈 남 말 하시네. 너나 잘해.

A 잔소리 좀 그만해. 혼날 줄 알아.

B 알았어. 우리 둘 다 정신차리자.


기타표현체크

・be hooked on sth ~에 중독되어 있다.

・kick one‘s ass ~를 혼내주다

• lecture 설교하다. 잔소리하다 - P136

act one‘s age 나잇값을 하다 / 철이 들다

A Would you give me a piggyback ride?

B Don‘t be such a baby. Act your age!

A 나 좀 없어 줄 수 있어?

B 애처럼 굴지 마, 나잇값 좀 해! - P137

Look who‘s talking 사돈 남 말하네

A I heard that you are a heavy drinker.

B Look who‘s talking. You‘re known for drinking.

A 너 진짜 술고래라고 들었어.

B 사돈 남 말 하네. 너도 술로 유명하던데. - P137

Mind your own business 너나 잘 해

A Still undecided? You‘re slow in making decisions.

B Mind your own business. I‘ll take care of myself.

A 아직도 결정 못했어? 넌 결정이 너무 느려.

B 너나 잘 해.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 P137

come to one‘s senses 제정신이 들다

A Sink or swim, I will try.

B I‘m so relieved that you‘ve come to your senses.

A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 볼 거야.

B 네가 정신을 차려서 정말 안심이 된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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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 마지막에서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저자는 학문의 경계를 넘어야 함을 강조했었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 먼저 등장한다. 여기서의 핵심 키워드로 ‘통섭‘이라는 단어가 가장 뇌리에 꽂힌다. 이 두글자가 저자 글의 핵심을 잘 나타낸 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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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쭉 읽어나가다 보니 일원론과 이원론에 대해서도 나온다. 솔직히 본문을 읽기전에는 이런 것들에 대해 잘 몰랐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대략적으로 유추해볼 수는 있었다.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과거 철학자 데카르트가 이원론을 주장했다고 하는데 저자는 데카르트가 이원론을 주장한 근거 중에 하나[인간의 뇌를 해부했는데 송과체pineal gland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을 보고 일반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에게만 영혼이라는 게 존재한다]가 그(데카르트)가 죽기 얼마전에 사실이 아닌 것[인간만이 아니라 동물에게도 송과체pineal gland가 존재한다]으로 밝혀졌다는 근거를 들면서 이원론은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찰스 다윈이 주장한 일원론이 과학적으로 옳다는 확신을 갖는 모습을 보인다.


이 책을 읽다보니 저자께서 오래전부터 수많은 책들을 썼던 분이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책을 읽은 것이 이 책이 처음인지라 저자의 이력에 대해서는 잘 몰랐었다. 오늘 읽은 부분에서 일원론과 다윈의 진화론과 관련된 내용을 보면서 저자의 이력이 문득 궁금해져서 인터넷에 검색해보았더니 일원론자이면서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신봉하는 진화론자라는 얘기들이 나왔다.

과거 중고등학교 과학시간에 진화론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 진화론을 부정하는 논리(?) 혹은 주장(?)인 창조론이라고 해서 교과서에 정식으로 수록되어있지는 않았지만 진화론에 반하는 얘기들도 있다는 것을 여기저기서 들어서 알고 있다.(요즘 교과서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과거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창조론관련 내용은 아예 수록되어 있지 않았다.)

어쨌든 진화론과 창조론 혹은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일원론과 이원론 같은 각각의 주장의 대립들은 과학계에서 꽤나 불꽃 튀는 이슈들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이슈를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에서 보고 생각해보게 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어쩌면 이런 것도 저자의 말처럼 우연한 만남인지도 모르겠다.

독자인 나는 개인적으로 진화론과 창조론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옳거나 다른 한쪽이 절대적으로 틀리다고 생각하는 입장은 아니다.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인 나의 지극히 주관적인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얘기 간에 약간 절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인데 어찌보면 이는 오늘 읽은 앞 부분에서 저자가 말한 통섭과 공생(심비오틱 symbiotic)과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밑줄 친 문장 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태초에 물 속에 살던 물고기 중에 일부가 뭍으로 올라오면서 육지동물이 생겨났고, 그 육지동물 중 누구는 파충류가 되고, 누구는 조류가 되고, 누구는 포유류가 되고, 포유류 중에서 영장류로 진화한 친구들이 있고, 그 영장류들이 가지를 치다가 그 가지의 어느 한 끝에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이 태어난 것이지, 태초부터 인간을 태어나게 하기 위해 이 모든 생물이 존재했던 것은 절대 아니거든요.]

인용한 위의 문장에서 개인적으로는 맨 앞에 나온 문장인 ‘태초에 물 속에 살던 물고기 중에‘라는 부분이 독자인 내 마음에 자꾸 걸렸다. 태초에 뭐가 있을라면 무언가 사소한 것이라도 창조되어 있는게 있어야 맞는 말 아닌가? 하다못해 좁쌀만한 크기의 씨앗이라도 있었어야 맞는거 아니냐는 말이다.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태초에 저 물고기는 도대체 어디서 나왔단 말인가? 진화론의 입장을 따르자면 태초에 물 속에 살던 저 물고기의 조상은 과연 누구인지에 대해 진화론만으로는 논리적인 설명이 안되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위에서 어느 한 쪽의 주장만 옳고 다른 한 쪽은 무조건 틀렸다는 식의 사고를 경계하면서 진화론과 창조론 간에 통섭과 공생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 이유가 바로 이러한 의문 때문이다. 이러한 통섭과 공생의 관점에 입각해서 위에 인용한 문장을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으로 설명해보자면 ‘태초에 물 속에 살던 물고기‘의 경우는 창조론의 논리로 설명이 가능한 부분인듯 하고, 나머지 그 뒤에 나오는 무슨 육지동물이 파충류, 조류, 포유류, 영장류 등으로 진화한 것은 진화론의 논리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양다리 걸치지 말고 어느 한 쪽으로 입장을 확실히 정해라 하면서 욕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저자께서 강조하시는 통섭과 공생의 관점으로 본다면 진화론이든 창조론이든 관계없이 각각의 얘기들 혹은 주장들을 상호간에 존중하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께서 책의 앞부분에서는 통섭과 공생을 말씀하시면서 데카르트와 함께 언급된 일원론과 이원론 논쟁도 그렇고 위에 독자인 내가 인용한 문장에서도 진화론만이 절대적으로 옳고 창조론은 단지 가설정도에 불과하다는 식의 뉘앙스로 말씀하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 한 사람 안에 두 개의 자아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 지점이었다. 독자인 내 생각에 어쩌면 저자는 아예 창조론이라는 것 자체를 과학이라고 인정하지 않기에 애초부터 통섭과 공생의 범주에 들어올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하시는 건지도 모르겠다. 근데 내가 위에 인용한 문장에서 지적한 부분을 창조론의 가설(?) 혹은 논리(?) 를 사용하지 않고 진화론의 논리로만 설명하기에는 뭔가 2%부족해보이는 건 비단 나만의 느낌일까? 진화론을 절대적으로 신봉하시는 분들은 비단 너만의 느낌이라고 하시겠지만,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 힘든 진화론과 창조론에 관련된 이슈들을 얘기해보면서 한편으로는 이래서 우리는 완벽한 절대자 혹은 신이 아니라 그냥 하나의 인간이고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더 이상 어느 한 개인이 문제의 답을 찾는 시대가 아닙니다. 한 학문 분야에서 해결책을 찾는 그런 시대는 지났습니다. 21세기는 학문이 만나야 답을 찾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런 시대에 걸맞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자연과학을 하면서 인문 소양을 갖춘 사람, 인문학자지만 자연과학을 이해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이번 세기에 살아 남는 겁니다.

생태학은 태생적으로 통섭적인 학문입니다.

"통섭적 인생을 사셔야 한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우리가 왜 공정하고 공평하고, 양심적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답이 자연이 그런 곳이기 때문이라는 거죠.

"다윈 선생님이 모든 문제에 침 발라놨다."

자연은 그리 험악한 곳이 아니라는 것

"자연은 서로 돕고 사는 곳이다."

자연은 경쟁 일변도의 전쟁터가 아니라 서로 손잡으며 아름아름 돕고 사는 곳

가진 자가 공평하게 살면, 그건 그 사람들만 계속 유리한 거잖아요. 그건 아니에요.

그건 공정이 아니에요, 공평이죠.

"너희들은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인데, 너희가 부정하게 살면 저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너희랑 경쟁하면서 살아야 하냐."

"가진 자가 공정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공정이라는 단어가 가진 자의 입에서 나오면 안 된다."

자연이 이러니까 우리도 이래야 한다는 건 옳지 않죠. 당위성은 없다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지혜‘라는 것은 하루 이틀 새에 만들어진 게 아니잖아요. 오랜 진화의 역사를 거치면서 형성된 현상이기에, 거기서 얻는 지혜나 지식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늘 자연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세심하게 들여다보면서 살아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계속 ‘호모 심비우스‘를 주장하고 "알면 사랑한다"라는 얘기를 하는 이유가 끊임없이 자연을 관찰하고 공부하면서 우리를 되돌아보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았으면 해서예요.

자연계에서 우리는 ‘가진 자‘잖아요. 우리는 이미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발자국 하나까지 신경쓰면서 내디뎌야 해요.

이런 노력을 해야 자연과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살아보니 인생 퍽 길군요.

기후 및 생물다양성 위기를 맞으며 이제는 더할 수 없이 중요한 분야가 된 생태학

공평은 양심을 만나야 비로소 공정이 됩니다. 양심이 공평을 공정으로 승화시켜줍니다.

속 깊고 따뜻한 공정이 우리 사회의 표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 각자에게 반짝, 하며 빛날 기회가 적어도 한 두차례는 올 겁니다.

미래학자들의 예측에 따르면 여러분은 적어도 직업을 대여섯번 갈아타며 살 것이랍니다.

여러분은 앞으로도 쉼없이 배우고 일하고 또 배우고 일해야 합니다. ‘융합의 세기‘ 21세기를 살아내려면 ‘통섭형 인재‘가 되어야 합니다. 겸허한 자세로 평생 도전할 마음의 준비를 하십시오.

치열하게, 그러나 사뭇 겸허하고 따뜻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저는 제 동료들에 비해 출발이 많이 늦었습니다. 불공정한 지름길로 넘나들지 않고 주변과 손잡고 함께 천천히 걸었는데도 오늘 이런 자리까지 왔습니다. 인생 살아보니 참 기네요.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

제가 평생토록 관찰한 자연에도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더군요.

자연과학은 사실 인문학입니다.

인문학이 질문하는 학문이라면, 기술은 답을 찾아내는 분야입니다. 자연과학은 답을 찾아낸다기보다 오히려 질문하는 학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생물은 무생물보다 훨씬 아름다운 존재일겁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연구하는 ‘생태학‘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에게는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속성이 하나 있습니다. 모든 생명은 반드시 이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죽음‘입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적어도 지구에 태어난 생명은 반드시 죽습니다. 생명에게는 언제나 한계가 있어요. 생명의 한계성, 이게 생명의 가장 보편적인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초에 생명의 늪에서 우연치 않게 자기를 복제할 줄 알던 어떤 화학물질, 이게 DNA입니다. 최근에는 어쩌면 RNA일 수도 있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DNA 혹은 RNA같은 유전물질은 허구한 날 자신과 똑같이 생긴 화학물질을 계속 복제하는 일을 합니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생명실험은 끊이지 않고 계속된 겁니다.

따지고 보면, 지구의 생명 역사는 DNA 혹은 RNA 일대기에 불과합니다. 태어나서 아직 죽지 않은 그 친구의 삶을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얼마 있으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한계성을 지닌 개체지만, 우리를 만들어낸 DNA라는 유전 물질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 우리 인간이 자행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환경파괴, 생명 파괴 현상은 결국 가족을 죽이는 일입니다.

생명은 시간적으로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져 있지만, 사실 지금 이 순간, 공간적으로도 다 이어져 있다는 겁니다.

DNA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이 성공해서 DNA를 많이 복제해주나 개미가 성공해서 DNA를 많이 복제해주나, 아니면 병원균이 창궐해서 DNA를 많이 복제해주나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DNA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게 다 연결돼 있기 때문이죠. 생명은 이처럼 영속성과 더불어 연속성을 지닙니다.

생명은 태초에 하나로부터 전부 갈려 나온 겁니다. 생명은 일원성을 지닙니다. 이 부분이 제가 평생 연구하고 있는 찰스 다윈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가장 큰 교훈 중 하나입니다. 이 세상은 따로따로 만들어진게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진화의 과정을 거쳐 하나로부터 분화돼 나왔다는 얘기를 한 겁니다.

인간은 어쩌다보니 우연의 우연의 우연의 우연의 결과로 태어난 겁니다. 태초에 물 속에 살던 물고기 중에 일부가 뭍으로 올라오면서 육지동물이 생겨났고, 그 육지동물 중 누구는 파충류가 되고, 누구는 조류가 되고, 누구는 포유류가 되고, 포유류 중에서 영장류로 진화한 친구들이 있고 그 영장류들이 가지를 치다가 그 가지의 어느 한 끝에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이 태어난 것이지, 태초부터 인간을 태어나게 하기 위해 이 모든 생물이 존재했던 것은 절대 아니거든요.

여러분이 지금 이 순간 이곳에 있는 건 어마어마한 확률의 우연 덕입니다. 곱하고 곱하고 곱해서,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그래서 생명은 우연의 결과물입니다.

찰스 다윈이 1859년에《종의 기원》이라는 책을 냈는데요, 제일 유명한 문장 중 하나입니다.

"태초에 하나로부터 아름다운, 이 기가 막힌 형태들이 진화해왔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다윈은 유전자의 존재를 전혀 모르던 사람입니다. DNA의 존재를 모르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논리적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이 거슬러 올라가면 하나로부터 왔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유추해낸 사람입니다.

적자 생존의 영어 표현은 ‘survival of the fittest‘라는 최상급입니다. 그런데 저는 다윈 선생님이 실수하셨다고 생각합니다. ‘the fittest‘라고 하면, 최고로 적응 잘한 친구 하나만 살아남았다는 뜻입니다. 만약 우리말로 제대로 번역했다면, 그냥 적당히 적자생존이 아니고 ‘최적자생존‘ 이라고 해야 맞는 겁니다. (중략) 서양 사람들은 저 표현을 들을 때마다 1등이 아니면 죽는구나,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세상이 1등만 남겨놓고 모두가 죽는 세상은 절대로 아니잖아요. 세상이 어려워지면 꼴등이 떨어져나가는 거죠. 꼴지만 아니면 살아남을 가능성을 갖고 사는 거죠.

생존투쟁은 피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자원을 원하는 존재들은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이 반드시 남을 죽이고 남의 피를 빨아야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시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는 걸 다윈 선생님은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저 같은 생물학자에게 자연계의 가장 위대한 성공사례가 뭐냐고 물으면 열 명 중에 아홉 명이 이렇게 말합니다. 꽃을 피우는 식물과 그들을 방문해서 꽃가루를 옮겨주고 그 대가로 꿀을 얻는 곤충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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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 ‘공간의 속도‘라는 개념을 잠깐 살펴봤었는데 저자는 이 ‘공간의 속도‘라는 것을 측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저자 나름의 논리적인 공식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이 공식을 바탕으로 저자가 어떠한 내용을 이어갈지 궁금해진다.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본문을 보면 저자가 개발한 공간의 속도를 측정하는 공식을 이용하여 서울 시내 주요 거리인 홍대 앞 거리, 신사동 가로수길, 명동, 강남대로, 테헤란로 이렇게 5군데를 비교분석하는 자료가 있는데, 결론은 공간의 속도가 낮을수록 사람들이 더욱더 걷고 싶어하는 거리라는 것이었다. 또한 이 공간의 속도는 지난번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이벤트 밀도와도 유사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데 저자의 이러한 접근 방법이 개인적으로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 책이 출간된지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뒤늦게나마 잘 알지 못했던 이러한 시각 혹은 관점에 대해 배울수 있게 된 것에 의의를 두고싶다.

뒤이어 관련 내용을 추가로 좀 더 읽다보니 위에서 언급했던 공간의 속도가 무작정 느릴수록 좋은 건 아니고 사람이 걷는 속도인 4km/h (시속 4km) 정도 수준에 가까울 수록 좋다는 얘기가 있어서 제약조건을 덧붙인다. 오히려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도 느린 경우에는 지루함 혹은 따분함 때문인지 걷고 싶은 거리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일리가 있어보인다.


뒤이어 나오는 2장 ‘현대 도시들은 왜 아름답지 않은가‘ 에서는 도시를 형태와 재료라는 두 가지 요소의 많고 적음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저자는 아름다운 도시 요소의 특징으로 다양한 형태와 동일한 재료를 꼽고 있다. 본문에서는 그리스의 산토리니 섬이 저자가 언급한 조건에 가장 잘 부합하였는데, 이와 관련된 저자의 얘기를 읽어나가는 재미가 쏠쏠 했던 시간이었다.

또한 발코니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얼마전 읽었던 동 저자의 인문 건축 기행에 나오는 내용들과 어느정도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익숙하게 느껴졌던 부분이었다. 저자는 도시의 발코니가 오픈되어 있어야 도시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기존에 있던 발코니마저도 알루미늄 샤시로 내부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자는 이로 인해 도시가 폐쇄적인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안타까워 한다.

이와 관련하여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 방식도 언급되는데, 그가 건축분야에서 영향력있는 인물이긴 하나 그가 추구하는 건축 방식이 현대 도시의 폐쇄성을 촉진시켰다는 견해도 저자는 덧붙이고 있다. 자연을 온전히 체험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는 것으로 만족하게 만든 것에 대해 저자는 아쉬움을 나타낸다.

위에 언급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건축가들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조금씩 다르기에 하나하나 왈가왈부 하긴 힘들지만, 저자의 견해를 보면서 르 코르뷔지에에 대해 약간은 비판적인 견해도 존재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위대한 대가라고 해서 단점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님을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좀 더 설명을 보태자면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의 기능적인 면을 중시하는 반면, 저자는 건축의 감성적인 면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음을 책에 나온 글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을 저자는 자전거의 두 바퀴에 비유하는데 하나가 건축의 기능적인 바퀴라면, 다른 하나는 감성적인 역할을 하는 바퀴였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 것이다. 다만, 현실의 건축은 감성적인 면보다는 기능적인 면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감성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건축이 사람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전해줄 수 있음을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적으로 느껴졌던 부분이었다. 기능적으로는 같은 건물일지라도 건물의 외관이나 내부에 독특한 디자인들이 있는 건물이 그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감동을 주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예산제약이라든지 건축 효율성 등의 이유로 배제되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 저자는 안타까워 하고 있었다. 책에 직접적으로 나온 말은 아니지만 독자인 내 머릿속에 문득 ‘효율성과 예술성은 서로 양립하기 힘든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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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를 바꿔서 3장에는 펜트하우스와 관련된 얘기들이 등장한다. 처음 등장하는 사례는 ‘팬옵티콘‘이라는 감옥인데, 이 감옥의 디자인 자체가 위에서 사방을 내려다보며 죄수들을 감시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공간이 창출하는 권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이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설계된 도시가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인데 개선문을 중심으로 도로가 사방으로 퍼지는 방사형 구조로 되어 있어서 어디에 위치해있느냐에 따라 권력을 차등적으로 갖게 된다고 한다.

또한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에는 방사형 구조와 대비되는 격자형 구조가 나오는데 이는 모든 위치에서 바라보는 관계가 동일하다는 이유로 인해 권력이 차등적이지 않고 동일하다는 느낌을 준다고 한다. 다만 동일함은 도시를 단조롭게 느끼게 할 수 있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뉴욕같은 도시에서는 변칙적으로 대각선 길인 브로드웨이같은 길을 만들어 격자형으로 이루어진 도시의 단조로움을 탈피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우선 공간의 속도를 대략적으로 측정하기 위해서 간단한 공식을 만들어 보았다. 원리는 간단하다. 거리를 구성하는 면적에 그 위에 있는 사람이나 자동차의 평균 속도를 곱해서 더한 후에 전체 면적으로 나눈 것이다. 그렇게 하면 공간 속에 움직이는 개체의 대략적인 속도를 계산할수 있다. - P38

공간의 속도={(차도 면적 x 차의 평균 속도) +  (인도 면적 x 보행 속도 평균 속도)+ (데크 면적 x 1km/h) + (주차장 면적 x 1km/h)}
÷전체 면적 - P39

데크: deck. 집 앞면이나 후면에 마루처럼 달아내어 앉아서 쉴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곳. - P385

이벤트 밀도와 거리 공간의 속도는 거리가 보행자에게 얼마나 호감을 주는지를 알려 주는 지표 - P40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식을 통해서 우리는 이제 거리 공간의 속도감을 정량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방식은 추후에 도시설계를 할 때 공간의 성격을 규정하는 치수로도 사용 가능할 것이다. - P44

Ss: Space speed 의 약자. 이벤트 밀도의 e/c와 더불어서 공간의 속도를 측정하는 단위이다. - P385

앞선 조사 결과를 보면 거리의 속도가 사람의 걷는 속도인 시속 4킬로미터와 비슷한 값을 가질수록 사람들이 더 걷고 싶어 하는 거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만약에 시속 4킬로미터보다 느린 값이 나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빠른 속도의 공간만큼이나 걷고 싶지 않을 것이다. - P44

자신이 노출된다는 것은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된다는 것을 말하고 그런 환경은 경험자가 부담을 느끼게 된다. - P44

사람은 적당히 그 공간에 묻혀서 걸을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의 속도를 가진 공간을 원한다. - P44

걷고 싶은 거리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얼마나 많은 이벤트가 일어나는 거리인가, 어떠한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자연환경이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거리인가 등이 그 요소들이다. 마지막 요소인 ‘사람‘은 나머지 요소들이 구성되는 것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결정 난다. - P46

보통,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요소이지만 나머지 요소들이 갖추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사람이 들지 않기 때문에 사람은 거리를 완성하는 요소이지만 만들기 시작하는 요소는 아니다. - P46

구축 기술적, 건축 재료적 제약들이 도시 DNA의 통일성과 조화를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선 이후 크레인과 철골 구조의 도움으로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쉽게 휴먼 스케일을 넘어선 대형화로 진행 가능해졌다. - P50

지나치게 커져 버린 건축물들 사이에서 인간은 소외되기 시작했고, 빠른 자동차가 이동하는 거리에서 사람들은 옆으로 비켜나게 되고 더 왜소해지기 시작했다. - P50

건물이 커질수록 대부분의 일들은 건물 내부에서 해결이 된다. 최근에는 원스톱 쇼핑이라고 해서 한 건물 안에서 쇼핑도 하고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수영도 할수 있는 대형 건물들이 들어선다. 건물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더 이상 거리로 나와서 다니지 않았고, 사람들 사이에 소통이 없어지는 도시 공간구조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 P50

건축 재료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현대 도시는 전 세계에서 수입되어 오는 재료들이 난무한다. 따라서 통일성과 컨텍스트가 부재한 카오스적인 도시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 P51

컨텍스트 : context. 건축에서는 통일감을 통해서 만들어진 어떤 가치를 지칭한다. 따라서 컨텍스트가 있다고 하면 긍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 P385

커튼월 : curtain wall. 커튼처럼 건물의 외벽이 유리창으로만 된 건축 입면. - P385

사실 건축적으로 아름다운 도시가 되려면 겨울에 아름다워야 한다. 가로수 한그루 없는 유럽의 도시들이 가로수가 많은 우리나라 도시보다 더 아름답다면 우리 도시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 P51

각각 건물의 형태는 경제적인 원리로 비슷하게 나오는 : 제한된 땅에 최대한 법적으로 허용하는 면적을 만들고 가장 저렴하게 지을 형태를 찾다 보면 꽉 찬 상자모양의 건물이 나오는데, 그것을 뜻함. - P386

도시를 형태와 재료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나누어 본다면 도시는 네 종류가 나올 수 있다. 형태도 단순하고 재료도 단순한 경우(한국의 아파트 단지), 형태는 복잡하고 재료는 단순한 경우(그리스 산토리니 섬), 형태는 단순하고 재료는 복잡한 경우(서울의 논현동 뒷골목), 형태도 다양하고 재료도 다양한 경우(서울의 청담동 명품 플래그샵 거리)이다. - P52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형태는 다양하고 재료가 통일되었을 때 도시 공간이 다이내믹하고 좋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P52

보스턴의 뉴베리 거리는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유서 깊은 오래된 건물이 있는 거리로 유명하다. 보스턴 시는 이 뉴베리 거리에 신축되거나 리모델링되는 건축물의 재료를 모두 붉은 벽돌을 사용하게 규제함으로써 재료의 통일감을 보존하여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 P52

지역성이 드러나는 재료의 통일성은 일단 좋은 도시로 가는 한 가지 전략 중에 하나라는 것을 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보면 느낄 수 있다. - P54

골목과 복도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그 근본적인 차이는 하늘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 P55

르 코르뷔지에의 디자인에서 자연은 일상에서 체험되기보다는 보기만하는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계획안은 실패하였다. 자연을 바라보는 대상으로만 이해했을 때 건축 디자인은 실패한다. - P56

하나의 훌륭한 도시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건축물도 중요하고 자연환경도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도시를 훌륭하게 완성하는 것은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이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삶을 담아낼 수 있어야 성공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삶은 도시환경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 P57

우리의 아파트가 삭막하긴 하지만, 그나마 발코니가 사적인 외부 공간으로서 약간의 개인 마당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런 발코니마저 창틀을 통해서 내부 공간화시키고, 발코니 확장으로 방을 만들어 버리면서 우리의 도시 풍경은 사람들의 삶이 보이지 않는 삭막한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된 것이다. - P59

우리의 도시가 살 만한 거리로 채워지기 위해서는 건축물에 사람 냄새가 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유리창 대신에 발코니가 있는 건축물을 만들어야 한다. 그보다 더 좋은 방식은 우리나라 도시의 특징인 경사지와 구릉지를 이용해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테라스를 만드는 것일 것이다. - P59

각각의 도시는 나름대로의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있다. 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그 나라의 기술, 경제, 사회가 만들어 낸 선이다. 그 선은 하늘과 인간이 줄다리기를 한 결과물이다. - P61

도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스카이라인 대신 지평선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땅과 하늘이 만나는 자연의 선을 보며 살았다. 과거 인간은 자연과 자연이 만든 지평선을 보면서 아침을 맞이하였으나, 현대 시대에는 아침에 눈을 떠서 주변을 둘러보면 인간이 만든 건축물들과 자연인 하늘이 만나는 것을 본다. 도시에서는 높은 건물과 낮은 건물이 어우러져서 복잡한 선을 만들고 있다. 신은 지평선을 만들고 인간은 스카이라인을 만든 것이다. - P61

돔은 아치 구조를 180도 회전시켜서 나오는 구조체이다. 이를 만들기 위해서 옛사람들은 나무로 틀을 짜서 돔의 내부를 만들고 그 외부에 돌, 벽돌, 콘크리트같은 재료를 이용해서 돔을 만든 후에 내부에 있는 나무 구조체를 해체하였다. 엄청나게 많은 목재가 들어가는 기술이었다. - P63

천재 건축가 부르넬레스키가 목재를 적게 사용하고 돔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구조법을 개발하여 지금 우리가 보는 피렌체의 대성당 돔을 완성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 건축 방식으로 특허를 냈다. 이것이 인류 최초의 특허권이었다. - P63

뉴욕의 스카이라인은 한마디로 엘리베이터가 만든 스카이라인이다. 뉴욕은 섬이기 때문에 땅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조건에서 고층에 쉽게 올라갈 수 있게 해 주는 엘리베이터라는 기술과 고층 건물을 빠르게 지을 수 있는 새로운 철골 구조라는 기술이 합쳐져서 이전에는 없었던 하늘로 삐죽삐죽 솟아오른 뉴욕만의 독특한 고층 건물 스카이라인을 만들어 낸 것이다. - P63

로마, 피렌체, 뉴욕의 경우를 보아서 알 수 있듯이 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그 당시의 건축 기술력, 문화적 가치, 경제적배경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합쳐져서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예술이다. - P65

종이에서 연필을 떼지 않고 한 번에 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특징지어서 그럴 수 있다면, 그 도시는 성공적인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P65

아트버스터 : Artbuster. ‘예술성을 갖춘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 기존에는 소수 마니아들에게나 관심을 받던 예술 영화가 최근 들어 영화팬들의 수준 향상과 저변 확대로 인해 큰 주목을 받고 히트작 반열에 드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 P386

건축가는 항상 건축주와 시공자 사이에서 조율을 해야 하고 여러 사람과 함께 협업해야한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이 제대로 반영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음악처럼 콘셉트부터 완성품까지 혼자서 완성할 수 있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 P66

화가도 혼자서 작품을 완성하지만 그 작품은 미술관이나 화랑에 가야만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제약이 있다. 반면 대중음악은 사람들이 어느 곳에서든 편하게 선택하고 소비할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어느 예술에서도 찾기 힘든 장점인듯하다. - P66

필자는 예술을 ‘인간의 감정을 일으키는 무엇‘이라고 정의한다. 마음속이 잔잔한 호수처럼 조용하다가도 어떤 노래를 듣거나 소설을 읽으면 마음속에 새로운 감정이 솟아난다. 그러면서 우리는 살아 있다는 것과 자신의 인간됨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 P66

배불리 먹고 잘 잤다고 인간다워지는 것은 아니다. 대신 가슴속에 무엇이 됐든 감정이 솟아날 때 비로소 인간됨을 느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예술은 감정을 일으켜 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100원을 지불하고서 디지털 음원을 구입하는 이유는 그 노래를 들을때마다 내가 원하는 감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 음악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다. - P66

20세기 초반에 근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는 주택을 "사람이 살 수 있게 하는 기계"라고 정의 내렸다. 건축에서 기능적인 면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기능은 건축이라는 자전거의 두 바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자전거가 굴러가려면 두 개의 바퀴가 필요하듯 건축은 기능 이외에도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바퀴가 필요하다. 현대 도시의 건축에서 부족한 부분이 이 부분이다. 기능적으로 작동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빠른 자동차를 위한 길과 넓은 집들을 추구했지만 정작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감성을 깨우는 공간을 놓쳐 온 것이다. - P68

계절에 어울리는 한 곡의 노래가 우리의 삶의 의미를 깨우쳐 주는 것같이 감성을 울리는 건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건축은 대중음악이 팔리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시장에서 잘 팔리는 건축이 될 것이다. 또한 그런 건축이 많아질 때 현대 도시는 더 아름다워 질 것이다. - P68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는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펜트하우스는 부자들이 권력을 갖는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권력 구조를 가장 확실히 보여 주는 공간 형태다. 건축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의 구조를 그 내부에 숨기고 있다. - P71

‘공간은 권력을 만들어 낸다‘라는 명제를 팬옵티콘(Panopticon)처럼 잘 설명해 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팬옵티콘‘이라는 단어를 분석해 보면, 전체를 뜻하는 ‘pan‘과 바라본다는 뜻의 ‘opticon‘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합성어로 번역하면 ‘모두 본다‘라는 뜻이 된다. - P73

팬옵티콘은 감옥이다. 특이한 점은 이 감옥의 디자이너는 건축가가 아닌 영국의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러미 벤담(Jeremy Bentham)이라는 것이다. 그는 1791년 죄수들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팬옵티콘을 설계하였다. - P73

1975년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가 그의 저서 『감시와 처벌(Discipline and Punish)』에서 이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가 계속해서 감시를 당한다는 점에서 현대인의 삶과 비슷하기 때문에 팬옵티콘의 디자인과 우리가 사는 사회 구조는 유사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유명해진 계획안이다. - P73

죄수를 감시하는 것은 간수가 아니라 팬옵티콘의 공간이라고 - P75

방사형 도시 구조는 방사상의 중심점에 서 있느냐, 반대로 주변부에 서 있느냐에 따라서 권력을 차등적으로 갖게 된다. - P75

격자형 도로망은 모든 코너가 동일한 권력의 위계를 갖는다. 모든 코너가 바라보는 관계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격자형 도시 구조는 방사형 도시 구조에 비해서 평등한 민주적인 공간 구조라고 할 수 있다. - P76

뉴욕 같은 경우에는 이 같은 격자형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가는 브로드웨이가 디자인되어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공 공간은 격자형과 대각선이 만나서 삼각형 같은 독특한 공간 구조가 형성되는 결절점 부분에 위치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뉴욕의 타임스퀘어가대표적인 예이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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