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
윤정인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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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가장 잘 한 일이 바로 이 책을 만든 일인 것 같다
말과 글이 생겨 의사소통을 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수만 가지의 단어들이 모여 책이 완성이 되고
그 책들이 인류의 양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당연히 책방이라는 단어에 봄날 꽃을 보듯 설레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책에 대한 사랑이 담백하게 들어있어서 책방 홍보 같은 느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사라져가는 책방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컸던 저자는
추억 속에 있는 책방을 끄집어 내어 현존하고 있는 책방들의 진솔한 모습을 담아내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즉 이 책은 평소 책 탐방을 하고 싶었던 나에겐 지도 같은 책이다.
사이즈도 아담하여 평소 함께 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마지막 장엔 지도가 있어서 더 좋다.ㅎㅎ)
골목골목 숨어있는 작은 책방부터 이색적이고 특색 있는 책방 그리고 전문 책방까지 소개하고 있으며
지역 도서관에 대한 소개도 담아놓았다. 
단순히 책방 소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방 쥔장들의 책에 대한 열정과 그들의 추천도서까지 보너스로 소개되어 있다.

최근 골목골목 반짝이는 책 공간을 찾고 또한 맘에 드는 곳에 잠시 머물러 책 냄새 흠뻑 취하고 오고픈 생각이 부쩍 커졌다.
그러나 내가 가진 시간을 어떻게든 잘 분배하여도 이상하게 책방을 찾아 떠날 틈이 잘 나질 않는다.
하지만 소개되어 있는 헌책방과 동네 서점은 충분히 그곳에 가고 싶은 생각을 만들어 내었다.
헌책방이 생기게 된 사연부터 위기를 겪고 다시 일어선 사연과 그 이후 책방에서 주로 하는 행사 등을 보면서
단순히 책만 진열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책방은 더는 살아남을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책방 주인들의 애정과 열정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박자가 잘 어우러져야
모두에게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유지되는 것이다.

나도 작년 말부터 중고책방을 기웃거리게 되었다.
새책보다 조금 누레진 종이에 자꾸 빠져들게 되고 심지어 책에 누군가의 메모나 편지글을 보게 되면 미소가 지어진다.
그래서 책 속엔 한번 찾아가 본 적이 있었던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
SNS로도 소식을 받고 있는 터라 맘에 드는 중고책은 찜해 두는 곳인데
 쥔장님의 살뜰한 중고책 사랑이 느껴지는 곳이라 좋아하는 곳이다.
그 외 책방 이음, 땡스북스도 SNS 소식지를 통해 익히 알던 곳이었는데 찾아가 보고 싶어졌다.
특히 부산의 인디고 서원과 진주의 진주 문고는 여행길이 생기면 방문해 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 예전에 다녀온 [이상한 나라 헌책방]의 모습~^^ >

 

 

 누군가는 자신이 평생 모아온 책이 꽂힌 서가를 보면
책과 자신이 혈관으로 이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는데,
이 헌책방 역시 주인의 인생이 담겨 있을 것이다.

 

우연찮게 책방 주인 된 최인아 책방의 최인아 씨의 센스 있고 매력적인 서점도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책을 읽게끔 하는 서점'의 초기 목표에 걸맞게 잘 다듬어져 있는 공간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역할에 성공한 셈이다.
또한 책을 분류하고 진열해 놓은 방식도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데 광고인의 기질이 더없이 발휘된 경우인듯하다.

 

 

 

< 최인아 책방추천목록이 특색있다.>

 

 

그리고 점점 세분화되는 트렌드에 맞추어 문학작품만 취급하는 곳부터 독립출판물, 매거진, 추리, 사진, 미술 등
특정 분야의 다양한 책을 찾는 이들을 위한 특화된 전문 서점의 소개도 빼놓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의 지적인 목마름을 해결해줄 지역 도서관에 관한 저자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남산도서관부터 점점 진화하는 도서관들에 대해 소개한다.
역사적으로 침략자들이나 독재자들이 제일 먼저 했던 일이 책을 없애는 일이었는데
그래서 침략과 전쟁이 끊임없었던 우리나라의 특성상 100년이란 역사도 기적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책도둑]에서도 독일군이 책을 산더미처럼 모아놓고 책을 태우던 장면이 생각이 났다.
지금의 도서관들은 책을 보존하는 곳이 아닌 책과 사람이 잘 어우러지는 공간을 지향하고
책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주민을 끌어모아서 소문난 곳은 타 지역주민들까지 놀러 온다고 한다.
핀란드처럼 "아이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공공 도서관을 하나씩 설치하자"라는 방침이
대한민국에도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 외관이 독특하여 눈을 사로잡는 국립세종도서관 >

 

 

가끔 이런 생각을 하면 두근거린다.
나와 지금 같은 시간에 같은 책을 보고 있는 이가 있을까? 있다면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의 초고속 성장의 탓일까, 우린 느긋하게 책을 고르거나 볼 여유도 잘 누리지 못한다.
지속적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발을 맞추어야 하는 까닭일까.
문장과 문장 사이를 적당히 즐기고 음미할 여유조차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책방을 공유하고 생각을 나누는 일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서면 어떨까.

내 경험에 비추어 얘기하자면 책과 함께 할 시간은 결국 책이 해결해 주었다는 것이다.
10분이 20분이 되고 징검다리식으로 보던 횟수가 매일매일이 되어 나의 시간뿐 아니라 심적인 여유까지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책 속 책방 쥔장들이 추천하는 도서로 인해 나의 위시리스트에 목록이 길어졌다.

종이책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 살고 있어서 행복하다.
세상의 변화가 더 빠른 속도로 진화한다면 곧 책도 사라질는지도 모를 일이고 자원 부족으로도 더욱 앞당겨질는지도 모른다.
터치 하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세상.. 편리해 보일는지는 몰라도 정감 있는 온도가 느껴지지 않아서 개인적으론 비추다.
자, 그럼 이 글을 보신 분들이라면 내 발길 멈추게 할 책 향기 가득한 책방을 찾아 나서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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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 여행 스케치 - 나만의 이야기가 있는 그림 수업
사사키 기요시 지음, 한진아 옮김 / 경향BP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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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사로잡히는 장소에 서 있으면 늘 아쉬웠던 점이 똑같이 카메라에 담는 것보다
그 풍경을 나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 적이 있다.
대충 스케치를 하고 나만의 컬러로 색감을 입혀보는 상상은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졌었지 실행에 옮겨볼 생각을 놓치고만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항상 무언가 머뭇거리던 일이 일상이 되어 습관화되 버린 탓이 이제까지의 나를 만든 건 같았다.
그런데 역시 독서의 힘은 강하다고 올 초 읽은 자기 계발서에 힘을 실었다.
그래서 처음 가벼운 수채화 책을 시작으로 간단한 오브젝트를 그리면서 수채물감과 조금 친하게 되었다.
물의 농담과 다채로운 색감들이 어우러져 자유로움을 드러내는 그림은 더할 나위 없이 신기한 작업이었다.
그래서 조금 더 용기를 내 본 것이 이 풍경화 책이다. 표지에서 전해지는 다양한 풍경에 그냥 끌리게 되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내가 찾던 느낌의 책이어서 반갑기도 했지만 또 한번 걱정이 앞섰다.
관연 내가... 이걸 할 수 표현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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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다양한 풍경의 그림들이 많아서 좋았고 지나치게 섬세하거나 복잡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림을 통해 다양한 기법에 대한 안내도 상세히 기재되어 있었다.
크게 확대하여 설명해 놓은 부분도 있어서 나 같은 초보 도전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교본인 셈이다.

 

 

멋진 풍경 몇 장을 감상한 후 본격적으로 구도 잡는 법과 밑그림을 그리는 요령에 대해 안내한다.
뭐니 뭐니 해도 수채화는 생략과 강약 조절만 잘 해주면 오랜 시간 밑그림에 시간을 많이 허비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또한 저자는 다양한 사이즈의 스케치북의 사용을 권하는데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풍경을 다양한 사이즈에 담아보는 재미가 더 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았다.
중요한 건 풍경을 상세히 그리지 않는 것이 포인트이다. 그래야 더욱 자연스럽고 멋스러운 그림이 탄생한다.
또한 채색도 덩어리로 칠하여 마무리로 조금씩 세세한 부분을 터치해주는 것이 포인트인듯하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완성되면 점경을 넣어주는데 점경이란 부수적으로 넣는 작은 사람이나 동물, 차 등을 말한다.
점경이야말로 풍경화의 생동감을 더해주며 더욱 완성도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점경을 넣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장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다.
넣는 위치나 사이즈 다른 건물과의 비율 등을 조절하는 방법이 가장 인상적으로 와 닿았다.
풍경화 작업시 간단해 보이지만 제일 신경이 많이 쓰일 부분이 바로 이런 점들이기에
샘플점경을 다양하게 그려보는 작업도 필요할 것 같았다.

 

 

다음 단계인 채색 부분으로 가면 다양한 풍경을 붓과 물 그리고 여러 가지 도구로 표현해 볼 수 있는 기법들이 나와있다.
빛과 그림자를 잘 살려 포인트를 살리고 구름이나 바다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들과
색감과 질감을 잘 살릴 수 있는 비법도 설명이 되어 있다.
전체가 아니면 부분부분을 먼저 시도해 보면서 전체를 따라 표현해 보는 방법으로 익히는 방법도 좋을 듯하였다.

 

우선은 포켓용 스케치북에 풍경의 부분을 따라 그려보았다.
전체적인 느낌만 비슷하게 살려보고픈 마음은 벌써 나만의 붓질대로 나만의 그림으로 태어났다.
그다음으로 밑그림을 충분히 살려 가볍게 채색만 하는 기법을 써보기도 하였다.
그러고선 본격적인 풍경화 작업을 하였는데 역시 첫 장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물론 똑같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책 속 풍경과 비슷한 느낌을 살리고 싶었기에 여러 번 붓질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맑고 투명한 느낌이 좀 없어지긴 하였어도 나름 만족스러운 그림이 나와준 것이 신기하였다.

 

 

 

간단하게 스케치하여 부분부분을 따라 그려보았다.
스케치만 비슷하게 나오면 느낌 있는 그림이 탄생할 듯도 한데 아무래도 많은 습작이 필요할듯하였다.
색을 입히는 작업은 정말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어서 사이즈가 작은 스케치북에 한 장씩 그려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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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풍경화 작업을 해 보았는데 아마 작가는 느낌대로 샤사샥 하셨겠지만
처음 그려보는 풍경은 내겐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계속 붓질을 해댈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세세하고 꼼꼼한 마무리 작업은 나름 조금 자신감이 붙어서 정성을 들여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느낌은 비슷하나 작가의 고도의 테크닉은 역시 다작으로 해결해야겠다.
붓의 터치나 좀 더 자연스러운 붓놀림과 물농도는 뜻대로 안되었다.
채색도중 실패작도 나왔으니 말이다.ㅎ
풍경의 특색을 잘 이해하고 자연물의 특징 등을 잘 연구할 필요성을 느꼈다.
세밀한 관찰력과 조화로움을 좀 더 살피는 일이 필요할 듯하였다.

 

 

 

 화면이 커지고 물감의 사용도가 빈번해지다 보니 200g 종이가 얇게 느껴지기도 했다.
좀 더 고급 용지에 그리고 픈 생각이 들었다.
기법을 표현하고 덧칠을 할수록 종이가 힘들어하는 게 느껴졌다.ㅎ
스케치에 재미를 붙이다 보니 다양한 심지와 제품에 눈길이 가서 몇 가지 구매하기도 하였는데 확실히 감이 우수하다.

 

 

나의 백팩에 소지품이 하나 더 추가될 것 같다.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간단한 스케치 정도는 해 볼 자신감을 얻었다.
나의 일상이 조금 더 다채로워진 기분이 든다.
나처럼 어느 정도 생각을 품고 있는 이들이라면 과감히 도전해 보았으면 좋겠다.
해보지 않고선 나의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글을 통한 산책으로 필사를 즐겼다면 이번에는 본격적인 산책을 통해 그림을 즐기고 싶어졌다.
틈날 때마다 취미를 붙이다 보면
어느새 멋진 나무가, 꽃이, 건물이 탄생하게 되는 즐거움을 가득 담아볼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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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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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시절, 누구에게나 딱 한번 찾아오는 찬란한 순간!

 

 

 

 

읽는 내내 어제 먹은 딸기색 젤리가 생각났다. 말랑말랑 자꾸만 소녀감성이 되살아나 그때 그 시절, 나의 10대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기도 했다. 바람이 한 번씩 불때마다 벚꽃잎이 와르르 떨어져서 온 화면을 가득 채운 그 영화의 그 장면들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벚꽃 이미지에 걸맞은 청춘 로맨스라고 하기엔 조금은 모자란 감도 없지 않지만 고요하고 잔잔하며 나름 진지하기도 하다. 하지만 독특한 아니.. 조금 잔인한 결말이 아쉽기도 한 그럭저럭 괜찮은 소설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이거?”
“어떻게 되긴? 내 공병문고야. 읽어봤으니까 알잖아, 췌장 병을 선고받고 일기처럼 쓰고 있다는 거.”
“농담이지?”
그녀는 병원 안인데도 거리낌 없이 우와하핫 하고 웃었다. -p. 29

인생의 방향이 전혀 다른 두 사람 그래서 얽히고 설키는 일 따위는 없을 듯하지만 그들은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 속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한정된 삶이 너무나 짧은 시한부 소녀와 자기 안에 갇혀 사는 외톨이 소년이 만나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이야기. (실로 소년은 소설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지 못한다는게 문제~^^) 그리고 죽음. 죽음 뒤 남겨지는 상황.... 등 이러한 배경들은 뻔하고 진부한 설정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류의 소설은 문학계의 심사위원이나 평론가들에게는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외면받는 소설이 대중에게 사랑받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 소설에 주목하게 된 첫 번째 이유가 바로 '너의 췌장을 먹고 싶다'라는 타이틀 때문이었다. 참 제목 한번 강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췌장의 의미는 사랑이었다. 죽음을 애써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당당한 미소의 그녀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받고 그녀의 미소에 녹아든 소년으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소년의 한결같은 묵묵함이 흐트러져 가는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그렇게 결국은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삶의 가치를 배워가는 동안 나도 어느새 다시 한번 죽음과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어설픈 밀당이 아닌 어여픈 감정선이 덜 자란 감수성과 잘 어우러져 좋았다. 쑥스러워 이름한번 불러보지 못하는 소년과 이름보단 클래스메이트라고 부르며 쑥스러움을 감추던 소녀의 일상으로 지금의 일상을 치유해본다.

"산다는 것은 ‥‥‥."
"‥‥‥."
"아마도 나 아닌 누군가와 서로 마음을 통하게 하는 것, 그걸 가리켜 산다는 것이라고 하는 거야." -p.222

굳이 또 해석하고 또 해석하지 않아도 온몸으로 느껴가며 읽을 수 있는 소설, 사랑 그리고 우정을, 모든 것을 그리워하며 온전히 책 속으로 빠져들 수 있기에 사랑받는 것이겠지. 꼭 눈물을 흘려서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팍팍한 삶 속, 메말라가는 감성에 쉼표 하나 던져주기에 감동할만한 여유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와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소녀! 만약에 내가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내가 가지고 있던 존재의 의미도 바뀔까?
소녀 자신을 위해 소년에게 받지도 않을 상처를 남기고 떠난 건 아닐까 질타도 하였지만 소녀는 죽음이란 두려움의 짐을 덜어낼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고 마냥 외로이 살아갔을는지도 모를 소년은 인간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귀중한 시간이 된다.
죽는거야? 응 죽어. 라는 대화속에 어떤 결말이 그려질까 조바심도 일게 되지만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상황을 정리하여 아픔을 이겨낼까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게 되었다.

뜬금없는 결말에 눈물 펑펑은 아니었지만 맑은 수채화 같은 느낌이 어느새 내 가슴까지 적셔 놓았다.  누군가에게 살아있는 기쁨을 전해 줄 수 있는 사람,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에 대해 진지해져 보았다. 죽음이라는 소재를 그들만의 감정을 충실히 담아 잘 그려내고 있는 듯하다. 적당히 감정에 충실하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쓸데없는 감정 소모에 인생을 낭비하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아니, 우연이 아냐. 우리는 모두 스스로 선택해서 여기까지 온 거야. 너와 내가 같은 반인 것도, 그날 병원에 있었던 것도, 우연이 아니야. 그렇다고 운명 같은 것도 아니야. 네가 여태껏 해온 선택과 내가 여태껏 해온 선택이 우리를 만나게 했어. 우리는 각자 자신의 의지에 따라 만난 거야.” --- p.196

인생~!! 마냥 소녀 같은 감성으로 웃고 싶다. 소설에 너무 감상적이지 않냐고 꼬아도 좋다. 벚꽃만 생각해도 흐드러지게 마음이 녹아내리니까.
오래전 나의 10대 시절, 클래스메이트집에 우르르 놀러 갔다 목도리를 두고 온 적이 있었다.
그 친구 집에 두고 왔던 목도리를 돌려받던 날, 그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올라 찌릿찌릿하던 그 감정이 되살아났다.
"목도리에서 네 향기가 나.~"
봄날 피어나는 벚꽃처럼 생기 넘치는 감정들이 샘솟는 그때 그 청춘, 7월이면 이 작품이 개봉한다. 벚꽃 만개하는 4월이면 더 좋겠지만 책 속은 여름이기에 그 또한 괜찮을듯하다. 스크린 속 배경화면과 소녀의 명랑 웃음소리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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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자꾸 바보짓을 할까? - '생각의 사각지대'를 벗어나는 10가지 실천 심리학
매들린 L. 반 헤케 지음, 임옥희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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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의 맹점을 지적한 경험이나 반대로 남에게 무시당해 본 기억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가정사부터 우리의 모든 생활 전반까지 우리들이 저지른 바보짓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아마 끝이 없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얕은 지식으로 아는 척을 했거나 나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강요했다든지 편견에 사로잡혀 대화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다양한 경험들이 마구마구 떠올랐다. 마찬가지로 이런 생각의 관점과 인간의 행동에 관한 책들은 읽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일상과 비교하여 다양한 경험을 끌어내어 사고의 장을 만들어 내는 장점이 많은 책이다.

이와 관련하여 자주 듣는 단어들을 살펴보면 헛똑똑이, 빈틈, 2% 부족, 보수적, 편파적, 멍청이, 바보 등 떠오르는 단어들이 참 많아진다. 사회의 다양성에 현대인들이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무지를 무식으로 간주하거나 자존감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자만심으로 빠진다던지 타인과의 소통이나 공감능력 상실로 인한 편견 등은 고치려 들지 않는 고질병으로 자리 잡아 왔다.
또한 인간들 간의 수만 가지 감정의 고리들은 때론 심하게 엉키기도 한다. 주변에서도 살면서 제일 힘든 일이 인간관계라고 호소하는 이들을 많이 보아왔는데 그렇다고 마냥 힘들어하며 숨어버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우선은 나의 맹점을 찾고 다양한 행동 속에서 벌어지는 문제점에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사고를 통해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저자 매들린 L은 인간들에게 있는 맹점을 파고들어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설득력 있게 들려주고 있다. 실제 사례를 통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심리학을 흥미 있게 풀어놓았다. 읽으면서 많이 접해본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주로 나의 좁은 생각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생각의 오류를 잡아주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생각의 맹점을 10가지로 제시하여 그 해결 방법을 제시하였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현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드러나는 맹점 중 자신의 맹점을 보지 못해 발생하는 충돌이 가장 빈번하지 않을까 한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훌륭한 명언이 있음에도 정작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이다. 
예로 아이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해 주는 어느 예능 프로가 있었다. 양육 현장을 녹화한 후 돌려보면 대부분 아이보단 부모에게 문제가 확연히 드러나는 경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평상시 행동을 통해 본인의 맹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예였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소크라테스의 명언에만 충실하여도 맹점에 빠지지 않는 길에 반은 다가서지 않을까 한다. 타인이 자신의 맹점을 지적한다면 발끈하기 전에 신중히 검토해 보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더욱이 다수의 의견 속에 성급한 결론이나 불분명한 증거로 인해 자연스레 휩쓸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즉 논리적인 추론보다는 분위기에 휩쓸려 생각해 버리는 일이 그런 경우인데 예로 반에서 학업성적이 우수한 아이를 마치 모든 것을 잘하는 것으로 인식한다던지 SNS에서 본 어느 가게의 점원이 불친절하다는 이야기에 그 가게의 모든 점원이 불친절하고 나쁜 가게로 인식하려는 경우들 말이다.
이와 자연스럽게 연결 지어 생각해 볼 맹점이 바로 패턴화된 사고의 맹점이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편가르기 놀이나 물건을 분류하는 일에 몰두한 적이 있을 것이다. 즉 이러한 현상이 연결되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정한 틀에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가두려 하는 현상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우리에게 사고의 확장을 방해한다. 그러므로 항상 어떠한 상황이 주어졌을 때는 한가지 생각에서 머물 것이 아니라 다각적이거나 아니면 새로운 방향으로 사고를 전환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렇듯 적극적인 사고를 통해 큰 그림을 파악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생각하는 일을 멈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내가 생각을 멈추어버리는 순간 다음 세대와의 소통은 끊어질 수밖에 없으며 고립되어 가는 자신을 발견할는지도 모른다. 즉 자기중심적인 사고, 즉 안에서 바깥을 들여다보는 것을 줄이고 바깥에서 중심을 바라보는 훈련을 키우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일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거나 개인의 지위가 향상되는 일에는 언제나 생각의 전환이 큰 몫을 담당해 왔다. 지식을 지혜로 잘 버무리는 이들이 결국은 큰일을 해내지 않던가. 또한 우리가 원하는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가끔은 창피해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발을 차는 일이 있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워나가고 더불어 더 나은 생각을 가진 이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일도 멈추지 않아야 하겠다. 실수라는 단어를 나에겐 관대하게 적용하고 타인에겐 엄한 잣대로 대하는 일도 지양하여야 하겠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생각의 오류를 찾아내는데 도움도 되었지만 부모라는 지위에서 자녀와 소통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무지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제시한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았겠어요?', '그걸 어떻게 아셨죠?' 이 두 문장은 내게 있어서도 참 유용한 방패로 쓰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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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의 사람들
발레리아 루이셀리 지음, 엄지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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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간, 시공간, 3차원, 4차원이란 복잡 다양한 언어들 속에 놓여있는 구조와 인물들 간의 관계는 마치 과거인 듯 현재인 듯, 그리고 실존 인물인 듯 죽은 자인 듯 모호한 경계를 드러내며 혼란에 빠뜨린다.

무중력이란 단어에서 느껴지는 평면적인 단어는 유령이 먼저 떠오른다. 큰아이도 책 제목을 보더니.. 무중력의 사람들이라면 유령 이야기냐고 바로 단정 지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어의 고리를 만들어 본다면 삶의 중력의 범위를 벗어난 자들의 이야기, 즉 삶의 정상적인 궤도를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인가보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설은 역시나 친절하지 않다. 옮긴이의 친절한 해설이 없었다면 이렇게 불친절하게 나열되어있는 단락들을 조합하느라 애먹었을 것이다. 1920년대와 1970년대 그리고 현재를 오가며 그 시대의 인물들이 엮여 있는데 정말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내가 지금 어느 시대를 지나고 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더욱이 짧은 단락은 누구의 삶인지 조차 헷갈린다. 그래서 내게 있어 중간 아이는 이 소설의 중심축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중첩된 시간의 연결고리를 잘 찾아내는데 있다고 보아야겠다.

소설은 평범해 보이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소설가인 현재의 그녀가 주축이 되지만 그녀가 쓰고 있는 소설 속 화자와 그 소설 속 그녀를 통해 또 다른 화자 힐베르토 오웬이 등장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목소리를 통해 과거의 장면으로 이동하지만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그것은 오웬이 실존 인물인데다 그 외 등장하는 문학계의 여러 이름들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와 소설 속 그녀 그리고 오웬은 시공간이 분명히 다름에도 그들을 연결해 주는 말라죽은 오렌지 나무와 지하철이라는 공간들은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놓쳐버리기 쉬운 대목이다. 또한 여기에 나오는 화자들이 하나같이 글을 쓴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숨은 그림을 찾듯이 그림이 희미하게나마 그려진다. 중간 아이가 그렇게 하던 숨바꼭질 놀이가 왜 그렇게 등장한 건지 짐작하게 되면서 읽는 나조차도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심정이 들었다. 심지어 이건 환상인가.. 환영인가.. 막연하게나마 짐작될 뿐이다.

등장인물의 성격들 역시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소설 쓰기를 열망하지만 그녀의 주어진 환경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더욱 현재의 그녀가 소설 속 그녀로 반영이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녀의 남편 또한 그녀와 소설 속 그녀를 혼동하기에 이른다. 그리곤 어느 날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중간 아이에게 남겨진 아빠의 이미지가 애처롭기까지 하다. 나중엔 벌레만큼 작아진 이미지로 변해버리고 중간 아이가 부르는 노래가 이 소설에서 제일 우울한 장면인듯했다.
" 무너진 집, 병든 아이들, 화난 아빠, 우는 엄마 ‥ 큰일 났어, 조심해야 돼!"

자신의 삶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그녀의 무거운 심정을 대변하는 장소인 묘지와 그녀가 쓰고자 하는 소설의 목표만으로 만 그녀를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어느새 그녀와 소설 속 그녀의 내면을 동일시하고 있는 듯하다.
" 거기만 가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책을 읽거나 생각에 잠길 수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였다. -p.27"
" 소리를 일절 내지 않고 환영과도 같은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p.29"

결국은 그녀를 중심으로 시작되어 오웬이 소설의 중심축으로 자리를 잡다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오지만 오웬의 무언가 절제되지 않은 삶에서 그가 잃어가고 있던 만큼 갈망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도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그것이 문학이었는지 새로운 세상이었는지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직으로 이야기하는 수평적 소설'이라던지 '수평으로 이야기하는 수직적 소설'이라는 단어가 의미는 어렵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를 또 다른 시간이 존재하는 4차원으로 본다면 그곳은 다른 시간과의 연결된 통로쯤으로 이해하련다.

시간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일는지도 모른다. 그냥 모든 것들은 스쳐 지나가는 환영일 뿐이다. 지구는 그냥 자전과 공전을 할 뿐이고 우주의 무중력상태 속 지구는 무수한 생명을 탄생시키고 소멸시키고 있다. 모든 생명체 중 생각하며 진화한 인간들만이 그들의 삶을 계속 위태로운 공간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러한 인간들이 유일하게 일구어낸 생각의 산물, 문학이 희망이며 쓰는 일을 멈추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인생의 결핍이 주는 욕망은 시대를 넘어 그 시대를 대변하던 예술가들의 목마름으로 대변하는 듯하다. 그래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속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세상이 빠르게 돌아갈수록 인간들의 강박관념은 더욱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문학이 던지는 메시지는 끝이 없다.
이 소설 또한 우리의 의식의 모호한 경계선까지도 간지럽혀 주는 소설이다. 그래서 더욱 난해한 소설임엔 틀림없다.

그래서 난 소설을 제독해야 했고 제독을 통해 그녀가 조목조목 써 놓은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옹골차면서도 틈이 많은 소설, 마치 아기의 심장처럼 - p.60
즉, 틈과 불연속성이 더 두드러지게 보였다. 그의 사진을 가까이에서 관찰해보니까, 실제보다 더 견고하고 확신에 찬 -자기와는 다른- 성격의 일부를 끌어와 자신의 어떤 약점을 은폐하려고 했는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p. 85
그리고 시작된 진통, 그것은 단순한 통증이라기보다는 번뜩이는 빛과 비슷했다. 뒤로 희미한 꼬리를 남기는 섬광, 흔적을 남기면서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처럼 감쪽같이 사라져버리는 빛. -p.86
누구든 다른 삶을 시작하기 위해 기존의 삶을 버릴 수 있다는 걸 제대로 이해하는 이는 거의 없다. -p.107

생소한 이 멕시코 작가 루이셀리는 어린 시절 서울에서 보낸 적도 있다고 한다. 또한 책 속 기와라는 단어가 더욱 반갑기도 했다. 다양한 나라를 다니며 배운 세상의 시각이 넓어서 일까, 실험적인 소설로 주목받고 있는 그녀의 첫 작품은 나에게도 실험적인 작품이다.
작가의 머릿속의 있는 구성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답답함이 들지만 그냥.. 느끼기로 했다.. 주석이라도 그냥 바로 밑에 달아놓지 왜 뒷장에 달아놔서 읽기 불편하게 해 놓았지 라며 거추장스러운 타박으로 마무리 하련다.ㅎㅎ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바퀴벌레를 끔찍이도 싫어한다. 그래서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바퀴벌레 때문에 며칠 전엔 악몽도 꾸었다. 사무실 물건을 정리하다 툭하고 떨어진 왕바퀴벌레에 소스라치게 놀라 남편에게 잡아달라고 뛰어갔다 다시 오니 그놈이 세상에 독수리만 한 사이즈로 커서 벽에 붙어 있다 밖으로 나갔다. 눈을 뜨곤 온몸이 저려오는 게 특히 종아리에 쥐가 난듯했다. 이건 다 책 속에 자주 등장하는 대왕바퀴벌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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