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을 하러 나왔다가 잠시 빵집에서
커피도 파는 빵집에서 공산당선언을 읽는다
올해는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
공산당선언 170주년
강의 때마다 자주 입에 올린다 그러고는
읽는다 공산당선언을 다시 읽기로 한다
이번에는 강의를 하기 위해서
가늠해보기 위해서
공산주의 선언도 있지만 대개는
공산당선언 번역본도 하도 많아서
내가 읽어본 게 여러 종
읽다 만 것은 더 많다
안 읽어도 읽은 것 같은 공산당선언
막이 오르고 유럽에는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는
대사가 울려퍼지면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라고
대꾸해야 할 것 같은
합창해야 할 것 같은
공산당선언
사회주의 국가 몰락과 함께 죽었다
다시 살아난 공산당선언
유령을 불러내는 건 민중이 아니라 반동들
신성한 반동의 연합이 다시금 일깨운다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라는 걸
공산당선언부터 러시아혁명까지는
몇 걸음이었나 지난해가
러시아혁명 100주년 시간은 거꾸로
1848년 원점으로 돌아간다
공산당선언에서 러시아혁명으로가 아니라
러시아혁명에서 공산당선언으로
하여 모스크바 한복판
마르크스 동상에 새겨진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는
끝이 아니라 시작
동상이 아니라 육성에서 다시 시작
프롤레타리아의 합창에서 다시 시작
죽은 마르크스 대신 살아있는 마르크스
죽은 개가 아니라 살아있는 동무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이 올 때까지
갑질 오너들의 세상 대신에
낡은 부르주아 사회 대신에
하나의 새로운 연합체가 등장할 때까지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의 연합체가
공산주의의 진짜 이름이 될 때까지
우리는 각자 공산당선언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