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렬독서 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는데 정신 차려 보니까 또 네 권 정도 벌려놓았다. 종이책이 아니라 전자책이니까 벌려놓는다, 라는 표현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이 책 보다가 저 책 보다가 하고 있다. 이북 리더기는 사실 병렬 독서 하기에 좋은 수단은 아니다. 종이책처럼 눈이 딱 보이게 쌓아놓을 수가 없어서 가끔 내가 지금 벌려놓은 책이 뭐가 있지, 하면서 헷갈릴 때가 있다. 그래서 '읽고 있는 책' 폴더를 따로 만들어서 꺼내놓기도 하는데 그것도 별로 도움이 안 될 때가 있다.


이번 달, 나 혼자 슈테판 츠바이크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광기와 우연의 역사>, <우체국 아가씨>, <과거로의 여행> 읽었고 <발자크 평전>은 건너뛰고 <어제의 세계> 읽고 있다. '옛날에 말이야, 이렇게 좋은 시절이 있었지'라면서 쓴 일종의 회고록 에세이다. 학창 시절을 추억하면서 쓴 부분을 읽고 있는데 그 시절 17세들은 대단했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남학생들이고 아마도 전부 부유한 가정 출신이었을 것이다.) 다들 소설 쓰고 시 쓰고 비평하고 어떻게든 스스로가 똑똑하고 잘났고 남들이 모르는 걸 알고 있다는 걸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다. 츠바이크 스스로 말하길 자신들이 이미 선생님들이나 기성 비평가들보다 더 뛰어난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고 하니...10대 때 그런 지적인 탐험에 빠져봤다는 게 뭔가 부러웠다.


얼마 전 드라마<리틀 드러머 걸>이랑 영화<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너무 재밌게 봤어서 내친김에 이 책까지 집어들었다. 구독 서비스에 없는 줄 알고 구입한 건데 알고 보니까 밀리에 있었다. 뭐...사서 읽는 게 더 재미있으니까 괜찮아ㅠㅠ극초반 읽고 있는데 이 사람의 결말을 이미 다 알고 시작하는 거라서 도대체 어떻게 하다가 이 사람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가 너무 궁금해서 얼른 읽고 싶다.


올해 영어 책 많이 읽어보려고 하는데 그동안 너무 어려운 책들만 읽었나 싶어서(너무 어려워서 전부 다 중도하차) 그나마 쉬워보이는 청소년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역시 청소년 소설을 읽으니까 진도가 좀 나간다. 오전에 시간 날 때만 읽고 있는데 4분의 1 정도 읽었다. 앞으로 이렇게 쉬운 책과 어려운 책을 적절하게 배분해봐야겠다. 어려운 책들은 국내 번역본이랑 비교해서 읽는 편이고 이 책은 그냥 원서만 읽는다.


존 르 카레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의 첫 시작 <Call for the Dead> 읽고 있는데 처음부터 정말 모르는 단어가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린다. 괜찮아, 사전 찾으면 돼. 그래도 재미있다. 국내번역본이 절판 상태인데다가 전자책이 없어서 이 책도 원서로만 읽어야 한다. 번역본이랑 같이 읽어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데 번역본이 없다니!! 튜브 없이 냅다 물에 던져진 기분이다. 죽지 않으려면 헤엄 쳐야겠지. 살아서 돌아와야겠다. (그나저나 Call for the Dead 책 표지인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왜 적혀 있는거지. 작가 대표작이 바로 이 책이다,라고 소개하는 셈인데...내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안 간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띠지로 두를 법한 내용을 표지에 박는 대담함이란;;게다가 제목은 너무 작고 작가 이름은 너무 크다.)


요즘 영드 <셜록>을 다시 보고 있다. 한창 유명할 때 한 번 봤는데 최근에 다시 보고 싶어서 찾았더니 쿠팡 플레이에 있다. 나는 쿠팡 와우 회원이 아니지만 엄마가 와우 회원이어서 아이디와 비번을 살짝쿵 빌려서 보고 있다. 쿠플에 <셜록>도 있고 <해리포터>시리즈 영화도 있고 <닥터 후>도 있다. <닥터 후>는 너무 길어서 엄두가 안 난다. 일단 <셜록>부터 보고 있는데 너무 노림수가 많다. 셜록이랑 왓슨을 왜 이렇게 엮어대려고 하는건지...ㅋㅋㅋ주변에서 쉴새 없이 엮어대고 홈즈는 아무 반응이 없고 왓슨은 진땀 흘리면서 부정하고. 예전에 봤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봤던 게 이상할 정도로, 너무 노렸다. 흐흠. 아무튼 재미있고, 런던 물가 비싸서 플랫메이트를 구할 정도라면서 저렇게 시도 때도 없이 택시를 타고 다니고 밖에서 외식을 해도 되는걸까 궁금해졌다. 현실에서 그랬다가는 파산각인데. 셜록 역의 배우는 검은 머리가 낫다. <팅.테.솔.스>에서 하고 나온 노란 머리는 정말 안 어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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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오후 한 시쯤에 밀크티 한 잔을 사먹었다. 요즘 얼그레이 밀크티에 빠져 있는데 아이스/로우 슈가/라지 사이즈로 주문하면 딱 좋다. 문제는 카페인이다. 희한하게 나한테는 커피보다 밀크티가 더 카페인 각성 효과가 크다. 오후 한 시면 커피 한 잔을 마셔도 문제 없는 시간대인데 밀크티는 문제가 있다. 그날 자정이 넘어서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 그렇다고 아예 말똥말똥한 것도 아니고 분명히 피곤하고 잠이 오는데 잠에 빠져들지 못하는 묘한 각성 상태였다. 다음날, 그러니까 어제 아침, 일어나니까 너무 피곤했다. 잔 것도 아니고 안 잔 것도 아닌 기분이었다. 하루 종일 좀비처럼 지냈다. 책만 펴면 잠이 쏟아지는데 낮잠 잤다가는 또 생활 패턴이 엉망이 될 것 같아서 억지로 버티다가 저녁 8시에 쓰러져서 잠들었다.


어제 잠 안 자고 버티면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봤다. 얼마 전 <리틀 드러머 걸>을 너무 재미있게 봐서 또다른 존 르 카레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이 영화를 골랐다. 사실 <팅.테.솔.스>를 몇 년 전에 보다가 인물들이 너무 헷갈려서 중간에 끈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아예 노트와 펜을 들고 새로운 사람들 나올 때마다 메모하면서 봤다. 유명한 영국 배우가 총출동한 영화라는데 나는 영화도 드라마도 거의 보지 않기 때문에 아는 얼굴이라고는 콜린 퍼스와 베네딕트 컴버배치 정도였다. 콘트롤 역의 배우와 조지 스마일리 역의 배우도 낯은 익은데 완전히 얼굴을 익힌 상태는 아니라 처음에 둘이 헷갈렸다. 


그렇게 보다가 어느 순간 완전히 몰입해버렸다. 어느새 노트도 내려놓고 모니터에 빨려들어갈 것처럼 봤다. 하...너무 재밌다. 원래 로맨스 작품보다는 심장 쫄깃한 추리 스릴러물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팅.테.솔.스>는 잔잔하고 차가운 스파이물이라고 해서 내 취향 아닐까봐 오래 미뤄뒀다. 그런데 완전히 취향저격 당했다. 몇 년 전에 극장에서 재개봉 했던데 그때 못 본 게 한이다. 


영화 다 보고 나서 바로 존 르 카레 소설들을 찾아봤다. 책이 엄청 많은데 어쨌든 그 중에서 조지 스마일리가 나오는 시리즈 위주로 검색했다. 그런데 뭔가 감이 잡히질 않았다. 한 출판사에서 시리즈 번호 매겨서 쭉 나온 게 아니라서 그야말로 중구난방 제각각이다. 아마존 사이트를 검색했더니 존 르 카레의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 순서가 나와있다.


1. Call for the Dead

2. A Murder of Quality

3.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

4. The Looking Glass War

5. Tinker, Tailor, Soldier, Spy

6. The Honourable Schoolboy

7. Smiley's People

8. The Secret Pilgrim

9. A Legacy of Spies


이 정보를 바탕으로 국내 번역본들을 찾아보는데 1번인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죽.자.전)>가 절판이다. 두두둥. 시리즈 맨 첫 번째 책이 절판이면 어떻게 읽어야 하냐는 말이다. 심지어 전자책도 없다. 아니 전자책이 존재하는데 팔지를 않는다. 알라딘과 교보에서는 전자책이 검색되지 않고, 예사에는 전자책이 있다고 나오는데 절판이라면서 주문 버튼을 없애 버렸다. 이게 무슨 일이야ㅠㅠ 시리즈 2번인 <A Murder of Quality>는 국내 번역본이 없고 3번인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추.나.스)>부터 정상 유통되고 있다. 앞의 두 권을 건너뛰고 시리즈 3번부터 읽으려니까 왠지 손이 안 간다...

지금은 품절 상태인 <죽.자.전>과 <추.나.스> 합본판이 있는데 희한하게도 시리즈 3번인 <추.나.스>가 <죽.자.전>보다 더 앞에 와있다ㅋㅋㅋ그러니까 독자들은 시리즈 3번을 먼저 읽고 1번을 읽게 된다는 소리다. 왜 이렇게 혼란스럽게 책을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현재는 품절이니까 다행이다.


다른 책들도 더 찾아보았다. 시리즈 4번인 <The Looking Glass War>는 '거울 나라의 전쟁'이라는 영화만 검색되고 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조지 스마일리가 주인공이 아니어서 안 읽어도 된다는 평도 있다. 오케이, 이 책은 넘어가겠어. 


그 다음이 시리즈 5번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인데 스마일리 시리즈 중에서 5, 6, 7번을 따로 묶어서 '카를라 3부작'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니까 <팅.테.솔.스>는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 5번이면서 카를라 3부작의 첫 번째를 장식하는 중요한 책인 것이다. 그래, 카를라 3부작을 읽어야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보자마자 또 구매 욕구가 사라진다. 왜냐하면, 몇 십권도 아니고 고작 3부작인데 그 안에서 출판사가 갈리고 표지 디자인도 전부 다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걸 원한 게 아니었다. 통일성 있는 표지를 원했단 말이다.

심지어 <팅.테.솔.스>와 <오너러블 스쿨 보이>는 열린책들에서 나온 건데도 어떻게 이렇게 표지 통일성이 떨어지는지 모르겠다.(<스마일리의 사람들>은 알에이치코리아에서 나왔다.) 


문제는 또 있다. 영화 배우 얼굴과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4월 전격 개봉'이라고 쓰인 저 표지 말이다. 지금이 2024년인데 2012년 개봉한 영화의 배우 얼굴이 박힌 표지를 갖고 싶지도 않고, '4월 개봉'이라는 말도 너무 거슬린다. 저걸 표지에 박아버리면 나는 영원히 2012년에 갇혀버리는 셈이다. 아마도 띠지로 만든 것 같은데 종이책 사용자들과 달리 전자책 사용자들은 띠지를 벗길 수 없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전자책 표지를 따로 올려주지 않는 한 저 책을 구매할 수는 없을 것 같다...ㅠ


슬픈 마음을 안고 다른 책들을 더 찾아봤다. 시리즈 8번인 <The Secret Pilgrim>은 국내 번역되지 않은 듯 하고 마지막 9번이 <스파이의 유산>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존 르 카레 소설을 열린책들에서 한참 내다가 그 후에는 알에이치코리아에서 내는 듯 싶더니 또 열린책들에서도 나온다. 독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출판사가 갈라지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미국 아마존을 살펴보니 한 출판사에서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 아홉 권을 전부 출간했고 표지 디자인도 통일성 있게 만들었다. 심지어 박스 셋도 팔고 있다. 좋겠다...부럽다...이렇게 또 영어 공부를 다짐해본다. 아무래도 존 르 카레 소설은 내가 영어 실력을 키워서 원서로 읽는 게 나을 것 같다.


한국어 번역본이 싫은 건 절대 아니다. 한국어를 사랑하고 번역가라는 직업을 너무 사랑하고 번역가도 아니면서 번역 관련 책도 읽어봤다. 다만 출판사 두 곳에서 내는 바람에 표지 디자인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 심지어 한 출판사 내에서도 표지 디자인 통일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 시리즈 맨 첫 번째 책은 전자책도 없이 절판되었다는 점, 표지에 배우 얼굴이 박혀있다는 점 등등 구매 욕구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한두 개가 아니다. 어느 출판사에서 판권을 전부 사들여서 통일성 있는 시리즈로 출간해주면(전자책도 함께 내준다면) 구매할 의사가 생길텐데 그 전까지는 모르겠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이렇게 또 2024년 목표인 영어 공부 의지를 불태워본다.


아무튼 존 르 카레의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 순서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절판)

2. A Murder of Quality(미번역)

3.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4. The Looking Glass War(미번역)

5.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6. 오너러블 스쿨보이

7. 스마일리의 사람들

8. The Secret Pilgrim(미번역)

9. 스파이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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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슈테판 츠바이크의 <우체국 아가씨>를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이 몇년 전에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라는 제목으로도 나왔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번역자도 같다.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 나오면서 너무나 직관적인 제목을 버리고 <우체국 아가씨>라는 제목을 택했다. 게다가 표지도 아련하게 바뀌었다. 표지 새로 입힌 건 정말 다행이다. 예전 표지였으면 나는 절대로 이 책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예전 표지는 흡사 까치에서 나온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떠올리게 한다. 악몽 같은 표지다. 존.세.거는 종이책만 리커버 하지 말고 전자책도 리커버 좀 해주길 바란다ㅠㅠ


<우체국 아가씨> 읽기 전에 <광기와 우연의 역사>도 읽었는데 이것도 국내 출판본이 엄청나게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들이 퍼블릭 도메인이어서 여기저기서 번역되어 나온 것 같다. <광기와 우연의 역사>는 제일 최근에 나온 이화북스 버전으로 읽었다. '최신 완역판'이라는 문구에 끌리기도 했고 전자책으로 나온 게 이것밖에 없었다.


또 무슨 책들이 있나 찾아보다가 <마리 앙투아네트>도 여러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책들은 아직 전자책이 없는데 츠바이크 선집을 내고 있는 이화북스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를 꼭 전자책으로 내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츠바이크의 책을 좀더 찾다가 예쁜 표지로 유명한 녹색광선에서도 책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녹색광선은 전자책을 내지 않으니까 나 같은 전자책 사용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이 책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려고 했는데 똑같은 제목의 책이 하나 보인다. 이것도 같은 내용인가보다. 표지만 보면 녹색광선이 가장 최신에 나온 책처럼 보이는데 의외로 세창출판사 버전이 더 최신이다. 이 출판사에서는 슈테판 츠바이크 소설 시리즈를 내고 있다. 게다가 전자책도 있다. 전자책 이용자인 나는 만약 <감정의 혼란>이 읽고 싶다면 세창출판사 쪽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쯤 되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츠바이크의 책들이 여기저기서 우후죽순 출판이 된 걸까. 이걸 어느 정도 알아둬야 겹치기 구매를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몇 개 더 찾아봤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 실린 <체스 이야기>와 <낯선 여인의 편지>도 세창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낯선 여인의 편지>와 <모르는 여인의 편지>로 제목이 살짝 다르지만 같은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 <모르는 여인의 편지>는 검색해보면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나온다. 너무 많아서 맨 위에 있는 책들만 가져왔다.


소설집도 그 안을 들여다봐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소장품>의 수록 작품은 '아찔한 비밀, 불안,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 모르는 여인의 편지, 보이지 않는 소장품, 어느 여인의 24시간'이다. 이 안에 '모르는 여인의 편지'가 또 수록되어 있다. 맨 마지막에 실린 '어느 여인의 24시간'도 낯이 익은 제목이다. 빛소굴 출판사에서 낸 츠바이크 소설집 '과거로의 여행'에 실린 두 번째 작품 제목이 '어느 여인의 삶에서 24시간'인데 아마도 두 개가 같은 작품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천재, 광기, 열정>이라는 책이 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를 쓰다'라는 제목의 츠바이크 평전 시리즈가 있는데 이 책들의 원전이 바로 <천재, 광기, 열정 1,2>라고 소개해준 페이퍼를 발견했다. 겉으로만 봐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아서 헷갈릴 뻔 했다. <천재, 광기, 열정 1,2>에는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니체, 클라이스트, 발자크, 디킨스, 스탕달, 카사노바 총 8명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쓰다' 시리즈에서는 클라이스트와 디킨스 내용이 빠진 듯 싶다.


이처럼 수도 없이 변주되어 나온 츠바이크의 책들인데 대산세계문학에서 나온 <초조한 마음>은 국내 출판본이 이거 하나뿐이고 전자책이 없다. 대산세계문학에서 전자책을 만들 계획이 있는지, 아니면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 번역해서 전자책이랑 같이 출간할 계획이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 전자책으로 읽고 싶은데 방법이 없네ㅠㅠ그야말로 초조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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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24-01-23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츠바이크는 요 몇년 사이 처음 알게 되어서 빛소굴의 우체국 아가씨, 녹색광선의 감정의 혼란, 빛소굴의 과거로의 여행, 그리고 문학과지성사의 초조한 마음을 총 네권을 샀는데 이렇게 다양한 판본이 있는 줄 몰랐어요. 저는 그냥 표지가 예쁘기로 유명한 녹색광선 책을 사모으다가 빛소굴 책도 예뻐서 같이 사모으다가 (초조한 마음은 번역본이 이거 하나 뿐이라 그냥 샀고요) 아무튼 사모으기만 하고 아직 읽지는 않은 저로서는 같은 책을 여러 권 사지 않은게 운이 좋았네요. 😅

Laika 2024-01-23 18:02   좋아요 1 | URL
저도 이렇게 다양한 판본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어요. 우리나라에서 츠바이크 책들이 꽤나 잘 팔렸던 걸까요ㅎㅎ...아무튼 겹치기 구매를 하지 않으셨다니 다행이에요. 저도 이것저것 전자책으로 구입했는데 다행히 중복되는 내용은 없네요🤣
 

서재 지수를 높이고 싶다. 북플의 독보적 활동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아침 걷기 운동을 시작하면서 독보적 활동을 시작했다. 평일에 5000보 이상을 걷고(이건 문제 없다) 읽고 있는 책 한 권을 추가하면 된다. 문제는 읽고 있는 책을 알라딘에서 구매한 책 안에서만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알라딘에서 전자책을 구매하기도 하지만 밀리의 서재, 크레마클럽에서 책을 읽기도 한다. 시립 전자 도서관 두 곳도 이용 중이다. 구매한 책만 읽는 것이 아닌데 구매한 책만 '독보적'에 등록하라고 하니 난감하다. 아, 물론 구매하지 않은 책도 등록이 되기는 한다. 그런데 그럴 경우 스탬프를 주지 않는다. 스탬프 받으려고 하는 건데!!!


방법은 딱 하나, 서재 지수를 5000점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면 구매한 책이 아닌 책을 읽은 경우에도 스탬프를 준다고 한다. 단 한 번도 서재 지수에 신경을 써본 적이 없었는데 북플 독보적 때문에 서재지수가 너무 신경 쓰인다. 어떻게 하면 5000점까지 단숨에 도달할 수 있을까.


서재지수를 어떻게 끌어올리는지 설명해주는 글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실험을 해봤다. 며칠 전 나의 서재지수는 3218점이었다. 그 후에 리뷰 한 개, 백자평 두 개를 작성했고 오늘 오전에 확인한 나의 서재지수는 3347점. 리뷰 하나랑 백자평 두 개로 129점을 끌어올렸다. 서재지수가 내가 작성한 글 개수로만 판정이 되는 것인지 조회수 및 좋아요 수도 같이 집계가 되는 건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서재 지수를 5000점까지 올리기 위해서는 리뷰든 페이퍼든 계속해서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쓴다. 서재 지수를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서재 지수를 어떻게 올릴지 고민하는 글을 쓴다.


독보적 활동은 해보니까 재미있다. 어차피 걸을 건데 독보적 기록도 하고 스탬프도 모아서 적립금도 타면 좋겠다. 게다가 월마다 추첨해서 추가 적립금도 준다고 하니 완전 땡큐다. 문제는 이것 때문에 책을 더 사게 생겼다는 거다. 서재지수가 5000점이 되기 전까지는 구매한 책 중에서만 읽어야 하므로 '구매'에 굉장히 신경을 쓰게 된다. 물론, 사놓고 안 읽은 책이 굉장히 많다. 사놓은 책 중에서 안 읽은 책을 골라서 '독보적'에 등록하고 그걸 읽으면 된다. 그게 상식적이다. 그런데 나는 '구매한 책만 읽을 경우에만 스탬프를 준다고? 그렇다면 내가 지금 다른 구독 서비스에서 읽고 있는 책을 구매해야겠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이다. '독보적'에서 스탬프 10개를 모으면 적립금 500원으로 바꿔주는데 그걸 받으려고 책을 사는 사람이 있다니. 주객전도도 이 정도면 심각하다.


어쨌든 어제 산 책 이야기를 해보겠다. 빛소굴 출판사의 페이지터너스 시리즈다. 검색해보니까 종이책으로는 9권이 나와있는데 전자책은 6권만 존재한다. 그 6권을 한꺼번에 결제했다.

이번 충동구매는 전적으로 슈테판 츠바이크 탓이다. 얼마 전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다 읽고 나서 다음 책으로는 <어제의 세계>를 읽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이건 작가가 죽기 전에 남긴 회고록의 성격이 짙으니 가장 마지막으로 읽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번 달은 나 혼자 정한 슈테판 츠바이크 집중 읽기 기간이다.) 그럼 뭘 읽을까 하다가 이 작가가 소설도 잘 쓴다는 소리를 익히 들었기에 밀리의 서재에 올라와있는 그의 소설 중 하나인 <우체국 아가씨>를 읽기 시작했다.


재밌다, 역시나 이 작가 글을 잘 쓰는군, 하면서 읽다가 이 문장에서 심장을 후드려 맞았다.


「1919년, 여자가 스물한 살 때 전쟁이 끝났다. 하지만 가난은 끝나지 않았다. 당국이 끝없이 쏟아내는 법령 아래 숨었을 뿐이었다.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전쟁공채와 지폐의 방공호 아래로 교활하게 기어 들어가 숨어 있던 가난은 뻔뻔스럽게 기어 나와 우묵한 눈으로 주위를 살펴보며 주둥이를 크게 벌리고 전쟁의 시궁창에 남겨진 것들을 집어삼켰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던 겨우내 하늘에서는 수십만, 수백만 개의 돈다발이 눈송이처럼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눈은 온기 있는 손에 닿자마자 녹아버렸다. 돈은 잠을 자는 사이에도 녹아버렸다. 다시 시장으로 뛰어가기 위해 나무 굽을 댄 구두로 바꿔 신는 동안에도 돈이 날아가 버렸다. 멈추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항상 너무 늦었다. 생활이 수학이 되고, 덧셈이 되고, 곱셈이 되고, 머리가 어질어질한 숫자들의 소용돌이가 되고, 마지막 남은 물건들을 시커멓고 탐욕스런 진공 속으로 빨아들이는 회오리바람이 되었다. 어머니가 준 황금 머리핀이 머리에서 사라졌고, 어머니의 결혼반지가 손가락에서 빠져나갔으며, 다마스크 식탁보가 식탁에서 종적을 감췄다. 하지만 아무리 많이 던져 넣어도 소용없었다. 그 시커먼 지옥 같은 구멍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늦게까지 잠도 못 자고 앉아서 털스웨터를 짜거나 방을 전부 세놓아도, 부엌을 침실 삼아 다른 사람과 같이 사용해도 소용없었다. 오로지 잠을 자는 것만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돈 안 드는 일이었다. 여자는 늦은 밤, 지옥 같은 현실은 잊은 채 지치고 수척해진 육체를, 설렘이 사라져 버린 돌덩이 같은 육체를 침대에 눕혔다.」

갑자기 이 책을 사야겠어, 라는 하늘의 계시 같은 부름을 받고 알라딘에서 이 책을 검색했다. 종이책 정가의 40%로 할인한 가격에 전자책을 팔고 있었다. 40%면 거의 반값이다. 이 정도면 할인폭이 꽤 높은 거라서 바로 구매 버튼을 누르려다가 이게 페이지터너스라는 시리즈의 일부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시리즈를 통으로 검색해봤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이 두 권이 있고 그걸 제외하고는 전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작가들이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평점이 높고 무엇보다 출판사가 페이지터너스라고 자신있게 명명해서 그 책들을 이 세상에 내보냈다는 것에 마음이 혹했다. 그 중 하나인 <우체국 아가씨>가 정말로 재미있으니 신뢰도 가고 말이다. 다만 <우체국 아가씨> 말고는 전자책 할인폭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이것만 종이책 대비 40% 할인이고 나머지 책들은 대부분 종이책 대비 30% 정도 할인된 가격이었다. 하지만 전자책 10% 할인쿠폰 적용하고 이렇게 저렇게 하면 내가 지금 보유한 전자책 캐시 안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6권을 한꺼번에 질러버렸다......

원래는 한꺼번에 이렇게 여러 권의 책을 사는 일은 없다.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전자책 적립금이 천 원, 이천 원 쌓일 때마다 하나씩 구매하는 것이 나의 구매 패턴이다. 세 권짜리인 <나는 고백한다 1-3>을 지금 그런 식으로 사고 있다. 몇 주 전에 1권을 샀고 또 얼마 전에 2권을 샀고 아직 3권은 구입 전이다. 전자책 적립금 모이면 그때 사려고 맨 마지막 권을 남겨두고 있을 정도로 나는 인내심이 강하다. 적립금 없는 곳에 구매도 없다는 신조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빛소굴 출판사의 시리즈에 굴복하고 만 것이다. (장바구니에 홀로 남아있는 <나는 고백한다3>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얼른 3권을 구입해 나의 책장을 완성해야 하니 전자책 적립금이 팍팍 쌓였으면 좋겠다.)


일단 지금 <우체국 아가씨> 읽고 있는데 이거 다 읽고 나면 츠바이크의 또 다른 책인 <과거로의 여행> 읽을 거고 그 다음엔 <쇼샤> 읽을 거다. <쇼샤>는 크레마클럽에 올라와있는 책이다. 예쁜 보라색 표지와 쇼샤-라는 알쏭달쏭한 제목에 꽂혀서 진작 내 서재에 담아놓은 책인데 크레마클럽에서 읽기도 전에 알라딘에서 구매를 해버렸다


혹시나 밀리의 서재에 이 책들이 전부 들어와있는지 궁금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서야 한 번 검색을 해봤다. 아뿔사, 빛소굴의 페이지터너스 시리즈가 밀리의 서재에 전부 올라와 있다. 하하하, 하지만 사서 읽는 게 더 재미있으니까 괜찮아. <우체국 아가씨>도 밀리에서 읽다가 산 거니까, 괜찮아 괜찮아.


전자책이 구독 서비스에 올라가면 책이 안 팔릴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 같은)어떤 독자들은 일단 빌려보고 재미있으면 구입해서 보관하기도 한다. 그 작가의 그 문장들이 내 소유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전자책을 결제한다. 물론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소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심히 떨어지기는 하지만...그래도 일단 돈을 냈으니까 내 거라고 우겨본다.(전자책 이용자들은 인터넷 서점이 망하면 자신이 산 책들이 전부 공중분해될 거라는 근원적인 공포심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망하지마, 알라딘. 책을 많이 팔란 말이야. 그래야 내 전자책이 영원히 보존될 수 있어ㅠㅠ)

그나저나 알라딘에는 <정신과 의사> 전자책이 아예 등록되어 있지 않은데 밀리의 서재에 이 책의 전자책이 버젓이 올라와있다. 그것도 '독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뭐야 도대체 뭔데. 알라딘과 교보문고와 예스24를 다 뒤져도 이 책의 전자책은 없다. 아니, 밀리의 서재에 올릴 정도면 전자책 파일이 있다는 건데 그걸 왜 안 팔고 여기에만 올리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고 생각하는 순간 밀리의서재 소개글에 있는 전자책 출간일을 봤다. 2024년 1월 31일. 허허..지금이 1월 15일인데 이 책은 시간을 거슬러 왔구나. 그러니까 정식 출간 되기도 전의 전자책 파일을 밀리에서 독점 계약에서 올린 거다. 그렇다면 이 책은 밀리에서 봐줘야겠다.


서재 지수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한 이 페이퍼는 빛소굴 출판사의 페이지터너스 시리즈 지름신 영접을 거쳐 밀리의 서재로 끝나게 되었다. 이 글의 정체성이 뭔지 나는 모르겠다. 글을 시작하기는 쉬운데 글을 끝맺는 것은 항상 어렵다. 서재 소개글에 일부러 '미완성의 기록들'이라고 적어놨다. 내가 쓰는 모든 글은 미완성이라는 의미로, 더 나아가서는 미완성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적은 것이다. 어떤 글을 완성하려고 하면 시작하기가 힘든데, 미완성으로 끝내겠다고 다짐하면 글 쓰기가 쉽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가 뚝 끝내면 된다. 그렇게 해서 나의 모든 기록은 미완성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일단 서재지수 5000점을 향해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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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똑같은 책을 또 샀다. 같은 책을, 심지어 똑같은 전자책인데 또 산 것이다. 왜냐하면...파일 형식이 다르다. 예전에 산 것은 PDF 버전이고 이번에 산 건 epub 버전이다. 하...똑같은 전자책을 두 번 사는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PDF로 읽는 거 너무 불편해서 정말 어쩔 수 없었다.


이걸 사고 보니 그동안 똑같은 책을 두 번 산 적이 적잖이 있었다는 게 생각이 났다. 대부분은 종이책으로 갖고 있다가 그걸 팔고 전자책으로 새로 산 것이다. 생각나는 책들만 대강 검색해봤는데도 꽤 된다.



-러시아 미술사

우선 <러시아 미술사>. 이 책은 러시아 여행 가면서 들고 갔는데 다녀와서 종이책은 처분했다. 그 후에 전자책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전자책까지 살 생각은 없었는데 러시아 여행을 추억하면서 이 책이 다시 필요하게 되어서 아주 최근에 전자책으로 구매했다. 보통은 월초에 전자책 캐시를 미리 구매해두고 그 안에서 전자책을 구입하는 편인데 최근에는 책 그만 사자는 심정으로 전자책 캐시를 하나도 쟁여두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은 최근 들어서는 거의 유일하게 전자책 캐시가 아니라 쌩돈 주고 산 책이다. 여기에 소개되는 러시아 화가들 그림 중에서 일리야 레핀, 바실리 수리코프 그림이 참 좋다.



-돈키호테

그리고 <돈키호테>. 양장본 나왔을 때 따끈따끈한 신간으로 구매했었는데 종이책을 전부 정리하면서 중고로 팔았다. 그리고 어차피 안 읽을 것 같아서 잊고 살다가 이수은 작가의 <평균의 마음>을 읽고서 <돈키호테> 전자책을 구입했다. 그 책을 읽으면 자동으로 <돈키호테>가 읽고 싶어진다. 이래서 책에 대한 책을 조심해야 한다.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장바구니에 책이 십수권 담기게 된다. <돈키호테>는 종이책으로 갖고 있었을 때는 완독 못 할 것 같았는데 전자책이니까 완독할 수 있을 것 같다. 희한하게 벽돌책은 종이책으로는 안 읽히는데 전자책으로 읽으면 그나마 읽힌다. 무게나 두께가 안 느껴져서 그런 듯 싶다. 벽돌책은 전자책으로! 아무튼 <돈키호테>는 올해 안에 읽을 거다. 무조건!



-프랑스 중위의 여자

<프랑스 중위의 여자>도 종이책으로 갖고 있다가 팔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전자책이 나온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전자책으로 사고 싶어서 정말 여러 번 검색했는데도 안 뜨길래 거의 반포기 상태였는데 어느날 검색해보니까 전자책이 나왔길래 바로 샀다. 예전에 갖고 있던 종이책은 한 권 짜리였는데 전자책은 분권이다. 거기다 가격 차이 무엇. 그래도 전자책이 있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도 두 번 샀다. 예전에 갖고 있던 종이책은 세 권 짜리였는데 전자책은 통합본이다. 통합본도 버전이 여러가지인데 내가 산 전자책은 제일 못생긴 맨왼쪽 표지다. 나도 예쁜 리커버 표지의 <존.세.거> 갖고 싶은데 전자책 이용자에게는 어떠한 선택권도 없다. 표지 따위 안 보면 그만이라고 위안을 얻어 보지만 그래도 가끔씩 열 받는다. 전자책 사용자에게도 표지 선택권을 달라!!우리에게도 미적 감각이 있다!



-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도 두 번 샀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이 책에 대한 집착이 있다. 안 읽으면서도 계속 보관하려고 한다. 이번 달에는 나 혼자 슈테판 츠바이크 작품 뽀개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에, 이번 달에 이거 진짜 읽을 거다.

지금은 <광기와 우연의 역사> 읽고 있는데 이거 다 읽으면 바로 <어제의 세계>로 넘어갈 계획이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책 썩겠어...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거의 모든 것의 역사>도 두 번 샀는데 이 책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종이책을 팔고나서 뭔가 허전한 마음에 전자책을 다시 샀는데 몇 달 후에 개정판이 나온 것이다ㅠㅠ이왕 새로 살 거면 개정판을 샀었어야 했는데 두 번을 사면서 구판만 샀다. 슬프다. 개정판이 훨씬 좋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개정판 전자책을 또 살지도 모르니 아예 리뷰도 보지 않는다. 표지 말고는 바뀐 게 별로 없기를 바라고 있다.



-장미의 이름

<장미의 이름>도 두 번 샀다. 그런데 <장미의 이름> 처음 종이책으로 산 게 무려 2003년이다. 믿기지가 않는다, 20년 전에 사놓고도 아직도 안 읽었다는 게! 그때는 <장미의 이름>을 읽을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있어보이고 싶어서 사놓고 책상에 꽂아두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책을 읽는 것보다 사서 전시하는 걸 더 좋아했다. 그러다가 종이책을 전부 처분하고 코로나 시절부터 마음이 심란해서 진짜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좋아했던 시절에 비해 정작 책을 읽은 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것도 구매 20주년 기념으로 올해 진짜 읽어야겠다. 이탈리아에서 만든 드라마가 있다는데 그걸 먼저 보고 읽으면 더 쉽게 읽을 것 같은데 OTT에 아무리 뒤져도 없다. 이탈리아 드라마 어디서 구하져...아무튼 드라마 못 구해도 꼭 읽을 거다. 나와의 약속이다.


사실 이것 말고도 두 번 산 책은 엄청 많다ㅋㅋㅋㅋㅋ


왜냐하면 나는 김영하의 팬이고 김영하 작가의 책을 전권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있었는데(전부 초판) 나중에 결정판 시리즈로 새로 나왔길래 그걸 전부 전자책으로 다시 샀다. 알라딘 전자책 적립금 들어올 때마다 구슬 꿰듯이 하나 하나 사서 모았다. 몇 달에 걸쳐 사면서도 뭐 하는 짓인지 약간 회의감이 들기는 했다.



이제는 웬만하면 구독 서비스 이용하려고 노력 중이고 책 안 사려고 하는데 그래도 가끔씩 들어오는 전자책 적립금의 혜택을 외면할 수가 없다. 뭐라도 사야 할 것 같은 이 마음!!게다가 30명 추첨, 50명 추첨 이런 식으로 주는 추첨 적립금도 은근히 당첨 확률이 높아서 하나도 안 빼놓고 계속 응모 하다보면 적립금을 계속 건질 수 있다. 이거 완전 마약이다. 적립금의 마약에서 벗어나려고 핸드폰에서 알라딘 어플 알림 꺼놓은 적도 있었는데 딱 한 달 갔다. 그 후에 알림 다시 켜고 또 적립금 모으는 중이다...하 그나마 종이책으로 안 사니까 안 쌓인다는 게 위안이기는 한데, 안 보여서 더 사는 것 같기도 해서 뭐가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세상에는 똑같은 책을 알면서도 두 번씩 사는 바보가 있다. 전자책 시장이 커져서 모든 책이 전자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알면서도 또 살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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