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충분해야 한다
아브람 알퍼트 지음, 조민호 옮김 / 안타레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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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충분해야 한다>는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위대한 삶을 살아야 한다며 '승자독식사회'가 되었고 '1등만을 기억한다'라는 생각으로 지배된 세상에서 과도한 경쟁은 극심한 사회적 부작용과 온갖 병패들을 낳았다. 


"내가 말하는 충분한 삶은 모두에게 충분히 괜찮은 삶이지 완벽하게 충만한 삶은 아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살면서 겪게 되는 피할 수 없는 사고, 실수, 비극을 그대로 품는 삶, 세상은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는 충분한 삶이다."


인간은 수많은 관계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며 충분한 세상을 다 함께 만들어가려는 의지를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평범하고 온전하게 사는 삶도 나쁘지 않다. 모두가 위대해질 이유도 없고 사회적 문제는 서로 협력하여 대처해나가면 해결될 일이다. 집단지성의 힘을 믿는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도 개개인의 생각들이 모여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의 생각들이 바뀌어 사회적 요구로 발전하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정치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요구는 정치권을 움직여 법과 제도를 개선해나가게 한다. 대의제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길은 험난하지만 작은 실천이 모여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살지만 끊임없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불행의 늪에 걸려 허우적거린다. 지금의 삶도 충분히 괜찮은데 완벽하고 위대한 삶만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충분하기만 하면, 모두가 다 충분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평화롭고 정의롭고 평등하고 행복하다. 내가 여러분과 연결되고 여러분이 다른 사람과 연결돼 이 충분함의 세계관을 계속해서 심화해나갔으면 좋겠다. 사람이 쓴 어떤 책도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없고,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강력할 수 없다. 어떤 사람도 개인의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만큼 세상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 세계는 명백하게 상호 의존적이고, 복잡하고, 차이로 가득 차 있다."


세상의 본질을 이해하고 나면 저자의 이런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올 것이다. 도시에서의 삶은 시장에서 잘 팔리는 상품이 되기 위해 열심히 스펙을 쌓고 더욱 완벽해지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경쟁자를 짓밟고 일어서야만 생존하는 과잉된 사회에서 도태되면 패배자로 인식된다. 얼마나 비참하고 숨 막히는 사회인가. 과정보다는 결과로만 평가받고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강요받는 사회에서 오늘도 힘겹게 살아간다. 누구를 위해 살아가는 것도 아닌데 충분함에 만족하지 못하는 걸까?


"나아가 우리는 이렇게 뭔가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변변찮은 짧은 노력으로 삶을 관통할 성공을 바라지 않는 마음가짐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오히려 그렇기에 우리는 인간으로서 불완전함과 성장 가능성 전부를 오롯이 수용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갈 수 있다."


저자는 지속적으로 충분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결국 불완전한 존재일 수밖에 없고 벼랑 끝에 놓인 듯 성공에 목매달려 자신을 옥죄는 삶은 시야를 좁혀 버린다. 미래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가. 극심한 부의 양극화와 위대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논리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어버렸다. 아직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집 안으로 새로운 제품을 계속 들여오고 더 넓고 큰 집으로 가기를 원한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면서도 세상이 짜놓은 프레임에 갇혀 산다. 위대함을 벗어던지면 우리가 범접하지 못했던 세상의 다양성과 더 많은 가치 속에 충분히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위대함의 지배 체제를 넘어서면 우리는 편협하고 불공평한 경쟁 과정에 가려진 세상의 더 많은 가치와 다양성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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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어스 Curious - 모든 것은 형편없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리처드 도킨스 외 25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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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질문하는 법을 배운다기 보다 사회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이룬 26명의 저명한 지식인들이 들려주는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라고 보면 된다. 한 사람 당 쪽수도 길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 좋다. 어린 시절은 인생 주기 중 그 어느 때보다 세상만사에 대한 호기심이 폭발하는 시기인데다 습득력 또한 빠르다.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어린 시절에 겪은 크고 작은 경험들이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 소중한 자산임을 깨닫게 된다. 부모님의 뜻대로 강요하고 억제시키기보단 재능과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열어두는 것이 현명하다는 걸 경험적으로 우린 알고 있다.


엉뚱하고 형편없게 느껴지는 질문들도 서로 대화를 나누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상상력을 발전시키고 자신만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끊임없이 샘솟는 호기심이 있기에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세상을 탐구하는 힘이 되었다. 우리들도 어린 시절 경험했던 기억을 평생 가지고 살아가듯 삶의 원천엔 호기심이 있었다. 이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운명을 타고난 것이 아니다. 학구적인 집안 분위기와 맞물려 자신이 탐독할 분야에 일찍 빠져들었을 뿐이다. 어렸을 적 경험에 비춰보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란 온통 의문투성이로 가득했다. 불합리함에 일찍 눈을 뜨게 만드는 반항심은 우주와의 충돌을 일으켰다.


"동생들과 나는 타고난 천재가 아니었다. 우리는 단지 배움의 기회가 많았고 우리를 돌봐준 사람들로부터 진지한 대우를 받은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 나는 운이 좋았다. 하지만 아이들을, 그리고 과학을 행운에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운이 좋았는지도 모른다.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재능을 펼칠 조건조차 갖추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불행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가정 환경과 배우면서 자랄 수 있는 조건이 아이들의 성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 것 같다.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 책이었지만 그래도 26명의 저명한 지식인들이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어떤 책을 감명 깊게 읽었느냐가 진로에 영향을 줄만큼 지식의 보고인 책을 많이 읽고 자란 아이가 지적으로 성숙하다. 이렇듯 호기심 충족시키며 무엇을 알고자 하는 강렬한 열정이 원동력이 되어 우린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자 사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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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 -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편견에 대하여
저스틴 그레그 지음, 김아림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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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사고하며 생각할 줄 아는 인간이 모든 면에서 우월한 지위를 갖고 지구상의 동물들을 지배해왔다. 동물행동학자가 쓴 이 책을 읽다 보면 결코 인간이 절대적으로 뛰어난 존재라고 단정 짓지 못할 여러 사례와 마주치게 된다. 


"우리는 보편적인 규범 체계를 극단까지 끌고 가 다른 집단의 사회적 행동을 통제하고 제한해 오곤 했다. 반면에 동물들은 우리보다 덜 세련된 규범 체계를 가졌지만 훌륭한 삶을 살아간다."


오죽하면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사람보다 낫다는 말까지 생겨나는가. 이제 동물은 인간이 지배해야 할 대상이라 여기는 그릇되고 편협된 편견으로부터 벗어나자. 모든 동물이 의식을 가졌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면 이제부터 동물들의 세계가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일례로 개미나 벌꿀들은 각자 해야 할 역할에 충실하면서 규칙과 질서를 지키며 행동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고 설명하는데 이해하기엔 쉽지는 않았다.


저자의 말처럼 인류라는 종이 지닌 예시적 근시로 인해 지구환경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겨났다는 진단에 동의한다. 산업화 이후로 지구환경은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해 지구온난화와 기후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간의 무지와 무자비한 포획으로 인해 몇몇 종은 멸종되기까지 했다. 인간이 동물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지구상에 같이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받아들인다면 동물 학대나 마구잡이 포획을 하는 일을 자재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다소 복잡한 접근이었지만 분명한 것은 지구에 인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인간으로서의 우월의식으로부터 벗어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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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호구 되는 부동산상식 - 난생처음 부동산 문을 열기 전에 당신이 알아야 할 최소한의 부동산상식 떠먹여드림 모르면 호구 되는 상식 시리즈
박성환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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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분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을 때면 거의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에서 앞이 캄캄했을 것 같아 결코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모르면 호구 잡힌다는 말처럼 부동산 계약은 신중하게 알아보고 하라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을 쓴 저자는 건설부동산부 현직 기자답게 우리나라 부동산과 관련된 현안을 다뤄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썼다. 직접 취재한 사례를 토대로 설명하기도 하고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법한 부동산 상식도 알려줘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부동산은 우리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무지하다시피 한 부분도 적잖이 많았다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


책 중간마다 '더 재밌는 부동산 이야기' 꼭지가 실려 있는데 이 부분 또한 부동산 상식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스페셜 파트인 ''찐' 부동산 기자만 아는 부동산 뒷이야기'는 현직 기자가 발로 뛰며 취재하지 않으면 모를 정보들로 흥미롭게 읽혔다. 무려 563 페이지에 달하는 책이지만 알차게 채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동산 계약은 워낙 큰돈이 오가는 계약이기 때문에 이러저러한 문제들에 부딪히면 임차인은 속상할 수밖에 없다. 대출까지 받아 가며 영끌한 내 집 마련의 꿈도 손쉽게 산산조각 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임차인이 짊어져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많다. 2~30대 사회 초년생뿐만 아니라 부동산 법을 모르면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책을 읽는 이유는 간단하다. 적어도 몰라서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가면 공인중개사가 척척 알아서 처리해 주겠지라며 자신의 돈이 들어가는 계약임에도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라는 속담처럼 계약 전에 미리 알아보고 공부해두는 것이 좋다. 전세나 매매일 경우 부동산 임장을 해서 집 내부와 주변 환경을 살펴보는 것은 물론 서류상 문제는 없는지 확인해 보는 절차도 필요하다. 진작에 나왔어야 할 책을 만난 기분이다. 그동안 나온 부동산 관련 책들은 투자나 경매에 치중해 있었다면 이 책은 말 그대로 부동산에 관한 기본 지식과 정보를 쌓기에 부족함이 없다. 부동산 호구 고객이 되지 않기 위해 반드시 읽기를 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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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자매 - 나치에 맞서 삶을 구한 두 자매의 실화
록산 판이페런 지음, 배경린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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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시에 나치 경찰에 끌려갈지 모르는 불안과 공포, 생사가 오가는 급박한 상황을 이보다 생생하게 묘사한 책이 있을까 싶다. 레베카 린테 레블링-브릴레스레이퍼르와 마리안네 야니 브란더스-브릴레스레이퍼르 두 자매는 암스테르담에서 요세프 브릴레스레이퍼르와 피트에 브릴레스레이퍼르-헤릿서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제2차 세계대전으로 네덜란드가 나치에 함락되기 전까지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린테는 무용을 배워 공연을 하는 배우가 되었고 야니는 강한 반골 기질 덕분에 가족 중 사상적으로 깨어있어 여러 차례 위기 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 사실 브릴레스레이퍼르 가를 도운 여러 조력자들과 기지를 발휘하지 못했다면 진작에 모든 가족은 J표식이 새겨진 채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 가스실에서 최후를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체를 전쟁과 공포의 비극으로 몰고 온 나치의 만행과 목숨을 걸고 살기 위해 모든 최선을 다해 싸운 두 자매의 실화는 마치 독자들로 하여금 그 당시로 돌아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여러 전쟁 영화와 드라마 못지않게 하루하루가 살얼음 판을 걷듯 위험천만한 순간들이 많았다. 실화로 바탕으로 쓰인 책이라 으레 있을 법한 사진 한 장 실려있지 않지만 붙잡고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는 다음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궁금한 마음에 손에서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준다. 얀 헤멜레익, 마르턴 미크 판힐서 등 도움과 조언을 주었던 이들 외에도 두 자매와 인연이 있거나 주요 인사들의 생애는 '하이네스트, 그 이후'에 빼곡하게 적혀 있다. 안네 프랑크와도 인연이 있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폴란드의 작은 도시 오시비엥침을 독일식 발음으로 부른 것이 '아우슈비츠'라는 사실이다. 대략 1만 5천 명에서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었고 이후 1941년 3월에 제2수용소인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가 지어졌으며 전쟁 중 아우슈비츠 주변으로 약 40개의 보조 수용소가 증축되었다. 아마 유럽 각지에서 끌려온 유대인들을 수용할 장소가 부족해서 일 것이다. 1,1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유대인들을 통제할 수 없어 그 수많은 유대인들을 홀로코스트 가스실에서 집단 학살한 것이다. 참혹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곳에도 삶은 계속되었고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두 자매는 결국 붙잡혀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되지만 죽음이 문턱까지 온 생사의 기로에서 살아남아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삶은 살기 위한 것'이라는 교훈을 되새기며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과 두 자매가 보여준 아름다운 저항의 기록을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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