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의 기쁨이 천 개의 슬픔을 이긴다 : 삶과 태도에 관하여 조우성 변호사 에세이 1
조우성 지음 / 서삼독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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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란는 직업에 무엇이 떠오르는가? 치열하게 법리를 따지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피도 눈물도 없이 돈을 위해서 싸우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유명 로펌이 전범 기업을 위해서 법리를 다투는 모습을 우리는 보지 않았는가? 돈을 위해서라면, 의뢰인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다. 그러나, '한개의 기쁨이 천개의 슬픔을 이긴다'라는 에세이를 쓴 조우성 변호사는 달리 보인다. 사건을 해결하는데 법리보다 중요한 것을 우선 고려한다. 책에 소개된 다양한 사건들 속에서 인생의 지혜를 배운다. 그 지혜를 살펴보자.


  조우성 변호사의 사건 해결 방식은 참으로 독특하다. 법리를 먼저 따지며, 법리에 매몰되지 않고 의뢰인의 마음을 헤아리며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다. 갖은 노력 끝에 채용이 확정 직전까지 갔으나 회사 사정으로 채용이 보류된 의뢰자가 찾아온다. 채용내정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이를 어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전개하겠다는 의뢰인의 주장에 조우성 변호사는 현실을 직시시킨다. 취직하고 싶은 열망이 강렬하다보니, 이를 위해서 모든 수단을 쓰고 싶은 의뢰자의 절박함에 공감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만약 돈을 쫓는 변호사라면 되지도 않는 소송을 진행하면서 결과와는 상관없이 수임료를 얻었을 것이다. 간디가 변호사 일을 계속하지 못한 이유도 변호사비에 눈이 어두워 의뢰인에게 피해가가는 소송을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조우성 변호사는 채용 담당자에게 감사의 메일을 보내라고 조언한다. 채용내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소송을 전개하는 여타 취준생과는 다른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는 효과가 있었다. 회사 사정이 좋아지자 감사 메일을 보냈던 의뢰인을 가장 먼저 채용한 것이다. 이렇듯,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정서적으로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조우성 변호사의 현명함이 돋보이는 또다른 사례가 있다. 조우성 변호사가 로펌에 있을 때였다. A은행을 상대로 고소를하고 관련 증인을 많이 신청하는 일명 '또라이'로 통하는 사람이 있었다. 조우성 변호사는 A은행의 변호사로 이일을 해결해야했다. 조우성 변호사는 '또라이'를 '내 의뢰인을 괴롭히는 적'으로 보지 않고 '상처 받은 한 사람'으로 보았다. 조변호사는 내 의뢰인을 괴롭히는 그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 그 사람이 타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법적 조언을 한다. 그의 말을 들으며 그를 이해하려했다. 그러자, '또라이'였던 사람의 마음이 봄눈 녹듯이 녹았다. 결국, A은행을 상대로 진행된 소송도 원만하게 해결되었다. 상대방의 상처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조우성 변호사는 상대방의 감정을 읽으며 법리에 앞서 상대를 이해하려했다. 이것이 법리만을 앞세우는 다른 변호사들이 골치 아파했던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인생의 지혜였다. 

 조우성 변호사가 생각하는 변호사는 어떠한 일을 해야하는 사람일까? 조우성 변호사의 말을 들어보자. 


  "변호사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물론 기본적으로 분쟁 속에 뛰어들어 한쪽 편에 서서 상대방과 싸우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때로는 전체적인 구도에서 가장 바람직한 결론을 내도록 판을 짜는 사람이 되어야할 때도 있다." -123쪽


  하급의 변호사는 돈만을 보며 법리를 쫓는 법비(法匪)가된다. 중급 변호사는 법리만을 다루며 나의 의뢰인의 승리를 가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그들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다. 최상의 변호사는 의뢰인을 위해서 전체적은 판을 새롭게 짜면서 인생의 멘토가 되어준다. 조우성 변호사는 그러한 멘토의 역할을 하고 있다. 

  판사와 변호사 중에서 누구의 능력이 더 출중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많은 사람이 판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수도 지방법원 10년차 판사 강준혁은 빠듯한 생활비에 고민하다가 고등학교 동창 종태를 만난다. 종태는 자신의 회사에 법무 담당 임원으로 올 것을 제안한다.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강준혁을 임원으로 모셔간다. 그러나, 준혁이 하와이로 7박 8일 가족여행을 갔다와보니, 친구 종태는 사라졌고 회사 예금통장에는 잔고가 없어졌다. 결국, 투자자들의 삿대질을 받으며 사기죄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살게된다. 그런데도 강준혁은 종태가 고의로 자신을 속인 것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

  "헛똑똑이 법조인을 조심"해야한다는 말이 있다. 자신을 속이고 자신의 인생을 망친 종태를 판사 출신 변호사 강준혁은 아직도 믿고 있다. 백년서생의 어리석은 모습을 강준현 변호사에게서 본다. 파격적인 제안을 하며 자신에게 접근한 사람은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강준현 전판사는 몰랐다. 사기꾼에게 무거운 형벌을 내리면서도 자신이 그 피해자가 될줄을 몰랐다. 법을 잘 안다고 해서 인생을 잘아는 것은 아니다. 법은 알되 인생을 모르니, 지식은 있으되 지혜는 없는 불쌍한 백년서생의 처지를 모면하지 못한다. 


  25년차 변호사 조우성은 소송을 제기하려 온 사람의 감정 변화를 4단계로 나눈다. 1단계에서 당혹감을 느끼고, 2단계에서는 분노한다. 3단계에서는 스스로를 자책한다. 4단계에서 드디어 현식을 직면하고 스스로를 성찰한다. 4단계까지 간 의뢰인은 소송승패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송을 통해서 교훈을 얻고 더 단단해진다. 그렇지만, 모두가 4단계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라한다. 때로는 2단계와 3단계에서 무너지고, 소송에 승리했어도 분노를 못이겨 쓰러지기도한다. 시련을 통해서 성장하는 자와 시련에 무너지는자의 근본적 차이는 무엇일까? 아마도 끊임없이 인생을 성찰하며 인생의 모든 것에서 지혜와 교훈을 얻으려는 노력이 있는자와 주어진 현실을 맹신하는 자의 차이가 아닐까? 조우성 변호사는 소송을 재기하러오는 수많은 의뢰인의 삶을 조망하며 때로는 인생의 멘토가 되고, 때로는 뛰어난 법률가가 되어 그들에게 도움을 준다. 그 속에서 인생의 지혜를 쌓는다. 그 지혜를 모아 '한개의 기쁜이 천개의 슬픔을 이긴다'라는 책이다.1권을 다 읽고, 조만간에 2권고 마져 읽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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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3-01-05 0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좀 특이한 변호사님이로군요. 의뢰인 입장에서 좀 답답할수도 있겠습니다. 뭔가 배우는 바가 있을수도 있겠네요.

강나루 2023-01-05 08:12   좋아요 0 | URL
팟캐스트 ‘인생내공‘에 보다 다양한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어요^^ 다른 변호사와는 달리 인생의 지혜를 알고 있는 사람이지요^^
 

87년 전 우리의 선조들은 자유의 신념으로 이 대륙에 새로운 나라를세웠고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믿음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대규모 내전을 치르며 이 나라나 그만큼의 신념을 갖고헌신한 다른 나라가 얼마나 오래 견뎌낼 수 있는지 시험하는 전쟁 가운데 있습니다. 우리는 전쟁터의 일부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목숨을 희생한 이들의 마지막 휴식 장소로 만들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는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게티스버그 링컨 연설 - P140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우리는 이곳을 신성화할 수 없습니다. 죽기를무릅쓰고 여기서 싸웠던 용사들이 이미 우리의 미약한 힘으로는 더하거나 뺄 수 없을 정도로 이곳을 신성화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우리가 이 자리에서 하는 말을 그리 오래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들이 이곳에서 한 일은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이 너무도 고귀하게 이루려다 못다 한 일에 전념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살아있는 우리들입니다.
여기서 우리 앞에 남겨진 위대한 과제에 헌신해야 합니다. 그 과제란그들의 명예로운 죽음을 통해 그들이 마지막 힘을 다한 명분에 더 크게 헌신하고, 그들의 희생을 결코 헛되이 하지 않겠다고 굳게 결의하고, 하나님의 가호 아래 이 나라가 새로운 자유를 잉태하게 하며,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이 세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게티스버그 연설2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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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한 대원 제국은 탐관오리가 권력을 장악했구나, 황하가 범람하고 화폐를 대량으로 찍어내어 재앙의 근원이 되었고 천만 홍건군의 반란이 일어났다네. 관청의 법규는 넘치고 형법은 잔혹하니 백성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네.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고 돈으로 돈을 사는 세상인데,
언제 이런 일이 있었을까? 도적은 관리 노릇을 하며 관리는 도적 노릇을하고 현명한 사람과 우매한 사람이 뒤섞여 구분이 안 되는구나. 아! 참으로 슬프고 가련하구나."

‘취태명소령‘ 가사의 내용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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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하루에 백 번 싸운다 - 정답이 없는 혼돈의 시대를 돌파하기 위한 한비자의 내공 수업
조우성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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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성의 인생내공'이라는 팟캐스트를 처음 들었을 때, 감탄이 절로 나왔다. 돈과 법에만 밝을 것 같은 변호사가 고전을 말한다. 고전을 현실과 접목시켜 현대인들에게 인생의 내공을 쌓게해준다. 조우성 변호사의 팟캐스트를 들으며 인생의 내공을 쌓아갔다. 그런데, 그 내용을 책으로 묶어 냈다. '리더는 하루에 백번 싸운다.'라는 책이 바로 그 책이다. 책속의 내용들은 팟캐스트에서 대부분 조우성 변호사의 욱성으로 들었던 내용이다.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기면 조우성 변호사의 욱성이 다시 내 귓가를 맴돈다. 

 책을 읽으며 여러 인간 군상들을 떠올렸다. 첫번째로 떠오른 사람은 고종이다. 고종은 을미사변으로 자신의 부인이 일본 낭인들에 의해서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만했다. 고종은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자신의 신변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퇴역한 외국인 용병을 상하이에서 모아서 자신의 신변을 지키려했다. 한나라의 황제가 자신의 병사를 믿지 못해서 퇴역한 외국인 용병에게 자신의 안위를 맡기려하는 못난 모습을 보였다. 한비자는 '나라 밖에서만 인재를 구하려하면 나라가 망한다.'라고 했다. 자국의 군대를 강병으로 만들어 자신의 신변을 지키려하지 않고, 퇴역한 외국 용병을 고용하려하는 못난 모습의 고종을 떠올리면서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고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는 학자도 있다. 그러나, 한비자의 눈으로 고종을 바라본다면, 그에게 패망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두번째로 전두환과 이명박이라는 인물이 떠올랐다. 두사람은 보수를 대표하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다. 전두환에게는 장세동이 있었다. 장세동은 전두환을 주군을 모시듯이 충성을 다해 모셨다. 그러나 이명박에게는 장세동과 같은 충신이 없었다. 왜? 이러한 차이가 발생했을까? 한비자는 은혜를 베푸는 것도 통치술이라했다. 이 책에 '크게 베풀면 직원은 충성으로 보답한다.'라고 적혀있다. 이명박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던 어느 정치인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돈을 신처럼 모신다고 지적했던 기억이 난다. 이명박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을 돈을 대하듯이하지 않았나보다.

  마지막으로 굥 통이 생각났다. 철저히 자신의 어리석은 치부를 여과없이 방영하는 언론을 탄압하고 국민을 호도한다. 자신의 밑에 있는 참모들은 예쓰맨들로만 가득채웠다. 한비자는 '간신은 반대의견을 없애다.'라고 말했다. 국민을 섬겨야할자가 간신이되어 간신들로 나라를 채우고 있다. '반대 의견을 듣지 못하는 군주는 그 절반을 잃는 것이다.'라는 한비자의 고언을 굥은 귀담아 들을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고전을 읽으라말한다. 그러나, 고전을 고전만으로 기억할 뿐 이를 현실에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리더는 하루에 백번 싸운다'라는 책은 '한비자'라는 고전을 현대 리더들을 위해서 현실에 접목시켰다. 고전을 통해 현실의 지혜를 얻고자하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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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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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렌즈로 안중근을 만났다. 역사적 인물 안중근의 삶에 대해서는 학교 교육을 통해서, 위인 전기를 통해서, 다큐를 통해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제 소설가 김훈의 눈에 비친 안중근을 만났다. 김훈은 청년 시절부터 안중근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겠다는 포부를 갖았다. 오랜 기간 그의 어께를 짖눌렀던 짐을 이제 '하얼빈'이라는 작품으로 내려놓았다. 역사를 전공한 나로서는 소설책도 역사와 비교하며 읽는다. 그것이 나의 모습이니 어쩔 수 없다. '하얼빈'이라는 창문을 통해서 안중근을 만나보자.

 

1. 작가 김훈, 안중근을 그리다.

소설은 영친왕 이은과 메이지와의 대면으로 시작한다. 고종과 메이지는 동갑이다. 둘다 조선과 일본의 국왕이며 황제이다. 그러나 고종의 나라는 망국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했고, 메이지의 나라는 대륙으로 침략의 발톱을 길게 드러냈다. 아버지 고종과 나이가 같은 메이지를 만났을 때 영친왕 이은은 어떠한 심정이었을까? 조선의 현실을 김훈은 이 한장면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평생을 충실한 포로의 삶을 살아간 영친왕 이은!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한 독립 투쟁에 뛰어들지 못한 원망이 샘솟았다. 충량한 포로의 삶을 살아야 일제하의 안락함과 목숨을 보존할 수있다는 생각을 했을 그에게 나는 너무도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선왕조를 대표하는 또 한명의 인물이 소설에 등장한다. 영친왕 이은의 배다른 형 순종이다. 순종 이척은 김홍륙 독차사건으로 여러개의 이가 빠졌다. 말을 하는 내내 그의 소리가 셀수밖에 없다. 영친왕 이은을 보호하지 못하고 일본에 볼모로 보내는 못난 대한제국의 황제 순종의 모습은, 백성을 보살피지 못하는 대한제국이라는 나라의 모습이기도했다. 촉의 마지막 황제 유선이 나라가 망했는데도 행복하게 천수를 누린 것 처럼 대한제국의 황손들은 일제에 맞서기 보다는 행복한 순응을 택했다.

이들 대한제국의 지배자들과 대비되는 인물이 있다. 젊은 그들의 이름은 안중근이다. 안중근과 우덕순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 작가 김훈은 작가의 말에서 "한국 청년 안중근은 (중략) 세계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서있었다.'(305)라고 적고 있다. 김훈은 안중근과 우덕순의 젊음에 심취했다. '포수', '백수', '담배팔이'라는 그들의 직업을 언급하며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소설로' 그려내려 노력한다. 소설가 김훈이 청춘에 방점을 두었다면, 나는 역사에 방점을 두고 싶다. 안중근은 대한의군참모중장이라고 재판과정에서 분명히 말했다. 자신을 만국공법에서 규정한 포로로 대우해줄 것을 당당히 요구했다. 김훈이 청춘을 그리려 안중근 독립투쟁을 소략했다면, 나는 안중근을 바로 보려면 그의 독립투쟁을 바로 보아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독립운동을 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다. 김훈은 안중근이 권총으로 이석산을 위협하여 100루블을 빼앗았다고 서술하고 있다. 젊은 청춘이 의협심으로 이석산을 위협해서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했다는 김훈의 서술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묘사된 안중근의 삶과 너무도 맞지 않은 서술이다. 이토를 처단하고 나서도 천주교 신부 빌렘에게 자신을 의탁하고 싶다고 말했던 안중근이 아닌가! 사실 안중근의 독립운동 자금은 페치카 최재형의 손에서 나왔다.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인 최재형은 안중근이 국내 진공작전을 추진할 때 자금을 대주었던 인물이다. 대한의군참모중장인 안중근은 지속적인 독립운동을 위해서 최재형을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일본 경찰의 심문과정에서 최재형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를 보호하려 노력했다. 이러한 학계의 연구결과를 인정해야 역사의 진실을 바로 알 수 있다. 독립운동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조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한다.

김훈의 작품 구성은 탁월하다. 하얼빈으로 향하는 안중근과 이토의 행로가 교차 편집되어 있다. 그러면서 작품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박진감 넘치도록 장면들을 배치한 노 작가의 탁월한 역량이 빛을 발한다. 그리고 하얼빈에서 안중근이 이토를 처단한다. 이후 이야기는 안중근의 법정투쟁과 안중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서술로 이어진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조마리아 여사가 아들 안중근에게 보낸 편지가 소개되지 않은 것이다. 감동적인 이 내용을 소설가 김훈은 왜? 소설속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일까? 대의를 먼저 생각하는 여장부 조마리아 여사의 풍모가 안중근을 가리지 않을까하는 걱정에서였을까?

 

2. 안중근과 주변인물들

이책을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인물들이 이책 속에는 등장한다. 그 첫번째 인물이 안중근이다.

안중근은 의병을 이끌고 국내진공작전을 전개한다. 소규모 전투에서 일본군 포로를 잡지만 만국공법에 따라서 그들을 풀어준다. 그 댓가는 혹독했다. 그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되고, 그를 따랐던 많은 사람들이 그를 떠났다. 포로를 풀어준 안중근의 선택은 옳았는가? 적이 반칙을 사용하며 우리의 상식에서 벗어난 만행을 저지르는데, 나는 규칙과 윤리에 따라서 적을 상대해야할까? 신이 적을 사랑하라했지만,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을 돌려대라'라고 하였지만, 용서받을 자격이 없는자를 용서하는 것은 만용이 아닐까? 춘추전국시대 송나라 양공이 강을 건너는 초나라 군사를 맞아, 강을 건너고 있는 적을 치는 것은 인의를 해치는 일이라며 공격하지 않았다. 결국 강을 건너 전열을 정비한 초나라 군대에게 송나라 양공은 목숨을 잃는다. 악을 상대할 때는 악이 사용하는 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안중근이 위대한 인물이지만, 포로를 풀어준 그의 행동에 공감할 수 없다. 안중근 의사가 나를 소인배라고 몰아붙인다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안중근은 천주교 신자이다. 그의 세례명이 토마스 즉, 도마인 것도 그 때문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빌렘 신부는 뮈텔 주교와는 달리 안중근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가 뮈텔주교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안중근을 만나러 여순으로 출발한 것만 보더라도 그는 조선인을 이해하는 것 처럼 그려졌다. 그러나, 안중근의 사촌 안명근이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한다는 사실을 빌렘이 뮈텔에게 알리고, 뮈텔이 조선총독부 경무총장 아카시 모토지로에게 알린다. 바로 이것이 안악사건의 시초이다. 결국, 친일의 댓가로 진고개에서 명동성당에 이르는 구역을 일본인들이 무단 점거한 일이 순조롭게 해결된다. 명동성당에는 민주화의 역사뿐만 아니라, 친일의 역사도 담겨있다. 빌렘과 뮈텔을 믿고 따르는 조선의 천주교도들의 고통에 그들은 공감할 수 없었나보다. 안중근은 뮈텔 주교의 판단에 따라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범한 '죄인'으로 남아 있다. 강자의 폭력을 합리화하며 자신들의 어린양의 헌금을 걷는 그들의 모습에서 씁쓸함이 감돈다.

안중근의 의거에 유동하와 조도선도 함께했다. 유동하는 17세의 어린 나이에 의거에 참여하였고, 유동하는 러시아어 통역을 맡았다. 작품의 전개를 위해서 이 두 인물을 삭제했다. 그리고 우덕순을 의인으로 묘사했다. 우덕순이 친일파로 변절했다는 연구 결과를 알고 있는 나는 작품을 읽는 내내 불편했다. ‘이러한 인물을 비중 있게 그릴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후기에도 우덕순의 친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자료조사를 철저히했을 김훈이 우덕순의 친일을 모를리가 없다. 그래서 친일인명사전을 펼쳤다. 우덕순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자료조사를 하니, 우덕순의 친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1920년대 조선인문회 하얼빈 지회에 참여한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그의 친일 논란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1930년대 조선총독부 경무국 자료에는 "농후한 배일사상을 갖고 있다."라고 적고 있다. 서로 다른 자료를 보면서, 혼란이 밀려왔다. 한 인물의 친일 여부를 판가름하기가 너무도 힘들다. 일단은 그를 친일파로 규정하는 것을 유보하자. 그의 전체 행적을 본다면, 친일파가 아니라 일본을 이용하려했던 시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안중근의 아들 안준생이다. 안중근의 막내아들이 그가 누나 안현생과 함께 친일의 길을 걸었다. 19391015일 안준생은 총독부 관리들과 함께 박문사를 참배하고 이토의 명복을 빌었다. 16일에는 조선호텔에서 이토의 차남 이토 분키치를 만나 아버지 안중근의 의거를 '사죄'했다. 그로부터 일년 오개월이 자난 1941326일 안현생은 남편 황일청과 함께 박문사를 참배했다. 326일은 아버지 안중근의 기일이었다. 백범 김구는 '호부견자(虎父犬子)'라며 안준생을 제거 대상으로 규정했다. 호랑이에게서 개같은 아들이 태어났다며 독립운동가들은 분노했다. 그러나, 안중근의 가족을 우리가 지켜주지 못한 죄는 없을까? 첫째 아들은 독이 묻은 과자를 먹고 죽었다. 상하이에서 안중근의 가족은 일제의 감시를 받으며 굶주려야했다. 그들에게 아버지는 고통의 유산을 만겨준 인물일 것이다. 그들이 굶어 죽어야했을까?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우리의 잘못은 없었을까? 참으로 고통스러운 질문을 던져본다.

 

책장을 덮었다. 너무도 유명한 안중근의 일대기이기에 별로 새로울 것이 없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너무도 많은 생각들이 나를 짖누른다. 쉽지 않은 질문들이 나를 괴롭힌다. 조선의 한 청년이 시대의 아픔을 짊어지고 이토를 쏘았다. 그의 짊은 가족에게도 넘겨졌다. 그의 가족이 고통 속에서 굴복했다. 그리고 안중근의 유해조차도 광복이 된 조국에 묻지 못하고 있다. 한미일 연합훈련이라는 핑게로 우리 독도 인근에 일본 군함이 와서 작전을 했다.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군이 올 수도 있다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 안중근을 생각하며 착잡한 심정을 가라앉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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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11-18 18: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어느 교수가 이 작품이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며 논문을 썼더라구요.
물론 역사와 소설이 다를수 있지만 이젠 어느 정도 일치시키는 작업을
해야한다며 자기는 드라마 슈룹도 잘 보고 있다고 말을 맺더군요.
독자나 시청자는 아무래도 알려고 하기 이전엔 무방비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으니 역사학자의 입장에선 걱정할 수 밖엔 없겠죠.
작가로선 좀 찔릴 것 같습니다.
전에 김훈 작가는 칼의 노래를 역사 소설로 보지 말라고 당부하더군요.
역사를 가장한 실존 소설이라나 뭐라나…

2022-11-18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종이달 2022-11-24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강나루 2022-11-25 04:40   좋아요 0 | URL
서평을 썼을 뿐인데 고맙다니
제가 감사할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