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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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그림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몽환적 그림을 보며 과학 서적에 왜? 인어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제목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의문 투성이의 책에 쏟아진 찬사는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되지 않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친근하지 않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낯선 과학자에 대한 소개와 룰루 밀러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지루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장벽을 넘어 책의 후반부에 접어들자 충격이 밀려왔다.

 

별에 관심이 많았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별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출세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존재였다. 그가 가장 많이 사용한 스트리크닌을 사용해서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려 계획한 사람을 제거했다는 암시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민낯을 보여준다. 그리고 룰루 밀러는 자신이 롤 모델로 삼으려했던 과학자의 민낯을 보고서 어떤 충격을 받았을까?

우리도 그러한 경험을 했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인으로 황우석 박사를 많은 한국인이 사랑했다. 그러나 TV 고발프로그램에 의해서 폭로된 그의 연구는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많은 대한 민국 사람이 허탈함을 느꼈다.

또한, 우리는 마하트마 간디를 성웅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간디는 성도착증이 있었다. 간디의 독립 투쟁방식은 영국이 상대하기 편한 비폭력 투쟁이었다. 수많은 인도 독립 투쟁가들 중에서 영국이 대하기 편한 상대이기에 그는 성웅으로 추앙받았고, 성웅이 되었다. 간디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간디는 이 책에 나오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황우석과 간디, 그리고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무엇일까? 개인을 신격화하지 말자! 그도 성웅이기 이전에 나약한 인간이다. 우리가 영웅으로 만들어 놓은 인물들을 신의 반열에 올려 놓고 숭배하는 순간, 그들의 추락은 시작된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과 같은 존재가 어디 인간에게만 해당될까? 어린 시절, 미국은 자유와 평화의 사도였다. 미국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세계적 모범국가였다. 이상화된 세계 초강대국에게도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충격적인 신념을 당당히 표명한다. , '전 세계에서 인류의 '쇠퇴'를 예방할 유일한 방법은 이 '백치들'을 몰살하는 것'(181)이라고 강연을 했다. 그리고 정치인들에게 접촉하여 자신의 생각을 현실로 실현하도록 만들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우생학을 신봉했다.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열등한 존재로 찍힌자들은 수용소에 수용되어 강제 불임 수술을 당해야했다.

룰루 밀러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인류의 쇠퇴를 예방'하기 위해서 '백치들을 몰살'해야한다고 했던 주장을 실행하는 장소에 방문했다. 린치버그(센트럴 버지니아 훈련세터)에서 룰루 밀러는 말한다.

 

"이 황량하고 외딴 언덕이 우생학적 몰살의 진원이라 생각하니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이 나라의 정체성을 정의할 때 우리가 반대하는 것이라 간주하는 그 사고방식, 우리가 초등학생에게 나치, 다른 사람들, 나쁜 놈들에게서 시작되었다고 가르치는 바로 그 악행, 그것을 세계 최초로 국가 정책으로 삼은 나라가 바로 우리였다."-213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아니, 우리가 진실을 발견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 될 수밖에 없다. 나치와 히틀러를 악마화해서 자신들이 저지른 악행에 면죄부를 얻으려는 존재들이 있다. 그러한 사람들은 독일에도 있으며 미국에도 있다. 우생학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광범위하게 유행했다. 골턴이 쓴 '캔트세이워어 우생학 칼리지'라는 SF 소설 속 사회를 많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만들고 만들고 싶어했다. 한예로 미국에서는 흑인에게 매독을 간염시키고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았다. 미국 앨리배마 주 터스키기(Tuskegee)에서 흑인에게 치료를 해준다고 속여 매독에 감염된 사람이 어떻게 죽어가는지 연구했다. 정부주도의 생체실험을 미국 정부가 인정하여 빌 클린턴이 사과하기도 했다. 악마는 우리 안에 있을 수 있다.

룰루 밀러가 만난 에나라는 여성은 인형을 가지고 다닌다. 인형에게 우유를 주고 살아있는 아이를 대하듯이 인형을 대한다. 버스 안에서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형아기를 살아있는 자녀로 대한다.

에나라는 여성을 보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생각났다.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라는 책에 실려 있는 어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인형을 자신의 아이로 생각하며 생활한다. 아이에게 우유를 주고 재워주고 함께 잠이 든다.

아이를 갖길 원하는 여인의 꿈이 국가 폭력에 의해서 산산히 짖밟혔다. 애나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그 고통속에서 누가 해방시켜줄 수 있는가? 최신 과학이라는 포장에 많은 정치인들이 동의했다. 그리고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그들이 생각하는 '열등한' 존재는 바로 유색인종, 사회적 약자, 사회적 주류 세력의 상식에서 벗어난 존재들이었다. 그들이 없어진다면 사회는 인류의 쇠퇴를 막고 번영을 누릴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다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골턴은 다윈의 '진화론'에서 우생학의 영감을 얻었다. 그런데, 정작 다윈은 우생학에 동의하지 않았다. '나투라 논 파싯 살툼(Natura non facit saltum)' , "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고 다윈은 말했다. 존재하는 생물의 그 어마어마한 범위 그 자체가 이 세상에서 존재하고 번성하는데 무한한 방식이 존재한다는 증거라고 룰루 밀러는 말한다. '계층의 사다리는 없다.' 자연에도 인간 세상에도 그러한 사다리는 없다!!

그런데, ? 책의 제목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일까? 룰루 밀러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조사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그것이 바로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연어, 폐어 중에서 나머지 둘과 다른 하나는 소가 아니라 연어이다. 폐어와 소는 둘 다 후두개가 있으며 폐어의 심장은 연어의 심장보다 소의 심장과 구조가 더 비슷하다. 물고기의 비늘을 한꺼풀 벗겨내면 물고기를 같은 어류로 분류할 수 없다는 진실을 마주한다. 그렇다.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인간 세상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언어적 거세'를 행한다. 인간이 정상의 자리에 머물기 위해서 단어를 발명한다. 그리고 동물들의 중요성을 박탈한다. 인간이 발명한 언어는 인간 세상을 새롭게 범주화하고 편을 가른다. 흑인, 백인, 황인종으로 인간을 구분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종을 나누고 우월한 인종과 열등한 인종으로 편을 가른다. 그리고 거세된 언어를 통해서 인간의 가져야할 인간성을 거세한다.

그래서였을까? 선불교에서는 불립문자(不立文字)라했다. 말이 가지고 있는 형식과 틀에 얽매여 진실을 보지 못하는 우매한 중생을 위해서 '불립문자'를 외쳤다. 하이데거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언어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사유를 지배하고 삶을 지배한다. 세상을 자연 그대로 보지 못하고 언어의 틀에 얽매여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왜곡한다. 결국은 언어가 존재를 위협한다. 룰루 밀러는 우리의 삶을 옥좨는 언어로부터 해방되어 선불교의 불립문자(不立文字)라는 진리를 깨달았다.

 

책장을 덮었다. 사랑스런 딸에게 다가가 물었다. , 연어, 폐어 중에서 나머지 둘과 다른 하나가 무엇인지 아니? 그러자 딸은 용감하게 '연어!'라고 외쳤다. 놀란 나는 다시 물었다. '물고기는 존재하니?' 딸은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없어!' ! 뿔싸!! 딸은 지난 겨울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딸이 대견해보였다. 그리고 책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언어라는 격자를 만든 것은 인간이지만, 세계를 바로 보기 위해서 이제는 언어로부터 해방되어야한다는 말을 딸에게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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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3-06-18 1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콜드케이스라는 미드에서 처음으로 미국의 저런 정책을 다룬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지능이 낮은 여자들에게 강제 불임을 시켰던 에피소드인데.. 그때 그 거 보고 너무 충격 먹어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고 이 책 읽으면서 그 콜드케이스의 그 장면들과 오버랩 되면서 이 책 마지막 읽으면서 울게 만들더라고요. 미국의 비인권적이고 차별적인 그리고권위적인 행정부나 사회 전반의 승자독식의 역사를 찾아낸 작가의 글이 인상적이었어요

강나루 2023-06-18 13:21   좋아요 0 | URL
아우슈비츠와 731부대에서 생체 실험이 있었죠. 우생학의 어둠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어요.
 
챗GPT : 마침내 찾아온 특이점 - 2023 전 세계를 뒤흔든 빅이슈의 탄생
반병현 지음 / 생능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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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가 핫하다. GPT는 교사인 나에게도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학생들에게 진로지도를 어떻게하란 말인가? AI가 그린 그림이 자신보다 잘 그렸다며 미대 진학을 주저하는 학생에게 무어라 조언해야할까? 유투브에 챗GPT 관련 영상을 보았다. 그리고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GPT - 마침내 찾아온 특이점'이라는 책이 가장 많이 팔리기에 이 책을 먼저 읽기로 했다.

 

책에 걸었던 기대만큼이나 실망도 크다. GPT에 대한 커다란 지식을 알려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유투브를 통해서 얻은 지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일부 지식은 유투브의 지식이 더 좋았다. 사막에서도 선인장이 자라듯이, 'GPT - 마침내 찾아온 특이점'이라는 책에서도 진주를 발견할 수 있다.

고 이어령 교수는 '말과 경쟁하려하지 말고 말에 올라타라'고 말했다. GPT와 경쟁하려하지 말고, GPT에 올라타야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챗GPT에 올라타기 위해서 어떠한 능력을 갖추어야할까? 말을 잘 부리기 위해서는 말에 대해서 잘 알아야한다. GPT를 잘 부리기 위해서는 챗GPT에 대해서 잘 알아야한다.

GPT는 숫자에 약했다. 달러를 원화로 환산하지 못해서 오류가 발생했다. 전문적인 지식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오류를 보이기도한다. GPT를 잘부리기 위해서는 챗GPT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질 수 있고, 그 질문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GPT를 자신의 일을 쉽게 수행하기 위한 안내자로 삼을 수는 있지만, GPT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면 사람이 말을 부리지 못하고 말이 사람을 부리게 되듯이, GPT가 사람을 부리게 된다.

GPT는 감옥에 보낼 수 없다. 의학과 법률 서비스를 받으며 조언을 얻을 수는 있지만, 최종 판단은 전문가가 해야한다. 의사나 판사와 같은 전문직의 일이 줄어들 수는 있으나 없어질 수는 없는 이유이다. GPT는 많은 의사와 판사들이 하는 일을 몇몇의 의사와 판사들이 할 수 있도록 해줄것이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여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챗GPT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 뿐만 아니라, 더 탁월한 전문적 식견이 필요하다.

 

저자 반병현은 의미 있는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

 

"ChatGPT는 편리한 미래를 향한 첫번째 여정일까요? 아니면 인간이 흩어진 모습 채로도 만족하고 살아가게 만들어 버릴 인류의 마지막을 향한 상냥한 작별 인사일까요?-157

 

GPT는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떠안겼다. 모든 것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듯이 챗GPT가는 우리 사회에 빛과 그림자를 던졌다. GPT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빛을 보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어둠속에 신음할 것이다. 그리고 챗GPT 속에서 안락하게 고립된 생활을 할 수도 있다. 인간은 챗GPT가 던진 빛과 그림자를 어떻게 승화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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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5-06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어령 교수님의 ‘말과 경쟁하려하지 말고 말에 올라타라‘ 는 말씀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글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는 챗GPT가 편리한 미래를 향한 첫번째 여정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났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강나루 2023-05-06 18:06   좋아요 1 | URL
저도 챗GPT가 빛이되길 바랍니다.
 
세상의 모든 전략은 전쟁에서 탄생했다 - 3040을 위한 인생 전략 특강
임용한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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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덩의 전장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통제 불가능한 괴물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공격이 최고의 전술이라는 사상을 맹신한 양측 지휘부는 이 괴물에게 끊임없이 병사들의 피와 살을 던져주었다."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 - P62

전쟁사를 검토해보면 패전과 실수에 대한 수많은 분석보고서가 있다. 그 글들을 가만히 보면 두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다. 하나는 ‘백성들이혹독한 고초를 겪었다‘든가 처참한 패배였다‘는 식으로 총괄적인 언급만하고 정작 패전의 원인은 거론하지 않고 슬쩍 넘어가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희생양을 찾아 모든 것을 그의 실수로 떠넘기는 것이다. 차마해피엔딩으로 바꾸지는 못하지만, 패전의 진실을 왜곡하거나 무시하기는 마찬가지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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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톨로지 - AI·메타버스 시대를 읽는 데이터인문학
김성태 지음 / 이른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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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과 메타버스의 시대 데이터를 인문학적으로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 책을 읽기로 선택했다. 이책은 데이터를 중심으로 데이터의 역사와 현대 사회의 데이터, 미래사회에서 감정의 중요성을 서술했다. 흥미로운 점은 데이터의 역사를 서술하면서 라이프니츠가 '0과 1'의 이진법을 만드는데 요아킴 부베 신부가 편지에서 '주역'의 64괘에 대해서 설명한 것이 영감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동서양의 기술과 문화가 좁촉하면서 융합되고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고 발전을 가속화 시킨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다. 인류 문명의 발전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오늘도 미래에도 동서양이 교류하고 융합하면서 발전한다. 

  데이터 산업의 발전은 인간을 보다 공간적으로 가깝게 만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교류하고 소통한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의 의견이 동등하게 소통될까? 책에 제시된 '노엘레-노이만의 침묵의 나선 모형'이 눈낄을 끈다. 소수 집단의 사고가 전체의견처럼 받아들여지고, 다수가 여론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침묵하는 양상을 '노엘레-노이만의 침묵의 나선모형'은 말한다. 침묵하는 대중은 소수 강력한 주장자에게 동조한다. 이는 여론을 조작하여 선거결과도 왜곡시킬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추론은 미래를 바르게 바꾸려하는자는 현재의 문제에 대해서 침묵하면 안된다는 진리를 가르쳐준다. 침묵하면 소수의 여론 조작자들에 의해서 진실이 묻힐 수 있다. 그 결과는 우리의 미래를 왜곡하고 그 댓가를 받게된다. 내일을 바꾸고 싶다면 오늘의 문제에 대해서 침묵하지 말자!

  메타버스와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미래사회는 유토피아일까? 디스토피아일까? 이에 대해서 단테는 '지옥 역시 인간 스스로가 자초하여 만든 장소'라고 말한다. 가상세계에 메몰되어 오늘의 삶을 살지 못하는 메트릭스 속의 인간이 될지, 유리가 누려보지 못하는 이상세계가 될지는 우리가 지금 어떠한 미래를 꿈꾸고 어떠한 사회를 만들려 노력하는가에 따라 달려있다. 캐시오닐은 '데이터 처리과정은 과거를 코드화할뿐, 미래를 창조하지는 않는다. 미래를 창조하려면 도덕적 상상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지나치게 과거를 코드화하는데 치중하여 미래를 창조하는데 필요한 도덕적 상상력을 무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강인공지능이 되려면 인간의 감정을 알아야한다. 인간의 감정을 가진 강인공지능이 탄생한다면 그 인공지능은 인간의 도덕성도 갖게될까? 혹시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인류를 멸망시키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는 않을까? 미래를 알 수 없기에 항상 두려움과 떨림 속에서 우리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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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의 현재적 기원 - 거대 농축산업과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지정학
롭 월러스 지음, 구정은 외 옮김 / 너머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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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스, 메르스,코로나19로이어지는 새로운 전염병 유행의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그때 그때 창궐하는 새로운 전염병을 두려워할뿐, 예전에는 없었던 전염병이 창궐하는 근본원인을 고민해보지 않았다. 아무런 죄도 없는 돼지, 소, 닭들이 산채로 압매장당하는 모습을 담은 뉴스를 보면서도 그 근본 원인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더 이상 근본원인에 무관심할 수는 없었다. 박쥐의 몸속에 수천년 동안 아무런 탈없이 잠들어 있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깨운 것은 무엇일까? 새로운 바이러스를 불러 낼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이라는 책을 꺼내 들었다. 


  저자 롭 월러스는 비장하게 서문을 써 내려갔다. 미국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쌍둥이 빌딩이 알카에다의 비행기 테러로 한순간에 무너져내렸다. 바로 그 자리, 그라운드 제로를 언급하며 거대 농축산업과 대결하는 자신의 결의를 다진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9.11 이후로 130만 명을 죽인 이 절대 권력은 자신의 핵심 교리를 모욕하는 자들에게는 더 없이 무자비하다. 그러나 나는 그 결과를 기꺼이 대면할 준비가 되어있다."-19쪽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세계 식량 산업을 거머쥐고 있는 거대 농축산업과 대결은 가시밭길이다. 그는 과거 수구 정권이 진보 인사를 탄압하듯이 그를 탄압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비장미가 넘치는 서문을 쓸 정도로 그는 인류를 절멸 시킬 수있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바이러스의 숙주인 거대 농축산업과의 싸움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인 문제일까? 거대 농축산업 덕분에 우리는 싼 가격에 고기와 야채를 먹을 수 있지않은가? 공장식 가축 사육은 무엇인 문제인가? 거대 농축산업이 더욱 커진다면 지구상에서 기아를 없앨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거대 농축산업의 팽창은 소규모 자영농을 몰락시킨다. 몰락한 그들은 살기 위해서 임야를 개간하며 야생 동물과 접촉한다. 때로는 살기 위해서 야생 동물을 사냥하다가 그들의 몸속에 있던 바이러스에 감연된다. 병원균으로서는 새로운 숙주를 얻는 행운 에 당첨된 것이다. 거대 농축산업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 수려한 밀림을 밀어내고 자신들의 왕국을 짓는다. 그 왕국에서는 닭이 60일을 살았지만, 이제는 40일을 살게 된다. 가슴살이 비대해지며 스스로의 발로 일어설수 없는 기형의 닭들이 조그만 닭장 속에서 빨리 살이찌고 재빨리 도축된다. 바이러스는 새로운 숙주의 몸에서 또다시 새로운 숙주를 만나는 여행이 시작한다. 어린 닭은 면역력이 낮기에 쉽게 집단 감염을 시킬 수 있다. 그러나 빨리 도축되기에 바이러스는 살아남기 위해서 분주히 움직여야한다. 그러는 과정속에서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탄생한다. 한순간에 그들은 닭들과 심지어는 사람까지도 죽음에 이르게한다. 

  놀라운 사실은 바이러스 사이에서, 혹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사이에서 서로 번식을 돕는 놀라운 공생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예로 헤르페스 바이러스와 HIV 바이러스가 서로 번식을 도울뿐만 아니라, 심지어 박테리아가 사람이 만들어 놓은 틀 숙에서 섞이고 짝을 이룰수도 있다. 박테리아들 끼리는 서로 유전정보를 주고 받으며 빠른 진화의 과정을 겪는다. 인간이 쫓아가기에는 그들의 진화 속도는 너무도 빠르다. 인류는 그들을 우습게 보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농촌의 마당에서 자라난 가축들은 나름데로 면역력을 가진다. 그리고 그들은 오랜동안 이루어진 진화의 혜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공장식 축산업에 의해서 만들어진 기형적 가축들은 그러한 혜택을 누릴 수 없다. 더욱이 거대 농축산업은 수직적계열화를 통해서 전염병의 세계화를 이룰수도 있다. 여기에 기후변화가 더해지면서 야생 동물이 보유하고 있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유입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항생제로 이를 막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내성을 진화시킨 병원균이 등장하고, 이전에 간염 시키지 못했던 종에게 병원균이 점프하여 감염시키고 있다. 바이러스는 영리하고 재빠르다. 그래서 저자 롭 월러스는 지리학자 제이슨 무어의 말을 빌어 "자본주의적 생산은 그 안에 전염병을 품고 있는게 아니라 그 자체가 전염병이다."(300쪽)라고 일갈한다. 자본은 바이러스를 불러들인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치명적 위협이 될텐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인류를 위협하는 인수공통전염병을 막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까? 저자 롭 월러스는 'One Health'를 제안한다. "자연, 인간, 동물의 건겅은 모두 이어져있으므로 인수공통전염병을 막기 위해서 환경과 농업까지 고려해 총체적으로 접근해야한다."(177쪽) 그렇다. 지구도 하나의 거대한 우주이다. 동물과 사람, 동물과 자연, 자연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동물, 자연, 인간을 별개의 통제 그룹으로 보는 인간의 오만함과 이기심을 거두지 않는다면 인류는 인수공통전염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One Health'를 인정한다면, 인간은 공장식 사육, 유전자 변형 작물 재배 등의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농축산업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깨달을 정도로 자본은 현명하지 않다. 

  자본은 현명하지 못하지만, 교활하다. 정치도 자본의 힘에 종속되어 있다. 교활한 자본의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미국에서 사람이 돼지에게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데도 정부는 그 돼지를 검사하려면 소유자의 허락을 받아야한다. 그뿐만 아니다. 돼지 바이러스 검사 결과가 연구자에게 제공되지도 않는다. 자본의 힘에 종속되고 그들에게 휘둘리는 정치권을 보면서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든다. 

  정치는 자본의 힘에 굴복할 뿐만아니라, 스스로 체제의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서 과학의 논리를 외면한다. 중국만이아니다. 인도네시아도 H5N1의 쌤플제공을 고부했다. 미국도 정치적 이유로 과학적 연구 결과를 왜곡한다. 저자는 '나프타 독감'이라는 용어를 창조했다. NAFTA 체결로 인해서 악성 바이러스는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급속한 전파가 가능해졌다. 새로운 바이러스의 유행이 가능한 것은 소규모 농장의 몰락과 다국적 거대 농축산업의 융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 권력은 이러한 진실에 눈을 감고 있다. '너희 나라의 잘못'이라며 팬데믹의 원인을 호도하며 자신의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바이러스 사육은 보지 못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중국이 보여준 모습은 다른 국가에게서도 관찰되는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가장 역겨운 사실은 "시스템의 실패가 오히려 정당성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242쪽) 즉, 공장식 대규모 가축 사육 시스템이 맹독성 바이러스의 진화를 촉발시키고 이것이 위생규정 강화로 이어진다. 강화된 위생규정을 갖추기 힘든 소규모 농가는 몰락하고 맹독성 바이러스의 천국인 대규모 가축 사육 시스템은 더욱 강하게 확장한다. 거대 농축산업의 교활함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거대 농축산업과 바이러스의 공생관계를 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절망감이 밀려온다. 


  이 책을 읽으며 거대 농축산업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있을까?, 바이러스와 싸워서 인류는 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절망적인 질문이 밀려왔다. 거대 농축산업과의 대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저자는 콕번의 말을 인용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헤시오도스와 오비디우스가 탄식했던 '철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용기를 잃지 않아야 할 이유가 있다. 상황을 바꾸면 풍요가 있다. 세상은 뒤집힐 수 있다.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다. 우리가 어디를 보고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안다면 황금 시대는 우리 안에 있다."-345쪽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어디를 보고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려면 나 혼자만 어디를 보고 무엇을 생각해야하는지 알아서는 부족하다. 내 이웃과 함께 할 때만이 '황금 시대는 우리 안에 있다.' 만일 내 이웃과 함께 진실에 눈뜨지 않는다면, 남북전쟁 이전 쓰레기 장에서 7블럭 떨어진 곳에서 노예가 길어온 물을 마시고 죽은 3명의 미대통령(제임스 포크, 재커리 테일러, 윌리엄 헨리 해리슨)과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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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6-28 0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강나루님 리뷰 반갑습니다. 이 책 언제 읽었던지...가물랑 하려던 참에 강나루님 리뷰도 다시 리마인드.
저는 롭 윌리스가 꽤 강한 기질(그걸 반항심이라하면 그의 저항정신을 가볍게 표현한 것 같고....)을 가진 학자구나 하며 흥미로웠던 기억이 나요.

‘황금시대는 내 이웃과 함께 할 때만....‘그런 대목이 있었군요. 메시지를 다시 확인하고 접수해갑니다. 덕분입니다

강나루 2022-06-28 04:3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학문의 세계는 진실이 지배하는 세계라는 환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진실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롭 윌리스의 책을 통해서 다시한번 깨달았습니다. 진실과 대면하는 용기는 정치인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