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의 발견 - 카피라이터 유병욱이 말하는 평소의 관찰, 메모, 음악, 밑줄
유병욱 지음 / 북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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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함을 원합니다. 독특하고 새로운 것을 찾습니다. 현재의 힘겨움을 잊게 해줄 자극적인 미디어들에 기웃거립니다. 그 근원을 들여다봅니다. 실은 따스함을 원합니다. 배려와 수용을 기대합니다. 들어줄 사람, 안아줄 사람을 찾았습니다. 사랑과 평안으로 충만해지고 싶습니다.


곰곰하게 떠올려보면 그러한 행복의 순간은 특별한 시간과 장소에서 경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주 보지 못했던 사람과의 만남에서 누렸던 것이 아닙니다. 우리를 가슴 뛰게 하고, 충만하게 했던 것은 내 옆의 사람이 웃을 때였습니다.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기뻐할 때입니다.


그렇게 간절하게 찾아 헤매었던 보석들은 일상에 숨겨져 있습니다. 평소에 마음을 다할 때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정받고 이해받을 때도 좋지만, 진심으로 한 사람을 끌어안고 함께 아파할 때 참 행복이 있습니다. 그를 위해 함께 눈물 흘리고,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을 때 온 세상을 품는 경험을 합니다.


'평소'의 위대함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카피라이터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유병욱. 그는 이 책 『평소의 발견』을 통해 그저 흘려버리기 쉬운 '평소'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찬란한 순간을 언어로 담아야 하는 카피라이터이지만, 그러한 순간이 곧 '일상'이었음을 알게 된 것이죠.


저자가 밑줄 친 세상은 휘황찬란하지 않습니다. 특별하지도 새롭지도 않은 듯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상큼함과 신선함이 있습니다. 누구나가 경험했을 법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소중하게 대할 때 비범한 문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겸허하게 삶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일상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관찰자의 시선이겠네요. 주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과 시기보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자세입니다. 비로소 우리에게 '평소'는 말을 겁니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입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기억합니다. 서툰 솜씨의 요리이지만, 엄지 척을 해주며 춤으로 맛을 표현하는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너무나 힘겨워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내려놓고 함께 함의 소중함만을 기억하자고 도닥여주던 손길을 생각합니다.


저자는 일상의 관찰자임과 동시에 문장을 줍는 문장 수집가입니다. 그의 가슴 한켠에 쌓인 문장들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새로운 힘이 됩니다. 평소에 밑줄 긋고, 메모했던 소중한 문장들이 나를 지탱하게 합니다. 누군가를 살리게 합니다. 평소는 참으로 큰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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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쓰는 일기
허은실 지음 / 미디어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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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쓴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소설에서 볼 수 없는 작가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에 고민하고, 어떤 삶을 사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묘한 감정선의 이유를 에세이를 통해서 알게 됩니다. 작가들의 존재를 형성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기에 참 좋습니다.


시인이 쓴 에세이는 어떠한가요? 단어 하나하나가 허투루 쓰이지 않음을 느낍니다. 분명 구구절절 풀어놓은 긴 문장임에도 문장들이 얽히고설켜 시로 읽힙니다. 작가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고, 그 이면의 상황과 사건들을 알게 되니 문장들은 더욱 견고하면서도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의 작가 허은실은 이 책 『내일 쓰는 일기』를 통해 여덟 살 딸과 보낸 제주도에서의 1년을 그려냅니다. 슬픔을 간직한 땅,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그곳. 시인은 사람과 풍경,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아냅니다.


신기하게도 아름다움에는 눈물이 뒤따르네요. 기쁨과 슬픔이 공존합니다. 삭막하고 냉정하게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정겹고 따뜻한 곳입니다. 멀찌감치 뒤처진 사람을 배려하여 함께 가자고 손 내미는 곳입니다. 이곳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겠네요.


작가는 딸과의 일상을 써 내려가면서도 제주의 아픔을 잊지 않습니다. 여전히 지속되는 그 슬픔은 제주만의 것이 아닙니다. 더하여 아름다움이 훼손되는 제주의 모습을 슬퍼하며 한탄합니다. 자연과 바람, 숲이 주는 평안함과 경이로움을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진하게 묻어납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문장들에 제주만의 언어와 풍경이 우리에게 그대로 전달됩니다. 책을 읽으며 잠깐 제주를 느낍니다. 땅과 숲의 향내를 맡습니다. 새의 지저귐을 듣습니다. 찬란한 빛이 반짝이는 바다를 보게 됩니다. 따스함을 간직한 당신들을 만납니다.


우리는 무엇에 홀린 듯 살아갑니다. 아무도 뒤쫓아 오지 않는데 허겁지겁 달려갑니다. 일상을 시인처럼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유 있게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걸어가 봅시다. 빼곡한 삶보다는 듬성듬성 비어있는 일상도 괜찮다 생각 듭니다. 누군가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 정도는 마련해 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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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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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행복이란, 우리의 일상에 비밀스레 숨겨져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적극적으로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거든요. 갑작스레 짠하고 나타나는 경우도 드문 것 같아요. 주변에 꼭꼭 숨어 있어 쉽게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네요. 그래서 신중하게 찾아보고 있어요.


참으로 신기한 것은 행복이란 것이 상황과는 상관이 없다는 거예요. 물론 비극적인 순간에 행복을 느끼기는 어렵겠지요. 풍족하고 만족스러운 순간에 행복을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힘든 와중에도 행복을 느낄 수가 있거든요.


절망의 순간 함께해 준 위로와 응원이 그 어떤 상황에서보다도 더욱 벅차게 느껴졌어요. 물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실타래이긴 하지만, 분명 그 어디쯤에서인가 '행복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비합리적인 강요와 압박, 교묘한 술수 속에서도 여전히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것이 참 큰 힘이 되더라고요.


백수린 작가의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은 누구나 느끼는 행복한 환경을 말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보이는 행복함, 쉽게 휘발되는 만족을 말하지 않아요. 힘겹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그 안에서 경험하는 끈끈하고 농도가 매우 짙은 행복을 저자의 글에서 발견하게 돼요.


작가는 자신의 공간과 시간을 추억해요. 그곳은 서울이지만 세련된 건물이 없는 곳이에요. 좁은 골목과 비탈, 낡은 집으로 이루어진 동네예요. 주민들은 이곳의 속도와 리듬을 즐겨요. 작가도 이러한 질서를 존중해요. 그러면서 주위를 둘러봐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노을의 아름다움을요.


작가가 그려내는 세상에서는 부와 가난도 뒤바뀌어요. 타인에게 자신의 것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끊임없이 자신의 손익을 계산하며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사람보다도 더 많이 가진 사람인 것이죠. 에어컨이 없어도 함께 웃고 떠들며 마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 것이 더 행복한 사람인 거예요.


인근에 사는 친한 언니와의 식사 자리에서 했던 말이 떠올라요. "사는 건 자기 집을 찾는 여정 같아...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과 평화롭게 있을 수 있는 상태를 찾아가는 여정 말이야." 각자가 다른 방식으로 목적지를 향해 가지만, 어쩌면 우리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여행자인 것 같아요.


행복을 발견하는 삶은 마냥 기쁨 가운데 있지는 않아요. 슬픔을 안고 살아가죠. 그럼에도 작가는 마주하는 일상에서 의미를 찾아요. 능동적이고 주체적이지만, 그러한 삶의 의미가 선물이라는 것도 잘 알아요. 내가 쟁취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이 울부짖고 싸웠던 것들이었어요.


맞아요. 우리네 삶은 여전히 골치 아파요. 분투하는 삶이지요. 뭔가 딱딱 맞아들어가지를 않아요. 한쪽이 맞춰지면 다른 쪽은 무너져요. 그럼에도 주변을 둘러보면 곳곳에 여전히 사랑이 움트고 있어요. 아직은 살만해요. 오랜만에 느끼는 행복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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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나를 깨부수는 망치
지식공동체 Meta 지음 / 북포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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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이나 성품의 변화는 매우 더딥니다. 실상 거의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최소한의 배려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했다가 번번이 실망한 적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유익과 손해를 재빠르게 계산하지만, 상대방의 상황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수년 전의 첫 만남에서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간혹 긍정적 변화를 보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의 공통점은 배움에 있습니다. 배움의 통로는 만남입니다. 사람과의 관계나 책과의 만남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삶의 지혜를 깨닫게 됩니다. 자신을 정직하게 돌아보아 자신의 허물과 그릇된 세계관을 깨뜨릴 준비가 된 사람만이 변할 수 있습니다.


책과 사람을 통해 자신을 뛰어넘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원하는 지식공동체 Meta. 이곳에 소속된 11명의 저자는 이 책 『독서, 나를 깨부수는 망치』를 통해 자신의 변화를 각자의 언어로 풀어냅니다. 함께 읽고 나누며 움트게 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들려줍니다.


지혜로운 사람(혹은 그런 사람이 쓴 책)을 만나면서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고 성숙하게 됩니다. 일차적으로 자신을 정직하게 돌아보게 됩니다. 진지하고 진실한 자신과의 대면은 자신의 부족함과 약함, 악함을 인식하게 합니다. 그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삶이 무너지는 경험을 동반합니다.


만남(독서)은 자기 직면 이후의 우리에게 공감할 수 있는 힘을 선물합니다. 그동안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억울함과 분노를 넘어서 타인과 그의 삶을 이해하는 지경까지 나아가게 합니다. 깊은 감정 이입을 통해 나에게만 맞추어져 있었던 시선이 타인에게로 향하게 됩니다. '나'의 고통에서 '너'의 슬픔을 읽어냅니다.


가령 윤한나 작가의 '인생아, 안녕'에서는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을 통해 어머니의 삶을 반추합니다. 어머니가 경험했던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혼불』에 나오는 여자들의 삶을 통해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한 공감은 우리에게 새로운 힘을 더하여 줍니다. 인생을 살아지게 하는 놀라운 능력입니다.


자신을 대면하고, 타인을 공감한 사람은 세상을 사랑하게 됩니다. 탐욕에 지배당하지 않고, 자기 안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너'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입니다. 자연을 느끼고, 주변을 돌아보아 '함께'를 고민합니다. 사랑으로 가득 차 있는 세상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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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_하나님의 흔적 1 - 40인의 일상 속에 새겨진 하나님의 흔적
신재철 지음 / 세움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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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에 기록된 한 문장만으로 그 사람을 알 수 없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자신의 잇속만 차리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공동체의 상황보다 자신의 앞날을 더 생각하는 사람으로 느껴집니다. 그 사람만 포기하면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을 텐데, 왜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렇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느낍니다. 더 내밀한 사정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공동체의 리더와 그 공동체가 처음부터 매우 큰 실수와 강요를 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제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공동체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여러 상황과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습니다. 그 사람의 인생을 이해할 때 그 사람을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서사는 각자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뜻과 소명을 인식하게 만듭니다. 나의 필요로 인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되는 귀한 존재인 것입니다.


『만화방 교회 이야기』의 저자 신재철 목사는 '좋은 인터뷰'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위해 살아갑니다. 사역자, 기업인, 의사, 강사, 작가, 예술가 등, 이 책에서 등장하는 사람들의 직업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저자는 코로나로 인해 대면접촉이 제한되던 때에 보다 의미 있는 사역에 대한 고민을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좋아했던 찬양사역자들의 근황이 궁금했고, 이분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러한 여러 차례의 만남이 이 책으로 열매 맺습니다.


저자는 각자의 이야기를 터 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최대한 자신의 역할을 제한하고, 상대방이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끔 말입니다. 저자와 함께 하는 사람들은 진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인생을 살아오며 느꼈던 여러 감정과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는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됩니다.


이들은 자신이 경험한 삶의 고통과 성장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안에 매 순간 함께하신 분의 더 큰 이야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아픔의 순간에 우리는 그분을 잊었을 수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눈물 흘리시며 우리와 함께 계셨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하여 40인의 이야기는 일상 가운데 함께 하셨던 하나님을 향하게 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다양하게 변주됩니다. 놀라운 하모니를 만들어냅니다.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 경험한 그들만의 이야기가 이제 삼위일체 하나님을 향한 아름다운 노래가 됩니다.


이야기가 가진 힘은 '너'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확장된다는 데 있습니다. 홀로 경험하는 외로운 싸움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그 싸움을 함께 한 동료들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 가운데 함께 하셨던 하나님을 우리 또한 경험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도 함께 노래합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하나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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