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찌모찌의 맛있는 책 읽기

말과 글로 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고단합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화자와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소통의 오류는 자주 발생합니다. 그것은 메시지의 내용 자체의 한계일 수도 있고, 전달하는 방식에서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설득의 과정에서 내용과 전달 방법에 대해 동시에 고민해야 합니다. 탁월한 원고를 작성하였다 하더라도 전달하는 방식에서 그것을 충분하게 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달변가이지만 다 듣고 나면 오히려 헛헛한 경우도 있죠. 내용 자체가 알차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배열하고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논리적으로 탄탄하게 구성을 하면서도 그 내용을 청중들에게 적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성만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서와 의지의 변화 또한 필요한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에드워드 P. J. 코벳(Edward P. J. Corbett)과 로버트 J. 코너스(Robert J. Connors)는 이 책 『한 권으로 읽는 수사학』을 통해 수사학의 기본과 실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말과 글을 통해 소통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초부터 실전까지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고대로부터 수사학은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학문이었습니다. 설득과 소통은 예나 지금이나 매우 필요합니다. 이전에 비해 학문 자체로서의 관심은 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말과 글은 청중이나 독자들의 삶에 유의미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수사학은 필수적인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고전 수사학을 통해 수사학의 원칙들을 설명합니다. 이후에 수사학에서의 세 가지 요소인 논증과 배열, 양식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자료를 어떻게 파악하고 배치하며, 그것을 최적의 방식으로 전달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자세하게 이야기합니다

특히 위대한 작가와 웅변가들의 메시지를 통해 그 장에서 전하고자 하는 원칙에 알맞은 분석을 해나가는 것이 이 책의 백미입니다. 딱딱한 이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그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레이첼 카슨(Rachel Louise Carson)과 소크라테스(Σωκράτης), 마틴 루터 킹 주니어(Martin Luther King Jr.),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등의 메시지는 그 자체로도 다채롭고도 풍성합니다.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석하며, 독자들은 보다 분명하게 그들의 의도를 파악합니다.

말과 글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큰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책입니다. 다소 방대하지만 원리들을 배우면서 실제적인 적용들을 익혀나간다면 재미있게 수사학의 기본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탁월한 메시지를 아름답게 전달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묵묵하고 겸허하게 배움의 길을 걷습니다.

특별함을 원합니다. 독특하고 새로운 것을 찾습니다. 현재의 힘겨움을 잊게 해줄 자극적인 미디어들에 기웃거립니다. 그 근원을 들여다봅니다. 실은 따스함을 원합니다. 배려와 수용을 기대합니다. 들어줄 사람, 안아줄 사람을 찾았습니다. 사랑과 평안으로 충만해지고 싶습니다.

곰곰하게 떠올려보면 그러한 행복의 순간은 특별한 시간과 장소에서 경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주 보지 못했던 사람과의 만남에서 누렸던 것이 아닙니다. 우리를 가슴 뛰게 하고, 충만하게 했던 것은 내 옆의 사람이 웃을 때였습니다.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기뻐할 때입니다.

그렇게 간절하게 찾아 헤매었던 보석들은 일상에 숨겨져 있습니다. 평소에 마음을 다할 때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정받고 이해받을 때도 좋지만, 진심으로 한 사람을 끌어안고 함께 아파할 때 참 행복이 있습니다. 그를 위해 함께 눈물 흘리고,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을 때 온 세상을 품는 경험을 합니다.

'평소'의 위대함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카피라이터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유병욱. 그는 이 책 『평소의 발견』을 통해 그저 흘려버리기 쉬운 '평소'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찬란한 순간을 언어로 담아야 하는 카피라이터이지만, 그러한 순간이 곧 '일상'이었음을 알게 된 것이죠.

저자가 밑줄 친 세상은 휘황찬란하지 않습니다. 특별하지도 새롭지도 않은 듯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상큼함과 신선함이 있습니다. 누구나가 경험했을 법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소중하게 대할 때 비범한 문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겸허하게 삶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일상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관찰자의 시선이겠네요. 주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과 시기보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자세입니다. 비로소 우리에게 '평소'는 말을 겁니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입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기억합니다. 서툰 솜씨의 요리이지만, 엄지 척을 해주며 춤으로 맛을 표현하는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너무나 힘겨워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내려놓고 함께 함의 소중함만을 기억하자고 도닥여주던 손길을 생각합니다.

저자는 일상의 관찰자임과 동시에 문장을 줍는 문장 수집가입니다. 그의 가슴 한켠에 쌓인 문장들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새로운 힘이 됩니다. 평소에 밑줄 긋고, 메모했던 소중한 문장들이 나를 지탱하게 합니다. 누군가를 살리게 합니다. 평소는 참으로 큰 힘이 있습니다.

소설가가 쓴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소설에서 볼 수 없는 작가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에 고민하고, 어떤 삶을 사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묘한 감정선의 이유를 에세이를 통해서 알게 됩니다. 작가들의 존재를 형성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기에 참 좋습니다.

시인이 쓴 에세이는 어떠한가요? 단어 하나하나가 허투루 쓰이지 않음을 느낍니다. 분명 구구절절 풀어놓은 긴 문장임에도 문장들이 얽히고설켜 시로 읽힙니다. 작가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고, 그 이면의 상황과 사건들을 알게 되니 문장들은 더욱 견고하면서도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의 작가 허은실은 이 책 『내일 쓰는 일기』를 통해 여덟 살 딸과 보낸 제주도에서의 1년을 그려냅니다. 슬픔을 간직한 땅,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그곳. 시인은 사람과 풍경, 일상의 아름다움을 담아냅니다.

신기하게도 아름다움에는 눈물이 뒤따르네요. 기쁨과 슬픔이 공존합니다. 삭막하고 냉정하게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정겹고 따뜻한 곳입니다. 멀찌감치 뒤처진 사람을 배려하여 함께 가자고 손 내미는 곳입니다. 이곳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겠네요.

작가는 딸과의 일상을 써 내려가면서도 제주의 아픔을 잊지 않습니다. 여전히 지속되는 그 슬픔은 제주만의 것이 아닙니다. 더하여 아름다움이 훼손되는 제주의 모습을 슬퍼하며 한탄합니다. 자연과 바람, 숲이 주는 평안함과 경이로움을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진하게 묻어납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문장들에 제주만의 언어와 풍경이 우리에게 그대로 전달됩니다. 책을 읽으며 잠깐 제주를 느낍니다. 땅과 숲의 향내를 맡습니다. 새의 지저귐을 듣습니다. 찬란한 빛이 반짝이는 바다를 보게 됩니다. 따스함을 간직한 당신들을 만납니다.

우리는 무엇에 홀린 듯 살아갑니다. 아무도 뒤쫓아 오지 않는데 허겁지겁 달려갑니다. 일상을 시인처럼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유 있게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걸어가 봅시다. 빼곡한 삶보다는 듬성듬성 비어있는 일상도 괜찮다 생각 듭니다. 누군가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 정도는 마련해 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