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폐 아들을 둔 뇌과학자입니다
로렌츠 바그너 지음, 김태옥 옮김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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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폐증은 오래된 증상이다. 과거 인구 만명당 1명의 비율로 나타났지만 지금은 68중 1 명 정도로 나타날 정도로 빈번해지고 있다. 우리는 한 때 자폐를 정신질환의 하나로 취급했고, 오늘날도 이런 전통적 관점은 상당히 남아있지만 최신의 연구결과는 자폐를 인간의 다른 특성 중 하나이거나 진화의 최신으로 보는 관점도 나타나고 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예전에 본 영화에선 지구 멸망 직전 몇몇 인류를 구출하는 외계인이 자폐인을 꼭 챙기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유인즉슨 '그 이가 인간 중 가장 진화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영화의 장면은 이런 최신의 관점이 반영된 것이겠다.

 이 책은 뇌과학자 헨리마크람과 그 가족의 일대기와 연구를 다룬 책이다. 그리고 그들의 연구의 중심엔 마크람의 아들 카이가 자리한다. 카이는 마크람의 셋째 아들이며 유일한 아들이며 자식중 오직 자폐증을 갖고 있다. 마크람은 여느 다른 부모들처럼 자신의 아들이 자폐라는걸 늦게 알아차린다. 자폐의 전형적 모습은 공감능력의 결여와 사람을 피하는 증상인데 카이는 너무나도 사람을 좋아하고 보는 사람마다 말을 걸어 지나치게 사회친화적이었기 때문이다. 마크람은 단지 자신의 사랑스런 아이를 ADHD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결론을 자폐였다.

 마크람은 그런 카이에게 어려서부터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유명한 동료뇌과학자들의 컨설팅을 받기도 하고 다양한 나라를 여행한다. 그리고 그 자신이 이스라엘과 독일, 스위스, 미국으로 연구거쳐를 자주 옮기기도 했다. 참고로 마크람은 남아공 태생이며 카이의 어머니는 이스라엘 사람이다. 상당히 다양한 국제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가정환경이다. 대개 이런 환경은 다언어적 가정은 보통의 아이들에겐 중요한 경험이 되겠지만 카이에겐 오히려 독이된다. 이런 걸 마크람이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마크람은 새로운 아내 카밀라와 카이를 키우며 자폐증을 연구한다. 자폐증과 관련한 유전자 200여개를 밝히고 자폐증에 관여하는 다양한 약물이나 환경이 무엇인지 알아내며, 그리고 어째서 자폐증이 발현하는데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지 밝히는 것이었다.(자폐증을 발현하는데 수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많은 자폐 부모들은 아이가 원래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증상을 좀처럼 인정하지 못하게 된다. 또한 환경, 즉 자신들의 탓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들은 쥐를 통한 동물실험을 했는데 임신상태에서 약물을 주입해 쥐에게 자폐증을 유발하고, 뇌를 슬라이싱하고 죽지 않게 뇌수에 담근 상태에서 자극에 대한 반응을 살피는 것이었다. 그들 역시 처음엔 전통적 관점에 빠져있었기에 자폐는 자극에 대해 둔감한 것이라 생각했다. 낮은 지능과 공감능력의 부족, 사회성의 부족과 언어능력 및 낮은 운동능력이라는 자폐의 전형적 특징은 감안한다면 이는 필시 기능의 부족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험결과는 정반대였다. 자폐증의 뇌는 자극에 둔감한게 아니라 일반뇌보다 훨씬 강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즉, 자폐증은 뇌의 기능이 약한 것이 아니라 뇌의 기능이 오히려 강하여 발생하는 문제였던 것이다. 그리고 마크람과 연구팀은 이를 강렬한 세계 이론이라 불렀다. 자폐인은 뇌의 처리 능력 및 기억능력이 지나치게 우수하기에 일반 세계의 자극이 고통스러울 정도이기에 자폐의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너무 잘 알아차리고 사람의 표정이 보여주는 미묘함을 너무 잘알기에 눈을 마주치는게 힘들다. 세계의 작은 소리가 너무나도 강렬하고 크게 다가오기에 귀를 막게 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공감하고, 관심이 있기에 오히려 다가가는게 너무힘들어진다.  그리고 이런 엄청난 자극을 뇌가 감당하지 못해, 뇌가 무척이나 뛰어남에도 오히려 발달 및 학습이 늦어지고 만다. 이게 그들의 이론이다.

 이는 자폐인 그리고 그들의 부모, 다른 연구자들로부터 폭발적 반응을 불러온다. 결국 자폐인들이 일반인들을 이해하지 못했던게 아니다. 그들은 일반인들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었고, 너무나도 잘 이해하는 그들의 모습을 오히려 일반인들이 공감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공감능력의 부족은 결국 일반인의 몫이었던 것이다.

 그렇게이 마크람에 의하면 자폐인은 어려서부터 보호받아야할 필요성이 생긴다. 뇌가 너무나도 자극과 그 처리에 예민하게이 비 자극적인 환경과 외부세계로의 노출이 천천히 순차적으로 이루어져야한다는 것이다. 빠른 학습도 필요없다. 준비하게 기다려주면 오히려 뇌 기능이 뛰어나기에 빠르게 학습하여 따라갈 수 있다.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 만큼 준비할 시간을 주고, 오래 기다려주는게 답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그들의 주변에는 공감하고, 사랑해주고 힘이되어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진정성이 필요한데, 자폐인은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연구결과 자폐인은 뇌가 안정된 환경에서 일반적인 뇌보다 42%나 빠른 정보처리 속도를 보였다. 또한 자폐인은 천재와 공통적으로 1번염색체에서 같은 유전 변이를 보였다. 양자의 공통점은 엄청난 집중력과 끈기, 기억력과 지각력이었다.

 현재 자폐인과 우울증 외 정신질환은 나날이 많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진단기술의 양적 질적 발전에서 원인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마크람은 그것보다는 현대과학기술의 발달과 도시화로 어려서부터 뇌가 강하게 자극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을 꼽는다. 강렬한 세계 이론에서처럼 자폐인의 뇌가 계획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보호받을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 이런 안정적인 환경에선 자폐로 나타날 뇌도 안정을 찾고 자폐의 놀라운 기능은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날은 아니다.

 자폐인은 책에서 나온것처럼 뇌가 꾸준히 진화한 산물일 수 있다. 어쩌면 그들의 뛰어난 정보처리능력과 민감성은 미래사회에 더 적합한 것일지도 모른다. 앞으론 데이터라는게 폭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이해하고 사회에 정착할 수 있게 이해하고 돕는 건 인권의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혹시 아는가 언젠가 우리의 후손은 모두 자폐인으로 가득찰지. 과거 호모사피엔스가 다른 호모족들을 모두 대체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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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속으로 간 이해중심 교육과정 이론과 실천이 만나다 1
온정덕 외 지음 / 살림터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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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라는 말은 다른 말처럼 넓은 층위를 가진다. 보통 상대방의 말이나 상황을 받아들이면 이해했다고 우리는 말한다. 하지만 교육에서 이해는 개념이나 원리를 알았음을 의미한다. 교육에서 가장 안좋은 이해의 의미는 어찌보면 선다형 문제의 원리는 이해하지 못한채 문제만 풀수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우리는 이 경우도 오랫동안 이해로 인정해왔다.(복잡한 수학공식을 외우고 혹은 문제풀이 방법만 외워서 해결한 경우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교육계의 이해의 의미는 변했다. 지금의 이해는 개념이나 원리를 파악하고 내면화한 후 더 나아가 새로운 상황이나 맥락에 적용하여 활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런 능력을 역량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하여튼 지금 이런 수준의 진정한 이해를 할 수 있는 인재를 미래사회는 원하고 있고, 이에 맞추어 교육과정도 이해중심교육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이해중심교육과정은 1998년 미국의 위긴스와 맥타이가 창안했는데 이 책은 그 이론적 배경과 실제사례로 이루어졌다.

 이해중심교육과정은 미국에서 학생들이 교육과정을 이수 한 후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실증적 질문에서 출발했다. 교육과정을 이수하긴 했고, 점수도 어느정도 얻긴 했는데 당최 뭘할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뾰족한 답이 없었던 것. 그래서 교육과정 이수후 도달행동수준으로 성취기준이란게 등장했다. 성취기준이란 기본적으로 문제해결, 즉 수행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므로 이를 평가하기 위해 당연히 수행평가란 개념도 등장했다. 이게 98년의 일로 우리의 7차교육과정도 이를 즉각도입했다.

 이해는 무언가를 파악하고 내면화한 후 적용까지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추론과 전이, 패턴화한 지식 세가지의 단계로 구성된다. 추론은 첫단계로 교과의 구조를 이해하는 단계다. 학습자는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고 패턴이나 구조를 파악하는 사고과정을 거친다. 이를 하려면 기존의 선경험과 선지식이 중요한데 그래서 각 교과엔 무언가를 배우기전에 기존 경험과 관련하는 부분이 있다. 전이는 배운것을 새롭게 적용하는 과정이다. 습득한 지식, 기능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결과물을 산출하는 것이다. 패턴화한 지식은 더 나아가 배운것을 완전히 자기것으로 만든 상태로 일반화의 상태에 도달했다. 때문에 이 부분에선 자기만의 언어나 방식으로 배운 것을 표현하는 과정을 거친다. 법칙이나 원리도 만들어볼만한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이해의 대상으로는 각 교과의 학습내용 즉, 사실과 정보, 개념이나 기능, 원리나 법칙, 일반화가 있다. 이중 이해중심교육과정의 목표는 학생이 개별적 사실을 잊어도 그 핵심원리를 잊지 않는 영속적 이해에 도달하는 것으로 당연히 그 대상을 일반화 및 원리, 법칙의 이해다. 개념이나 기능은 사고를 불러일으키고 학생을 영속적 이해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며, 사실과 정보는 개념이나 일반화의 예에 불과하다. 기능은 교육내용으로 가르쳐야 할 것이며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으로 중요하다.

 하여튼 이해에 도달하기 위해서 이해중심교육과정에서는 핵심질문이란 것을 구성한다. 이는 학생의 사고를 촉진하고 핵심개념과 일반화에 비추어 의미구성을 돕는 것으로 학습자들이 단원전체에 걸쳐 논쟁하고 탐구하며 결론을 도출하도록 이끈다. 형태는 당연히 개방적이다. 핵심질문을 만드는 방식으로 7가지를 제시하는데 우선 가르치고자하는 핵심내용에서 추출하는 것이다. 예로 삼권분립이란 핵심개념을 가르치기 위해 '권력의 남용은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라고 핵심질문을 만들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성취기준에 제시된 동사와 명사를 구분하여 만들기, 학생이 도달하기 위한 이해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만들기, 학습자의 오개념을 고려하여 만들기, 이해의 여섯가지 측면을 생각하여 만들기가 있다.

 이해중심교육과정을 통해 핵심질문과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평가를 제기했다면 마지막 단계는 학습활동의 구성이다. 학습활동은 WHERETO로 구성한다.

Where/why-단원의 궁극적인 목표와 방향은 무엇인지

Hook-관심을 집중시키고

Explore/ebable/equip-과제수행에 필요한 지식, 경험, 노하우를 갖추게 하고

Reflect/rethink/revise-핵심아이디어들을 다시 생각하고, 반성, 수정하며

Evaluate-과제의 진행을 스스로 평가할 기회를 주고

Tailored-학습자 개개인의 강점, 재능, 흥미를 적합한 방식으로 다양화하고

Organize-깊이 있는 학습을 최적화하도록 조직

 마지막으로 이해중심교육과정에서 교사의 역할이다. 교사는 개념적으로 사고하여 학생이 무엇을 이해할수 있어야 하고, 가르칠만한 가치가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즉, 이해의 대상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식의 전달자가 아닌 안내자이나 촉진자로 활동해야하며, 학생의 사고와 오개념을 중간에 드러내고, 평가설계자처럼 항상 사고하고 단원을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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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내부자들 - 민주적인 학교를 위하여
박순걸 지음 / 에듀니티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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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집단은 교육공무원으로 관료제 성격을 강하게 지닌 집단이지만 그러면서도 자율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폭넓은 자유를 누리는 이완적 집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사집단은 두 상반된 성격중 확실히 관료제 성격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데 이는 근원적으로 자율성과 전문성보다는 중앙집권적 통제에 따를 것을 요구하는 교육부와 교육청을 통한 정부의 강력한 통제때문이고, 학교 내부적으로는 이들의 충실한 시녀인 관리자들 때문이다.

 교사집단은 다른 일반 공무원들과는 다르게 어찌보면 상당히 수평적인 집단이다. 경력이 쌓이면 꾸준히 급수가 올라가며 직위가 변하는 일반직에 비해 교감이나 교장으로 승진하는 트랙외에는 경력이 아무리 쌓여도 여전히 평교사이기 때문이다. 경력차와 호봉차는 꽤 나겠지만 30년차 교사와 처음 임용된 신규교사는 같은 평교사다. 하지만 그럼에도 교장, 교감의 지휘아래 일사불란하게 수직적으로 움직인다.

 문제는 이런 관료적이고 수직적인 성격이 민주시민을 길러내야 하는 학교 현장에 정작 민주주의가 꽃피우지 못하게 하고, 교육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교감, 교장이라는 관리자들 역시 이전엔 20여년의 경력을 가진 교사였다. 하지만 이들은 관리자가 되는 순간 놀랍게도 탈바꿈하며 교사들과의 동료성과 연계성, 수평성, 민주성을 상실하게 된다. 그 원인으로 저자는 관리자의 소통능력 상실, 공동체를 담아내는 리더십의 부재, 교육적 소신의 부재, 교장실로 중앙집권화하려는 성향을 꼽는다.

 교감, 교장이라는 관리자가 교육부와 교육청의 말에 순응하게 되는데는 또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교육청이 교감과 교장의 승진과 중임에 대한 권한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교감의 경우 교장승진을 위한 근무평가 성적을 교장과 교육청으로부터 받는다. 각각 50%씩 받게 된다. 이 경우 교감은 대부분 교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기에 만점을 받아오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실상 변별력은 교육청이 쥐게 된다. 때문에 각 학교의 교감들은 교육청의 사업추진이나 연수, 교사동원 요구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고, 이는 학교 현장에 부담으로 가중된다. 교장역시 마찬가지여서 중임을 위해 교육청의 요구에 민감할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책은 학교 민주화와 교육 본연의 목적을 살리기 위해 결국은 승진제도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감, 교장의 승진 및 중임에 과감히 같은 학교 교원의 점수를 반영시켜 보다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를 만드는 것이 방법이고, 또 다른 방법은 순환보직제다. 학교내부에서 교직원, 학부모, 학생등의 의견 수렴을 통해 교장이나 교감을 보직제처럼 선발하고, 일정 임기후 다시 교원으로 돌리는 제도다. 역시 상당한 민주성과 수평성을 담보할수 있는 방법이다. 교장공모제의 확대도 주장하는데 연구결과 일반 중임교장과 초빙교장, 내부형 교장 공모중 가장 교육만족도가 높은 형인 내부형 공모교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자율학교로 지정된 학교만이 이것이 가능해 상당한 한계가 있다.

 학교본연의 목적을 살리지 못하는 이유중 또하나는 바로 교사가 교사 본연의 목적인 교육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초중등 교육법에 의하면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라고 되어 있으며 학급담당교원은 학급을 운영하고 학급에 속한 학생에 대한 교육활동과 그와 관련된 상담 및 생활지도 등을 담당한다.'라고 명기되어 있다. 그 어디에도 학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행정업무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이다. 초중등교육법상으론 학교에서 발생하는 행정업무는 행정실에서 처리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학교의 성격상 교육과 그 외의 것이 딱 부러지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 경우 행정실과 교사간 줄다리기가 벌어지며 대개 승자는 관리자에 의해 결정된다.

 또한 법령에 의거하여 교육청의 질의하면 그들은 결국 애매하고 안타깝지만 각 단위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비겁한 답변만 내놓는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교육당국과 청이 확실한 입장을 그어야 한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교육청엔 교수학습지원과와 행정지원과가 있는데 교수학습지원과에서 오는 공문은 교사가 모두 처리하지만 행정지원과의 공문은 행정실에서 모두 처리하는게 아닌 교사가 처리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내용을 정리하면 학교교육 본연의 목적을 살리기 위해선 교감과 교장이 변해야 하며 자율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에 결국 승진제도와 교직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교육청, 교육부단위에서 교원을 행정업무로부터 해방시켜 교원업무를 정상화해야한다는게 골자다.

 글쓴이는 경상남도의 현직교장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관리자들에게 시달린 끝에 더 큰 선한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승진을 결심했다고 한다. 저자는 교감이면서도 교원들이 수업에 전념할수 있도록 자신이 직접 방과후나 돌봄등 교육외적이라고 생각되는 즉, 교사의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무부장이 하고 있는 각종 행사의 진행을 본인이 담당해 교무부장 교사를 아이들에게 돌려주었으며, 내빈 접대 및 교육과정 설명도 자신이 한다고 한다.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는데, 사실 칭찬과 격려의 대상이 되는게 마땅하다. 저자의 말처럼 언젠가 그럼 교감과 교장의 모습이 일반화되고, 지금의 비상식적 교육현장이 과거 어렵던 야만의 시대처럼 느껴질 날이 가까운 미래에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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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학교, 학생을 날게 하다 -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10가지 교육 원리 새로운학교 총서 2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엮음 / 살림터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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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학교 네트워크란게 있는 것 같다. 새로운 학교는 아무래도 각 지역마다 다른 명칭을 쓰고 있긴 하지만 결국 혁신학교들을 말하는 것이다. 혁신학교는 이미 10년째 전국에 대세 교육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여러 문제점이 있다.

  우선 성공적인 혁신학교들이 좀처럼 유지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특유의 교원인사정책 때문인데 지역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한교사는 한 학교에 4-5년정도만 머무를 수 있다. 때문에 성공적인 유산들이 잘 계승되지 않는데 이는 경험이 쌓인 교원은 빠져나가고 새로운 교원을 동참시키는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은 서로간의 경험의 공유와 확산이다. 혁신학교는 수는 많아졌지만 아직 진정성 있는 혁신학교는 드물어 선으로 연결되어 큰 공동의 망을 이루지 못하고 점조직처럼 흩어져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게 새로운 학교 네트워크인듯 하다.

 이 책에는 혁신초중고교의 혁신학교 성공사례와 운영에서의 어려움, 특색등이 잘 담겨있다. 사례만 넣어놓으면 각론만 있는 이도저도 아닌 책이 되기 쉬운데, 이 책은 앞부분에 총론성격으로 새로운 학교가 갖는 공통적 지향점과 뼈대를 제공하여 뒷부분의 각론을 수준있게 볼 수 있었다.

 총론내용으로 새로운 학교 교육원리 10가지가 있다.

1. 학교는 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교육공동체이며 구성원으느 학교일에 민주적으로 참여하고 결정한다.

2. 학교구성원은 서로를 믿고 존중하며, 학교교육을 위해 자기 책임을 다한다.

3, 학생은 자기 존엄을 바탕으로 서로 인정하는 관계를 갖는다.

4. 학생은 교육의 장 어디서나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어야 하며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는다.

5. 학생은 배움의 주체로 스스로 학습하고 협력한다.

6. 학교는 모든 학생들에게 알맞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7. 교사는 학생의 발달단계와 특성, 관심, 생활환경을 반영하여 교육과정을 함께 만들고 실행한다.

8. 교사와 학생은 배움을 통해 인간, 사회, 자연을 이해하고 삶의 기술을 익히며 실천한다.

9. 교사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생의 배움과 삶을 연결하는 교재를 준비하고 활용한다.

10. 학교는 삶의 터전인 지역사회와 협력한다.

 

이처럼만 된다면 정말 지역사회의 살아 숨쉬는 진정한 학교일 것이다.

키워드는 관계, 배움, 민주성인듯 하다.

학생상호간,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학생간의 안정적 관계 맺음을 강조하고, 지역사회와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교사공동의 전문성에 기반한 교육과정 운영을 통한 진정한 배움 실현, 학교현장과 학생, 구성원 모든 간의 민주주의 실현일 것이다.

 

책에는 새로운 학교의 교육과정 구성 3원칙이 있다.

1. 학생들의 조건, 생활, 관심사, 사회적 상황에 관심을 갖고 탐구할 것

2. 학생들의 삶을 배움으로 연결하는 수업을 기획할 것

3. 동료들과 함께 교육과정을 탐구하고 보다 의미있는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교육과정을 통한 새로운 수업원리는 역시 3가지로 학습자 중심, 인지적, 사회적 수업의 지향이다.

1. 학습자 중심이란 학생들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을 말한다. 학생은 학습자로 배움에 대한 자기 책임이있고, 교사는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지식을 구성하고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학생 스스로 지식을 확장해가는 수업을 기획해야 한다.

 

2. 인지적 수업은 학생들의 호기심이 바탕이 된다. 지식은 객관적이고 고정불변하며 절대적이란 생각에서 벗어나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며 유동적인 지식관을 바탕으로 한다. 그렇게 하기에 일방적이고 고정적인 전달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이 스스로 지식을 생성해가는 탐구능력을 중시한다.

 

3. 사회적 수업은 협력을 토대로 하는 민주적인 수업이다. 구성원 각자의 가치와 능력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하며 이를 바탕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을 지향하고, 협력을 통해 서로의 존엄성을 깨닫는 학습경험을 제공한다. 즉, 사회적 수업을 통해 협력의 가치와 방법, 절차를 배우고 익혀 진정한 민주시민으로의 첫걸음을 띠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 책에서 강조하는 용어로 관계가 있다. 관계는 학교에서 사람간의 관계 그리고 사람과 학습대상과의 관계를 말한다. 그리고 중시하는 것은 사람간의 관계다. 학생은 학습을 하면서 사물이나 교과내용, 인간세상 전체와 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같이 배우는 선생님과 다른 학생들과의 관계 맺음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학습과정에서 협력과 서로 배우기가 잘 일어나면 관계의 증가 뿐만 아니라 학습이 심화되고, 관계가 좋지 못하다면 배움은 커녕 다툼만 일어나기 때문이다.

 수업중외에도 주변의 안정적 관계도 중요하다. 학교가 폭력으로 얼룩져있고, 다툼이 많고 교사가 무서운 존재라면 관계의 파괴로 인해 배움은 일어나기 어렵다. 매일 싸움이 일어나고 교사가 무섭기만 한 교실에서 뭔가를 공부한다는건 쉽지 않다. 그렇기에 학생을 항상 따뜻하게 맞이하고 서로 존중어를 사용하며 물리적 안정뿐만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주는 학교공간이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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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4 0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음과 마음을 잇는 교사의 말공부 함께 걷는 교육
천경호 지음, 김차명 그림 / 우리학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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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질리언스의 저자 천경호 선생님의 책이다.

이번 책은 매우 얇고 가볍지만 이론적 내용이 없다. 실천적인 책으로 선생님이 아이들가 생활하며 나눈 대화를 모은 것이다. 정서적 보살핌의 부족으로 상처받고, 쉽게 화내고, 인격적 완성이 아직 덜 된 아이들은 다투고 스스로에게 화를 내고 선생님에게도 화를 잘 낸다. 저성장시대에 가정의 어려움이 보살핌의 부족으로 이어진 결과다. 무책임한 언론과 선정적인 프로그램, 스마트폰이나 게임도 한 몫했을 것이다.이 책에서는 그런 아이들에게 공통적으로 화를 내는 이유가 올바른 것인지 이 상황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지 천천히 되물어 아이가 잘못을 인지적 정서적으로 깨닫게 하는 대화법을 사용한다.

 쉬워보이지만 이것은 교사에게나 부모에게나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아이의 화에 일차적으로 그 이유가 합당하지 않으면 화가 나기 마련인데 그러지 않고 여유와 인내심을 갖고 그걸 올바르게 돌려주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론 중산층의 보호와 교육적으론 교사에게 행정업무정상화가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저자는 정서와 인지를 다른 말로 자기 조절과 메타인지라고 말한다.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과 자신이 모르는 것과 아는것을 구별하는 능력으로 처지를 바꾸어볼 줄 아는 역지사지능력이 이것의 배양에 필수적이라 말한다. 그리고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읽는 역지사지는 결국 타인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읽어주는 역지사지를 당하는 경험으로 배양된다고 본다. 이 경험을 가정, 그리고 특히 학교에서 자주 겪게 해주는게 아이의 애착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받아본 사람들은 무척 적다. 대부분이 반대의 경험일 것이다. 사회가 어려워질수록 이런 능력이 중요해진다. 그래야 자본과 자동화의 차가운 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사람사는 세상을 유지할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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