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의 법칙
전광섭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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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할게요. 회사원 재호는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나, 서울 시내 소재 대학을 졸업하고 버젓한 외모를 지닌 회사원입니다. 일솜씨가 아주 빼어난 것도 아니고, 탁월한 특기가 있어 보이지도 않고, 그저 무난히 맡은 일을 잘 처리하며, 다소 내향적인 스타일로 보이는 그가, 중견 제화 기업의 오너의 딸과 연인 관계라는 점으로부터, 아마 이 주인공 재호가 (소설 속에서는 분명히 드러나진 않지만) 평균을 상회하는 외모의 소유자인 것 같습니다(차를 잃어버리고 2차를 한 업소를 찾아갔을 때, 접대부가 냉랭하게 대했다는 걸 보면 그렇다고 연예인급은 아니었나 봐요. 물론 그쪽 업계 종사자의 인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재호는 어느 날부터인가, 자기가 소지한 물건이 하나 둘 없어진다는 걸 깨닫습니다. 사라지기도 하고, 엉뚱한 장소에서 발견되기도 합니다(이 점이 결말과 진상에의 힌트죠). 스마트폰을 잃고서는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무턱대고 허둥댄다거나 아예 망각의 힘을 빌린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냉정하고 분석적인 성향의 그는, 치밀한 논리를 동원해서 그 원인을 캐려고 애를 씁니다. 때로 회사 동료인 영표의 도움을 청하기도 하는데, 이 소설에서 주인공 재호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동료인 그는, 처음에도 유용한 조언을 해 주고, 소설의 절정에서 (읽는 독자를 안심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마지막까지 소설의 의미를 캐치하는 데 기여를 합니다. 오히려 별 존재감도 없는 여자친구보다 돋보일 만큼요.


재호의 일상에 큰 위기는 세 번에 걸쳐 찾아 옵니다. 하나는, 웬 동네 말썽꾼 녀석의 농구공 사건입니다. 농구공이 재호네 집 담을 넘어 들어왔고, 재호 역시 그 공을 보았는데, 갑자기 행방이 묘연해진 겁니다. 재호는 애들이 알아듣도록 설명을 하지만, 그 중 한 아이(또래에 비해 체격도 크고 성질도 있으며 까탈스러운 부친을 둔)는 재호에게 집요하게 항의합니다. 분명히 당신의 집 담을 넘어 들어간 공이고, 당신이 그 공을 발로 건드리는 모습까지 보았는데 딴소리냐. 그러나 재호는 재호대로, 자기가 인지하는 진상을 있는 그대로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믿으려 들지 않고, 몰래 재호네 집 대문에 손괴를 가하기까지 합니다. 제법 시일이 지나, 농구공은 언제나 자물쇠로 잠겨 있는 창고에서 발견됩니다. 비밀번호는 생각이 잘 나지 않은 데다, 식구들 중 누구도 자주 출입을 하지 않으며, 하물며 대단치도 않은 농구공을 애써 문까지 잠긴 곳에 숨겨 둘 일은 없습니다. 모든 일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게 습관인(다소 비정상일 만큼이죠. 이는 그의 형이 대단히 고지식한 교사인 것로 미뤄, 집안의 내력이 아닐까 합니다) 그는, 이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몹시 괴로워하니다.


느닷 회사에서 그는 상사(팀장)의 매서운 추궁을 받습니다. 팀장은 본디 성마르고 괄괄한 타입이지만, 이번엔 화를 내다 못해 재호에게 사표를 쓰라고까지 합니다. 재호는 이 일 자체가 사표를 쓸 만큼의 중대사는 아니라고 여긴데다(그렇긴 하지만 제 생각에는 무책임한 태도였고, 징계감은 충분히 되는 사안이었습니다), 두 달도 넘은 일을 왜 지금 와서 문제삼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이는 재호가 자기 합리화를 시도한다기보다, 그가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성격임을 암시합니다). 신입사원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 그는, 퇴근 시각 이후 다시 회사로 돌아가 약간의 재치로 구내 진입에 성공하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팀장과 전 직원의 PC를 공장초기화해 버립니다('포맷'은 부정확한 용어이므로 저는 피하겠습니다). 이 대목이 저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요. 나중에 재호의 생각으로도 드러나지만 이는 복수치고는 참 찌질한 수단입니다. 건조물 불법 침입에 손괴, 업무방해까지 저지른데다, 이미 CCTV 촬영이 이뤄지고 있음도 정보로 지니고 있음에도, 순간의 화를 못 이겨 오히려 자신에게 큰 피해를 가져올 짓을 벌인다는 게 말이죠. 그러면서도 단골 음식점을 찾아가 파스타를 즐긴다... 만약 제가 재호라면 더 치밀한 복수를 계획하거나, 적어도 그날 식사는 삼갈 것 같습니다.


세번째 시련은, 앞의 두 일이 어느 정도, 혹은 완전한 해피 엔딩, 해결(내용은 스포일러이므로 밝히지 않겠습니다)을 본 뒤에 벌어집니다. 물론 이 일 역시 좋게 해결되지만, 정신적 충격으로는 앞의 두 일 못지 않게 큰 영향을 남겼으므로, 전 이 사건을 세번째 시련으로 규정하고 싶어요. 애마 렉스턴(왜 이런 차를 좋아할까요? 제가 상관 할 일은 아니지만)이 갑자기 사라진 일입니다. 차가 갑자기 없어지는 건, ㄷ게이빗 카퍼필드의 마술쇼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입니다.


결과적으로 더 좋게 매조지된 이 세 시련은, 마지막 사건, 영표에게서 빌려 온 캠코더로 창고를 촬영하고 나서 발견한 충격적 영상, 장면을 통해 다시 재호에게 주관적 위기로 다가와 그 절정에 달합니다. 그간 이상하게도 물건이 없어진다 싶더니, 캠코더에 찍힌 영상은 그 물건들이 제 멋대로 어둠 속에서 떠도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었습니다. 대체 이 놀라운 일을 누구에게 가서 밝힐까요? 언제나 냉정하고 현명하며 재호 못지 않은 논리까지 갖춘 캠코더 주인 영표는, 재호에게 분명한 진상을 차근히 알려 줍니다. 소설 내내 미스테리로 독자와 재호를 괴로혔던 진상은, 비로소 싱겁게 드러나고 맙니다.


재호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사물이 그 자리에 안정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가벼운 강박을 처음부터 지녔던 것으로 보입니다. 갈릴레오가 발견한 물리계의 제 1법칙은 관성의 법칙입니다. 다른 우주에서의 사정이 어떠한지와는 무관하게, 우리가 발을 디디는 이 세계는 관성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재호를 괴롭히는 "관성의 반대"로서의 이동은 이 소설에서 크게 네 가지입니다. 1) 애인과의 결혼- 독신 생활에서(더군다나 그는 아직 부모 형제로부터 독립도 하지 않은 채입니다) 여자와 결혼, 자식까지 ?F는다는 일은 그에게 두려움으로 인지됩니다. 2) 직장의 이동- 애인의 집안은 장래의 사위가 중소기업의 영업사원이라는 신분을 마땅치 않아 하고, 사직 후 자신의 회사로 옮겨 올 것을 권합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쌍수를 들어 환영하겠으나, 그는 자존심, 자립심이 강한 타입이라, 설사 비전이 부족하다 해도 나름 열의를 들여 수 년 간 공을 들인 직장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3) 정보의 이동을 통한 신뢰와 질서의 붕괴- 재호의 대사를 통해서도 암시되지만, 이 세상은 능력과 노력을 발휘해서 실적을 올리고, 그 결과에 따라 승진(일종의 이동입니다)이 이뤄져야 합니다. 아니면 세상은 붕괴의 위험에 놓입니다. 그런데, 이런 질서를 아주 정면으로 배반하는. 파렴치한 도둑질이 업계에서 벌어집니다. 재호는 전혀 뜻하지 않게(오히려 의사와는 반대로) 이런 산업스파이 행위로부터 자신의 회사(가 아니게 될 뻔도 했던)를 보호합니다. 이 사건은, 의도치 않은 "이동"을 겪었던 그의 상처를 보상이라도 하듯, 정보와 비밀을 반(反) 이동, 즉 관성으로 그 자리에 있게 한 재호의 "무의식적" 공헌이 컸습니다. 이동이 그에게 상처를 안겼다면, 이 관성은 그에게 큰 보상을 부여했습니다.


소설은 혹여 우리의 주인공을, 카프카적 파멸로 몰고 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독자를 내내 조마조마하게 만들다, 결국은 안온한 관성으로 마무리짓습니다. 그러나 싱겁다기보다는 안심이 되는 것이, 결국 이동은 뭔가 질서에의 교란이요, 관성은 우리가 안주할 질서인데, 그 이동의 법칙이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결국 움직이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 무의식의 장난일 뿐이었습니다. 재호는 다시 자기 자리를 찾았고, 우리 역시 초자연의 책동으로부터 우려를 놓습니다. 소설은 어떤 것이 그냥 그 자리에 있을 뿐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우리에게 깨우쳐 주고 있네요.


오타가 있었습니다.

렉스턴를 → 렉스턴을 (187p 아래로부터 9째줄)
맞는다고 → 맞다고 (p191 맨아래)
저류를 → 서류를 (p157 아래로부터7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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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가 답이다 - 당신을 둘러싼 모든 문제를 풀어줄 관계의 기술
켄 블랜차드 외 지음, 정경호 옮김 / 더숲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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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켄 블랜차드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칭찬은 고래도...>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은 그의 단독 저작은 아니고요. 신시아 옴스테드, 마사 로렌스 두 분 여성과 공저입니다. 올해 새로 나온 이 책은, 간단하면서도 명쾌하고, 따라하기 쉬운 자기계발서입니다.


언제나 그는 자신만의 내러티브 특기인, 우화를 통해 사물을 쉽게, 그리고 그 이면을 통찰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뉩니다. 1부에선 말하는 동물들(마치 둘리틀 선생 이야기나, 브레멘의 악단 같은 느낌입니다)이 등장하여, 우리에게 상징적인 설정으로 문제를 제기합니다.


베리힐 씨는 집에 여러 마리의 가축과 애완동물을 기르고 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은 이들 동물들을 무척 사랑하지만(7살 소녀 카일리와 갓난쟁이 빌리는 가끔 이들에게 고통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정작 가장 베리힐 씨는 동물들이 탐탁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양이 위스커스와 개 우프는 싸움을 벌입니다. 둘은 평소에도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기어코 사소한 일을 빌미(우프가 위스커스의 꼬리를 밟습니다)로 큰 소동이 일어난 것입니다.


베리힐 씨는 이들 어리석은 동물들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한심한 고양이와 개 뿐 아니라, 이참에 동물들 모두를 갖다 버리려고 합니다. 동물들도 큰일이지만, 동물들을 아끼는 아내와 아 이들 역시 마음 졸여합니다. 이제 동물들은 뭔가를 보여 줘야 합니다. 말썽을 부리지 않는다는 걸 실증과 행동으로 분명히 표시해야 하고,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베리힐 씨는 이미 최후 통첩을 끝냈고, 부인과 아이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신뢰의 구축은 동물들의 몫이며, 누가 끼어들 수 없습니다. 그들 스스로 해 내야 할 과업입니다.


동물들은 그들만의 비대위(?)를 구성합니다. 일단 가장 말썽 많은 고양이 위스커스와 개 우프에게 다짐을 받아 내어야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신뢰라는 게 어디 하루아침에 완성되겠습니까? 이 둘은 일단, 그들 자신 사이에 진정한 신뢰를 만들어야 하죠. 그리고 그 신뢰를, 바깥을 향해(특히 베리힐씨) 확증시켜야 합니다. 위스커스와 우프는 그나나 순탄치도 않은 과정, 때로는 더 심한 관계 악화까지 다 겪고 나서, 비로소 그들 사이에 신뢰를 완성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지도 않은 시련이 다가오네요. 베리힐 씨는 그 자신의 의지와도 관계 없이, 그 자신의 능력을 인정 받아, 좋은 포스트로 승진하게 된 것입니다. 근데 이 과정에서 베리힐 씨는 이사를 해야 하고, 새로운 거주지에서는 동물들과 동반한 삶을 살기가 적절치 않습니다. 기껏 어려운 과업을 해 내었더니, 이제는 외부에서 새로운 고난이 닥친 것입니다. 이는 내부자들의 의지만으로 어찌할 수 없고, 심지어 손에 닿은 모든 변수를 어렵사리 통제한다 해도 해결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동물들은 결국 해 내고(make it), 정든 인간 식구들과의 이별을 모면합니다. 이는 어찌된 일일까요? 답은 책에 있으니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어느 조직이건 내부 불화, 내부 균열을 막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직장은, 서로 피 한 방울안 섞인 이들이 모여, 현실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모인 집단입니다. 이익 사회, 혹은 2차 집단이라고도 하죠. 어느 직장이건 내부 성원 간의 불화와 알력이 있기 마련인데, 모든 조직의 일차 과제는 이를 화학적으로 치유하는 것입니다. 요증은 일시적인 봉합만으로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이 단계가 마치 이 우화의 위스커스와 우프의 다툼과 유사합니다. 그런데, 개별 성원 간의 다툼과 이견은, 경우에 따라 조직 전체의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베리힐 씨가 거추장스러운 동물 전체를 청산해야겠다고 결심한 게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때 내부 신뢰를 다지기 위한 첫 단계가 바로 능력 있는 존재임을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우프가 위스커스에게 어필한 것은 그저 말뿐인 아첨이나 감정적 제스처가 아니라, "내가 너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임"을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우리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른 점이더군요. 블랜차드 할아버지는, 결국 '능력 없는 사람과의 신뢰란 아무 짝에도 쓸모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고도 보입니다. 어찌 보면 참 냉혹해 보이지만, 이 책이 도덕 교과서가 아닌 자기계발 서적임을 감안할 때, 실리적인 해법을 제시했다고 봐야겠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보면, 이것저것 다 가능한 옵션이 있을 때, 신뢰를 쌓고 싶은 상대에게 가장 확실한 시그널을 보내는 방법은 "나에게 너를 도울 능력이 있음"을 보이는 것 아니겠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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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애피타이저 달콤한 디저트 - 하나님 안에서 마음껏 날기 위한 기독 청년 매뉴얼
문상현 지음 / 베가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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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생 자체가 이 말 하나로 정리될 수 있을 것도 같아요. 물론, 태어나면서부터 은수저를 물고 세상에 고고의 성을 울린 인생이라면 모르지만, 설사 그런 축복 받은 경우라도 학교생활, 사회생활을 겪으면서부터는 가정과는 다른 분위기로부터의 시련, ordeal, '시험'에 들 수도 있을 테니 말이죠.


에모리 대학은 미국 동부에서 명문으로 치는 오랜 사학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20년 전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홍구 씨 같은 분이 한국인으로서 이 대학의 동문입니다. 저 자 문상현 목사님은 감신대를 졸업하고, 석사를 이 에모리 대학에서 마치신 분입니다. 이 책에는 목회자의 길을 완성하기 위해, 머나먼 타국에서 힘든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따라가느라, 한편으로는 예수의 참된 길을 놓치지 않고 진리요 생명의 길로 이끄는 그 실마리를 부여잡느라 분투 중인 젊은 유학생의 모습이 선하게 담겨 있습니다. 종교를 떠나서, 유학 혹은 단기 연수라도 미국 땅에서 겪어 본 분이라면,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에 공감할 수 있을 것 ?J습니다.


심각한 고민을 함께 해야 할 것 같은 에피소드가 있는가 하면, 아 목사님들 역시 우리 보통 사람들이 겪는 고민, 아니 훨씬 한심한 수준의 갈등을 다 치러 내는 중이구나 하는 대목이 많았습니다. 우리 국내 학교에서도, 시험 일자는 다가오는데 준비해 둔 건 없고... 막막할 때가 있죠. 저자분도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서 엉엉 울어버린 일이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그때마다 필생의 반려자인 분의 격려가 있었고, 궁극적으로는 주님의 따스한 원호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다름 아닌 공부가 한 인생의 앞길에 시련, 시험으로 작용했다면 피식 실소를 머금을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어디 세상 사람이 다 원희룡 천정배 반기문이겠습니까. 그 사람들도 알고 보면 공부가 힘든 시간이 다 있었을 겁니다.


편의점에서 5천원을 거슬러 받아야 할 것을, 어설픈 알바생이 5만원을 거슬러 줬다고 합니다. 아마 그 알바생은 나중에 결산 시에 점장님께 치도곤을 맞았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우리의 목사님도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지, 한순간 이걸 그냥 가져? 하고 고민을 하셨답니다. 사람이 참 거기서 거기죠? 헌데 저 같으면, 주인도 아니고 그 알바생이 불쌍해서라도 바로 돌려 줬을 것 같네요. 5만원 가지고 요즘 같은 물가에 뭘 푸짐하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깨끗하게 양심대로 사는 게 오히려 약은 길입니다. 챙기는 건 자기 노력, 자기 머리가 조금이라도 개입된 일이거나, 내가 양보해 봐야 아무 수가 안 날때나 챙기는 거죠.


아무튼 이 책은 저자의 솔직함이 돋보여서 좋습니다. 인생은 과연 첫술에 배부르지 않고, 전채를 쓰디쓴 맛으로 만들어 안기는 게 보통입니다. 이게 일종의 백신 접종이죠. 하지만 그 다음은? 어지간히 약골이거나 운이 나쁘지 않고서야 같은 질환을 두 번 되풀이하지는 않습니다. 어 떤 이들은 과잉적응라도 하는 건지, 극복한 시련으로부터 나쁜 교훈을 배워 타인에게 고통을 안기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고, 그로부터 자아가 받는 고통 역시 다채롭고도 심대합니다. 하지만 이런 은총으로서의 시련을 다 치른 후, 영적 육적 건강을 고루 갖춘 성도가 되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요? 그에게는 주의 축복이 이미 먼 천국이 아닌, 지척에서 그 향내를 풍길 것입니다.


이 책 103페이지를 보십시오. 창세기에서 신은 인간을 창조할 때, 생기를 불러 넣었다고 말합니다. 유태인들은 인정하지 않지만, 기독교는 이를 두고 성령(holy spirit)으로 해석하죠. 히브리어의 רוח라 는 단어는이 장(이 책에서 말하는 창세기 2장 7절)에 나오지는 않습니다만, 어쨌든 이 대목이 신의 숨결을 지칭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바로 신약에서의 프뉴마와 동일하죠.(책에는 오타가 나와 있습니다. pnema가 아니라 pneuma입니다. 헬라어 철자로는 πνεῦμα라고 씁니다)


젊은 시절은 언제나 오류와 방황으로 가득한 시간입니다. 걷잡을 수 없는 열정은 청년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기도 하고, 때로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 만듭니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지만, 세상의 공평한 이치인지 리스크 역시 만만찮은가 봅니다. 이 책은 특히 기독교 신지이면서 유학생인 분들께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우리 젊은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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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대혁명 1·2

막스 갈로|박상준 옮김

 

 


 프랑스 최고 권위 학술 기관인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역사가 막스 갈로가 이야기하는 프랑스 대혁명사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향한 열망과 그 뒤에 숨은 인간의 폭력성

혁명의 빛과 그림자를 통해 세계 역사의 새 시대를 연 나날들을 재조명한다


“이곳부터 그리고 이날부터 세계 역사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오.” — 괴테



『프랑스 대혁명』은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소설가 막스 갈로가 실제 역사 기록을 토대로 혁명을 시작부터 끝까지 재구성해 낸 책이다. 그는 루이 16세, 마리 앙투아네트 같은 구체제의 대표자와 마라, 당통, 로베스피에르 같은 혁명가 그리고 나폴레옹 같은 난세의 야심가 등 거대한 격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인물들을 중심으로 혁명을 주의 깊게 추적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불합리한 봉건 질서와 왕정 체제에 반기를 들고 자유, 평등, 박애를 향한 열정으로 시작된 혁명이 어떻게 공포 정치와 독재 그리고 살육이라는 광기와 비이성으로 빠져드는지를 보게 된다. 갈로는 프랑스 대혁명의 의의를 되새기는 동시에, 9월 학살이나 방데 대학살 같은 혁명의 어두운 이면을 조명함으로써 인간 안에 잠재된 폭력성을 경고한다. 『프랑스 대혁명』은 자유와 평등의 정신으로 전 세계를 뒤흔들고 현대 사회의 초석을 놓은 기념비적 사건인 대혁명의 빛과 그림자를 해부한, 한 시대의 보고서다.


■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식인 막스 갈로가 재현한 대혁명의 현장

프랑스 최고 지성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 기관인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회원이기

도 한 막스 갈로는 소설, 역사서, 에세이를 넘나들며 백 권이 넘는 저서를 발표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그는 나폴레옹의 영웅적 일생을 다루며 프랑스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나폴레옹』을 비롯해

『스파르타쿠스』, 『네로』, 『티투스』 같은 소설과 조레스, 로베스피에르, 가리발디, 로자 룩셈부르크

등의 전기에서 역사 속 인물과 역사 현장을 집중적으로 그려 내고 현대 사회를 비춰 봄으로써 학문

적 명성과 대중적 성공을 동시에 누렸다.

갈로가 쓴 백 번째 책 『프랑스 대혁명』은 그가 그동안 보여 준 역량이 십분 발휘된 역작이다. 그

는 혁명기 편지와 신문 기사 그리고 증언 등 과거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을 위해 수집했던 자료들

을 바탕으로 프랑스 대혁명을 재구성해 냈다. 공식적인 기록과 통계를 중심으로 사실 관계를 서술

하는 역사책과 달리, 『프랑스 대혁명』은 과거 역사의 현장 속에 있었던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되살리고 이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냄으로써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왕으로

서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만 혁명의 물결에 휩쓸려 처형되는 루이 16세, 누구보다도 열렬히 혁

명을 옹호하고 도덕적으로 완벽한 공화국을 이룩하려 애쓰지만 스스로가 만든 공포정치의 희생양

이 되는 로베스피에르, 젊은 나이에 큰 야심을 품고 혁명기의 혼란을 틈타 영웅으로 우뚝 서는 나

폴레옹 등 대혁명에 휘말린 온갖 인물들의 희로애락과 욕망 그리고 분투가 한 편의 대서사시처럼

장대하게 펼쳐진다.


■ 세계 역사의 새 시대를 열고 현대의 초석을 놓은 대혁명을 말하다

저명한 역사학자 프랑수아 퓌레는 1989년 프랑스 대혁명 200주년을 맞아 혁명이 완료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갈로는 이 책 서두에서 다음과 같은 칸트의 말을 인용함으로써 대혁명의 경험과 영향력이 시간과 공간을 넘어 계속됨을 강조한다.

“이 사건[프랑스 대혁명]은 너무나 거대하고, 인류의 이익에 너무 깊이 관련되어 있으며, 세계 모든 곳에

너무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다른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혁명을 떠올리고 그 경험을 새로이 시작할 수

없을 정도다.”

자유와 평등의 기치를 내세운 대혁명은 절대왕정과 봉건적 질서, 신분제로 대표되는 구체제에 반

대했고, 이러한 흐름은 프랑스를 넘어 유럽 전역과 전 세계로 퍼져 나가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사람

들은 프랑스 대혁명을 통해 왕도 한 인간이며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 민중을 억압하는 정부를 전복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후 왕정 대신 민주적인 정치 체제가 들어섰고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

터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를 인정받았으며 신분에 따른 차별은 사라졌다. 이에 대해 대혁명기 프랑스

와 프로이센의 전투에 참가했던 괴테는 “세계 역사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증언했다. 이 책

은 프랑스 대혁명을 빼놓고는 오늘날 사회를 이야기할 수 없으며, 현대 세계의 모든 것은 대혁명에

서 시작되었음을 말한다.


■ 프랑스 대혁명의 빛과 그림자를 해부한, 한 시대의 보고서

갈로는 프랑스 대혁명의 의미와 파급력을 충분히 드러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혁명 이면에

숨은 인간의 어두운 폭력성을 보여 준다. 혁명 과정에서 일어난 수많은 소요와 폭력 사태에서 우리

는 인간의 열정과 흥분이 도를 넘어서면 비이성적이고 맹목적인 파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본다. 특

히 방데 지방 사람들이 왕정을 옹호하며 일으킨 반혁명 봉기를 혁명 정부가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장면 그리고 공포정치 체제 아래에서 무자비하게 자행되는 처형들에서는 갈로의 다음과 같은 경고

가 떠오른다.

“강물이 불어나 범람하여 이미 물을 댄 들판에 피해를 주는 것처럼, 혁명은 창조된 것들을 다시 피로 덮어

버린다.”

갈로는 대혁명의 원동력이었던 자유와 평등을 향한 열망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

를 밝히는 동시에, 점점 극단적 폭력과 혼돈 그리고 부패로 빠져 들며 민중의 삶에서 멀어지는 기

형화된 혁명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비판을 가한다. 거대한 정치, 사회 담론보다는 인간의 행위를

중심으로 대혁명을 분석한 이 책은 여전히 자유와 평등이 억압되고 비이성적인 폭력이 잔존하는

오늘날 중요한 타산지석이 된다.

갈로는 한 인터뷰에서 “역사는 인간을 가지고 활용하는 ‘유일한 연구실’이다. 사회가 어떻게 작

동하는지를 알려면 의사가 부검하듯 역사를 파헤치고 들여다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대혁명』에서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위기를 지나왔고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월가 금융 위기 같은 오늘날의 문제를 이겨 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를

뒤흔들고 현대의 시초가 된 혁명의 빛과 그림자를 해부한 『프랑스 대혁명』은 역사의 교훈을 일깨

우고 현대 사회가 겪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망을 보여 준다.


■ 차례

1권

프롤로그 1793년 1월 21일 월요일

백성들이여, 나는 죄 없이 죽소, 나는 용서하오……. 9


1부 1774년~1788년

너무나 과중한 짐이오. 내게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소! 19


2부 1789년 1월~1789년 7월 17일

백성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135


3부 1789년 7월 18일~1789년 10월

친구들, 나는 아내와 아이들과 파리로 갈 것이오 199


4부 1789년 10월~1791년 9월 30일

카페 놈 239


5부 1791년 10월 1일~1792년 8월 10일

조국이 위기에 처했다 319


6부 1792년 8월 11일~1792년 9월 30일

단도 아래의 자유 391


7부 1792년 10월~1793년 1월 22일

이 사람은 통치하든지 죽든지 해야 합니다 439


2권

1부 1793년 1월 21일~1793년 4월 2일

혁명의 열병은 끔찍한 질병입니다 7


2부 1793년 6월~1793년 11월

빵도 옷도 없는 이 거대한 인민 65


3부 1793년 12월 1일~1794년 3월 30일

폭풍이 이끌리는 것인가? 143


4부 1794년 4월 1일~1794년 7월 27일

사형대가 너를 부른다 189


5부 1794년 7월 28일~1795년 5월 23일

혁명은 이루어졌다 257


6부 1795년 5월 23일~1795년 10월 5일

이 방데 도당은 사방으로 뻗어 가며 매일 더 끔찍해지고 있다 315


7부 1795년 10월~1797년 2월

과감함은 천재성의 가장 아름다운 계산이다 357


8부 1797년 2월~1797년 9월

평화협정에 조인하십시오……. 397


9부 1797년 9월~1798년 5월

그러니 이제 평화는 보나파르트에게 있소 435


10부 1798년 5월 19일~1799년 11월 9일

혁명은 끝났습니다! 461


에필로그 1789년 나는 스무 살이었다 503


옮긴이의 말 509




저역자 소개


막스 갈로 Max Gallo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식인 막스 갈로는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그리고 역사가로서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수많은 저서를 발표했다. 파리 대학교 역사 교수, 프랑스 유력 주간지 《렉스프레스》 논설

위원, 《르 마탱 드 파리》 편집인, 하원의원, 장관, 정부 대변인 그리고 유럽의회 의원을 지냈으며 한

때 정치인으로서 사회당 정부에 참여하기도 했다. 연작 소설 작품 『인간 기계장치』로 프랑스 현대

사를 그렸으며 『스파르타쿠스』, 『네로』, 『티투스』 같은 로마 인물 소설 시리즈를 발표해 역사 속 인

물을 강렬하게 되살려 냈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나폴레옹의 영웅적 일생을 다룬 소설 『나폴레옹』

은 프랑스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그 밖에 조레스,

로베스피에르, 가리발디, 로자 룩셈부르크 등 많은 인물들의 전기를 비롯해 총 백 종이 넘는 소설

과 역사책을 집필했다. 『프랑스 대혁명』은 그가 쓴 백 번째 책이다. 1932년 프랑스 니스에서 태어

난 그는 1994년 공직을 떠난 이후로는 집필에 매진하고 있으며 2007년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에

선출되었다.


옮긴이 박상준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파리 소르본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홍익대학교 불어불

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6년 한국문학번역신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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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프랑스 대혁명 1,2(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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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찐 사람은 빚을 지는가 - 빚, 비만, 음주, 도박으로 살펴본 자멸하는 선택의 수수께끼
이케다 신스케 지음, 김윤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행 동경제학의 혁명적 물결은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데이빗 카너먼은, 심리학과 통계학의 익숙한 원리와 기법을 경제학에까지 응용해서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는데요, 이 혁명적인 기법의 도입, 그리고 광범위한 확장을 가리켜 '행동경제학의 제 3의 물결'이라며 놀라워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우 리 나라에도 카너먼의 많은 책이 소개되었기 때문에, 행동경제학의 핵심 개념은 이미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은 많은 부분에 있어 종종 오해되곤 합니다. 이렇게 된 건 그의 기법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적지 않은 책임이 있습니다.


행 동경제학의 핵심은, 인간이 이성적 동물이라는 종래 경제학의 기본 명제를 뒤집어서, 모든 고찰 대상을 새롭게 바라보자는 데에 있었습니다. 이 말은, "인간은 이성적 존재가 아니며, 따라서 이성적 선택을 할 수 없다."고 단정하는 데에 그 해석의 함의가 있었던 게 아닙니다. 다만 현실에서 냉철한 계산과 이성만으로 행동하는 사람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이성적 인간'이란 가정 아래에서는 유의미한 경제적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행동경제학은 처음으로 직시한 거죠.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비이성적 결과를 유효적절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최초의 가정을 버려야만 적실성 있는 후속 작업이 가능해집니다. "이러이러한 게 정답이지만, 이성적이지 못한 사람들이 다수를 점한 거대 집단에서는 저러저러한 일이 벌어진다. 비이성적인 집단이 향후 어떤 선택을 할지 예측하려면, 그들이 애초에 이성적이었다는 가정을 송두리째 버려야 한다." 이는 대체로는 시장의 동향을 예측해야 하는 기업이나, 정책 결정을 현실에 맞춰 민활하고 유연하게 내려줘야 하는 정부 섹터에서 유념할 일입니다.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대세가 비이성적이니, 나 역시 비이성적인 결단을 내려는 게 옳고, 또 내 본능에도 부합하니 속 편하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케다 신스케 교수의 이 책은, 당 신이 소속 집단의 추세를 거역하지 못하거나, 통계적으로 68.3%(플러스마이너스 원 시그마 범위의 비율이고, 정적분의 넓이입니다)에 속해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당신 역시도 비이성적 그룹에 속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런 상태를 지속하거나 잘못된 의사결정을 반복하면, '살이 찌고', '매력적이지 못한 외모 탓에 적절한 이성을 만나지 못하며'. '여차여차해서 결국 빚까지 지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대략 이런 점을 분명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이, 그간 이성적 인간이 되지 못했던 모든 이들을 열등 컴플렉스에서 구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전혀 그렇지 않다."며 뒤통수를 치듯 각성의 순간을 마련해 주는 게 이 책입니다.


경 제학의 기본은, 모든 인간이 자기 나름대로의 효용함수를 보유하고 있고, 그 수식에 따라 최대한의 효용을 빚어내는 선에서 상품 선택의 포트폴리오를 짜며, 주어진 시간의 예산 제약 범위 안에서 휴식과 노동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행동경제학이 이에 대해 대폭 수정이랄 것도 없는 추가의 기여를 한 부분은, 현재 효용과 미래 효용 간에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지, 이성적 인간 한 가지 종류만을 상정하지 않고, 지수형 할인을 하는 유형과, 쌍곡형 할인을 하 유형 둘로 대별하여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의 저자 이케다 신스케(池田 新介)가 처음으로 도입한 건 아니구요, 이미 리처드 헌스타인 하버드大 교수, 심리학자인 조지 에인슬리 등이 일찌감치 이론화, 모형화해 둔 도구입니다.



현 재의 일억원은 그저 일억원일 뿐입니다. 거기에 어떤 방법으로건 할인, 평가절하를 시도할 이유가 없죠. 그렇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억원은 지금 시점에서 액면 그대로 일억원으로 봐도 될까요? 1) 그 돈이 과연 내 지갑에 안착할 때까지 무슨 위험이 중간에 낄지 모른다는 점에서 평가를 신중히 해야 하고, 2) 정상적인 경제 시스템이라면 일정한 원본에 정상 이자가 시간에 따라 지급되므로, 훨씬 적은 현재의 원금만으로도 차후 목돈이 마련된다는 점에서도 가치의 하향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미래의 일억이 현재의 일억이 아니며, 그보다 적은 금액으로 할인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습니다.


행 동경제학자들은 여기에 추가적인 가정을 삽입하여, 기존 이론의 내용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이 파트는 수정이나 전복이 아닙니다). 이익 실현의 지연이 같은 기간만큼인데도, 그 지연이 지금 현재의 일이냐, 아니면 미래의 일이냐를 두고, 별 차이 없는 할인을 선택하는 그룹이 있고, 반대로 현재의 지연에 더 큰 할인을 행하는 그룹이 있다는 거죠. 전자를 1) 지수형 할인 패턴이라고 부르며, 2) 후자를 쌍곡형 할인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일억원이 제때 지급되지 않고, 지불이 한 달 미뤄진다고 하죠. 그 런데, 오늘 받아야 할 일억이 한 달 뒤에 들어오는 것과, 10년 뒤에 받아야 할 일억이 10년하고도 1개월 뒤에 지급되는 것, 이 둘 사이에 정확히 한 달만큼의 동일한 할인율이 적용되어야 할까요? 1) 같지는 않더라도, 별 차이가 없는 할인율이 적용된다면 그것은 지수형 할인이고, 2) 나중에 미뤄지는 건 그냥저냥 참을 수 있으나, 지금 미뤄지는 건 도저히 못 참겠다. 그러니 지금의 한 달 지연은 더 큰 폭의 보상이 필요하다!(십 년 뒤의 한 달 지연에는 별무관심)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은 쌍곡형 할인을 한다는 말입니다.


이 는 중요한 실천적 함의가 있습니다. 책의 결론은, 1) 이성적인 지수형 할인을 하는 사람은 살도 찌지 않고 빚도 지지 않으며, 2) 비이성적인 사고와 성향을 지녀 쌍곡형 할인을 하는 사람은, 당장의 식탐, 혹은 폭식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 욕구를 억누르지 못해 살이 찌는 거고, 당장의 이런저런 소비 욕구를 억누르지 못해 결국 빚더미에 올라앉는다는 말입니다. 이런 사람은 지금 당장의 만족에 너무 큰 비중(가중치, 주관적 효용)을 부여하기 때문에, 결국 자멸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죠('자멸의 선택'은 일본어 원서의 책제목이기도 합니다).


책 에는 다양한 사례가 들어 있어서, 교과서 혹은 카너먼의 책에서 미처 접하지 못한 내용에까지 캐주얼한 접근을 할 수 있어 더없이 좋습니다. 이 책은 친숙한 제목을 달고 있지만, 그 전개 내용은 제법 하드한 컨텐츠와 논리로 가득하기 때문에 보통의 자기관리 서적 읽는 마인드로 펼치면 제법 당황할 수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의 핵심토픽에 대한 진지한 탐구가 필요한 분이나, 대체 늘어가는 허리둘레와 쌓여가는 고지서를 줄일 이론적 설득 근거를 애타게 고집하는 분들이 읽으면 참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일본학자들의 번역을 그대로 모방해서 우리도 좀 무분별하다 싶게 '쌍곡형, 지수형' 같은 말을 쓰고는 있지만, 언어학적으로 바른 태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그간 종종 들었는데요, 이케다 교수님도 이런 용어례에 대해 약간은 회의적인 느낌을 표하시는 게 흥미로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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