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의 파수꾼 이판사판
신카와 호타테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금 걱정된다 싶게 무른 공정위 공무원인 시로쿠마를 주인공으로 전개되는 공무원 정의구현 이야기.

우리나라도 어떨는지는 잘 모르지만, 일본의 공정위는 재무성에 치이고 경산성에 무시당하고 검찰한테는 따당하고 국민의 무관심 속 공공기관이라고 서술되는데, 소속 공무원들의 정의감과 의무감은 세상 비장하다. 저런 사람들이라면 뭘 해도 하겠다 싶은 그런 기분이다.

게다가 몸쓰는 게 더 수월한 주인공 시로쿠마와 묘한 기류가 생기는 고쇼부는 자타공인 천재 공무원... ㅋㅋ 공무원이 천재인 설정은 드물어서 재밌다고 생각했다.

지역 사업체 간의 담합 카르텔, 갑질 등에 대한 이야기라 어느 나라의 상황에 가져다 놔도 어색하지 않다.

그에 더해 일본의 공무원 사회도 뒷배가 되어주다 은퇴 후 사기업의 한자리 하는 일이 왕왕 있는 모양인데, 세상이란 다 비슷하겠지.... 싶은 씁쓸함.

29살 여성 성인의 삶을 좌지우지 하려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엄마가 상징하는 것이 일본 사회인 것만 같아 기분이 찝찝해지기도 한다.

주축 캐릭터들을 흥미롭게 그려나가서 재밌게 읽었고 드라마화 되었다는 것도 충분히 납득이 된다.

속편도 출간되었다니 그것도 기대해볼만 하지 않을까.

- "자넨 잘못한 거 없어. 할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이야. 내 능력이 부족했다."
이 말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할 일은 했지만 일밖에 하지 않았으니까. 사람의 진가란 일을 벗어난 부분에서 드러나는 게 아닐까. - 17

- 하지만 현실 사회는 대련 같은 게 아니잖아요. 약한 사람이 지고, 이번에는 아쉽게도 제가 졌네요, 라는 말로 끝나지 않죠. 진 쪽은 치명상을 입고 죽음에 이르기도 해요. 경쟁이란 게 그렇게 좋은 걸까요? 강자가 이기고 약자가 지는 거. 그런 세상이어도 괜찮은 걸까요. - 196

- 공정위 일은 재미있어요?
재미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나는 일본의 섬나라 근성이라든지 혈연, 지연 같은 끈적끈적한 환경이 싫은 겁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내. 각자 알아서 살게 그냥 좀 내버려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기분 나쁜 폐색감을 찢어 버리는 일. 현존하는 직업 중에서 공정위가 가장 가깝지 않습니까. - 258

2024. may.

#공정의파수꾼 #신카와호타테
#이판사판시리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험한 비유
최제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담, 괴담, 심령물, 장르의 혼합.
단편마다 나름의 재미와 매력이 넘치는 단편집.

<2054, 교통사고>와 <마계터널>, <현장부재증명>이 좋았다.

2024. may.

#위험한비유 #최제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 느끼한 산문집 - 밤과 개와 술과 키스를 씀
강이슬 지음 / 웨일북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보게 된 어느 북튜버의 책 소개에서 아주 깔깔 재미지다는 평을 믿고 사보았다.

젋음이 이제 와닿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

나에겐 피식 웃음도 나지 않는 독서였음을....

2024. may.

#안느끼한산문집 #강이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지 2 - 1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2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에야 말로 완독한다 마음먹은 토지.

오년전 쯤 초반만 읽었었는데, 그 때와는 사뭇 다른 감상 포인트가 있다는 점이 재밌다.

나이를 먹은 만큼 관점이 조금 이동한 것도 있겠지만, 어려서 모르던 인간사에 대한 부분도 더 와닿는다는 점.

- 한밤중 허공을 바라보며 윤씨 부인은 혼자 중얼거렸다.  
"몹쓸 어미로고, 죄 많은 이 어미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그의 눈에서 눈물이 솟아 흘러내렸다.
윤씨 부인은 끊임없이 매질을 하던 형리를 잃었다. 생전의 최치수는 아들이 아니었으며 가혹한 형리였던 것이다. 그 것을 윤씨 부인은 원했으며 또 그렇게 되게 만든 사람이 윤씨 부인이다. 그 사실을 지금 윤씨 부인은 공포 없이 생각할 수가 없었다. 가엾은 형리, 세월을 물어뜯으며 물어뜯으며 지겨워서 못 견디어 하다가 그 세월에 눌리어 가버린 사람, 최치수는 윤씨 부인을 치죄하기 위해 쌓아올린 제단에 바쳐진 한 마리의 여윈 염소는 아니었던지. 사면을 받지 아니하려고 끝내 고개를 내저었던 윤씨 부인이기에 매를 버릴 수 없었고 마지막 순간까지 제단 앞에서 지겨운 시간을 뜯어먹어야 했던 한 마리의 여윈 염소는 아니었던지. - 385

2024. apr.

#토지 #1부2권 #박경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가의 개들 쿠르트 발란데르 경감
헨닝 만켈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발란데르 형사 시리즈 두 번째.

외곽 도시의 소소한 면과 점점 각박해지는 인간성에 의한 사건을 다룬다고만 생각했던 첫 번째 편을 읽고,
2권에선 난데없이 첩보물로 변모한 이야기. ㅋ

해변으로 떠밀려온 보트 위의 시체 두구로 시작된 이야기가 라트비아를 포함한 구 소련 체제에서 핍박받은 국가들의 혼란스러운 정체성을 돌아보는 이야기가 된다.

의지하던 경찰 동료 뤼드베리가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후 좀처럼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경찰을 그만둘 생각까지 하는 와중에 터지는 사건은 발란데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를 쇠락한 라트비아의 도시로 데려다 놓는다.
인간적 호감을 가졌던 리예파 소령의 남겨진 아내를 돕기 위한 수사가 시작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나라에서 뭘 할지 조차 막막한 상황은 도대체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흥미를 잃지 않게 해준다.

그나저나 발란데르가 이혼 당하고 심적으로 힘이 든 건지, 지난번 부터 금사빠의 면모를 보여주는데 3번째 이야기에서도 그럴지 궁금해지는 것도 포인트다.

그리고 기록실에 마침내 침투한 발란데르가 휴지통에 앉는 에피소드를 굳이 만든 작가의 심술궂은 센스도 .... 피식하는 포인트.
스웨덴의 긴급신고는 999 번이라는 것도 사소하게 알게 된 사실.

- 그는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가 리예파 소령을 죽였을 가능성이 있을까? 당연히 가능하고말고! 오랜 세월 경찰에 몸담았던 경험이 그에게 이 명백한 답을 주었다. 살인자라는 것은 없다. 살인을 저지르는 평범한 사람이 있을 뿐. - 194

- 난 우리가 근본적으로 음모 이외엔 아무것도 없는 사회에 산다는 걸 알았어요. 공동 생활철학은 괴물로 변했고, 결국 그 음모가 유일하게 타당한 이데올로기였어요. - 217

- 발란데르는 저 밖의 어둠 속 어딘가에서 자신을 찾고 있는 개들을 생각했다. 결코 자신을 찾길 포기하지 않는 대령들의 개들. - 269


2024. apr.

#리가의개들 #헨닝망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