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와 공주님 이야기는 달라요. 그건 사실...
---------------------------------------------------------------------------------------귀고리를 드릴게요. 달귀고리에요.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개구리는 티포트에 퐁당 빠져들어서 사라져버렸습니다.
공주님은 개구리가 준 귀고리를 보았습니다. 그건 그냥 달모양의 과자였을 뿐이었어요.
바삭.
깨물어보자 그것은 은빛의 달귀고리였어요.
공주님은 공주님은 그 뒤로 계속 개구리를 기다렸어요. 하지만 개구리는 오지 않았답니다.
---------------------------------------------------------------------------------------"요즘 유행이잖아. 그거."


"뭐?"

티파티 모임에는 유난히 유난떠는 아이들이 많다. 티앙팡이 유명해지고, 그 유명한 차를 즐기는 요조숙녀모임들이 생기면서 그런 거겠지만.
사실 이맘때가 제일 도시전설이 생기기 쉬운 시점이다.
왜? 옛날 영국에서도 그런 이야기 많이 나오지 않던가? 홍차의 요정이라고...
굳이 말하자면 홍차의 요정은 일본인가? 아, 실례...

"요정 말이야."

"음?"

"홍차 포트에서 검은 고양이가 튀어나오거나, 개구리가 튀어나와서는 달귀고리를 찾아요! 달귀고리. 내 달귀고리...하는 이야기 말야."

"어라. 그거 혹시 화장실이나 시체실에서 내 다리 내놔 쿵쿵!?"

"....어...어라라.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

"근데 실제로 그런 애가 있다더라?"

"고양이가 튀어나오자마자 기절해버렸는데 일어나 보니 루비 귀걸이가!"

"옴마! 완전짱이다!"

"얜. 입조심 좀 하라니까."

"근데. 문제는 그 뒤에 [나는 귀인이 맘에 들었송. 시집 오시옹. 야옹.]이라고 적혀 있었다는거지. 근데 더 웃기는 건 말야."

"응응."

"그 집 엄마가..."애 하나 키우는 것만해도 골치 아픈데, 고양이까지 키우란 말이야?? 안돼!!!!"하면서 그 글자를 빡빡빡 지우고는 그 고양이가 나온 포트를 갖다버렸다는 거 있지."

"ㅋㅋㅋㅋㅋㅋ"

"저런. 너 웃는 것 좀 조심해라. 요즘 고양이 왕자랑 개구리 왕자는 그런 것도 분간한데요."
---------------------------------------------------------------------------------------그래서 생각했죠. 달귀고리를 돌려주려면 어떡하면 되나요?
귀고리 떼낸만큼 상처난 달에게 물어보았어요.
왕자님을 다시 만나려면 어떡해야 하죠?
달이 부드럽게 웃어주었어요. 그대로 있어주세요. 소녀여.
왕자님이 제대로 단장해서 갈 수 있을 때까지.
부모님이 인정해주실 수 있을 때 왕자님은 다시 반대쪽 귀고리를 들고 그대에게 찾아갈거에요.
참 착한 공주님이시네요.
그리고 달은 잘 구운 치즈케이크를 공주에게 선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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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요즘은 스타벅스 치즈케이크에서 쥐가 나온다더라?"
"아. 응. 이젠 집에서 나오면 그대로 왕자님들이 쓰레기통에 버려진다고. 왕자들이 스타벅스나 할리스나 조선 호텔에서 쥐부하들을 보낸데. 근데 조선호텔에서는 나오는 족족 다 버린다더라..."
---------------------------------------------------------------------------------------그래서 눈오고, 달 뜨는 날. 공주님과 왕자님은 단칸방에서 부모님의 감시 아래
달콤한 티파티를 즐겨요.
러시안티도 가끔은 마시고.
기분 좋은 날은 초코릿을 잔뜩 얹은 차를 마시기도 하고.
가볍게 날아오르고 싶을 땐 복숭아차도 같이 마셔요.
가끔은 우유거품을 물고 달로 날아가기도 하죠.
달뜨는 날, 달도 함께 웃어주어요.
그대 우리와 함께 차를 마시지 않을래요? 하얀 달 뜨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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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흰토끼를 따라서 구멍으로 빠져들어갔을 때 내 손에는 패스포트 한장이 들려 있었다.
구멍은 끝도 없었고, 어느 샌가 흰토끼는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 누군가에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선물받았기 때문에 불안하다거나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뭐 별 거 아니잖아. 코커스 경주라던가, 아니면 기껏해야 물약을 마시고 커지거나 작아지는 것 뿐이야. 앨리스는 그런 걸 몰랐지만 난 다 알고 있잖아?
어느샌가 구멍에서는 촉촉한 향수가 밑으로 떨어지고 있었고, 나는 내 손앞으로 불쑥 튀어나온 우산을 엉겁결에 펼쳐 향수의 비를 막아냈다.

 

'뭔가 다른 것 같은데?'

 

패스포트에는 형광색 글씨로 [날 읽어봐요.]라고 적혀 있었다. 도저히 읽고 싶지 않은 문구였다.

 

'별로 읽고 싶지 않아.'

 

그러자 패스포트에 적힌 단어가 달라졌다.

 

[다음 코스로 못 갈 수도 있습니다.]

 

협박 아닌 협박에 패스포트를 펼쳐들었다.

 

[도도의 코커스 경주로 초대합니다.]

 

'그럼 그렇지.'

 

하지만 뭔가 빠진 것 같았다.
어느 샌가 촉촉하게 뿌리던 향수비도 그치고 내 손앞에 또 어떤 손이 나타나 내 손에 들려있던 우산을 뺏아들었다.

 

"실례! 도버해협에서 비가 와서,"

 

도버해협이 어딘지 알게 뭐람.
끝도 없이 떨어져내릴 때 갑자기 사뿐, 내 발이 땅에 닿았다.
땅 치고는 꽤나 폭신폭신했지만.

 

"아야."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도, 도. 도지슨!
도도 선생!

 

"누가 내 등에 떨어진거야? 막 코커스 경주를 하려는데."

 

"아, 실례해요. 막 떨어져내린 거라서."

 

"요즘 어린 것들은 예의가 없어. 말로만 하면 뭘해. 입장료를 내야지."

"얼마를 드리면 되는 거죠?"

"단추 한개."

 

입장료가 단추라면 다 돌고 나면 옷의 단추가 하나도 안 남겠다.
그 코커스 경주라는 거 하나도 재미없지만, 어쨌든 하고 나니 졸리웠다.
계속 걷고 또 걸어가니 먹는 걸 파는 테이블이 보였다. 바로 매드 해터와 도어 마우스와 마치 헤어의 미친 티파티.

 

"어서와. 여긴 언제든지 티파티지. 앉아."

매드해터의 초청에 앉긴 했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수십번을 읽었지만 항상 대답하기 곤란한건 매드 해터의 이야기다.

 

"넌 까마귀와 책상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

 

"얘도 모른데. 왜 요즘 애들은 이렇게 멍청한거지?"

"말 조심해. 마치 헤어. 요즘 손님들은 무서워."

 

도어 마우스가 찻주전자로 빠지려는 것을 건져내면서 마치 헤어가 툴툴거렸다.

 

"자 바꿔앉자!"

 매드해터가 상냥하게 대답했다.

"잠깐만요. 난 아직 못 마셨어요."

"그래?"

 

도어마우스가 하품을 하면서 대답했다.

 

"그럼 마저 마시고 자리를 바꿔."
 
배가 고파서 꿀바른 토스트를 먹고 홍차도 한잔 가볍게 한 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를 바꾸라고 외치던 마치 헤어도 어느샌가 잠들었는지 한쪽 발은 다른 의자에 놓고 엉덩이는 본래 앉아있던 의자에 놔둔채로 코를 골고 있었다.
단지 매드 해터만이 십실링 이 펜스라는 쪽지를 단채로 노래를 부르고 있을 뿐이었다.

 

"넌 알고 있니. 책상과 까마귀의 공통점이란~!"

 

패스포트에 다시 글자가 찍혔다. [하트퀸과 백작부인의 라크로스 경주에 초대합니다.]

...무시.

[아기돼지가 백작부인의 집에서 출발하였습니다.]

무시.

[하트의 잭이 하트퀸의 파이를 훔쳤습니다.]

 

패스포트에 찍힌 것을 다 무시하고 나는 천천히 저 어느 나무에 있는 문을 열고 나왔다.
매표원이 패스포트를 찍다 말고(매표원은 역시나 하얀 토끼였다.)그 빨간 눈으로 주의깊게 쳐다보다가 말했다.

 

"재미가 없으셨나요? 손님?"

 

"......"

 

"마지막으로 나가실 때 저희 명물 체셔캣과 사진을 찍으시면, 멋진 장정이 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사인본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한번 끄덕인 후 매표원에게 패스포트를 되돌려받은 후 체셔캣과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나는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의 서명이 담긴 초판본을 받아올 수 있었다.
앨리스 하그리브스에게. 라는 서명이 담긴 바로 그 초판본 말이다.
(어차피 앨리스 리델에게라고 적혀 있어야 옳았겠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랜드가 그 원본을 가지고 있을리 만무하니까.)
요즘은 이렇게 환상계도 먹고 살기가 빠듯하다. 이젠 매표소까지 차려가면서 환상계에 초대해야 하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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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들어는 보았나. 거울세계의 앨리스에서 유니콘과 사자의 이야기를.
앨리스가 얼마나 현명하고 아름답게 그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었는지.
그 둘이 언젠가는 합의를 이뤄서 파이를 나눴는지 혹은 합쳤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그 둘에게는 또 새로운 파이가 나타났다네.
그건 바로 악수기계란 물건이지.
그걸로 악수를 할 때마다 지지하는 패거리가 생기는 아주 희한하고도 대단한 물건이지.
이거 하나만 있으면 파이를 가지고 더 이상 싸울 필요도 없어.
붉은 여왕의 특허청에선 지고한 옛 법률이 하나 있지.
그건 오래된 것은 새것이고, 새것은 오래된 것이라는 법칙이야.
그래서 악수기계는 새것이지만 또한 아주 옛날의 것이기도 해서.
고안한 창조자는 그만 특허권을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네.
누군가는 사자와 유니콘이 언젠가는 여왕들의 토지를 나눌 거라는 예언을 했네.
사랑하옵는 두 여왕 폐하께서는 그리하여
그 둘에게 파이 못지 않은 시련을 내려주기로 하셨네.
시련이라니, 이것은 하나의 축복이야!
둘은 쾌재를 부르며 그것을 중간에 두고 또 한바탕 입씨름을 시작했다네.
 "이것은 우리가 쓸것이야."
"아니야. 이것은 우리당이 쓸 것이야."
파이를 나누느냐, 파이를 합치느냐는 두번째 문제.
우선 누구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느냐가 큰 문제가 아닐까?
그들의 숫자는 너무나 동일해서 악수기계를 쓰지 않고서는 지지수를 변화시킬 수가 없었다네.
하지만 어떻게 바꾸지?
둘이서 결국 예전에 결론처럼 결국 그것을 한가운데 두고 팔씨름을  하기로 하였지.
언젠가처럼 또 언젠가처럼.
누군가는 예전에 이 장면을 본 적 있다고 외치는데, 그게 언젠지는 아무도 몰라.
그건 당연해. 오래된 것은 새것이고 새것은 오래된 것이거든.
그게 이땅의 지고한 법칙이라네.
그래서 누가 이겼냐고?
중간에 놓여 있던 악수기계만 반동강이가 나고 말았지.
그래도 아무도 걱정하지 않아. 왜냐고?
오래된 것은 새것이고 새것은 오래된 것이거든.
누군가는 또 멍청하게 특허청에 그걸 또 가져갈 것이고,
여왕들은 또 그들에게 그걸 내려줄 거야.
그렇잖아?
항상 그랬던것처럼.
100년은 1년이 되고
1년이 100년이 되는 법이지.
항상 반복되는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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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판은 벌려놓고 보니 하루에 한분 정도 왔다가시는군요...

창작 블로그때문에 왔는데(조용한 분위기가 맘에 들어서.)

몇분 오시는 걸 보니 관리라는걸 해야 하지 않을까 하다가...

지인이 있는 걸 보고 마음을 깨끗하게 정리했습니다.

아니, 뭐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고 오히려 친한 사람이긴 한데...

친목질하게 될까봐서...

앞으로도 창작글 올리는 거 외에는 별다른 포스팅이 없을 예정입니다.

언제 올릴 지 모릅니다...;;;;;;;;;사교활동은...워낙 충돌이 많아서 안 하기로 했습니다.

원래 폐쇄주의자라 그러니, 앞으로 즐겨찾는 서재도 없을 듯 합니다.

전에 있던 곳보다 특이한 게 많은 곳이라 책구경은 신기한 것들을 많이 모으게 될 것 같네요.

나중에 어느 정도 양이 쌓이면 유페이퍼라는 것도 해볼까 합니다만...

적어도 그렇게 되려면 한 몇년은 걸리겠죠.

하여튼 와주신 분들 감사하고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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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잊었겠니? 생각해보렴. 정기간행물실에서 그 사람의 활동사진을 얻기 위해서 2000권도 넘는 잡지를 뒤적인 나야. 그런 사람이 바로 내 눈앞에 있는데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
그래. 이미 20년전에 모든 걸 다 그만둔 사람이었지. 하지만 그 커피숍에서 커피잔을 들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난 예전의 모든 걸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단다.

알아. 네 말대로지. 매체에 개차반으로 소문난 사람이었다는 거 알고 있었지. 더더군다나 내 직업을 알면 그는 더욱 거칠어질 수도 있었을 거고.
그래서 난 조용히 그의 옆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단다. 그리고 잠깐 다른 자리로 곁눈질한후 그의 자리를 봤을 때.
없었어! 사라지고 없었단다!!
몰래 나간거라고 할 수도 없었어. 문이 열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거든. 더욱 놀라운 건 그가 들고 있던 커피잔도 사라지고 없었던거지.
자아, 한 시대에 아줌마 팬으로써 이쯤 되면 이렇게 원통할 떄가 어디 있겠니.

너는 날 비웃는구나. 아줌마가 이 나이에 와서 그래 40가까이 되어서 옛날의 스타를 그리는 게 웃기겠지.
그래서 그날은 그가 그 카페에 오는 것을 알게 된 걸로 만족하기로 했단다.
그 사람 성격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거든. 한번 정한 자리는 없어질 때까지 자기 자리라고 생각한댔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인기도 없으니까 아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까 계속 올거라는 믿음도 있었어.
사랑이라고? 음...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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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에 가봤지 그는 없더구나. 항상 시계처럼 정확한 사람인데 말이야.
근데 재미있는 건 그날 모인 사람들의 모습이었지. 조금 구시대같은...흑백영화시대에나 볼법한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있지 않겠니? 외모도 표준 한국인같지는 않았어.
그래, 굳이 표현하면 ...넌 알려나? 신성일이나 엄앵란 같은 사람들 말이야.
분위기도 고즈넉한 것이, 마치 앵란이! 이 다방 코히 맛나지 않아? 라고 서로에게 묻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지.  저 한구석에는 강부자가 앉아 있을 것 같고 이쪽 편에는 김창숙이, 왼쪽편에는 사미자가 전성기의 외모를 가지고 앉아 있는 그런 모양새 말이야.
다들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난 그만 압도되고 말았단다. 그러고 있는데 마스터가 내 앞에서 똑똑하고 손가락 노크를 하지 않았겠니?

 

"주문은 뭘로 하시겠습니까?"

 

"아...아메리카노로 주세요."

 

"네에."

 

마스터는 능숙하고 조용하게 뒤로 돌아서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뽑더구나. 난 그제서야 안심했단다.
그렇잖아. 난 설마하니 다방 커피라도 마시는 줄 알았으니까. 아니면 타임머신이라도 타서 되돌아가지 못하면 어떻게 해?
근데 또 내 옆자리에서 달그락하는 소리가 나지 않았겠니? 마음을 추스르고 옆을 보니 그래, 또 그 사람이 앉아있더라.
문소리도 못 들었는데 언제 온 거지?
아메리카노를 받고 나서 그에게 뭐라고 말을 붙이려고 했는데 그는 그냥 깊은 눈매로-그래, 날 한눈에 사랑에 빠지게 한 그 눈동자로-커피잔을 깊이 응시하다가 한잔을 홀짝 마시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말더구나.
기겁할 노릇이지 뭐니? 유령도 그렇지는 않을 거야!
내가 입도 떼지 못하고  어버버 거리고 있자, 마스터가 한마디 하더구나.

 

"리필해드릴까요?"

 

그제사 주변을 둘러보니 그 많던 사람들이 소리도 없이 사라지고 난 후였어.

 

"유...유령."

 

내 말에 마스터는 고개를 한번 저었어.

 

"리필해드리죠."

 

그걸로 그날의 괴기담은 끝나고 말았단다.

---------------------------------------------------------------------------------------어린 시절에 들은 이야기인데, 요즘처럼 홍차나 커피나 널리 퍼지기 전의 일이었단다.
커피라면 원두를 떠올리는게 아니라 자판기 커피나 떠올리던 그 시절 말이야.
그러니까 요즘 흔히들 말하는 홍차점이나 커피점인들 생각이나 했겠니?
어쨌든 궁금한 건 끝장을 내는 내 성격이라, 몇번이고 그 카페에 들락거리기 시작했지.
그 미스터리한 카페에 가 보고 싶다고? 아, 하여튼 더 들어봐. 그게 작년말쯤의 이야기니까.
하여간 점 이야기 하다 말았는데, 한 3개월 이상 매일매일 다니기 시작하니까 마스터도 조금은 날 생각하기 시작했단다. 요즘 젊은 남자들이 보면 늙은 된장녀라고 욕하고도 남겠지만, 알다시피 내가 궁금한 건 못참잖니.

 

"포츈쿠키라도 드셔보시겠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난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스타벅스? 커피빈? 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밤?
이름은 많이 알지. 왜냐하면 내 동네에는 그 커피집들이 줄 지어 있으니 말이야.

 

"커피점도 재미있을 겁니다."

 

난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사람이라 그런 건 별로 필요가 없었지. 그래서 정중히 사양하고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는데, 또 그가 나타나지 않았겠니?
이번에는 욕을 얻어먹더라도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지. 까칠한 성격이라 여자 상대로 주먹질은 안 하겠지만 절대로 좋은 소리는 안 하는 사람이니까.
홀짝. 한 모금 마시고, 잠시 인기있었던 예전을 생각하는 것처럼 앞을 보다가 다시 홀짝 한모금 마시고...
한 커피를 한 30분은 마셨을 거야. 그리고, 마지막 한모금, 잔의 가장 마지막 부분, 찌꺼기 있는 부분까지 나왔을 때, 그는 전에 봤던 대로 갑자기 사라지고 말았지.

 

"유...유령!"

 

피식. 하고 마스터가 웃었어.

 

"아직도 그 사람은 예전이 그리운 모양입니다. 사모님, 다시 한잔 리필해드리죠."

 

"......"

 

그제서야 알 수 있었지. 그 사람이 여기 온 건 바로 그 커피때문이었던거야.
그 사람뿐만 아니라 그 흑백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배우들도!

 

"사모님은 뭔가 알고 싶거나 보고 싶거나, 예전에 돌아가고 싶었던 적이 없으셨나요?"

 

마스터의 말에 난 잠시 고민했지.

 

"......"

"간단합니다. 커피 찌꺼기가 약간 남아있다면 그걸 보고 잠깐 다녀올 수도 있죠. 혹은 과거에서 이쪽으로 오거나."

 

"...과거에서?"

 

"네. 몇달전에 몇분 보셨었죠? 그 분들은 미래에 자기가 어디에 있게 될지 알고 싶어서 오신 분들이죠."

 

"알아보고 가나요?"

 

"뭐, 굉장히 정확하니까요. 점쟁이의 거짓말도 아니고, 여긴 확실한 미래니까요.  단지 점의 형식을 빌리고 있을 뿐이지만."

 

"......"

 

"사모님이 좋아하는 배우도 자신의 미래를 보려고 간 거랍니다. 커피속에서 자기의 미래를 본 것이죠."

 

"근데 왜 꼼짝을 안 하죠?"

 

"저도 잘 모르겠군요. 미래의 그 사람이 오신 건지, 아니면 과거에서 이곳으로 오신 건지. 잘 모르겠거든요. 항상 손님들이 왔다갔다 하시니까요. 과거에서 미래로, 미래에서 과거로."

 

난 하도 어이 없고 정신 없어서 조용히 있었더니 마스터가 조용히 말을 하는거야.

 

"사모님 정도면 어느 정도 재력도 있으시고 하니까 저랑 동업을 하셔도 괜찮으실 것 같은데요..."

 

마스터는 날 딱 3개월 봤을 뿐이야. 난 농담으로 치부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사람들이 사라진 걸 벌써 몇번이나 봤으니까 안 믿을 수도 없고 그런 곤란한 상황에 빠졌지.

 

"...커피 잘 마셨습니다."

 

그렇게 일어서려고 하는데 마스터가 손을 꽉 잡더구나.  소름이 쫙 끼쳤지.

 

"커피 찌꺼기가 좀 남았군요. 잠깐 보고 가시죠."

 

그래서 보았지. 그러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단다.
보고나서의 기억이 전혀 없단다. 돌아오고 나니 30분 뒤에 네가 들어왔고. 그러고나서는 난 몸이 아파서 한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했었지.
네가 병구완을 했었고...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어. 왜 그때 진작 이야기를 안 했느냐고?
무서우니까. 무슨 일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고?

갑작스럽게, 아주 갑작스럽게 그 카페는 어느날 무너지고 말았단다. 그래 작년에 말이야.
내가 병원에 있었을 적에.

그리고 내게 포춘쿠키 하나가, 그래 딱 하나와 커피콩 한개, 그리고 찻잔 한개가 도착했단다.
마스터가 마지막으로 내게 준 선물이었지. 마스터도 손님들도 그 카페에 깔려죽었거든.
왜 그가 내게 그걸 선물했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포춘쿠키를 열어보니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더라,

 

[미래와 현재는 이어져있지만 언젠가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이 생기면  끝나야 하는 순간이 온다.]

 

이제야 기억이 나는구나. 그래, 마스터는 그저 장소만 제공할 뿐 미래를 볼 수는 없는 사람이었던거야. 사람들은 그의 카페를 이용해서 과거로 돌아가거나 미래로 잠깐 떠날 수 있었던 거고.
그제사 알았지. 마스터는 내가 마신 잔으로 미래를 본 거지. 카페는 무너질 수 밖에 없었던 거고. 난 다시는 그 카페로 갈 수 없었던 거고. 기억이 없었던 건 바로 그것때문이었단다.

 

거짓말이라고? 거짓말일 수도 있겠지. 본래 작가란 그런 존재니까 말이야.
가끔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가게가 보이면 이렇게 덧붙여주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니겠니?
그리고 더욱 중요한 건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지금 TV에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지!
요즘은 카페인 중독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대신 수국차를 마신다고 하더라.

복귀하면서 거친면이 많이 줄었들었대. 다행이지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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