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p.)˝이건 제법 팔리겠는데요 ˝
망설임 없이 단언했다.
˝에미린이 팔린다니까 정말 팔릴 것 같네. 편집자로도 어울릴 것 같지 않아?˝
˝아뇨, 이 일이 제 천직인걸요.˝

*
대단하다.
현실에선 이런 말 들어본 적 없지.
소설이지만 이런 말, 대단해.
작가는 이런 말을 들어본 걸까?
이런 말 하는 사람이 있다고?
요즘 세상에?
아 나도 ˝이 일이 내 천직이다˝ 라는 말을 하고 싶다.
여러가지 일을 해왔지만 단 한 번도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기분조차 느낀 적 없다. 하긴 그러니까 여러가지 일을 한 거겠지!
뭐!
천직, 만나고 싶네.
천직이라고, 말하고 싶어졌어.
천직이야! 라고 말하는 순간 천직으로 결정되는 걸까? 혹시?
천직은 하나뿐이야, 라고 누가 그랬나?
설마.
천직은 하나뿐이라고 생각해서 그 말을 하고 싶은 거라면?
띠링띠링
아아 한 잔이요.
네. 아아 한 잔 삼 천 원입니다.
아,
아아 한 잔 팔고
뜨아 한 모금
마시고.





"대단하세요. ‘이게 제 천직입니다‘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니."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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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5-11 1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을까싶네요. 지금 당장 떠오르는 인물은 고등 교과서에서 만난 독 짓는 늙은이 정도 ㅎㅎㅎ 잘잘라님 잘 지내시죠? 항상 번창을 기원하며 *^^*

잘잘라 2022-05-11 20:18   좋아요 2 | URL
미니님❤ ^___^ ❤
사실 요새 누가 천직 운운하나요. 이미 쓰지 않는 말이지만 책 핑계로 속엣말을 흘려보내봅니다. 어우 진짜 책 아니면 어떻게 사나 싶게, 책 덕분에 한 고비 두 고비 넘어갑니다.
미니님 오늘 기막힌 타이밍 댓글ㅎㅎ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05-11 2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천직. 있으면 차라리 편한 듯요.^^
책과 관련된 천직이면 더 행복할 ^^듯요

잘잘라 2022-05-11 21:56   좋아요 1 | URL
흐흐흐흐흐흐흐 돈 벌고 책 읽고 사람 만나고, 그런 천직이라면!!! 생각만 해도 침이 고입니다. 그레이스님 굿나잇 푹 주무세요😄
 

쓰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이야기가 정돈되지 않아서 중구난방이 되고는 했다. 한번은 함께 글을 쓰고 있던 교수님께서 "미소야, 너의 문제는 영어가 제2언어라서가 아니야. 네 글쓰기에 대해 코멘트를 해서 미안하지만, 너의 생각을 더 간결하고 명료하게 제시해야 해"라고 말하셨다. 그 이후엔 혼자서 글쓰기를 붙들고 끙끙대는 습관을 버리고, 글더미를 챙겨 들고 학교의 글쓰기 센터에 가거나 친구들끼리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서 초고부터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 데 노력을 쏟았다. - P48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시간이 흐를 동안 애쓴 내가 해결해 주는 거지, 가만히 시간을 흘려보내기만 한다면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 P49

2020년 11월 어느 날, 시부야에서 집까지 오는 열차를 탔을 때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본어가 너무 답답해서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했다. 거저 얻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언어를 배우려면 직접 자신의 발로 서서 스스로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했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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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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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와 청소년기와 대학 시절 내내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품었을 때는 그 목표 혹은 지향이 그저 사랑스러웠지만, 막상 그것을 하려니... 음, 산봉우리를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오르려면 힘든 법이다. 작가가 되는 일에는 어엿한 인간이 되는 일의 핵심이 담겨 있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그 이야기를 어떻게 할지, 이야기와 나의 관계는 어떠한지, 내가 선택한 이야기는 무엇이고 선택당한 이야기는 무엇인지, 주변 사람들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그 바람에 얼마나 귀 기울여야 하고 또 다른 것들에는 얼마나 귀 기울여야 하는지, 이런 문제들을 더 깊게 더 멀리 생각해보는 일이다. 하지만 물론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실제로 써야 한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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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 속에서 살았다. 독서는 흔히 한 책을 골라서 그 속을 처음부터 끝까지 여행하는 일로 묘사되지만, 내 경우에는 그것은 물론이거니와 아예 그 속에 터를 잡고 산 책들도 있었다. 몇번이나 다시 읽었던 책들, 그러고는 이후에도 종종 그 세계에 들어가고 싶고, 그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고, 그 작가의 생각과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아무 쪽이나 펼쳐 들곤 한 책들이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이 그랬다. 어슐러 K. 르 귄의 어시스 시리즈, 프랭크 허버트의 《듄》, 더 나중에는 E. M. 포스터, 윌라 캐더, 마이클 온다치, 어른이 된 후 다시 읽은 몇몇 동화책, 더 이전에는 문학적 가치가 미미한 숱한 소설들이 그랬다. 사방 지리를 속속들이 아는 그 영토들 속을 나는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줄거리를 알고자 딱 한 번 읽고 마는 책에서는 낯선 감각이 보상이라면, 그 영토들에서는 친숙함이 보상이었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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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25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득 내 맘에 터를 잡고 사는 책들이 뭘까 생각하게 되네요 ㅎㅎ 잘잘라님 맘에 터 잡고 사는 책들은 뭐가 있을까요 *^^*

잘잘라 2022-03-26 15:41   좋아요 1 | URL
잘잘라 마음 너무 좁아서, 저 하나로도 너무 갑갑해서, ㅎㅎ... 대신 아주 아주 가벼워서 이리로 저리로,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나풀 나풀 잘 돌아다녀요. 방금도 미니님 서재에 폴폴폴 다녀오는 길입니당~~~ ^^♬
 

음식의 맛을 제대로 음미하라. 너무 빨리 먹거나 이동 중에 먹으면 몸에서 ‘투쟁 혹은 도피‘ 상태로 인식하여 소화효소를 적게 분비한다. 이렇게 되면 지방이 일부만 처리되어 간에 축적되거나 중요 기관과 허리 부분에 쌓인다. 천천히 음식을 눈으로 보고, 혀로 맛보고, 제대로 씹는다. 이렇게 하면 꼭 필요한 만큼의 소화효소가 분비되어 음식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으며 포함된 모든 영양분의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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