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좋은 어린이책 <지구와 친구 하기>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신재일(정치학 박사, 어린이책 논픽션 작가&번역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한 화려한 글보다 평범한 그림 한 점이 더 큰 울림을 줄 때가 있다.

 

우리가 하늘을 올려다볼 때, 하늘은 우리를 내려다본다.

강물이 가뭄과 홍수를 겪으며 유유히 흘러가듯, 인생 또한 희로애락의 강물을 따라 흘러간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생명이 봄꽃을 피우듯, 우리네 삶도 거친 파도를 이겨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때로 온몸을 파고드는 모래바람을 뚫고 삶을 이어가기도 한다.

 

이 책의 글과 그림을 꼼꼼히 보고 나서, 책장을 덮고 눈을 감아보자.

바람 한 점 없는 잔잔한 호수처럼, 내 마음속으로 고요함이 찾아올 것이다.

흐드러지게 핀 꽃, 울창한 나무, 가슴 속까지 정화시켜주는 신선한 숲 속 공기를 느껴보자.

 

하지만 마구 파헤치는 열대우림과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리는 빙하는 자연 그대로 치유되지 않는다. 우리가 앞장서서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소중한 지구는 신음하며 병들어갈 것이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간다. 핏대를 올려가며 이래야한다 저래야한다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작은 일 하나하나 묵묵히 행동에 옮기는 사람도 있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주장은 공허할 뿐임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빌딩숲을 배경으로 나무가 있고, 나비와 새가 날아다니는 땅 위에서 남녀노소 모두 손에 손을 잡고 하나가 되는 마지막 그림을 보자. 우리는 모두 이렇게 어우러져 있다.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연과 더불어 우리 모두 묵묵히 걸어 나갈 때, 분명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높고 험한 산에 오르면 우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되듯이, 이 책은 광활한 대자연속에서 우리의 존재를 일깨워준다. 존 패트릭 루이스의 짧지만 울림을 주는 글과 안나&엘레나 발부소의 인상적인 그림이 돋보인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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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좋은 어린이책 <잭키 마론과 검은 유령>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류대현(파주 와석초등학교 교사)

 
누구에게나 기회는 있다!
얼마 전 짧은 기간 동안 책을 여러 권 읽고 그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서 온통 뒤죽박죽 된 적이 있다. 그때 문득 책 속의 주인공이 다른 공간과 시간으로 이동한다면 원래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것도 모자라 다 먹어 버리는 ‘책 먹는 여우’는 이런 상상을 <잭키 마론> 시리즈를 통해 이야기로 펼친다. 이 시리즈는 ‘책 먹는 여우’가 만들어 내는 요리이다. 아기 돼지 삼 형제와 늑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주 재료로 삼아, 브레멘 음악대의 브레멘을 음식을 담는 그릇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작가가 방한 기간 동안 만났던 부산 소년의 아이디어인 타임머신이라는 증요한 소스를 뿌려서   ‘책 먹는 여우’의 두 번째 요리가 되었다.

그리고 책 속에서 늑대와 아기 되재 삼 형제는 각각 이런 말을 했다.

“다들 그랬고 난 배가 정말 고팠어.”

“다들 그런다는 건 이유가 안 돼.”

어떤 책이든 책 속의 등장인물은 주어진 역할에 갇힌 채 단 한 번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작가는 《잭키 마론과 검은 유령》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아기 돼지 삼 형제와 늑대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었다. 우리는 책 속의 늑대처럼 ‘다들 그랬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며 나는 당연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게 대부분이다. 본능을 저버릴 수 없는 숙명을 느끼며 눈물을 흘리는 늑대의 모습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내면을 의미하기도 한다. 바뀌는 건 없다. 하지만 이 책은 누구에게나 기회는 주어야 하고, 그 기회를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도록 관계를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세상에 있는 수많은 책이 ‘책 먹는 여우’를 통해서 어떻게 버무려질지 세 번째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기대된다. 이제 막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초등학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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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좋은 어린이책 <불편한 이웃>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기규(어린이책 작가, 인권배움터 봄 활동가)


불편하다는 말의 무게를 그들은 느꼈을까?
유승희 작가의 《불편한 이웃》은 토끼와 고라니, 멧돼지와 염소가 나오는 동물들 이야기다. 하지만 읽는 동안 내 머릿속에서는 어쩔 수 없이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멧돼지에게 항의하러 갔다가 무릎을 꿇으며 사정하는 고라니의 모습에서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릎을 꿇은 장애인 학생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고, 꽃슴이의 아픔을 외면하고 있는 노루 선생님의 모습에서 학생 이름 대신 무심하게 ‘다문화’라고 부르던 한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의 사례가 떠올랐다. 종이 다르지만 용기 있게 결혼을 선택한 고라니와 염소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친구의 연조차 끊어버린 동물들의 모습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을 인정받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꽃슴이네 가족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그들이 자신들의 눈앞에 보이지 않기를 바랐던 동물들의 모습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눈물 젖은 단식을 두고 조롱하고 비웃었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였다. 마지막으로 어른 동물들이 만든 차가운 세상에 영향을 받은 어린 동물들의 모습들은, 세상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옮겨져 있는 오늘날 학교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마을에 사는 동물들에게 꽃슴이네 가족은 ‘불편한 이웃’이었다. 동물들은 “어차피 같이 사는 세상인데, 남들 생각에도 좀 맞춰 주는 게 좋지 않을까? 다들 불편해하잖아.”라고 말한다. 사실 “당신들은 불편하다!”는 말은 사람들이 소수자들에게 너무나도 쉽게 하는 말이다. 그들은 나와 다른 소수자들을 보고 싶지도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도 않다. 그들은 매우 쉽게 불편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이 얼마나 잔인하고 칼날같이 날카로운 말인지는 전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불편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꽃슴이를 괴롭혀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고, 꽃슴이 가족의 정당한 항변은 듣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심지어 꽃슴이네 가족에게 누명을 씌우고 나서 그것이 토끼의 짓이라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 자신들을 불편하게 만든 ‘불편한 이웃’ 때문이라고 말하면 너무나도 손쉽기 때문이다. 공동체를 중요시하고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던 동물 마을이, 사실 다름을 인정하지 않은 끔찍한 마을이었다는 진실을 대면하지만, 그들은 손쉽게 그 진실을 외면하였다.

 

꽃슴이네가 쫓기듯 이사를 간 뒤, 이 가족이 불편하다고 함부로 이야기했던 동물들은 그 말을 내뱉은 자들이 지어야 할 무거운 책임을 깨달았을까? 아니면 ‘불편한 이웃’을 떠나보내고 나니 이제 다시금 서로 돕는 평화로운 동물 마을이 되었다고 믿고 있을까? 차별과 혐오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외치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이 질문은 우리 모두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불편한 이웃》은 동물들의 이야기였지만 사실 우리 사회의 이야기였고, 다름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도 인정하려고도 하지 않는 우리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무거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나는 무겁고 슬픈 이 이야기를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이 책이 반드시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했다. 나이 든 세대와 새로운 세대가 우리 사회에 슬프고 고통스런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이야기해 보는 것에서 새로운 희망은 시작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이 책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쉽고도 재미있다. 이렇게 쉽고도 깊이 있는 어린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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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좋은 어린이책 <하지만...>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고성욱(아동문학가, 전 서울초등국어교육연구회 회장)

 

우리는 장애를 가진 개인을 잘 알기도 전에 그들을 어떻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지, 그들이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부터 생각합니다. 그것이 배려이고 존중이라고 생각하지요. 물론 옳은 생각입니다만, 그것 역시 편견이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고서야 깨달았습니다. 장애에 대한 편견은 차이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시작할지 모릅니다. 조금만 다르면 겁을 내는 우리 사회에서 그들은 우리와 다르다는 생각을 먼저 심어 주는 것이 자칫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이 책 <하지만>은 독자들이 그런 선입견과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주인공이 어떤 아이인지, 어떤 어려움을 지녔는지 처음부터 밝히지 않습니다. <하지만>은 특별함과 평범함, 장애와 비장애, 차별과 평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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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좋은 어린이책 <세상에서 아빠가 최고야>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우경미(소설가)

 

<세상에서 네가 최고야> 서평을 쓸 때만 해도 두 번째 이야기에도 서평을 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한 편으로 완결된 이야기인 줄 알았으니. 그런데 이제는 벌써 세 번째 이야기를 두근두근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역시나 먼저 그림에 홀딱 빠졌다. 이야기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림만 보였다. 그림만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을 훑어보고 나서야 글을 읽었다.

 

작가 히구치 요코는 오래 전부터 고양이를 좋아해서 현재도 몇 마리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으니 그렇긴 하겠지만, 고양이를 어쩌면 이렇게도 사랑스럽고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눈동자의 색깔이나 눈빛, 미묘하게 다른 털의 색깔과 무늬 하나하나에까지 눈이 한참을 머물렀다. 그뿐만이 아니라 의인화한 고양이 한 마리 한 마리에게 입힌 옷의 화려한 색깔과 무늬, 색의 배합이나 다양한 모양 등이 패션쇼를 방불케 했다. 이런 눈 호강이 없다. 나는 고양이보다는 개를 좋아해서 개를 키우고 있지만,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질 만큼 이 책에 나오는 고양이는 모두가 다 매력적이다.

그림 예찬은 아쉽지만 이 정도에서 그치고 이제 양코의 사연 속으로 들어가 보자. 헝겊 고양이 양코의 두 번째 이야기는 아빠 이야기지만, 꼭 짚어 아빠 이야기라기보다는 부모의 마음을 양코를 통해 보여준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버림받은 아이를 덜컥 입양하게 된 부모 이야기다.

꼬마네 집에서 꼬마와 함께 사는 양코는 버려진 아기 고양이를 우연히 발견하고는 숨이 겨우 붙어 있는 생명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데려온다. 더욱이 작은 헝겊 고양이에 불과한 자신이 그토록 부러워해마지 않는 진짜 고양이인데 어찌 그냥 두고 돌아설 수 있나. 그렇게 아무 준비도 없이 아빠가 된 양코지만, 아직 눈도 못 뜬 아기 고양이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무엇이든 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마구 솟구친다.

지난날의 양코는 그저 어떻게 하면 꼬마에게 더 사랑받을까, 어떻게 해야 버림받지 않고 오래 같이 살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하지만 아기 고양이를 만난 이후 양코는 누군가의 보호와 사랑을 필요로 하는 허약하고 조그만 생명에게 사랑을 쏟는 성숙한 존재로 성장해 간다.

겉은 쌀쌀맞아 보이지만 속은 따뜻한 심술 고양이의 도움과 배려로 양코는 점점 아빠다운 모습으로 거듭나게 된다.(헝겊 인형이 포대기로 진짜 고양이를 업고 다니는 모습이라니!) 갈수록 깊어가는 양코의 애틋한 사랑이 어찌나 절절한지 아름답다 못해 눈물겹다.

성큼 자란 아기 고양이가 “나, 쓸모없는 고양이였잖아요! 아무도 데려가려고 하지 않아서 쓰레기처럼 내다버린 고양이라는 거, 다 들었다고요”라며, 자신이 병에 걸려 내다 팔 수 없는 고양이라 버려졌다는 사실을 알고 슬퍼할 때, 든든하게 그들 곁을 지켜주는 책방 고양이의 말은 이 책이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단단하고도 따뜻한 위로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고양이는 없어.’

발에 차이는 돌멩이조차 다 존재 이유가 있다는데 하물며 살아있는 생명임에랴. ‘세상에 쓸모없는 고양이는(아이는/존재는)없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헝겊 고양이 양코 아빠의 절절한 사랑으로 보여주는 참 어여쁜 한 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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