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가와우치 아리오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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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점  ★★★★☆  A






예술 작품을 감상한다.


예문에 밑줄이 친 감상에 해당하는 한자를 고르시오.

 

感賞  感想  感傷  鑑賞  監床



나는 2번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국어사전은 내게 2번이 정답이라고 말하면서도 새로운 사실 하나를 알려주었다. 새로운 사실이란 내가 여태까지 몰랐던 또 다른 감상의 한자 표기. 국어사전이 가르쳐준 감상4번이다. 2번 감상의 뜻은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생각이다. 4번 감상은 예술 작품을 이해하여 즐기고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 사람은 예술 관련 지식이 없으면 작품 감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예술에 무지하기 때문에 걸작 앞에서 이러쿵저러쿵 말할 자격이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예술 작품을 어떻게 볼지 설명해 주는 전시회 해설자(docent)를 찾는다. 과연 작품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알고 있으면 예술 감상이 쉬워질까? 일단 쉬워진. 하지만 재미없다예술 상식으로 차려진 밥상은 처음에 맛있다. 그러나 책과 전시회 해설자가 계속 떠먹여 주는 상식은 식상하다모든 사람이 다 아는 상식만 채워진 감상이 재미만 없는 게 아니다. 예술을 이해하고 느끼는 본연의 를 표현할 기회도 없다.


4번 감상은 거울 감()’ 상줄 상()’이 만나서 생긴 단어다. 나는 예술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4번 감상의 한자어를 머릿속에 떠올려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그러면 예술에 대한 낯섦과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질 거로 믿는다예술 작품이 막연히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것을 거울이라고 생각하면서 바라보자. 예술 작품이 거울로 변하는 순간, 거기에 작품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이 나타난다. 예술 작품에 비친 본인 모습을 만나면 이제부터 내가 느낀 것을 편안하게 이야기하면 된다. 작품에 관한 지식, 몰라도 된다. 여기서부터 예술 감상이 시작된다


,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작품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해석이 상식과 다르다는 이유로 틀렸다고 생각해선 안 되고, 타인의 주관적 해석을 지적해서도 안 된다. 예술 감상하는 자신 또는 타인을 칭찬하라, 틀려도 좋으니 즐겨라. 지적(指摘)하는 태도는 예술 감상을 방해하는 적()이다. 자유롭게 작품을 해석하는 관점을 존중하지 않는 감상은 지적(知的) 대화가 아니.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는 우리의 예술 감상을 막는 진입 장벽을 무너뜨리는 책이다. 시라토리 겐지(白鳥 建二)는 시각장애인이다. 매년 수십 번씩 미술관에 다닌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그는 작품을 본다. 이 책의 저자는 시라토리 씨와 함께 미술관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오직 눈으로만 보는 행위에만 초점이 맞춰진 감상법을 해체한다. 예술 작품은 다양하다. 예술 작품에 눈으로 보는 그림만 있는 게 아니다. 관람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은 손으로 만져야 하고, 때로는 움직여야 한다.


예술 작품의 형태가 다양해질수록 관람자 스스로 작품을 바라보고 생각할 기회가 많아진다. 전시회나 미술관에 관람자의 감상을 안내해 주는 해설자의 역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해설자와 함께 걸으면서 작품을 바라보면 관람자의 마음과 머릿속에 채워진 건 상식이다. 마음과 머리가 무거워지면 예술을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시라토리 씨와 함께 미술관에 가면 마음과 머리는 항상 가볍다. 미술관에 들어오기 전에 머릿속을 비워 두어야 한다. ‘아는 상태에서 예술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예술을 감상한다. 이것이 시라토리 씨가 지향하는 감상법이다.



* 33~34


 “나는 다 함께 보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아보거나 발견하는 게 재미있어.”

 아, 그렇구나. 그는 아는 것이 아니라 알지 못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었구나. (중략)

 시라토리 씨의 미술 관람에는 적당히 무지한 상태가 꼭 필요한 듯했다. (중략)

적당히 무지한 상태란 좋은 것이었다. 선입견 없이 무심하게 그저 작품과 마주할 수 있으니까. 마치 안내서 없이 다니는 나 홀로 여행처럼.



상식이 넘치는 상태에서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 결국 눈으로 본 것과 입에서 나오는 말은 내가 아는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작품을 거울로 인식하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려는 내 모습이 나타난다. 예술 작품의 입은 무겁다. 그래서 감상이 서투른 사람들은 예술에 관한 지식이 꾹 닫아버린 작품의 입을 열게 하는 열쇠라고 믿었다. 하지만 예술 작품이 아닌 오직 자신만의 감상을 위해서라면 스스로 열쇠가 되어야 한다.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힘, 그것이 바로 예술 감상을 위한 열쇠다. 관람자를 위한 거울로 변신한 작품이 비로소 입을 열기 시작한다. 그리고 관람자에게 말을 걸어온다. , 그럼 무엇이 보이는지 말해주세요.”


저자는 작품에서 무언가를 느끼거나 의미를 찾는 것은 관람자의 몫이라고 강조한다(127). 다양한 해석을 용인하는 작품의 넓은 품은 예술로 표현된 세상과 사람을 거울처럼 보여준다. 예술 작품은 모든 관람자의 생각들을 안아줄 수 있을 만큼 품이 넓다. 왜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예술 작품의 참모습을 보지 못했던 것일까? 이걸 제대로 봤으면 예술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cyrus의 주석>



* 41

 

 최근에는 이것도 저것도 예술 작품이 되어서 포르말린에 담근 소[]나 대부호의 부동산 매매 기록을 작품으로 하는 예술가도 있다니까.










[포르말린에 담긴 소가 나오는 예술 작품은 영국 예술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황금 송아지(2008)일 수 있다포르말린에 담긴 박제된 송아지의 발굽과 뿔, 그리고 머리 위에 있는 원반은 금으로 되어 있다. 


허스트는 상어(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불가능성,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1991), (황금 뿔이 달린 검은 양, The Black Sheep with the Golden Horn, 2009) 죽은 동물을 포르말린 수조에 넣은 작품을 전시회가 아닌 경매에 공개하여 살아 있는 가장 비싼 예술가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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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 선보이는 공연작 다섯 편 중 두 편은 독일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살로메>(Salome)<엘렉트라>(Electra). 나머지 세 편의 공연작은 이탈리아 작곡가 베르디(Giuseppe Verdi)의 오페라다. 106일에 <살로메>가 스무 번째 축제의 포문을 열었다. 10월 21일과 22일, 이틀 연속 막이 오른 <엘렉트라>는 국내 초연작이다. 나는 22일 토요일 공연을 예매했다베르디의 오페라 세 편도 예매하고 싶었으나 오페라 공연을 보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소포클레스천병희 옮김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도서 출판 숲, 2008)


소포클레스, 김종환 옮김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 (지만지드라마, 2019)




원작은 고대 그리스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Sophocles)의 동명 비극이다. 오스트리아의 시인 · 극작가 후고 폰 호프만슈탈(Hugo von Hofmannsthal)이 각색을 맡아 오페라 대본을 썼다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에우리피데스천병희 옮김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1》 (도서 출판 숲, 2020)


에우리피데스, 강대진 옮김 메데이아: 메데이아, 힙폴뤼토스, 엘렉트라, 알케스티스》 (민음사, 2022)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아이스킬로스천병희 옮김 아이스퀼로스 비극 전집》 (도서 출판 숲, 2008)


아이스킬로스, 김기영 옮김 오레스테이아 3부작》 (을유문화사, 2015)


아이스킬로스, 두행숙 옮김 오레스테이아》 (열린책들, 2012)


















아이스킬로스, 김종환 옮김 아가멤논》 (지만지드라마, 2019)


아이스킬로스, 김종환 옮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지만지드라마, 2019)


아이스킬로스, 김종환 옮김 에우메니데스》 (지만지드라마, 2019)





소포클레스와 함께 거론되는 아이스킬로스(Aeschylos)에우리피데스(Euripides)도 엘렉트라가 나오는 비극을 썼다(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 중 2부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에우리피데스의 <엘렉트라>). 세 편 중에 문학성이 높은 <엘렉트라>는 소포클레스가 쓴 것이다.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에우리피데스천병희 옮김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2》 (도서 출판 숲, 2021)


* 에우리피데, 김종환 옮김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지만지드라마, 2019)




엘렉트라는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Agamemnon)클뤼템네스트라(클리타임네스트라, Clytemnestra) 사이에 태어난 둘째 딸이다. 장녀는 이피게네이아(Iphigeneia). 아가멤논은 트로이 전쟁에 참전하는 연합군의 총지휘자였다. 수많은 함대가 항구에 집결하지만, 순풍이 불지 않아서 2년 동안 출항하지 못한다. 신탁에 따르면 이피게네이아를 희생 제물로 바치면 신의 분노가 풀려서 순풍이 생긴다. 이피게네이아는 아가멤논의 간계에 속아서 희생되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안 클뤼템네스트라는 아가멤논을 복수하기로 결심한다(에우리피데스의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아가멤논을 복수하려는 아이기스토(Aegisthus, 아이기스토스)와 합세하여 트로이 전쟁 종전 이후 십 년 만에 미케네로 돌아온 아가멤논을 살해한다(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 중 1부 <아가멤논>).


아이기스토와 클뤼템네스트라가 미케네를 지배하면서 아가멤논의 아들이자 엘렉트라의 남동생 오레스트(오레스테스, Orestes)는 후환을 피하고자 탈출한다. 혼자 남은 엘렉트라는 아가멤논의 무덤에 찾아가 복수를 꿈꾼다. 여기서부터 오페라 <엘렉트라>가 시작된다.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에 엘렉트라의 여동생 크리소테미스(Chrysothemis)가 등장한다. 엘렉트라는 크리소테미스에게 어머니와 아이기스토를 함께 죽이자고 제안하지만, 크리소테미스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미케네 전역에 오레스트가 죽었다는 풍문이 들려온다. 엘렉트라는 복수를 실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좌절하지만, 극적으로 오레스트와 재회한다. 그녀는 오레스트와 힘을 합쳐 아이기스토와 클뤼템네스트라를 살해한다.
















최혜영 그리스 비극 깊이 읽기(푸른역사, 2018)


* [품절] 김기영 신화에서 비극으로: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 삼부작(문학동네, 2014)




엘렉트라는 어머니와 새 남편을 증오한다. 그녀는 두 사람의 손에서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를 위해서 복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자신 또한 어머니처럼 살인으로 불의를 응징하고자 한다. 엘렉트라와 클뤼템네스트라는 강인한 여성상과 표독스러운 악녀를 동시에 보여준다. 하지만 엘렉트라가 진정 원하는 것은 아가멤논이 잃어버렸고, 오레스트가 가질 수 없는 권력이다. 오페라에 생략되었지만, 비극에 묘사된 오레스트는 어머니를 죽인 죄로 복수의 여신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 중 3부 <자비로운 여신들>). 그는 또다시 유랑자 신세가 된다. 아이기스토와 클뤼템네스트라를 싫어하는 세력이 있다고 해도 엘렉트라는 현실적으로 미케네의 실권자가 되지 못한다.






존 싱어 사전트

맥베스 부인 역의 엘렌 테리

1889




복수에 성공한 엘렉트라는 미케네 왕관을 아버지의 무덤에 바친다. 이때 왕관을 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미국의 화가 존 싱어 사전트(John Singer Sargent)가 묘사한 맥베스 부인을 연상시킨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최종철 옮김 맥베스(민음사, 2004)

 

* 권오숙 셰익스피어, 그림으로 읽기(예경, 2008)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비극 맥베스의 맥베스 부인은 스코틀랜드 영주인 남편을 설득해 덩컨 왕(Duncan)을 죽이도록 부추긴다. 맥베스 부부는 왕권을 차지하는 데 성공하지만, 맥베스 부인은 죄책감에 사로잡혀 몽유병을 앓다가 자살한다. 아주 잠깐이지만, 엘렉트라는 왕관을 직접 손에 쥠으로써 눈부시게 빛나는 권력의 무게감을 느껴본다. 그 순간 그녀는 황홀감에 취해 춤을 추다가 무덤 앞에서 죽는다. 엘렉트라가 심장으로 들은 무덤 속 아버지 목소리의 실체는 자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권력이다.


맥베스 부인은 맥베스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름이 없다. 부인에게 권력에 대한 야망을 숨기지 않은 엘렉트라라고 부르면 이상한가. 이번 주 오페라 공연작은 베르디<맥베스>. 베르디는 맥베스 부인 역에 매우 높은 음을 내는 소프라노 배우가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 이건 꼭 봐야 하는데‥…. 어떡하지

















* 유진 오닐, 이형식 옮김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지만지드라마, 2019)



[제목에 대한 주석] 오페라 공연 리뷰 제목을 미국의 극작가 유진 오닐(Eugene O’Neill)의 희곡 제목에 따왔다.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고대 그리스 비극 <엘렉트라>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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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0-25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오페라를 첨 본 느낌은 어떤감? 좋았나? 난 짐까지 두 번 봤나했는데 좀 지루했던 것 같아. 솔직히는 살짝 지루할 무렵에 끝나서 다행이었지. ㅋ 요즘 오페라 도 구성이 다양해졌다고 하던데 어떤지 궁금하네. 난 뮤지컬이 좋아.^^

cyrus 2023-11-01 21:26   좋아요 0 | URL
오페라 공연 본 사람들 의견 모두 똑같군요. 다 재미없대요.. ㅋㅋㅋㅋ 직립보행 책방지기는 예전에 본 오페라 제목이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재미없었다고 했어요.. ㅋㅋㅋ
 




페리클레스(Pericles)와 역병. 투키디데스(Thukydides)펠로폰네소스 전쟁사2을 단 두 개의 단어로 요약하면 이렇다.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 투키디데스천병희 옮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도서출판 숲, 2011)





페리클레스는 고대 아테네의 전성기를 이끈 정치가다. 1차 펠로폰네소스 전쟁라케다이몬(스파르타)이 먼저 공격하면서 시작된다. 아테네는 여러 도시 국가들과 연합하여 델로스 동맹을 결성하여 스파르타가 이끄는 펠로폰네소스 동맹과 맞서 싸운다. 1차 전쟁은 델로스 동맹의 승리로 끝이 난다. 페리클레스는 스파르타의 군주 아르키다모스 2(Archidamus II)30년 휴전 평화조약을 맺는다. 평화를 되찾은 아테네는 번영을 누린다. 이 전성기에 나온 건축물이 바로 파르테논 신전이다. 신전 건축 공사의 총 감독을 맡은 조각가 페이디아스(Phidias)는 페리클레스의 친구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 가지 못한다. 승승장구한 아테네는 하나하나씩 도시 국가를 지배하고, 속국이 된 도시 국가 지도자들에게 공물을 바치라고 요구한다. 아테네의 지배욕에 진절머리가 난 도시 국가들은 스파르타의 편을 든다. 다시 펠로폰네소스 동맹이 형성된다. 펠로폰네소스 동맹국 지도자들은 라케다이몬에 회동하여 아테네와의 전쟁을 치를 준비를 한다. 그러나 스파르타는 처음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다. 그들은 1차 전쟁 기간에 아테네의 막강한 해군력을 몸소 경험했다. 스파르타는 동맹국들에 최대한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하자고 종용한다. 그러나 아테네는 자신들의 장점인 해군력을 동원하여 펠로폰네소스 동맹국의 해상로를 차단해 버린다. 이러면 스파르타와 펠로폰네소스 동맹의 경제력을 옥죄는 동시에 궁지에 몰린 친()스파르타 도시 국가들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다. 스파르타는 아테네에 해상 봉쇄령을 철회하지 않으면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아테네는 해상 봉쇄령 철회를 거부하고, 도리어 스파르타에 불리한 제안만 내놓는다.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다시 한번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눈다. 2차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일어난다.

















[절판] 이소크라테스페리클레스데모스테네스 외김헌 외 2명 옮김 그리스의 위대한 연설》 (민음사, 2015)

[책 소개] 페리클레스의 민회 연설문 두 편과 추도사 한 편이 수록되어 있다. 연설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을 설명한 역자의 해설도 있다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안 읽어도 될 정도로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발단과 당시 아테네의 상황이 잘 정리되어 있다.




2권의 백미는 페리클레스의 추도사다페리클레스는 전사자들의 무덤 앞에서 추도 연설을 한다. 그는 전쟁으로 인해 고통스러워도 아테네 민주정을 지키고헬라스(그리스전체의 번영을 유지하려면 스파르타와의 항전은 불가피하다고 호소한다


전쟁 2년 차, 아테네에 역병이 돈다. 아테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도 맞서 싸워야 할 처지에 놓인다. 많은 아테네인이 목숨을 잃는다. 혼란에 빠진 민중은 페리클레스의 지도력을 의심한다. 페리클레스는 정치생명이 끝날 수 있는 위기를 맞지만, 민회에서 자신의 유능한 무기인 (logos)’을 이용하여 아테네인들을 설득한다.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1권에서 자신이 체험한 것과 남에게 들은 것은 엄밀히 검토해서 기록’했다고 밝혔다그렇다면 사료를 철저히 검토하는 일을 중시한 투키디데스처럼 똑같이 투키디데스에 맞서보자투키디데스의 글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비판적으로 읽자는 뜻이다.

















* 도널드 케이건허승일 · 박재욱 옮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까치, 2006)




투키디데스의 그리스어 문체는 난해하다. 투키디데스는 전업 작가가 아니라 군인이다. 얼마나 문체가 어렵게 썼으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연구자들이 번역의 어려움에 불만을 토로한다. 고대 전쟁사 연구의 권위자인 미국의 역사가 도널드 케이건(Donald Kagan)은 총 4권으로 구성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번역했다. 그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번역하는 일 자체가 해석이라고 말한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도널드 케이건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4권을 축약한 책이다.
















* 메리 비어드강혜정 옮김 고전에 맞서며전통모험혁신의 그리스 로마 고전 읽기》 (글항아리, 2020)




영국의 고전학자 메리 비어드(Mary Beard)어느 투키디데스를 믿을 것인가?라는 글에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투키디데스의 문체가 최악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녀는 더 나아가 투키디데스가 쓴 글의 신뢰성을 의심한다투키디데스는 남에게 들은 것을 참고했다고 주장만 했을 뿐 정보를 제공해준 사람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그렇다면 투키디데스는 과연 누구로부터 연설문과 사료를 입수했을까투키디데스가 검토했어도 그에게 사료를 제공한 익명인을 100% 신뢰할 수 있는가?


도널드 케이건도 투키디데스를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는 것을 경계한다. 투키디데스는 시켈리아(시칠리아) 원정이 아테네의 중대한 실수’였다고 주장한다(26511~12). 페리클레스의 죽음(아테네를 덮친 역병은 전쟁 영웅마저 쓰러뜨릴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이후 아테네는 적임자를 찾지 못한 상태였다.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대구 책방 <일글책>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 아리스토파네스천병희 옮김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1》 (도서출판 숲, 2010)




투키디데스는 페리클레스 이후에 등장한 아테네 지도자고만고만한 수준의 지도자라고 평가한다. 그들이 페리클레스에 못 미칠 정도로 정치적 역량이 떨어진다고 본 것이다. 투키디데스는 그들이 너무나 한심해 보여서 이름조차 입에 담기 싫어했던 것일까? 지도자들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당시 아테네의 형편을 풍자한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의 희극 아카르나이 구역민들을 먼저 본 독자라면 지도자들이 누군지 알 수 있다. 클레온(Kleon)니키아스(Nikias)다. 그들이 주도한 당파 싸움은 아테네의 군사력을 떨어뜨렸다. 무기력한 아테네는 항복할 때까지 승기조차 보이지 않는 전쟁을 억지로 질질 끌고 갔다. 무능한 지도자로 인해 전쟁이 길어지자 민중은 지쳐만 간다. 


하지만 케이건은 투키디데스의 견해를 반박한다. 시켈리아 원정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은 아테네인들의 소극적인 태도라고 주장한다. 투키디데스는 시켈리아 원정을 당연히 질 수밖에 없는 무모한 전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케이건은 만약 아테네인이 제대로 된 지도자를 지지해서 적극적으로 전쟁에 임했으면 승산이 있었을 것으로 예측한다.

 

비어드는 투키디데스가 페리클레스의 광팬이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투키디데스는 페리클레스가 대중을 마음대로 주무른, ‘명망과 판단력을 겸비한 실력자라고 평가한다(265장 8절). 그러면서 페리클레스가 명망이 높았다고 증언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페리클레스는 자신의 정부(情婦) 아스파시아(Aspasia)와의 관계 때문에 정적들의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아스파시아는 소크라테스(Socrates) 교류할 재색을 겸비한 여성이었지만, 정적들은 그녀의 과거 직업을 집요하게 공격했. 아스파시아는 상류층 인사들을 접대한 고급 매춘부였다. 민중은 페리클레스의 지도력을 비난할 때마다 내연녀 아스파시아도 같이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심지어 페리클레스의 아들조차도 아버지와 정부를 싫어했다.

 

투키디데스는 페리클레스의 정치적 경력과 연설문 전문을 여러 장에 걸쳐서 기록하는 내내 아스파시아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는다투키디데스는 명확한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독자라면 자신의 책을 유용하게 여길 것이라고 내다봤다(1권 22장 4). 과연 우리는 이런 투키디데스를 믿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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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국제 오페라 축제가 올해로 20회를 맞이한다. 개막작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살로메(Salome). 원작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가 쓴 동명 희곡이다.



















* 오스카 와일드, 오브리 비어즐리 그림, 임성균 옮김 살로메(지만지드라마, 2023)


* 오스카 와일드, 정영목 옮김 오스카 와일드 작품선(민음사, 2009)




오페라 공연을 보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 공연 장소인 대구오페라하우스를 처음 가본 터라 예매표를 어디서 받는지 몰랐다. 살짝 마음이 움츠러든 채 건물로 들어서는 순간, 어깨 너머로 익숙한 향기가 났다. ? 이 향기는? 누구지? 뒤돌아보니 <일글책> 토요일 고전 읽기 모임의 프론트우먼(Frontwoman: 밴드나 그룹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핵심 인물) 향기님이었다. 연보라색 옷을 입은 향기님은 남편과 같이 오페라 공연을 보러 왔다. 향기님의 친절한 안내 덕분에 표를 구할 수 있었다.

 

공연 시작하기 전에 무대 뒤에 있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악기를 조율하고 있었다. 공연장 안에 서로 다른 악기들이 내는 소리가 뒤섞인 채 울려 퍼졌다. 예매하면서 지정한 자리를 금방 찾았다. 자리 뒤에 낯선 이름이 적힌 명찰이 있었다. ? 여기 내 자린데 내 이름은 없고 왜 다른 사람이 있지? 내가 자리를 잘못 찾았나? 다시 살펴보니 분명 내 자리가 맞다. 당황한 나는 안내자에게 자리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안내자가 알려준 자리는 분명 내가 찾은 그 자리가 맞았다. 자리 뒤에 이름표가 있는데, 이거 뭐예요?” 내 질문에 안내자는 대구오페라하우스에 기부한 사람들 이름이라고 답변했다. 물어보길 잘했다. 오페라 공연 감상 초보자는 오늘도 하나 배웠다.


원작의 시간적 배경과 장소는 고대 이스라엘의 헤롯(Herod) 왕의 궁전이다. 오페라의 시간적 배경은 휴대전화가 카메라가 있는 현시대. 무대 장치는 반투명 유리로 둘러싸인 원형 형태로 되어 있다. 거대한 원형 무대는 헤롯 왕의 사치스러운 삶을 암시하는 연회장, 헤롯 왕과 새 아내 헤로디아스(Herodias, 원래 헤롯의 제수였다)의 왕좌, 세례자 요한(Johannes)이 갇힌 지하 감옥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 원형 무대 장치가 빙글빙글 천천히 돌아가면서 다음 이야기 속 장소를 보여준다.


지하 감옥을 지키는 병사 두 명의 복장은 선글라스를 낀 경호원과 흡사하다. 눈을 가린 그들은 살로메의 유혹에 넘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경비대장 나라보트(Narraboth)의 눈은 무방비 상태다. 그는 살로메의 매력에 빠져 계속 그녀를 쳐다본다. 헤로디아스의 시종은 나라보트에게 살로메를 너무 보지 말라면서 여러 차례 경고한다. 반면 살로메의 눈은 요한의 목소리가 나오는 지하 감옥으로 향해 있다. 살로메는 병사들에게 요한을 풀어달라고 명령한다. 요한의 실제 모습을 본 살로메는 본격적으로 그를 유혹한다. 하지만 요한의 눈은 오로지 주님에게 향해 있다. 의붓아버지 헤롯은 살로메를 음침하게 바라보면서 다가온다. 늙은 욕망덩어리 왕의 요구에 지친 살로메는 왕 앞에 일곱 베일의 춤을 출 테니 자신의 소원을 들어달라고 요구한다춤을 다 추고 나서야 살로메는 왕에게 소원을 말한다. 요한의 머리를 주세요!”















* 오광수 · 박서보 감수 모로(재원, 2004)

[책 소개] 귀스타브 모로의 작품들을 유일하게 소개한 화집 형태의 책이다. 책 앞표지의 작품 제목은 출현이다. 살로메가 요한의 잘린 머리를 얻는 순간을 묘사한 그림이다.




원작 살로메는 남자들을 정복하려는 요부로 묘사되어 있다. ‘일곱 베일의 춤은 살로메의 요염한 자태를 상상하게 만드는 에로틱한 춤이다. 화가들도 살로메의 성적 매력에 끌렸다. 특히 프랑스의 상징주의 화가 귀스타브 모로(Gustave Moreau)는 살로메를 주제로 한 그림을 여러 점 그렸다그가 묘사한 살로메는 알몸이 비치는 투명한 동양풍 옷을 입고 있다이 이미지는 요부로서의 살로메를 충실히 구현했다

















* 미레이유 도탱-오르시니 외, 박아르마 옮김 살로메(이룸, 2005)




하지만 오페라 살로메는 요염함과 거리가 멀다그녀는 흰옷을 입고 있다흰색은 순결을 상징하는 색이다실제로 오페라를 작곡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원작 살로메가 춤을 추면서 나체가 되는 묘사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슈트라우스가 쓴 오페라 공연 지침서에 보면 살로메는 순결한 소녀인 동양의 공주로 설정되어 있다. [주]


오페라 살로메는 의붓아버지와 함께 춤을 춘다여기서 살로메는 춤을 추는 자신과 왕의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다이때 거대한 반투명 유리는 스크린이 된다. 스크린 화면은 휴대폰에 담긴 헤롯 왕과 살로메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여준다. 그녀는 헤롯 왕을 껴안기도 하고성교를 암시하는 행위를 한다하지만 살로메는 절대로 옷을 벗지 않는다춤을 추고 난 후 그녀는 양손에 머리를 쥐면서 좌절한다살로메는 요한의 목을 가지기 위해서 요부인 척 행동하고 마치 헤롯을 꼭두각시 인형을 조종하듯이 춤춘다옷을 벗지 않은 살로메의 춤은 왕의 음탕한 요구를 순순히 따르지 않겠다는 저항의 몸짓이다.


살로메는 요한의 머리를 포기하지 않는다그녀는 자신의 몸이 타들어 가면서까지 태양 빛으로 직진하는 나방과 같다살로메는 기어이 자신의 입술을 쓰디쓴 피 맛이 나는 요한의 붉은 입술에 갖다 댄다하지만 잘린 요한의 머리는 태양처럼 빛나지 않는다그래서 살로메는 씁쓸하다태양 같은 거룩한 요한을 가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태양처럼 빛나던 요한의 생명력을 끊어버렸기 때문이다자신에게 곧 다가올 죽음을 예감한 살로메는 요한의 머리에 여러 번 입맞춤한다그런 다음에 차가워진 살로메의 팔을 껴안는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소녀는 진심으로 요한을 사랑했다

 

공연을 본 관객 대다수는 여전히 광기 어린 집착을 보인 살로메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요한의 머리를 탐낸 살로메의 사랑은 퀴어(gueer: 기묘한, 괴상한)하다. 남들이 멸시하고, 헤롯이 괴물 같다고 해도 살로메는 자신마저 파멸시키는 사랑을 끝까지 고집했다. 원작자 오스카 와일드는 퀴어한 동성애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멸시받다가 쓸쓸하게 죽었다. 요한의 머리 앞에서 절절하게 고백하는 살로메의 노래 속에 오스카 와일드의 서러운 이야기가 들렸다.


관객을 위해 우리말로 번역된 오페라 대사가 자막으로 나왔는데, 여기서 옥에 티가 있었다. 헤롯 왕이 최상급 포도주를 로마 시저 황제가 주신이라면서 말하는 대사가 있다. ‘시저는 로마의 정치가 카이사르(Caesar)에서 유래된 단어로, 황제를 뜻한다. 원작에서는 시저라고 적혀 있다. 아마도 대사 자막을 만든 번역자가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저 황제라고 썼을 것이다. 하지만 로마 황제라고 써도 된다. 원작에 언급된 시저는 카이사르가 아니라 티베리우스(Tiberius).





[] 살로메(이룸, 2005)는 문학 작품과 예술 작품(회화, 음악)으로 묘사된 살로메를 입체적으로 분석한 글들을 모은 책이다. 오페라 감상문을 쓰기 위해 이 책에서 참고한 글은 오스카 와일드와 슈트라우스, 혹은 춤추는 몸이다. 이 글에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공연 지침서 일부 내용이 인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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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10-08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페라 관람하고 오셨군요. 대구에서 오페라축제를 하는 건 몰랐는데, 좋은 공연이 많을 수 있겠어요. 근데 오페라 공연은 한국어로 하는 건가요. 아니면 영어나 이탈리아어 등 외국어로 진행되는지 궁금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cyrus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cyrus 2023-10-08 15:17   좋아요 1 | URL
올해 오페라 축제 공연작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엘렉트라>와 베르디의 오페라 세 작품, 총 다섯 작품이에요. 베르디의 오페라가 정말 유명한데, 전부 다 보려면 매주 토요일 정오 이후 시간대를 다 비워야 해요. 공연 예매했다가 공연 보는 날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보면 돈이 아까워요. 그래서 욕심부리지 않고, <살로메>와 <엘렉트라>만 예매했어요.

오페라 가수들은 외국어로 노래했는데, 이게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르겠어요. 오페라 작곡가가 독일인이라서 노랫말과 대사가 독일어일 수 있어요. 자막은 영문과 한국어로 나왔어요. ^^

얄라알라 2023-10-08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cyrus님 지난번 정독도서관 포스팅이랑 이번 포스팅 .....완벽남이실 것 같은데, 은근 빵터지게 하시는 매력이 있으시네요.

기부자 이름을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ㅎ
대구오페라하우스 , 다음 [엘렉트라] 포스팅에서 내부 사진 한 번만 보여주시면 아니될까요?^^ 천장이 엄청 궁금하옵니다. 아...귀찮게 해드려 죄송해요 cyrus님, 제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공연장이라서...

cyrus 2023-10-09 05:39   좋아요 1 | URL
제가 실제로 좀 어설픈 구석이 있긴 해요.. ㅎㅎㅎㅎ

죄송한 일 아니에요. 사실 오페라 공연장 내부 사진을 몇 장 찍으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휴대폰으로 사진 찍는 일이 익숙하지 않고, 찍어도 화질이 별로더라고요. 그래도 다음 공연 보러 갈 땐 사진을 많이 찍을게요. 얄라알라 님의 부탁하신 거 기억하겠습니다. ^^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의 희극 기사는 선동가로 알려진 아테네의 정치가 클레온(Cleon)을 비판한 시사 풍자극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데모스테네스(Demosthenes)니키아스(Nicias)는 실존 인물이며 그들 또한 정치가다. 두 사람은 집주인 데모스(Demos, 민중)’의 노예로 등장한다. 하지만 파플라고니아인(Paphlagonian)’이 들어오면서 데모스테네스와 니키아스의 입지가 좁아진다. 파플라고니아인은 클레온을 빗댄 존재다. 파플라고니아인은 데모스테네스와 니키아스를 괴롭히고, 데모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교묘한 말을 늘어놓는다.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대구 책방 <일글책> 시카고플랜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 아리스토파네스천병희 옮김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1》 (도서출판 숲, 2010)




데모스테네스와 니키아스는 파플라고니아인을 쫓아내고 싶어 한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신탁의 예언을 믿기로 한다. 예언에 따르면 순대 장수(소시지 장수)’가 아테네의 지도자가 되어 파플라고니아인을 쓰러뜨린다. 데모스테네스와 니키아스는 지나가다 우연히 만난 순대 장수를 붙잡아 그야말로 아테네를 구할 영웅이라고 치켜세운다. 그들에게 설득당한 순대 장수는 집주인 데모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파플라고니아인과 경쟁한다.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에는 성적 묘사가 빈번히 나온다천병희 교수는 노골적인 표현의 원문을 순화해서 번역했다이렇다 보니 의역된 기사는 너무 건전해서 건조해졌다George Theodoridis의 영문 텍스트를 훑어봤는데 매운맛이 느껴지는 민망한 대사가 꽤 많이 있었다



* 123쪽 356~358행 [순대 장수]


나로 말하자면 소 내장과 돼지 내장을 꿀꺽 삼키고

고깃국을 마시고 나서 손도 씻기 전에 경찰관들의

목을 조르고 니키아스를 겁줄 수 있는 사람이오.


* 원문(영어), George Theodoridis


 Oh, yeah? Mate… mate… I could just sit me down right now and after wolfing down a whole cow’s tripe and a whole hog’s belly… complete with all their gravy and juice and… I could… I could without bothering to wash my hands, mind- I could de-throat all the politicians and orators in town and… and sexually molest Nikias!



‘sexually molest Nikias’를 직역하면 니키아스를 성희롱할 수 있는 사람이오가 된다.


테미스토클레스(Themistocles)에 대한 천 교수의 주석에 오류가 있다.



* 109쪽 주 16


 기원전 480년 살라미스 해전을 승리로 이끈 아테네의 장군이자 정치가그는 훗날 조국에서 추방당해 적국인 페르시아 왕에게 명명하지만그리스가 페르시아에 복속되도록 도와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기 위해 일설에 따르면 소 피를 마시고 자살했다고 한다.



George Theodoridis의 영문 텍스트에 소 피에 해당하는 원문 bull’s blood. bull’s blood의 다른 뜻은 비소와 황이 합쳐진 광물인 계관석(Realgar). 이 광물이 붉은색을 띠어서 bull’s blood라는 별명이 있다. 비소는 예로부터 독살할 때 사용된 물질이다. 따라서 테미스토클레스가 소 피를 마시고 죽은 게 아니라 계관석으로 제조한 독을 마시고 자살한 것이다.

















[파이데이아 독서 목록 1년 차]

[대구 책방 <일글책> 시카고플랜 고전 읽기 모임 선정 도서]

* 투키디데스천병희 옮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도서출판 숲, 2011)




천 교수가 번역한 투키디데스(Thukydides)펠로폰네소스 전쟁사1138(131)테미스토클레스의 최후에 관한 진술이다. 투키디데스는 테미스토클레스가 페르시아에서 병사했다고 썼다. 테미스토클레스는 도편 추방령을 받아 적국인 페르시아로 피신한다. 그곳에서도 테미스토클레스는 자신의 재능을 펼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투키디데스는 테미스토클레스의 죽음에 대한 다른 사람의 증언을 덧붙인다. 테미스토클레스가 페르시아 왕에게 한 약속, 즉 조국인 아테네를 정벌하는 일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아서 독을 마시고 자살했다고 한다.





















[절판] 이소크라테스페리클레스데모스테네스 외김헌 외 2명 옮김 그리스의 위대한 연설》 (민음사, 2015)




여담으로기사의 데모스테네스는 웅변가로 알려진 인물의 동명이인이다웅변가 데모스테네스는 마케도니아의 왕이자 알렉산더 대왕(Alexandros)의 아버지인 필리포스 2세(Philippos II)를 비난하는 연설을 해서 주목받았다데모스테네스는 필리포스 2세가 아테네(의 민주정)을 위협하는 세력이라고 경고했다. 필리포스 2세를 공격한 연설문 중 하나인 필리포스를 경계하며는 그리스의 위대한 연설에 수록되어 있다고대 그리스 및 로마의 유명한 인물들의 삶을 소개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테미스토클레스와 웅변가 데모스테네스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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