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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李箱)’  

그의 일생을 요약하자면
본명은 김해경. 미술을 전공하였고 총독부 건설에 참여하였다.
폐병이 걸린 상태에서도 난해한 작품들을 탄생시켰으며
특히 그의 대표작인 <오감도>는 당시 독자들의 항의로 신문 연재를 중단되기도 하였다.
요양 중에 만난 기생 금홍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일본으로 건너가다 병으로 27세의 나이에 요절한다.
그의 난해한 작품과 더불어 그의 일생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내가 처음 이상을 만난 것은
영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을 통해 알게 되었다.
물론 영화는 픽션이었지만
불가사의한 그의 존재와 작품들에 대해 호기심이 느껴졌다.
그리고 문학 시간에
그의 시 ‘거울’을 배우게 되었다.
띄어쓰기의 무시, 읽어도 알쏭달쏭한 구절들.
그때부터 독특한 매력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올해 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아

미발표 작품을 포함한 그의 모든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집이 출판되어  

다시 한 번 낯설고 황당함을 느끼고 싶었다. 
  

 

 


 

 

 

 

 

 

  

 

 6년 전에도 '가람기획'이라는 출판사에서 두 권짜리 이상 전집이 발간되었다.
그때도 내가 좋아하는 시를 볼 수 있는 2권만 읽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생 탄생 기념에 맞춰
보다 많은 양과 새로운 작품들과 해석으로 나온 전집에 큰 기대를 가졌다.  

이번에 '뿔'에서 나온 전집은 시만 따로 모아 출판되었고
전에 나온 전집보다 하나의 시에 대한 주석이 풍부한 걸로 보아서
이상에 대한 연구 성과에 발전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6년 전에 이상 전집을 접했을 때는
역시 쉽게 읽혀지지 않는, 그야말로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요새였다.

하지만, 웬걸.
다시 읽어보니 몇 편의 시는
새로운 난해함과 동시에 새로운 감상을 느꼈다. 

미술학도답게
초현실주의적 경향을 그의 시에서 엿볼 수 있었다.
특히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들과 유사한 점이다.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이 상 <거울> 중에서- 
 
   

  

 
마그리트 <금지된 복제>

   

  

 

 

 

 

거울을 보는 ‘나’와 거울 속의 ‘나’를 대립하여 ‘나’의 분열된 자아를 나타내고 있다.
마그리트의 <금지된 복제>에도 분명 남자가 비추고 있는 거울의 모습은 닮았으나
현실에서의 남자와 거울 속의 남자는 반대인 상황이다.
그림 속의 남자도 거울 속에서 비추는 자신의 앞 모습을 볼 수 없어서 섭섭했을 것이다.  

 

<오감도-시제 11호>에서도 이상의 초현실적 표현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그 사기컵은 내 해골과 흡사하다. 내가 그 컵을 손으로 꼭 쥐었을 때 내 팔에서는  

  난데없는 팔 하나가 접목처럼 돋히더니 그 팔에 달린 손은 그 사기컵을 번쩍  

  들어  마룻바닥에 메어부딪는다. 내  팔은 그 사기컵을 사수하고 있으니  

  산산이 깨어진 것은 그럼 그 사기컵과 흡사한 내 해골이다. 가지났던 팔은  

  배암과 같이 내 팔로 기어들기 전에 내 팔이 혹 움직였던들 홍수를 막은  

  백지는 찢어 졌으리라.  그러나 내 팔은 여전히 그 사기컵을 사수한다.

                                                          - 이 상 <오감도-시제 11호> 전문 -

 
   

 

이 시는 손에 쥐고 있는 사기컵을 떨어뜨리는 장면을 그린 것인데
시에 나오는 ‘난데없는 팔 하나’
떨어지려는 사기컵을 잡기 위해 생긴 또 하나의 ‘가상’의 팔이다.
신체 기관의 확장 변형을 이용하여 환상적인 현실을 만들고 있다.  

   





 

  

 

 마그리트 <마술사 : 4개의 팔을 가진 자화상>

 

 

마그리트의 환상적인 자화상에도 두 개의 가상의 팔이 등장하여
동시에 음식물 썰기, 먹기, 음료수 따르기가 가능하고 있다.

이상은 미술을 전공했었기에 초현실주의라는 당시 새로운 화파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했을 수도 있다.   

이상의 일생이 많이 알려져있는 않은 것도 있어서

그가 초현실주의를 알고 있었는지 확실하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이상은 이미 자신의 시에서
마그리트보다 거울과 신체 기관을 이용하여 새로운 환상적 기법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상의 시 전집을 읽고나니  

간만에 머리 좀 아프다. 

하지만 좋은 현상이다. 이상을 읽고 있으면 현기증 정도는 나게 되는 법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마그리트를 이상의 시에서 만날 수 있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이 왜 천재 시인으로 칭송받아 마땅한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될수록 전집이 개정되어
또 다시 새로운 모습의 이상을 만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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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편지 - 개정판
법정 지음 / 이레 / 2007년 1월
절판


올바른 이해는 책이나 선생으로부터 얻어듣거나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그것은 모든 것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에서 움튼다. 인디언들의 표현을 빌리다면, 위대한 정령을 존중하는 마음에서부터 비롯된다. 위대한 정령이란 무엇인가. 풀이나 바위나 나무 또는 물과 바람 등 세상 만물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명 그 자제다.-p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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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1001-913] 책 읽어주는 남자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한다.

카오스 이론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는 유명한 구절이다.
변화무쌍한 날씨를 예측하기가 힘든 이유를
지구상 어디에서인가 일어난 조그만 변화로 인해
예측할 수 없다는 것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 용어를 처음 알기 전,
그러니깐 아무것도 몰랐던 어린 아이였을 때이다.
인간의 삶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단순한 자연의 섭리에 따라  작용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에는 착한 일만 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착한 사람이 될 줄 알았다.
학교라는 어린이의 사회에 내딛을 때에도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하는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세상에 먼저 몸을 담가본 어른들은
아무도 세상의 수심(水深)을 알려준 적도 없었고, 어린 나는 거대한 세상을 너무 얕봤다.

김기림의 시에 나오는 흰 나비처럼 말이다.  

바다에 내려갔던 나비는 날개가 젖은 상태에 지쳐서 돌아오듯이,
어른들의 사회에 무심코 들어간 나는  

끝이 없는 깊이감에 빠져 헤매다가 후회 하면서 돌아왔다.
그리고 깨달았다.  세상이란 그렇게 단순하고 만만하게 아니라는 것을.
또 내가 원하는 삶이란 그리 쉽게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타인들과의 얽히고 설킨 관계가 상충되어
예측 불허한 일들이 우리 삶에 일어나고 그것이 인생을 좌우하고 있었다.  

   

 

 책 읽어주는 남자, 사랑을 주는 여자  

 

이 책에 나오는 두 남녀 주인공도
우연한 만남을 시작으로 사랑을 하게 되었으나
결국 비극적으로 끝나듯 애정 소설의 천편일률적인 전개에 벗어날 수 없는 점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예사롭지가 않다. 
소설 속 남자 미하엘은 15세 소년이고, 여자 주인공 한나는  

미하엘보다 21살 위인 36살이다.
미하엘이 한나에게 책을 읽어주면 그녀는 보답으로 샤워를 해주고
서로 뜨거운 육체적 관계를 맺고야 만다.
그리고 열정적인 쾌락의 시간이 끝나면 연인은 잠깐 같이 누워 있는다.
그러고는 한나는 아무 일 없다듯 다시 일상적인 생활을 한다.
이렇듯 한나가 미하엘에게 아무 말도 안하고 홀연히 사라질 때까지
짧고 길었던 시간동안 연인은 그렇게 지냈다.
어린 미하엘은 마음의 상처를 입으면서 그녀와 만남은 시간 속에 묻어가기로 하였다.

세월이 지난 후, 미하엘은 어엿한 법대생이 되었는데
그때까지도 한나에 대한 추억이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던 미하엘은
우연히도 법정에서 그녀를 만난다.
8년의 세월은 그녀를 예전보다 늙어 보이게 만들었다.
무엇이 그녀를 늙게 만들었으며 왜 미하엘의 곁을 떠나야만 했었는가?  

  

 

 이상적인 사랑을 꿈꾸다 

 

그것은 평생 지울 수 없는 과거의 상처와 문맹이라는 인간으로서의 치명적인 수치심이다.
그녀가 살아오면서 항상 불안케하는 원인이었으며   
치유하기 위해서는 미하엘이 필요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녀를 고통스럽게 만든 커다란 원인은 전쟁이었다.
과거에 나치 친위대의 여성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그녀는 친위대에 잡힌 유태인 여자가 읽어주는 글을 통해  

문맹을 벗어나고 싶었고 두 여자는 인간으로서의 감정을 싹틔우게 된다. 
하지만 정부의 명령을 어길 수 없는 그녀는  

그 여자를 포함한 유태인들을 죽이는 일에 참여한다.
전쟁이라는 잔인한 운명이 그녀를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게 만든다. 

그래서 소년 미하엘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잠시나마 행복했던 그 때의 과거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기이하고 강렬했던 미하엘과의 만남부터 비극적인 자살로 생을 마칠 때까지  

그녀가 정작 갈망했던 사랑은 책을 읽는 나에게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였다.

인간에게는 두 가지의 사랑이 있는데
‘에로스(Eros)’‘플라토닉 러브(Platonic love)’ 가 있다.
과연 인간은 살면서 에로스와 플라토닉이 공존하는

이상적인 사랑을 추구할 수 있을까?
만약 가능하다면 이상적인 사랑은 오래 갈 수 있을까? 
 

한나는 비록 자신보다 어린 소년이지만
자신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그를 통하여 정신적인 감정 교류,  

플라토닉 러브를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보답으로 육체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에로스를 경험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나의 사랑’ 이 투영된 에로스를 보는 독자의 관점이다.
우리는 에로스를 성 본능에 충실한 육체적인 사랑이라고
편향된 인식을 가지기 쉽다.
‘에로스=Sex' 라고 만든 사람은 프로이트일뿐
진정한 에로스는 시간을 거슬러 고대 철학자 플라톤으로 기원을 삼고 있다.
에로스를 보다 철학적으로 설명하자면
불완전한 자신을 자각하고 완전함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여 나아가려는 정신이다.

 

한나는 남성인 미하엘과의 섹스를 통해
사랑을 하고 있는 여성 ‘한나’ 로 재탄생되길 바랬던 것이다.
비록 오래가지 못하지만 한나는 미하엘을 통해
여성이 누리고 싶어하는 이상적인 사랑을 체험하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미하엘 앞에서는 단순히 성적 쾌락을 충족시켜주는 여자이길 보다는

사랑을 하고 있는 완전한 여자로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정작 추구하고자 했던 이상은 현실에서는 따라주지는 못했다.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잘 몰랐던 사춘기 소년 미하엘은
책을 읽어주면 육체적 쾌락을 맛볼 수 있는
가까우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여자로만 볼 뿐이었다.
자신이 원했던 사랑이 아니었음을 느낀 한나는 미하헬 곁을 떠나게 되고
그때부터 이 둘의 사랑은 어긋나게 되고  

미하엘은 평생동안 한나와의 추억을 오류가 점철된 사랑으로 간직하고 만다.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한나의 자살 이후 미하헬은 그녀의 유품을 통해 죽을 때까지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의 죽음에 안타까워하게 된다.
오히려 한나의 자살을 통해 인간의 이상적인 사랑은 가능하더라도
오래 가지 못한다는 뉘앙스를 지울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사랑을 보면 볼수록
한국의 비극적 커플 중의 하나인 선녀와 나무꾼이 생각난다. 
나무꾼은 끝까지 자신 곁에 남고 싶어하지만
정작 선녀는 자신의 근원지이지만 
이상적인 곳이기도 한 하늘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비록 한나-미하엘 커플과의 상황은 다르지만
남성은 현실에 순응하려고 하지만
여성은 현실을 넘어선 이상을 지향한다.
이렇듯 자신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사랑이 달라
이별을 선택해야하는, 헤어지기 싫어도 헤어져야 하는 상황이 되는 점이
얼추 비슷하다.

하지만 꼭 이상적 사랑이 불가능하다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소설은 작가의 눈을 통해 창조되는 현실일 뿐이며
참된 사랑에 대해 에로스든 플라토닉이든 추상적인 기준들을 가지고
논한다는 것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
사랑을 경험하고 있는 남성과 여성의 서로 차이점을 존중하고 이해하면
좋아하는 감정들을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독일 남녀의 사랑은 전쟁이라는 특수적인 환경적 요인이 컸다.
전쟁으로 인해 한나는 나치 친위대 일원이 될 수 밖에 없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우연히 미하엘을 만나 사랑의 감정을 키우게 된다.
그런데 한나의 과거 행적이 사랑을 오래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결국 한나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전쟁이라는 커다란 나비의 날개짓이 
이들의 사랑을 비극의 토네이도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한나의 죽음 후에 미하엘이 그녀의 진실된 사랑을 
뒤늦게 알게 된 점에 대해 안타깝기보다는
과거에 두 사람이 한창 사랑했던 추억의 시간들이 더욱 애절하게 느껴졌다.
만약 한나가 조금 더 마음의 문을 열고 미하엘에게 다가왔더라면
그리고 미하엘이 조금 더 성숙한 마음으로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더라면
과연 이들의 사랑은 비극적으로 끝났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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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화 속 현대 미술 읽기
존 톰슨 지음, 박누리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현대미술의 모든 것을 하나의 책에 담겨진 현대미술 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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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를 말하다 - 인류최초의 지식인간
존 스트로마이어.피터 웨스트브룩 지음, 류영훈 옮김 / 퉁크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Quiz. 다음 세 가지 보기의 공통점은? 

 

1) 한 스승과 제자들로 보이는 남자들이 병사들에게 쫓기어 도망가고 있었다.
    정신없이 도망가다 보니 그들의 앞에 넓은 콩밭이 있었다.
    제자는 스승에게 콩밭을 가로질러 가자고 재촉하였으나 스승은  

    콩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도망가기를 거부하였다. 결국 그들은
    병사에 체포되어 그 자리에서 살해되고 말았다.  

 

2) 어느 죄인이 왕이 보는 앞에서 사형에 처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죄인은 마지막으로 부모님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왕에게 간청하였다. 
    왕은 죄인의 소원에 탐탁치 않게 여겼으나 사형장에 있던 죄인의 친구가  

    보증을 서겠다면서 만약 친구가 돌아오지 못하면 자신이 처벌을 받는다고 하였다.
    왕은 친구의 말을 믿고 죄인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죄인은 돌아오지 않았다.
    왕과 주위 구경꾼들은 죄인이 도망갔다고 생각하였고 친구에 대한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하지만 죄인은 가까스로 약속 시간 안에 도착하였다.  

    왕은 약속을 끝까지 지킨 죄인의 행동과 친구의 우정에 감탄하여
    죄인을 사면하게 해주었다. 
 

 3) a2 + b2 = c2 
 

 

1번 보기는 생소한 일화라고 치더라도
2번 보기는 이솝 우화에 나오는 친구의 우정을 강조하는 내용이고
3번 보기는 학창 시절에 수학 좀 했다거나 수학이라면 질색인 사람들도 수업 시간에
많이 보던 ‘피타고라스의 공식’ 이다.

이제 답은 나온 거 같다. 하지만 보기에 나오는 콩을 싫어하는 스승과
우정에 관한 일화가 피타고라스와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일까?  

  

 

 수수께끼의 학파  

 

세 가지 보기의 정확한 답을 말하자면 ‘피타고라스 학파’ 이다.

그의 이름을 딴 수학 공식이 지금까지도 수험생(?)들에게 큰 영향력을 주고 있어
우리는 그를 수학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학문을 계승하기 위해 공동체 생활을 하는 집단을 만들었는데
그 집단이 ‘피타고라스 학파’다.
이 학파는 피타고라스가 제창한 지식과 계율을 실천하면서 집단 생활을 하는

지식과 종교가 혼합된 학파였다. 학파의 대표적인 계율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 콩을 먹어서는 안 된다.

   2. 떨어진 물건은 주워서는 안 된다.

   3. 통째로 음식을 들지 말라.

   4. 말 위에 앉지 마라.

   5. 마음을 졸이지 마라.

 
   


특히 1번 계율은 앞에서 언급했던 1번 보기 내용과 일맥상통하다.

피타고라스의 죽음에 대해 많은 일화들이 와전되고 있는데
1번 보기는 그 중의 하나이며 그만큼 피타고라스가 자신이 세운 계율을  

끝가지 고수하는 면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그는 모든 사물들은 조화(Philia)에 따라 구성이 되며 미덕이라고 강조하였다.
질서와 조화를 지니고 있는 우주, 즉 ‘코스모스(Cosmos)'라는 개념을  

처음 정립하게 된다.
그래서 피타고라스 학파는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이  

조화가 이룬 아름다움의 결정체라고 여겼고
소속되어 있는 학파 사람들과의 '우정'을 중요시 여겼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피타고라스 학파를 ‘수수께끼의 학파’ 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학파에 대한 기록들이 지금까지 많이 전해 내려오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피타고라스와 그의 학파들을 알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전해 내려오는  

단편적인 기록들과 세월이 지나서 와전된 일화들로만 알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단체가 더욱 더 우리에게 궁금증을 증폭하게 만드는 이유는
아마도 비밀 종교 단체의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입단 시에는 학파의 계율을 지키겠다는 절대적 복종과 학파에 대한 비밀을 유지해야 했다.
학파 내의 절대 복종은 스승 피타고라스의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학파 일원들이 발견한 학문의 성과는 무조건 스승의 업적으로 돌려져야만 했다.
그런 학파의 독특한 분위기 속에 피타고라스는 교주로서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게 된다.
그의 신적 행동과 관련된 일화가 있는데
콩만 먹는 소에게 귓속말로 콩을 먹지 말라고 속삭였더니 소가 콩을 먹지 않았다거나
자신의 허벅지에 신의 증거가 있다는 등 마법과 기적을 부렸다고 전해진다.
지금으로 생각하면 사이비 종교단체로만 볼 수 밖에 없겠지만
당시 고대 사회에서는 피타고라스 학파 외에도 비밀 종교 단체와 같은 것이  

성행하였다고 한다.
학파 일원 중에도 귀족들도 있는 걸로 보아서는 대중적인 단체였음을 알 수 있다.
또 정치적으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였다.  


피타고라스 학파의 몰락

 

하지만 동, 서양사에서 등장했던 밀교(密敎)들은 반짝 성행하다가  사리지게 마련이다.
결국,  피타고라스 학파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는데  

그 원인은 학파의 지나친 정치적 영향력 행사는 원로원 기득권층의 불만을 사게 되고
이를 구실삼아 역모를 꾸며 시민들을 선동하게 하여  

한 때 대중적이었던 피타고라스 학파는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학파 일원들은 추방당하게 되고 교주 피타고라스는   

도피 생활 중에 타지에서 죽었다는데
그의 죽음에 대한 일화가 많아서 죽음까지도 그의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자리 잡게 만들었다. 
 

피타고라스 학파 자체는 와해가 되었어도 그들의 사상은 고대세계 전역으로 번져 나갔다.
사상의 영향력은 중세까지도 전해져 내려왔다.
여기서 인상깊은 것은 그때까지도 '학자' 피타고라스보다  

피타고라스 '신'으로 알려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비밀 종교를 바라보는 시선 

 

피타고라스 학파는 외부의 기득권층에 의해 무너졌다.
하지만 외부의 압력만으로 인해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학파가 쉽게 무너졌을까?
비밀을 고수해야 하는 폐쇄적인 종교 단체는 대중성을 잃은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그것도 대중성의 영향이 큰 정치계에 무심코 손을 뻗었으니
결국 피타고라스 학파 스스로 자멸하게 된 행동이었다.

우리 사회에서도 비밀 단체를 그닥 좋지 않게 보지 않는 이유가 있다.
밀교의 전형적인 특징인 비밀스러운 단체 분위기가 사람들이 좋게 보지 않는 것도 있고
더 큰 원인은 종교 단체를 대표하는 인물, ‘교주’의 맹목적인 신앙 강요와
비이성적인 행동은 더욱 더 그와 종교 단체를 대중들은 이상하게 여기게 된다. 
 

몇 년 전에 JMS 교주 정명석이 중국 도피 생활 끝에 체포, 구속된 적이 있다.
물론 그가 구속되어야 할 이유는 종교 단체를 만들어 혹세무민한 것도 있었으나
자신의 종교 단체의 여성 신도들에게 성폭행을 했다는 혐의도 있었다.
결국 사람들에게 참된 종교의 진리를 설파해야 하는  

종교인의 기본 자세에 벗어난 행동이다.

우리는 종교에 대한 자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만 해도 기독교, 불교, 천주교뿐만 아니라 이슬람 교, 힌두 교인들도 있다.
종교들마다 내용은 차이가 있으나
결국 우리가 종교를 가지는 이유가 종교를 가지면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일 것이다.
거기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그 종교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종교를 잘 선택하는 것이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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