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SF 02 - 과학소설 전문무크 제2호 과학소설 전문무크 Happy SF
행복한책읽기 편집부 엮음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슬픔의 산맥>이 아니었다면 사지 않았을 잡지다. 1권에서 다소 실망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관조적 입장을 취했었다. 그리고 <마일즈의 전쟁>을 읽었다. 그 책을 읽자마자 주문을 했다. 마일즈를 한번 만났다면 그의 매력을 쉽게 뿌리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슬픔의 산맥>은 <마일즈의 전쟁>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또한 내게는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사관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마일즈의 별장에 나타난 한 여인, 그 여인의 아기를 살해한 범인을 잡기 위해 마일즈는 아버지 대리 자격으로 그녀의 마을로 간다. 그 사건은 반드시 마일즈가 풀어야 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간난 아기가 단순히 약간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살해한다는 건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야만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마일즈 본인이 그것을 겪고 이겨냈기 때문에 아마도 그의 현명한 아버지는 자신의 자랑스러운 아들을 보낸 것이리라. 장애는 편견이다. 장애는 사회의 가치 척도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 또한 마일즈와 같은 심정이다. 이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장애가 있다고 낙태를 하거나 버리는 것은 스티븐 호킹 박사와 같은 위대한 인물이 될 수도 있는 인재를 소멸시키는 범죄다. 이 시리즈 보면 볼수록 매력 있다.

우리나라 창작 SF도 여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김주영의 <지구멀미>와 김창규의 <교정>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 SF는 모두 고른 수작들이어서 기분 좋게 읽었다. 3호도 이정도만 된다면 기대해볼만 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갈릴레오의 아이들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서 클라크 외 지음, 가드너 도조와 엮음, 김명남 외 옮김 / 시공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종교와 과학의 대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종교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종교가 정치라는 권력의 힘을 가진 후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배척하려 하고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만이 최고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에 있다. 그것 때문에 많은 이들이 종교재판을 받고 화형까지 당했다. 우리가 아는 갈릴레오도 그랬다. 하지만 우리가 종교를 믿든 안 믿든 간에 미약한 인간이 어찌 신의 섭리를 다 안다고 말할 수 있으며 신의 말씀은 단지 종이 위에 적힌 것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동화를 어릴 적 안 읽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딱 그 동화가 생각이 났다. 종교와 과학이 지나칠 때 위험수위를 넘어갈 때 그것은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알면서도 모른 척 눈감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그것에 대한 균형을 잡기 위해 이 작품들이 창작된 것이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란 동화가 만들어졌듯이.

여기 실린 열세편의 단편은 모두 과학과 종교의 충돌을 다룬 작품들이다. 중세의 종교재판도 볼 수 있고 다원우주도 볼 수 있다. 이 작품들은 단순히 종교를 비판하기 위한 작품들이 아니다. SF란 장르가 과학적 사고를 다루는 픽션이니만큼 그 과학적 사고가 종교 문제와 좀 더 많이 충돌할 수밖에 없고 그것을 진지하게 다루고 싶었을 뿐이다. 갈릴레오가 말했듯이 신께서 인간에게 지성과 이성, 비판의 능력을 주셨는데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셨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신께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시기 위해서 잔인하게 인간을 핍박하라 하시지 않으셨으리라 믿는다.  또한 과학을 과학만을 위한 것을 위해 쓰이게 인간의 이성과 지성을 주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학의 지나침은 인간이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행위보다 더 나쁠 수 있다는 걸 우린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 하나하나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고 말하고 있다. 종교가 과학과 함께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니 우주 만물을 신께서 창조하셨다면 인간이 작은 돌멩이 하나, 날벌레 하나도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과학도 명심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언제나 대립보다는 손을 잡고 서로를 인정하고 좋은 점을 받아들이고 공격보다는 타협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아마도 과학과 종교 모두 바라는 것은 이것일 것이다.

나는 적당한 과학과 적당한 종교가 인간에게 더 나은 길을 보여주리라 생각한다. 그 길을 보여주기 위해 작가들이 쓴 작품들이 바로 이 한 권에 담겨 있다. 독특한 SF 엔솔로지다. 이렇게 동일한 소재로 모은 단편집을 만나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미 갈릴레오의 아이들인 우리들은 한번쯤 이 책을 읽고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06-15 1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07-06-15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서재 이뻐요^^ 님의 끊임없는 독서열엔 정말..감탄감탄..
전 요즘 넘 게을러져서 책도 그렇고 리뷰도 그렇고..쩌업 ㅜㅜ
좀 정비를 하고 다시 시작해야 할 듯 싶어요..ㅋ

2007-06-15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7-06-15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감사합니다. 만순이가 촌스럽다고 바꾸라고 해서 바꿨습니다^^;;; 책이야 늘 읽는건데요^^
속삭이신님 앗, 감사합니다^^

가넷 2007-06-15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시험 치고 오는 길에 질렀습니다. 그런데... 표지가 상당히 압박스럽군요..-_-; 보니까 본 단편들도 있고...ㅎㅎ 뭐 그렇게 상관없는 부분이지만요;

물만두 2007-06-16 10:45   좋아요 0 | URL
그늘사초님 저는 외적인 건 그다지 신경을 잘 안써서요. 저도 2편인가 3편 봤던거더라구요. 하지만 이렇게 모아서 보니 색다르더군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1965년 일본에서 한편의 경이적인 SF작품이 등장했다. 바로 이 작품, <시간을 달리는 소녀>다. 지금 보면 약간 단순해 보이기도 하고 SF라고 하기에는 너무 쉽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그 단순함의 미학이 이 작품이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고 무수히 리메이크되고 다른 작품에 영향력을 행사한 원동력이었음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첫 번째 작품인 표제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기억과 기대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가즈코는 라벤더 향을 맡고 타임리프를 하게 된다. 이 순수했던 시대는 우리가 미래를 아름답게 그리는 어린 시절의 또 다른 모습이다. 가끔 어떤 냄새를 맡거나 어느 길을 걸을 때 기시감을 느끼게 된다. 마치 예전에 어떤 기억이 생각날 것 같은 좋은 향기와 누군가와 걸었던 것 같은 길이었던 느낌. 우리는 그것을 데자뷰, 또는 기시감이라 부르지만 어쩌면 우리가 타임리프해서 과거나 미래를 왔다 갔다는 흔적은 아닐까. 아니면 봉인된 기억의 흔적일지도 모르고. 아름답고 아름다운 소녀의 시간은 이렇게 흘러간다. 아름다운 생각과 미래에 대한 설레는 기대로. 시간은 우리에게서 기억을 빼앗아간다. 우리는 시간을 쫓아 달려야만 하는 인간이다. 그것을 SF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이다. 읽고 있으니 황순원의 <소나기>를 보는 듯 순수함이 다시 한 번 가슴 따뜻하게 밀려옴을 느껴본다.

 

두 번째 작품인 <악몽>은 추억과 어린 시절의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모두 어떤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다. 나는 물을 무서워한다. 내가 물을 무서워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 바닷가에 놀러갔다가 빠져죽을 뻔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30년도 더 전의 일이지만 그 기억은 아직까지 내게 물에 대한 안 좋은 느낌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 어린 아이에게는 사소한 것도 악몽으로 나타난다. 자신도 반야 가면과 다리의 난간을 무서워하면서 동생 요시오가 밤마다 화장실을 못가는 이유를 알아내려고 애쓰는 마사코에게서 요즘 보기 어려운 따뜻한 동생에 대한 배려를 느낀다. 그런 마음이 자연적으로 마사코의 마음속 두려움도 알아가게 만들고 그것은 과거를 더듬게 한다. 자신을 도와주려는 분이치와 공포극복 여행까지 가는 마사코의 모습에서 지금은 사라져버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더듬어 본다. 이렇게 아름다운 악몽도 있다. 그 악몽의 원인을 찾아 나선 길동무의 따듯한 손이 있다. 서로 등 두드려주는 가족이 있다. 어쩌면 이 작품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모습이 여기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진짜 악몽은 아무도 함께 의논할 수 없는 친구와 가족이 없는, 그리고 어린 시절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마음이 없는 것, 그런 것들의 사라짐이 아닐까...

 

세 번째 작품인 <The Other World>는 다원우주와 동시존재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결국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다. 아니 소녀의 바람이다. 이 다원우주에는 단 한명의 노부코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어딘가 시공간이 다른 곳에 같지만 다른 노부가 존재한다. 그 한명의 인생이 꼬이면 다른 한명에게도 영향이 전해진다. 다른 시공간의 과학자 노부가 발명을 잘못하는 바람에 평범한 노부코의 현실이 점점 노부코가 꿈꾸던 것으로 바뀐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노부코는 바라던 일임에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니까 꿈은 하루아침에 이루면 안 되는 것이다.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고 공들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순수했던 시절 그렸던 이야기를 요즘 그린다면 이런 식의 작품은 나오지 못할 것이다. 세상은 바뀌었고 사람도 바뀌었으니까. 이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또 다른 노부코는 좋아 하며 쉽게 적응할 것이다. 왜 나는 그것이 서글퍼지는지. 아마도 나이 탓인 모양이다.

 

나이에 따라 어떻게 볼지 궁금하게 만드는 너무 늦게 내게 찾아온 작품이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 읽을 수 있어 더 좋은지 모르겠다. 작품을 읽으며 나는 내내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되었다. 내가 지나온 시간을 찾아 달렸다. 참 많이 달려야 했지만 달릴 시간이 많아 좋았다. 읽는 내내 기뻤고 즐거웠고 어린 시절이 그리웠다. 타임리프해서 그때를 한번 다녀오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역시 츠츠이 야스타카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렇게 심플한 SF작품은 일본적 SF작품의 원동력일 것이다. 서구의 어느 작품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동양적 정서를 간직한 예쁜 SF 작품이었다. 거창한 것보다 때론 소박한 것이 더 좋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고마운 작품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6-12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맛있게 먹었습니다. (웃음)
이거....리스트에 담고 싶지만.아직도 [알라딘] 서재 개편중으로 에러가 날까....(긁적)

물만두 2007-06-12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신님 보관함에 넣어두세요^^
 
마일즈의 전쟁 -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1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2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새로운 그리고 간만에 재미있게 기대하며 읽을 수 있는 SF 작품 시리즈를 만났다. 마일즈 보르코시건! 열일곱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대단한 녀석이다. 물론 엄청난 가문, 즉 황제의 섭정을 했던 바라야 최고의 가문 후계자라는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그를 성숙하게 만든 것은 그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암살 음모의 희생양이 되어 건강하지 못한 몸을 가지고 태어났고 그 때문에 수많은 고민을 했어야 했다는 것이 그를 크고 대단하게 만든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뼈가 부러지는 병이기 때문에 어렵게 얻은 사관생도 입학 체력 시험에서 다리가 부러져 떨어진 마일즈는 낙담한 채 그의 가신이자 태어날 때부터 자신을 지켜 준 보타리와 그의 딸 사랑하는 엘레나와 함께 어머니의 나라로 외할머니를 뵙고자 여행을 떠난다. 그곳은 바라야와는 다른 체제로 운영되는 베타 콜로니였다.

 

마일즈가 그곳으로 가기로 한 이유는 엘레나의 어머니 무덤이라도 찾아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사건은 마일즈가 손만 대면 어쩔 수 없이 커져만 간다. 도대체 마일즈의 머리에는 무엇이 들어 있고 그의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그는 역시 타고난 군인이었다. 피는 못 속인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이 일이 그와 그의 부친의 정적들의 표적이 될 줄이야...

 

이 작품은 우선 마일즈의 신체적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전진하는 모습 속에서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임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마음만 먹었다면 그저 백작으로 탱자탱자 유유자적 방탕한 생활을 할 수도 있었을 테고 부정하게 사관학교에 입학하려고 했다면 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위에는 그에 걸 맞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고 자신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많은 이들의 목숨을 책임져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므로 그의 백그라운드는 그에게 장점이자 약점이 된다. 또한 자신의 능력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면 내 것이 될 수 없고 세상에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안다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지만 그는 어린 나이에 이런 우리가 배워야 할 점들을 보여주고 있어 그 어떤 CEO가 되는 법 같은 책보다 백배는 낫다. 누구나 자기 그릇에 맞는 인물로 성장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것 또한 대단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이미 어른이 되었지만 어른 노릇을 못하는 이들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바라야라는 나라와 베타 콜로니라는 나라는 중심에 놓일만한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그들 생활상만 가지고도 두 나라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마치 중세 영국과 현대 싱가포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아니 중세와 현대의 지구의 모습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말에 걸맞게 좀 더 다양한 행성들의 모습이 등장하지 않을까 예측해보는 재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슐러 르 귄의 작품과 같은 완벽한 이중 구조로 볼 수는 없겠지만 다 나름의 장점이 있는 거니까. 새로운 우주가 배경이 된다는 건 이런 매력이 있어 보게 되는 점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보타리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사실 많이 기분이 상했다. 전쟁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승자와 패자 사이에 그 어떤 것도 묵인될 수 있다는 식의 작가의 발상은 너무도 위태로워 보여 충격적이었다. 물론 그 일을 한 개인에게 물어서는 안 될지 모르지만 개인이든 국가든 잘못을 덮어두려는 생각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이 시점에서 마일즈의 모든 것은 마음에 들지만 작가가 군국주의자는 아닌 가 의심이 들었고 어떤 것을 참고해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인지가 궁금해졌다. <스타십 트루퍼스>를 봤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중요한 장면이고 마일즈 일생의 전환점이 되는 이야기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점이었다. 이 장면만 없었더라면 정말 개운하게 읽을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추천하고 싶다. 마일즈의 성장 과정과 무엇보다 추리적인 면도 등장하는 점은 나를 끌어당기는 또 다른 매력이다. 이 매력적인 시리즈가 모두 출판되기를 바란다. 이 작품을 보지 않고 넘어간다면 진정한 SF 독자라 할 수 없을 것이고 SF 독자나 장르 소설을 싫어하는 분이나 잘 안 보는 독자라도 성장소설로 보면 대단히 좋은 작품이다.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의 뜻을 이뤄가는 마일즈는 우리가 꿈꾸는 자아이고 또 우리 아이들에게 바라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석 2007-05-11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그렇듯...물만두님 리뷰를 보고 저도 이 책이 읽고 싶어졌습니다.(흑)

물만두 2007-05-11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석님 자발적 낚임에 안습이라니요^^:;;

보석 2007-05-11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떡밥이 있으니까 낚였지요.(뻐끔뻐끔)

물만두 2007-05-11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석님 헤헤헤^^
 
다윈의 라디오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그레그 베어 지음, 최필원 옮김 / 시공사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사스가 발생했을 때 전 세계가 어떻게 반응했고 우리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기억한다. 그 사스보다 더 대단하고 무서운 진화 바이러스가 나타난다면 아마 그때의 반응에 백 만 배쯤, 아니 정확하게 이 작품 속에서의 보통 사람들처럼 행동하게 되리라 생각되니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소름이 끼쳤다.

 

인간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확실하게 알 수는 없다. 그것은 아주 오래 전 일이고 밝혀질 증거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화가 어느 날 순식간에 일어날 것이라면, 점차적으로 서서히 변화한 것이 아니라 단 한 번에 우리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새로운 신인류가 생겨난다면 과연 어떤 일이 우리 앞에 펼쳐질지 이 작품은 그런 가정 하에 모든 상황을 치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세 사람의 관점에서 각기 다른 생각과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관점은 고고학자이면서 박물관과 학계에서 유골을 훔친 죄로 쫓겨나 사기꾼 취급을 받는 미치의 관점이다. 미치는 알프스 산 동굴에서 세 명의 고대인들의 미이라를 발견하는데 그것이 그를 고대의 꿈을 꾸게 만든다. 그리고 그 꿈에서처럼 그는 본능적으로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만 애를 쓴다. 두 번째 관점은 생물학자이며 미리 논문에서 이런 인간 속 바이러스가 내재되어 있다가 활동하게 되면 인간이 새롭게 변할 수 있음을 예견한 케이의 관점이다. 그녀는 철저하게 과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자신의 몸으로 증명하고자 한다. 자신의 가설을. 세 번째 관점은 크리스토퍼 디킨이라는 CDC에서 정부 관료로 일하는 바이러스 전문가의 관점이다. 그는 약간 캐시와 같은 의견을 가지게 되기도 하지만 결국 그러한 일련의 일들이 치명적인 병을 옮긴다는 점으로 돌아가 정부 방침에 따른다. 그의 선택은 어쩌면 가장 현실적이고 구인류가 택할 수밖에 없는 생존전략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슨 일이냐 하면 여자들이 SHERA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임신을 하게 되면 처음에는 기형아를 출산하게 되고 다시 얼마 안 되어 다시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는데 남자와의 접촉 없이 하는 임신이라는 것이다. 처음 인간은 이 바이러스의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혼란만 가중되고 여자들은 남자들을 불신하게 되고 남자들은 여자들을 의심하게 되고 정부의 정책을 믿지 못하게 되고 정부는 시민을 강제 진압하려 한다. 이 SHERA는 여자의 몸속에서 스스로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 내려고 변화를 계속하고 결국 새로운 기존의 인류와 다른 인류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정부는 이 새로운 아이들을 감염체로 여겨서 격리 수용하려 하고 케이와 미치는 자신들이 낳은 딸을 데리고 도망의 여정을 계속한다.

 

거의 700쪽에 가까운 분량임에도 몰입해서 볼 수밖에 없었다. 한번 읽게 되면 도저히 손을 뗄 수가 없는 작품이다. 어려운 생물학적인 용어들은 논외로 하고 나는 인간이 원시 시대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이 작품이 너무도 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다가와서 놀랐다. 인간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고 대단히 문화인이라 자부하지만 결국 한 껍질만 벗겨지면 마치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것처럼 옛날 했던 행동을 되풀이하기만 한다. 자신들이 생존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을 마녀 사냥하고 화형식을 하고 창으로 찌르는 대신 총으로 쏘는 원시인들... 거기에 정부는 민주의 탈을 쓰고 있지만 여차하면 국민의 안전이 아니라 자신의 안위를 위해 독재의 칼을 휘두르고... 어쩜 이것이 진정한 인간의 모습이고 이것 때문에라도 인간은 진화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만약 이런 일을 겪어 지금의 인류가 된 것이라면 신인류가 탄생된 시점에서 구인류의 몰락은 받아들여야 하는 구인류로써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자 재앙임에는 틀림없다. 생존본능은 어쩔 수 없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지독하게 사실적인 작품이다. 인물들이 모두 살아 움직이는 듯하고 지금 지구 어디에선가 있을 것 같고 내 몸 안에 그런 바이러스가 있을 것만 같고... 악몽인데 대단히 현실적 악몽이라 차마 그 놀라움을 뭐라 말할 수 없는 그야말로 대단한 작품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yonara 2007-05-0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리뷰는 좋은데... 역시 dave25님이 언급하신 책들을 먼저 읽고싶은 맘이 드는 까닭은... -_-;;;

물만두 2007-05-02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ㅠ.ㅠ

향기로운 2007-05-04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보는 기쁨, 안 읽어 본 책이라는 좌절...^^;;

물만두 2007-05-04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기로운님 이 작품을 읽어주시와요^^

애쉬 2007-05-30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고 있는데, 영 진도가 안나가고 산만해서 힘내려고 리뷰 먼저 보고가요.
덕분에 나름 치명적인 ^^ 사실을 미리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역시 끝까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불끈불끈하게 만드는 리뷰였어요.
정신차리고 다시 보겠습니다~

물만두 2007-05-30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쉬님 SF라 치명적인 것을 그냥 썼습니다. 미스터리라면 미스터리겠지만 이 작품이 주는 것은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조금 더 읽어보세요. 조금만 더 가면 손을 놓을 수 없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