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불 블랙 캣(Black Cat) 22
C. J. 샌섬 지음, 이기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C.J. 샌섬은 역사 추리소설의 대가임을 이  16세기를 배경으로 한 매튜 샤들레이크 변호사 시리즈를 통해 입증하고 자리를 견고히 하고 있다. 이제 단 두 작품만을 읽었지만 그가 대단히 방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그 시대의 역사적 인물만이 아닌 그 역사적 인물 이면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역사에 남은 인물들보다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의 생활상을 더 많이 보여줌으로써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했었음을, 역사는 누구 한사람의 이야기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피력하고 있다. 그 점이 C.J. 샌섬의 매튜 샤들레이크 시리즈의 매력이다. 

토머스 크롬웰의 일을 돕다가 큰 곤욕을 치르고 자신의 종교적 신념마저 잃어버릴 지경에 몰린 사들레이크 변호사는 그동안 크롬웰과 인연을 끊었다고 생각하고 묵묵히 변호사일을 하며 지냈다. 그러던 중 자신이 변호했던 의뢰인의 조카가 압살형이라는 참혹한 형벌의 위험에 놓인 것을 알게 되어 소녀의 변호를 맞지만 소녀는 사촌의 살해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입을 열지 않고 삶을 포기한 느낌을 준다. 그 이면에 무엇인가 있음을 알게 되지만 시간이 너무 없다. 그때 크롬웰을 모시는 사람이 나타나서 그에게 크롬웰의 전갈을 전한다. 크롬웰은 자신이 찾는 그리스의 불이라는 것을 매튜가 찾아주는 조건으로 2주간의 소녀에 대한 형을 연기시킨다. 2주동안 샤들레이크는 두 가지 사건을 해결해야하는 임무를 맡게 되고 실패하면 소녀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숨도 부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다. 

작품은 매튜 샤들레이크와 크롬웰경을 모시는 바라크가 같이 그리스의 불을 찾아 위험한 고비를 같이 넘는 모험과 엘리자베스라는 한 소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 지를 알아내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이야기를 하나의 구성으로 잘 엮어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크롬웰이라는 이름이 주는 잔인하고 냉정하며 정치적인 역사적인 사건 위에서 펼쳐지는 모험담과 같은 시대를 살면서 종속적 계급 사회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과 벗어나려 애를 쓰는 이들의 존재적 모험담이 무게의 균형을 잘 맞추면서 샤들레이크의 발걸음과 생각과 판단속에서 생생하게 전해진다. 작가는 역사 미스터리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것처럼 견고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스의 불이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누가 그것을 가졌고 샤들레이크가 조사를 하려고 하면 먼저 알았다는 듯이 증인들을 제거하는 것일까? 그리고 샤들레이크와 바라크까지 죽이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의문을 풀어가면서 샤들레이크는 그의 주변인물 모두를 용의선상에 놓고 비밀에 다가간다. 2주간의 엘리자베스에게 내려진 집행유예 기간은 D-데이가 다가오면서 점점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샤들레이크는 하루가 지나면 이제 며칠 남았음을 인지시키며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엘리자베스가 입을 열지 않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도대체 그 집에서 일어난 일은 무엇일까?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작가는 종교적인 이유에서이든 아니든 애 몫이 아닌 십자가를 지려 하는 것 또한 죄라고 말하고 있다. 

매튜 샤들레이크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인 이 작품은 첫번째 작품인 <수도원의 죽음> 그 이후를 다루는 속편적 느낌도 준다. 전작을 통해서 작가는 영국 헨리 8세때 토머스 크롬웰이 단행한 수도원 해산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묘사했다. 이 작품은 그 이후 수도원의 해산으로 어떻게 되었는지, 가이 수도사는 샤들레이크가 약제사로 일을 할 수 있게 했지만 다른 수도사들은 길거리에 내쫓기고 수도원에서 일하던 이들과 수도원이 보호하던 고아들이 방치된 상황에서 수도원을 가난한 이들에게 돈을 받고 세를 놓는 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변해야 하는 것은 종교의 모습이 아닌 사람의 마음임을 피력하고 있다.  

지극히 종교적이면서 인간적 고뇌를 담고, 정치적이면서 복지를 꿈꾸는 아직도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는 샤들레이크는 완벽한 인간으로 그려지지 않고 있다. 그는 자신의 신체적 결함인 곱추라는 사실에 절망하고 그러면서 인생을 포기하지 않지만 그런 자신의 의지처럼 다른 사람도 그러하기를 바라는 면도 보인다. 동정심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자신이 서기로 채용한 이의 필사가 왜 서툴른지 헤아리지 못하는 단점도 드러내고 아름다운 여성에게 또 다시 빠져드는 남성적 어리석음도 보여준다. 이런 불완전함이 이 작품을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들고 있다. 이제 샤들레이크와 바라크가 한 팀이 되었다. 다음 사건에서 이들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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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7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7 2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0-04-26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6세기라...흐음...고민되네요.

물만두 2010-04-27 09:58   좋아요 0 | URL
이 시리즈 좋습니다. 강추!!!
 
무심한 듯 시크하게 : 범죄의 시대 Nobless Club 20
한상운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무심한듯 시크하게 살기 힘든 세상이다. 그래도 어떤 면에서는 이렇게 살라고 세상은 강요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폼생폼사 경찰 인생이 전부인 정태석에게는 무심한듯 시크하게 살는 것이 인생의 좌우명이다. 처음 정태석과 유병철 콤비가 등장하는 이 <무심한듯 시크하게> 1편을 봤을 때 시리즈로 계속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작가가 시리즈로 또 내줘서 기쁘다. 이 책을 무심한듯 시크하게 읽어봤다. 

잠복근무가 경찰 생활의 태반을 차지하고 폼나는 범인을 한방에 제압하는 일은 그저 드라마나 영화속 경찰들의 이야기일뿐 오늘도 정태석과 유병철은 좁은 차 안에서 생긴 게 가물치처럼 생겨 가물치파라고 부르는 조직폭력배 두목도 모르는 별명을 가진 범죄자의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뒤를 밟던 중 가물치가 누군가 만나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좀이 쑤신 정태석이 또 일을 만들어 그들에게 잡히고 유병철마저 붙잡혀 죽기 일보직전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박태하라는 가물치와 만난 인물은 그들을 처음 보는 사람 취급을 하고 그는 견실한 기업가 행새를 하며 오히려 경찰에 압력이 들어온다. 

이렇게만 되면 또 다시 증거를 잡기 위해 뛰면 되는데 경찰도 보통 사람이다. 정태석은 연애중에 애인과 일이 꼬이고 유병철은 자신이 주식 투자에 실패하고 아내가 사기를 당해 빚더미에 전재산이 날아가게 생겼다. 이때 유병철이 증거물로 수거한 캐비어라 생각한 통속에서 다이아몬드 원석이 나오면서 유병철은 범죄의 유혹에 흔들리게 되고 여기에 정태석이 합세하며 일은 더 꼬이게 된다. 도대체 가물치파와 그가 만난 박태하는 무슨 질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절대 코미디는 아니다. 웃긴 얘기가 아닌데 피식 웃게 되고 보통 사람들 이야기처럼 조금 진부하고 교훈적이다. 그런데 사는 게 다 그렇다. 평범한 이들이 무소유를 실천하기 힘들듯이 평범한 경찰의 이야기는, 평범한 한국 경찰 이야기는 이렇게 덜 과장되는 것이 보기 편하다. 하드보일드가 있어도 한국식 하드보일드여야하고 느와르를 표방해도 한국식이어야하듯 무심한듯 시크하게도 한국식 무심한듯 시크하게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서로 다른 캐릭터와 조화와 약간의 유머가 합쳐져서 괜찮은 경찰 소설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경찰에게 가장 현실적인 것은 잠복근무라고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폼나고 멋진 거 없다고. 하지만 범죄자를 잡을 때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게 경찰이라고. 소설 속 경찰은 어딘가 지나치게 영웅적인 철인의 모습이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부패한 모습의 극과 극으로 나뉘어 보여지고 있는데 좀 더 현실적으로 표현하자면 그들의 직업이 경찰이라는 점과 그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일을 하고 있고 근무조건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마치 3D업종처럼. 그래도 그들은 밥줄이라 놓치 못하고 할 줄 아는 게 그 일뿐이라 하기도 하고 약간의 정의감에 버티기도 한다. 그런 평범한 경찰들의 모습을 작가는 작품속에 잘 담아내고 있다.  

세상이 살기 힘들 때 이 산 하나만 오르면 무언가 있을 거라 희망을 갖고 살듯 마지막에 유병철과 정태석이 가진 희망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희망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정태석과 유병철뿐 아니라 경찰서 내의 다른 인물들의 비중을 조금씩 늘려 나가면 더 좋은 시리즈가 되리라 기대된다. 물-조 콤비와 팀장님도 있으니까. 나는 이 작품이 한국의 87분서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상운 작가가 한국의 에드 맥베인이라 불리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3편을, 아니 계속 나와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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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0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31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0-03-30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이 87분서 시리즈가 되려면 많은 이들이 읽어 주어야 되는데 국내에서 추리소설,특히 국내 추리소설을 잘 안읽는 분위기다 보니.........

물만두 2010-03-31 10:36   좋아요 0 | URL
어쩔수 없죠 ㅜ.ㅜ

Koni 2010-03-31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한국 추리소설을 읽어본 지 너무 오래되었어요.

물만두 2010-04-01 10:27   좋아요 0 | URL
저는 일년에 몇편은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네 번째 문
폴 알테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시공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평범한 듯 보이는 영국의 한 마을, 하지만 그 마을에 있는 단리씨 집은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난 집이다. 화자로 등장하는 제임스의 친구이기도 한 존의 어머니가 어릴 적 다락 방에서 자살한 사건이 일어난 후 그의 아버지는 약간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고 그의 집은 그 뒤 계속 이상한 소문이 돌아 세를 줘도 사람들이 얼마 살지 못하고 나가곤 했다. 그런 것 빼고는 별 다른 일없는 곳에서 이번에는 헨리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해 아버지만 살고 어머니는 돌아가신다. 그리고 단리씨네에 이상한 부부가 세를 들게 되면서 마을은 사건에 휩싸이게 된다. 

단순하고 간단한 밀실 트릭을 보여주는 작품이지만 그와 더불어 안락의자 탐정에서 발전한 형태인 1950년대 경찰의 어설픈 프로파일링이라고 해야할까, 심리학적 수사를 접목시켜 신선함으로 마지막의 반전에 양념을 더한 기발한 작품이다. 안쪽에서 잠긴 문에 대한 트릭, 그 안에서 일어난 범죄와 피해자만 남겨진 상황의 반복, 여기에 눈 쌓인 집에서 일어난 또 한번의 살인사건. 범인의 발자국은 어디에도 찍혀있지 않은 상황은 그야말로 집안 전체를 밀실로 만들고 여기에 동시에 두 군데 사람이 모습을 나타낸다거나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일까지 마술같은 일들이 트릭으로 펼쳐진 채 독자들을 유혹한다. 

처음부터 범인은 눈에 보였다. 아주 익숙한 트릭들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전 추리소설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처럼. 그런데도 작품은 의외로 재미있다. 경찰이 정신 차릴 수 없을만큼 순식간에 일어나는 사건들과 영매라는 존재가 주는 약간 오컬트적 사이비 냄새를 풍기는 으스스함, 여기에 후디니의 마술에 대한 이야기까지 접목되어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 모든 것이 오히려 나중에 전하는 반전을 위한 거대한 포석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작가의 치밀함에 놀라게 된다.  

익숙함이 신선함으로 바뀌어 사로잡는다. 이야기의 전반부의 트릭도 재미를 주지만 후반부의 트릭은 놀라움 그 자체다. 프랑스의 존 딕슨 카라는 말이 당연하게 생각되고 고전적이면서도 세련된 작풍이 프랑스식 신본격 추리소설의 새지평을 연 것은 아닌가 싶어 좋았다. 정말 프랑스적인 새로운 작품의 탄생이라고 말하게 되는 작품이다. 볼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하고 싶다. 

신본격 추리소설하면 보통 일본을 떠올리게 된다. 그만큼 일본 추리작품들이 많이 나와 있고 탄탄하다. 하지만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질리게 된다. 이런 때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의 신본격 추리소설을 읽을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그 작품이 작품적으로 만족감을 준다면 그건 더 좋은 일이고. 이 작품은 작가가 창조한 탐정 닥터 트위스트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이 작가, 폴 알테르의 작품이 더 많이 출판되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닥터 트위스트 시리즈도 더 많이 출판되기를 바란다. 좀 더 빨리 만났으면 좋았을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익숙한 고전 추리소설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심리적 트릭을 구사한 세련된 탄탄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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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 사막의 망자들,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5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잭 매커보이가 돌아왔다. <시인>의 사건도 지난 지 한 참 되었고 젊음과 영광을 뒤로 한 채 정리 해고 통보를 받는 처지가 되어서 말이다. 그는 2주동안 그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젊은 기자 안젤라에게 인수인계를 하는 일만 남겨뒀지만 마지막으로 그가 쓴 사건에서 한 건 하고 나가기로 한다. 16살 흑인 갱단 소년이 백인 여자를 성폭행하고 살인한 죄로 잡힌 사건이다. 그는 처음 그의 유죄를 의심하지 않지만 사건을 조사하던 중 그가 무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그의 자리를 차지할 안젤라가 비슷한 유형의 사건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트렁크머더닷컴이라는 사이트도 있고. 두 사건 모두 시체가 트렁크에서 발견되었다. 이제 잭은 그 또 다른 사건을 알아보러 라스베이거스로 떠난다. 

작품은 잭 매커보이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한편에서 범죄자가 잭을 이미 알고 뒤따라서 제거하려는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 범인은 빅 브라더처럼 잭을 감시하고 통제하고 그를 유인하고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게끔 조종한다. 현대인을 사회로부터 고립, 단절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현대인이 가장 잘 사용하는 것의 통로를 막는 일이다. 바로 인터넷, 신용카드, 휴대전화, 통장의 잔고다. 인터넷으로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는 현대인에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 내 비밀번호가 나도 모르게 바뀐다는 건 거의 완벽한 거세다. 여기에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못하고 휴대전화가 끊기고 신용카드를 다시 개설해도 통장에 돈이 없다면 그는 사회에서 아웃되는 것이다. 작품은 범죄의 무서움과 함께 이제 현대인이 더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게, 더 발전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다. 

그런 자신의 고립이 누군가에 의해 고의적으로 일어난 일인지 자신에게 닥치면 알기 어렵다. 잭은 그저 짜증을 내며 평범한 사람들이 보일 반응을 보이지만 FBI 요원 레이첼은 전화 통화로 그의 위험을 깨닫고 그를 구하러 달려온다. 그러면서 다시 이들의 활약이 전개되는 모습은 독자에게 묘한 설렘과 기대감을 안겨준다. 잭은 <시인>사건 이후 십 몇년 만에 레이첼을 만나 다시 그녀와 함께 사건을 해결한다. 역시 잭과 레이첼은 환상의 짝꿍이 아니었나 싶다. 단 한방의 총알에 치명상을 입어 다른 사랑을 할 수 없게 된다는 단발이론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궁금해진다.  

누구나 인터넷을 한다. 블로그는 이제 또 다른 나다. 모든 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일을 하고 취미 생활을 한다. 지금도 심심찮게 인터넷업체에서 발생하는 고객명단 유출사고니 해커의 침입, 바이러스 공격 등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채팅을 통해 나쁜 짓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니 여기에 등장하는 허수아비처럼 완벽하게 희생자를 인터넷으로 찾고 자신의 죄를 뒤집어 쓰게 만들어 꼬리가 잡히지 않는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가 저지른 연쇄살인보다 누구든 쉽게 노출되어있다는 상황이 현실적으로 느껴져 읽는 내내 더 무서웠다.  

다 읽고나면 또 다시 알면서도 역시 마이클 코넬리라고 감탄하게 된다. 그는 여러 인물들로 시리즈를 쓰는데 시리즈마다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 차별화를 하고 있다. 잭 매커보이 시리즈는 신문기자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사건속에 사회가 알려줘야 하는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비단 범죄자가 저지른 일들의 문제뿐 아니라 그들의 어린 시절까지 아우르며 누가 허수아비를 만들었나 고민하게 만든다. 또한 매스컴과 언론의 역할의 중요성과 이중적 모습까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이유로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을 모든 이들이 단순한 크라임 스릴러 이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크라임 스릴러의 제왕다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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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10-03-23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물만두 2010-03-24 11:11   좋아요 0 | URL
네^^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 The Gorgon's Look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0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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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동명의 탐정 노리즈키 린타로가 등장하는 엘러리 퀸과 같은 형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추리소설가이자 탐정으로 등장하는 노리즈키 린타로와 경시로 등장하는 그의 아버지, 그리고 그가 의뢰받는 사건을 파헤치고 아버지의 도움을 받거나 부자가 공조하는 형식이다. 다른 점이라면 엘러리 퀸과는 달리 노리즈키 린타로는 아버지에게 무척 혼만 나는, 쓸데없이 사건에 끼어들어 사건만 복잡하게 만든다고 야단맞는 캐릭터라는 점이랄까. 아무튼 엘러리 퀸의 작품을 보는 것 같아 좋았다. 

우연히 후배의 사진전에서 린타로는 조각가 가와시마 이사쿠의 동생과 딸을 만나는데 이야기도중 가와시마 이사쿠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결국 그의 장례식에 참석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여러 사람들에게 이상한 소문들을 듣게 되는데 가와시마 이사쿠와 이혼한 전처의 이야기와 그 전처가 여동생의 남편과 재혼했다는 이야기, 자기 딸도 만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와 형제 사이도 나빴다는 이야기, 그리고 딸이 이상한 사진작가에게 시달렸다는 이야기 등등을 듣게 된다. 하지만 그가 거기서 가와시마 아쓰시에게 의뢰받은 사건은 형의 유작인 석고상에서 누가 머리를 잘라간 사건이었다. 이에 그들은 딸 에치카를 괴롭히던 사진작가를 의심하고 행방을 조사하는데 이번에는 에치카가 실종되고 만다. 

작가는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사건을 전개시키고 그 사건 속에 또 다른 사건이 위화감없이 스며들도록 짜임새있는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본격추리소설이 추구하는 '누가 범인인가?',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나?', '왜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나?'를 모두 만족시키고 있다. 탐정이 마치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인냥 행동하게 하지 않고 경찰 또한 진지한 수사와 그 수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때 범인을 잡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린타로의 후회와 노리즈키 경시의 현실적인 면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그것으로 작품은 긴장감과 함께 허구임에도 현실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조각이라는 소재를 통해 조각가의 근원적 욕망에 대해 짧게 설명하는 것으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조각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는 동시에 인간이 가진 모든 비극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있다. 범죄는 그렇게 생겨나는 것이므로.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소유하고자하는 인간의 욕심, 비틀리고 이기적인 불신과 자기 과시욕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의 덧없음을 알려준다. 인간의 명예라는 것이 인간의 목숨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인간의 목숨을 나아가 하찮게 여기는 일 자체가 인간에게는 명예가 없다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조사를 위해 발로 뛰고 머리로 생각하는 두가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노리즈키 린타로는 하드보일드 탐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락의자형 탐정도 아니다. 딱 엘러리 퀸스러운 탐정이고 작품 내용도 엘러리 퀸의 작품을 연상시키게 만든다. 그러면서 일본적인 것으로 알맞게 받아들인 것, 그 자연스러움이 부럽고 놀랍다. 너무도 의미심장한 제목이자 무시무시한 암시가 담겨있는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는 다 읽고나면 아, 하는 감탄사로  바뀌게 된다. 마지막까지 내막을 양파처럼 까고 또 까서 보게 만드는 에필로그에서조차 마지막 의문을 이야기하는 신본격추리소설의 절대고수가 아닌가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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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8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8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pjy 2010-03-18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러리 퀸을 별루 안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리뷰를 보니 괜히 끌리네요,,또 장바니구만 무거워집니다^^;

물만두 2010-03-18 21:02   좋아요 0 | URL
엘러리 퀸을 안좋아하셔도 이 작품은 좋으실겁니다.

비로그인 2010-03-18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무서워요. ㅎㅎ

만두님, 감기때문에 고생하셨군요.. 참 더디게 더디게지만 봄이 오긴 오겠지요? 얼른 싹 나으시기를..

물만두 2010-03-18 21:49   좋아요 0 | URL
좀 그렇죠^;;;
감사합니다. 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그장소] 2013-08-03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각,특히 석고부분은 참, 오래두고 보면서도 애정이 안갔는데..
이 책보며 오래된 석고상의 감촉이 그대로 살아나더라는..^^
이제야..정말..살결스러운 느낌이..난다랄까요!!
작가의 필력~만족스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