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에는 개꽃이 산다 - 전3권 세트 궁에는 개꽃이 산다
윤태루 지음 / 신영미디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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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3권이 다 되어가도록... 둘의 사랑은 참혹하기만 하였다. 황제라는 자리가 그토록 사람을 모질게 만들었던가. 어린 시절 처음 언을 보았을 때부터 개리는 오롯이 그 하나만 사랑하였더랬다. 오로지 그만 바라보고 그만 가슴에 품었더랬다. 그러나 그는 황제였다. 대국인 은나라의 황제.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하여 누군가의 체온이 자기 몸에 닿는 게 어색한 아이. 언만 자기를 바라보면 되는데, 그러면 되는 것인데... 자기를 믿지 못하고 변명한다 생각하고, 꾀를 부린다 오해하고, 그래서 마침내 쫓아내기까지 하다니...

여기까지 읽고 개리와 언의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서서히 갈래를 찾아가는 이야기들을 보았다. 개리의 순수한 잔인함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아무도 모르던 그녀의 속마음이 얼마나 시커멓게 타 버렸는지, 가슴이 아프다 못해 피빛 멍으로 뒤덮인 그녀를 언이 어떻게 내쳤는지.

사랑하면 사랑으로 보살필 것을, 황제는 그리하지 못했다. 황제라는 지위가 내리누르는 무게로 인해 곱다, 어여쁘다, 우지 마라, 사랑한다... 이리 가슴 떨리는 말을 해 주지 못했다. 그럴거면 아예 곁에 두지나 말던가. 곁에 두고 정 하나 주지 않은 언 때문에 안 그래도 힘 들고 가여운 개리는 아예 속이 썩어문드러졌다.

그래도 끝까지 자신이 원하는 바를 향해 의지를 불태우는 그녀의 모습이 좋았다. 겉으로는 거칠고 차가워도 표현하지 못한, 드러내지 못한 따스함이 안타까웠다. 위민과 궁기, 이희들과의 끈끈한 정이 고마웠다. 그들이 풀어가는 이야기 중 수귀 이야기는 애처롭기 그지없더라. 고운 사람, 하늘이 그리 귀이 여겨 얼른 데려갔는지, 그래도 애틋한 정 품고 갔으니 여한은 없겠지.

사랑... 사랑... 그 연모의 정이 얼마나 깊었으면, 그리 어렵고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도 변하지 않았을까. 부정하고 또 부정하여도 꺾이지 않는 그 정이 아직도 내 가슴을 아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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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2007-11-02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까지 1권 다읽고 울었습니다.ㅠ
너무 안타까워요.ㅠ

꼬마요정 2007-11-07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도 정말 안타까웠답니다.ㅜㅜ
 
연애의 기술
이지하 지음 / 자유로운상상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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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둘만 하는 게 아닌가 보다. 사랑을 하는 대상은 둘이겠지만, 그 영향은 둘의 세계 전부에 미친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신비롭기 그지없다. 불같은 열정으로 온 몸을 사르는 사랑도 멋지지만, 은근히 애절하게 끊이지 않는 사랑도 아름답다.

사랑은 둘만 하는 게 아니지만, 최우선은 그들 둘이다. 이미 사랑을 경험한 사람의 마음 속에서 지나간 사랑의 그림자만 좇는다면, 그건 이미 초점이 어긋나버린 서글픈 사랑이다. 과거의 크나큰 잘못으로 사랑을 잃었다면, 그 사랑의 뒤꽁무니를 잡으려 하기 보다 그 사랑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있도록 반성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각각 모두 사연을 가지기 마련이다. 원인 없는 결과 없고, 동기 없는 행동은 없는 법이니까.

사랑하는 이에 대한 욕망은 추한 것이 아니라 갈망이다. 그러나 육체에 대한 집착은 소유욕일 뿐. 열정을 가둬두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는 것도 실망스러운 일이다.

사랑을 하는 건 결코 죄가 아니다. 너무 사랑해서 그 사랑을 곁에 두고 싶어하는 소망이 잘못된 행위와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때로는 그대로 흘러가는 게 더 아플 수도 있겠지만, 놓아 주는 것으로 인해 더 큰 사랑을 얻을 수도 있다. 다만,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하겠지.

마치 미니시리즈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장면 장면을 스쳐가듯 보았다. 야준은 주몽에 나오기 전의 송일국이나  조니 뎁이 연기하면 어울리겠다는 생각도 해 보고, 도연은 수애가 연기하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 보면서 말이다.

오랜만에 머리 식히며 재미나게 읽은 로설이었다. 한동안 터무니없는 오해나 악역들의 훼방이 진절머리 나던 차에 각자의 사연을 담은 사랑 이야기를 보니 신선하면서도 나른했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한여름밤, 향기 가득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영화를 보듯, 드라마를 보듯 이 책을 읽는 것도 멋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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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6-07-28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프군요..^^

꼬마요정 2006-07-28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날개님두 어서 읽어보셔요~~^*^
 
추월 -하 - 달을 쫓다
장은혜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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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 설화에서 이토록 방대한 이야기들이 가지치기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삼국유사에 몇 줄 나오는 이 가슴 아픈 이야기에서 도미와 은려, 개로왕 이외에 윤월과 윤, 서홍, 보리화, 무령, 아사반, 아사관휘 등이 각자의 삶을 토로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래서 작가가 더 대단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건대, 미실보다 훨씬 낫다.

 

이야기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 이득이 되는 쪽과 화친하며 해가 되는 쪽을 견제하던 시절, 고구려의 생간에게 넘어가 바둑으로 나라를 망친 개로왕이 백제를 다스리던 때부터 시작한다. 바닷사람이었던 도미는 백제제일미라 칭송받는 은려와 혼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부역 때문에 한성으로 간다. 그곳에서 만난 개로왕은 은려의 정절을 걸고 도미와 내기를 하게 되고, 내기에서 진 왕은 홧김에 도미의 눈을 뽑고 바다에 던져 버린다. 작은 나룻배에 내던져진 도미는 오열하는 은려의 품에 안겨 바다로 돌아갈 것을 원한다. 같이 죽자는 도미의 말에, 은애하고 연모하는 지아비의 말에 은려는 그를 꼭 끌어안고 바다로 스며든다.

 

은려 대신 개로왕과 밤을 보냈던 윤월은 은려와 도미의 딸 서홍을 지키기 위해 모악산으로 도망가 그곳에서 살게 된다. 어느 날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고 유산을 시도하다 결국 윤을 낳게 된다. 윤월의 한을 품고 태어난 윤은 단 한번도 따스한 어머니의 정을 느껴보지 못한 채 자라게 된다. 원하는 게 없다던 그는, 아파도 아프다 말하지 못했던 그는 마지막까지 윤월에게 버림받는다. 누가 나의 씨냐는 개로의 물음에 윤월은 애증이 담긴, 깊은 시선을 윤에게 던진 후 말한다.

 

"딸아이다."

 

어디서 부터였을까. 그들의 운명이 가슴 시린 고독으로 점철된 것이. 살아난 은려와 그녀를 구한 아사반. 보리화 곁에 머물던 도미. 십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연모하면서도 표현하지 못했던 아사반의 순정은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전장에 나가는 아사반에게 은려는 언제나 한결같은 부탁을 했다.

 

"바닷사람 도미에 대해 알아봐 주십시오."

 

그 말에 그녀의 진심과 밝히지 못했던 작은 은애의 감정이 묻어났다는 것을 죽는 순간까지 아사반은 알지 못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아사관휘 역시 가슴 아픈 사랑을 대물림했다. 은려의 딸 서홍을 가슴에 품고 그 사랑이 아스라한 상처로 남게 될 때까지 그가 겪었던 상사와 외로움은 실로 처절함이었다. 그에 반해 윤은 가진 것이 없어 가질 것 또한 없었다. 거침없는 보리화를 만나 그녀에게 위로받지만, 보리화는 무령을 선택했다. 정말로 보리화가 무령을 사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녀에게 한 사람만을 위한 사랑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아니, 바람같은 여인에게 바람이 쉬는 곳은 없을지도 모른다. 잡을 수 없기에 더 사랑스러운지도 모르겠다.

 

관휘와 윤은 극명하게 대조되는 인물이면서 서로 맞닿아 있었다. 끝없는 고독 속에 침잠해 있던 윤과 밝은 세상에서 울고 웃던 관휘는 사실 서로를 가장 잘 이해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은 삼국유사의 몇 줄에서 시작하여 그 줄의 구두점으로 끝난다. 그 안에 이렇게나 긴 사연이 깃들수도 있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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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손을 내밀 때
이지환 지음 / 영언문화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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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유. 엄~청난 부자에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대재벌이다. 뭐, 포춘 선정 세계 50대 기업 중 11위를 차지하는 대기업의 총수라니까. 지무이. 그녀는 윤지유의 집안에 얹혀 사는 재택비서 지실장의 딸이며, 윤지유의 아내감이다.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허수아비 신세가 되어야 했던 그녀와 자신의 유년이 살해당한 줄 모르는 바보 천치, 그래서 사랑이나 정을 모르는 그가 얽히게 되었다. 어찌보면 한서은은 둘의 월하빙인이 아니었을까...

의붓남매라는 이유로, 어린 시절의 불장난으로 인생이 피폐해져 버렸다는 이유로 지유를 옭아매는 사슬은 그보다 두 살 많은 서은이었다. 탐욕스럽기 그지없는 그녀의 전술에 지유는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었다. 심지어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것까지도. 하지만 서은과의 밀애를 즐기기 위해 허수아비로 들여놓은 그 안방마님 무이 덕분에 사랑이 뭔지, 사는 게 어떤 건지 절실하게 깨달아버린 그는 이제 서은을 떼어놓아야만 한다. 물론 무이의 마음을 차지하는 것도 급한 일이고.

빠른 전개가 좋긴 했는데, 읽는 내내 '화홍' 생각이 났다. 화홍보다 먼저 씌어졌으니 화홍보다 엉성하지만 그 관계설정이나 남주, 여주의 성격이나 여러모로 유사하다. 뭐, 크게 읽고 재밌었다란 느낌은 받지 못했다. 사실, 중간에 지유가 무이에게 퍼붓는 독설이 너무나 섬뜩하여 놀라긴 했다.

"네 아비가 죽어버리라고!"

흐익~~ 저게 도대체 해서는 절대 안 되는 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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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생화
김수민 지음 / 서울P&B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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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나라 순치제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다는 동악비 소연. 그러나 황제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여 고통받았던 여인. 이 상황이 너무나 애틋하여 골라든 소설이었다. 하지만... 절절한 로맨스가 아닌 평이한 흐름에 제법 실망했다.

한족의 딸이지만, 만주족 위내대신 동악석의 딸로서 살아가던 소연은 어느 날 추잡스럽기로 유명한 양친왕에게 불미스런 일을 당한다. 그 일로 인해 소연은 마음에 조금씩 담아가던 단우교와의 연을 끊고 그와 혼인을 하게 된다. 소연의 불행이 시작되는 부분임에도 나는 그녀의 불행에 공감할 수 없었다. 그냥 그런가보다..라는 느낌만 있을 뿐. 더군다나 순치제가 소연에게 사랑을 느끼는 부분과 소연이 단우교를 사모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밋밋하여 재미가 떨어졌다. 거기다 태후와 황후, 수녕이 라이벌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궁 내에서의 치열한 암투도, 가슴 저미는 오해도.. 없었다. 순간 순간 등장하는 적의 기습에 소연은 그냥 자기의 의지대로가 아닌 삶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둔다. 아무리 자신의 의지로 궁에 들어오지 않았다한들, 자신의 의지는 오직 단우교를 사랑한 것 뿐인들 그렇게 무미건조하게 사는 여주는 싫다. 치열하게 어떻게는 사랑을 이루려는 시도를 하던지, 아니면 아예 궁에서 권력을 잡으려고 하던지, 그렇게도 안된다면 자신을 절망에 빠트린 황제를 미워라도 하던지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결론은 어떻게 보면 해피엔딩이고 어떻게 보면 비극이다. 순치제만 바보가 되었으니까. 지고의 자리에 있는 황제를 바보로 만들 정도의 담이 있었다면 보다 극적인 반전이나 치열한 삶을 살 수 있었을텐데, 너무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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