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타로 카드 뒷장처럼 겹겹이 펼쳐지는지. 물위
                   에 달리는 꽃잎들 맴도는지. 어쩌자고 벽이 열려 있
                   는데 문에 자꾸 부딪히는지. 사과파이의 뜨거운 시럽
                   이 흐르는지, 내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지. 유리공장
                   에서 한 번도 켜지지 않은 전구들이 부서지는지. 어
                   쩌자고 젖은 빨래는 마르지 않는지. 파란 새 우는지,
                   널 사랑하는지, 검은 버찌나무 위의 가을로 날아가는
                   지. 도대체 어쩌자고 내가 시를 쓰는지, 어쩌자고 종
                   이를 태운 재들은 부드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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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여전하게

 

 

 장미꽃다발을 연상시키는 기다란 상자로 배달된 커튼은 생각보다 두껍지 않았다. 그래도 커튼을 치고 나니, 보일러의 실내온도는 아직 변화를 보이지 않지만, 왠지 따뜻한 느낌이다. 쌓일 듯 말듯 가느다란 눈이 계속 내린 하루였다. 아이가 좋아하는 만두와 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저녁엔 치킨도 먹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주다 같이 잠이 들었다. 다시 깨어 불꺼진 채,  텔레비젼을 보다가, 벌떡 일어났다. 몇 해전 겨울 밤엔, 새벽에도 종종 깨어있던 날들이 많았다. 잠들지 못하는 이유는 언제나 같았다. 간헐적인 통증, 명확한 불안감. 

 모든 것에 시간처럼 좋은 약은 없다고 했던가. 익숙함, 습관이 얼마나 무서운지, 생각한다. 내일은 좀 바쁘게 움직이고 싶다. 내일, 계속되는 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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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0 07: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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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없다. 누군가는 내가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여행의 뜻은-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일을 위해 온 것도 아니고 유람은 더더욱 아닌. 그저 잠시 집을 떠난 상태가 되버렸다. 지금 있는 곳은 직장 다닐 때 신세를 졌던 고모댁. 모두 나가고 혼자, 아니 여기 할머님도 계시다. 할머님은 방에 계시고, 금동이라는 강아지와 함께 있다. 몇 일을 계속 자고, 차려주는 밥 먹고, 세수도 안하고 뒹굴 거리고 있다. 딱히  이곳에 오게 된 이유가 묻는다면 그저 내가 속한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는 것.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몇 통의 전화로 안부를 묻고 택배 아저씨는 택배를 잘 넣어두었다고 감사하게 연락을 주셨다. 몇 일,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한다. 생각들,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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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7 22: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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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8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