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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평전 - 조선 후기 민족 최고의 실천적 학자
박석무 지음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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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독서 모임에서 '다산 정약용에 관한 책읽기'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이 남양주이고, 그곳은 현재 다산문화제가 해마다 열리는 다산의 고장이다. 책 초반에 나오는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마현 마을이 바로 다산 유적지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이 능내, 마재, 마현, 능안, 소천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다산이 불렀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어쨌든 그때 회원들이 가져온 책에는 정민 교수의 [삶을 바꾼 만남]과 박석무가 옮긴 [유배지에서 온 편지]가 주를 이루었다. [다산 정약용 평전]은 바로 [유배지에서 온 편지]의 역자 박석무의 책으로, 그의 저서를 살펴보아도 그렇고 명실공히 다산 정약용 전문가임에 틀림없다.

 

당시 모임에서 [유배지에서 온 편지]가 읽기가 썩 쉽지 않았다는 말이 나왔다. 주고받은 편지글이 왜 그럴까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읽은 사람들이 그러하다는데 잘못된 말은 아닐 터 그래서 이번에 [다산 정약용 평전]이 출간되었을 때에도 읽기에 어려우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평전'이라는 것이 '평'과 '전'을 모두 담아야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딱딱하지 않고 쉬이 읽혔다. 생각해보니 최근에 읽은 [이매창 평전]도 읽기에 좋았던 것을 보면 '평전'이라는 이름에 겁먹을 필요가 없는 듯 하다.

 

명실공히 다산 전문가인 박석무의 다산 평전을 읽다보면 기본적으로 '평'이란 대상에게 애정을 갖고 있어야 함을 알게 된다. 하긴 애정도 없는 대상을 무슨 이유로 글의 주제로 삼는다는 말인가. 애정을 바탕으로 인물의 업적과 과오를 객관적으로 평가를 내려주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박석무가 다산에게 느끼는 애정이 정민 교수가 느끼는 것보다 더 큰가 보다. [삶을 바꾼 만남]을 읽었을 때에는 사실 다산이 많이 좀스럽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 책에서는 고집있고 세심하고 객관적인 그야말로 다시 태어날 수 없는 문장가이자 충신인 완벽남으로 그려져 왠지 잘생기기까지 했을 것만 같은 환상을 갖게 한다. 저자가 가지는 힘이 이렇게 다르다는 게 새삼스럽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스펙을 가지며 자란 정약용이 뛰어난 문장가가 될 가능성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나 그가 가진 성품으로 인해 그 이상의 모든 자질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은 그저 놀랍기만 하다. 임금이 원하는 것을 기대하는 그 이상으로 수행해내는 능력, 그것이 정약용이 정조 치하 왕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비결이었다.

 

 여러 기록을 참고해 보면, 1793년에 화성의 축조를 시작하면서 임금은 10년의 공기를 정하고 그 기간 내에 완성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다산의 공법을 바탕으로 거중기, 기중기, 녹로, 활차 등을 이용하는 바람에 2년 9개월 만에 성의 축조가 완공되기에 이르렀다. (155쪽)

 

이렇듯 다산은 문장가이고 나랏일을 하는 행정가일 뿐만이 아니라 건축가이기도 했고, 의원이기도 하였으며 심지어 명탐정이기도 하였으니 도대체 못하는 것이 무엇일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알면 알수록 놀랍고 존경스럽다. 정약용에 대한 놀라운 업적과 행동들은 책에서 많은 부분 중복될 정도로 많이 언급하여 굳이 더 쓸 필요는 없겠다. 더구나 저자는 '정조와 다산, 18년의 만남'이라는 꼭지를 가지고 정조 치하 다산의 업적을 간략하게 정리해주는 수고로움까지 보여주었으니 이는 282쪽에서 290쪽까지의 글을 읽어보면 잘 알 수 있으리라.

 

짚어볼 것은 역사적인 내용이 아니라 저자가 써내려간 책의 내용이다. 비교적 시간의 순서에 따른 구성을 하고 있는 이 책을 보고 있자면 다산이 어떤 성품이고 어떤 능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그가 왜 1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유배 생활을 했는지를 알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그의 억울함에 속이 상하고 유배 중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일을 한 그를 보면 존경심이 생긱기도 한다. 분명 저자는 다산에 대한 깊은 애정과 그의 삶에 대한 오랜 천착으로 그야말로 '정약용의 모든 것'을 이 한 권의 책에 담았을 것이다. 따라서 만약 정약용에 대하여 한 권을 읽으라고 권한다면 이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은 그 내용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범주를 많이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것은 정약용이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가 시중에 넘쳐나왔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작가가 담은 '평'이 우리의 예상을 많이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약용의 전 생애를 단 한 권의 책으로 비교적 쉬운 언어로 담고 있으며, 그의 아름다운 문장을 원없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정약용에 대한 단 한 권의 책으로 권할만 하다 하겠다. 또한 많지는 않지만 현재 우리의 삶과 비교하여 평하고자 했던 부분들이 있어 공감이 더 가기도 한다. 다산의 고장에서 밥 벌어 먹고 사는 이로서 그곳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권해보아야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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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06-24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에서 이런 좋은 책을 ..... 선정했군요. (엉엉....)
다산에 대해서는 꼭 한 번 정리해보고 싶었는데, 그 때 바로 이 책을 읽어야겠어요.

그렇게혜윰 2014-06-24 09:54   좋아요 0 | URL
제가 리뷰에 이 책의 좋은 점을 충분히 밝히지 못한 건 아닌가 생각하던 참이었어요. 제가 표현한 리뷰보다 좋은 책이에요. 조만간 다산유적지도 다시 한 번 가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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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 스티븐 제이 굴드 자연학 에세이 선집 3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김동광 옮김 / 현암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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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내 눈길을 끈 것은 표지에 그려진 아파토사우루스의 골격과 [힘내라 브론토 사우루스]라는 제목에서의 공룡 이름이었지 진화 과학자로 유명한 스티븐 제이 굴드의 이름이 아니었다. 그만큼 나는 과학이라는 영역에 무지했고 그저 공룡을 좋아하고, 우주를 좋아했던 어린 아들의 엄마로서 가질 수 있는 과학 지식만 겨우 갖고 있던 터였다.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는 내 예상과는 달리 공룡에 대한 책이 아니었고(하긴 이 정도의 공룡책을 다 읽어내면 근방에서는 공룡 권위자로 행세해도 될 정도겠다.), 진화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자연학 에세이 선집으로 출간되는 시리즈의 세번째 에세이집이다. '진화 = 다윈'의 스키마가 형성된 나로선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을 적엔 굴드의 생각을 얼마나 다윈의 주장과 비슷한가에 초점을 두고 읽게 되었다. 물론 이내 수정이 필요했다. 그는 다윈 이후 최고의 생물학자라고 평가받기는 해도 철저한 다윈주의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가 대중적 글쓰기를 한다고 하여 폄하하기도 한다고 하나 그 '대중'에 나는 포함이 안되는지 이조차도 버거운, 어쩌면 뇌를 자극 시키기에는 더없이 적절한 난도의(라고 말하지만 자신은 없다.) 글들이다. 그조차도 자신의 에세이들 중 최고의 35편을 꼽아 출간한 것이라고 하니 읽고 나서 느낀 뿌듯함은 그런 당당함의 결과인가 보다.

 

800쪽에 가깝고 35편에 달하며 생물학에서 천문학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다룬 이 책에 대하여 어떤 식의 글로 응할 수 있을까? 밑줄 치고 끄적인 부분들을 정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서른 다섯 편의 에세이들은 그 자체로 이미 그의 생각을 명료하게 정리하였으므로 어떤 식으로든 정리를 한다는 것은 소모적인 일일 뿐이다.

 

그보다는 이 책을 읽고 진화 생물학에 대해 새롭게 인식했거나 스티브 제이 굴드에 대하여 생각한 점을 적어보는 편이 그나마 가능한 일 같다. 우선 이 책을 읽고 과학자의 자세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학 교과서의 관행이라던가, 돼지 어금니에 대한 진화 과학자들의 편의식 해석이라던가 하는 등의 문제를 다룬 굴드의 글을 읽으면서 과학적 결과물을 얻을 때 많은 과학자들이 그들의 가설과 이론에 현상을 끼워맞추려하는 오류를 저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학도 그러할진대 다른 영역에서는 얼마나 합리화가 많이 이루어질 것인가를 생각하면 씁쓸함이 느껴진다. 그나마 과학계에선 굴드와 같은 이들이 그런 문제점을 짚어주고 한편으로는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가설이 틀릴 경우 우리의 예상과 달리 큰 동요를 보이지 않음을 알려줄 때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그가 직접 그의 '크기 가설'이 틀렸음을 증명함으로서 그 예를 보여주지 않았던가.

 

어떤 이론이 실패했다는 이야기는 종종 독자들에게 슬프고 안타까운 일로 비치곤 한다. 그렇지만 과학은 자기 교정을 토대로 번창하기 때문에, 인간 활동 중에서 가장 도전적인 과학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과학자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가설이 거짓으로 밝혀지거나 제기했던 이론이 부적절하다고 판명될 경우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반증은 항상 실망을 넘어서는 긍정적인 교훈을 담고 있다. (718-719쪽)

 

얼마나 멋진 태도인가. 자신의 직업에 대한 프로페셔널한 정신은 자신의 일을 정당화하는 데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을 글 전반에 걸쳐 느끼게 된다. 앞서 말했고 서문에서 작가가 직접 "'6년 동안 쓴 60편 중에서 최고, 또는 가장 일관된 35편을 추려낸 것이다.”  라고 말한만큼 이 책은 여타의 다른 에세이들과 달리 과학자의 태도와 방향성에 대해서만큼은 무척 일관성이 있다. 하지만  35편의 글이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고 특히 글의 시작부분에서 펼쳐지는 작가의 박학다식한 지식을 접하면 속으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 얘기를 하는 거지?'라며 나도 모르게 기대를 하게 된다. 과학 무식자가 과학에세이에게 설렐 수 있다는 점이 스스로도 신기했다. 그만큼 굴드의 글은 흡인력이 있다. 이 책은 참말로 전방위 과학에세이이자 굴드의 잡학다식함을 엿볼 수 있는 멋진 책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 30편으로 줄였더라면 하는 정도?^^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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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06-24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평이 좋아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예요.
일단 표지랑 제목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확 끄는 데가 있는데, "흡입력 있는 굴드의 글"이라니, 꼭 읽어봐야겠어요~~ 불끈!

그렇게혜윰 2014-06-24 09:52   좋아요 0 | URL
저 이런 책을 잘 못 읽는데(최재천 교수의 책만 읽어본 것 같아요.) 적당한 무게감과 적당한 유머를 갖춘 것 같아요.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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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하루 하루 보내는 것이 힘들었던 5월이 지나갔다. 내겐 그것만으로도 숨을 한 번 더 쉴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모든 것이 허망하고 가끔은 뼈마디가 아파왔던 것이 오늘이 6월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살짝 풀어졌다. 그럴 수도 있구나, 이다지도 허약한 것이 인간이구나 싶다.

 

윤지형의 교사 탐구 시리즈가 마지막 책인 [세상의 교사로 살다]를 출간하면서 3권 세트로도 함께 출간되었다.

  1권과 2권이 학교 내부의 교사의 모습을 다룬 것에 반해 3권은 학교 밖의 교사들을 다루었다. 그렇다고 교육에서 떠난 것은 아니고 어쩌면 교육의 본질에 더 가깝게 교육을 하고 있는 교사들의 모습이다. [세상의 교사로 살다]라는 제목이 다소 거창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지만 '학교 안'에서 그런 교사로 사는 것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자각이 생기면 씁쓸해 지는 것이다. 3권을 세트로 함께 만나는 것도 좋겠다. 특히 요즘 좋은 교사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2002년부터 많은 교사들을 인터뷰해서 정리한 이 책의 무게 만큼은 느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작부터 교육의 문제에 있어 그 해결안으로 교사에게 눈을 돌렸다는 것이니.

 

 

교육의 희망을 묻는다면 
생명의 나무로 서 있는
‘교사’에게 먼저 눈을 돌려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불안정한 나라는 어디일까? 시방 우리나라도 그러한 것은 물론이지만 옆나라 일본과 중국도 마찬가지이니 사실 사방이 불안정한 곳이니 질문 자체가 의미 없는 것도 같다. 작년에 소설가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를 읽고서도 그동안 별 관심이 없었던 중국이라는 나라의 불안정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도 소설가, 더구나 젊은 소설가 한한이 중국에 대한 비평책을 내놓아 관심이 간다. 제목부터 흥미롭다. [나의 이상한 나라, 중국]

 

 한한은 1980년대에 태어난 중국의 인기 있는 젊은 소설가로 그동안 써온 소설 역시 사회 고발적 성격이 있고 문화계 전반에 관심이 많은 작가라고 한다. 밀리언셀러 작가라고 하니 그 영향력도 만만치 않은 듯 하다. 어느 순간 베일에 싸인 듯한 중국의 내부 모습이 궁금한 것은 어느 순간 세계의 중심국으로 커가는 중국의 영향력 때문이리라. 영향을 받기엔 우리가 그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나도 공자왈 맹자왈일 뿐이다. 현재의 중국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더불어 아마 위화의 책에서 그랬듯이 현재의 우리나라가 많이 떠오를 것도 예상할 수 있으니 읽어볼 만 하겠다. 이상하기로 치자면 중국에 우리나라가 빠질 게 없다....ㅠㅠ

 

 

'** 유산 답사기'는 유홍준 교수의 전매특허인 줄 알았는데 유사 제목들이 간간히 나오는 것을 보면 그 시리즈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하지만 대개는 아류를 벗어나지 못할 텐데 이번에 출간된 '역사로 여는 과학문화유산답사기' 는 기획이 괜찮아 보이고 이대로 3권, 4권 등등 진행이 된다면 의미 있는 또 하나의 답사 시리즈가 될 것 같다. 1편은 '조선 왕릉' 편으로 동구릉에 인접하여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대한 관심이 생긴다. 또한 2편은 '전통 마을 1'이고 예상컨대 조만간 '전통 마을 2'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데 지방에 놀러가면 민속마을에 놀러가는 것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역시 그곳에 숨은 과학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독자로서 희망이 있다면 '탑'을 빼놓지 말기를 바란다. '궁'이나 '절'은 분명 포함될테니 말이다. 역사 속 과학작들의 본가를 답사하는 코스도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주제가 무궁무진하다. 기획자가 천재인 듯^^

 

 

 

 

 

 

 

 

 

 

 

 

 

 

요즘 서양미술사를 배우면서 서양사, 특히 유럽사에 대하여 많은 궁금증이 생긴다. 곰브리치 세계사를 읽었지만 너무 많은 양을 다루다보니 궁금증이 해소되긴 어려웠다. 신간에 유럽 역사 책 있기를 바랐지만 없어서 아쉽다는 말로 2014년 5월 출간 인문 서적에 대한 관심을 접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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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도시 - 도시에 대한 권리에서 점령운동까지
데이비드 하비 지음, 한상연 옮김 / 에이도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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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게는 '반란'이라는 말도 낯설고, 데이비드 하비라는 한 사회학자도 낯설고, 그가 서문을 할애한 르페브르도 낯설며 그가 책에서 내내 이야기하는 '도시권'도 낯설다. 모든 것이 낯설게 시작한 책이었다. 이런 나의 낯설고 당황스러운 마음을 헤아린 듯 1장으로 '도시에 대한 권리'라는 제목으로 도시권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하여 준다. 다행히 데이비드 하비의 글은 굉장히 정리가 잘 된 글이었고 도시권에 대한 기본지식 전혀 없는 내게도 쏙쏙 이해가 되어 공감을 이끌어냈다.

 

 

아마 데이비드 하비는 마지막 장에 짧게 할애했지만 굉장히 감정적으로 흥분하며 쓴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을 계기로 이 책을 쓰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격앙된 그 감정의 글을 아마 제일 먼저 썼을지도 모르겠다. 그 이야기가 마지막에 배치된 것은 다행이지만 다시 읽는다면 그 장을 먼저 읽는 것도 몰입에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전세계적인 월가 시위(우리에겐 이 말이 더 익숙하다.)를 보고 미국 경제나 불평등의 문제를 살짝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저 스쳐지나가는 생각일 뿐이었는데 그 안에는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아주 중요한 물음이 담겨 있음을 이제서야 알게되었다. 그러게 내가 사는 도시는 누구의 것이더라? 문득 내가 사는 도시가 낯설어 지는 것이다.

 

 

도시는 자본주의의 장이고, 부동산 개발의 장이고, 정치의 장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각각 다른 종류의 장인 도시는 한 부류의 집단에 의해서만 움직이고 있다. 바로 상위 1%의 부를 가진 이들. 그들이 돈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모든 것을 움직이는 손이 되는 것이 현재의 도시 그리고 국가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씁쓸했다. 하지만 씁쓸하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도시를 하나의 공유재로서 우리는 도시에 대한 권리를 우리에게 되돌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은 이를테면 반자본주의 투쟁이 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그런 무시무시한 전문용어를 들이대면 거부감이 먼저 드는 것도 사실이므로 살짝 하비 스타일은 아니지만 일반인 스타일로 그저 정당한 권리를 되찾는다는 선에서 생각해도 될 것이다. 다만 이런 움직임은 개인적인 움직임이 되어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가 없으며 집단적 권리로서 도시 생활권자 및 도시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모두 주체적인 집단으로 꾸려져야 하기에 하비는 이러한 점을 강조한다.

 

 

약탈과 교활함이 내재된 도시 재개발의 모습의 예 중에 '서울'도 자랑스럽게(?)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 책에서 든 예에는 1980-90년대이지만 그 내용을 보자면 2014년으로 바꾸어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때에도 도시에 대한 권리는 몇 안되는 정치 경제 엘리트의 것이었듯이 지금도 여전하다는 점은 씁쓸하다.

1980-90년대 서울에서도 건설회사와 토지개발업자가 험상궂은 용역깡패를 동원해 달동네 주택을 대형 해머로 때려 부수고 주민을 몰아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1950년대부터 가난한 사람이 거주하던 고지대 토지가 1990년대에 이르러 가치가 높아져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현재 고지대는 온통 고층건물로 뒤덮여 있어 과거 야만적인 재개발 과정의 흔적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51쪽)

 

 

 

데이비드 하비는 마르크스주의자이지만 요즘 일반적으로 일컫는 좌파는 아닌 듯 하다. 좌파 디스를 은근히 많이 한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저자 스스로 둘 사이의 차별점을 강조하여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다. 이는 좌파의 사상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는 행동을 비난한 측면이 강하다. 수많은 대도시에서 취약계층을 상대로 착취와 약탈이 끊이지 않고 자행되는 판국에 도시에서의 혁명을 행하지 않는 점이 불만인 것이다. 현대 사회는 도시에서 국가의 많은 부분이 시행되는 만큼 도시에서의 혁명과 투쟁이 주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 하비의 주장이며 이는 매우 설득력이 있다.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도시에서의 반자본투쟁이 성공한 사례가 있는 만큼 두려워하지 말고 시작할 것을 요구한다.

 

 

책을 읽다보니 특히 도시 공간이 정치 활동과 저항의 중요한 장소로 기능한다(205쪽)는 글을 읽다 보니 문득 지난 날 시청 광장의 촛불 시위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이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도시권 사상이 거리에서, 지역 사회에서 형성(13쪽)이라는 점을 살피면 그날의 그 촛불들은 아름다운 몸부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을 물대포로 무너뜨린 국가가 다시 한 번 부끄럽다.(책에서 보니 물대포 쏘는 나라가 우리 나라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니네 나라도 부끄럽다, 고 추가하여 본다.) 연대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어떻게든 연대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어떤 투쟁이든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236쪽) 그 생각에 조금이라도 발걸음을 내딛길 스스로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 본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부의 불평등을 비롯하여 암묵적으로 계급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불평등이 자행되는 공간임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테니 말이다. 우리는 함께 잘 살기 위해 존재하지 쎄가 빠지게 고생해서 생판 모르는 네 놈 하나 잘 살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생각하자. 내가 사는 도시를 낯설게 바라보자. 이 도시의 냄새가 이상하다고.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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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감정이 채 사라지지 않은 채 우리는 분노하고 있다. 일부는 촛불을 일부는 횃불을 들었다. 마음 속에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그 불을 만든 이들은 침묵하거나 변명하거나 도망갈 궁리만 하고 있다. 그 문제와 관련된 책들로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마음이라 하겠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애정하는 철학자 한병철도 같은 제목의 책을 냈었다만 이 책은 <최후의 권력>이라는 TV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시대의 권력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물음에 우리는 모두 "국민" 혹은 "민중"이라고 대답하건만 아직도 그 답을 "힘"과 "돈"이라고 주장하는 이들과 함께 읽고 싶다.  

 출판사 이름이 '새로운 현재'라는데 그 새로운 현재가 올 수 있을까?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의 제목을 들어보지 않은 이가 얼마나 되려나? 그러나 그것을 읽어본 이는 또 얼마나 되려나? 정치인들은 이 책을 읽었으려나? 최장집 교수가 한국어판 서문을  무려 90여 쪽을 쓰고 2부에서 번역본이 시작되는 독특한 형식을 가진 이 책은 [군주론] 자체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서문에 대한 관심이 각별한 것도 사실이다.

 

 

 

 

 

 

[기록] [그가 그립다]

 

내가 뒷일을 책임질테니 빨리 수습할고 했던 대통령이 우리 나라에도 있었다. 지금 모든 책임이 정부에 있는 판국에 모든 책임을 피하고만 있는 대한민국의 정부를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이 나는 것이 어찌 몇몇 사람들의 마음일까?

 

가장 정확한 기록이라느니, 그 유명한 많은 저자들이라느니 따위의 수식어도 필요가 없다. 그저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다시 읽고 싶어지는 것이다. 노랑과 가장 어울리는 대통령. 그를 향한 그리움의 기록들.

 

 

그분들을 신간평가단으로 모실 수도 없고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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