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파친코 1~2 세트 - 전2권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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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부드러웠던 이마가 울퉁불퉁해져 있었다. 처녀 시절에 땋아 내렸던 반짝거리는 검은 머리는 이제 짧은 머리가 되었고, 그것도 대부분이 희끗하게 변해버렸다. 허리도 두툼해졌다. 한수는 선자의 풍만했던 가슴과 사랑스러운 분홍색 젖꼭지를 떠올렸다. 두 사람은 몇 시간 이상을 함께 보낸 적이 없었다. 한수는 늘 하루에 한 번 이상 선자와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 많은 여자들과 소녀들을 만난 한수였지만, 무엇이든 다하겠다고 달려드는 창녀들의 섹시한 자태보다 자신을 신뢰하는 선자의 순진한 몸짓에 더욱 흥분되었다.
선자의 예쁜 눈동자는 여전히 옛날과 똑같았다. 강가의 돌처럼굳건하고 밝은 빛이 그 눈동자에서 반짝거렸다. 한수는 젊음과 활기를 되찾아줄 수 있는 젊은 소녀를 사랑하는 노인 마냥 선자를 열렬하게 사랑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녀를 사랑했다. 자신이 그 어떤 여자보다 선자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선자는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았지만 한수는 여전히 선자를 원했다. 선자를 숲으로 데려갔던 일을 떠올리면 종종 아랫도리가 딱딱해졌다. 자동차에 혼자 있었더라면 흔치 않은 몸의 반응을 반기며 자위를 했을 것이다.
한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선자를 생각했다. 지금 선자는 뭘 하고있을까? 잘 지내고 있을까?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한수의 마음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는 것만큼 자주 선자에게 달려갔다. 선자가 노아의 행방을 알아내려고 자신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선자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도 노아에 대해 아는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선자를 실망시키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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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는 약초부
홍다인 지음, 이소희 그림 / KMD(도서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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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추리부에 있다가 약초부로 옮겨간 주인공이 고등학교 동아리 활동을 하는 동안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 소소한 미스테리의 해결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매주 이런저런 준비도 하고, 여러 행사 및 발표 등도 하는 모습에 대한 묘사가 형식적인 서류상의 동아리 활동만 하다시피 한 옛날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는 이채로웠다고 할까.


미스테리의 원인이 된 등장인물의 방황도 크게는 성장소설의 범주에 속한다 하겠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좀더 내밀한 심리 묘사가 곁들여졌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으나,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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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 질병과 아픔, 이해받지 못하는 불편함에 관하여 그래도봄 플라워 에디션 2
오희승 지음 / 그래도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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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T 하나의 병만 본다면 증상이 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병의 증상이 관절의 통증과 결합되면서 의사 선생님이 예측하고말하는 것보다 실제 체감하는 불편과 고통은 훨씬 심했다. 내가말하는 자각증상은 종종 엄살로 받아들여지는 듯했다. 두 병 모두 진행성이었다. 근력이 약해지면서 관절이 받는 하중이 더 심해지고, 그러면서 연골이 닳는 속도도 빨라졌다. 발과 발목의 형태가 변형되면서 양쪽의 다리 길이도 달라졌다. 한쪽 다리가 짧아지면서 골반이 더 틀어지고 통증이 심해지고, 허리까지 아파왔다. 그러다 보니 자주 넘어졌는데 바닥에 쓰러지면서 무의식적으로 받치던 손목도 상했다.
고관절 통증이 심해지면서 삶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 100미터 거리를 걷는 것도 쉽지 않았고, 5분 이상 서 있는 게 힘들어서 식사를 준비할 때면 쉬었다 하고 또 쉬었다 하기를 반복했다.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는 다칠까 봐 쫓아다녀야 했는데 걸으면 너무 아프니까 집에서는 기어 다녔다. 무릎과 발등이 짓무르고 새카매졌다. 여기저기가 다 아프고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는 모습이 나 혼자 노년기로 접어든 느낌이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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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논어 읽기 - 현대 심리학의 눈으로 본 논어
김명근 지음 / 개마고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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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본능의 기본은 변한 것이 없지만 세상이 바뀌다보니 작동하는 모습은 조금 바뀌었다. 불안을 느낄 때 원시인의 본능은 ‘먹으라!‘고 했다. 현대인의 본능은 먹는 것에 덧붙여 ‘사라!‘고 한다. 비싸고 좋은 것을 사라고 한다. 소유에 대한 집착 역시 자기 존재가치에 불안이 싹틀 때 점점 강해진다. 구약성서의 분노하는 하느님보다, 힌두교의 시바신보다, 불교의 야차보다 더 무서운 신인 지름신은 언제 강림할까? 내가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 때, 왠지 내가 초라해 보일 때 강림한다.
빠글대는 사람들 속에서 그렇고 그런 이름 없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삶, 그게 요즘 도시에 사는 보통 사람들의 삶이다. 그때 명품은 귓가에 달콤하게 속삭인다. "나를 가지면 너는 남과 다른 무언가가될 수 있어"라고. 명품에 대한 집착은 구박으로 고칠 수 없다. 식구들의 사랑과 인정으로 완화되는 법이다. 거기에 자신의 존재가치를느낄 수 있는 활동이 덧붙여지면 그때 비로소 지름신은 유혹을 거둔다. 군자가 먹는 것, 사는 곳에 대한 집착을 줄이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핵심은 자기 존재에 대한 확신과 믿음에 있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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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신호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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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를 기다리기를 좋아했고, 그를 그리워하기를 좋아했다. 그와 떳떳하게 함께 살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숨는 것도 좋아했다. 매 순간의 행복으로 충분해했다. 혹여 그녀가 두 달 전부터 상투적인 사랑 노래에 감동하는 자신에게 문득문득 놀라는 일이 있다 해도, 사랑 노래의 대략적인 주제인 ‘독점욕’이나 사랑의 ‘영원성’ 따위엔 전혀 동조하지 않았다. 그녀의 유일한 도덕은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것인 바, 의도치 않았으나 뿌리 깊은 냉소주의에 필연적으로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의 감정을 분별할 수 있다면 자연히 이 냉소주의에 이르게 되고, 사기꾼들이나 허언증 환자들만이 평생토록 너저분한 낭만주의에 빠져지낼 수 있다는 듯이.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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