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의 단어들
이적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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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 거릴 걷고 친굴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주던 것,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처음엔 쉽게 여겼죠, 금세 또 지나갈 거라고, 봄이 오고, 하늘 빛나고, 꽃이 피고, 바람 살랑이면 우린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_<노래 : 당연한 것들>


코로나로 힘들었던 시기 한 방송을 통해 들었던 음악에 나도 모를 눈물이 흘렀다.

그래 그때는 몰랐지. 우리가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했던 그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다시 일상을 찾아가는 지금 어쩌면 우린 또 그 소중한 일상을 잊어갈지 모르겠지만 우린 분명 느꼈고 알고 있으니 잠시 잊더라도 그 소중함을 다시 떠올릴 거다.


단순히 노래 가사일 뿐인데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며 감동을 주는 이적의 노랫말에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울었을지 모른다. 늘 그렇듯 그의 단어 하나하나가 모여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는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린다.



이적 답다고 해야 할까 군더더기 없이 단어 하나 툭 던져놓고 사적이고 철학적인 짧은 소회를 밝힌다. 어떤 단어는 격하게 공감하고 어떤 단어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지만 그의 단어에서 촉발된 이야기들은 웃음 짓게 하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언어가 주는 힘은 참 크다.

유머와 감동에 웃음과 눈물을 짓기도 하고, 자만에 빠진 배려 없는 말이 독이 되기도 하니깐.


이적의 산문집의 웃음 한 국자, 눈물 한 꼬집으로 오늘 하루 또 즐거운 독서가 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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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균 쇠 -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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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를 재독하며 예전에 힘들게 읽었던 기억에 다소 버거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1만 3,000년 동안 인류가 겪은 역사를 단 한 권의 책으로 즐길 수 있다는 거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그땐 어려웠던 책이 지금은 어느새 너무 흥미로운 책이 돼있었다.




책은 유인원으로부터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진화와 역사를 약 730페이지를 활용해 간략하게 요약하고 있다. 페이지 수만 보면 벽돌 책에 가깝지만 1만 3,000년이라는 시간을 담기에는 아주 티끌 같은 내용에 불과하다. 하나의 종으로 탄생한 인간이 지금은 각기 다른 대륙에서 다양한 인종을 이루고 각자의 언어를 쓰며 서로 협력하기도 대립하기도 한다. 그리고 문명의 발전에 따라 총과 균과 쇠를 앞세워 다른 대륙의 종족들을 정복하며 제국과 식민지로 나뉘었다.



특히 환경이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었던 모리오리족과 마오리족의 야만적인 충돌 결과는 저자가 말했듯 고대 세계에서나 현대 세계에서, 월등한 장비를 갖춘 다수의 종족이 그러지 못한 소수의 종족을 상대할 때마다 벌어진 많은 비극과 닮아있어 섬뜩할 정도였다.




책은 대륙에 따라 다르게 전개되는 역사에 대한 의문을 근접요인과 궁극 원인으로 나누며 다양하게 접근해 설명하고 있다. 방대한 내용이지만 결론은 식량 생산을 먼저 시작한 종족들이 총,균,쇠에 대해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역사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기나긴 충돌을 이어오고 있다는 거다. 거기에는 무엇보다 지리적 차이가 컸음을 알 수 있었는데, 팀 마샬의 <지리의 힘>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원히 부유한 국가도 가난한 국가도 없으며, 누가 정복하고 지배의 대상이 될지도 알 수 없지만 분명 지난 역사에서 우린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들이 나오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 그 답은 어쩌면 오늘에 있을 수 있다.



인간 사회의 운명을 바꾼 힘.

앞으로 10년 후 이 책의 개정판이 나온다면 아마 다음 장은 AI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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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고전 (합본 뉴에디션) - 인생의 내공이 쌓이는 시간
박재희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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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 틀린 말 하나 없다'라는 말이 참 꼰대처럼 들릴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만큼 살다 보니 어르신들의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 거 같다.

시대가 변해도 선조들의 경험에서 우려 나온 지혜는 인생에 큰 고비가 찾아왔을 때 좋은 이정표가 돼준다.



책은 도덕경, 논어, 맹자, 한비자, 명심보감 등 동양 고전의 한 구절의 해설과 현대적 의의까지 명쾌하게 짚어준다. 무엇보다 마지막에 담긴 저자의 짧고 강렬한 격언은 완독을 하고 난 후에도 다시 한번 보게 될 정도로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물론 시대착오적인 유교적 사상이 심하게 묻어나는 구절도 간혹 보여 거슬린 점도 있었지만 대부분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는데 큰 도움이 구절들이 많아 좋았다.



'요즘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지금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문득 고개를 들 때가 있다. 이런 잠깐의 근심이 자꾸 늘어나고 깊어지면 나 자신이 싫어지고 주변 환경도 원망스러워질 때가 있다. 이 구절은 일시적인 근심에 휘둘리지 않도록 마음을 잡아준다.


옳음을 추구하면 호연지기가 생겨난다, 내가 싫은 일을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 어리석은 척하되 미치지는 말라, 가시 같은 혀 솜 같은 말, 구하면 얻을 것이요, 버리면 잃을 것이다, 칭찬과 비난에 일희일비하지 말라, '한 방'의 유혹을 조심하라, 최선을 선택하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가라,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등 40여권의 고전에서 길어 온 수많은 명 구절들이 단단한 마음을 가지게 해준다.


책을 읽다 보면 당연한 말 같지만 우린 그 당연함을 깨우치지 못하고 있는 거 같다.

매일 3분 이 책과 마주한다면 어쩌면 생각과 행동의 작은 변화들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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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꽃 한 송이 - 매일 꽃을 보는 기쁨 날마다 시리즈
미란다 자낫카 지음, 박원순 옮김 / 김영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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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바람에 쏟아지듯 내리는 벚꽃비를 보며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바라봤었다.


게으름 피우는 나도 단 2주간 피고 지는 그 꽃을 놓치기 싫어 온 가족을 이끌고 벚꽃 구경을 가니 사람 반 벚꽃 반이라 정신없기도 하지만 일년에 한 번 보는 벚꽃 구경은 정말 놓치기 싫은 장면이다.


그러다 봄비가 내려 예상보다 더 빨리 지는 벚꽃에 서운할 쯤 노랗고 하얗고 푸른 꽃들이 마치 경쟁하듯 동네 곳곳 하천 곳곳에 피어 발길을 닿게 만든다. 식물 무식자인 나도 보는 눈은 있다고 또 예쁜 꽃에 발길이 머무는 건 어쩔수 없는지 특히 봄이면 가열차게 강제 산책을 나서기도 하는데, 매일 예쁜 꽃을 곁에 놓고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을 펼치는 순간 화려하고 어여쁘고 아름다운 사진들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산책길에서 쉽게 마주치는 꽃부터 특정지역에서만 자라는 꽃과 멸종 위기의 꽃까지 전 세계 다양하고 아름다운 꽃들을 소개하한다. 한 해의 첫 시작을 알리는 설강화는 마치 작은 전구를 닮은듯 너무 앙증맞게 피어있고, 은은하고 달콤한 향기를 내는 알제리붓꽃은 추위를 이겨내고 1월에 꽃을 피우는 생명의 신비함을 보여준다. 빈센트 반 고흐가 조카 탄생의 기쁨을 그림으로 그렸던 아몬드 꽃, 인간의 피를 먹고 자라는 오드리 2세, 동박박사들을 인도해준 별이 지구에 떨어져 꽃이 됐다는 오르기니토갈룸 움벨라툼, 산불이 난 곳에 가장 먼저 자라는 캘리포니아라일락, 샤넬 No.5의 주요 성분인 로사 센티폴리아, 세계에서 가장 큰 꽃을 자랑하는 라플레시아 아르놀디 등 총 366가지의 꽃들을 생생한 사진 작품집으로 보여준다.



아름다운 만큼 그 독성을 지니고 있어 동물이나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꽃도 있었고, 우울증, 피부염, 해열 진통제로 효능을 발휘하는 꽃들, 식용과 향수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꽃등 다양한 정보들도 알 수 있어 흥미롭기도 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도 꽃을 잘 모르는 사람도 누구나 기쁘게 365일 볼 수 있는 책.

혹여 식물을 죽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나도 기쁘게 매일 볼 수 있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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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재발견 - 탄소에서 암흑물질까지, 11가지 물질로 살펴보는 물리학의 최전선
정세영 외 지음 / 김영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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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둘러보면 흙, 돌, 나무부터 콘크리트, 유리, 알루미늄, 플라스틱, 구리, 고무, 커피, 주스, 탄산음료 등 다양한 물질들이 곳곳에 보인다. 너무 익숙해서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흔하고 흔한 이 물질들이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그것들이 어떻게 우리 일상에서 사용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례로 나에게 누군가가 반도체가 어떤 물질인지 설명해 보라고 하면

'삼성' '하이닉스'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용어는 알지만 정확하게 반도체라는 물질이 뭐 하는 건지 모른다.




'물리학' 단어만으로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나에겐 어려운 분야다. 하지만 이 책은 실생활의 도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평범한 물질인 구리, 반도체, 절연체, 자석, 유리, 액체, 기체, 빛 등 총 11가지 물질을 탐구하고 있다. 물질 이름만 들어도 너무 익숙해서 호기롭게 책을 펼쳤는데 검은건 글씨요 하얀 건 종이라 몇 줄 읽다 멍해진다. 거기에 웬 기호들과 그림들이 날 놀리듯 더욱 혼란스러웠다. 학자들이 독자를 너무 후하게 보신 건지 내가 너무 무식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은 스킵 하면서 책을 읽었다. 그러다 몇 가지 흥미로운 물질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인류에게 문명의 창을 열어 준 원소인 구리, 전자 소자에 널리 쓰이는 반도체, 영원히 얼지 않는 액체 헬륨, 액체의 무질서도가 그대로 동결되면서 결정 대신 변하는 유리, 자기부상열차를 가능하게 한 초전도체, 보이지 않지만 중력을 행사하고 다양한 천체 현상을 일으키는 암흑물질 등 물리학자들이 어떤 연구를 통해 물질들이 어떻게 재발견됐는지 그 역사를 흥미롭게 기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는 성공하지 못한 새로운 소자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여 상업적으로 성공시킨 OLED 디스플레이의 이야기는 뿌듯할 정도였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의 존재를 다양한 방법으로 증명해 내는 물리학자들을 보며 그들의 물질에 대한 연구와 탐구는 과연 어디까지일지 놀랍고도 기대가 된다.



연구와 탐구가 계속될수록 기존에 별 관심을 못 받던 물질이 새롭게 각광받을 수 있고 앞으로 새로운 물질이 발견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구 밖 광활한 우주에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무한한 물질들이 있으니깐 말이다. 무엇보다 지금 가장 기다려지는 건 서울에서 부산까지 단 15분이면 가는 하이퍼루프 열차다. 음속으로 달리는 열차라니 과연 어떤 기분일까 상상만으로도 무척 설렌다. 물질의 발견은 이렇게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을 계속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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