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밝은 검정으로 - 타투로 새긴 삶의 빛과 그림자
류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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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국내 첫 타투 사진집으로 억압으로 탈출하기 위해,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위해, 간직하고 싶은 기억을 새기기 위해, 규범적 아름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인, 래퍼, 배우, 사진가 등 창작자 10인의 내밀한 목소리를 기록하고 있다. 그들에게 몸은 세상과 부딪힌 경험이자 살아온 역사였다. 때론 그 몸이 자신을 억압하기도 했고 그런 자신의 몸을 해치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그 몸은 타투를 통해 자유를 얻었고 좀 더 자신의 몸을 아끼게 됐다.


별다른 의미 없이 시작한 타투도 있었지만 동생의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왕따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불안증과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타투들도 있었다. 타투는 일종의 장식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는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부적이었고 삶을 살아내기 위한 수단이었다. 한번 새기면 절대 지워지지 않는 흉터이기에 이젠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지만 그들은 앞으로도 남아있는 몸의 공간을 타투로 채워나가려 한다.


타투를 단순히 패션으로 여겼던 나에게 신선한 책이었다. 여성성을 강조하는 사회에 대한 저항을 좀 더 담아내서인지 여성 창작자들의 이야기만 담겨있어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 사진집은 좀 더 다양한 성과 다양한 세대의 목소리를 담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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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 - 세상에서 가장 불가사의하고 매혹적인 폐허 40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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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경관으로 사람들로 북적였던 관광지와 각종 질병과 범죄로부터 고립됐던 건물들이 현재 그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폐허의 공간으로 변해버린 역사 속으로 안내한다. 열차들의 무덤이 된 소금사막 우유니, 조상의 고향인 될러스하임을 없애려 했던 히틀러, 언덕 꼭대기의 유령마을이 돼버린 이탈리아 크라코, 높은 성벽에 둘러싸여 그 누구도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못했던 볼테라 정신병원, 부러진 팔다리의 모형들이 섬뜩하게 흩어져 있는 카멜롯 테마파크, 광산 폐쇄 이후 모두가 떠나버린 스웨덴의 그렌게스베리, 죄수들의 섬이 돼버린 앨커트래즈 등 한때 번영을 누렸지만 지금은 쓸모 없어진 장소를 찾아간다.


그곳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인간의 어리석음과 오만, 편견과 혐오 등 온갖 흑역사가 새겨져있었다. 특히 원래 빈민을 위한 자선 병원이었던 볼테라 병원이 정신이상자를 감금하는 시설로 바뀌면서 잔인할 정도로 비인간적인 치료법으로 수많은 환자들을 실험하고 희생시켰던 역사는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병원은 1978년 폐쇄됐지만 건물 내부는 여전히 환자들의 공포와 비명으로 가득 찬 듯 음산한 기운을 내뿜는다.


이 책의 버려진 장소들을 알아가다 보니 우리나라의 버려진 장소도 찾아가고 싶어진다.


1979년, 환자 42명의 집단 자살과 병원장의 실종 이후, 버려진 곤지암 정신병원. 그곳에 7명의 공포체험단이 카메라를 들고 들어선다. 그리고 소름 끼치게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며 한 명씩 실종되는데... 가지 말라는 곳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3대 흉가 중 하나인 곤지암 정신병원은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과 함께 공포의 건물로 악명을 떨쳤다. 급기야 페이크 다큐영화 <곤지암>이 개봉되면서 더욱 화제가 됐는데, 그 일로 건물주와 주민들의 고통이 상당했다고 한다. 결국 건물은 철거되고 현재 부지는 공터로 남아있다. 그리고 부지 뒷산 일대에는 쿠팡 곤지암 물리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왠지 밤이면 무서울 거 같아 ㅜㅜ)


‘가지 말라는 곳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하니 찾아가지 않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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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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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필수 노동 가운데는 '도덕적으로 문제 있다'라고 여겨져 더욱 은밀한 곳으로 숨어든 노동이 있다. 저자는 그중 폭력으로 얼룩진 정신 병동의 교도관, 표적 살인을 수행하는 암살 드론 조종사, 정육 공장에서 도축하는 미등록 이민자, 죽음의 위협에 서있는 시추선 노동자를 인터뷰하며 미국 사회를 떠받치는 잔인한 산업 구조를 고발한다.


교도소 내 정신과 치료 시설인 '전환치료병동'에는 교도관들로 인한 끔찍한 학대와 폭행이 저질러지고 있었다. 하지만 재소자들이 정신이 온전치 않다는 이유로 사실은 허구가 되고 목격자인 직원들은 해고를 두려워해 침묵해야 했다. "내가 그러면 안 됐는데." 전환치료병동에서 근무했던 한 교도관은 지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후회한다. 하지만 교도소 내 정신질환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거에 비해 훈련•급여•인력 증원•교화 과정에 쓰이는 돈은 그대로였다. 그 시스템에서 재소자를 관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고 교도관들은 점점 강압적으로 통제하다 결국 아무렇지 않게 폭력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리자들은 그것을 묵인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을 바랐는지도 모른다.


국민을 대신해 국가가 위임한 또 다른 '그림자 노동'에는 버튼 하나로 테러를 막을 수 있다는 드론 조종사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다. 그것이 과연 테러를 막기 위한 것인지 대량학살이 목적인지 불분명한 드론 조종사들의 임무는 결국 그들에게 불안증과 불면증, 과도한 회한과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만들며 늘 자살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더럽고 추악하고 비도덕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손가락질 받는 더티 워크. 하지만 '선량한 사람'이라 말하는 그들은 누군가가 그 일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자신들이 테러로부터 안전해지고 좀 더 저렴하고 편안한 식생활을 누릴 수 있으며 값싼 기름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그런 생활을 누리면서도 그들과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있길 원한다. 교도소는 주로 시골에 정육 공장과 시추선은 '저항성이 가장 낮은 사람'이 많이 사는 곳에 들어선다. 그렇게 낙인찍힌 산업과 시설은 빈곤한 지역과 소수인종이 많이 사는 고립된 지역에 집중되고 빈곤한 사람들과 이주 노동자들이 그 일을 대신하고 있었다.


자본주의와 소비자의 과도한 이윤 추구와 대중의 무관심은 비인간적인 더티 워크와 노동의 불평등을 더욱 양상 시키고 있었다.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회로부터 대중으로부터 격리된 더티 워크를 그림자 노동이 아닌 양지로 끌어와 그 문제점을 파악하고 논의를 통해 적극 개선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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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끝에 사람이
전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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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끝에 사람이>

인간의 몸이 75퍼센트 이상 기계가 된 미래, 사람은 한낱 공장의 부품으로 취급되며 끊임없는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세상이 변하고 인식이 넓어지고 기술이 발달해도 바뀌지 않는 딱 하나, 바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 그들은 말한다. 짓밟고, 무시하고, 때려잡고, 굶겨 죽이고, 사람을 절망의 궁지로 몰아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어도 우리 모두는 너희와 같은 사람이라고...


<안나푸르나>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선생들이 학생들에게 가하는 폭력은 교육 차원에서 정당한 거였다. 감히 선생님의 감정을 건드려서도 안됐고 무조건 복종해야 했다. 당시 그런 부당함에 학생들 편에 섰던 몇몇 젊은 선생님들은 어느 순간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에게 참교육과 인권에 대해 말씀해 주셨던 선생님은 그렇게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책 속 단편 중 <안나푸르나>를 읽으며 중학교 1학년 때 생물 선생님이 생각났다. 우리에게 민주주의와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알려주셨고 당시 금지곡이었던 개똥벌레와 아침이슬을 우리에게 알려주시며 진짜 참교육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신 선생님이셨는데, 그 뒤로 소식을 알 수 없어 지금도 생각하며 가슴이 아프다.


이외에도 5•18민주화운동, 제주 4•3, 노동권 투쟁, 전교조 탄압, 공군 내 성범죄 등을 SF, 고전 설화, 호러 미스터리, 복수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 소설로 전해준다. 저자는 국가 폭력의 역사적 비극이 계속되지 않길 바란다며 그의 방식대로 소설로 기록하며 연대하고자 한다.


역사는 늘, 가장 좋지 못한 부분만 골라서 되풀이된다. 정확히는 시대가 바뀌어도 인간의 어리석음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보아야겠지. _책 속에서


그 어리석음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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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은 모두 게임을 한다 - 게임이론이 알려주는 인간 행동 설명서
모시 호프먼.에레즈 요엘리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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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돈이되?"
"아니, 그냥 하는 건데."
"돈도 안되는데 시간을 들여서 책 읽고 글을 쓴다고? 왜?"
"그냥, 내가 좋아하니깐."


책스타그램을 하는 나를 도통 이해 못 하겠다고 고개를 가로 젖는다.
아마 많은 인친분들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돈도 안되는 이 일에 왜 이리 다들 열정적인지...


돈벌이가 아닌 취미에 열정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인간은 왜 이타심을 발휘할까?
왜 차별과 혐오, 편향에 빠질까?


취향과 신념, 협력과 배신, 과시와 겸손까지 모든 인간 행동에는 게임이론이 숨어 있다.
제로섬 게임에서 죄수의 딜레마까지, 인간 행동을 둘러싼 게임이론의 비밀을 이 책이 소개한다.


정말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검은건 글씨고 흰건 종이라. 책을 며칠 잡고 있어도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는다. 분명 흥미로울 거라 생각했는데, 책장 한 장 넘기기도 쉽지 않았다. 전혀 이익이란 없을 것 같은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이 사실 '합리적으로' 설계된 것이라며 여러 사례들을 들어 각종 게임이론을 설명한다.


게임은 원래 재미있는 거 아니었나?
그런데 왜 미적분보다 어려운지, 이해하는 걸 조금씩 포기하게 만들었다.
어쨌든, 일관성 없고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인간의 행동은 결론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설계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배신을 계속 선택할 경우 장기적으로 관계를 망쳐버릴 수 있기 때문에 협력과 배신을 적절히 선택한다는 '반복된 죄수의 딜레마 게임',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아예 없는 사실을 진실인 것처럼 증거로 내는 '편향적 증거 왜곡',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고 공정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눈치를 보는 '독재자 게임', 이 외에도 인간행동에는 생존을 위한 전략적 게임의 법칙들이 숨어있었다.


그래서 돈도 안되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나는 무슨 생존전략인 거지?
내가 이 책을 읽고 제대로 이해한 거라면, 나중에 물질적, 사회적으로 보상을 받는다는 거다. 사례로 나온 이들의 열정 후 보상은 막대한 재산, 존경과 명성을 얻었다. 그럼 나를 비롯한 책스타 인친들도 엄청난 재산과 존경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거겠지. 뭐 그런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긴 하다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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