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파워블로그들에 대한 여러 문제점과 그에 대한 논의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여러가지 두서없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먼저 일차원적으로는 파워블로그라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파워블로그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면서 아이러니를 조금은 느낀다. 사실, 블로그라는 것의 처음 시작의 의의 중의 하나는 기존의 미디어 권력들이 가졌던 독점적인 발언권을 해체하고, 그 발언권을 무수히 많은 개인들, 시민들에게 나눠줌으로써 언론의 권력이동을 꾀하는 것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덧 시간이 지나 그 블로그들 중에서 기존의 미디어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권력을 행하는 소위 '파워블로그(거)'들을 볼 때에 느껴지는 그 씁쓸함의 정체는 뭘까. 어쩌면 그 씁쓸함의 비밀은 그 '파워'블로그라는 천박한 이름에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닐까.
오늘 뉴스에 보니, 포털사이트들에서 파워블로거들을 선정할 때, 상업성을 배제한 블로그들을 선정한다고 하던데, 그런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우선 드는 생각은 상업성을 배제한다고 했을때 그 기준이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최근에 문제가 된 것처럼 블로그에서 특정 회사의 제품을 공구하는 것을 여기서의 '상업성의 기준'이라 한다면, 그것은 그에 뒤따르는 다른 질문을 낳지 않을까. 예를 들어, 그렇다면 블로그에 광고를 도배하는 수많은 다른 '파워블로그'들은 '상업적이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굳이 광고를 걸지 않더라도, 거의 제품에 대한 홍보와 리뷰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일부의 블로그 글들은 '상업적이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사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그런 선정을 그만두는 것이 아닐는지. 개인적으로는 도대체 왜 그런 식의 블로그들을 선정하는 작업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직은 내가 모르는 몇 가지의 비밀들이 거기에 담겨 있는 것일 게다.
사실 이야기를 먼 곳으로 돌릴 필요도 없이, 이곳 알라딘의 블로그들을 보아도 이 상업성의 경계는 상당히 모호하다. 예를 들어 별 의미가 없는 40자평으로 도배를 한 몇 개의 블로그들이나, 잔뜩 리스트만 올려놓은 블로그들을 내가 상업적이라고 비판한다면 나는 다음의 몇 개의 질문들에도 답해야만 할 것이다. 리뷰를 올리고, 혹은 때로 리스트를 올리고, (거의 들어오지는 않지만) thanks to를 받는 것은 그렇다면 상업적이지 않은 것인가. 신간평가단이라고 참여하여 그 책들에 대한 리뷰를 올리는 것은 상업성과 무관한 것인가. 이달의 영화 리뷰에 뽑혀 알사탕(별사탕이던가?)을 받는 것은 상업성과 무관한 것인가. 알라딘에서는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것을 지급해준다는 말인가. 아니, 보다 근본적으로는 특정의 인터넷 서점 블로그에 계속적으로 리뷰를 남기고 있다는 이 사실 자체가 상업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조금은 다른 얘기지만, 왠지 이것은 삼성 문제에 대한 대처들의 모호한 경계와 닮았다. 예를 들어 삼성을 비판하는 의미로 삼성 제품을 불매한다고 했을 때, 다음의 어떤 질문들. 그렇다면, 나는 삼성 TV를 버리고, LG 제품을 쓰면 조금은 나아지는 것인가. 아니면, 중소기업의 제품을 써야하는 것일까. 아니, TV를 아예 버려야만 정답이 되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아무튼 간에, 어쨌거나, 나는 여전히 이 블로그에 리뷰들을 (요즘에 들어서는) 아주 가끔 남기고 있고, 부수입들을 얻고 있다. 그래서, 상당히 양가적이고, 이중적이 되어가는 것 같다. 블로그에 광고들을 도배하는 블로그를 보면서, 참 저런 블로그들은 뭐야..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리뷰가 이달의 리뷰로 뽑히는 것은 즐겁고, 우쭐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 즐겁고, 우쭐한 마음의 어딘가에는 알사탕이 떼굴거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걸까. 예전에는 뭔가 어딘지 모르게 미심쩍은 블로그들을 보면서, 여러 비판들을 마음껏 하기도 했었는데, 말은 점점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다. 내가 그들을 비판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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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다른 얘기를 하고 싶었고, 좀더 가벼운 투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쓰다보니 이야기가 다른 결로 빠진 것 같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그 파워블로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왜 지금 무엇을 쓰는 걸까'라는 문제를 생각하고 싶었다. 그 파워블로거들도 처음에는 그저 뭔가를 쓴다는 사실이 좋아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이야기를 듣고 하는 것이 좋아서 시작했을 것이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사람들은 지금도 그런 마음일까. 무엇인가를 쓰고, 무엇인가 이야기를 나눈다는 그 순수한 사실이 그들을 지금도 기쁘게 할까.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어떤 것 때문에 지금도 이 블로그라는 것을 계속하고 있는 것일까.
내 블로그 생활을 돌이켜 보면, 처음 시작은 '블로그인'이라는 사이트였고, 그 후에 네이버 블로그 생활을 꽤나 길게 했다. 그 때 블로그 생활이라고 해봤자, 주력은 락음악들을 올리는 것이었고, 그 외에 잡담을 올리고, 짧은 영화 감상을 올리는 것이 다였다. 그 이후에 좀 제대로된 리뷰들을 써보자 싶어서 시작한 것이 티스토리였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그리고 중간에 '씨네21' 블로그에서도 잠깐 티스토리의 글들을 옮겨 놓았었고, 알라딘에서는 영화 리뷰를 10개인가 올리면 적립금을 준다기에 시작했고, 어쩌다보니 여기에도 지금까지 글들을 옮기고 있다. (그러고보면 알라딘에서의 시작이야 말로 철저한 '상업성'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도리어 알라딘에만 쓰는 글들이 있고(이 글을 포함하여), 티스토리보다 여기에 훨씬 더 자주 들르게 되었다.
티스토리보다 알라딘에 훨씬 더 자주 들르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여기에는 글을 올리면, 누군가가 읽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그리고 몇 마디 이야기라도 나누게 되니까. 티스토리의 경우 꾸준히 들러주시는 분이 한 분 계셨는데, 그 분도 요즘은 블로그를 거의 안하시고, 트위터를 주로 하시는지라, 당장 티스토리를 그만둔다고 해도 별 죄책감이 없다. 그러나 알라딘은 매우 상업적인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즐겨찾기등록: 16명'이라는 우측의 표시와 아주 가끔 늘어가는 추천수와 꾸준히 들러서 글 읽어주시고, 코멘트를 남겨주시는 몇몇 이웃 분(제가 이렇게 표현해도 괜찮겠지요?)들을 뵈면 뭔가를 자꾸만 써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낀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내가 추천수나 즐겨찾기 숫자에 민감해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할 것 같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일부분 나의 어떤 욕망과 연결된다. 그것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이다. 사실 예전에 '씨네21' 블로그에 글들을 옮기게 된 것도 거기에 글을 올리면, 거기는 아무래도 날카로운 눈들이 많은 곳이니 누군가 나의 글들을 발견하고 신나게 까주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게 되었고, 즐겨찾는 사람이 1명 생길 때까지만 버텨보자 싶었는데(거기도 알라딘과 비슷하게 확인이 가능하다), 결국 버티지 못했다. (블로그를 그만두게 된 것은 사실 '씨네21' 측이 블로그 운영을 함에 있어서,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는 측면도 있었다. 그리고 요즘에 보니 결국 블로그 쪽을 일방적으로 닫아버렸다. 현재 '씨네21' 사이트에서는 블로그와 관련된 어떤 링크도 없다. 예전에는 블로그 글들을 일방적으로 사이트 메인에 올리더니, 관심을 못 끄니 한마디로 블로거들을 '팽' 한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가끔, 그리고 자주 이 블로그에 들러 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을 보면 참 감사하다. 그것이 어떠한 내용의 글이 되었건, 내 글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밑거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가장 감독을 비참하게 만드는 영화는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영화다. 줄줄이 별 0개의 20자평이 달린 영화라 해도, 아무 20자평도 달리지 않는 영화보다는 감독을 기쁘게 만들 것이다. 글도 당연히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는 몇몇 그런 블로그들을 알고 있다. 정말 괜찮은 글들이 올라오는 블로그였는데, 그 블로그에는 아무 댓글들도 없었고, 블로그 주인은 어느날 슬며시 블로그를 닫고는 어디론가로 없어져 버렸다. 영화 <경>에 나왔듯이 그들은 없어졌다기보다는 그저 더 이상 '검색되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그 '검색되지 않음'에 쓸쓸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 쓸쓸함에는 나에게 느끼는 쓸쓸함도 포함되어 있다. 내가 무언가 열심히 댓글을 남겨주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어쩌면 파워블로그 100위를 뽑네, 어쩌네, 알라딘에서도 서재의 달인이네, 어쩌네 하는 것도 이해할 수가 있을 것도 같다(글의 초반에는 비판 비스무리하게 해놓고, 이제는 옹호하고 있으니 글이 어째 점점 병맛으로 가는 것 같다). 우리들 모두는 검색되지 않음을 두려워하니까. 100위 안에 들어서 어떻게든 이곳 어딘가에 자신의 블로그 이름을 남겨놓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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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글의 결론을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전형적인 병맛이다. 처음에는 왠지 요즘에는 리뷰를 잘 쓸 수가 없어서, 가볍게 아무 이야기나 하자, 그리고 한 달에 한 개 올린 리뷰로 2달 연속 이달의 영화리뷰를 받으니 참으로 민망해서, 뭐라도 쓰자 싶어서 시작한 글인데, 글을 쓰다 보니 이야기는 점차 산으로 가고, 어떻게 끝을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도 원래 하려던 얘기는 뜬금없이 하자. 몇 개의 메모들을 쌓아두고 있는데, 뭔가 리뷰 같은 것을 왠지 쓸 수가 없다. 영화를 보고 와서 바로 쓰면 좋으련만, 여차저차 자질구레한 이유로 조금씩 미루다가 결국 나중에는 영화 내용이 기억이 안나고, 메모의 맥락을 도저히 알 수 없어서 못 쓰게 되는 악순환이 점차 늘어만 간다. 지금도 한 영화 5개 정도가 그런 식으로 쌓여 있는 상태고, 책 <사유의 악보>는 오래전에 책을 다 읽고, 메모에도 무엇인가 잔뜩 적어두었는데, 여전히 무엇인가를 쓰지 못하고 있다. 반딧불이 님께 꼭 쓰겠다고 한 공언(?)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평가단이라고 받은 책인데 꼭 무엇인가는 써내야하지 않겠냐는 다짐이 있다.
김혜리 씨는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영화 <방랑기>(위에서 말한 영화 5개 중에 하나다)를 보고 남긴 글에서 첫머리에 반성하고 있다고, 나는 지금 너무 많이 먹는 대신에 너무 안쓰고 있다,고 남겼던데, 이 말은 나에게도 고스란히 해당된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당연한 질문이 뒤따를 것이다. 김혜리 씨는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고, 너는 아니지 않느냐고 말이다. 글쎄. 이렇게 말하게 되면, 다시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간다. 나는 왜 무엇인가를 자꾸 쓰고자 하는가. 왜 지금도 뭔가를 쓰겠다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서?
글쎄. 아무튼 아주 오랫동안 뭔가를 조금씩 쓸 수 있었으면 좋겠고, 누군가 다른 사람들이 아주 조금씩이라도 내 글을 읽어준다면 기쁠 것 같아서...라는 대답은 대답이 될까. 그냥 나는 가늘고 길게 갔으면 좋겠다. 가끔 정말 엄청나게 공력이 들어간 것 같은 글들을 보며(사진도 엄청 들어가고..) 저런 글들을 따라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곧 포기하게 되는 것은 한편으로는 그런 이유다. 몇 개의 글들은 그렇게 써볼 수도 있겠지. 그리고 그런 다음 아마도 곧 나는 지쳐서, 더 이상 별로 글을 쓰고 싶지 않게 될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그런 다음은 어쩌지?...라는 그 공포. 그러니, 그저 가늘고 길게. 내 스타일대로, 읽을테면 읽고 말라면 말라는 식으로...그래도 누군가가 읽어주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