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나우 : 시간의 물리학 - 지금이란 무엇이고 시간은 왜 흐르는가
리처드 뮬러 지음, 장종훈.강형구 옮김, 이해심 감수 / 바다출판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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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에는 열역학 1법칙과 2법칙이 있다. 1법칙은 모든 에너지와 물질의 총량이 보존된다는 것이다. 빅뱅 이후 아주 작은 곳에 있던 물질과 에너지는 그 형태와 흩어짐은 매우 달라졌지만 그 양은 우주 공간이 아무리 넓어졌어도 같다. 그래서 우주는 공간이 커질수록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제 2법칙은 엔트로피 법칙으로 우주는 엔트로피가 최대로 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엔트로피는 확률상 가장 높은 상태로 가장 무질서한 상태다. 방의 한 공간에 좁은 공간에 뭉쳐 있던 연기가 시간이 지나면 방 전체로 번지는 원리다. 그래서 우주는 빅뱅 이전 매우 좁은 곳에 매우 높은 엔트로피로 뭉쳐있던 물질과 에너지가 빅뱅으로 공간이 무한히 펼쳐지며 엔트로피가 급격히 낮아지게 되었다. 우주의 역사는 어찌 보면 다시 예전처럼 엔트로피를 최대로 높여나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는데 그래서 몇몇 과학자들은 그렇게 되면 다시 폭발적으로 공간이 늘어나는 빅뱅이 무한 반복되는게 우주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우주는 공간도 에너지도 물질도 분명하지만 인간이 살면서 분명히 느끼는 시간이 불분명하다. 많은 물리 법칙들은 시간이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있음을 허용하나 시간은 선형적으로 항상 앞으로만 간다. 어쩌면 시간이란 없는 건지도 모른다. 그냥 엔트로피가 커져 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환경의 변화를 인간처럼 진화 과정에서 감각이 생겨난 생물체는 시간처럼 감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즉, 시간은 있는게 아니라 생명체가 주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발명해낸건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생명이 아닌 우주의 물질들은 당연히 시간이란 걸 인지하지 않을 것이고 아무런 빛도 들지 않는 즉, 환경의 변화 감지가 차단된 곳에 생물이 들어가면 시간 감각이 사라지게 된다. 

 책, 시간의 물리학에서는 시간에 대해 다소 독특한 주장을 펼치는데 저자인 리처드 뮬러는 시간이 공간처럼 우주의 탄생과 동시에 생겨난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시간이 생성된다는 주장하는데 빅뱅으로 공간이 무한히 팽창한 것으로 시간도 같이 팽창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기에 우주의 탄생과 동시에 공간과 더불어 시간도 생성 된 것이고 그렇기에 우주의 모든 만물이 시간의 지배를 받는 것은 당연해진다. 우주는 지금도 상당히 빠르게 팽창하고 있기에 지금도 시간이 생성되고 있으며 매순간 팽창하여 생성된 시간이 지금을 구성한다. 그렇게 지금이 켜켜이 쌓여 과거를 구성하고 우주가 계속 팽창하는한 미래도 오기에 우주의 만물은 시간을 앞으로 향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며 우주가 다시 축소되어 시간이 거꾸로 가는 길도 없기에 역행도 없게 된다. 

 하지만 몇 가지 의문이 남는다. 그렇다면 우주가 팽창을 멈추게 된다면 시간의 생성도 사라지게 되는데 그러면 우주는 어떻게 될까. 우주가 팽창을 멈추어도 엔트로피의 증가는 상당히 오랜 기간 계속될텐데 의문이다. 그리고 팽창이 멈춘다고 해서 우리의 변화, 노화나 자연의 변화가 멈출지도 의문이다. 또한, 우주는 팽창이 가속화 하고 있다. 그럼 시간의 생성도 가속화한다는 것인데 우리는 여전히 1초를 예전처럼 같이 1초로 여긴다. 이게 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우주 전체의 시간이 동시에 같은 비율로 빨라진다면 실제로는 과거의 1초와 지금의 1초는 다르지만 우리는 그걸 같다고 인식할지도 모른다. 모두가 느렸다가 갑자기 같은 비율로 빨라진다면 여전히 우리는 서로의 속도가 같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사실 어려운 면이 많고 좀 종교적이거나 신비주의적인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에 대해 새로운 하나의 해석을 접한 것에 만족한다. 그런 측면에선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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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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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단편 소설 집으로 8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는 김연수인데 나는 처음 접하는 작가분이다. 제목을 장식한 단편은 '이토록 평범한 미래'이다. 내용은 좀 복잡한데 사람은 보통 과거의 경험을 통해 자신을 구성하거나 구성당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에 뭔가를 하기로 선택해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 어떻게 보면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고 하지만 과거에 얽매인 삶은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서 미래에서 과거로 삶이 진행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미래에 파경을 맞은 부부가 있다면 과거로 진행하는 삶은 그들이 한창 서로에게 빠져 행복을 누리던 순간으로 향하는 것이 된다. 그러면 삶이 바뀌어진다. 지금의 힘듬이 아름다운 과거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기에 그들이 다시 희망을 얻고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다소 어이가 없기도 한 대목이지만 울림을 주는 측면도 있었다. 테드 창의 소설 당신의 인생 이야기에서도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인식하지 않고 통으로 보는 외계인과의 만남을 통해 같은 시각을 얻은 한 과학자가 자신의 딸의 죽음으로 결혼이 파탄나고 큰 아픔이 있을 것을 알면서도 선택을 바꾸지 않고 꿋꿋이 알려진 미래로 나아가는 장면이 앞뒤 순서만 바뀌었을 뿐 이 대목과 비슷하다. 어찌보면 선형적으로 흐르는 시간의 특정 시점 결말을 알게 된다는 것은 인간의 삶을 바꾸어 놓을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또 하나 눈이 갔던 단편은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라는 소설이었다. 한국의 한 유명가수가 한일교류행사에 초청받고 그 주동인물인 일본인 사업가를 만나게 된다. 자신은 심지어 유명해지기도 전 일본에 단 한차례 간 것뿐이며 일본인과는 그 어떤 인연도 없는데 기이했다. 그 일본인이 가수를 찾은 이유는 자신이 곤경에 처해 삶을 마감하기로 했을때 자신이 들어간 카페에서 한 한국인이 신청한 일본음악에서 삶은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 작은 행위, 심지어 선의조차 없던 우연한 행동이 한 사람의 삶에 긍정적으로 큰 영향을 주었단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는 의외로 좀 인상 깊었다. 실제 우리의 삶에서 내가 하는 작은 행위, 언어, 생각 등은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린 항상 조심하고 배려하며 선의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래도 결과는 좋지 못할 수 있다.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고 얽혀있기 때문이다.

 책의 단편들은 하나하나 탁 하고 이해가 되기 보단 어렵고 여러 번 책장을 다시 넘기게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작가는 90년대에 많은 상념과 애정을 두고 있는 것 같은데 소설의 많은 시간적 배경에서도 그렇고 당시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생각, 감성등이 소설에 그대로 묻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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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 인간의 소비심리를 지배하는 뇌과학의 비밀
한스-게오르크 호이젤 지음, 강영옥 외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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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이나 가게의 마케팅은 잘못된 신화에 빠져있다. 

 1. 고객은 의식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2. 고객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3. 중요한 단 한 가지는 가격이다.

 4. 고객은 복잡다단한 욕구를 갖고 있으며, 예측 불가능하다.

 5. 중장년층의 지갑은 쉽게 열 수 있다.

 6. 마케팅에서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7. 소비자는 광고와 마케팅 전략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위의 신화들은 기업이 갖고 있는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의 원칙에 가깝다. 하지만 현대의 진화론과 뇌과학에 입각한 마케팅 연구들은 위의 신화를 하나하나 부정한다. 다른 동물들처럼 인간은 감정을 갖는다. 감정은 주변 환경과 다른 사물 및 같은 동종 개체에 대한 평가라고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평가 기준은 이것이 나의 생존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다. 그래서 인간과 동물은 적응도를 올려주는 주변 환경과 생물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며, 반대되는 경우는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게 된다. 때문에 감정은 우리의 생명을 보호하고 생존과 번식이라는 삶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정신과 육체를 지배하는 일반화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동기는 감정 프로그램을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삶과 상황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감정은 비교적 영속적이고 일정하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주변 환경은 늘 변화하기에 동기는 이를 맞춰주고자 하는 장치가 된다.  

 인간 뇌의 주요 감정 시스템은 3가지로 균형 시스템과, 지배 시스템, 자극 시스템이다. 이는 생물의 목적인 생존과 지배를 위한 장치로 균형은 안전과 보호, 자제 및 절약을 하게해 생존을 도모하는 역할을 하며, 자극은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용기를 부여해 새로운 식량과 기회, 성적 파트너를 찾을 수 있게 하고, 지배는 다른 개체와 경쟁하여 더 많은 자원과 성적 파트너를 얻고자 하는 행동과 관련한다.

 이중 가장 강력한 것을 균형 시스템으로 이는 안전에 대한 욕구다. 안전과 평화를 지향하고 모든 위험과 불확실성을 피해 조화를 추구한다. 이는 항상성을 추구하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균형시스템의 명령은 다음과 같다. 모든 위험을 피하고, 모든 변화를 피하며, 습관을 만들어 가급적 오래 유지한다. 모든 방해물과 불확실성을 피하고 내외적 안전을 추구하며, 에너지 균형을최적화하고 쓸데 없는 에너지 낭비를 피한다. 

 자극 시스템은 체험에 대한 욕구다. 자극 시스템은 알려 지지 않은 새로운 자극을 찾아내고 벗어나며 주변 환경을 발견하고 탐험하게 한다. 새로운 보상을 찾고 지루함을 피하고자 하며 다른 사람과는 차별된 존재가 되려고 한다. 자극 시스템은 새로운 자원과 환경, 기회, 성적 파트너를 찾게 하여 예상치 못한 보상과 새로움을 선사한다. 적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소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하기에 자극 시스템은 인간의 중요한 감정으로 당연히 자리한다. 자극 시스템은 현대 사회에서도 잘 작용하여 인간으로 하여금 새로운 트렌드나 기술혁신, 호기심,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것을 추구하게 한다. 이러한 성향이 인간 문명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음은 자명하다.  

 지배 시스템은 권력에 대한 욕구다. 이는 사람들에게 각종 자원과 섹스 파트너를 둘러싼 싸움에서 경쟁자를 물리치고 자신의 권력을 구축하여 영역을 확장하려고 한다. 그래서 지위를 얻고자 노력하고, 타인보다 나은 사람이 되려 하며, 권력을 취하고, 경쟁자를 물리치고, 영역을 확장하며, 자율성을 보존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려고 한다. 지배 시스템으로 인해 인간은 각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인간의 감정시스템은 언제나 목표를 추구하며, 그것은 진화론적인 것이다. 모든 감정시스템은 긍정적이고 즐거운 측면, 부정적이고 고통스러운 측면, 혐오감을 일으키는 측면이 있다. 뇌에는 전체 감정의 일부분인 두 가지 시스템이 있는데 보상 시스템과 회피 시스템이다. 이중 보상 시스템은 두 개로 나뉘는데 보상기대 시스템과 실제 보상 시스템이다. 보상 기대 시스템은 보상을 찾으려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으로 도파민의 의존한다. 실제 보상 시스템은 보상을 실제 찾으면 얻는 보상으로 엔돌핀에 의존한다. 둘 중 더 강력한 것을 보상 기대 시스템이다. 보상 기대는 영원한 만족이 없으며 한 번 주어진 보상에 익숙해져 다음 보상에 쉽게 만족하지 못한다. 보상 기대 시스템은 인간으로 하여금 영원히 탐욕하게 만드는 장치로 필요가 아닌 욕망의 경제인 현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근본적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회피 시스템은 처벌 기대와 실제 처벌 시스템으로 나뉘며 처벌은 보상의 2배 강도가 되다. 그래서 사람은 100만원을 벌 때 보다 100만원을 잃었을 때 더 큰 고통과 상실감을 겪는다. 

 사실 인간의 균형, 자극, 지배 시스템은 진화론적 목적을 위한 것으로 원시시대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소비 자본주의로 변한 현대에도 그대로 작용한다. 지배, 자극 시스템은 고객의 뇌리를 낙관적으로 만들고 활성화 시킨다. 반면 균형 시스템은 소비와 관련하여 억압적이고 비판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양자의 균형과 반복은 경기 순환의 심리적 생물학적 원동력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의 생존을 위한 감정은 자본주의 사회의 상품과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파악하는데 시사점을 준다. 이미 현대 자본주의는 과잉생산경제로 필요에 의해서 상품을 사기 보다는 욕망에 의해 상품이 과다 소비된다. 따라서 소비자의 감정 시스템을 사로잡을 때만 상품과 서비스는 가치가 있게 되며 잘 팔리게 된다. 예를 들어 드릴의 경우 단순히 구멍을 뚫는다는 기능으로만 접근한다면 판매에 실패한다. 그런 본연적 기능 외에도 드릴은 힘과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균형 자극, 강한 힘으로 인해 사용자의 권력을 증가시킨다는 지배 시스템을 자극한다. 자동차는 단순 이동 기능이외에도 생활반경과 자신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지배 시스템을 자극하며 우리의 이동 노력을 줄여준다는 면에서는 균형 시스템을 자극하기도 한다. 

 특히,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공동체에 소속감을 느끼면서도 그 안에서 지위 경쟁을 하게 된다. 때문에 소속감을 주면서도 차별화된 느낌을 갖게 하는 상품을 인기가 많아지게 된다. 특히, 상품이 개별인간을 확실히 타인과 구별해주는 개성, 지위, 성적 매력을 부여한다면 소비자는 이것에 한해서는 균형자극의 경제를 무시하고 상당한 돈을 기꺼이 지불하게 된다. 

 인기가 있는 상품은 이런 면에서 뇌를 자극한다고 볼 수 있다. 뇌를 자극하지 않는 상품은 본연적 기능에만 집중하는 생필품이다. 연필이나 청소용품, 화장지 등이 그것으로 그래서 이것들은 소비자로 하여금 과다한 구매 욕구를 불러 올 수 없기에 가격이 싸나 반드시 필요하기에 많이 팔린다. 반면 인기가 있는 상품은 언급한 감정 시스템을 마구 잡이로 자극한다. 과자 같은 기호 식품이나 패션, 영양제, 책 등이 그렇다. 그리고 이보다 더 나아가 뇌를 유혹하는 상품도 있다. 이들은 본연적으로는 없어도 충분히 살 수 있는 것 들이지만 인간의 감정 시스템을 강하게 유혹하고 중독시키기에 그것이 없으면 살 수 없다고 여기게 만든다. 스포츠카, 유명 브랜드의 화장품, 패션, 최신 스마트폰, 스토리가 담긴 상품, 영적 구원을 약속하는 상품들이 그렇다. 

 그리고 상품이나 서비스는 인간의 다양한 동기나 감정을 자극하면 당연히 인기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 예가 커피다. 사실 커피는 여러 음료 중 독보적으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커피가 맛이나 기능성에서 그런 위치를 차지할 만한 것은 아니다. 커피가 인기 있는 것은 멀티 동기성 때문이다. 커피는 다양한 품종이 있어 향유 동기를 갖게 하며, 카페인으로 활력을 주기에 활력 동기를 자극하며 각성효과가 있어 관철 동기를 주고, 한잔 이란 휴식을 주어 균형 동기를 주고, 개성 라이프 스타일, 의식, 사회적으로 같이 즐기며 소속감 마저 부여한다. 이러니 인기가 많은 것이다.  

 인간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구분되며 이들의 역할은 다르다. 좌뇌는 낙관적이며 우뇌는 비관적이다. 즉, 좌뇌는 감정 시스템 중 자극, 지배 시스템에 주로 작용을 하며 각각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이 감정을 활성화한다. 우뇌는 반면 균형시스템에 주로 작용을 하며 나아가거나 행동하는 것에 망설임을 주게 한다. 인간 뇌에서 가장 나중에 발달한 신피질은 중요한 정보를 계산하고 저장하는 저장센터다. 배외측전 전두엽은 고유의 법칙으로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보상을 얻는 방법과 확률을 계산하다. 이것은 매우 직관적이고 순간적인 경우도 있지만 의식적으로 오래 이뤄지는 경우도 있으며 따라서 상당한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런 계산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종 결정은 감정을 주관하는 변연계에서 이뤄진다. 

 이처럼 뇌는 결정에 있어서 의식을 배제한다. 이유는 정보가 의식을 거치지 않고 바로 동기 및 감정프로그램을 통해 행동으로 전환되면 반응이 빨리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그리고 동기 및 감정프로그램과 함께 저장된 경험은 이미 검증된 해결책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의식을 언급한 것처럼 상당한 비용을 소모한다. 뇌는 인간기관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의식이 비활성화 되기만 해도 에너지 소비량은 1/4로 줄어든다. 이렇기에 의식은 새로운 것이나 미지의 것, 지적인 문제해결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변연계가 각종 경험과 여러 조언을 위해 활성활 할 때만 작동하게 된다. 

 그래서 상품과 서비스는 인간의 감정은 자극하되 지나치게 복잡하고 새로워 소비자로 하여금 인지적 과부하에 걸리게 하는 것을 피하는게 좋다. 뇌는 에너지 소모가 적은 것을 좋아해 이미 경험한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매한 후 성공적 경험을 한 것을 계속 선호하는 이유다. 하지만 너무 새로워 판단이 자동화 되지 않으면 감정적 고통 및 처벌 중심부가 활성화 하여 소비에 극도로 비판적이 된다. 

 인간의 세 가지 감정 시스템은 자극, 균형, 지배는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진화는 인간 성격의 다양화를 허용한다. 즉, 사람에 따라 진화의 빈틈, 적응도를 더 높이는 방향으로 더 강조하는 부분이 있게 되며 이에 따라 다양한 성격이 형성되고 이는 구매유형의 다양화로 연결된다. 그리고 이 정도는 성별에 따라, 나이에 따라, 문화에 따라 변화하고 차이가 있다. 책은 독일 인구 12만을 연구하여 이를 유형화하였는데 총 7가지 유형이다.

 우선 전통주의자로 균형 중심의 사람이다. 비관적 사고를 담당하는 우뇌가 활성화되어 있고, 꼼꼼하고 오래 검증하며 불안하고 조심성이 있고 개방적이지 않다. 이들은 상품의 안정성, 신뢰감, 품질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며 구매 습관에 거의 변화가 없다. 

 조화론자는 역시 균형에 초점을 두는 사람으로 돌봄을 중시한다. 그리고 전통주의보다는 다소 개방적이다. 이들의 가정의 안정성과 화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정원, 가정, 반려 동물이 주 관심사다. 

 개방주의자는 양뇌가 모두 활성화 되어 있다. 개방적이고 긍정적인 생활 방식을 추구한다. 타인과 접촉을 중시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여 문화공연이나 이벤트에 적극적이다. 비용에 신경을 쓰는 편이며 균형에 의지해 원산지도 중시한다. 건강 관련 상품에도 긍정적인 편이다.

 쾌락주의자는 자극에 집중한다. 심사숙고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새로운 종류의 보상을 탐한다. 당장 필요없는 것을 쇼핑하는 충동구매 경향이 있고 신나는 체험과 자신의 표출이 중요하다. 건강엔 큰 관심이 없으며 유행과 화장품을 탐닉한다.

 모험가는 좌뇌가 활성화 되어 있다. 쾌락주의자의 즐거움에 전투적이고 충동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 입증하는 과정에서 무언가를 체험하는 것을 좋아하고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뛰어난 성능과 즐거움을 좋아한다. 건강에 흥미가 없고 위험 의식도 적어 스릴 넘치는 스포츠를 즐긴다.

 실행가는 역시 좌뇌 중심이다. 구매 장소와 상품이 자신의 영리함과 높은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 타인과 차이를 두기 위해 고급 제품을 이용하면서도 영리한 소비도 추구한다. 하지만 지위를 보장하는 것이라면 절대 돈을 아까지 않는다.

 규율 숭배자는 비판적 성향의 우뇌가 우세하다. 비관과 불신이 많고 변화 추구가 없으며 불필요한 소비를 피한다. 순수하게 기능성을 고려하며 가격을 꼼꼼히 비교하기에 구매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독일 인구 조사에서는 조화론자가 29%, 전통주의자가 19%, 개방주의자가 13%, 쾌락주의자가 13% 모험가가 6% 실행가가 10% 규율숭배자가 10%로 분포했다. 이들의 소비 성향은 자신들의 감정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반영한다. 스포츠 용품의 경우 100을 기준으로 할 때 관심도는 모험주의자가 268로 가장 높은 반면 조화론자는 63의 관심도를 보인다. 반면 정원 용품은 규율주의자가 132의 관심도를 보인 반면 쾌락주의자는 62정도의 관심도만을 보인다. 자동차의 경우 실행가가 168의 관심도를 보인 반면 규율주의자는 겨우 68 정도의 관심도는 나타냈다. 

 남여의 성차도 상품 관심도에 중요한 요소다. 남여의 뇌는 매우 다른데 두 뇌를 연결하는 뇌랑은 여성이 더 두껍다. 변연계 속의 다수 신경 중추 중 성생활, 아이를 돌보는 부분의 남여 차가 뚜렷하며 남성은 편도체와 시상하부에 있는 지배 중추와 공격 중추가 여성의 2배에 달한다. 여성을 돌봄과 사교적 태도를 관장하는 변연계 부위가 남성의 2배다. 그리고 남성은 여성보다 한쪽 반추에 의자하는 특정화 성향이 더 강하며 여성은 회색질이 더 많아 신경 세포체가 많고 반면 백질은 남성보다 적어 신경 세포 돌기는 적다. 그리고 양측의 신장 체중차를 보정해도 여성의 뇌가 남성의 뇌보다 100g 정도 더 가볍다. 

 이런 남여차는 그대로 상품에 대한 관심도 차로 이어진다. 여전히 100을 기준을 했을 때 남성과 여성은 스포츠 용품은 160대 43, 자동차는 181대 23, 주거용 장식 및 패브릭 상품은 29대 168, 식료품은 54대 144, 세제 및 피부관리 제품은 43대 155의 관심도 차를 보였다. 제품의 디자인에 있엇도 남성은 정사각형 모양의 직선적이고 실용적인 형태를 선호하는 반면 여성은 부드럽고 둥그런 형태를 선호한다. 남성은 구매 시 세부 관찰을 하지 않고 진열대를 대충 보는 반면 여성은 세부적으로 꼼꼼히 관찰한다. 남성은 예측 가능하고 세계 지배에 유용하며 권력을 상징하는 제품을 선호하여 자동차, 기계, 기술장비, 스포츠용품을 선호한다. 여성은 소설, 예술처럼 상상력을 자극하고 배려 및 아늑한 느낌을 주는 제품을 선호한다. 

 남여의 뇌차이는 당연히 성격 유형에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남성은 모험가, 실행가, 규율숭배자의 비율이 여성의 두 배에 달하며 쾌락주의자, 개방주의자는 비슷하고, 조화론자, 전통주의자는 여성이 남성 비율의 두 배에 달한다. 

 상품의 구매에는 나이도 큰 변수다. 8-12세는 즉흥적 구매자다. 이들은 발달단계상 학습이 최우선이라 자극 시스템이 강하게 작용한다. 놀이, 싸움 모듈이 활성화하고 도파민이 분출되 호기심이 증가한다. 신피질에 새로운 경험네트워크가 구축되어 기존 네트워크와 결합한다. 8세의 뇌는 성인 뇌의 2배 에너지를 소모하고 신경세포 망도 어른의 20배나 된다. 뇌가 매우 느린 속도로 작업하고 신경망의 속도를 높이는 미엘린 수초가 미 생성되어 정보 전달이 느리다. 전전두피질이 성숙하지 않았고, 세분화된 가치관 형성도 미흡하다. 그렇다 보니 구매가 충동적이고 매우 즉흥적이며 무비판적이다. 

 14-20세는 젊은 야만인에 가깝다. 아직도 전전두피질이 미성숙하고 충동적이고 리스크를 즐기며 자기 관리가 미흡하다.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급상승해 자극시스템과 지배 시스템, 균형시스템이 모두 활성화해 충돌하여 감정이 급변한다. 이 나이엔 성차도 유의미하게 드러나는데 남자 아이들은 독립 추구와 결합추구로 인해 또래 집단을 형성하고 이로 인해 권력과 독립성, 확신을 동시에 충족한다. 자극, 지배 감정이 강화되어 전투적이고 남성적 우월함을 즐기며 모험을 좋아하고 쿨한 느낌의 브랜드를 선호한다. 여자 아이는 미의 경쟁을 벌인다. 고급 패션과 화장품 브랜드에 빠져들고 소년들과는 달리 폐쇄적 집단이 아닌 여러 개개인과 동시 관계를 구축한다. 관계적 공경성이 활성화하고 그로 인해 뒷담화를 많이 한다. 싸움 뒤에 쉽게 화해하는 남아들과 달리 갈등이 장기화하기도 한다. 

 20-30세는 소비가 즐거운 시기다. 욕구는 거대하고 신체도 최고 상태다. 하지만 이를 충족할 소득이 아직 낮다. 전전두피질이 드디어 성숙하여 미래 계획이 가능하지만 아직 욕구가 강하다. 성적 경쟁, 번식, 서열과 영역을 확정하는 시기로 경쟁자보다 더 강하고 아름다우며 똑똑하려 노력한다. 그리고 이를 위함 모험도 어느 정도 감수한다. 자극시스템과 도파민이 지적능력과 새로운 길에 대한 욕구를 키우기에 이 연령대는 지적 능력이 최고조에 달한다. 그래서 인류 역사상 학문 영역의 혁명 90%가 이 나이대의 남성에 의해 이뤄진다. 그래서 이 나이대는 모험가, 실행가, 쾌락주의자가 전체 평균의 두 배에 달하며 규율주의자, 조화론자, 전통주의자는 절반에 불과하다. 

 30-40세는 가정을 꾸리는 시기로 여성을 돌봄 모듈이 활성화 해 아이를 우선하고 구매도 아이와 가정 중심이 된다. 남성도 프로락틴의 증가로 정조관념이 생기고 가정에 충실하다. 그래서 가족 밴을 구입하고 보험에 가입하며 집 마련을 추구한다. 

 60세 이상은 안전과 건강 욕구가 강하다. 돈은 많으나 소비 지향이 매우 낮다. 자극, 지배 시스템의 연료인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이 매우 감소하고 스트레스와 부안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크게 증가한다. 반면 내적 여유를 담당하는 세로토닌은 적어져 인내심이 크게 적어져 작은 불편에도 여유를 보이진 못한다. 그래서 60세 이상은 조화론자나 전통주의자, 규율주의자의 비율을 모두 합치면 85%에 달하게 된다. 

 마케팅에서 브랜드는 인간의 감정 및 뇌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하다. 브랜드는 두 가지 중요한 기능을 한다. 우선 인간은 인지적 복잡함을 싫어한다. 하지만 브랜드는 오랜 성공경험으로 구매효과에 대한 확신을 주어 결정의 불확실성을 낮춰준다. 즉, 변연계에서 신피질을 활성화할 필요없이 바로 성공적 결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효율적 지표다. 그리고 브랜드는 인간의 감정을 마구 자극한다. 특유의 안정성으로 돌봄, 균형감정을 자극하고, 즐거움을 약속하여 자극을 주고, 새로운 것과 자극을 선사하기도 하며, 지위와 우월감을 주기도 하고, 모든 것을 장악하는 균형과 통제의 느낌도 충족해준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든 처음 시장에 진출하면 새로운 것이기에 당연히 전두피질을 자극하게 되며 이에 변연계는 신속학습을 담당하는 안와전두피질을 활성화한다. 그리고 브랜드가 오래 노출되어 성공경험을 주면 그 브랜드의 감정 가치는 오래되고 깊숙한 위치에 있는 편도체에 저장되어 자동구매를 유도하게 된다. 이 때 그림, 소리, 사건 등 외부의 자극과 신체 내부의 감정, 내면의 소리가 서로 결합하게 되며 정보의 실제 관련성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때문에 광고는 상품의 기능성이나 주요 정보보다는 항상 상품과 그것과 관련한 특정 감정 유발 메시지를 주로 담아 소비자의 변연계에 들어가려고 노력한다.  상품과 감정적인 광고 메시지가 등장하는 빈도가 높을 수록 네트 워크게 속해 있는 신경 세포 사이의 결합이 크게 증가한다. 그렇기에 시장에 막 등장한 브랜드는 강하게 광고를 자주한다. 반면 이미 변연계에 들어간 오래된 브랜드는 잘 광고를 하지 않는다. 

 구매 결정은 원칙적으로 뇌가 주도하는 감정적 효용성 계산에 의해 좌우된다. 브랜드의 수퍼 코드는 눈에 띄는 것 뿐만 아니라 브랜드 특유의 감정을 활성화 시켜야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 하게 된다. 우리 뇌는 감정과 결합되어 있는 대상에게서만 가치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성공적이고 강력한 브랜드는 두 가지 부분은 전형적 형태와 명료한 감정적 영역을 모두 보유한다. 배려 돌봄의 니베아, 911형태로 지배의 포르쉐, 전형적 모양의 캔 용기와 자극, 모험을 상징하는 레드불이 그러한 예다. 

 상점의 공간 형태 및 배치등도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 상점은 인간에게 모르는 영역으로 균형 감정을 자극한다. 그래서 공간이 쉽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대개 전체를 둘러보고 방향을 정하는데는 최대 15초가 허용된다. 그 이상이 되면 인간은 스트레스를 받고 과도한 균형 자극을 받아 구매에 비판적이 된다. 그래서 입구를 가급적 깔끔히 하고 친절한 방향 제시를 해야한다. 움직일 때는 좌뇌가 활성화 하기에 사람은 대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입구에서 오른 쪽 부분에 첫 번째로 보기에 좋은 상품을 진열하고 경로를 설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상점에 첫 번재 코너는 청과 코너다. 청과는 가장 신선하고, 건강에 좋은 천연의 이미지가 있어서 입구부터 좋은 경험을 주어 무의식적으로 전체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갖게 한다. 청과는 특유의 맛과 향으로 고객의 자극 시스템을 자극하고 발걸음을 느리게 한다. 상품 진열을 전체를 볼 수 있게 디자인해야 하며 최소 30cm를 간격을 두어야 눈에 들어온다. 이보다 넓거나 좁으면 판매가 떨어진다. 작은 경우는 나란히 배치해도 된다. 고객은 브랜드 별 진열 보다는 같은 기능 별 상품 배치를 좋아한다. 가전 회사별 진열보다는 세탁기는 세탁기 끼리 티비를 티비끼리 진열하는게 좋다는 이야기다. 진열대는 인간의 눈높이와 시야 제한으로 인해 150-175cm높이가 가장 인식이 잘 되어 판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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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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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아는 만큼 보고 관심 있는 만큼 무언가를 바라본다. 그 외에 나머진 무의미한 배경으로 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 건축가라면 당연히 어딜 가든 땅과 건축물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건축가 유현준은 그런 눈으로 공부를 하면서 일을 하면서 여행을 하면서 전 세계를 누비며 다양한 건축물을 보고 인상에 남겼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 30개를 선정해 수록하고 소개한 것이 이번 책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이다. 

 사실 전 세계는 아니고 아무래도 건축이 발달한 선진 사회 위주인데 유럽과 북미(사실상 미국이다.) 아시아(거의 일본과 중동) 3부분으로 나눠 자신이 선정한 최고의 건물 30개를 소개한다. 물론 고대 건물은 제외되며 20세기 이후 만든 현대 건물만이 그 대상이다. 

 인간의 건축은 철근콘크리트 공법이 발견되며 크게 변화한다. 비로소 중력과 주변 환경에 따른 기후의 제약에서 크게 벗어날 수 있었으며 건물은 매우 높게 지어졌고 집적도가 매우 높은 메가시티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는 철근과 콘크리트가 열팽창 계수가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환경에서든 철근과 콘크리트의 혼합은 그로 인해 균열 같은게 생겨나질 않는다. 르코르뷔지에는 건축의 선구자로 철근콘크리트 공법을 매우 사랑했고, 이것이 건축의 미래라 생각했다. 그가 생각한 콘크리트를 활용한 근대 건축의 5원칙은 다음과 같다.

1. 1층 필로티가 가능해졌다. 기존 서양건축은 벽이 힘을 받는 구조였지만 철근콘크리트 기둥으로 인해 벽이 힘을 받지 않아 1층을 비울 수 있게 되었다. 이 1층은 작은 건물은 주차장이나 다른 공간, 대형 건물에선 광장으로 이용될 수 있다.

2. 역시 벽이 힘을 받지 않다 보니 자유로운 형태의 평면 설계가 가능해졌다.

3. 역시 벽이 힘을 받지 않다 보니 자유로운 입면 설계가 가능해졌다.

4. 역시 벽이 힘을 받지 않다 보니 기존의 세로 긴 창에서 가로 긴 창으로 파노라마 뷰 등이 가능해졌다.

5. 옥상에 방수 처리를 하여 과거처럼 기울어진 지붕이 아닌 평면 옥상이 가능해졌다. 이로써 옥상에 다양한 시설이나 옥상 정원 등이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1. 퐁피두 센터

 건축물의 구조체와 기계 설비를 그대로 드러낸 스타일을 하이테크 건축물이라고 한다. 과거의 건축물은 중력을 이겨내는 거대한 기둥들이 그대로 보여 사람들에게 감탄사를 일으켰지만 현대의 건축물은 대개 이들을 감추는데 하이테크 건축은 이를 다시 드러낸다. 프랑스의 퐁피두 센터를 철골 트러스 구조가 건물의 입면에 그대로 드러난다. 파이프는 3가지 색을 띤 부분이 있는데 녹색 파이프는 상수도 관, 파란 파이프는 공기순환 공조 덕트, 노랑 파이프는 전기선을 안에 품고 있다. 이 센터의 구조가 노출된 이유는 사실 내부의 기둥을 없애 넓고 다양한 전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건축에서는 건물이 클수록 중력과 땅의 흔들림, 그리고 바람에 의한 횡압력을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 철근 콘크리트 건물의 경우 철근을 가득 품은 기둥을 땅에 깊숙히 많이 박아 무게를 지탱한다. 하지만 횡압력이 문제가 되는데 당기는 힘에 강한 철근을 입면에 정사각형으로 배치하고 엑스자 형태로 이 철골구조의 휨을 방지하여 이를 해결한게 퐁피두 센터다. 

 퐁피두 센터가 더 대단한 것은 광장 때문이다. 퐁피두 센터는 건물 앞에 드넓은 광장을 확보하였는데 이 땅을 기울어져 있다. 물론 땅은 센터쪽으로 기울어져 있으며 따라서 걸어다니는 사람은 중력에 이끌리듯 자연히 건물로 향하게 되며 앉은 사람도 당연히 건물 쪽을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된다. 


2. 루브루 박물관

 루브루는 원래 성곽이었던 것이 그 자리에 궁이 건설 된 것이다. 루이 14세가 귀족 세력 약화를 위해 베르사유에 궁을 지어 옮긴 이후 루브르는 왕실의 보물 수장고가 된다. 프랑스 혁명 4년 후에 개방되어 지금같은 박물관이 된다. 1980년대 프랑스는 넘쳐나는 작품과 보물로 인해 루브루의 증축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건축가 페이는 루브르의 중정 앞에 35m*35m*22m의 유명한 뜬금없는 유리 피라미드를 건축했다. 이는 지하로 증축된 루브르의 입구 역할을 한다. 이는 전통의 현대적 계승이라 볼 수 있는데 더 놀라운 것은 루브루 안에 입구와는 달리 지하로 향하는 유리 피라미드도 설계했다는 것이다. 이는지하공간에 많은 빛을 들어오게 하는 역할을 하며 지하의 역방향 유리 피라미드는 전통처럼 돌로 만든 작은 피라미드와 맞닿아 있다. 중국계인 페이가 아무래도 중국의 음양설의 영향을 받아 이처럼 설계한 것이 아닐까라고 저자는 추정한다.


3. 롱샹 성당

 일반적으로 건축물은 좌우 대칭이다. 그리고 그 중심선은 권위자의 권력을 세워주는 선 역할을 한다. 그런데 롱샹성당은 신이라는 권위자가 있음에도 네 개입 입면과 평면도가 모두 좌우 비대칭이다. 종교 공간은 신의 공간이기에 대개 권위적이다. 공간상 제단과 사람을 떨어뜨리고 공간이 모자라다면 예배당 앞쪽은 좁게 뒤쪽은 점점 넓어지게 좌석을 구성하여 멀게 느껴지게 한다. 롱샹성당은 이를 도치한다. 제단쪽으로 갈수록 자리가 넓고 뒤로 갈수록 자리가 좁아져 제단이 가깝고 친근한 공간으로 변모한다. 신과 권위적 만남이 이뤄지는 공간이 아닌 것이다. 

 롱샹 성당은 서양건물 치곤 이상하게 동양의 나무 건축 처럼 육중한 지붕을 갖고 있다. 다만 지붕과 벽 사이에 틈을 두어 빛이 들어오고 육중함을 낮췄다. 큰 지붕은 큰 하중을 요구하는데 건축가는 보와 기둥을 지붕과 벽에 숨겨 이를 감췄다. 다만 그러다 보니 벽이 상당히 두꺼워지게 되었는데 기둥이 있어 벽의 윗 부분은 두께가 상대적으로 얇고 아래부분은 두껍다. 그리고 건축가는 여기에 다양한 크기의 창을 낸다. 벽이 두꺼우니 창은 당연히 깊게 들어가며 상부 및 하부에 위치함에 따라 깊이가 달라져 다양한 빛의 효과를 낸다.


4. 피르미니 성당

 르코르뷔지에는 말년에 경사로에 심취한다. 경사로는 방문객들이 자신의 보폭대로 걸으면서 주변 경관을 편안히 감상하며 건물로 진입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피르미니 성당은 신과 신도 간의 관계를 3가지로 설정하여 3가지 공간을 마련했다. 제단과 같은 층의 예배석은 제단을 우러러 보게 되는 공간이다. 제단의 다른쪽의 예배석은 경사지며 올라가게 지어져 제단을 내려보며 편안하게 예배를 보게 하는 공간이다. 다른 하나는 2층의 예배석으로 제단을 확연히 위에서 내려다보며 관조하는 자리다. 


5. 유니테 다비타시옹 

 역시 르 코르뷔지에가 지은 아파트다. 보통 아파트의 상가는 저층에 위치하는데 특이하게도 상가가 8-9층에 복층으로 지어졌다. 한쪽엔 창으로 빛이 들어오며 이는 상가의 주인이 입주민임을 의미한다. 

 그는 건물을 증기선처럼 만들고 싶어했다. 그래서 건물 2층이 7미터나 들려있고 1층은 피로티구조인데 기둥이 위는 굵고 아래는 오히려 얇아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하다. 옥상엔 진짜 증기선 처럼 큰 굴뚝이 있다. 이 집합주택의 가장 큰 특징은 단위가구 설계다. 단위 세대는 작은 단층에서 복층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코르뷔지에는 입주자를 1-8인까지 6개, 연령은 영아에서 노인 7단계로 분류했다. 그래서 14개 타입의 집이 있다. 

 일반적으로 건축에서는 복도와 같은 공용면적을 최소화하고 전용면적을 극대화히기 위해 호텔처럼 복도가 가운데 있고 집이 복도의 양측면에 위치한다. 이 경우 복도가 매우 어둡고 해가 들지 않게 되며 집들도 한쪽이 서로 막혀있어 통풍이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복도를 한쪽으로 놓으면 위의 문제는 해결되나 방이 복도와 접하는 면적이 좁고 건물이 폭이 좁고 높아지는 문제가 생겨난다. 코르뷔지에는 중복도를 유지하면서 한 집은 기억자형 한 집은 니은자형으로 설계하여 이를 해결한다. 

 아파트의 바깥에는 빛의 삼원색과 색의 삼원색에서 착안하여 빨강, 파랑, 노랑, 초록의 4가지 색을 번갈아가며 칠했다. 그래서 집들이 외곽에서 바라봐도 개성있어 보인다.


6. 구겐하임 미술관

 낙수장으로 유명한 로버트 라이트의 작품이다. 그는 코르뷔지에와는 정반대로 자연과 어울리는 건축을 이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구겐하임 미술관은 도시 한복판에 있는 것으로 이렇다할 자연환경이 없다. 그래서 그는 이 경우 환경보단 건축물의 용도에 집중한다.

 미술관의 용도는 당연히 미술품의 전시다. 그리고 전시를 위해서는 미술품의 대부분이 회화인 만큼 벽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미술관은 그래서 여러 개의 방은 갖고 있는데 누구나 경험한 것처럼 방을 빙빙돌다보면 관람 경로가 헛갈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미술관엔 반드시 화살표가 있다. 

 로버트 라이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30미터나 되는 기다란 벽을 연속되게 만들었고 이를 경사로로 하였다. 그래서 관람객은 아래층부터 경사로의 벽을 따라 설치된 미술품을 관람하여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된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이런 구조이기에 밖에서 보면 마치 아이스크림 처럼 보이게 된다.

 경사로 가운데는 여섯 층이 뻥뚫린 빈 공간을 만들었고 그 공간 위에는 천장을 두어 햇빛이 들어오게 만들었다. 그리고 경사로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데 이것의 방지를 위해 상부로 올라갈수록 경사로의 폭이 오히려 넓어지고 내려 갈수록 좁아지게 구성했다. 


7. 시티그룹 센터

 도심의 건물을 개발하여 높게 짓기 위해서는 넓은 땅이 필요하다. 하지만 생각만큼 주변 건축물이나 토지의 구매가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공중권을 사들려 해결할 수 있다. 공중권은 해당 건물의 윗부분, 공중을 개발할 권리다. 이걸 팔 수 있는데 대형 건물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가 주변 건물의 공중권을 사서 윗 부분을 크게 지을 수 있게 된다. 

 시티그룹 센터는 12층 아래로 건물을 비워 시민을 위한 공지를 제공했다. 그 덕에 용적률이 상향되었다. 시티그룹 센터는 근처에 교회가 있어 부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그래서 공중권을 매입하고 과감히 큰 건물의 아래 부분이 비웠다. 대개의 직사각형 건물은 꼭짓점에 기둥이 있는데 이 건물은 모서리 각 중앙에 기둥이 있다. 그리고 아래 빈 공간쪽으로 역삼각형 모양으로 기둥을 모아 건축했다. 그 덕에 특이한 모양이 되었고 아래 부분이 크게 비해 개방된 광장을 조성하게 되었다.

 이 경우 바람에 취약해지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층부에 동조질량 감쇠기를 설치했다. 이는 네 개의 끈에 매달린 무거운 추가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이동해 건물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켜 구조를 안정화 시키는 공법이다. 


8. 허스트 타워

 허스트 그룹은 1928년 6층짜리 사옥을 지어 활용했다. 하지만 시대가 지니면서 46층짜리 고층 건물을 지으려 했는데 구사옥을 보존할 필요가 있었다. 건축가인 노먼 포스터의 결론은 구옥의 내부는 모두 철거하되 입면을 남기고 그 자리에 신형 46층 건물을 올리는 방안이었다. 

 그는 기존 구옥에 수직으로 구멍을 여러 개 뚫고 철골 기둥을 넣었다. 이 철골 기둥에 철골 가지는 붙여서 기존 건물의 입면을 양쪽에서 붙잡게 만들었다. 그렇게 구옥의 입면을 유지하고 신사옥을 올렸는데 구옥의 높이만큼은 과감하게 로비홀로 구축했다. 그래서 이 구간에는 건물을 받히는 기둥과 로비, 엘리베이터만 존재한다. 그리고 구옥과 신사옥 사리에는 거리를 몇 미터 두고 여기에 창을 설계하여 매우 밝은 로비를 구축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고층 건물일수록 횡압력을 견디기 어려운데 허스트 타워는 대각선 부재를 사용하여 이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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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고독의 순간들 더 갤러리 101 2
이진숙 지음 / 돌베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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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101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은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이다. 르네상스에서 낭만주의까지 다룬 1권에 이어 인상주의에서 추상주의까지의 예술 사조와 작가, 작품, 시대를 다루고 있으며 시기는 19세기 중반에서 1차대전까지이다. 1권이 신에서 왕과 귀족, 그리고 평민으로 예술의 주도권이 넘어가며 미술에 인간의 시대가 도래함을 다룬 것이라면 2권은 자본주의와 과학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모든 것이 흔들리고 인간이 소외되는 과정에서의 예술을 다룬 것이다. 때문에 제목이 위대한 고독의 순간들이 아닌가 싶다.

  이 시기는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시대가 매우 빠르게 변화한다. 때문에 모든 가치관과 정체성에 흔들리게 되었고 그에 따라 예술도 사조가 상당히 빠르게 변화한다. 19세기 중엽에서 1차대전까지는 근대의 형성기다. 벨에포크와 데카당스의 시기이자 새로운 희망의 20세기와 그와 반대인 절망적 전쟁이 일어난 극단의 시기다. 근대 사회 인간은 마침내 신분과 종교의 속박에서 자유로운 개인이 되었으나 반대급부로 이젠 개개인이 자신이 무엇이 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스스로 정해야하는 혼란의 시기였다. 

 20세기 과학의 발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낙관론을 발전시키기도 했지만 반대 급부로 서구 이외 외 지역에 대한 식민지 착취와 폭력, 자연에 대한 착취가 이뤄졌다. 개개인은 더 이상 사회의 관행에 순응하지 않았으며 그에 따라 통상적 여성상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었다. 그래서 팜파탈이 예술의 주 소재가 된다.

 

1. 라파엘전파, 바르비종파, 리얼리즘, 인상주의, 신인상주의

 라파엘 전파는 산업화 이후 부르주아 문화의 속물성에 저항하며 라파엘 이전의 가식없는 미술로 회귀하자는 주의다. 디테일을 중시한 사실주의적 그림이 이들의 특징이다. 바르비종파는 파리 근교의 바르비종에서 활동한 풍경화가들을 가르킨다. 이들은 자연광에서 자연을 직접 관찰하여 그리는 것을 선호했고 자연을 그리는 새로운 감수성과 방식을 가졌다. 리얼리즘과 인상주의로 넘어가는 가교 역할을 했다. 리얼리즘은 혁명 이후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모습을 진실하게 기록하는 것을 중시하는 사조와 미술과 문학에서 동시 등장했다. 기존의 관점에서 보면 고사하지 못한 주제와 소재도 편견없이 예술로 가져와 다뤘기에 이후 예술의 방향을 결정적으로 바꾼다. 인상주의는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색채 속에서 자연 묘사를 중시하는 예술가 그룹으로 그와 더불어 파리 시민의 삶을 미술의 주제로 삼은 본격적 근대 미술운동이다. 하지만 편견없이 눈앞에 보이는 현상을 묘사하는 객관주의는 결국 개인의 순간적인 경험에 의존하는 주관주의로 전환되는 모순을 야기하기도 했다. 신인상주의는 인산주의의 경험적인 리얼리즘에 반발해 고적주의적 정신을 부활시키고자 하는 사조다. 점을 찍어 표현하는 점묘파가 대표적이다. 

 19세기 영국은 빅토리아 여왕의 시대로 그야말로 명암이 분명한 시기였다. 산업혁명과 제국주의로 나라로 과도한 부가 들어오고 있었으나 어린아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노동에 동원되고 착취되어 성년이 되기도 전에 죽음을 맞았고 템스강은 죽음의 강이 되었다. 또한 도덕적으로는 금욕의 시대였지만 그 어느때보다 사창가가 번성했고 식민지에 대한 착취가 정당화된 모순의 시기였다. 

 이런 시기 밀레는 전통적 삶이 남은 시골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밀레는 당시 주류 아카데미와 반대의 길을 걸었는데 그들은 신화나 역사의 인물을 주로 다뤘다. 반면 밀레는 평범한 시골의 사람들을 그렸다. 이는 사람들의 요구와도 다소 부합되었는데 산업화와 도시화로 사람들은 자연에 대한 향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순되게도 시골의 사람들이 주인공이기보다는 배경이기를 원했는데 밀레가 다룬 시골의 농민들은 마치 영웅처럼 그림의 주인이었다. 이런 점 때문에 당대 프랑스인들은 밀레의 작품에 불편함을 느꼈고 미국에서 인기가 좋아 현재 밀레의 작품 다수는 미국이 소장하고 있다. 반 고흐는 이런 밀레의 시골 배경 작품에 큰 영향을 받았다. 

 구스타프 쿠르베는 미술사에서 탄생과 죽음에 대한 태도변화를 가져온 인물로 꼽힌다. 그는 오르낭의 장례식을 그리며 진행하는 사제는 권태스럽고 냉정하며, 이해관계를 다지는 듯한 사람들, 하늘을 잘라낸 듯 그림을 길게 그려 지상의 문제만을 강조하는 그림을 그려냈다. 

 에두아르 마네의 올램피아도 당시 큰 비난을 받았다. 일단 올랭피아란 이름 자체가 당시 매춘부의 흔한 이름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과감히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으며 전통적인 여신처럼 8등신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 인간의 몸을 갖고 있었다. 이는 예술을 관람하는 남성 관객들에게 자신들의 더러운 현실을 마주하게 하는 불쾌감을 안기게 된다. 마네는 이처럼 더러운 현실을 비판하고 그대로 드러내어 직시하게 함을 물론이고 누드는 비너스로만 표현되던 회화의 관행까지 같이 전복시켰다. 

 드가는 발레리나와 여가수 등 여성을 매혹적으로 많이 그려낸 화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평생 독신이었고 인간혐오 염세가였다. 그가 이런 것은 인간의 마뜩지 않은 감정을 읽는 눈이 있었기 때문이다. 드가가 갈던 시기는 영웅이 아닌 범인의 시대였고 자본주의의 등장으로 필요의 경제에서 욕망의 경제로 이행하는 시기였다. 1852년 몽마르셰 백화점이 등장하고 중산층 부인의 소비가 증가한다. 당시 여성에겐 거의 모든 것이 허용되지 않았는데 그나마 가능한 게 소비활동이었다. 평범한 일상사가 예술의 주제가 되면서 거대담론에 가려진 다양한 인간사가 의식되고 시민사회의 속물성과 부조리를 드러내는 갈등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그럭저럭 잘 굴러가면서 많은 시민들이 권태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드가는 이 만성적 권태를 회화로 잘 표현했다. 압생트 마시는 사람들이나 자두 브랜디 등의 작품에 권태로운 표정이 묻어난다. 

 과거 회화는 그 주제가 신화, 중교, 역사로 검증받은 내용이었다. 그리고 원근법과 비례등의 장치도 그림은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의 전제는 세상에는 신이 하나이고 진리도 하나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관행에 마네는 의문을 제기했고 미술의 낡은 상상의 질서를 해체했다. 그리고 그림에 담아야할 내용과 그리는 형식에 대해 선입견 없이 자연을 그대로 그리고자 한 것이 인상주의다.

 따라서 모네 같은 인상주의에서는 루앙대성당을 그릴 때 여러 장면을 그리게 된다. 매 순간의 변화가 진실이기 때문이다. 모네는 수련 연작을 그리면서 마지막에는 하늘과 물의 구분이 사라지고 물과 수련의 구분도 사라지는데 이는 서양의 전통적 이분법을 넘어선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이런 인상주의의 방식은 매순간을 그려야 한다는 불가능한 인상의 함몰로 이어지게 되었으며 그래서 인상주의는 훗날 상징주의와 추상화로 이어지게 된다. 

 모네는 눈앞의 생생한 현장을 캔버스에 옮긴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조르주 쇠라는 이 과정을 하나로 체계화, 과학화, 방법화 하려 시도한다. 대부분 인상주의자는 순간의 인상이 중요해서 구상을 위한 스케치를 거의 하지 않았으나 쇠라는 대충 스케치를 하고 공간 배경을 확정하고 인물 없이 배경을 그리고 이후 인물을 그려냈다. 쇠라 이전엔 색을 혼합했지만 그는 점묘법으로 혼합하고자 하는 색들을 점으로 주변에 배치해 혼색의 효과를 드러냈다. 이런 분학주의는 인상주의를 과학 체계화하고자 하는 시도였으며 쇠라는 색조, 색상, 선의 대위로 그림을 체계화하였다. 


2. 후기 인상주의, 아르누보

 후기 인상주의는 세잔, 반고흐, 고갱을 지칭한다. 하지만 이들은 형식상의 공통점은 없었고 인상주의 이후 현대미술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르누보는 새로운 예술이라는 뜻으로 회화, 조각, 건축의 분리는 기초로 하는 시스템이 반발해 공예를 포함한 종합예술을 지향했다. 기존의 역사적 양식을 모두 거부하고 동양적, 장식적 성격을 갖는다. 

 세잔은 매일 아뜰리에에서 그림을 반복적으로 그렸다. 그리는 소재도 제한되 사과와 정물, 생트빅투아르산과 고향 액상 프로방스의 풍경만을 그렸다. 사람도 주변 인물만을 제한적으로 그렸다. 세잔은 확정된 진리의 모방으로써의 미술을 거부한다. 세잔은 사과의 신화, 실용적 목적을 모두 걷어내고 사과 자체를 바라보는 시도를 한다. 즉, 감각을 기록한 것이다. 그래서 세잔은 세세히 그리지 않고 사과를 바라 보았을 때의 감각을 상기 시키는 정도로만 된다는 생각으로 그린다. 세계는 풍교롭고 광대하며 아름다우나 이를 표현하는 화가의 재료는 유한하다. 하지만 그중 가장 무한한게 색채다. 그래서 세잔은 색채를 다양화하며 비슷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비슷한 것을 꾸준히 그려나간다. 

 종합예술을 지향한 아르누보는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을 발전시킨다. 당시는 세기말과 벨에포크라는 두 얼굴의 시대였고 소비의 활성화로 광고라는 새로운 창이 열렸다. 알폰스 무하는 광고에서 스타로 유명세를 떨친다. 광고는 불특정 다수에 호소력을 가져야 했는데 이것이 대중성이다. 소비는 욕망의 대중화와 욕망의 민주화를 가져왔다. 이것은 진정한 세속화의 길로 중요한 것이었다. 소비는 이제 더 이상 과거처럼 특권적 행위가 아닌 유행에 따르는 대중적 행위가 되었다. 하지만 무하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이것을 느꼈지만 그의 조국 체코는 동유럽의 식민지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는 민족주의자이면서 코스모폴리탄이었으며 이를 위해 조국으로 돌아가 헌신한다. 


3. 나이브 아트, 야수주의, 입체주의, 미래주의, 표현주의, 추상미술, 아방가르드

 야수주의는 입체주의의 주지주의와 대조적으로 주정주의적 성격이다. 표현주의에 영향을 미쳤다. 입체주의는 하나의 시점은 원근법을 파기하고 다시점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재구성하고자 했다. 미래주의는 기계 문명에 대한 찬양, 역동성과 속도감을 새로운 미의 기준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전쟁찬양과 여성멸시, 파시즘 스캔들을 야기했다. 표현주의는 르네상스 이후의 사조인 자연의 재현보다는 인간의 내적 상태를 구현하고자 했다. 감정의 직접 표현을 위해 형태의 왜곡과 과감한 색채를 사용했고 청기사파, 다리파, 신즉물주의 등의 독일 미술의 주요 특징을 이룬다. 추상미술은 눈에 보이는 자연과 사물을 묘사하지 않는다. 칸딘스키의 추상미술,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몬드리안의 신조형주의가 해당한다. 아방가르드는 군사용어로 첨병이라는 뜻이다. 전위 예술로 관습을 타파하는 혁신적 예술을 지칭한다.  

 정제된 쾌락주의는 앙리 마티스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베르그송은 인간의 지성은 진화의 최고 산물이지만 창조적 진화를 인식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인간의 본능이 생명과 근본적으로 공감할 수 있기에 지성에서 해방된 직관만이 이를 통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런 베르그송의 철학은 비지성적, 직관적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마티스의 특징은 단순함에서 오는 힘과 명징함에서 오는 원숙함이다. 당시 화가들은 음악의 조화로움 때문에 음악을 미술로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가 많았다. 그 조화 방법 중 하나가 색채인데 마티스는 초록, 주황, 청색, 갈색 등의 단순한 색채를 사용했다. 마티스는 색채와 관련한 모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하였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은 여성의 참정권 요구와 매독등의 공포로 팜파탈이 등장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항으로 순종적인 여성인 팜마르질 모두 팜파탈과 더불어 남성을 기준으로 여성을 바라 본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쟁으로 남성의 생산력에 의존하지 않는 직업을 가진 여성이 등장한다. 독일의 케터 콜비츠는 시대의 아픔과 정신적인 고통을 육체의 언어로 번역한 예술가다. 표현주의 화가들이 대개 소외감이나 근원에 대한 갈망 등 개인 내면에 천착했다면 콜비치는 사회적 이슈를 대상으로 삼았다. 

 말레비치는 검은 사각형을 그렸다. 그는 작품을 전시장의 동쪽에 전시했는데 이는 러시아 전통에서 동쪽 모서리에 이콘화를 설치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것은 이 그림이 일반적 그림이 아니라는 의미이며 검은 사각형은 절대주의의 신호탄이 된다. 그는 3차원 공간의 대상세계가 진실이 아닌 환영이고 세계의 참된 실재를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말레비치는 예술가는 순수한 느낌의 절대적 우위를 가진 존재로 모든 대상적 사상에서 해방된 우주적 운동을 경험하고 이를 대상 세계와 아무 연관 없이 순수한 기하학적 형태의 색면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칸딘스키는 자연 그래로의 감정을 표출하는 표현주의와 표면적인 일상만을 다루는 리얼리즘, 인간 내면의 힘을 일깨우지 못하는 탐미주의 모두 낡은 것이라 보았다. 그는 예술이 그동안 잊힌 정신적인 것인 인간의 내적인 필연성에 따라서 영혼의 상태를 드러낼 수 있는 그림을 그려야 하는 시대라고 칸딘스키는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음악을 참조한다. 칸딘스키는 회화를 인상, 즉흥, 구성으로 구분한다. 인상은 외부 자연의 즉흥적 느낌으로 재현적 요소다. 즉흥은 즉흥적인 정서적 반응으로 무의식, 자연발상, 내재적, 비물질적인 것이다. 구성은 오랜 기간 준비와 예비를 통해 탄생하는 궁극적 예술이다. 그의 구성에서 대상은 사라지고 주체가 파악한 세상의 모든 요소를 조화롭게 재배치하여 완전한 추상에 도달하고자 하였다. 

 몬드리안은 말레비치, 칸딘스키와 다소 다른 길을 갔다. 말레비치는 현실과 단절하고 4차원의 세계로 나아갔다면 칸딘스키는 인상, 즉흥, 구성의 세 단계를 통해 세상과 가깝고 멀어지는 영혼의 상태를 구현하고자 했다. 이들은 방법은 다르나 주체가 세상을 어떻게 수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보았다. 몬드리안의 추상은 현실에서 본질을 추출하고자 했다. 몬드리안에게 색채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는데 빨강은 인간의 육체, 노랑은 이성, 파랑은 영혼을 의미한다. 그는 이들을 조화시키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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