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로 요리한 경제 이야기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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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가 나온 지 거의 10년 만에 그의 다음 책이 이번에 나왔다. 경제학 레시피가 제목인데 경제학을 요리법에 비유한 것 뿐만 아니라 정말로 여러 식자재의 역사와 그와 관련한 경제학 개념과 의견을 제시하는 형태로 책이 펼쳐진다. 장하준 교수가 외국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다 보니 한국 사람인데도 영어로 책이 발간되어 이번에도 번역된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인의 책임에도 외국인 같은 느낌이 드는 묘한 맛이 있다. 

 그는 우선 경제학이 신고전주의 학파 일변도로 가는 것에 대해 과거처럼 우려를 표명한다. 1970년대만 해도 경제학에는 매우 다양한 학파가 존재했으나 1980년대 들어 신고전주의 학파 일변도로 변했으며 그들은 과거 학파를 깡끄리 무시하거나 그들의 사상을 일부 흡수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장하준이 보기에 이는 매우 건강하지 못한 사태다. 

 왜냐하면 경제학은 인간의 정체성은 물론 사회에도 영향을 강하게 미치기 때문이다. 그 시대의 경제 사조는 정부의 세금, 복지 지출, 노동 시장 규제 정책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경제학 사조가 정의하는 인간 상도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가령 신고전주의 학파는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 규정하는데 행동주의 학파는 보다 복합적으로 파악한다. 

 세계 경제는 현재 서부유럽과 극동아시아가, 북미대륙이 성공적으로 산업화하였고, 열대지역과 이슬람지역이 산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적지 않은 편견이 있는데 열대지역은 강한 태양에너지로 인해 먹을 것이 넘쳐 게으로고 이슬람 역시 전근대적 종교로 산업화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이다. 그리고 극동아시아는 근검, 절약, 강한 교육열을 가진 전통을 지녀 산업화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슬람은 르네상스 이전까지만 해도 수학이나 과학 분야에서 유럽을 압도했다. 법학과 수학, 과학이 발달했고 그 증거로 알코올, 알칼리, 알제브라, 알고리즘 등의 현대 용어가 이슬람에서 유래했다. 이슬람의 창시자 마호메트는 상인 출신이기에 그들은 상인계급을 우대하였고 계약법을 중시했다. 또한 이슬람은 아시아나 유럽과는 달리 계급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모두 하나 같이 경제적 발달에 상당히 유리한 문화적 요소다. 열대지역도 마찬가지다. 열대지역은 게으르다는 편견이 있지만 실제 열대 지역 사람들의 근무 시간은 현재 선진 사회를 훨씬 상회한다. 이들은 노동간도와 기간 마저 긴데, 이는 늦은 생산성과 급여로 이렇게 일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기 때문이다. 

 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은 편견과는 달리 유럽인들의 초기 기록에 의하면 게으르고 시간 관념이 부족하며 자유분방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한국의 교육열인 높은 것은 유교적 전통이 아닌 토지개혁으로 인해 모두가 교육에 의한 신분상승이 가능해져서이고, 공학과 과학 계열의 선호는 그 분야에 군 혜택을 주거나 자금등의 혜택을 몰아주고, 국가 주도의 산업화로 해당 분야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서이다. 또한 높은 저축률은 급속 성장으로 소비가 소득을 미쳐 따라잡지 못한 것과 국가가 담보대출과 소비자 금융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또한 공장식 학교 교육으로 근면성과 애국주의가 학습된 것도 요소다. 

 미국은 노예로 일어선 국가다. 미국은 노예의 노동력을 통해 목화와 담배를 재배했는데 산업화 이전 19세기 미국에 이는 주력 상품이었다. 미국은 여기서 벌어들인 돈으로 선진화한 유럽의 기계와 기술을 수입하여 산업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또한 노예는 자본의 수단이기도 했다. 미국에서 노예는 담보대출의 수단이 되었는데 이를 통해 미국의 산업자본이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한편 인근의 아이티에서 노예 혁명이 일어나 처음으로 해방국가가 되었다. 아이티의 사탕수수 지주들은 미국 루이지애나로 피신하였는데 이후 여기는 전 세계 사탕수수의 25%를 재배하는 지역으로 거듭나게 된다. 한편, 아이티에서 망신을 당한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루이지애나 주를 포함한 광대한 지역을 미국을 팔아 넘겨 미국은 순식간에 영토가 2배로 늘어났고 멕시코와의 전쟁을 통해 다른 지역마저 강제로 헐값에 구매하게 되며 지금의 영토를 확보하게 된다. 

 호밀은 튀르키예에서 유래한 것이다. 척박한 북쪽에서 잘 자라기에 북유럽 국가의 대표 식품이다. 러시아가 가장 많이 호밀을 소비하며 1인당 소비량이나 1위 수출국은 폴란드다. 하지만 호밀생산량 전 세계 1위는 독일이다. 독일은 비스마르크 시절 영국에 밀리는 자국 중공업과 미국에 밀리는 농업을 보호했다. 그리고 비스마르크는 사실상 인류 최초로 복지국가를 수립한다. 1883년 공공의료보험, 1889년 공공연금제정이 그것이다. 복지국가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대비해 시민 모두가 공동구매하는 사회보장 상품이다. 복지국가의 중요한 점은 그 국가의 시민이 모두가 동일한 보험 패키지를 대량구매하여 싸게 얻는 다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수준이 낮은 미국 시민은 비슷한 소득 수준의 유럽 국가의 시민에 비해 40에서 250%비싼 의료비를 지출한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건강수준이 낮아 평균수명이 낮다. 복지국가는 자본주의 체제가 경제적 역동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초래되는 개인들의 불안을 해결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유럽의 대항해시대에는 유한책임회사가 최초로 등장한다. 그 전엔 무한책임회사가 보편적이었는데 그래서 대항해시대 문제가 발생한다. 당시의 항해는 성공하여 향신료를 싣고 오기만 하면 수십배의 이문을 남겼지만 실패할 경우 투자금은 물론 보상으로 전재산을 날리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투자한 만큼만 책임지는 유한회사가 등장하였고 이는 향후 더 큰 자본이 필요한 중화학 공업으로도 이어져 현대 자본주의의 기틀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엔 문제가 되고 있다. 금융제재의 완화로 주식을 매우 쉽게 처분할 수 있게 되면서 1960년대만 해도 5년에 달하던 주식 보유 기간인 지금은 1년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주주친화적 경영을 위해 극도로 기업 이윤을 주주에게로 돌리게 되었다. 198년대 기업 이익의 50%정도가 주주에게 돌아갔다면 지금은 무려 95%에 달한다. 이는 기업의 유보이윤을 고갈시켜 장기투자능력을 상실하게 한다. 이는 경제 전체는 물론 국가의 발전에 바람직하지 못하다.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 저자는 향후 주식 보유 기간을 길게 유도하기 위해 2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경우 1주 1표에서 1주 2표로 해주는 방안을 제시한다. 또한 주주권한을 제한하고 기업의 이해관계자인 노동자와 하청기업, 기업이 소재한 지역 지방정부의 관계자를 경영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을 보며 장하준 교수가 이토록 요리와 여러 식자재에 박식하구나라는 생각과 이를 자신의 전공에 맞게 각국의 경제학 역사 및 개념과 연결시키는 부분이 재밌었다. 다양하고 유익한 상식이 많은 책이어서 경제학 외에도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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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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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책의 종류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아마도 분명히 문학일 것이다. 소설이든 시든, 수필이든 문학은 가장 사랑을 받았을 것이고 인공지능마저 문학을 창작할 미래에도 이는 마찬가지 일 것이다. 언젠가 인공지능도 자신이 또는 인간이 만들어낸 문학을 보며 이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책 '문학이 필요한 시간'을 보면서 나한테 문학이란 뭔지, 내가 왜 문학을 보는지 생각해봤다. 난 책을 꾸준히 보는 편이지만 문학과 지식으로 책의 주제를 아주 거칠게 두 개로 나눈다면 단연 나의 관심사와 분야는 '지식' 책 쪽이다. 매년 약간의 변동은 있지만 읽은 책의 70-80%는 항상 지식 책이 차지한다. 분야는 과학과 교육, 사회, 지리, 경제, 역사, 예술, 철학 등의 순이지만 사실 분야는 잘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보려고 한다. 

 내가 지식 책을 편식하는 이유는 세상에 대한 궁금증과 그것을 알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주로 영감을 얻는 분야는 우주와 진화, 지리를 다룬 책들인데 인간을 설명하는 근원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지식 책을 읽을수록 아쉬운 점은 경제학의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처럼 영혼을 뒤흔들거나 머리를 도끼로 깨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들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처럼 지식 책이 주는 효용은 상대적으로 분명한데 비해 문학은 개인적인 측면에선 아리송하다. 문학을 보면서 느낀 개인적 효용은 아무래도 재미였다. 책을 읽으면 작가가 만들어낸 인물과 이야기, 그것을 둘러싼 세계관에 빠져들었고 간혹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읽는 경우도 있었다. 천명관의 '고래'나 '삼체', '7년의 밤' 같은 소설이 그랬다. 그리고 현실이나 과거의 세태를 비판하는 책들도 나름의 재미를 주었다. 문학이 필요한 시간의 저자도 그렇고 문학을 좋아하는 몇몇 분들은 아름다운 문장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사실 문학을 많이 보지 못한 지라 그런 느낌은 많이 받아 본적은 없다. 물론 대단히 멋진 표현이고 많은 것을 담아냈으며 날카롭게 인생사를 파악한다는 느낌의 문장은 더러 본적은 있지만 내가 그런 것들에게 아름답다란 느낌을 받으려면 개인적 노력이 더 필요하단 생각이다.

 그래도 문학이 필요한 시간은 아름다운 문장이 제법 많았다. 문학을 보면서 이런 감수성과 생각을 할 수 있구나란 점에서 많이 배웠다. 볼만한 책들의 추천도 좋았다. 내가 본 것들은 조금 있었고 봤지만 보면서 저자 같은 관점과 생각은 미쳐 갖지 못했기에 새로운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나는 문학을 통해 내 안의 잃어버린 가능성과 만난다."라는 표현이 좋았다. 누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이 한 번쯤 가고 싶었던 길을 버린 적이 있다. 특히 어릴적에 그랬기에 더 가슴에 남는데 문학으로 그 가능성을 다시 지펴보는 것. 대리 만족이든 아니면 다시 불을 지펴주는 것이든 문학은 그런 기능을 하는 것 같다.

 "문학 작품 속의 문제적 개인은 단순히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다라는 표현도 인상 싶었다. 나와 비슷한 문제적 개인을 책에서 만나면 왠지 너무 부끄럽고 피하고만 싶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작가가 그런 개인을 등장시키는 것은 그런 개인의 아픔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다. 때문에 이런 표현은 정말 정곡을 찌른단 생각이다. 

 "착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도 누구에게든 상처를 입힐 것 같지 않는 사람조차도 끝없이 잘못을 저지르며 살아간다. 그것의 생의 본질적 조건이다"라는 표현에선 반성을 하게 되었다. 제 아무리 자기 성찰 지능과 대인관계 지능이 높아도 개인은 타인이 될 수 없기에 어떻게든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문학은 그런 다양한 개인과 상황을 접해서 그런 상상력을 넓혀준다. 그렇게 개인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며 내가 주는 상처를 줄이고 받는 상처에 대한 내성을 문학을 키워주지 않을 까 싶다. 

 이 책은 소개한 표현 외에도 좋은 문장과 소개하는 괜찮은 문학 작품이 있다. 책에 나온 표현을 곱씹어 보며 관련 책을 보는 것도 좋을 겉 같다. 나는 '소유의 문법'과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보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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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페스토 Manifesto - ChatGPT와의 협업으로 완성한 'SF 앤솔러지'
김달영 외 지음 / 네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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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4.13일 KBS 다큐 인사이트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주의 회차는 정말 재미있었는데 소재가 바로 챗 GPT를 이용해 국내의 소설가들이 SF소설 단편 모음집을 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챗 GPT를 대부분 처음 접하였는데 초기의 반응은 대부분 놀라움이었다. 하지만 소설을 만들어가면서 챗 GPT가 사실 한 방에 소설을 길게 쓰진 못하며,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뭔가 독특한 문체를 만들어내진 못하고, 여러 개의 주제나 인물, 사건은 쉽게 많이 만들어 내나 개성있는 한방은 만들지 못한다는 점을 이구 동성으로 지적했다. 바로 이 점이 인간 작가가 챗 GPT를 이용해 채워나가야 하는 부분이었다.

 책 '매니페스토'는 그렇게 발간되었다. 심지어 이 책은 표지도 인공지능이 만들었다. 작가들의 소설 내용과 구성의도를 입력하고 그에 따라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여러 표지를 편집진이 고르는 장면이 다큐 인사이트에 나왔다. 하나같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었지만 편집자들은 너무 무난해서 이것다 하는게 없어서 고르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책 내용으로 돌아가면 이 책의 단편은 무척 재미나진 않다. 일단 내용이 실험적이어서 그런지 너무 짧은 편이다. 읽을 만 하면 대부분 끝인데 7편의 단편집이 모두 그렇다. 그래서 소설 한 편당, 작가들이 챗 GPT를 어떻게 활용하여 소설을 완성해나갔는지가 매 단편 바로 뒤에 수록되어 있다. 즉, 단편 7개와 챗 GPT를 통한 소설 구성장면 7개가 책에 수록되어 있는 셈이다. 챗 GPT를 활용하는 방법은 작가가 주제를 어떻게 잡았는가 그리고 작가가 어떤 활용능력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졌다.

 하지만 공통점은 챗 GPT가 써내는 분량자체가 짧아 여러 차례의 작업 지시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특히, 챗 GPT는 특정 인물이나 사건은 잔혹하거나 어둡게 써내는데 약점을 보였다. 아무래도 사회적 문제가 일어날 소지가 있어 개발사에서 차단한 듯 하다. 또한 어떤 이야기든 한 방에 써내는 분량이 적었는데 이 역시도 챗 GPT로 무언가를 길게 한 방에 생산할 경우 미칠 사회적 파장을 의식해 개발사에서 막아 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작가들은 큰 구성을 챗 GPT로 부터 얻거나 또는 원하는 구성이나 인물, 플롯이 나올때 까지 다른 명령을 내렸다. 이렇게 원하는 작업이 나올때까지 챗 GPT에게 명령을 구체적으로 다시 하달하고 정 안되면 작가가 채워 넣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역시 아직까진 그럴듯한 글이 나오기 위해서는 챗 GPT에만 의존할 수는 없고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순간이다. 작가들은 챗 GPT를 좋은 어시스턴트, 구조나 캐릭터를 빠르게 편성하는 사람, 분량을 순식간에 채워주는 사람 등으로 파악했다. 

 이 책의 시도는 매우 재밌고 의미 있는 것으로 작가들 처럼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챗 GPT를 잘 사용하면 모두 효율적이고 완성도 있는 글을 구성하는게 가능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글을 구성하는 능력이 매우 모자라다면 이와 같은 작업은 할 수 없고 챗 GPT의 글을 그대로 표절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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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교육혁명 - ChatGPT를 활용한 하이터치 하이테크 미래교육
정제영 외 지음 / 포르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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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11월 챗GPT3.5 버전이 출시되었다. 반향은 엄청나서 불과 5일 만에 사용자가 100만을 넘어셨으며, 이후 세계적으로 챗GPT를 이용한 여러 기사나 뉴스,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것이 컴퓨터와 인터넷의 충격, 스마트폰의 충격을 넘어설 만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실제 챗GPT를 써보면 그 능력에 충격을 받게 된다. 

 챗GPT는 거의 모든 분야에 이용할 수 있는데 당연히 교육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챗GPT 교육혁명'의 저자는 챗GPT가 교육의 여러 분야에 갖는 함의를 잘 분석하고 실제 사례를 자세히 책에 제시했다. 아직 챗GPT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교육에 어떤 파급력을 가질지 도무지 감이 없는 교육자라면 필독서가 될지도 모르겠다.

 챗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다. 글자 그대로 생성형 사전 학습 트랜스 포머인데 풀어서 말하면 사전에 방대한 글이나 책, 논문 등의 언어 뭉치를 빅데이터로 학습했고 이를 통해 비지도학습 형태로 인간의 자연어를 생성하는 학습을 한 인공지능이다. 트랜스 포머는 각 단어의 중요도를 결정하여 그에 따라 입력 시퀀스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즉, 방대한 양의 인간 언어를 학습 후 이를 자연어로 생성하는 연습을 한 후 트랜스포머 방식으로 단어를 자연스레 구성하는 인공지능이라는 것이다. 챗GPT는 놀랍게도 인간의 신경세포에 해당한다고 할 수 도 있는 파라미터의 수가 무려 1750억개인데 그래서 성능이 매우 대단하다. 다만 챗GPT는 단어수준에서 학습이 이뤄지고 언어를 구사하기에 맥락이나 문맥이 어색한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 

 저자는 챗GPT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인간의 역량을 제시한다. 

 우선 개인적 지식 기반의 판단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실제 문제해결능력, 창의성과 인문학적 상상력, 디지털 리터러시와 시민성, 자기주도학습 역량이다. 챗GPT역시 모든 것을 앉아서 떠먹여 주는 것이 아니고 챗GPT가 제시한 내용이 모두 옳고 편견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기에 이를 잘 활용할 인간의 능력이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나오게 되면 교육계에선 오랜 숙원인 개별 맞춤형 교육과 개별 학습과정의 분석이 가능해진다. 이는 개별화 교육을 실현으로 평균적 교육과 대량화 교육에 갇혀 있는 학교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부정적 측면도 존재한다. 우선 인공지능에 의한 학습은 고도로 자동화되어 인간의 중요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까지 자동화할 우려가 있다. 또한 인공지능이 정량적 정보에 익숙해 인간의 상호작용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고, 자동화 학습을 하는 경우 학습자의 창의성과 창조적 사고가 저해될 우려도 있다. 여기에 평가 상황에서 학습자가 인공지능을 악용할 우려가 있고 문해력 저하와 문제해결 능력의 저하, 더불어 기초지식에 의한 이해와 암기를 소홀히 할 가능성도 커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챗GPT를 활용한 교육은 가능성이 커 무시하기 어렵다. 챗GPT는 학생이 과제를 입력할 경우 분석하여 문법적으로 혹은 내용, 논리 상 틀린 부분을 잘 찾는다. 즉, 자동화된 채점 시스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학생 맞춤형 콘텐츠도 생성한다. 학생이 쓰고자 하는 글, 혹은 수준에 맞는 자료 제공이 가능하다. 또한 인터넷 강의에 대한 맞춤형 보조 지원도 된다. 학생이 강의를 들으며 모르는 내용을 챗GPT에 질문하여 보조자료를 얻어내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또한 학습 진도의 추적과 문제해결도 지원한다. 

 챗GPT는 현재 학교교육현장에도 활용이 거의 무궁무진하다. 학교 행정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간단한 수학여행 계획서나 체험학습 계획을 장소, 시간, 예산, 목적, 관련 교과 등을 구체적으로 입력해주면 그럴듯한 계획을 빠르게 편성해준다. 내용이 맘에 들지 않을 경우 같은 내용을 다시 물어보면 다른 대답을 해주며, 질문 자체를 보강한다면 답변도 보강된다. 

 여기에 교육과정이나 프로젝트, 단위 수업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학교의 비전과 학년의 비전을 입력하고 이를 실행할 방안의 프로젝트를 물어보면 챗GPT는 상당히 자세히 대답을 해준다. 여기에 수업의 목표를 입력하고 학생활동을 편성해 달라고 하면 그것 역시 해준다. 개인적으로 학교의 비전을 입력하고 이 비전을 실천할 만한 학년별 프로젝트를 연계성을 고려하여 3개 씩 편성해달라고 했는데 챗GPT는 이를 어렵지 않게 해낸다.

 인성교육 및 상담에도 챗GPT는 활용이 가능하다. 매일 교사의 지시를 어기고 폭력적이며 과잉행동장애가 있어 보이는 학생이 있다. 그리고 그 학부모는 자녀의 행동을 크게 문제 삼지 않으며 교사가 과민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이 학부모와 어떻게 상담하면 좋겠냐고 물으면 챗GPT는  가지 상담 방안을 알려준다. 학생의 문제 행태나 고민도 입력하면 답을 알려주는데 개인정보 유출은 되지 않는 것 같지만 주의하는게 좋겠다.

 평가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초등 4학년을 대상으로 곱셈 문제를 출제해 달라고 하면 실제로 출제해준다. 단순 문항 뿐만 아니라 조건을 자세히 넣어주면 평가장면도 자세해 진다. 또한 국어나 사회 같은 경우 지문이 필요한 경우도 많은데 역시 지문도 금방 만들어 준다. 심지어 코딩 문제도 만들어주는데 이 쯤되면 뭘 못하는지 궁금해지기 까지 한다.

 학생에게 챗GPT의 활용법을 알려주는 것은 고민이다. 챗GPT 홈페이지에서는 13세 이상에게만 이것의 활용을 가르치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한국엔 챗GPT에 대한 교육 가이드 라인이 없는데 빨리 나올 필요성이 있다. 책에 나오는 우려처럼 챗GPT 활용의 조기 학습은 학습할 필요성과 기초기본, 문제해결능력 등을 저해할 우려가 있고, 과제형 평가의 경우 악용될 우려도 높다. 하지만 기초기본을 갖춘 일정 나이 수준 이상의 학생이라면 가르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안 그래도 갖가지 변화로 시대를 따라가기 어려운 교육계에 또 다른 큰 숙제가 던져진듯 하다. 하지만 도움이 많이 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챗GPT를 빨리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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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국가의 탄생 - 검찰개혁은 왜 실패했는가? 서해문집 사회과학 시리즈
이춘재 지음 / 서해문집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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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 이 맘 때 문재인 정권은 그야말로 꽃길을 걷고 있었다. 촛불 혁명으로 인한 탄핵 정국 속에 탄생한 정권은 사실상 외교 공백 상태이던 상황에서 힘든 상대 국가들을 잘 조율해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북한과의 관계도 상당 부분 회복했었다. 북한과는 조만간 종전 선언이라도 나올 분위기였고 이로 인해 대통령의 지지율은 2년차 임에도 무려 80%에 달했다. 이어진 지선과 총선에서도 압승해 '뉴노멀'이란 단어와 민주당 20년 집권설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그랬던 그들은 자신들이 임명했던 검찰총장 윤석렬에게 뒤통수를 맞아 그에게 대권을 5년 만엔 내주고 당 대표가 수십 차례 압수수색을 당할 정도로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책은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이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소홀이 했다 이 지경에 이른 것으로 판단한다. 책은 문재인 정권과 윤석렬을 비롯한 검찰의 과거 행보를 나란히 보여주며 현재에 이르게 된 과정을 보여준다. 촛불 혁명 당시 여러 적폐에 대한 청산요구가 들끓었지만 그중 특히 사람들이 주목했던 것은 검찰개혁이었다. 당시 검찰은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김학의를 무혐의 처리했고, 정윤회 사건,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건, 이명박 다스 사건 등 누적된 비리로 무능으로 국민적 반감을 크게 사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첫 개혁은 검찰 개혁이 아닌 그들을 이용한 적폐 청산이었다. 물론 박근혜와, 이명박 정권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문재인 정권 집권 이전부터 시작되었지만 정권이 바뀌었어도 그 양태가 변함이 없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를 용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박근혜의 탄핵에는 상당수 보수당 의원들도 참여했었는데 이들은 적폐 수사의 대상으로 전환되면서 사실상 문재인 정권과의 협치는 물 건너 가게 된다. 

 사실 검찰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숙원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에 사상 최대의 자율권을 부여했음에도 막강히 저항했고 정권이 넘어가자 그를 무자비하게 사정하여 죽음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개혁에 대한 강한의지와 한 번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집권초기부터 강한 여론을 등에 없고 이를 실시해야 함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적폐 세력에 대한 청산에 대한 욕구가 더 컸었던 듯 하다. 특히, 친노 친문 계열엔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명박은 반드시 심판받아야 하는 대상이었다.

 박근혜와 이명박 일당이 마무리 되자 검찰의 다음 대상은 사법부였다. 국정농단에 사법부가 연루되어있었던 것이다. 당시 양승태 대법관은 박근혜 정권과 사법 거래를 하였다. 일본 강제 징용 노동자에 대한 판결을 해결해주기로 한 것. 박근혜 정권으로선 아버지가 행했던 한일 협정을 안정적으로 계승하고 일본과의 위안부 협의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윤석렬 검찰에게도 이런 비리는 좋은 기회였는데 사실상 검찰의 유일한 대항마라 할 수 있는 사법부를 초토화시키고 길들일 수 있는 찬스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 명의 전직 대통령 그와 연루된 한국 최고의 기업 총수, 사법부마저 주무른 윤석렬 검찰의 힘은 역사상 최대가 된다. 이런 큰 수사를 위해 문재인 정권은 검찰 조직을 증대했고 수사의 편의를 위해 윤석렬이 원하는 인사를 실시해주었다. 즉, 검찰은 역사상 가장 막강해지면서도 가장 한 명의 입맛에 맞게 조직이 장악되고 만 것이다. 

 이렇게 적폐 청산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자 집권 3년차에 문재인 정권은 검찰 개혁을 시도한다. 학자 출신인 조국과 적폐 청산을 열심히 마무리해준 윤석렬이라면 이 모든 게 이뤄질 것이라는게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윤석렬에 대한 경고와 반대가 충분히 있었다. 그가 생각만큼 검찰개혁에 적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반대에 가까우며 측근에게만큼은 그다지 공명정대하지도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경고에도 대통령은 잘못 판단한다. 잘못 판단한 것에 대해서는 조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생각만큼 깨끗하지 못했고, 민정 수석으로 있으면서 13명의 차관 급이 인사 청문회에서 낙마하는 등 윤석렬을 비롯해 인사 검증에 미숙했다. 

 이는 검찰개혁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기존 생각과도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검찰 개혁은 정권 초기에 강하게 여론을 등에 없고 해야 하며, 검찰 개혁의 적임자 역시 매우 깨끗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모두가 어그러진 것이다. 알고 있는 것처럼 조국은 이 일로 인해 윤석렬에 의해 멸문지화에 가까운 고통을 겪게 되고 대통령의 지지율도 처음으로 부정여론보다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일에도 민주당은 총선에서 압승한다. 다시금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조국의 후임인선이 쉽지 않았다. 조국을 압살한 윤석렬의 서슬이 퍼래 많은 인사들이 고사하였고 거의 유일한 대안은 추미애 장관이었다. 추미애 장관은 5선 의원에 당대표까지 지낸 중진중의 중진이어서 사실 장관보다는 총리에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판사출신에 사법연수원도 윤석렬보다 한참 선배로 그를 누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로 보였다. 

 이렇게 장관이 바뀌지만 이어지는 것은 추-윤 갈등이었다. 초기 추미애는 인사로 윤석렬을 눌렀지만 법기술자인 윤석렬의 저항으로 각종 소송에서 절차 상의 이유로 패소 하며 위기에 몰린다. 또한 윤석렬을 누르는 과정에서 검찰 조직내의 전체적인 반발을 사게 되어 사실상 검찰 개혁 동력이 상실된다. 추미애와 윤석렬의 갈등은 마치 정권이 내로남불하는 것처럼 여론에 비춰졌다. 윤석렬이 대선과정에서 공정과 상실을 그토록 내세울수 있었던 이유다. 

 여기에 부동산 폭등은 정권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은 검찰 개혁 같은 것 보다는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한 욕구가 더 컸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역사적 아쉬움은 사상 초유의 정치경력이 부족한 대통령의 탄생으로 이어졌으며 행정부의 주요직이 모두 검찰출신으로 장악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저자는 이것이 민주주의의 위기이며 약자를 옹호하지 않고 정치적 타협을 모르는 검찰조직에 의해 운영되는 정치가 성공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한다. 즉, 지금의 검찰정권은 무능하고 시대착오적이었던 진보정권이 실패가 낳은 부산물이라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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