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부부 범죄
황세연 지음, 용석재 북디자이너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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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연애 때만 해도 알콩달콩 너 없이는 못 산다고 고백하던 사이가 결혼을 하면 너 때문에 못산다는 상황으로 돌변하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로 헤어지기가 싫어서, 너무 사랑해서 결혼한 사이인데, 왜 몇 년이 안돼서 서로의 존재에 고통을 느끼는 사이가 되는 걸까?

인간은 변한다. 사랑은 변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 무엇을 하든 마냥 예뻐 보였던 아이가 애물단지로 변하는 것,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던 신형 자동차, 핸드폰 등이 시간이 지나면 바꾸고 싶어지는 것... 이 모든 것이 누구의 문제인 것일까? 아니 문제가 맞긴 한 걸까?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지금의 나는 어떨까? 우선 내가 첫 문장에 "결혼 전"이라는 단어를 붙인 걸 보고 이미 짐작이 갈 테지만 나 역시 퇴근이 늦는 남편이 보고 싶어 눈물을 흘리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물론 퇴근이 늦는 남편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화가 나고, 짜증이 나서 말이다. 살아보니 그럴 수밖에... 내 마음도, 내 외모도 변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버럭버럭 소리도 지르고, 때론 욕도 내뱉는다. 등짝 스매싱도 가끔 한다.

책 속에 부부들도 그렇다. 처음부터 죽이고 싶을 정도로 서로가 싫었다면 아예 결혼을 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들도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서로 사랑의 밀어를 속삭일 때가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들은 상대를 죽이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뿐 아니라 실행에 옮긴다. 물론 범인이 본인이라는 것을 감추기 위해 고민을 거듭한다. 고약한 반전은 없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지기는 한다. 가령 결혼에서 무덤까지라는 작품을 보자면, 치매에 걸린 아내 하정이 등장한다. 70대의 그녀는 치매 환자다. 다시 정신이 돌아왔을 때 남편 세현은 골프채에 머리를 맞고 사망해 있었다. 자신이 누군지조차 모르는 그녀는 옷 주머니에서 편지 한 장을 발견한다. 바로 정신이 온전했을 때 만든 남편 살해 계획서다. 세현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이진영. 세현은 하정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그녀와 바람을 피웠다. 그리고 그녀와 영상통화를 하는 장면은 하정이 설치한 도촬 영상에 담겨있었다. 귀가 어두웠던 세현이 소리를 크게 하는 바람에 영상에는 진영과 세현의 대화가 전부 녹음되어 있었다. 결국 하정은 칼을 빼든다. 남편을 죽이고, 남편의 전화로 진영을 집으로 불러낸 후, 하정이 만든 장치로 인해 집에 불이 나는 상황까지 미리 계획해둔다. 과연 하정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범죄 없는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에는 온 가족이 동원된다. 지금은 잘 일어나지 않는 연탄 중독사를 당한 남자의 집을 조사하러 온 형사들. 근데 뭔가 석연치 않다. 가족들을 조사하는 형사는 연통 이야기로 교묘히 닦달하고, 아내는 자신이 범인이라며 실토를 한다. 하지만 아들도, 딸도 본인이 범인이란다. 이야기를 듣던 형사는 남자가 가족폭력을 일삼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그 이유에는 여자를 짝사랑했던 동네 청년이 여자가 자신과 연애를 했고, 이미 관계를 가졌다는 거짓말을 남자에게 전하면서 벌어진다. 계획대로 결혼은 했지만, 그날 이후 남자는 돌변해서 술을 먹고 아내를 때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정신이 돌아오면 아내에게 빌며 용서를 구한다.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자신을 넘어 아이들에게까지 손찌검을 하는 남편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범인을 확정하는 순간, 생각지 못한 찝찝함을 느끼는 형사들. 과연 진범은 누구일까?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마음이 변했기 때문만 일까? 서로가 너무 편해 서로를 막 대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아닐까? 참고로 책 속의 가장 큰 반전은 제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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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보통 시 - 서울 사람의 보통 이야기 서울 시
하상욱 지음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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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안 좋아한다. 때론 무서워한다. 언제부터인 지는 모르겠지만, 짧은 시구를 읽고 그 안에 담겨있는 수많은 의미들을 찾아내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시랑 담쌓고 살면 안 되겠기에 '1년에 1권 이상 시집을 읽자.'가 새해 목표 중 하나다. 그럼에도 하상욱 시인의 시집은 그 범주를 벗어난다. 다른 시집과는 달리, 하상욱 시인의 시집은 퀴즈 같다. 시를 먼저 읽고, 제목을 추리해 내(야 하)는 시집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때론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의 시집은 제목부터 특이하고, 첫 장을 넘기면서 마지막 장까지 피식피식 웃다가 끝난다. 이번 시집의 제목은 서울 보통 시다.(그는 서울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그의 시집 태반이 서울이 들어간다.) 이번에는 서울특별시가 아닌, 서울 보통 (띄고) 시다. 다른 시는 그 안에 담긴 의미들을 찾아내기 싫어서 기피하는데, 이 책은 제목부터 막 파헤치고 싶다. 서울 사람의 보통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렸는데(그 또한 검은색과 흰색, 양각과 음악의 조화를 이루며 표지가 구성되어 있다.), 나는 서울특별시를 패러디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책 속 시를 통해 퀴즈를 풀어보자. 내용을 듣고 이 시의 제목을 맞춰보자!

다시

돌아간다면

행복

할수있을까

마치 헤어진 연인을 떠올리며, 현재의 삶을 씁쓸하게 느끼는 것 같은 화자의 감정이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너무 갔다. 보통의 시를 생각하면서 당연히 그런 선입견을 가질 수 있겠지만 이 시의 제목은 "이별 후에"가 아닌 "연휴 첫날"이다. 제목을 읽고 다시 시를 읽어보자. 어떤가? 무척 수긍이 가지 않나? 나 역시 그랬다. 연휴 첫날은 앞으로 엄청 긴 휴일이 남았으니 뭐 하루 즈음은 그냥 편하게 넘겨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연휴 마지막 날이 되면 도대체 이 긴 연휴 동안 뭘 한 거지? 하는 생각에 자괴감이 든다.

또 한 편의 시를 소개해 본다. 이번에는 잘 맞춰보자.

어디

있나

나의

반쪽

앞에서 한번 봤으니 또 속지는 않겠지만... 결혼하고 싶다, 연애상담소... 이런 유의 제목을 생각했다면 이번에도 속았다. 이 시의 제목은 "애인을 찾습니다"가 아니라 "에어팟"이다. 한쪽이 사라지면 자연히 찾게 되는 줄 없는 이어폰 말이다.

책 속의 시에 공감이 많이 가면 좋지 않다. 그만큼 팍팍한 삶을 살았다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근데 또 공감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 모두 보통 사람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일 테니 그런 면에서 보면 또 공감이 갈 수밖에 없겠다 싶다. 이렇게 짧은 두세 줄의, 몇 개의 단어들을 통해 공감을 뽑아내는 걸 보면 그는 또 다른 의미의 창작의 고통을 많이 겪었겠다 싶다. 때론 읽으며 무슨 뜻인지 모르는 시를 곱씹기 보다 한 줄을 읽으며 무릎을 치는 시를 만나는 것은 어떨까? 오랜만에 하상욱 시인의 시집 앞에서 많이 웃고 많이 울다 스트레스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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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료시카의 밤
아쓰카와 다쓰미 지음, 이재원 옮김 / 리드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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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마트료시카라면 러시아의 인형 안에 또 인형이 들어있는 나무인형을 말하는 것인데, 작품 안에서 이 제목이 어떻게 풀어질지 궁금했다. 거기에 반전의 연속이라는 띠지의 문구가 기대를 품게 했다. 이 책 안에는 표제작 마트료시카의 밤을 포함해서 총 4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다. 우선 책의 공통된 상황은 바로 코로나다. 코로나로 거리 두기가 심화되고, 어디도 편하게 갈 수 없는 그때의 모습이 각 작품마다 담겨있다. 첫 번째 작품은 탐정이 등장한다. 첫 페이지부터 익숙한 인물인 와카타케 나나미 작가의 이별의 수법 속 문장이 담겨있었다. 살인 곰 서점이 떠오르며 등장하는 탐정의 이름이 왠지 낯설지 않았다.(처음 보는 탐정 맞음)

사립탐정 와카쓰키 하루미가 찻집을 찾는다. 전날 밤 살해된 마키무라 신이치 사건의 범인을 쫓는 중인데, 마키무라 신이치가 마지막으로 갔던 곳이 바로 이 찻집이었다. 주인으로부터 마키무라가 머물렀던 시간에 똑같은 가방을 가지고 온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탐정은 가방이 바뀐 남자가 헌책방 여러 곳을 들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가 찾고 있던 것은 바로 마키무라가 가지고 있던 책 얼룩무늬 눈밭이었다. 과연 마키무라는 가방이 바뀐 남자에게 살해당한 것일까? 탐정이 헌책방을 찾으며 점점 범인으로 보이는 인물에 가까워지는데, 과연 그가 진짜 범인일까? 예상치 못한 반전 그리고 또 반전 덕분에 허를 찔렸다. 이 책 속 어떤 작품도 반전 하나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니 긴장하면서 읽어볼 만하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작품은 바로 표제작인 마트료시카의 밤이다. 이 작품 속에는 제목에 등장하는 마트료시카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읽고 나면,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유명 소설가의 집에 들어온 한 젊은 남자. 고겐샤의 신입 편집자였다. 소설가의 작품 여럿을 이야기하며 진땀을 흘리다가 제목을 잘못 말하는 실수를 해서 소설가의 감정을 상하게 한다. 이에 소설가는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밀실 살인에 대한 플롯을 짜보자는 것이다. 지금부터 주인공인 소설과의 편집자는 연기를 해야 한다. 소설가가 편집자에게 준 배역은 자신을 죽이는 역할이었다. 점점 극에 몰입하는 편집자와 소설가. 극은 끝을 향해 나아가고, 소설가는 편집자의 존재를 눈치채게 된다. 자신의 집에 먼저 들어와있던 젊은 남자가 사실은 편집자가 아니고, 자신의 아내의 내연남이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하지만 죽음의 순간 가까스로 살아나온 편집자는 이내 반전을 준비하는데... 도대체 어디까지가 작품인지 정신을 차릴 수 없다. 한껏 빠져들었는데 작품 속 이야기였고, 또 그들의 이야기 같은데 또 작품 속 이야기였다. 그렇게 액자 안에 또 액자 그리고 또 액자...를 반복하는 상황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마트료시카가 떠오른다. 과연 그 마지막 진실은 무엇일까? 나 역시 도대체 헤어 나올 수 없는 반전의 맛에 정말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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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꼭지 초등 세계사 1 - 고대~중세 하루 한 꼭지 초등 세계사 1
정헌경 지음, 뭉선생.윤효식 그림, 전국역사교사모임 세계사 분과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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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부터 먹음직스러운(?) 간식단 4총사 스트로베리, 초코, 쿠앤크, 바닐라가 뭉쳤다. 세상의 모든 간식을 먹고 싶어 하는 이들이 낯설지만, 이들이 건네는 인사는 낯설지 않다. 알고 보니 시리즈인 하루한꼭지 초등 한국사 책이 먼저 나와있었다. 다른 차원에서 온 시간여행자가 이번에는 세계사 속 탐험을 요청했다. 세계사를 여행하면서 세계의 맛있는 간식을 먹어볼 수 있다는 말에 홀딱 넘어간 이들은 여행을 시작한다. 총 3권으로 구성된 하루한꼭지 초등 세계사의 1편은 고대부터 중세 시대까지의 세계사 속 굵직한 사건들이 정리되어 있다. 제목처럼 하루 한 꼭지(2페이지) 면 그날의 세계사를 정리할 수 있다. 사실 책과 친하지 않은 성인들을 위해 365 시리즈나 퇴근길 인문학처럼 길지 않은 분량으로 꾸준히 책을 접할 수 있게 구성된 책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데, 아이들 역시 2페이지 분량의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자연스레 세계사의 흐름과 변천사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어른보다 집중력이 약한 아이들을 위해 각 꼭지 별로 4컷 만화와 어휘력까지 키워주는 낱말 체크, 바닐라와 함께하는 흥미로운 사진과 설명, 유튜브 느낌의 내용 중 중요하면서 궁금했던 부분이 따로 서술되어 있고, 책의 내용을 꼼꼼하게 읽었다면 풀 수 있는(설렁설렁 읽으면 헷갈릴만하다.) 문제들까지 담겨있으니 오늘 읽은 내용은 오늘 확실히 정리하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큰 주제가 끝나게 되면 역사 탐험 보고서를 통해 앞에서 배운 내용을 요약해서 기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고, 간식 타임이라는 제목으로 암호 풀이를 통해 중요한 키워드를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다. 여기서 얻은 글자를 조합하면 암호를 맞출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계사 퀴즈왕! 난이도 자체가 마치 세계사 시험문제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솔직히 앞의 내용을 안 읽고 문제만 봤을 때는 어른들도 이 정도 상식을 가지고 있으면 꽤나 세계사 공부를 열심히 했구나! 싶을 만한 문제들이다. 초등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문제들이니 말이다.(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나옴직한 문제들도 상당하다.)




두 페이지지만 이 안에 세계사를 꿰뚫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아이들을 위한 학습만화지만, 성인들이 읽어도 흥미롭고 도움이 될 것 같다. 참고로 나 역시 함께 책을 읽으며 몰랐던 주옥같은 상식(가령 메소포타미아문명을 이룬 수메르인들은 태음력을, 나일강 문명을 이룬 이집트인들은 태양력을 만들어냈는데 이 둘은 다른 달력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만화와 칼라로 구성되어 있기에 더 흥미롭고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특히 책의 순서는 세계사의 흐름대로 연결되어 있는데, 총 200꼭지(3권)를 읽고 나면 세계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순서대로도 읽을 수 있고, 궁금하고 헷갈리는 부분을 찾아서 다시 읽어볼 수도 있게 구성되어 있는 것도 장점이다.

사실 세계사를 좋아하지만, 중반부 정도 가면 헷갈리기 시작해서 결국은 애매하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참 많았다. 특히 세계사를 교과서로 먼저 마주했기 때문에 시험에 나오는 중요한 내용만 외웠던 것의 폐해가 결국은 뒤죽박죽 섞여서 오히려 안 배운 만 못한 결과가 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성인들도 함께 읽으며 전체적으로 세계사의 순서를 정리하고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기에 이번 기회에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세계사의 흐름을 다시금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온 가족이 함께 읽고 책에 나온 문제나 키워드 등을 가지고 가족 세계사 퀴즈대회를 열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런 게 일석이조가 아닐까? 공부도 하고, 가족 간의 즐거운 시간도 가지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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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속의 여인
로라 립먼 지음, 박유진 옮김, 안수정 북디자이너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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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으로 살다가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몇 개월의 공백 후 재취업을 했다. 쉽지 않았다. 가장 큰 제약은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야근도 쉽지 않고, 이른 출근도 쉽지 않다는 것. 그렇기에 원하는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2024년을 사는 지금도 사회생활은 쉽지 않다. 과거에 비해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아졌음에도 여전히 여기저기 눈치를 본다. 하물며 1960년대라면 어떨까?

20대 초반 로스쿨 2년생인 밀턴 슈워츠와 결혼을 한 매들린 슈워츠(매디)는 밀턴과의 사이에 세스라는 아들을 두고 있다. 꽤 부유한 생활을 하는 매디는 저녁식사에 초대되었던 동창이자, 자신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던 윌리스 라이트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당시는 그리 눈에 띄는 남자가 아니었던 윌리는 그 사이 유명한 방송인이자 앵커가 되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매디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안정적인 가정을 떠나 독립을 선언하고 밀턴을 떠난다. 자신을 따라올 거라는 생각과 달리 아들 세스는 남편 곁에 남기로 한다. 아들을 통해 남편으로부터 어느 정도 재정적인 도움을 받을 줄 알았던 매디는 계획과 어긋난 상황에 결국 결혼반지를 팔아야 할 지경이 된다. 하지만 글을 쓰고 싶었던 자신의 꿈을 되찾기 위해 독립한 것이기에 그녀는 볼티모어 신문사로 향한다.

책의 시작부에는 호수 속의 여인이라 불리는 클레오 셔우드라는 여인이 매디에게 협박 아닌 협박이 담겨있다. 근데 그녀의 이야기는 뭔가 좀 이상하다.

살아 있을 적에 나는 클레오 셔우드였어요.

죽어서는 호수 속의 여인, 추운 겨우내 분수대에 잠겨 있다가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는 계절인 봄에서 여름으로 접어들 무렵에

물에서 꺼내진 흉물이 되었죠.

매디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자꾸 뭔가 걸리는 단어들이 발목을 잡았다. 유대인, 흑인, 여성...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는 이 단어들은 자꾸 걸림돌이 된다. 여성이기에, 유색인종이기에 이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마치 덫처럼 더 이상의 진전이 될 수 없게 꽁꽁 얽어매는 기분이 든다. 바로 매디가 그랬고, 호수 속의 여인이 그랬다. 11세 소녀의 실종 이야기를 들은 후, 매디는 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녀는 글을 쓰고 싶다는 과거의 꿈을 이루어 기자가 된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특히 30대 후반의 이혼녀인 그녀에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매디는 이뤄내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가 사용한 방법은 안쓰럽고 안타깝다. 누군가는 매디를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는 살기 위한, 사건을 파헤치기 위한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기에 그녀의 선택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 매디와 같은 시기를 살았던 레슨인 케미스트리의 여성 화학자 엘리자베스 조트가 책을 읽는 내내 겹쳐 보였다. 능력 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엄마라는 이유로, 또 그 밖의 다른 이유로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사실 가족들조차 그런 그녀의 선택을 비난하는데, 남은 말해 뭐 할까 싶기도 하다.

호수 속 여인과 매디의 관계가 무척 궁금했다. 과연 매디가 파헤치는 사건과 그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사건을 풀어가는 내용을 한 편에 두고, 1960년대 시대상을 반대편에 두고 읽다 보니 여러 생각에 가닿게 되었다. 그저 스릴러나 추리소설은 아니라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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