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 씨의 해빙기
슈테판 쿨만 지음, 양혜영 옮김 / 달로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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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고집불통에다 독불장군이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공전의 히트를 친 적이 있다.

오베라는 남자였는데 책 속의 남자는 솔직히 매력적이지도 않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호감을 사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이웃에서 겪는 어려움을 모른 척 외면하지 않는 마음씨의 소유자였었다.

이 책에 나오는 윈터 씨 역시 평생을 세무 공무원으로 일한 만큼 고지식하고 원리원칙을 따지며 살던 다소 답답하고 꽉 막힌 사람이었지만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조금의 거짓말도 없었다.

그랬던 만큼 갑작스러운 아내의 죽음은 그에게 엄청난 충격과 상실감을 안겨주었고 그 역시 오베처럼 아내 없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어 죽고 싶어 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해방군의 방해로 생각지도 못한 길을 걷게 된다.

그건 바로 살아생전 아내가 했던 일인 뷰티 컨설턴트의 일을 물려받아 그녀가 원했던 판매왕이 되는 것

이제까지 사람들과의 교류에 어려움을 겪고 화장품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그가 사람들을 방문해 화장품을 팔고 고객의 화장을 도와주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하지만 그런 그의 옆에서 격려를 해주고 응원해 주는 아내의 고객들로 인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많은 개선을 하게 된다.

이를테면 이제까지 요원했던 하나뿐인 딸과의 관계 역시 손녀인 요나스의 문제를 통해 조금씩 변화하게 되었고 옆집에 세 들어온 게이 커플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편견의 틀을 깨게 된다.

그가 스스로 걸었던 마음의 빗장을 연 순간 다시 한번 아내 소피아에 대한 깊은 사랑을 깨닫게 되고 이제까지 자신이 바라봤던 시선이 아닌 좀 더 넓고 열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깨닫는다.

완강하고 고집스럽게 혼자이고자 했던 윈터 씨가 화장을 통해 사람들의 곁으로 다가가 마음을 여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장난스러우면서도 따뜻하게 묘사되고 있는 윈터 씨의 해빙기

딱딱하고 견고해 마치 얼음같았던 윈터 씨가 스르르 녹아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려 내고 있다.

유쾌하면서도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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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사이의 별빛
글렌디 밴더라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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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의 이별은 누구에게나 가슴 아픈 상처가 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아이를 잃은 상처는 무엇으로도 헤아릴 수 없는 큰 상처다.

아이와의 이별은 어떤 형태든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는 상처겠지만 만약 그 아이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태라면... 그 두려움과 상실감은 생각조차 하기 싫다.

하지만 지금도 이 좁은 땅에서 어떤 이유로든 아이를 잃어버리고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는 부모가 있다는 게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 상실을 겪은 한 여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게 바로 이 책 나뭇잎 사이의 별빛이다.

이 책은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조앤 롤링의 작품을 누르고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는 화제성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아이를 잃은 후 남은 가족이 느끼는 상실감과 상처를 생생하게 표현해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게다가 그 상처를 자연으로부터 치유받는 과정 역시 억지스럽거나 과장되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4살배기 쌍둥이 형제와 갓 태어난 딸아이를 둔 엄마 엘리스가 남편의 불륜을 눈으로 목격한 날... 그 충격에 혼이 반쯤 나갔고 그런 마음을 추스르고자 간 숲에서 그만 딸아이를 놔둔 채 오는 큰 실수를 저지른다.

다시 돌아간 그곳에 딸은 없었고 엘리스와 가족은 막내를 잃어버린 충격에 서서히 침몰되어간다.

자식을 놔두고 왔다는 자책감은 엘리스를 무너뜨리기 충분했고 어린 시절 약물과 술에 취해 자신을 방취했던 엄마를 닮아 자신의 아이들에게 자신 역시 큰 상처를 줄까 두려운 마음에 이혼을 하고 아이들 곁에서 멀리멀리 떠나기로 한다.

책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던 엘리스의 긴 방황의 여정과 함께 또 다른 여자아이 레이븐의 이야기를 교대로 담고 있다.

누가 봐도 알 수 있듯이 레이븐이 바로 엘리스가 간절히 찾던 딸임에 분명하지만 레이븐은 자신을 키운 엄마에 의해 주변과의 교류도 없이 그저 마마로 칭하는 여자의 말을 믿고 스스로를 숲과 땅의 정령의 자식이라 굳게 믿는다.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걸 우연히 만나게 된 또래들에 의해 자각하게 되지만 마마는 그런 레이븐의 일탈을 절대로 용인하지도 용서하지도 않는다.

얼핏 보면 넓은 땅에서 자유롭게 자라고 사랑을 받고 큰 부족함 없이 키운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모든 걸 마마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의 믿음대로 레이븐을 속박하고 가스라이팅 했었다는 게 밝혀지기까지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서로가 언제쯤 다시 만나게 될지 그리고 그 만남은 어떤 모습으로 이뤄질지 기대하며 한 장 한 장 읽어가다 마침내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에선 또 한 번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다.

눈물을 흘리고 서로 감동의 포옹을 하고 모두가 웃으며 해피엔딩을 하는 뻔하고 진부한 결말이 아닌... 오랜 세월 떨어져 있던 만큼 서로 다른 모습과 가치관을 조금씩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까지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슬프면서도 아름다웠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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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주식회사
잭 런던 지음, 한원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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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있다.

단순히 누군가의 사적 복수를 위함이 아니라 나름의 기준을 통과한 의뢰만을 받아서 원하는 방식으로 깔끔하게 처리하는 걸 자랑으로 하고 있는 이 회사는 스스로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한 프라이드가 높다.

왜냐하면 그들은 누가 봐도 이 사회에 악이 되는 사람만을 완벽하게 처단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까지만 봐도 이 회사가 여느 킬러 집단과 다름을 알 수 있지만 의뢰인을 대하는 것에 있어서도 요즘의 상식과는 다르다.

일단 회사의 대표이자 이 조직을 만든 사람인 드라고밀로프가 직접 의뢰인을 만나 모든 걸 의논하고 제거 대상의 위치와 위험도에 따라 대금을 정한다는 점도 흥미 있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을 봐도 이 이야기가 은밀하게 누군가를 암살하는 부분에 방점을 찍고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암살 조직을 쫓는 사람이 있다.

엄청난 부를 물려받은 사회주의자인 윈터 홀은 어느 날부턴가 사회면에 나오는 뉴스 중 이상하게 생각되는 죽음이 있음을 깨닫고 조사하다 암살국에 대해 알게 되고 암살국을 찾아와 수장 본인 앞에서 수장을 암살해달라는 의뢰를 맡긴다.

누가 봐도 터무니없는 제안이지만 암살국 수장인 드라고밀로프는 홀과의 논쟁을 통해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이 조직이 도덕적 논리에 허점이 있음을 인정 그의 제안을 수락한다.

그리고 이제부터 암살국의 모든 조직원은 자신들의 수장을 암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웃픈 상황이 된다.

이제까지 자신들이 믿던 신념이 무너지고 자신들이 한 일이 그저 살인에 불과하다는 걸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집단은 단체로 토론에 나서 자신들의 신념을 방어하지만 역시 수장과 홀의 완벽한 논리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암살 주식회사라는 건 허울좋은 명분에 불과할 뿐... 홀과 드라고밀로프 뿐만 아니라 암살국 조직원들조차 모두 완벽한 도덕주의자이자 철학자이며 서로의 논리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장면을 보면 작가 잭 런던이 의도한 바는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자신들만의 높은 도덕심과 완벽한 신념을 위해 스스로의 목숨을 버리는 것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니...

누군가를 암살하기 위해 계략을 꾸미고 추격전을 펼치는 류의 이야기를 기대했다면...그 기대는 아쉽게도 충족시켜 줄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사회악을 처단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살인을 하면서도 스스로가 하는 일에 긍지와 자긍심을 갖는 도덕주의자라는 설정은 확실히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생각된다.

재미를 위주로 보기엔 좀 그렇고 철학적 논리의 대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읽는다면... 괜찮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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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 유쾌발랄 사기꾼의 복권 당첨금 수령 프로젝트
마리사 스태플리 지음, 박아람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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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행운, 럭키 라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복권 당첨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어마어마한 금액의 복권에 당첨됐는데 그걸 찾을 수 없다면 어떤 마음일까?

누구라도 그렇듯이 어떻게 해서든 그 복권 당첨금을 수령하고자 하지 않을까?

이 책의 주인공 럭키가 지금 처한 현실이 그렇다.

태어나고 보니 아빠라는 작자는 누군가를 속여 그 사람에게서 원하는 바를 훔쳐 달아나는 걸 천직으로 삼고 미국 전역을 떠돌아다니며 평생을 그런 식으로 삶을 허비하고 있었다.

그런 아빠의 딸로 태어났으니 그녀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고 원치 않지만 아빠와 같은 길을 걷을 수밖에 없었다.

아빠와 함께 하면서 끊임없이 다른 길을 모색하고 심지어는 살짝 다른 길을 가기도 했지만 끝내 과거에 발목이 잡혀 주저 않는 럭키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인생이 많이 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사실 그녀는 여느 사람들보다 더 재능이 있었고 약간의 뒷받침만으로도 얼마든지 현재의 생활에서 벗어날 만한 능력이 있었지만 그녀를 둘러싼 환경은 그녀의 탈출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이제 이 생활을 끝낼 작정으로 한탕 크게 하고서 사랑하는 남자와 미국을 떠나기로 한 날...

연인의 배신으로 결국 혼자 남겨진 걸로 부족해 전국적으로 지명수배된 채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운명을 비웃기라도 하듯 우연히 산 복권에 1등 당첨된 사실을 알게 된다.

당첨금을 수령하려고 얼굴을 드러낸다면 그 돈을 받기도 전에 감옥에 처박히게 될 거고 그렇다고 그 돈을 포기하기엔 일생에 다시없을 큰돈을 벌 기회를 놓치는 것

그렇다면 럭키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럭키와 아빠가 먹고살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선하고 착한 사람을 속여 돈을 가로채는 모습은 충분히 눈살을 찌푸릴 만하고 어떤 식으로든 벌을 받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던 럭키에게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조금만 더 그녀 주위에 평범한 사람이 있어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줬더라면 그녀의 삶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아이를 양육하는 데 있어 사랑도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 역시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줬다.

너무나 분명한 범죄 사실이 있어 작가는 과연 럭키에게 어떤 식으로 죄를 물을지 궁금했고 과연 그녀의 복권은 행운이 될지 재앙이 될지 궁금해하며 책을 읽었다.

가볍고 경쾌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든듯한 재미를 줬다.

가독성도 좋아 부담 없이 읽기에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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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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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아주 인상적으로 읽었던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잇는 작품이라는 설명만으로 내 눈길을 사로잡은 책이었다.

서정적인 글 속에 담긴 인생의 희로애락이 슬프면서도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는데 이 작품 흐르는 강물처럼 역시 마찬가지일 듯하다.

여자들이 억압받는 시대인 1950년대에 엄마 없이 십 대의 어린 나이에도 집안일을 하고 아빠와 아픈 이모부의 수발을 들던 순종적인 소녀가 한 소년을 만나 어른이 되고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과정을 아프도록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흐르는 강물처럼은 한 편의 슬픈 동화 같았다.

이제 갓 열일 곱이 된 빅토리아는 혼자서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느라 꾸밀 줄도 모르는 순진한 소녀였다.

그런 토리의 눈에 한 소년이 박힌 순간의 묘사는 여느 연인들이 서로에게 한눈에 빠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달콤하면서도 설렘 가득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둘의 사랑은 다른 사람의 눈에 띄어서도 발각되어서도 안됐다.

소년은 평범한 백인 소년이 아닌 검은 피부를 가진 외부인이었고 당시에 유색인과의 교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금지된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서로가 서로의 반쪽임을 알아본 두 사람은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사랑을 나누지만 작은 마을에서 그의 존재는 눈에 띄기 마련이고 이내 두 사람의 운명은 잔인하게도 소년의 죽음으로 끝장나고 만다.

그것도 빅토리아의 동생 손에 의해...

이 죽음은 소녀로 하여금 절대로 떠날 수 없을 거라 믿었던 집을 떠나는 계기가 되지만 소녀 역시 엄청난 고초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소녀에게는 도와줄 사람도 없었고 스스로 모든 걸 해결하기엔 모든 것이 열악한 상태였기에 어쩔 수 없이 엄청난 선택을 하게 되지만 이 선택은 오랜 시간 그녀에게 아픔을 주고 후회를 남긴다.

순진한 소녀였던 빅토리아가 가족을 벗어나 스스로 힘든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따라 행동하면서 끝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은 슬프면서도 인상적이었다.

누군가가 곁에서 그녀에게 힘이 되어 줬더라면 오랜 시간 후회를 할 그런 선택을 했을까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그 당시 빅토리아가 처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 모든 걸 홀로 겪으면서도 집안의 자랑이자 할아버지의 유산인 복숭아나무를 끝내 지켜내는 모습에서는 강인한 여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홀로서기에 성공한 그녀의 모습은 자랑스러우면서도 여자로서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다.

빅토리아가 끝내 원하는 소원이 성취되는 장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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